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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의 대격전


투고 | 문학소년

천궁의 대란(大亂), 상제의 비거(飛去)


미리를 발송시킨 뒤에 상제 이하 온 천궁 귀중들이 모여 앉아 운다. 이 울음이 미리의 떠남을 우는 울음이 아니라, 곧 천국의 멸망을 우는 울음이다. 천국의 멸망을 우는 울음이 아니라 각기 자신의 불행을 우는 울음이다.

그런데 가장 처참하게 우는 이는 상제의 가장 총애하는 선녀 〈꼭구〉다.

상제가 너무 〈꼭구〉에 대한 불쌍한 생각이 나서 자기의 울음을 그치고, 귀를 귀울여 〈꼭구〉의 소리를 가만히 들으니, 우는 소리가 아니요 곧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다.”

하는 저주하는 소리다. 상제가 대노하여

“이년아, 드래곤이 오면 네게 시원한 일이 무엇이냐.”

하고 칼을 빼어 〈꼭구〉의 목을 치니 아! 불쌍한 〈꼭구〉, 목이 뚝 떨어져 죽는다. 상제가 〈꼭구〉를 죽이고는 다른 〈년〉〈놈〉의 울음 소리들 들은즉 모두가 〈꼭구〉다. 〈꼭구〉와 같이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다.”

하는 소리다.

“아, 이것이 웬일이냐. 천궁의 친속(親屬)들이 다 반역하여 드레곤당이 되었느냐?”

하고 이제 자기가 울며 자기의 귀로 들어본즉, 자기의 울음소리도 울음소리가 안되고

“왔다 왔다, 드레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다.”

하는 저주가 되고 만다. 상제가 하릴없이 이에 자기의 울음을 그치고 곧 엄혹(嚴酷)한 명령을 내리어

“천궁 안에 만일 우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하리라”

한다.

“그러나 내가 왜 평생 애인인 〈꼭구〉를 죽이었느냐? 미리의 회보(回報)가 왜 없느냐? 천국이 망하면 내가 어찌 되랴?”

하여 회한과 우울과 고통이 자꾸 상제의 머리에로 올라와 견딜 수 없는 두통이 생긴다. 상제가 손으로 그 머리를 받치고, 지통(止痛)할 약을 좀 달래려 하여 약실(藥室)에를 들어간 즉 아! 참 기괴하다. 약실 안에는 우는 이도 없건마는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다.”

란 소리가 맹렬하게 인다.

상제가 매우 의혹하여 그 소리 나는 곳을 가만가만 찾아 본즉 초강수(硝强水)의 병 속이다. 상제가 대노하여 칼을 빼어 초강수 병을 치니 초강수는 어디 가고 불칼이 번쩍 나와 천궁의 들보를 친다, 기둥을 친다, 지붕을 친다, 주추를 부신다 하여, 뚝―딱― 꽝―딱―와르르 우르르―천궁 전체가 불지옥이 되었다.

상제께서 〈비가비(비의 神)〉를 불러 비를 좀 주어 불을 꺼라 하시더니, 〈비가비〉는 아니 오고 〈바람가비(바람의 神)〉가 달려들어 냅다 맹풍(猛風)을 불어 불이 더욱 만연하여 천궁부터 천경(天京)까지를 소탕(燒蕩)한다. 대세가 가고 보니 위권(威權)이 행할소냐. 상제가 하릴없어 불을 피하여 궁문으로 나아가다가 맹풍(猛風)의 휩싼 바 되어 어디로 날아가 버린다.

천사가 상제를 구하려다가 바람이 너무 세므로 어찌하여 못하여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로구나.”

부르짖는다. 그러나 천사는 상제의 충신이라 어찌 시세를 따라 방향을 바꿀소냐, 흥하나 망하나 상제를 따르리라. 천상에서 또 천상, 지하에서 또 지하를 갈지라도 내가 기어이 상제를 찾으리라 하고, 이에 조선의 행객(行客)같이 짚신 감발을 차리어 중국의 쿠리[苦力]같이 노동복을 입고, 상하 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상제의 계신 곳을 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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