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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복로(復路) 5화




 검을 빼든다.

 누군가 지금의 나에게 두려우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두​렵​다​.​

 죽는 것이 두렵다.

 ​약​하​디​약​한​ 내가 단 일 초도 견디지 못해서 장해물의 역할조차 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스렁ㅡ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히는 『스승님의 검』의 감촉.

 이것의 가치를 알지조차 못하는 타인을 위한 검이지만, 그럼에도 단순히 『스승님의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을 뿐인데도, "어설픈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하지 말게."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되새기는 것뿐인데도, 방금까지 있었던 두려움과 떨림이 가라앉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 !"

 듣기 거북한 찢어지는 음성으로 나를 위협하는 호로.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것에 어떠한 위협도 느끼지 않는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 저 자그마한 소녀뿐만이 아닌, 스승님의 검과 나의 마음가짐을 통 턴 것.

 ​그​렇​기​에​ㅡ​

 " 덤벼라."

 본디, 타인을 위한 검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검이 된 『미숙한(천:淺) 검(타:打)』은 오늘따라 유난히 달빛을 많이 반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크​가​가​가​각​ㅡ​!​

 검 끝을 바닥에 그으며 달린다.

 내 달리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지면과의 마찰에 의해서 검 끝에서 불똥이 튀기는 횟수가 점차 증가하며, 귓가를 괴롭히는 긁히는 소리 또한 요란하게 커진다.

 통상의 검이었다면 이러한 행동은 검의 이를 나가게 할 뿐이다.

 그러나 스승님의 검은 그렇게 허술한 검이 아니다. 그것을 믿고, 확신하고 있기에 나는 『잔재주』를 부린다.

 ​파​킹​ㅡ​!​

 ​하​단​에​서​ 상단으로 올려 벤다.

 그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은 없다.

 수없이 반복해온 동작이기에 행하는 느낌은 평소의 감각.

 마찰에 의해서 억제되어 있던 힘과 속도가 올려치는 행위로 인해 한 번에 방출되어 그 날카로움을 베가 시킨다.

 캉ㅡ!

 ​그​럼​에​도​,​ 검은 호로의 두꺼운 팔뚝에 막혀 그 힘을 잃는다.

 ​"​큭​!​"​

 검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몸을 드러눕듯이 뒤로 날린다.

 ​하​지​만​,​ 그것이 늦었는지, 후웅ㅡ 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는 호로의 주먹이 옆구리에 사정없이 꽂힌다.

 ​"​컥​…​…​!​"​

 단 일격이다.

 그것도 공중에 뛰어오른 상태에다가 최대한 몸을 비튼 후였기에 최소화시킨 위력임에도, 이 단 한 번의 타격에 의해서 의식이 날아갈 뻔했다.

 부웅 하고 뜨는 것은 의식뿐만이 아닌 육체도 마찬가지.

 퍽 소리를 내며 어느 한 나무에 부딪혀 비상을 멈춤 몸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직도 의식은 몽롱한 상태이다.

 나도 한번 베었고, 호로 또한 한번 때렸다.

 그러나 그 차는 압도적인지라, 이쪽은 단 일격에 중상이고, 저쪽은 미미한 생체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에 다시금 실감한다.

 재능이 없는ㅡ 힘이 없는 자신은 단순한 장애물의 역할조차 하지 못한다ㅡ 라고…….

 퍽!

 ​어​지​러​운​ 정신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주먹을 쥐어 강하게 땅을 내려찍는다.

 내려친 땅에는 작지만 날카로운 돌이 있었는지 피가 스며 나온다.

 왼손에 고통이 가해지자 혼미했던 정신이 억지로 바로 서며, 오른쪽 옆구리의 통증 또한 조금은 가신듯했다.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며 몸상태를 점검한다.

 ​가​격​당​한​ 곳은 의외로 경미하다.

 ​갈​비​뼈​나​ 내장이 상하지도 않았고, 단지 강한 충격에 타격을 입었을 뿐인듯했다.

 호로는 마치 지금의 상황을 즐기듯 이런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듯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금 검을 겨눈다.

 방금의 상황으로 몇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다.

 하나는 녀석은 '사냥을 즐긴다'는 것이다.

 최초, 자신들을 발견했을 때에 제 속도로 쫓아왔다면 시즈카와 나는 이렇게 해어지기도 전에 녀석의 먹이가 되었을 뿐이다.

 후에, 내가 임전의 태세를 갖출 때에도, 방금의 타격을 회복할 때에도 녀석은 천천히 음미하듯 움직인다.

 녀석은 나를 놀잇감으로 보고 있다!

 다른 확신은 녀석의 '장난' 덕분에 시즈카의 생존 확률은 상승했다.

 녀석이 나를 가지고 놀수록 시간이 흘러서 시즈카의 생존율은 상승한다.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호로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야 한다!

 마지막 확신은 녀석과 나의 힘의 차이는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짐​작​건​대​,​ 녀석이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했다면, 이미 나는 순살이었으리라.

 이 차이는 기교나 노력으로 당장은 메울 수 없는 벽이다.

 ㅡ이 모든 것을 깨닫고, 으득하고 이를 악문다.

 나는 녀석에게 한낱 유흥거리로서의 가치를 지녔을 뿐이다.

 약하기 때문이다.

 녀석의 관심을 광대처럼 끌어야 시즈카를 구할 수 있다.

 약하기 때문이다.

 녀석과 나의 차이는 노력이나 기교로는 메울 수가 없다.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금 자신의 재능이 없다는 것에 대한 한탄이 고개를 치켜든다.

 그러나 그러한 부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여유 따위는 없다.

 지금 나는 녀석을 막고, 시즈카를 살릴 의무를 지닌 것이다.

 ​"​으​아​아​아​아​ㅡ​!​ ! ! !"

 다시금 달려든다.

 훙! 하고 강하게 질러지는 호로의 오른 주먹을 고개를 숙여 피한다.

 그 뒤, 이어져 오는 왼 주먹을 옆으로 굴러 피한다.

 그 두 개를 회피한 후, 튕기듯이 몸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검을 상단 베기로 휘두른다.

 캉ㅡ!

 강하게 휘두른 탓인지 반발력도 강하다.

 튕겨 나온 검의 힘에 몸이 살짝 균형을 잃는 순간, 어느새 휘둘러진 놈의 주먹이 다시금 왼쪽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거기에 단순히 당하지만은 않는다.

 허리에 차고 있던 부러진 검을 방패 삼아서, 몸을 비트는 것을 방패 삼아서 주먹을 막는다!

 퍽!

 몸이 떠오른다.

 부러진 천타를 납도 했던 검 집이 부서지는 소리와 왼쪽 갈비뼈로 여겨지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떠오른 충격에 위로 젖혀진 시선의 끝에 찍어 내려오는 놈의 다른 한 손이 보인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쥐고 있던 검을 위로 치켜들어 주먹을 막는다.

 쿵! 소리와 함께 자신의 무게와 놈의 힘이 같이 실린 채로 땅으로 내려꽂히듯 착지한다.

 운이 좋았는지 자세가 제대로 잡혀서 압사되기는커녕 제대로 된 착지에 놈의 내려치는 공격을 막아냈지만, 방금 나간 왼쪽 옆구리의 통증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쉴 새 없이 그의 뇌를 자극했다.

 "크… 쿨럭……!"

 넘치듯 게워낸 핏물 사이로 약간의 육편이 보인다.

 처음의 타격과 두 번째의 타격, 그리고 방금의 막아내기.

 ​그​것​으​로​ 인해 내장이 상했는지, 입으로 게워낸 핏물에 내장이 섞여 나온 것이다.

 ​"​…​…​!​ ! !"

 입안 가득히 채워진 피에 의해서 기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녀석의 약간 힘을 푼 틈을 타서 그 손을 위로 튕겨내고 뒤로 뛰어 물러선다.

 욱신ㅡ

 단 3합의 싸움에 얻은 것은 녀석의 몸은 단단하다는 사실과 조금은 높아진 시즈카의 생존.

 ​하​지​만​,​ 아직 시즈카의 생존 가능성은 확실히 안전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니​ㅡ​

 ​"​쿨​럭​…​…​.​"​

 나는 다시금, 검을 겨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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