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휴의(萬事休矣) 3화
"아이젠 소스케!!!!"
우리하라 키스케는 분노했다.
자신이 만든 붕옥 때문에, 자신의 동료가 당했으며ㅡ 자신의 선생이었던 남자가 미쳤다.
이 모든 것은 아이젠 소스케가 저지른 일이었다지만, 증거도 없었으며, 자신들은 추살령이 내려지며 추방당했다.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도망치기 바로 직전.
그에 대한 정보를 하나 얻었다.
그날, 아이젠 소스케의 책략에 의해 시바 시즈카를 찌른 뒤로 마음이 부서진 그는 미치광이가 되었다.
발작을 일으키며 의미없는 헛소리를 내뱉고 사방을 들쑤신다.
이미 정해진 지역을 이탈했다지만, 그에 대해서 중앙46실은 침묵했다.
사실, 그것도 아이젠이 저지른 짓이겠지만.
그 뒤로, 간간히 루콘가를 들쑤시는 광인에 대한 소문이 들려오곤 했다.
◆
루콘가 12지구.
이 지역도 다른 루콘가와 같이 해가 뜸과 동시에 일과가 시작된다.
밭을 갈고, 장사를 하고, 대화를 하고, 일을 한다.
이 평소와 같은 일상.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달랐다.
마을에 찾아든 한 외지인 때문이었다.
"으헤, 흐흐흐흐, 으헤헤으하."
멍하니 벌어진 입가에서 나오는 의미불명의 소리와 침들.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주저없이 이곳저곳에 들쑤시고 다니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미친사람이었다.
다만 독특한 것이라고는 오른팔이 없고, 장님이었으며, 검을 차고 있었다는 것 뿐일까?
그런 그가 마을을 들쑤시기를 몇 분.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그 모습을 살펴보며 경계를 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외쳤다.
"미친사람이다! 쫒아내자!"
"와아!"
그 아이의 외침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애초에 그러려고 했던 탓인가?
아이들이 저마다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틱, 틱, 틱, 딱! 딱!
대부분의 돌은 힘없이 허공을 가르거나 땅에 떨어지기 일수였지만, 간혹가다 몇몇 돌은 정확히 맞곤 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덩어리에 미치광이는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다.
"아파! 아파!"
느껴지는 고통에 미치광이가 날뛰며 도망쳤다.
그럴수록 힘을 얻은 아이들은 이제 즐기며 돌을 던지는 모습마저 보였다.
마을의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그것이, 이시대의 미치광이에 대한 평범한 태도였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아파!"
"으앙!"
돌을 맞던 미치광이가 한 아이에게 달려들어 물어버린 것이다.
쌔게 문 탓인지 아이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그것은 미치광이가 돌에 의해서 흘리던 피투성이의 모습과 겹쳐 더욱 기괴했다.
그제야, 사단이 날거라 생각한 어른들이 나섰다.
그들은 미치광이를 건든 아이를 혼내는 것이 아닌, 감싸는 길을 택했다.
"썩 꺼져!"
"미치광이 주제에!"
미치광이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매타작이 일어났다.
"아파! 아파!"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웅크리는 미치광이를 보던 한 남자가 외쳤다.
"네가 내 아이를 물었으니, 그 보상으로 검을 가져가겠다!"
비록 넝마인 검집에 둘러쌓인 검이었지만, 그래도 팔면 돈이 좀 될거라 생각한 탓이다.
남자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치광이에게서 검을 빼았았다.
"안돼! 하지마, 하지마!"
"시끄러!"
우악스럽게 검을 빼앗은 어른들은 바지를 잡고 늘어지는 미치광이를 발로 짖밟았다.
결국 전신에 상처가난 미치광이가 기력이 없어 꿈틀거리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마을 밖에 내버리고 매정하게 돌아섰다.
"으, 으하으흐. 으흐흐어허으흐."
미치광이는 몸을 웅크렸다.
아파, 아파.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이 흙먼지와 피랑 뒤섞인다.
"으허헝, 흐아항. 우흐흐흐흐."
미치광이가 웃었다.
미치광이가 울었다.
"으헤헤헤헤, 으허허허헝."
본능이었을까?
빼앗긴 검이 있던 자리를 더듬으며, 미치광이는 울었다.
◆
결국 이것이 끝이었다.
바닥에 웅크려 우는 미치광이를 지켜보던 아이젠 소스케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이로서 실험은 끝났다.
모든 것이 무너진 사람은 결국 자신마저 버린다.
"저 남자를 저대로 두실겁니까?"
"그렇다면?"
토센의 말에 아이젠이 반문했다.
그런 그의 반문에 대답한 것은 긴.
"죽이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교?"
"…………."
긴의 말에 토센은 답하지 않았다.
죽이는 것이 더 자비로운가?
아니면, 미친상태에서라도 살아있는 것이 더 자비로운가?
그 것의 답을 모르겠다.
그런 토센의 혼란에 아이젠이 대답했다.
"어느쪽이 그에게 좋은가는 둘째치고, 더이상 그에게 볼일은 없다."
용무가 없으면 버릴 뿐이라는 말에 토센은 전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긴의 미소는 짙어졌다.
"으흐흐흐어허허허엉."
한동안 침묵에 휩쌓인 그 정적은 미치광이의 울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
이걸로 끝내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다.
- 제 8화 만사휴의(萬事休矣)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