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창파(萬頃蒼波) 6화
어린아이 한명이 시들어가는 나무 아래에서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ㅡ딸각 딸각
아주 작고 불균형하게 무너져있는 그 조각들은 아이에게 너무 버거운 것이라 아직도 조각을 맞추기란 소원해 보였다.
아니, 어쩌면 이 아이는 이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각을 맞추는 내내 일부러인듯 실수를 연발하는 것이다.
ㅡ쏴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에 소년에게 그늘을 내어주던 나무의 가지가 흔들렸다.
◆
시바 카이엔은 매우 초조한 상태였다.
자신의 아내, 시바 미야코가 중상을 입고 막사로 돌아왔을 때부터 그랬다.
부대장인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미야코의 전투력은 결코 낮지 않다.
거기에 몇몇의 석관 및 그 이하의 사신들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와중이었기에 전력적인 면에서도 훨씬 우월하다.
임무는 단 하나.
최근 루콘가를 들쑤시고 있는 호로 한마리를 잡는 것.
그런데 그 쉬움 임무에서 석관급 사신 몇명과 그 이하급 사신 몇명이 순직했다.
그리고 간신히 귀환한 인원들도 경중상을 입은 상태.
역시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호로인가?
확실히 그것이 골치아픈 일이긴 했지만, 정작 카이엔이 초조한 이유는 다른 이유였다.
호로가 도주한 지점.
그 호수가에는 자신의 '형님'이 거주하고 있다.
강력한 결계에 보호되고 있다고해도, 왠지모를 불안감과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절대로 초조해진다.
그렇다면, 다시 부대를 추려서 토벌을 가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서둘러 우키타케 대장에게 허가를 받기위해 막사 내부로 향하던 와중이었다.
ㅡ땡! 땡! 땡! 땡!
울리는건 비상종.
과거, 최초로 여화들이 침입해온 이후로 여화 침입이 있을때만 울리도록 되어있는 종소리다.
'빌어먹을! 하필 이 상황에서 여화가 침입하다니!'
최초의 침입 이후로도 몇번이나 왔었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지만, 시기가 나쁘다.
여화가 침입한 상태에서 고작 호로 한마리를 잡기위해 부대원을 추릴 수는 없는 것이다.
'혼자 가야하나?'
허가 될리 없었다.
◆
여화 침입에 따른 비상소집.
그에 의해 호정13대의 대장들 전원이 막사에 모였다.
"이번에 침입한 여화는 정보에 따르면 최초의 여화 무리와 같다 하더군."
ㅡ에스파다!
에스파다의 존재는 야마모토 총대장을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다.
다만, 막연히 그런 존재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었던 것.
그런데 그것이 이번에 비로소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는 아란칼과 에스파다를 전원 합쳐서 물경 백에 육박한다더군."
이어지는 총대장의 말에 대장진이 술렁인다.
최초의 여화 침입 사건시 드러난 에스파다는 전투력이 대장급에 살짝 못미치는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아란칼이라는 존재들 또한 석관급 이상.
그런 자들이 백에 이르른다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금 강조한 야마모토 총대장은 이어서 그들이 정령정으로 침입해오는 경로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이, 그쪽 부근이라면?"
"그래, 호수가야."
자신의 친우가 기거하고 있는 장소를 경유한다.
그 사실을 알아챈 슌스이와 쥬시로의 초조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거망동하게 움직일수도 없었다.
슌이의 경우는 바이자드 사건 때, 자신의 부대장을 보내며 사고를 친 전적이 있었으며, 쥬시로 또한 비슷한 이유료 인해서 인 것이다.
우노하나의 경우는 4번대가 구호를 맡아야 했기 때문에 무리 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에 대하여 셋이 고민에 쌓여있을 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쿠치키 바쿠야가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호오?"
쿠치키의 말에 조금 놀란 야마모토 총대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성격이라면 이런 일에 나서지 않았을 터인데?
하지만, 그가 가고 싶어한다면 보내주는게 이득이다.
거기에 아무리 아란칼들과 에스파다들이라 할 지라도 기본적으로 대장급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바쿠야의 천본앵을 막기란 힘들 것이다.
물량이 많은 적을 일거에 쓰러트리기 좋은 수단.
그것을 가진 것이 쿠치키 바쿠야였다.
◆
모옥으로 드러선 호로는 처음에 그를 보고 놀랐다.
그러나 그가 정신적 질환을 앓고있는 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는 두가지의 선택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나는 이 남자를 먹어치우는 것.
다른 하나는 남자에게 기생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토록 영압이 약한자라 할지라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면 자신의 영압등이 조금은 회복된다.
그러나 이 남자에게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때문에 기생쪽도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위기의 상황이었다면 앞뒤 제보지도 않고 기생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은 참백도를 하루에 한번 무효화 시키는 것이지만, 살아남는 방법으로는 상대의 몸에 기생하여 정신과 육체를 모두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동료사이에 내분을 조장하는 것이 크다.
이 남자에게 기생한다면 자신은 당분간 다른 기생체에 기생하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결국 호로는 이 남자를 "먹어치우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무시무시한 영압이 이쪽으로 곧장 다가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신들의 동료인가!'
좀 전, 자신을 습격했던 사신들의 무리가 지원군을 데려온 것일 터다.
이 무시무시한 영압으로 보아서, 그리고 느껴지는 숫자로 보아서ㅡ 상대는 자신같은 하급호로가 감당할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남자에게 기생한다.
이 남자의 육체와 정신을 모조리 뜯어내, 최대한 이 남자로 연기를 하며 기회를 엿보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호로는 망설임없이 그의 내부로 파고들었다.
◆
"음?"
남자, 디에즈 에스파다는 모옥에서 느껴지던 두개의 기운 중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를 치고, 그 목적을 숨기기 위해서 정령정을 친다.
그 때문에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며 영압을 불출하고 다니던터라, 오히려 더 민감하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감지하던 기운중 하나가 갑자기 사라져버렸으니 의심이 들법한 것이다.
분명, 어떠한 함정을 팠다 하더라도 자신은 그 함정채로 부서버릴 능력이 되었기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거래의 조건.
때문에 디에즈는 아주 잠시, 모옥에 들어서는 것을 망설였다.
그리고 그 잠시간의 틈은, 일을 것잡을 수 없이 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