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翼) 3화
마음.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 우르키오라 쉬퍼는 그것에 대해 고뇌와도 같은 흥미를 지녔다.
이노우에 오리히메.
그가, 단계에서 납치해온 여성.
그녀와 대화를 나눌수록 우르키오라의 무언가가 술렁인다.
공포에 떠는 것도.
무모하리만치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무의미하게 동료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쿠로사키 이치고는 호로화라는 새로운 검을 얻고, 웨코문드로 그의 동료들과 침입해와 에스파다들을 차례로 쓰러트렸다.
그리고 마침내 카라쿠라 마을의 침공의 개시와 함께, 그는 처분의 명령을 받들었다.
"두려우냐?"
우르키오라 쉬퍼는 물었다.
"넌 소스케님께 버림받았다. 더 이상 널 지켜줄 건 아무것도 없어. 끝이다, 넌 여기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그저 홀로 죽어갈 것이다."
"…………."
"두려우냐고 물었다."
우르키오라의 질문에 오리히메는 대답했다.
"두렵지 않아. 모두가 날 구하러 와줄 테니까. 내 마음은 이미 그들과 같은 곳에 있으니까."
헛소리다.
동료들이 왔다고 공포가 사라지는가?
"응."
"…………."
"처음에 구하러 왔다는 소릴 들었을 땐 조금 기쁘고 너무 슬펐어. 난 모두를 지키고 싶어 여기에 온 건데. 그들은 왜 여기에 와버린 걸까. 왜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은 걸까, 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루키아가 쓰러지는 모습을 느끼고, 이치고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저 이치고가 다치는게 싫고, 그거 모두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었어."
"그런 생각이 든 순간, 깨달았지. 아아ㅡ 그들도 분명 이런 마음이었나보다, 그 중의 누군가가 혹여 나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나도 분명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할거야."
마음이란 무엇이더냐?
가슴을 가르면 그 속에 있는 것이더냐?
두개골을 부수면 그 속에 있는 것이더냐?
그러자 내면에 있던 남자가 속삭였다.
◆
쿠로사키 이치고가 라스 노체스로 난입해 들어온다.
교차하는 두명의 검.
격렬한 춤사위는 라스노체스의 벽을 허물어 밖으로 새어나온다.
"월아천충!"
만해 상태의 이치고가 쏜 월아천충을 가벼운 손짓으로 찢어가른 우르키오라의 검이 심장을 노리고 찔러들어오나, 그것을 감지한 이치고는 필사적으로 천쇄참월을 휘둘러 저지한다.
한층 격렬해지고, 그에 따라서 힘의 차이가 여실해져가자, 쿠로사키 이치고는 그 힘을 억제하지 않고 해방해ㅡ 마침내 호로화를 각성한다.
"닫아라, 무르시엘라고(黑翼大魔)."
레스렉시온을 해방한 우르키오라의 공격에 그 힘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쿠로사키 이치고는 간신히 숨을 이어간다.
"세로, 오스큐라스."
하지만 쿠로사키 이치고는 꺾이지 않는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만한 힘의 차이를 보고도 저항하는건가?"
"힘의… 차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나보다 강하면… 내가 포기할 줄 알았어…?"
그 확고한 신념에 우르키오라가 흔들린다.
저것은 진정한 절망을 모르는 자가 하는 소리이다.
모른다면 가르쳐주마, 이것이 절망의 모습.
그리고 행해지는ㅡ 우르키오라 쉬퍼의 진정한 모습.
2차 해방(레스렉시온 세군다 에타파).
그리고 이어지는 쿠로사키 이치고의 2차 호로화.
그 강대한 싸움의 끝, 호로에게 이성이 먹힌 쿠로사키 이치고의 힘이 우르키오라를 뛰어넘으며 싸움은 싱겁게 결판난다.
"쳇… 여기까지인가…? 죽여라."
"이런식으로 이기는게 어디있어!"
"끝까지 생각되로 안되는 놈이로군…. 이제야 겨우 너희에게 흥미가 생겼는데……. 내가 두려우냐, 계집?"
"두렵지 않아."
"그래?"
쏴아아ㅡ
모래처럼 우르키오라의 신체가 흩날린다.
그것은 영혼으로서 마치는 죽음의 표식.
마음이란 무엇이더냐?
가슴을 가르면 그 속에 있는 것이더냐?
두개골을 부수면 그 속에 있는 것이더냐?
너희 인간은 그 말을 쉽게 입에 담지.
그런가… 이것이…….
이 손바닥에 담긴 것이…, 마음인가.
그러자 내면에 있던 남자가 속삭였다.
'이야기를 여기서 끝낼수는 없잖아?'
◆
정신을 차린 우르키오라가 본 것은 드넓은 초원에 느티나무 한그루였다.
그리고 그 나무아래, 그 남자가 있었다.
"하야나기 카이쥰……."
"오랫만이군, 우르키오라 쉬퍼."
봉두난발에 곳곳이 찢어진 코트를 입고있는 외팔이 남자ㅡ 하야나기 카이쥰의 말에 우르키오라는 그의 앞에 섰다.
이 남자아 이렇게 마주한 것은 아이젠 소스케님을 소울소사이어티에서 모셔올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날, 우르키오라 쉬퍼에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로 내면에서 결코 나오지 않은 이 남자.
그가 그 긴 침묵을 끝에 우르키오라 쉬퍼가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패배해 소멸한 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ㅡ
"몸을 노린거라면 잘못짚었군. 내 몸은 이미 소멸했다."
"별로, 몸의 주도권에 흥미가 있어서 이렇게 나선건 아니다."
흐음ㅡ 하고, 하야나기는 왼팔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더니 잠시간의 뜸을 들이다 말했다.
"넌 분명히 나와 지식은 공유하고 있었지?"
"그렇다. 그 지식이 있었기에 나는 마음에 흥미를 가졌다."
어째서 이런말까지 하는 것일까.
우르키오라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그것은 쿠로사키와 이노우에를 만나 마음을 조금은 알게된 이후 생겨버린 무언가인가?
아니면, 남자와 마주친 그 순간의 기묘한 감각 때문인가?
"그렇다면 설명하기 쉽겠군. 우르키오라, 너도 알다시피 인간의 영혼은 3개의 인격을 가진다. 하나는 인간으로서, 하나는 참백도로서, 다른 하나는 호로로서. 나의 호로로서의 인격은 나에게 『눈』을 주기 위해서 희생했고, 나의 참백도의 인격은 『여럿』이지."
"…………."
"나의 참백도, 원명은 정보를 수집하는 참백도다. 그렇기에 그녀는 『나』라는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정보로 취급해 수집해 보관하고 있었지. 때문에 나는 경화수월에도 죽지 않고 내면에 잠자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라는 인간으로서의 인격이 정말로 『하야나기 카이쥰』인가? 정보로서 취급되어 안전하게 보관되었던 인격이 과연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애시당초, 인간으로서 참백도로서 호로로서의 인격도 모두 합쳐야 본연의 자신이 되는게 아닌가?"
"……하고싶은 말이 뭐지?"
우르키오라의 질문에 하야나기는 씨익 웃었다.
그것은 본래 그의 인격이라면 잃었을 정도로 밝은 웃음.
그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의 인간적 인격은 밝은 부분만이 남은 존재였기에ㅡ
사실은ㅡ
"우르키오라, 너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인격은 사실 네가 본체다."
"뭣?!"
죽음 중 허무를 관장했던 우르키오라로서는 드문 동요.
그러나 그 동요를 무시한 『하야나기』는 말을 이었다.
"나라는 인격은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존재의 양적인 것. 그러나 사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 음적인 것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호로 인격이 사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호로 인격을 만들어냈겠지. 분명 너라는 존재도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존재의 일부이지만, 나와 너 중에 본체에 가까운건 바로 너다."
"그렇기에 나는 제안한다. 너와 나, 그리고 원명의 인격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ㅡ 그리하여, 흩어진 조각을 맞춰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존재가 부활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한때 광증에 시달렸던 하야나기 카이쥰이 되돌아왔던 방법.
"거절한다, 어째서 내가 그러한 일을 해야하지? 거기에 하나가 된다한들 육체는 이미 소멸했다. 의미없는 짓이다."
우르키오라의 거절에 하야나기는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진실이 알고싶지 않나?"
"진실?"
"그래, 너는 분명 지식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 지식 중에 분명 모순되고 의문나는 사항이 존재할 것이다. 가령ㅡ 하야나기 카이쥰이 구더기 소굴에 감금되었던 당시, 그에게 『눈』을 준, 아이젠 소스케 외에도 붕옥을 가지고 있다고 한 『남자』는 누구인가?"
"…………!"
"나는 원명과 1차적으로 융합하여 진실을 알 토대를 구축했다. 남은 것은 너다 우르키오라. 너라는 인격으로서 우리의 존재가 확립된다면,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있다. 거기에ㅡ 너는 네가 그토록 바랬던 것을 얻을 것이다."
"내가 바랬던 것……?"
"마음이다."
인격이 분리되었기에, 음적인 측면만 모였기에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 안에 조금씩 싹트고 있는 것은 분명 마음.
자리에서 일어난 하야나기는 그대로 우르키오라에게 다가갔다.
서서히 모래가 되어 흩어지는 둘.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바람이 둘을 흐트러트리며 하나로 뭉쳐갔다.
그리고ㅡ 세계는 진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