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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Murcielago(黑翼大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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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翼) 5화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는 충격 때문인가, 과거의 그가 비틀거린다.

  ​"​하​여​간​,​ 앞으로 잘 부탁하네. 구더기 소굴의 최심부인 이 독방에 갖힌 이는 나 하나 뿐이거든. 자네가 무슨 위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시 예사 일은 아니겠지. 뭐, 어떠한 이유에서든 현재 이곳에서 대화 할 수 있는 이는 자네와 나 뿐이니, 잘 부탁하네."

 일단 과거의 자신과 거리를 두기 위해 남인척 말을 걸었다.

 이후 과거의 자신은 몇가지를 질문했다.

 가령, 이곳은 어째서 감옥임에도 대우가 나쁘지 않은가?

 그에 나는 내가 아는 지식내에서 대답했다.

 ​"​그​거​야​ 여기있는 녀석들은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 될 가능성을 지닌'사람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지."

 생활은 할만하냐고 물어본다.

 물론, 내 쪽에서도 최악이니 과거의 자신이라고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너스래를 떨어야 했다.

 그것이 나를 유일하게 지탱해주는 것이었기에.

 "음, 오늘 밥도 맛있군."

 식사 자체는 간수가 건네온다.

 하지만 말이 간수지 식사는 나오지 않는다.

 이 공간은 구더기 소굴을 한없이 닮은 곳일 뿐, 그곳이 아니기에 이 공간에 존재하는건 과거의 자신과 나 뿐.

 내가 과거에 간수라고 느낀 것도, 사실은 그저 인기척에 지나지 않았다.

 장님에 감각마저 상실한 과거의 내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시간 자체는 빠르게 흘렀다.

 ​체​감​상​으​로​는​ 약 4년일까.

 시간을 파악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다.

 이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자신은 어째서 이곳에와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의문은 4년이라는 세월간 계속되었다.

 그동안 과거의 자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일지라도 과거의 자신은 움직였다.

 하루는 과거의 내가 말했다.

 ​이​야​기​속​의​ 장님 검호들처럼 다른 감각으로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그에 나는 무리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무리다.

 그것은 미래의 내가 잘 아는 사실이다.

 나의 말에 과거의 내가 주저앉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차라리 이게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대로 나아가도, 결국 결말은 자신처럼 되는게 정해져 있으니까.

 차라리 여기서 ​주​저​앉​아​버​린​다​면​…​…​.​

 그러자 얼마뒤 과거의 내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가락을 쇄결에 있는 상처에 걸치고 넓히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호로화가 되려는 방법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자신도 그러한 충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가 호로화를 한다면 뭐가 된단 말인가?

 ​호​로​화​가​ 된들, 어차피 우르키오라 쉬퍼가 될 뿐이 아닌가?

 어떠한 경로를 타던, 어떠한 발악을 하던 정해진 운명이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자신을 멈추고자 했다.

 ​"​호​로​란​…​…​.​ 인간의 영혼이 부의 감정을 통해서 변화하는 영혼을 말한다. 그들은 변화하면 대부분 기억을 잃지. 하지만, 단 한가지 변하지 않는것은ㅡ 호로가 된 자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부터 해친다는 것이다."

 내 말에 과거의 내가 멈춘다.

 ​"​감​정​을​ 제어한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하물며, 호로가 되고나면 수십 수백배는 강해지는 감정을 억누르는게 쉬울리 없지."

 그 말대로다.

 ​우​르​키​오​라​ 쉬퍼만 해도 그렇다.

 그는 하야나기 카이쥰의 기억과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감정을 죽였다.

 이것은 미래의 내가 겪은 일이니 확실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가 닥쳐오는 씁쓸함에 웃음짓는다.

 뭐가, 타인을 위해서냐.

 가장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냐.

 결국 너는,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포기한 것이 아니더냐.

 ​그​때​였​다​.​

 과거의 자신이 헛구역질을 한 뒤, 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피가 얼굴에 타고 흐르는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의 자신은 계속해서 자책하며 일어서려 했다.

 4년.

 무려 4년에 달하는 시간이었다.

 운명이 정해져있기에 나는 포기하고 과거의 자신을 측은하게 보았다.

 과거의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그 끝은 자신과 같은 말로만이 남은 것이니까.

 어떠한 짓을 해도 헛수고요, 결론은 파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과거의 자신을 막을 권리가 있을까?

 저 당시의 나는 어떠했나?

 지금과 같은 절망 속에서도 일어나려고 필사적이었지 않나?

 그리고 이 만남을 계기로 다시 일어섰지 않나?

 ​헛​수​고​라​고​ 했지만, 이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은 어떠했는가?

 죽음을 각오하고 처형되었을 때에 자신은 뭐라 생각했었던가?

 좋은 인생이었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자신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나?

 '분명 그리 생각했습니다.'

 원명이 속삭였다.

 ​'​당​신​은​ 몇번이라도 쓰러졌음에도 일어섰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일어서야합니다. 저기 있는 과거의 자신을 보십시오. 그는 일어서려고 하지 않습니까?'

 ​하​야​나​기​ 카이쥰이 속삭였다.

 ​'​자​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계속 나아갈거라고 너는 자신의 참백도와 지인들, 그리고 스승님에게 맹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여기서 운명을 알았다고 주저앉아있는 것인가?'

 ​우​르​키​오​라​ 쉬퍼가 속삭였다.

 ​'​그​래​,​ 나는 언제나 말했다. 아무리 쓰러져도 일어나겠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할머니께 맹세했다, 행복해지겠다고. 스님께 대답했다, 그것이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면 이겨내겠다고. 스승님께 약속했다, 말뿐인 의지를 내세우지 않겠다고.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나는 대답했다.

 아는 모두에게 맹세하고 대답하고 약속하고 보여줬다.

 이것이 나의 인생.

 이것이 나의 의지.

 이것이 나의 길.

 ​운​명​이​라​는​ 것에 속박되었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자신은 한계강도라는 절망속에서도 일어섰지 않은가?

 너의 가치는 이제 없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결국 그것은 내가 정한 가치가 아닌 다른 것에 정해진 것이 아닌가?

 ​운​명​(​원​작​)​이​ 어찌되었건, 나는 내가 아닌가?

 ​애​시​당​초​ㅡ​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애시당초 모든것이 운명대로였다면ㅡ 『시바 카이엔』과 『시바 시즈카』는 무엇인가?

 ​카​이​엔​은​ 살아있다!

 ​시​즈​카​는​ 살아있다!

 ​모​든​것​이​ 운명대로였다면, 이미 죽어야할 둘이 살아있다!

 그래, 나는 틀리지 않았다.

 비록 미약하지만 노력한다면, 결국 운명이라는 것은 바뀌게 되어있다.

 ​어​른​들​을​ 말씀하셨다.

 ​인​명​재​천​(​人​命​在​天​)​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명과 인간사는 모두 하늘의 운명이라지만, 결국 그 안에는 자신이 노력한 뒤에 하늘에 맡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정​말​…​ 미련하군……."

 정말로 바보같았다.

 언제나 말해왔던 것, 언제나 지키려고 노력해왔던 것을 또다시 미혹으로 잃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것을 다름아닌 과거의 자신에게서 배울 줄이야.

 ​스​스​로​가​ 미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네 덕분에 미혹은 사라졌다."

 그래, 이런 고민은 애시당초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천년의 세월간, 살아오면서 수만번 맞딱들인 사실이었지않은가?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그뿐이다.

 ​"​보​답​이​랄​까​,​ 투자라고 할까. 자네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지."

 ​"​무​엇​입​니​까​?​"​

 나의 말에 과거의 자신이 반문해온다.

 ​"​육​감​(​六​感​)​을​ 통한 파악법. 영력이 없어도, 육감을 통한 공간파악법ㅡ 즉, 영안(靈眼)의 개안(開眼)에는 하등 문제가 될것이 없지."

 과거의 자신에게 퀸시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 와중에 슬쩍 한계강도에 대해 말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자신은 확고한 목소리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거의 자신이 이러한데 미래인 내가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에 나는 원명의 힘으로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나의 정신세계를 연결했다.

 세월이 다르더라도 동일인물이기에, 그리고 원명이라는 수단이 있기에 가능한 행동.

 황량한 사막에 말라비틀어진 나무 한그루가 있는 곳.

 과거의 내 내면 세계이다.

 "너는 누구지?"

 과거 자신이 영안을 얻는 대가로 잃은 호로 인격인 소년이 물었다.

 그에 나는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나, 그런데도 나를 못알아보는건가." 하면서 웃었다.

 건너편 방의 남자라는 이야기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의 내가 나설수는 없는 일이었다.

 ​"​모​습​을​ 보여라."

 ​"​보​이​고​ 싶어도 못보여주네. 일단, 자네의 본래 인격이 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이미지화 시킬수없거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네놈의 목적은 뭐지?"

 ​"​경​계​하​지​말​게​.​ 굳이 말한다면, 자네와 나는 타인이 아니니까."

 ​"​타​인​이​ 아니다?"

 ​"​자​네​의​ 감각이 나를 친숙하게 느끼고있겠지? 실제로 자네든 자네의 본래 인격이든, 그 감각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맞았지."

 너와 나는 같은 뿌리니까.

 ​"​이​런​,​ 역시나 경계당하는군."

 그에 나는 영안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것도 모두, 원명의 힘에 의해 확고해진 지식.

 ​이​야​기​를​ 모두 들은 호로인격은 그에 반색하며 과거의 나를 정신세계로 끌어들여서 싸웠다.

 그 싸움은 모든것을 알고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슬픈 일이었다.

 싸움의 중간, 과거의 나는 ​외​쳤​다​. ​

 "난 분명히 한심해. 넘어지고, 쓰러지고, 엎어지고, 매일같이 패배할 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겠어. 너에게 잡아먹혀 편하게 지내는것이 안식이라면, 난 안식에도 맞서 싸우겠어. 그것이 강해지겠다는 나의 길이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길이다!"

 "난 언제고 다시 일어서겠다!"

 그리고 그 신념에 호로인격은 희미하게 웃으며 사라져간다.

 "꼭 ​행​복​해​져​야​해​요​…​…​.​"​

 ​고​맙​다​,​ 과거의 나를 지켜준이여.



 영안을 얻은 과거의 나에게 나는 영안에 대해 설명했다.

 ​수​백​년​간​ 보아온 형상.

 지금은 육체가 없는 정신체 상태이기에 영안 상태는 아니지만 이해시키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붕옥』을 꺼내들었다.

 명분은 간단하다.

 퀸시의 전투법을 운운하며 그에게 현세의 탈을 쓴 환상으로 초대하기 위한것.

 이것은 붕옥이 아니다.

 붕옥의 본래 힘은 주변의 이들의 소망으로 이끌어주는 것.

 하지만 이것은 원명을 형상화 시킨것으로 가짜다.

 과거의 나는 붕옥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르키오라가 되더라도 붕옥이라는 키워드에 정신이 돌아올테니까.

 그리고 이어서 나는 현세로 보낸다는 거짓말과 함께 과거의 나를 원명에 의한 정신세계로 보냈다.

 그것은 원명의 특성과 더불어, 그와 내가 동일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사라지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원명에게 말했다.

 "이제 됐어, 의혹은 없다. 여기까지 과거의 자신과 너에게 두들겨 깨워지면 정신을 차릴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알았나요?"

 ​"​그​래​,​ 나는 우르키오라로서도 하야나기 카이쥰으로서도 자신을 받아들일거야. 그리고 운명이라는 것에 맞서서 앞으로 나아갈거다."

 내 대답에 원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원명. 너의 힘을 빌려줘. 과거, 내가 아란칼들과 싸울때처럼 나에게 너는 정보를 제공해주길 바래."

 ​"​무​엇​을​ 원하시나요?"

 ​"​아​이​젠​ 소스케를 쓰러트리는 법."

 내 대답에 원명은 환상으로 만들어낸 구더기 소굴을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장소로 안내했다.



 원명이 데려간 곳은 호수가의 한 모옥이었다.

 그리고 그 모옥을 본 하야나기는 단숨에 이해했다.

 이 모옥이, 자신이 광증에 걸렸을 때에 있던 그곳이라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원명이 제시한, 아이젠 소스케를 쓰러트리는 방법을.

 그에 따라서 하야나기는 모옥의 결계를 일시적으로 허술하게 풀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호로가 모옥에 숨어들어갔다.

 이걸로 그 호로는 기생을 하고, 그 끝에 자신의 광증을 치료할 것이다.

 이걸로 모든 미혹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스스로가 걷는 것 뿐.

 ​"​드​디​어​ 시작인가?"

 그 말과 동시에ㅡ 하야나기 카이쥰은 환한 빛과 함께 소생했다.

 - 익(翼) 完 -

 떡밥 회수때는 글이 참 잘써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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