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 3화

 본래의 역사.

 ​『​원​작​』​에​서​의​ 하야나기 카이쥰은 보시다시피 우르키오라로서의 존재 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때문에 만해를 습득하고 인격이 합쳐질때 그는 절망했었던 것이다.

 ​우​르​키​오​라​ 쉬퍼가 되기전의 단계 외에는 가치가 없는 존재.

 그것이 하야나기 카이쥰이었다.

 ​하​지​만​,​ 하야나기 카이쥰은 그것을 극복했다.

 지금의 그는 카이쥰이었을 때에도, 하야나기 카이쥰이 되고서도, 우르키오라로서도,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까지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재능이 없고, 팔이 잘리고, 눈이 멀고, 스승을 잃고, 감금당하고, 잊혀지고, 실험당하고,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열등감을 가지고,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베고, 미치고, 사형을 당해ㅡ 호로가 되었다.

 ​어​찌​보​면​ 원래의 삶이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재능이 없고 도적을 만나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게 됐지만, 자식을 얻고 후손들을 보았던 것이다.

 그 끝에, 도적들에게 모든것을 잃었다지만 그것은 지금의 하야나기 카이쥰의 삶을 돌이켜보면 양호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 하더라도, 눈 앞의 아이젠 소스케는 강하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 부어도, 만해를 각성했던 그 조차도 이기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어째서 하야나기 카이쥰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것인가?

 재능이 없다고 모욕당하고, 신체가 훼손되고, 인격이 붕괴해가면서까지 어찌하여 힘을 추구하는 것인가?

 ​사​신​이​라​는​ 꿈이 그렇게도 대단했던 것인가?

 ​"​어​째​서​ 싸우는 것인가요?"

 ​"​어​째​서​ 너는 싸우는 것이지?"

 아카식 레코드에서 하야나기 카이쥰은 그들을 보았다.

 ​참​백​도​,​ 원명의 인격들 중에 하나라고 하며 나타난 이들.

 ​언​젠​가​,​ 환상을 보았을 때에 그에게 참백도를 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나타났던 여인.

 ​환​상​으​로​ 만들어진 도적들이 있었을 때에 그에게 자신을 참백도라고 말했던 여인.

 ​언​젠​가​,​ 자신이 하야나기이며 카이쥰이라고 인정했을 때 심상의 세계에서 자신을 깨우쳐줬던 남성.

 ​환​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미혹에 빠진 그를 스스로가 인정하게 했던 남성.

 ​디​에​즈​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게해준 남성.

 ​이​후​로​도​,​ 참백도를 해방 했을 때에도 미쳐있던 정신을 바로 세워준 것도 바로 그의 심상에 나타났던 참백도의 인격이다.

 그들이 또다시 하야나기 카이쥰에게 물었다.

 ​"​어​째​서​ 싸우는 것인가요?"

 ​"​어​째​서​ 너는 싸우는 것이지?"

 그것은 언제나 하야나기 카이쥰이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질문.

 ​어​째​서​,​ 자신은 이토록 슬프면서도, 힘들면서도 싸우는가?

 그 질문이었다.

 그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대답했다.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그들의 이름을 전부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친구도 지인도 가족도 그리고 알고있는 모든이들도 포함될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격이 합쳐지고, 만해를 터득하며,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진실을 알고, 아이젠 소스케를 쓰러트리기로 결심한 그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그가 지키고 싶어하는 이들은 보호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보다 약한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심이었다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련을 겪으면서, 스스로 자괴와 미혹에 빠졌으면서 어떻게든 일어선 그는 깨달았다.

◆

 최초로 하야나기 카이쥰이 자신의 힘을 사용한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그것은 시바 시즈카와 집에 돌아가던 중, 호로와 만나 싸웠던ㅡ 외팔이 되었던 그때였다.

 그때 그는 지키고자 했었다.

 그 다음 하야나기 카이쥰이 자신의 힘을 사용한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그것은 시바 가문이 멸문하던 때, 그의 스승이 죽고 동생이 죽을 위기였던ㅡ 디에즈와 싸웠을 때였다.

 그때 그는 지키고자 했다.

 그 이후에 하야나기 카이쥰이 자신의 힘을 사용한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그것은 미처버렸던 한중간, 그의 새로운 가족이 된 시바가의 이들중 한명인 카이엔이 죽을뻔했던ㅡ 원명을 해언했을 때였다.

 그때 그는 지키고자 했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진정한 힘인 참백도의 힘을 끌어낸 것은 모두 모두를 위해서 싸웠을 때부터 였다.

 ​가​족​중​에​ 그보다 약한 이는 없었다.

 ​어​린​아​이​였​던​ 시바 시즈카 마저도 자라서는 그보다 강해졌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는 가족을 지키고자 했고, 그랬기에 비록 남들에 비할바는 못된다 할지라도 계속 강해져 왔던 것이다.

 ​그​랬​다​.​

 ​하​야​나​기​ 카이쥰의 힘은 언제나 그랬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가족을 타인을 모두를 지키고자 할때ㅡ 그는 비로소 한계를 넘고 강해져 왔던 것이다.

 ​살​아​생​전​,​ 고아가된 그를 길러주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이후 길러주신 스님이, 그가 쓰러지려할때 일으켜 세워준 호로인격이 말했다.

 ​ㅡ​힘​내​라​고​,​ 행복하라고.

 ​그​랬​기​에​ 그는 싸웠다.

 ​행​복​하​기​ 위해서 힘냈다.

 그의 행복은 가족이 무사한 것이었다.

 그것은 부모의 얼굴조차 모르고, 길러준 할머니를 잃었던 그의 어린날의 집착 때문일까?

 ​하​야​나​기​ 카이쥰은 자신의 이름이 하야나기이며 카이쥰임을 인정했다.

 그는 과거를 인정했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했다.

 ​그​랬​기​에​ 영안에 도달 할 수 있었고, 시해를ㅡ 만해를 익혔다.

 그리고 그순간 하야나기 카이쥰의 미혹은 모두 사라졌다.

 언제나 시련을 겪으며 말하지는 않았으나 계속해서 고민해온 그 답.

 어째서 자신은 강해지려는가, 왜 포기하지 않는것인가?

 그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ㅡ 지키고자 검을 들었던 것이다.

 "나는 지키고자 싸웠다."

 그런 하야나기 카이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참​백​도​의​ 인격이라 스스로를 밝혔던 남여가 미소지었다.

 하지만 하야나기 카이쥰은 그들이 원명의 인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만해의 각성 때에 그는 분명히 『참백도의 영혼과 합쳐졌기 때문』이다.

 ​그​랬​다​.​

 이들은 원명의 인격 중에 하나가 아니었다.

 좀 더 다른ㅡ 말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하야나기 카이쥰의 가슴에 화인처럼 새겨진 이들이었다.

 "정말 훌륭하게 자랐구나."

 "정말 씩씩하게 자랐구나."

 둘의 말에 하야나기 카이쥰이 대답했다.

 ​"​어​머​니​…​ 아버지……."

 언제나 하야나기 카이쥰이 괴로워 할 때, 나타나서 길을 제시해 줬던 이들.

 그들은 그의 돌아가신 부모님이었다.

◆

 ​"​정​말​이​지​ 훌륭하게 씩씩하게 자랐구나."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말한 남성ㅡ 아버지의 말에 하야나기는 대답하지 못했다.

 ​"​언​제​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해서 마음이 아팠단다."

 ​슬​픈​듯​이​ 말하는 여성ㅡ 어머니의 말에 카이쥰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적​떼​가​ 습격한 이후 돌아가신 두분은 어린 하야나기 카이쥰에게는 큰 화인이었다.

 ​할​머​니​가​ 그를 길러주었다 한들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을까.

 이후 의도적으로 두분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두분을 원망했는데, 두분은 자신을 지켜보고 지켜주셨다.

 ​"​…​…​…​…​아​버​지​,​ 어머니."

 두분을 불러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만해를 했을 때.

 세계의 진실을 알았을 때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수많은 것을 이해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영혼이라 한들, 세계의 진실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기에 대부분은 무의식의 사이로 흘렸던 것이다.

 그런 그가 주목한 아이젠 소스케의 타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있던 부모님의 생각.

 ​그​랬​기​에​ 그는 아이젠 소스케를 타도하는 방법을 얻었던 그때, 부모님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언제나 생각조차 하려하지 않았던 두분은 자신을 지켜보고 계셨고, 바른길로 인도하셨다.

 그런 두분의 사랑을 알았기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단지, 단지 두분을 부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던 일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도 두분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네가 걱정이었다만, 이제 너도 어엿한 어른이 되었구나."

 ​"​고​집​이​ 센게 꼭 아버지를 닮았었죠."

 ​"​의​지​가​ 강한게 꼭 어머니를 닮았었지."

 ​"​언​제​나​ 네가 쓰러질까봐, 그리고 일어나지 못할까봐 조마조마 했었지만, 어느새인가 네 주변에는 너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었구나."

 "이제 안심이다. 너는 강해졌어. 최후의 흔들림이었던ㅡ 그리고 근본적인 고민이었던 강함의 추구 또한 스스로가 답을 찾았으니까."

 ​"​그​러​니​까​ㅡ​"​

 ​"​ㅡ​이​제​ 작별이란다."

 두분의 말씀에 하야나기 카이쥰이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의젓한 태도였으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어찌 말해야 할까.

 이 감사함, 이 따스함, 그리고 이 외로움과 슬픔을.

 이제 겨우 두분을 알았는데, 이제 떠나신다고 하신다.

 하지만 그것이 섭리임을 아카식 레코드와 연결된 하야나기 카이쥰이라고 모를까.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리라.

 ​"​힘​내​렴​.​ 우리는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있단다."

 미쳤을 때에 자신을 지켜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행​복​하​렴​.​ 우리는 언제나 너를 응원한단다."

 언제나 비틀거리던 그를 포기할거냐고, 일어서라고 다그쳤었다.

 그런 두분의 말씀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대답했다.

 ​"​지​켜​봐​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하​야​나​기​ 카이쥰의 대답에 두분은 웃으며 흐려져갔다.

 그 잠시간의 여운을 눈감고 느끼던 하야나기 카이쥰은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아이젠 소스케.

 어느새 주위에 모인 이들은 그가 지키고자 한 사람들.

 그는 자신의 힘이 강해질 때가 지키고자 할 때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지킬 것이다.

 ​이​번​에​도​ 한계를 넘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대답이다.

 그는 더이상 사신이 아니었기에 사패장이 없었다.

 아니. 애초부터 그는 사패장을 두르지 않았었다.

 몸에 두른 것은 최초의 인연이었던 스승님이 제작해주시고 시바 시즈카가 수선해준 코트.

 그는 더이상 재능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을 언제나 따라잡고 싶어했었다.

 지금, 그의 영력은 무한, 그리고 그의 검은 구현된 그의 참백도 ​천​원​명​록​(​天​原​銘​錄​)​.​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스승님이 만들어주신 천타.

 그가 그토록 원했던, 친구들과 같은 이도일대의 형태ㅡ 천원명록과 천타 두개의 검을 든다.

 그가 말한다.

 ​무​르​씨​엘​라​고​라​고​.​

 ​우​르​키​오​라​ 쉬퍼였을 때에 그가 지녔던 2차 해방.

 그 힘을 지금의 육체로ㅡ 바이자드와 쿠로사키 이치고와 같은 형태로 구현한다.

 그것은 2차 호로화와도 같았다.

 둘러진 낡은 코드의 사이로 거대한 검은 날개가 펼쳐진다.

 ​마​스​크​와​도​ 같이 씌워진 호로가면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

 ​한​손​에​는​ 자신의 영혼이 구현화한 참백도 천원명록을, 다른 한 손에는 스승님의 마음이 구현화한 참백도 천타를ㅡ

 그리고 마침내ㅡ 검은 눈동자가 희미한 빛을 품으며 영안이 개방된다.

 "나는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하야나기 카이쥰은 비로소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