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 4화
하야나기 카이쥰은 강해졌다.
한계강도를 넘고, 자신의 영혼을 각성시켜, 그 끝에는 세계의 진리에 조금이나마 닿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솔직히 말하면 정신적인 강함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한계를 넘어선다 한들, 존재차원이 고차원인 현재의 아이젠 소스케에게 닿지는 못한다.
하지만ㅡ 그는 그럼에도 아이젠 소스케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애당초ㅡ 이곳에는 자신만 있는게 아니었으니까.
"합류하겠어!"
제일 처음 말하며 그의 옆으로 다가온 이는 쿠로사키 이치고였다.
만해를 깨우치고, 호로화까지 도달해, 우르키오라 쉬퍼 였던 자신을 쓰러트렸던 그 힘은 든든했다.
"여기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구먼."
그 다음 그와 이치고의 옆에 선 것은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 총대장이었다.
아이젠 소스케의 책략에 휘말려 큰 타격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이들보다 강하다.
"……오랫만이군."
"……면목없다."
그 뒤를 이어서 쿄라쿠 ㅤㅅㅠㄴ스이와 우키타케 쥬시로가 다가왔다.
그들은 과거부터 하야나기 카이쥰과 호흡을 맞춰왔던 사이다.
그 누구보다 둘의 강함을 알고있기에 좋다.
"네가 말로만 듣던 그 사신이었던 사람이군."
이어, 히츠가야 토시로와 소이퐁을 비롯한 대장급 사신들이 합류한다.
"오라버니,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요."
눈물을 흘리며 시바 시즈카가 다가왔다.
그런 그녀를 아련한 눈으로 보던 하야나기는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쓰다듬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것은 첫 만남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시즈카가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당신이구마이."
바이저드들이 시바 시즈카와 함께 합류한다.
"건강해보이니 다행이군요."
그의 선생, 우노하나 레츠가 말했다.
"선생, 이렇게 만날줄을 몰랐군."
시호인 요루이치와 우라하라 키스케가 마지막으로 합류한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전부가 쟁쟁한 실력을 지닌 이들.
제 아무리 아이젠 소스케가 존재차원이 상승한다 할지라도 이만한 실력의 이들이 모였다면…….
"뭔가 했더니 결국 숫자놀음이었나. 개미가 제아무리 모여봐야 용을 이길수는 없는 법이지."
아이젠 소스케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전투자세를 잡는다.
해방되는 각각의 참백도.
그리고 솟구치는 영력의 소용돌이.
그리고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제일 처음 움직인 것은 히츠가야 토시로였다.
그는 자신의 참백도로 아이젠 소스케를 베어갔으나, 아이젠은 그것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막아낸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사각에 파고든 쿄라쿠가 검을 휘둘렀으나, 아이젠은 자신의 오른손을 휘둘러 검으로 그것을 쳐낸다.
그것은 처음의 싸움의 재현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아군측 인물들이 모두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전의 싸움에서 그들이 벤 것은 아이젠 소스케가 아니라 모모였다.
그랬기에 그들은 싸우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다시한번 아이젠 소스케가 경화수월을 쓴다면?'
그것이 이번에는 모모가 아닌 하야나기 카이쥰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이 그들을 억제하고 있었다.
아이젠 소스케는 그런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더군다나, 존재 차원이 상승해서 그마저도 능가한 아이젠 소스케는 더이상 그들이 힘을 합친다고 이길 수 있을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토록 덤벼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회, 그렇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기대를 걸고 몰아 붙였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하야나기 카이쥰에게 기대를 걸고 덤벼든다.
이것이 불발이 될 확률은 높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않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만ㅡ
"그런 몸으로 덤벼들다니, 어리석군."
그들은 치사량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휘둘러지는 아이젠의 검에 단 일격마다 한명씩 떨어져나간다.
우노하나 레츠가 최선을 다해 그들을 치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달려든건 하야나기 카이쥰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단 한순간, 단 한순간이라도 아이젠 소스케가 참백도를 해방하게 해달라는 그 말.
그것을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해 덤벼들고 있었다.
싸움은 명백했다.
이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아이젠 소스케의 압승.
이미 승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한번 아이젠 소스케의 나쁜 버릇이 작용한다.
그는 타인에게 계략을 걸고 그것을 설명하기 좋아하는 자.
남을 업신여기고, 상대의 책략을 자기의 능력으로 짓누르는걸 즐긴다.
더군다나, 존재차원이 상승함으로서 그들과의 차이가 한계 이상까지 나버린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간단한 대답이다.
아이젠 소스케는, 그들을 희롱하듯 검을 놀릴 것이다.
죽이지는 않는다.
다만 바닥을 기는 그들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보이려 할 뿐.
그랬기에 그는ㅡ 선택을 하고야 만다.
단순히 자신의 힘으로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참백도라는 이제는 불필요해진 힘을 써서 그들끼리 싸우도록 하려는 것이다.
직접 상대하기가 귀찮다는 이유였다.
"나의 경화수월은 너희 모두가 걸려있지. 아니라면 오직 거기있는 쿠로사키 이치고와 하야나기 카이쥰 뿐이다."
아이젠 소스케가 검을 세운다.
그리고 그 힘을 해방하려는 순간ㅡ 그동안 대기하고있던 하야나기 카이쥰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파고든다.
"흥!"
캉!
부딪히는 둘의 검.
다른 이들은 단 한번의 격돌로도 빈사에 이르렀으나,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데다가 자신의 모든 힘을 최대한도로 개방한 하야나기였기에 검은 교차한다.
무시무시한 공방.
아이젠 소스케의 일검 일검은 산을 밀어버릴 정도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하야나기 카이쥰이라고 다르지 않다.
존재차원이 달라서 상처를 입힐 수는 없지만, 그 힘만은 동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아이젠 소스케는 불사신에 이르렀고, 존재차원 또한 급이 달랐기에 이 싸움은 하야나기 카이쥰의 패배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ㅡ
여기서 하야나기 카이쥰은 숨겨두었던 비장의 수를 사용한다.
혹시 기억하는가?
하야나기 카이쥰이 '최초로 먹어치운 호로'를?
미쳐서 모옥에 있던 한중간, 그곳으로 침입했던, 타인의 영체와 융합해 그 몸을 빼앗는 능력을 가지고 있던 호로를?
다른 호로와는 다르다.
우르키오라가 되기위해서 먹어치웠던 호로들과는 달리, 그것은 직접적으로 우르키오라에게 융화되었던 것.
하야나기 카이쥰이 호로의 인격이 사멸했던 그 시점에서 대신 그 인격의 자리를 흡수해 융화되었던 그 호로ㅡ 『메타스타시아』는 어느 의미로 하야나기 카이쥰의 호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힘ㅡ 그 특수능력을 하야나기 카이쥰이 쓰지 못할리 없지 않은가?
그랬다.
하야나기 카이쥰은 원작에서의 아란칼 『아로니로 아루루에리』와 비슷하게 메타스타시아의 능력을 계승했다.
그것은 타인에게 기생하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메타스타시아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수한 능력ㅡ
기억하는가?
그에게 기생했던 호로가 가진 능력을?
그것은 아이젠 소스케의 실험에 의해 탄생한 호로였고,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에 한번 참백도를 무효화하고, 상대의 영혼에 깊숙히 기생해 그 정신과 육체를 빼았는 힘』
그래, 하야나기 카이쥰은 계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생하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
그것은ㅡ 하루에 한번 타인의 참백도를 무효화 시키는 능력이었다!
"뭣이?!"
하야나기 카이쥰과의 접촉과 동시에 아이젠 소스케의 경화수월이 사라져간다.
한순간 사라진 검의 공백.
의외의 상황에 놀란 아이젠 소스케가 경악성을 내뱉을 때, 하야나기 카이쥰의 이도는 그 몸을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