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 8화
원작의 쿠로사키 이치고는 합일을 이루어 무월을 쓴 이후 사신으로서의 힘을 잃었다.
그것은 단순히 사신으로서만의 힘이 아닌, 아주 사소한 영력 즉 귀신을 보는 힘까지 모두 잃은 것이었다.
하나의 영혼으로 합일되는 현상.
인격이 합쳐져서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그 강한 아이젠 소스케조차도 그 합일을 이루는데에 붕옥이라는 힘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그 결과 자신의 인격을 모조리 강제적으로 합쳐 하나의 존재로서 힘을 가지게 되었고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아이젠 소스케가 불사가 된것은 무슨 이유지?
단순히 붕옥을 흡수했고, 붕옥은 파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붕옥이 봉인된 순간 효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원작의 아이젠 소스케는 여전히 불사였고 죽지 않았기에 유베되었다.
인격의 합일로 완전한 영혼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영혼을 완전하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그 영혼은 모든 존재를 개방함으로서 일시적으로 무한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호로와의 벽을 허무는것 만으로 영혼은 한계강도라는 제한이 사라져버린다.
그렇다면 모든것을 허물어 완전한 존재가 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 도달하는 것인가?
그래 그것은 『세계』에 도달한다.
어느날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현세의 존재는 죽으면 소울소사이어티로 인도된다.
그렇다면, 소울소사이어티의 영혼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는거지?
현세에서 죽었기에 영혼이 되었고, 그런 그들은 다시한번 영혼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또다시 죽는다.
그렇다면, 그 이후로도 소울소사이어티와 비슷한 무언가 세계가 있어서 그들은 그곳으로 인도되는 것인가?
아니다.
답은 바로 『세계는 영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것이다.
세계는 영자로 이루어져있고,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밀도는 다르더라도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은 그 밀도가 가장강하고, 그것은 소울소사이어티에서 존재하다가 결국 죽어서 세계로 돌아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과 어떤의미로는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그래, 영혼이 죽으면 세계로 환원된다.
그리고 합일을 이룬 존재는 그 자신의 한계가 모두 초월해 세계에 도달했고 그 덕분에 초월적인 힘과 존재차원을 가지는 대신, 영혼이 가진 힘을 모조리 소진하면 죽어서 세계로 환원되는 것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우화등선이나, 불가에서 말하는 열반이 그것이다.
영혼의 합일이란 바로 그것과 같은 초월적인 각성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아이젠 소스케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그 자신이 합일을 해서 강해진다면, 결국 그로인해 소멸할 것이라고.
아무리 강한 영혼이라 한들 베터리처럼 계속 소모되어 사라질거라고 말이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을 지키고자 붕옥의 힘을 빌어 불사가 되었던 것이다.
합일을 이루고, 세계로 환원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카식 레코드와 접속해있던 하야나기 카이쥰 또한 그 사실을 알고있었다.
자신이 만해을 통해 합일을 이루었으며, 그 덕분에 소멸할 것을.
원작의 쿠로사키 이치고의 경우 『죽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로의 환원이 아닌 그 힘의 소멸로 이어졌지만, 이미 죽은 인간인 하야나기 카이쥰으로서는 세계로의 환원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키기 위해서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인생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맞서서 지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ㅡ 그다지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죽어 없어진다면 남겨진 이들중에 슬퍼할 이들이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살고자 그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시당초 그는 우르키오라 쉬퍼로서 소멸할 것을 만해라는 각성과 합일이라는 각성을 통해 아카식 레코드를 고쳐써서 부활했었기에 시간의 차이였을 뿐 결과와 의미는 같았던 것이다.
그는 완전한 부활을 한게 아니었다.
단지, 아이젠 소스케를 타도해 지키기 위해 그 생을 억지로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 한번의 찌르기.
단 한번의 필살기로 모조리 승화되었다.
그가 싸우는 내내 자신의 힘을 숨겼던 것도, 아이젠 소스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단 한번의 궁극에 도달한 찌르기 이후 자신이 소멸할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소멸했던 것이다.
억지로 연명한 생을 다하여, 단 한번의 찌르기로, 자신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소멸했던 것이었다.
그가 소멸한 자리에서 많은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동생들과 친우, 제자, 선생, 동료, 지인ㅡ 수많은 이들이 그의 희생을 기렸다.
"오… 라버니……."
시바 시즈카는 그자리에서 몇날 며칠이고 울었으며, 그것을 우노하나 레츠는 자신의 업무마저 미루고 위로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란칼 중에 유일하게 살아있던 티아 할리벨의 경우 당장이라도 처형해야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녀를 처형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현재 감금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호로였지만, 소울소사이어티를 구한 하야나기 카이쥰의 동료였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아이젠 소스케에게 반기를 들어 아군이 되기도 했었다.
이미 전멸해버린 중앙46실은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는데 정신없었고,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대장급 사신들은 할리벨을 두둔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그녀의 취급은 차후 결정될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새로운 중앙 46실은 그동안 밀렸던 업무를 처리하면서 판결을 내리고 있었고, 그런 그들은 티아 할리벨의 처분에 고심했다.
평소의 그들이었다면 사형을 선고했겠지만 이미 중앙46실의 위엄은 사라진지 오래인데다가, 원작과는 달리 총대장은 중앙46실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따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신들도 마찬가지였고, 모든 것은 하야나기 카이쥰의 영향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이 되던 날.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 시즈카와 레츠가 할리벨을 면회했다.
"우르키오라… 님……."
호로로서는 드물게, 아니 전무하게도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호칭 또한 우르키오라가 아닌 예전의 호칭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시즈카는 깨달았다.
아아, 이 호로여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렀다.
티아 할리벨에 대한 처분은 보호감찰이었다.
그것은 중앙46실의 판결에 총대장이 대장들의 서명을 가지고 반대했기에 가능한 것으로, 티아 할리벨은 호로였지만 바이자드 들과 같다며 말한 결과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바이자드 들과 마찬가지로 보호감찰 처분으로 끝났다.
그것은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의 친우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한달이 지났다.
티아 할리벨은 여전히 무뚝뚝했고, 호로였지만 시바 시즈카들과는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쿠로사키 이치고 일행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가끔씩 소울소사이어티에 방문했다.
우리하라 키스케는 복귀했고, 시호인 요루이치 또한 복귀했다.
바이자드들은 복귀가 논해졌지만 그들 측에서 거절했다.
그리고 그 한달동안, 아이젠 소스케와 하야나기 카이쥰이 싸웠던 그 자리에 하나의 묘석과 함께 꽃이 놓여 있게 되었다.
ㅡ하야나기 카이쥰
그리 써진 묘석은 언덕에서 고요히 서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