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왕자와 왕녀의 옛이야기.
요 며칠, 페이 오빠나 레오들의 움직임이 묘하게 수상하다.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해 온다던지, 타이밍 좋게 방해하러 온다.
특히 보먼들을 만나러 가려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성의 뜰을 산책하거나 하고 있으면, 반드시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누군가가 묘한 용무를 대고 나타난다.
장난을 당할만한 일에 짐작이 가는것도 아니고,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척을 하며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여러, 내 사랑스런 공주님. 오늘도 좋은 날씨구나」
「.......」
질리지도 않고 나타난 페이 오빠.
이렇게나 가는 곳마다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아니라도 기분이 나빠질 터.
입에 장미라도 물고 나타났다면, 틀림없이 환상의 오른쪽이 불을 뿜고 있다고 생각해.
일그러지는 뺨을 어떻게든 이성으로 누르고, 평정을 가장해 미소지어 보인다.
내 조용한 분노를 느꼈는지, 페이 오빠의 얼굴도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이, 이제부터 어디에 가니?」
「.......」
미소지은 채 페이 오빠의 앞을 그냥 지나가, 나는 곧장 목적지로 간다.
역시나 무시되어서 뜨끔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내 뒤를 따라온다.
이건 그건가? 감시되고 있는 거구나.
그렇다고 하면 내 뭘 페이 오빠들은 경계하고 있는거려나?
그런 이상한 짓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과거의 행동을 뒤돌아봐도 역시 짐작은 가지 않는다.
여러가지 생각하며 걷고 있자,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문 앞에서 나는 어깨 너머로 살짝 보이는 페이 오빠를 뒤돌아본다.
응. 그 얼굴은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구나.
어쩔 수 없다. 조금 혼내 줄까.
「페이 오라버니도 여기에 용무가 있으신가요?」
「그, 그래. 그렇지. 나도 여기에 용무가 있었어」
그 대사에 동행하고 있던 아니스가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 페이 오빠에게서 황급히 거리를 둔다.
여전히 깨닫지 못한 페이 오빠에게,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워 돌아보았다.
「함께 들어가실래요?」
「아, 그래.......」
간신히 페이 오빠가 내 등 뒤에 있는 문에 눈을 돌렸다.
페이 오빠는 그곳의 의미를 알자, 재미있을 정도로 극적이게 얼굴이 새파래져 간다.
뭘 생각하며 뒤를 쫒아왔는지는 모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대답을 하니까 저처럼 어쩔 수 없는 사태에 빠지는거야.
「알겠습니다. 페이 오빠가 그렇게 말하신다면, 부끄럽지만 저는 함께 들어가도 상관없어요」
「아니아니아니아니, 아, 아냐, 스와지크! 이이, 이건 실수라고 할까, 착각이야!」
「최근 줄곧 제 뒤를 쫒고 계셨던 건 이를 위해서였네요. 정말 좋아하는 오라버니의 부탁이니까, 저는 죽을 정도로 부끄럽지만 참을 수 있어요」
분위기를 타 눈초리에 눈물을 모아 보이며 페이 오빠의 손을 확실히 잡는다.
이 변태 로리콘 녀석, 사회적으로 죽는게 좋아!!
손을 잡힌 페이 오빠를 보자면, 마치 열탕에 손을 밀어넣은 듯한 기세로 팔을 당겼다.
눈이 굉장한 기세로 헤메이고 있고, 거기에 얼굴이 새빨갛다.
마무리 일격을 먹여주자.
「페이 오빠, 상냥하게 해 주세요?」
「미안, 스와지크! 급한 일을 떠올려냈어. 실례할게!!」
「아, 페이 오라버니!」
내 달라붙는 손을 뿌리치는 듯한 기세로 페이 오빠가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나간다.
덧붙여서 옆에 대기하고 이ㄸ썬 아니스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는지, 단지 멍하니 서 있다.
잘 쫒아낸 건 다행이지만, 역으로 이걸 계기로 적극적으로 되면 어쩌지.
한순간 싫은 미래도를 머리를 저어 쫒아낸다.
일단 여기에 온 원래 목적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고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에서 아름다운 햇빛이 비추는 오후.
나는 홀로 내 방에서 으응~ 하며 신음하며 일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신음하고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은 의외로 순조롭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말야.
이 며칠 사이 내가 한 일은, 결국 정무관에 가서 바깥 사람이 말한 터무니없는 명령을 철회한 것 뿐.
관료 사람들의 반응이 처음 방문했을 때 보다도 상당히 나아진 게 현재로써의 유일한 성과겠지.
그 이외의 상황 개선책은 의외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양부모에게의 어프로치는 실패했고, 보먼이나 니나와도 결국 만나지 못했다.
미샤와는 상당히 사이좋아질 수 있었지만, 역으로 아니스가 나와 미묘하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처럼 느껴진다.
아니스는 미샤빠였기 때문에 뺏겼다고 생각해서 질투하거나 하는건가.
스비타나 라이라는 여전히 쿨한 반응인 채고, 레오에 이르러서는 찾아오는 것도 드물다.
유일하게 페이 오빠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탠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접해 주는 유일한 존재지만.......
「시스콘 로리변태가 아니라면, 어쩌면 강력한 아군이라고 생각해 의지했을 지도 모르는데. 페이 오빠는 정말로 유감씨야」
상황을 정리하며 자신이 놓여져 있는 상황에 나는 깊은 한숨을 쉰다.
대체 뭘 하면 환경 개선에 연결되는 걸까.
여기가 아무리 양보를 해도, 상대는 멀어져 가기만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명확한 악의가 보이지 않는 만큼, 역으로 화낼 계기조차 잡을 수 없다.
뭐, 화낼 예정은 없지만 말야.
아아, 보먼이나 니나의 그 풋풋함이 그립다.
만나고 싶은거얼, 만나서 만지작거리며 놀면 치유되는데에.
「하아아, 보먼은 어쩌고 있으려나아........」
나는 의자를 휙 돌려 뒤를 보고, 거기서 보이는 바깥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오후를 보냈다.
*****
문 넘어로 깊은 한숨이 들리고, 그 후에 이어진 말에 경악한다.
나는 노크하려고 한 자세인 채, 가만이 안쪽의 모습을 엿본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없고, 단지 정적이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뭐야 지금 대사는. 어쩌면 스와지크는 보먼이라는 그 견습 기사에게 반했나?)」
솔직히 자백하자면 상당히 쇼크를 받았다.
이전부터 스와지크가 나한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건 깨닫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나 이외의 자에게 마음을 허락한다는 것 따윈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지금의 스와지크의 혼잣말은, 내 자존심을 아프게 상처입혔다.
지금까지 있었던 절대적인 자신감이, 전혀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이밀어졌으니까.
스스로도 영문모를 감정에 휘둘리며 그곳을 살짝 멀어진다.
방금 전의 화장실 건은, 또 다른 날 사과하기로 하자.
*****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하자.
그것은 아직 내가 막 7살이 된 봄.
벚꽃이 춤추며 떨어지는 왕궁 정원에서, 나와 스와지크가 처음으로 만난 옛이야기를.
그 당시, 연상인 두 형은 성인식을 끝내, 맡형은 전선 가까이의 영지 관리자로써, 둘째 형은 왕국의 정예 기사단장으로써 전선에 막 간 무렵.
지금까지 사이좋게 놀고 있던 형제가 갑자기 없어져, 나는 지루한 매일을 어찌 보내야 할 지 모른 채 하루종일 성내를 어슬렁거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둘째 형과 물수제비를 하며 논 정원에 있는 호수 부근, 맏형과 술래잡기를 하며 논 장미정원 안.
지나가 버린 즐거운 나날의 잔재를 무의식 중에 나는 더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응? 뭘까 저건」
벚꽃숲의 일각에 사람 눈을 피하듯이 놓여져 있는 잡동사니.
오래된 물통이나 성벽 파편, 녹슨 경첩 등으로 만들어진 의미 불명의 오브제가 있고, 그 바로 옆에는 어쩐지 고양이가 누울 정도의 구멍이 파져 있었다.
이곳은 우리들 형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었으므로, 어쩐지 엄청나게 추억을 더럽혀진 것 같아서 열받은 걸 기억하고 있다.
「누구야. 이런 곳에 쓰레기를 버린 건」
조금 화나 옆에 있던 물통을 차올린다.
애초에 가벼운 나무로 되어 있는 것이니까, 아이의 발차기에도 수 미터는 앞까지 날아가 벚꽃 나무 근처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추억을 더럽힌 악당을 해치운 기분이 되어 조금 상쾌해져 오래간만에 미소가 흘러넘친다.
응. 나머지 잡동사니도 부숴버리자.
그렇게 생각해 기괴한 오브제를 짓밟았다.
몆 번이나, 몆 번이나.
아마도, 나는 즐거워서 소리높게 웃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재미있었을까 싶지만, 그건 아마도 자신으로선 어쩔 수도 없는 일이나 외로움에 대한 기분 전환이었을지도 모른다.
「아하하하하, 이딴 쓰레기가!!」
잡동사니 위에서 날뛰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떨어져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뭘까 싶어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은빛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요정이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지만, 진흙으로 여기저기 더러워지고 스커트 일부는 물로 축축히 젖어 있었다.
말가에 구르는 나무 물통과 흐른 물. 아연하게 이족을 보는 그 소녀의 눈에 떠오른 눈물을 보고 그녀가 이 잡동사니 오브제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깨달았다.
어찌 인사해야 좋을지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아, 나는 단지 그녀가 만들었을 오브제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소녀는 단지 말없이 나에게까지 오자, 힘껏 나를 밀쳤다.
내가 밀쳐진 앞에는 운 나쁘게라고 할까, 함정처럼 파여진 고양이 크기 정도의 구멍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구멍에 발이 걸려 낙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를 보고 발랑 뒤집혀 버렸다.
후두부에 달리는 충격과 코 안쪽에 퍼지는 유황 냄새.
그 아픔에 끙끙대고 있자, 소녀가 더욱이 내 위에 달려들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나는 소녀의 추격에 패닉이 되어, 잡아오는 손을 떨쳐 냅다 밀쳐서 돌려줬다.
생각한 것 보다도 가벼웠던 소녀는, 내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잡동사니 안에서 넘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곧장 일어나 울면서 덤벼왔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라고는 해도, 날마다 검 수련을 하는 몸.
냉정하게 되면 소녀의 어설픈 공격을 처리하는 것 따윈 식은죽 먹기였다.
「어이, 슬슬 그만둬」
몆 번 넘어져도 도전해 오는 소녀에게, 성가셔 하면서도 멈추듯이 호소해 본다.
하지만 머리에 피가 오른 채인 그녀에게 그런 말이 닿을 리도 없어서, 몆 번 쓰러지려 하던 몆 번 맞으려 하던 덤벼오는 것이다.
그녀의 그 행동에는 어린애면서도 으스스한 것을 느꼈다.
이러저러 하고 있자, 그 싸움을 본 근위가 와서 소녀를 말없이 붙잡았다.
「놓아라! 놓지 않느냐! 고작 고딘가의 자가 볼프가에 대들고 그냥 끝난다고 생각했나!」
그녀의 대사로 나는 간신히 이 소녀가 아버님의 정실의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은 확실히 스와지크였나.
고딘가의 피를 한 방울도 잇지 않는 타인으로, 의매.
아버님이나 아버님의 측근들이 덮어놓고 싫어하는 여자의 딸.
「아, 아가씨!!」
갑자기 나타난 같은 나이 정도의 시녀가, 깔려져 있는 소녀를 보고 안색을 바꿔 달려온다.
그녀를 주저하지 않고 내 앞에 무릎꿇고, 지면에 이마를 붙일 기세로 절을 했다.
「전하, 죄송합니다. 부디, 부디 공주님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레이첼!! 어째서 그런 녀석에게 고개를 숙이는거야! 나쁜 건 그녀석이라고! 아으으, 아팟」
「......」
스와지크의 나에 대한 폭언을 막기 위해서겠지. 위사는 소녀의 등에 실은 무릎에 체중을 싣는다.
흙과 모래와 피와 눈물에 더럽혀진 얼굴을, 고통으로 일그러뜨리는 요정의 얼굴.
목소리를 떨며 엎드리는 시녀.
스와지크에게 들을 것도 없이, 누가 가장 나쁜지는 이해할 수 있다.
내 마음속은 죄악감으로 가득했다.
「놓아줘라」
「넷」
위사는 조금 망설이면서도 스와지크의 구속을 풀었다.
곧장 나에게 덤벼올까 싶었지만, 그녀는 단지 원통히 눈물을 흘리며 웅크려 있을 뿐.
스와지크 전속 시녀일 흑발의 소녀가, 그녀에게 살짝 다가가 일으킨다.
꺼낸 손수건으로 얼굴의 때를 닦아,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는다.
나는 떨리는 무릎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둘을 향해 말을 걸었다.
「......미안했다」
그 말에 스와지크는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전속 시녀는 단지 가만히 머리를 숙였다.
잠시 가만히 있던 둘이지만, 말없이 일어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이곳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시녀의 어깨를 빌리면서도, 한쪽 발을 질질 끌면서 떠나가는 소녀를 보고, 나는 죽을 정도의 후회에 시달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