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PA에서 팔고 있는 꼬치라던가, 괜시리 맛있을 것 같지.
투명한 것 같은 푸른 하늘 아래, 나와 페이 오빠, 미샤에 샌드릭씨 네 명은 성 아래 마을을 걷고 있었다.
페이 오빠와 샌드릭씨는 근위대의 흰 제복을 입고 있고,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다.
미샤는 평소와 다름없는 에이프런 드레스 차림. 단지 평소 색과는 달리 엷은 녹색 드레스 위에 입은 흰 에이프런이다.
이게 왕궁에 근무하는 일반 시녀의 제복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떠냐고 하자면 좋은 집 아이같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혀지고, 머리카락은 올려서 모자로 숨겼다.
은빛 머리칼의 사람이라는건 이 세계에서는 상당히 드물어서, 아는 인간이 보면 이쪽의 신분이 발각되는 것 같다.
페이 오빠의 은빛 머리카락도 숨기지 않으면 안 되므로, 샌드릭씨와 둘이서 평소는 쓰지 않는 약식 예모를 쓰고 있다.
사실 경비 면이라던지로 성 밖에 나오는 건 안 된다고 들었지만, 화장실 한 건을 들어서 강제로 페이 오빠를 승낙시킨 것이다.
그야 말이지, 여기 오고 나서 줄곧 내 방이라던가 안뜰이라던가 정무관밖에 보지 못한걸.
처음은 엄청나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질린다.
거기에 감시받는 시선이라던가, 거리를 두는 분위기라던가, 정신적으로 압박받기도 했고 말야.
여기서 심신 모두 릴렉스한다 해서 누구한테 불평받진 않는다.
「와아아, 이 거리 전부가 노점인가요?」
「네에. 여기는 왕도에 있는 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북부와 남부에도 제각각의 시장이 있습니다만, 여기만큼 활기차진 않군요」
눈을 반짝거리면서 한 질문에, 샌드릭씨가 정중하게 대답해 줬다.
도쿄나 오사카의 번화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현지에 유행하고 있는 상가 정도로는 사람이 있다.
응. 서성거리고 있으면 분명 미아가 되겠는걸.
옆에 서 있는 샌드릭씨의 소매를 미아 대책으로써 제대로 잡는다.
앞에 보이는 포장마차에는 가지가지 색의 야채가 늘어서 있고, 그 옆에는 짚이나 대나무 같은 걸로 짠 민속 공예품 같은 것. 짚신이라던가 작은 상자라던가가 빽빽하게 쌓아 올려져 있다.
반대쪽에는 여러가지 옷이 산처럼 쌓여 있어서 당장 무너질 것 같고, 조금 낡은 항아리 가게도 보였다.
「와아, 이국 정서가 가득해! 어라? 이 상자는 어디에 쓰는걸까?」
「아, 어서 오세요, 아가씨. 그 상자는 롱포를 넣어 찌는 상자입니다」
「롱포?」
「롱포는 말이지, 얇은 반죽에 싸인 고기 만두야」
상자를 손에 들고 열거나 닫거나 하면서 페이 오빠의 설명을 듣는다.
고기 만두 같은 걸까.
어디선가 팔고 있다면 먹어봐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는걸.
「아가씨! 이쪽의 수박은 어떠신가요! 달고 맛있다고요」
「와아, 커다래!」
대나무 상자 옆의 야채집 아줌마가 손에 든 심록 1색의 수박과도 같은 걸 위세좋은 소리와 함께 들고 있다.
기세 좋게 그 수박을 두드리자, 정말로 가득 차 있는지 좋은 소리가 났다.
나는 눈을 빛내면서 그 수박(가짜)에 다가간다.
그 순간, 아줌마는 등에 숨기고 있던 손도끼 같은 칼날을 쳐들었다.
뒤에 있던 샌드릭씨와 페이 오빠가 앗, 하고 외치자마자, 아줌마의 손도끼는 눈 앞의 사냥감을 둘로 찢어발겼다.
「어때! 이 익은 상태, 이 농후한 퍼지의 향기. 이 녀석은 오늘의 추천 상품이야!」
「호오오오오」
눈 앞에 내밀어진 수박의 절반을 바라본다.
수박처럼 빨간가 싶었지만, 내용물은 노란색이었다.
떨어져 있어도 이 퍼지라는 과일이 달다고 하는 건 냄새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연 판매나 시식용으로 눈 앞에서 구워지는 고기라던가, 평소보다 맛있어 보이는 건 어째서일까?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키는 나.
그걸 본 아줌마가 씨익 웃는다.
「먹어 보겠습니까, 귀족 아가씨?」
「괘, 괜찮아?」
「그래요, 좋고말고요. 저희 과일은 왕궁에도 납품하고 있는 극상품이니 말이지! 그 은빛 귀공자, 페이탈 전하도 구미가 당기는 일품이라고 하셨지! 아가씨도 전하를 사로잡고 싶다면, 이걸 선물로 가져가면 한방이야!」
「와아, 그건 수수하게 싫지만 한입 먹을게요」
「그래!」
기세 좋게 대답한 아줌마는 손재주 있게도 손 위에서 수박 조각을 먹기 쉽게 잘라 줬다.
내밀어진 퍼지를 나는 손가락으로 잡아 입에 던져넣는다.
「마시혀어!」
「그렇지? 어때, 뒤쪽의 기사님들도! 이걸 먹으면 페이탈 전하처럼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줌마가 포장마차 안에서 손을 뻗는게 힘들어 보였으므로 내가 그 수박을 가져가 페이 오빠들에게 간다.
빙글빙글 웃으며 그걸 내밀고,「맛있어요, 먹으면 어떤가요?」라고 웃으며 말을 건다.
샌드릭씨는 웃는 얼굴로, 페이 오빠는 미샤와 함께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 나서 퍼지에 손을 뻗었다.
「흠, 상당히 달군요」
「평소 먹는 것 보다 맛있잖나」
「정말이군요. 이건 상당히 좋네요」
「아줌마, 이거 세개 주세요!」
모두가 입맛을 다시는 걸 보고, 오늘 최초의 쇼핑을 한다.
아줌마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쌓아 올려져 있는 퍼지 안에서 맛있어 보이는 세개를 골라 줬다.
「이걸 가지고 걷는건가요?」
미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아읏, 그렇지. 지금부터 마을을 보며 걷는데 이 짐은 안 되겠는걸.
문득 페이 오빠를 올려다보자, 알았다는 느낌으로 끄덕이고 아줌마에게 간다.
「미안하군. 이걸 나중에 근위대의 코와르스키 대장에게 보내 주게. 대금도 거기서 받아도 상관 없다. 세개 더 추가해서, 반은 휴이에게서 보내는 왕녀에의 선물이라고 하면 괜찮다」
「네. 그래도 기사님도 큰일이네, 다양한 곳에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니」
「쓸데없는 참견이다」
「오오, 무서워라 무서워라. 죄송합니다」
페이 오빠에게 노려보아진 아줌마는 어깨를 움츠리며 노점 가운데로 들어갔다.
뭐,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이므로 나는 그다지 신경쓰지도 않고 다음의 재밌어 보이는 가게를 찾아 노점가에 돌진한다.
다섯 걸음 정도 걸었더니 이번은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노점에서 말을 걸렸다.
어쩐지 복실복실한 모피를 내밀고, 지금이라면 제대로 반값이라고 열심히 어필.
나는 희귀한 모피였던 탓도 있어서 발을 멈춰 열심히 설명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음으로 네 걸음 걷자, 비스듬히 맞은편의 건어물 등등을 휘두르며 내 주의를 끌려고 필사적이 되어 있었다.
「하아, 엄청난 광고 전쟁이네. 언제나 이런 느낌이려나?」
「아뇨, 그건 아닙니다, 아가씨. 그들은 아가씨가 어딘가의 귀족 자녀라 보고 말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아아~ 과연. 봉으로 보이고 있는 건가」
「그런 겁니다」
미샤가 작은 목소리로 내 의문에 대답해 준다.
그래도 그거구나. 소설이라던가 만화를 읽고 있자면, 평민은 모두 귀족을 무서워해서 넙죽 엎드린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편견이었나?
나로써는 신분의 차에 겁내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나 있다고 생각했떠니, 왕궁 안과의 갭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컨대, 뭘 하든 나는 소시민이라는 거겠지.
「거기의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 피셔즈 거리 명물인 게 스프는 어떤가요! 맛있다고요!!」
「멋있어 기사님!! 우리 검은 튼튼하다고! 검과 검을 힘껏 맞부딪혀도 무뎌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아」
「아하하, 그거 이미 검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아?」
「나는 게가 싫다고 하잖아. 부탁이니까 다가오지 마」
「휴이님, 편식은 좋지 않습니다」
「앗, 아가씨 달려가면 미아가 되니까요! 침착하게 있어 주세요!!」
「거기의 형씨들, 좋은 가짜가 있다고요! 싸다고요, 지금이라면 싸게 팔아 주겠습니다!」
「「수상해!!」」
「미샤미샤, 이거이거. 돼지 불알이래. 징그러어, 누가 먹는걸까」
「그러니까 아가씨, 너무 들뜨셨습니다!!」
「아아, 돼지 건 의외로 맛있어요. 훈련 뒤 다들 내장 가게에 먹으러 갑니다만」
「와아, 샌드릭씨 용사네요」
끝이 없는 회화를 펼치면서 나는 이 시간을 충분히 만끽한다.
다소 너무 들뜬 느낌도 들지만, 인간 즐길 때는 열심히 즐기면 안 되고 말이지.
이러저러 하고 있자 상가 반대측 구석까지 와서, 간신히 카오스한 시간이 끝을 고한다.
내 손에는 몆 개의 꼬치구이에 팔에 걸린 사랑스러운 선물.
이 선물은 오늘의 외출에 없었던 세 명의 메이드씨 용이다.
페이 오빠와 샌드릭씨는 어쩐지 케밥같은 걸 먹고 있다.
미샤만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끝난 것 같다.
「미샤도 뭔가 사면 좋았을텐데」
「특별히 지금 가지고 싶었던 게 없었을 뿐입니다」
「이 꼬치, 맛있다고?」
「하아, 공주님. 입 주위가 끈적끈적하게 되었습니다」
그야 어쩔 수 없는걸. 이 꼬치, 내 입보다 훨씬 크다고.
미샤가 질려하며 손수건을 꺼내, 내 입 주위를 닦아간다.
그 옆으로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짐수레 같은 게 지나간다.
어쩐지 막아진 커다란 통을 옮기고 있는 것 같다.
「저거, 뭐야?」
「아, 저건 마을에서 나온 쓰레기를 회수하고 있는 거야. 교외까지 가지고 가 비료를 만드는 재료로 하는 것 같아」
「헤에, 그래서 마을이 깨끗하구나」
짐수레를 눈으로 쫒으며 소박한 감상을 말하고 있자, 미샤가 소매를 당겨 내 어조를 고쳐준다.
아, 상가를 보고 걸었을 때의 텐션인 채였기 때문에 모르는 사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던 것 같다.
페이 오빠 쪽을 곁눈질로 살짝 훔쳐봤지만, 그다지 신경쓰는 듯한 모습은 없다.
갑자기 등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자, 지나간 짐수레에서 통이 하나 진동에 흔들려 떨어졌다.
내용물이 길 구석에 흩어져서, 옮기던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기의 실수에 욕을 한다.
쓰레기같은 걸 보고 있으면 꼬치가 맛없어지므로, 나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여러가지 쓰레기에 섞혀서, 극히 최근 어디선가 본 듯한 게 섞혀 있었던 걸 봐 버린 것이다.
「(저건, 확실히 이전에 우리들이 만든 쿠키지?)」
쓰레기 안에 섞혀 있던 건, 이전 고아원에 기부했을 터인 대량의 쿠키.
그 대부분은 미개봉인 채 폐기되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에, 어째서?)」
그 이유는 왠지 모르게 상상할 수 있을지도.
싫은 상상을 해서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를 깨달은 미샤가 가만히 다가온다.
옆에까지 와서 간신히 내 시선의 끝에 있는걸 눈치챈 그녀는, 조금 강제적으로 나를 뒤돌아보게 해 앞을 걷는 페이 오빠들에게 데려갔다.
「공주님, 그다지 신경쓰지 마시길」
「으, 응. 그렇지. 다 먹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입에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말이지」
「후일, 자연스럽게 그 근처를 조사해 보겠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요」
「괘, 괜찮아, 딱히. 그, 원래 따지자면 내가 상대한게 억지로 준 것 같은 거고. 고아원의 사람들도 거절하려 해도 거절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공주님.......」
즐거워서 들떠 있던 지금의 나는, 마치 냉수를 끼얹어진 개처럼 변했다.
이런 건 일상 다반사로 일어다도 이상하지 않다고, 일기를 읽었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을 터.
하지만 그 사실을 눈 앞에 두면, 역시 마음은 다칠 수밖에 없어서.
뭔가 다른 걸 생각하려 해도, 떠올리는 건 부정적인 것 뿐.
임금님의 차가운 시선.
아무리 사이좋게 되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상대해 주지 않는 시녀들.
수상한 페이 오빠의 미소.
『나는 이 왕궁(세계)를 증오한다. 어머님을 죽음으로 몬 매정한 이 세상(세계)을, 줄곧 증오해 주지』
뇌리에 지나치는 건, 일기의 한 문장.
바깥 사람의『적의』.
그런 일은 없어. 세계는 좀 더 상냥하게 되어 있어.
그걸 증명해주고 싶어서, 나는 노력한 게 아니었나?
사실은 모두 상냥한 사람이라고, 그리 생각했으니까.
뭐야. 내가 져서 어쩔거야.......
「응? 무슨 일 있니, 스와지크?」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페이 오라버니」
「그런가. 그런데 오늘은 제대로 즐겼니?」
「네, 네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째서 눈시울이 이렇게나 뜨거워지는 걸까?
이 정도로 눈이 젖다니, 남자답지 않잖아.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웬만한 일로 울지 않고 운 기억도 그다지 없다.
아마도 이 몸에 내 정신이 끌려가고 있으므로, 눈물샘이 느슨해져 있겠지.
참으면 참을수록 북받쳐 오는 무언가.
잠시 후, 내 눈꼬리에서 흘러 넘쳤다.
「?!」
흘러 넘치는 눈물을 본 페이 오빠와 샌드릭씨가 얼어붙는다.
그건 그렇지.
나라도 갑자기 여자애가 울기 시작하면 경직될 수밖에 없는걸.
그러니까 빨리 이걸 멈추지 않으면, 모처럼 즐거웠던 시간이 엉망이 된다.
「무슨......일 있니?」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 눈에 먼지가.......」
「.......」
「시, 싫은걸요. 멈추지 않아요. 어째서야. 멈춰 줘.......」
살짝 내밀어진 손수건으로 흘러 넘치는 이슬을 받는다.
나는 어깨를 끌어안기듯이, 눈 앞에 멈춘 마차에 타 왕궁에 돌아갔다.
왕궁에 가까워짐에 따라 내 기분은 반비례로 추락해 간다.
아아, 나는 바보다.
정말로 바보다.
이런 일 따위, 이제부터 일어날 일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사고같은 것이었는데.
그래도 그 때의 나는, 지금까지 참아온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