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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지크 공주 이야기

スワジク姫物語


역자 | 청심환

38화. 검은 단지 주를 위하여


거리 안을 마치 목적지도 없는 듯이 무질서하게 걷는 흑발의 소녀.


따라오라고 듣고 나서, 그녀의 뒤를 쫒은지 이미 30분 이상은 걸어다니고 있다.


같은 길을 왔다갔다 하거나, 막다른 곳에 도착해 되돌아가거나.


역시나 이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앞을 걷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혹시 헤메고 있지 않아?」


「.......」





내 물음에 일단 멈춰서는 흑발의 소녀였지만, 또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응. 예의없다고 해도 무시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뒤돌아보게 하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서 양 손을 딱 맞댔다.


그 소리에 조금 놀란 나는, 햐읏 하는 소리를 무심코 흘려버렸다.


내 한심한 목소리를 들은 소녀는, 히죽 웃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후​후​후​후​.​.​.​.​.​.​.​」​


「뭐, 뭐야? 무슨 일이려나?」


「감쪽같이 걸렸네요」


「뭐...라고?」





조금 고개를 숙이고 후후후 웃는 소녀는, 한 걸음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등 뒤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혹시 나, 속았나? 최악의 상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히죽 웃었다.





「도착이에요」


「이상하지? 그냥 도착한 것 치고는 웃음소리라던가 사악하잖아? 거기에 도착이라니, 여기 조금 전부터 10번 이상은 지나갔는데?」


「어라어라, 너무 흥분하면 몸에 나쁘다고요?」





소 귀에 경읽기, 마이동풍이라는건 이건가!


완전히 지친 나는 불평할 생각도 없어져서 어깨를 툭 떨어뜨렸다.


그녀와 있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지​칩​니​다​만​.​.​.​.​.​.​.​





「자아, 이쪽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먼저 낡아빠진 교회 안에 들어가는 소녀.


나는 다리를 질질 끄는듯한 모습으로 그 뒤를 쫒았다.


교회 안에는 낡아빠진 외견치고는 깨끗한 편이었고, 아마도 지금도 마을 사람이 집회라던가로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정면의 교단 뒤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흑박의 소녀는 교단 오른쪽 방향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척척 들어갔다.


나도 스테인드 글라스에 눈을 빼앗기면서도, 황급히 그녀를 따라갔다.


복도를 지나, 부엌같은 장소를 넘어 안뜰로 나가자 안에 단층 숙소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곳이 목적지 같았다.


소녀는 안뜰을 가로질러, 숙소의 가장 오른쪽 방 문을 밀어젖혔다.


안은 낮인데도 조금 어슴푸레해, 조금 곰팡이 냄새가 났다.





「여기는?」


「이 교회의 헛간이에요」


「헤에, 뭔가 여러가지로 있구나. 이건 갑옷? 이건 녹슨 검에 부러진 검. 구멍 뚫린 냄비에, ​이​건​.​.​.​.​.​.​.​허​수​아​비​?​」​





내가 난잡하게 쌓아올려진 짐들을 흥미 깊게 바라보는 사이, 소녀는 안쪽에 있던 난로의 돌출부에 손을 댔다.


그 돌출부를 힘껏 벽에 밀어넣자, 난로 좌측 책장이 천천히 미끄러져, 숨겨진 계단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지하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아서, 안쪽에서 곰팡이 냄새가는 공기가 올라왔다.





「대단하네」


「으음ㅡ 그래도 이 길, 공주 전하가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기억하지 못하시는가요?」


「에에?」


「뭐라던가 왕궁은 숨이 막힌다던가, 여기서 거리로 놀러 나오셨다고 언니는 말하셨는데요?」


「아, 아! 그, 그런 일도 있었던가? 최, 최근 쓰지 않아서 잊어버렸어ㅡ 아하하」


「어라어라, 건망증이었나요」


「아, 아하하하. 건망증이야ㅡ」





메마른 웃음소리를 내며 억지로 얼버무렸다.


이렇게 얼버무릴 수 있나? 격렬하게 불안하다.


소녀는 난로 위에 있던 랜턴에 불을 붙이고, 내 쪽으로 내밀었다.


뭐 지하는 깜깜하니까, 이게 없으면 무서워서 갈 수 없지.


나는 그걸 받고, 한 걸음만 지하로의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저는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만, 이 앞은 외길이 되어있을 터에요. 헤멜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응. 고마워」


「출구 개폐는, 벽의 이 홈에 손을 넣어 손잡이를 당길 뿐이에요」


「호오호오, 과연」


「그러면,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저는 이 근처에서 자주 돌아다니므로, 보셨을 때 말을 걸어주시면 기쁘겠어요」


「아, ㅇ, 응. 알겠어. 저어, 여러가지로 고마워」


「아뇨. 당신의 힘이 될 수 있었다면 언니도 기뻐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가」





나와 소녀는 서로 미소를 짓고, 가벼운 이별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결국 나는 끝까지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았고, 그녀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걸로 된 거다.


나는 손잡이를 당겨, 비밀통로의 문을 닫았다.


천천히 닫혀가는 통로 저편에서 흑발의 소녀는, 어째선지 만났을 때 보여준 어둡고 외로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닫히는 순간 그녀가 뭔가를 중얼거린 느낌이 들었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열어서 다시 묻기도 뭣해서, 나는 그대로 비밀 통로를 걷기로 했다.








『역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공​주​님​.​.​.​.​.​.​.​』​





혹시, 만약의 이야기지만, 이 때 소녀의 중얼거림을 내가 놓치지 않았더라면, 보먼은 사건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끝​났​을​까​.​.​.​.​.​.​.​














나는 내 거친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 채, 낡아빠진 저택의 문을 마음껏 날려버리듯이 열었다.


마침 로비 청소를 하던 가고일 하나(플라티나 블론드에 갈색 피부를 가진 건강해 보이는 녀석)가, 그 소리에 놀라 물통을 마루에 떨어뜨려 당황했다.





「닥터는 어디에 있어?」


「아, 아으.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그것만을 듣고 나는 가고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 있는 거실로 향했다.





「ㄴ, 너! 정리 도와달라고오!!」





가고일의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그런 일로 질질 끌 여유는 없다.


안으로 쓱 나아가, 거실 문도 거칠게 열어젖혔다.


유리벽인 테라스 같은 곳에서 쥬크와 둘이서 차를 마시는 닥터를 발견하고, 나는 성큼성큼 그쪽에 다가갔다.


잘 보자면 책상 위에 괴상한 인형이 놓여져 있었지만, 일단 지금은 관계없다.





「닥터!!」


「뭐야 시끄럽구만. 방문시의 매너조차 지킬 수 없는건가, 꼬맹인」


「공주님과 만났어」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던 닥터가, 내 한마디에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들고 있던 컵을 테이블에 놓고,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나는 책상 위에 조금 전 공주님에게서 받은 반지 케이스를 뒀다.





「미샤씨에게 전언이야」


「듣지 않고도 이걸 보면 예상이 간다만, 일단 들을까」


「이걸 팔고 왕도에서 멀어져라. 그리고 나에겐 두번 다시 관련되지 않는 편이 좋다고도」


「...그런가. 그 길로 가나」





어쩐지 자랑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닥터에게, 나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에 있는 힘껏 양 손을 때려붙혔다.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이라던가 인형이 날아가, 내용물이 넘쳐 식탁보를 더럽혔다.


쥬크가 이쪽을 말없이 노려보고 있지만, 그런 건 눈꼽만큼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어!!」


「뭐가 말이지?」


「공주님이 하는 일도, 그걸 멈출 수 없는 나도!!」


「.......」


「무엇보다도 그런 식으로 공주님을 몰아넣은 녀석들을, 나는 용서할 수 없어!!」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테이블에 화풀이를 했다.


이번은 닥터도 쥬크도 컵을 재빨리 들어, 내용물이 이 이상 흐르는 건 막았지만. 뭐, 지금의 나에겐 아무래도 좋다.


닥터를 노려보고, 나는 말했다.





「가르쳐 줘! 공주님을 지키려면, 나는 어떻게 검을 휘두르면 되지?」


「푸핫, 그거 닥터에게 부탁하는 자세가 아니잖아? 이러니까 기사라던가 위사라던가 하는 녀석들은 바보라는거야」


「그러면, 어쩌면 좋냐고!!」


「스스로 생각할 수 없으면, 큰절이라도 해 보는게 어때?」





바보취급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쥬크에게 열이 받혔지만, 그래도 그런 것 정도로 길이 열린다면 싸다.


나는 허리에 차던 목검을 비틀어 한쪽 무릎을 꿇고, 검을 든 손을 눈 앞에 두고 머리를 숙였다.





「나는 정치라던가 귀족의 속박이라던가 질색이어서 잘 몰라. 부끄러움을 참고 부탁합니다. 공주님의 적을,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 주세요」


「세상일은, 그렇게 간단히 구분되는게 아냐」


「하지만, 미샤씨를 습격한 녀석들만 없다면」


「그런 녀석들은 똘마니다. 도마뱀 꼬리처럼, 끊어내도 또 생겨나는 법이라고. 그걸 일일히 짓누른다고 해서, 공주님의 상황은 무엇 하나 바뀌지 않겠지」


「그렇다면, 원흉을 찾아내서」


「예를 들면 국내에 있는 그 원흉인지 뭔지를 처부쉈다고 해도, 공주님을 이용하려고 하는 녀석이나 해치려는 녀석따윈 뒤를 이어서 얼마든지 솟아나와」


「그러면 그것도 죄다 처부숴주지!!」





그렇게 의욕을 내 당당히 말하는 나를, 어째서인지 굉장히 딱하게 보았다.


에? 내 그 생각은 글러먹은건가?


쥬크도 어안히 벙벙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닥터, 역시 이 바보에겐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다고」


「꼬맹이, 네 그 목검을 넘겨라」


「?」





영문을 모르는 채, 손에 든 목검을 건넸다.


닥터는 그걸 손에 들고, 내 눈 앞을 가로막았다.





「이 목검은 너다」


「네」


「그리고 너를 공주님이라고 가정한다」


「하, 하아?」





그리고 닥터가 손에 든 목검을 겨드랑이에 끼고, 그의 품에 있던 가는 막대기를 내 목덜미에 댔다.


영문을 몰라 멍하니 막대기를 쳐다보고 있자, 그걸로 머리를 있는 힘껏 맞았다.





「아파! 뭔 짓이야!」


「이게 공주님의 현 상태다」


「하아?」


「자,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 목검은 주인인 너를 지킬 수 있지?」





간단하잖아. 목검을 들면 좋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일어서 목검을 잡으려 가자, 또 힘껏 맞았다.





「아프다고! 뭔 짓이야!」


「공주님에게서 목검을 가지러 가서 어쩔거지? 공주님은 목검이 다치는 걸 두려워해서 멀어지게 한다고?」


「아니, 그래도 목검이 없으면 지킬 수 없다고?」


「당연한 소리를 하지 마라」


「????」





영문을 몰라 머리를 끌어안고 있자, 닥터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공주님에게서 목검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면, 목검이 공주님에게 다가가면 될 뿐이잖나」


「뭔 소리야. 목검에 다리가 있을 리가 없잖아」





라고 했더니, 힘껏 내 다리를 막대기로 후려갈기는 닥터.


제기랄, 이 녀석 왜 이리 힘이 세냐고.


허벅지를 문지르며 나는 닥터를 노려보았다.





「네 그건 장식이냐?」


「장식일 리가 없잖아!」


「그러면 행동해라. 목검은 적을 찾지 않고 생각하지 않지. 단지 주를 위해서만, 그 적을 물리칠 뿐이다」

















어수선하게 저택을 떠나가는 젊은 기사의 등을 배웅하며, 닥터·게로는 테라스의 창가에서 멈췄다.


그 등에, 테이블 쪽에서 말을 걸었다.





「닥터, 부탁이 있습니다」


「...뭐지?」


「몸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고? 남은 여생,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보내는 것도 좋은 법이지」


「검은 그 주의 적을 물리칠 뿐, 이라고 하셨지요. 그러면 시녀인 저는, 단지 주를 위해 힘을 다할 뿐입니다」


「본체의 처치는 어떡하지?」


「맡기죠. 삶든지 굽든지 좋으실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용무따윈 없으니까요」





닥터·게로는 서서히 뒤돌아봐 테이블 위에 있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쥬크에게 시선을 옮겼다.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전투 타입이 하나 있습니다」


「계속 가진 않는다고? 최악의 경우, 마력이 다하면 전투체는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다​만​.​.​.​.​.​.​.​」​


「그걸로 상관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닥터·게로는 깊게 한숨을 쉬고, 쥬크에게 지시했다.





「술식 준비를. 정말이지 늙은 몸을 혹사시킨다니, 터무니없는 시녀구만」


「고맙습니다,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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