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어라? 혹시 나 두려움받고 있어?

나는 여전히 내 침실에서 가만히 바깥의 상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실제로 그것밖에 할 게 없었고, 책을 읽고 싶어도 라노베라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학서 따위는 가져와도 읽을 생각 없고, 애초에 글자는 읽을 수 있을까?

일단 의사소통은 완벽하게 되는 것 같지만.

스스로 여러가지 조사해 봤지만, 나는 결코 일본어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의식해서 문장을 구축해 봤더니 알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문법에 의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말할 수 있나.

결론. 내가 알 리가 없다.

혹시 문자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시험할 생각도 안 든다.

배가 고픈거얼, 하고 생각했을 즘, 점심 이래의 내방자가 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공주님」

아침에 닥터와 함께 여러가지 돌봐준 메이드씨가 들어왔다.

이름은 미샤씨라고 하는 것 같다.

쿨한 표정에 조금 무뚝뚝한 말투가 분위기에 딱 맞아서, 한마디로 하자면 남자다운? 여성이다.

「어서 오세요, 미샤씨. 이번은 뭔가요?」

「네. 슬슬 저녁 식사 시각이 됩니다만,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함께 식사하신다면 부르겠습니다만」

「아, ​그​런​가​요​.​.​.​.​.​.​이​ 방에서 할 수는 없을까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미샤에게 물어본다.

뭐, 안 되면 각오를 다지고 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것만을 말하고 뒤꿈치를 홱 돌려 방에서 나가는 미샤.

멋진걸, 남자다운걸, 하며 그 뒷모습을 배웅한다.

그리고 또 홀로 남았다.

오늘 이 방을 방문한 건 닥터 게로, 미샤, 페이 오빠, 레오 넷이다.

식사때가 되면 세 명 정도 메이드씨가 늘지만, 대개 꿔다놓은 보릿자루.

말하는 일도 없고,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모두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가만히 서 있다.

식사가 끝나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쓸데없는 말 하나 하지 않고 나가버린다.

저게 메이드 프로 집단인 거구나, 하고 홀로 감탄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거의 혼자 있었고, 역시나 한가하고 외로운걸」

침대 위에 뒹굴며 본심이 툭 새어버렸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고독하다고 말해지지만,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 훌륭한 사람따윈 안 되면 좋겠는걸.

베개를 안으며 뒹굴거리고 있자, 미샤가 몆 대의 트레이와 함께 방에 들어왔다.

뒤에는 남성 몆 명이 달라붙어 조금 큰 테이블을 내리고 있다.

다음에 들어 온 것은, 호화로운 천이 달린 식탁 의자가 넷.

그 다음이 식탁보와 촛대, 화병, 거기에 꽃꽂이를 손에 든 화사(花師)씨.

갈팡질팡 하는 동안 살풍경한 침실에 주방 공간이 완성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새하얀 제복을 입은 급사씨가 반짝거리는 식기를 늘어놓아 간다.

나는 그 솜씨 좋음에 압도되어서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공주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고, 고마워요」

어느샌가 내 옆에 와 있던 미샤씨가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이런 굉장한 사람들이 머리를 숙일 정도로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기가 죽어버린다.

바깥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있었으려나.

나는 미샤가 유도해 주는 자리에 다가가, 가까이 온 메이드씨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둘이 다가와 그릇 안의 물로 손을 닦여, 다른 둘이 솜씨 좋게 냅킨을 목과 무릎에 덮어준다.

급사가 좋은 소리를 내며 ​식​전​술​(​食​前​酒​)​같​은​ 걸 컵 안에 따르고, 미샤가 스프를 따라 주었다.

「저, 저어. 고맙습니다」

「.......」

조금 기죽으면서 메이드씨나 급사씨들에게 인사를 해도, 누구 하나 대답해 주지 않았다.

거, 거북해.

고귀한 분과는 직접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그건가?

이건 수수하게 힘들다고.

그들의 무반응인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미샤가 귓전에 살짝 중얼거려 주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부디 드셔 주십시오」

「아, 그렇네요.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양 손을 가지런히 모아「잘 먹겠습니다」를 하고, 스프에 스푼을 대었다.

응. 호박 스프같은 맛이 입에 가볍게 ​퍼​져​서​.​.​.​.​.​.​뭐​라​고​ 할까, 행복해지는 맛이구나아.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릇 안의 스프를 모두 평정해 버린다.

조금 냅킨에 흐르거나 테이블 위에 떨어지거나 했지만, 닦으면 문제 없음.

문질문질 목 부분의 냅킨으로 테이블을 닦고 나서, 한 그릇 더 부탁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꿔다놓은 보릿자루인 메이드씨와 한순간 시선이 맞아 버렸다.

어라? 어쩐지 놀란 것 같은 표정인데?

잘 보면, 어쩐지 모두의 시선이 테이블이라던가 냅킨이라던가에 박히고 있는데.

뭐, 뭔가 잘못했나?

정신을 차려 미샤를 뒤돌아본다.

그녀라면 뭔가 적절한 충고를 해 주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녀는 마치 나를 시야에 넣기를 거부하듯이 목을 돌리고 있었다.

큿, 미샤씨에게는 의지할 수 없나.

라고 해서 달리 말 걸 사람도 없고 어쩔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빈 스프 접시를 붉은 머리카락의 메이드씨가 살짝 내리려 하고 있었다.

뭔가 글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경쓰도 상황은 진전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 안에서 마음을 바로잡고, 붉은 머리카락의 메이드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한 그릇 더 받을 수 있나요?」

​「​.​.​.​.​.​.​하​?​」​

「아뇨, 한 그릇 더 먹고 ​싶​습​니​다​만​.​.​.​.​.​.​아​,​ 이제 없으면 그다지 상관 없어요」

「아, 아뇨. 조금 데울 시간을 주시면 할 수 있습니다만」

「아, 괜찮아요. 데우지 않아도. 그대로도 굉장히 맛있으니까요」

「아, 에? 그, 그래도?」

「아니스, 공주님이 바라십니다. 당장 준비를」

「네, 네에!」

미샤의 날카로운 외침에 아니스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스프 접시를 떨어뜨려 버린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스프의 잔재가 그 충격으로 내가 입고 있던 유카타(같은 거)에 튀었다.

그걸 본 아니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된다.

그녀의 무릎이 덜덜 떨렸다고 생각하자, 털썩, 하고 마루에 쓰러졌다.

「죄죄죄, 죄송, 합니다」

「히잇!」

엄청난 기세로 사과받는 나.

덧붙여서 히잇, 이라고 말한 건 나다.

그거야 보통 놀라겠지.

그래도 그 이상으로 보통이 아닌 건 눈 앞의 아니스.

덜덜 떨면서 큰절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싫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굳어진 몸에 영하로 돌입하는 분위기.

그런 가운데 의지할 수 있는 남자(여자), 미샤가 움직였다.

「스비타, 아니스를 데리고 밖으로. 메이는 갈아입을 걸 가져와. 남성은 일단 모두 밖으로 나가주세요」

굉장한걸 아가씨.

이 얼어붙은 공기 안에서 그렇게 척척 지시를 내릴 수 있나.

정말이지, 미샤는『사나이(소녀)녀』라고 할 수밖에 없네.

일절 흐트러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이곳이 수습되어 간다.

여러가지로 놀랐지만, 간신히 한숨 돌릴 수 있을 느낌이 들었다.

「저어, 미샤씨」

「네. 무슨 일이신지요?」

「아니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전해 주지 않으실래요. 딱히 이 정도는 닦으면 상관 없고, 옷을 갈아입는건 수선스럽다고 생각되고요」

「수선스럽게 해 버려 죄송했습니다. 이 책임은 달게 받겠습니다」

「아뇨, 그렇게 사과하지 않으셔도. 거기에 미샤씨가 잘 되라고 생각해서 해 주신 거고, 감사를 말하기는 커녕 혼낸다니 저는 할 수 없어요」

「네, 너그럽게 용서해 주셔서 돌려드릴 말도 없습니다. 아니스에게는 향후 이러한 실태를 범하지 않도록 엄하게 지도해 두겠습니다」

「아, 관대하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샤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이런 것 정도로 화내거나 하지 않는데, 주위의 좀 과격한 반응에 위화감을 느낀다.

라고 할까, 바깥 사람 대체 지금까지 어떤 느낌으로 사람을 대해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