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어이, 스네이크. 골판지 박스는 어디니?
「누구 거기 있어?」
창 저편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
위, 위험해! 여기서 발견될 수는 없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숨을 장소가 없는지 필사적으로 찾는다.
베란다에서 매달려서 넘기기?
힘이 빠지면 죽는다.
서둘러서 내 방에 뛰어든다?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창을 깨부수게 되니까 피투성이가 되는 건 필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벽의 팬 곳.
세로 2M, 가로폭 1.5M, 깊이 30CM 정도만한 아치형의 파인 곳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인지 고딕 양식인지는 모르지만, 이 성의 설계자씨에게 아낌없는 감사를 보내자.
그 틈에 휙 들어가, 벽에 찰싹 붙는다.
베란다의 모퉁이와 목소리가 들린 창문과는 마침 사각이다.
후미지기 때문에, 분명 보기에는 내가 있다고 모를 것......이라면 좋을텐데.
가벼운 금속음을 내며 천천히 창이 열린다.
「누구? 누가 있어? 미샤쨩?」
모습은 안 보이지만 이 목소리는 아니스!
어쩐지 그 목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도 울 것 같은 얼굴과 주눅든 자세로 베란다를 들여다보는 그녀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어쩌면 아니스는 불행 속성 보유 덜렁이 메이드인가......모에해!
라던가 썩은 사고에 빠져 있자, 점점 아니스의 목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큿, 위험해. 발견될지도.
「노, 농담이라면 그만둬 줘, 미샤쨩. 나, 겁쟁이라고 항상 말하는데에」
슬금슬금 가까워져 오는 목소리와 발소리.
무서우면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지만, 무서우니까 제대로 확인해 안심하고 싶을 걸지도.
제길, 나는 벽이다. 벽화다.
마음을 무로 하는거다, 나.
그렇게 하나로써 전체, 전체로써 하나. 스스로를 버리고 세계와 동조하면 자연화 하나가 될 수 있다.
「아응, 누구라도 좋으니까 대답해~ 역시 전하가 말하신 대로 숙직따위 하지 않고 돌아갔으면 좋았을텐데~ 나 바보오」
아니스가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베란다의 모퉁이까지 왔다.
메이드복을 제대로 입은 후 가운을 겹쳐입고, 손에는 양초가 든 그릇같은 걸 들고 있다.
보통의 랜턴이라면 주위 전체를 비추므로 혹시 단번에 발견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니스가 가지고 있는 건 회중 전등처럼 직선적으로 비출 뿐인 것이었다.
이거라면 벽에 달라붙어 있는 나에게 빛이 닿지 않는다.
「아무도 없죠? 후우, 다행이다아. 정말로 누가 있었으면 심장이 멈출 뻔 했어」
드디어 안심했는지 목소리에도 활기가 조금 돌아와 있다.
그녀가 있는 건 딱 내 눈앞.
그래. 그대로 밖을 향해 좌향좌 해 주면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
나는 마음속에서 필사적으로 아니스에게 부탁한다.
이쪽 보면 안 되니까 말야!
더더욱 텔레파시.
내 텔레파시가 그녀에게 닿았는지, 크게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회전시켰다.
우회전으로.
「......」
「......후히히」
딱 나와 마주보는 형태가 되어 경직되는 아니스.
종 같은 조명기구가, 밑에서 45도 기울기 각도로 나를 비춘다.
잠시 입을 뻐끔거리고 있던 아니스는, 갑자기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졌다.
뭘까, 이 엄청난 죄악감.
어깨를 늘어뜨리고 쓰러진 아니스를 내려다보는 나.
이대로 내버려두면 절대고 감기 걸리겠지.
살짝 그녀가 나온 방을 보자, 여러가지 도구와 이동식 책상, 침대가 놓여져 있는 창고같은 방이었다.
그 침대 위에 아니스를 올려 두면 감기 걸리지 않겠지?
선반에 있던 조금 두껍고 깨끗한 모포를 손에 들고, 아니스에게 달려간다.
모포를 바닥에 깔아, 잡을 수 있을만한 길이를 남기고 아니스의 등과 다리를 감싸도록 조정한다.
이걸로 간이 옷감끌이 완성이다.
힘이 약한 나로써는 아니스를 짊어진다던가 할 수 없으니까, 이걸로 끌 수밖에 없다.
뭐, 모포는 단박에 엉망이 되겠지만, 가득 있으니까 괜찮지?
라고 뭐, 이러저러 해서 땀을 대량으로 흘렸지만, 어떻게든 아니스를 침대에서 재울 수 있었다.
그리고 방을 둘러보자, 문이 두 방향에 있는 게 보였다.
하나는 초라한 문, 또 하나는 상당히 호화로워 보이는 생김새의 녀석.
「이건 절대로 호화로운 문 쪽을 먼저 조사해야겠지」
그렇게 말하고 나는 살짝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어슴푸레해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창가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 난로 앞에 놓여져 있는 소파가 보인다.
벽 옆에는 작은 책장이 있어서, 얇아 보이는 책이 몆개 늘어서 있다.
「헤에, 대단해. 방 안에 미니츄어 식물원까지 있어」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방 안에 있는 조금 큰 책상을 보았다.
책상에는 선반이 좌우 합쳐 6개 있다.
그 어느 것에도 열쇠따윈 걸려있지 않고, 손잡이를 당기면 슬쩍 열린다.
모든 선반을 여러가지 찾아보자, 주간지 만한 크기의 가죽 책을 두 권 찾아낼 수 있었다.
하나는 자물쇠가 달려 있고, 다른 하나는 자물쇠가 없다.
자물쇠가 없는 쪽의 책을 열어보자, 예상대로 뭔가 여러가지로 써져 있다.
어두워서 내용까지는 잘 읽을 수 없지만, 글자의 아름다움으로 보자면 바깥 사람게 아닐까 추측된다.
그 때, 옆방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스가 눈을 뜬 것 같다.
「새, 샌드릭씨~ 샌드릭씨이이이이~」
울 것 같은 아니스의 목소리를 들은 그 샌드릭 아저씨인지 뭔지가, 옆 방에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요, 아니스 공」
「베베베베, 베란다......이이이, 이상한 사사사사람이이이이이」
「뭐, 뭐라고요?! 도둑인가?!」
아무래도 샌드릭 씨는 도둑(사실 나)을 찾으러 베란다로 간 것 같다.
므흐흐, 찬스.
분명 샌드릭씨는 내 방 앞에 있던 사람이겠지.
조금 전에도 문 밖에는 소리가 하나밖에 없었으니, 지금이라면 내 침실까지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갈 수 있을 터.
나이스 어시스트, 아니스!
나는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이번은 아니스가 있는 숙직실이 아니라, 복도로 연결될 것 같은 문을 연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가슴에 두 권의 책을 안고,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
예상대로, 방 앞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당장 문을 열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대로 책을 침대 위에 던져놓고, 갈색의 두꺼운 유카타 같은 걸 벗은 후 벽장에 돌진한다.
머리를 감싸던 의자 커버도 잡아채, 침대 베개 밑에 두 권의 책과 함께 밀어넣었다.
한숨 돌렸더니, 똑똑독, 하고 문이 노크된다.
「아, 네, 네에.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공주님. 위사 샌드릭입니다. 이쪽에 방금 누군가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말을 거는 것과 동시에, 흰 갑옷을 입은 무서운 아저씨가 들어왔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대, 언제든지 뽑을 수 있는 자세에 날카로운 눈초리.
역시나 위사씨. 어쩐지 오라가 달라.
「그, 글쎄요? 저는 자고 있었으므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십니까? 그런데, 저쪽 창은 처음부터 열린 채였습니까?」
「아뇨, 저쪽은 제가 제대로 문단속 했습니다!」
내가 샌드릭씨의 물음에 답하기 전에, 뒤에 있던 아니스가 그 물음에 답한다.
그러고 보면, 취침 전 문단속에 그녀가 왔었던가.
샌드릭씨는 재빨리 창에 다가와, 주위를 휙 둘러보고 의심스러운 점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흠? 뭔가가 희미하게 창틀에 붙어 있습니다만......뭔가의 점액이라도 마른 건가, 이건?」
「마마마, 마물인가요? 성 안에까지 마물이 들어 온 건가요?」
「아뇨,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두 분은 제대로 창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네, 네에. 알겠습니다」
새, 샌드릭씨가 가만히 봤던 건 설마......큿, 이 총명한 나로써는 일생의 불찰! 조금 전 제대로 닦아 두는게 좋았다.
그날 밤은 결국, 성 안에 있지도 않는 도둑 찾기로 밤을 샜다고 한다.
미안해,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