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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끝나지 않는 여름


 대체 이 더위는 뭘까. 여름은 매년 이렇게 더웠던 걸까. 떠올리려 했다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여름에 오랫동안 밖에 나간 적이 거의 없었던 걸 깨달았다.
 심장에 지병이 있는 몸이 약했으니까, 여름 직사광선 아래서 활동을 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부모님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적당히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조용하게 보내는 게 지금까지의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자, 여름의 더위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것도 소중한 체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더운건 덥다.
 기운이 넘치는 데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지만, 체력이 없는 쪽에는 좀 더 자신이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운도 떨어진다. 그리고 악순환 스파이럴.
“으으으~, 레이 쨩 바보!”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기색이 전혀 없는 사촌 언니에게 투정을 부린다.
 여기는 역 개찰구 앞. 오전중에 외출한 레이 쨩과 오후부터 합류할 예정으로 약속했었는데, 이미 시간이 30분 이상 지났는데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레이 쨩이 나와 한 약속을 잊어버릴 리는 없으니까 분명 뭔가 묘한 일에 얽혀서 묶여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보여도 제법 요령이 나쁜 부분이 있다. 과자나 요리를 만들 때는 그만큼이나 요령이 좋은데.
 이럴 때 연락 수단이 없다는 건 괴롭다. 휴대전화는 가지고 있지 않고, 역의 전화번호 역시 모를 거고. 이쪽에서도 레이 쨩에게 연락할 수단을 모른다. 그렇게 되어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뭐니뭐니해도 거기에는 이 더위가 최대의 적이다. 지붕 아래, 햇살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데도 어째서 이렇게나 무더운 걸까. 기온도 그렇지만, 습도가 짜증 난다. 목덜미를 흐르는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하지만 한동안 지난 뒤 마침내 나는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런 상황이 된 것도 전부 레이 쨩 탓이다. 그래, 레이 쨩이 나빠. 오면 뭐라고 해 줄까. 불만을 터뜨리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 이렇게 됐다면, 뭔가 쏘게 하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뭘 먹을까, 역시나 케이큰가, 아니 이리 더우니까 파르페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투덜투덜거리며 홀로 생각에 잠겨 있자.
“――괜찮아?”
 하고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태평한 목소리에 나는 화가 욱 치밀어 올랐다.
“괜찮아? 가 아니잖아! 애초에, 오는게 너무 늦었잖아, 대체 얼마나 날 기다리게 한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덥고 땀으로 기분도 나쁘고 최악이야! 이렇게 됐으니 맛있는거라도 안 먹으면 기분이 안 풀릴거니까……!”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돌리고 계속 말한다.
“에, 미, 미안.”
“미안, 이 아니잖아. 정말, 언제나 요시노를 소중하게 생각해 준다고 말하는데, 진짜야?! 그렇다면 좀 더 태도로 드러내 줘야지.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좀 몸이 괜찮아 졌다고 이런 식으로…….”
 빙을 고개를 돌려 곤란해하고 있는 레이 쨩의 얼굴을 본다.
 …………어라?
“저기……그게 말야.”
“에, 에, 어, 어째서.”
 눈앞에서 눈을 둥그렇게 뜬 채로 멍하니 서 있는 건 레이 쨩이 아니었다. 레이 쨩 보다도 얼굴의 위치가 낮고, 눈길이 마주치는 각도가 다르다. 그 눈빛은 부드러워서 어딘가 레이 쨩에게 닮은 부분도 있었지만, 명확히 다른 사람이어서.
 그치만 그 사람은.
“유, 유키 군?”
 이었으니까.
 어째서 유키 군이 눈앞에? 유키 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쪽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레이 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것도 그렇잖아? 레이 쨩하고 만날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말을 걸어오면 레이 쨩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치?
“화내고 있는 건 알았으니까.”
 유키 군은 손가락으로 긁적긁적 뺨을 긁으며.
“일단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래?”
“에?”
 말을 듣고 문득 주위에 눈길을 향해보자, 왠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내가 눈을 향하면 눈을 피해 다른 방향을 바라보거나 한다. 아까 굉장히 큰 목소리를 내 버렸으니 그걸로 주목받은 걸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즈음, 나는 조금 전에 유키 군을 향해 뱉은 말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그거라면 유키 군과 약속을 잡은 상태로 늦게 온 유키 군에게 화가 나고 있는 걸로밖에 안 보이지 않나. 그것만이 아니다. 그 뒤에 자신이 뭐라고 ​말​했​는​지​…​…​우​와​아​,​
“진짜?!”
 진짜였다.
 우리를 보는 사람의 눈은 사랑싸움을 시작한 커플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그 모습이었다. 역무원은 왠지 쓴웃음 짓고 있다.
 순식간에 몸이, 얼굴이 빨개져 온다. 기온 탓이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다.
“자, 요시노 양.”
“에.”
 유키 군이 재촉해왔지만,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내 몸은 굳어 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요시노 양?”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키 군.
 나아가려는 몸을 돌려서 눈앞까지 다가오고는,
“자, 가자. 다들 보고 있어.”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내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내 몸을 끌어당긴다. 몸이 앞으로 기울여지는 듯한 모습으로 간신히 내 발도 어색하게 움직였다.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들을 보고 쿡쿡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다른 사람들 측면에서 보면 발작을 일으킨 그녀의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나중에 생각했다.
 그래도 이때에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으으으으…….”
 얼굴을 테이블에 묻은 채로 나는 신음하고 있었다. 설마 그런 실태를 저질러 버릴 줄이야. 그것만이 아니라, 역은 릴리안의 학생들도 많이 사용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은 산백합회 임원이라는 걸로 고등부는 물론이고, 자칫했다간 중등부 애들에게도 얼굴이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요시노 양, 계속 그렇게 신음하진 말아줘.”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고개를 들고 찌릿 노려본다.
“나 때문?”
“다른 누구 탓이라고 하고 싶은 거야?”
 몸을 일으키고 자포자기한 것처럼 복숭아 소다를 마신다. 탄산이 목에 들어가 목이 멨다.
“나는, 요시노 양이 상태가 나빠 보여서 걱정한 것뿐인데.”
“……그거야, 알고 있어.”
 휙 옆을 향한다.
 아아, 알고 있고 말고요. 화내고 있는 건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현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거고요.
 다음에 뭘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대로 입을 다물고 있자, 딱 좋은 타이밍에 파르페가 나왔다. 딸기가 잔뜩 쓰인 스트로베리 파르페. 보기만 해도 달콤하고 시원해서 맛있어 보인다.
 기쁜 듯이 스푼을 잡으려 하자.
 생글생글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는 유키 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흐, 흥.”
 나는 급히 다시 한 번 뺨을 부풀린다.
“자, 이렇게 말한 대로 맛있는 것도 대접했으니, 기분 풀어줘.”
“몰라.”
 말하면서도 파르페를 입으로 한 입 옮기자, 그 맛에 저절로 뺨이 풀릴 것만 같다. 정면에 앉아있는 유키 군을 보고 당황하며 험한 표정을 짓고, 그래도 다시 스푼을 입에 옮기면 무심코 눈꼬리가 내려갈 것 같아서……이런 걸 몇 번이나 되풀이했을 때 탄식했다. 어째서 모처럼 맛있는 파르페를 먹고 있는데 이렇게나 지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래, 파르페에는 죄가 없다. 오히려 맛있게 먹어주지 않으면 파르페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그렇게 되어 나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포기했다.
“응ー, 맛있어!”
 역시나 맛있을 때는 맛있다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제일이다. 유키 군이 어딘가 안도한 듯한 미소를 띠는 게 조금 신경 쓰였지만, 어쩔 수 없다. 파르페를 보고 용서해 줄까.
 파르페를 전부 먹은 뒤에 스푼을 두고 나는 입을 열려고 했다.
“아, 요시노 양.”
“응.”
 먼저 유키 군 쪽이 말을 걸어와 버렸다.
 어째선지 고민하고 있자.
“입가에 크림이.”
“엣.”
 당황해서 손등으로 닦자.
“아ー, 아냐, 반대쪽.”
“으아아.”
 반대쪽으로 손을 움직이자 확실히 크림이 붙어 있었다. 그보다, 손으로 닦는 게 아니라 냅킨을 썼다.
 보자 유키 군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나갈 거야!”
 역시, 용서해 주는 건 좀 더 뒷일로 하기로 했다.



 ―――그보다 어째서 우리들은 함께 걷고 있는 걸까.
 약간의 우연으로 흘러가듯 이렇게 되긴 했지만, 계속 같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 약속한 것도 아니고, 적당한 곳에서 바이바이 해 버리면 좋을 텐데 왠지 둘 다 말을 꺼내지 않고.
“……잠깐, 이거, 무조건 못 따는 거 아니야?”
 이런 곳에 와 버렸다는 거다.
“아니, 저걸 노리려면 우선 주변부터 치워나가지 않으면 무리야.”
“흐응ー, 장군을 노리려면 우선 말부터란 소리구나.”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이런 곳이라는 게 어떤 곳이냐 하면, 오락실이다. 옛날부터 오락실에는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몸이 약했을 때는 물론 허락받지 못했었고, 건강해진 지금도 혼자서 들어가는 건 꺼려졌다. 릴리안 같은 아가씨 학교에서는 동급생 친구를 꼬신다는 것도 좀 현실감이 부족하다. 인형 뽑기 정도,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는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아아, 또 실패야?!”
“아니, 그러니까 처음부터 저걸 노려봐야 무리라고 말했잖아.”
“윽ー.”
 충고를 듣고 머릿속으로는 이해했을 셈이었지만, 막상 실천하게 되면 아무래도 성격적으로 목표물에 돌진해 버린다. 그치만, 처음에 거물을 건지는 쪽이 당연히 좋잖아. 주변을 치운다니, 빤히 알면서 돈을 버리는 것 같은 거잖아.
“교대. 내가 뽑아줄게.”
 으. 제, 제법 멋있는 말을 자연스레 말한다. 이걸로 정말로 휙 목표물을 뽑아 주면, 약간 멋있을지도 모른다. 겨우 인형 뽑기라고는 해도.
 그러고 있는 동안 유키 군은 주변을 차지하고 있는 인형을 떼어내듯 목표물을 드러나게 만들어 간다. 그 과정에서 하얗고 동그란 잘 모르는 인형을 하나 겟. 그리고 드디어 목표 대상을 굳혔다.
“……오옷.”
 암이 인형을 꽉 집어 올린다. 한 말을 그대로 실행한다니, 정말로 이건 제법 멋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자.

 톡.

 하고, 그 녀석은 암에서 흘러 떨어졌다.
“저기.”
“폼 안나.”
“아니, 저 위치까지 가져오면, 앞으로 한 번 하면 확실히 뽑을 수 있으니까!”
“유감, 유키 군이 넣은 500엔분은 지금 걸로 끝이야. 다음은 내 차례니까.”
 나는 유키군과 기계 사이에 몸을 집어넣어, 동전을 집어넣어 게임을 시작시켰다. 아무리 내가 서툴다고 해도, 굉장히 잡기 쉬운 위치가 되어 있다. 처음에는 실패했었지만 훌륭하게 두 번째 조작으로 난 목표물을 잡았다.
“Ya-ha-!! 헤헤ー, 내 승리ー.”
 전리품을 높게 들고 승리를 뽐낸다.
“치사해ー, 내가 거기까지 준비를 마쳤는데.”
“오호호, 패배자가 뭔가 말하고 있구나.”
“큭……그럼 다음은 저쪽 기계로 하자.”
“에ー, 이제 됐어. 바라던거 뽑았고.”
“이기고 튀기?!”
“것보다, 다른 거 하자. 이렇게 때리거나 차거나, 필살기 쓰거나 하는 거 없니?”
 나는 주먹 쥐고 펀치를 ‘이얍!’하는 것처럼 가공의 적을 향해 쳐 보았다.
“격투겜?”
“맞아 맞아, 유키 군, 해 봐줘.”
“보기만 하는 걸로 돼?”
“그게 나, 한 적 없고. 거기에다 보고 있기만 해도 즐겁고.”
“뭐어, 괜찮은데…….”
“힘내, 100연승 하면 상으로 뺨에 키스쯤은 해 줘도 좋으니까.”
“아니, 그거 무리니까!”
 확실히 100연승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유키 군은 14연승까지 보여 주었다. 유키 군도 자가 신기록이라는 걸로 놀라면서도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시노 양 덕분일지도.”
“에, 어째서?”
 나는 유키 군이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여기야, 해치워!’ 라거나, ‘뭘 하고 있는 거야, 앗! 도망가!’ 라거나, ‘지금이야, 필살 빔이야, 빔!’ 등 혼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자 유키 군은.
“뒤에서 귀여운 여자애가 응원해 주고 있으면, 남자는 역시 기합이 들어가는 법이니까.”
 뭐라고.
 우와ー, 뭐라고 할까, 유키 군, 진심인지 천성인 건진 잘 모르겠지만, 천연스레 말한다. 혹시나 여자애한테 익숙한 걸까.
“그래도 마지막 사람은 오기가 생겨서 쓰러뜨리려고 하고 있었구나. 역시나 거꾸로 열도 받겠지.”
“에, 왜?”
 물어보자, 유키 군은.
“모르겠어?”
 같은 말로 돌려줬다.
“응.”
 솔직히 대답하자.
“질투란 거야.”
“흐응ー. 그건 나같은 미소녀를 데려왔으니까?”
“그런 소리.”
“우와, 마음이 안 담긴 맞장구네.”
 웃으면서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 뒤에도 레이스 게임 같은 걸 즐기고 나서 가게를 나왔다. 나는 사고의 연속이라 열이 받아서, 마지막에는 역주행 하거나 했었지만.


 밖에 나가도 아직 해는 높이 떠 있고, 더위는 누그러질 기세도 없다. 무심코 눈을 찡그리고 이마를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한동안 그렇게 걷고 있자.
“요시노 양, 이쪽.”
 하는 유키 군. 불린 쪽을 바라보자.
“오오ー, 과연.”
 고개를 끄덕이며 치맛자락을 펄럭이면서 종종걸음으로 그쪽을 향한다.
 길가에 나란히 늘어선, 푸른 잎이 무성한 가로수가 뜨거운 햇살을 막아 주어서 온도가 확 내려간 기분이 들었다.
 푸른 잎이 무성해서 굉장히 생기가 넘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덥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참을 수 있다. 나는 춤이라도 추는 듯한 발놀림으로 길을 걸어간다.
“넘어지지 않도록 해.”
“그런 얼간이 짓은 안 한다니까ー.”
 빙글 돌자 움직임에 맞춘 것처럼 머리카락이 둥실 춤춘다.
 그런 내 모습에서 왠지 눈길을 돌리며, 유키 군은 우거진 나무들의 이파리를 올려봤다.
“왠지, 약간 쓸쓸하네.”
“……에, 왜?”
 갑자기 뭘 말하는 걸까.
 무심코 나도 유키 군을 쫓듯 위쪽을 우러러본다. 눈에 들어오는 건 아름다운 하늘과 나무숲, 그리고 잎새들의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태양의 빛.
“‘우선 부탁해  밤나무까지 있어  여름나무들’이란 거네.”
“에?”
“‘여름나무들’은 늦여름의 계절어(季語: 하이쿠 등에서 특정 계절을 나타내기 위해 쓰이는 단어)야. 그러니까 여름의 끝을 느끼는 기분이 들어서.”
 흠,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어딘가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하이쿠(俳句: 5·7·5의 3구 17음절로 된 일본의 단시)다. 기운차게 늘어선 나무들을 보고 유키 군은 그런 걸 생각했었나 생각한 나는.
“……풋,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폭소했다.
“엇, 왜 웃는 거야!”
“그게, 안 어울리는걸. 갑자기 하이쿠 같은 걸 읊고, 웃겨서.”
“우와, 너무하네.”
“애초에, 의미 알고서 말하는 거니?”
“아니, 뭐어, 그건……문득.”
“봐, 역시 웃기잖아.”
“쳇, 조옴…….”
 같은 말을 하면서 입을 빼쭉이면서도, 유키 군도 어느샌가 웃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소릴 하는 애다.
“애초에, 왜 쓸쓸한 거니?”
“왜냐니. 그거야 역시.”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오잖아. 식욕의 가을, 독서의 가을, 스포츠의 가을. 다음에는 역전 경주나 마라톤이 즐거운 겨울. 따뜻한 코타츠에서 밀감을 먹고. 봄이 오면 벚꽃이 피고, 새로운 1년이 시작돼. 봐, 쓸쓸할 것 없잖아.”
 손가락을 세우고 얼굴 앞에서 흔들면서.
“여름은 끝나지 않아. 그게, 내년이 오면 또 새로운 여름이 오잖아.”
 싱긋 웃어 보인다.
 응, 레이 쨩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준 미소다.
“……요시노 양은 대단하네.”
“그래? 뭐, 올해의 여름은 얼마 뒷면 확실히 끝나 버리겠지만, 내년에 다시, 그치?”
“그렇, 구나.”
 머리를 긁으며, 얼굴을 붉히며 웃는 유키 군.
 ……아.
“따, 딱히 내년 여름에 함께, 같은 의미가 아니니까!!”
 당황해서 붕붕 손을 흔든다.
 이상한 식으로 착각하면 곤란하고.
“아, 알고 있어. ……그래도.”
“그, 그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싶어서.”
​“​~​~​~​~​~​~​읏​!​!​”​
 우와, 말했어.
 무슨 의미야, 젠장. 그런 소리를 들어 버렸다간 어찌 됐건 깊은 의미로 생각해 버리잖아. 하지만 유미 양의 남동생이야, 자칫 지나치게 착각해도 손해를 볼지도 몰라.
 곤란의 끝에 나는.
“그건 유키 군의 노력에 따라.”
 같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걸 말해 버렸다.
 유키군은 왠지 웃고 있었다.

 왠지 화가 나서 역시나 용서해 주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에.


“올해 여름은 곧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모처럼이니까 끝까지 놀자! 자, 유키 군, 아이스크림 정도를 사 주는 배려같은 건 없는 거니?”
“으에에, 어째서! 방금 전에도 파르페 먹었잖아?!”


 다시 율동적으로 걸어 나간다.


 그래, 끝 같은게 아니다.


 그치만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





 여담이지만.

 용무에 예상 이상으로 시간이 걸려 약속 시각에서 1시간 반 정도 늦어 달려온 레이는,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땀에 쩐 상태로 숨도 헐떡거리면서

‘얼간레이 ​바​보​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라고 역의 전언판에 크게 쓰인 문자를 어깨를 떨군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추신~
 오랜만에 요시노입니다. ​‘​요​시​노​x​블​레​이​드​’​인​데​ 요시노의 이야기가 적지 않아?라는 소리도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혁명’과는 다른 세계?로 했습니다. ‘혁명’만을 의식해 버리면 아무래도 쓰기가 힘들어서. 그 틀을 벗어나서 여름이라는 거에 맞춰 썼더니 이런 게 완성되었습니다만, 어떠셨나요.
 요시농의 귀여움이 드러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역자의 말:
 요시노 귀여워요 요시노.
 근데 대체 전언판에는 언제 글을 쓰고 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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