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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스파크! 전편


 어느 토요일, 유미의 친구가 집에 묵으러 놀러 왔다. 거기까진 흔하진 않더라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친구를 초대한 적은 있었고, 묶고 간 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까.
 단지, 이번이 지금까지랑 다른 부분은.
“안녕, 유키 군. 실례할게―.”
“오늘은 신세 질게요.”
 기운차게 인사하는 요시노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는 시마코.
 그래. 무엇보다 큰 차이는, 묵는 게 미소녀들이라는 점. 요시노나 시마코랑 비교하면 지금까지 묵은 적 있는 아이들은 말로 하긴 좀 그렇지만 정말 평범한 외모의 여성들이었다. 결코 귀엽지 않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 대상이 너무 나쁘다.
 하나데라에선 산백합회의 임원들은 얼굴로 뽑는게 아닐까 하는 소문이 돌 정도로, 릴리안 여학원 산백합회의 레벨은 높으니까.
 그 중 한 사람이 친누나라곤 해도, 셋이서 집에 묵는다는 소리를 들었다간 코바야시같은 애들은 격노하든지 땅을 구르든지, 아니면 볼일도 없는데 놀러와서 묵고 갈지도 모른다. 유키는 코바야시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 건 정답이었다고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건 그렇고, 미소녀 두 사람이 놀러 왔다는 소릴 들으면 동급생 남자들은 선망과 원망이 섞인 눈으로 보겠지만, 현실에 일어나면 그리 좋은 일도 아니다.
 생각만 해 봐도 여고생 셋이 모여있는 곳에 남자가 혼자 스스럼없이 끼어들 순 없다는 걸 알 거다.
 물론,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 유키가 이야기에 섞인다고 해도 얼굴을 찌푸릴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끼어들 생각은 없다. 간대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모르고.
 거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외출할만한 볼일도 없어서, 결국은 여자 셋이서 시끄럽게 수다를 떠는 집 안에 있으면서 자기 방에서 만화라도 읽는 정도밖에 할 게 없는 거다.
 이렇다 보니 유키는 자기 방 침대에 데굴거리면서 만화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유키, 있지?”
 노크 소리와 함께 유미의 소리가 들린다.
 친구와 노는 중에 어떤 볼일이 있어서 올라왔는지 물어봤더니 요시노랑 시마코가 집을 찾아오는 중에 케이크를 사 왔고, 당연히 유키 몫도 있어서 거실에서 같이 먹자는 이야기였다.
 유키는 자기 몫 케이크를 들고 후다닥 방으로 돌아가서 셋을 방해하는 걸 피하려고 생각했지만 유미는 뭘 사양하는 거냐고 웃고, 반쯤 억지로 같이 먹는 걸로 되어 버렸다.
“드세요. 이 집의 치즈 케이크는 정말 맛있어요.”
 천사 같은 극상의 미소를 띄우며 케이크가 실린 접시를 건네주는 시마코. 그걸 받고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를 한다.
 유키가 온데 맞춰 준 건지, 이야기는 하나데라 학원 관련 이야기로 옮겨갔다. 학생회 애들에 대해서나, 학교 행사 이야기, 남학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트러블이나 이벤트 같은 걸 이야기하자 요시노는 즐거운 듯이, 시마코는 조금 놀란 듯이, 그래도 흥미로운 듯 들어줘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신나게 이야기하는 중에 “유키, 표정 풀어졌어.”라고 유미에게 놀림받아 버렸다.
 놀림도 받고 했으니 슬슬 물러나려 일어났는데, 요시노가 불러 세웠다.
“저기, 유키 군. 우리는 앞으로 게임 할 생각인데, 같이 안 할래?”
“에,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세 사람이 게임에 익숙할 것 같진 않다. 유키가 끼면 밸런스가 무너져버릴거라 느꼈지만, 유키의 걱정을 느낀 듯 요시노가 말을 덧붙인다.
“보드 게임이니까, 실력 같은 건 상관 없어서 괜찮아. 넷까지 플레이할 수 있어서, 컴퓨터 끼우는 것 보다 사람이랑 하는 게 재밌을 거고.”
 그건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거나 해서 자산을 늘려가는 유명한 보드게임이다. 전략도 중요하긴 하지만, 운에 좌우되는 부분도 크다 보니 초보자냐 경험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유키가 껴도 문제는 없겠지.
“그럼 할게.”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꽤 기쁘다. 역시 귀여운 여자애들과 같이 노는 건 눈도 부시고 즐겁다. 이야기를 하는 건 좀 힘들지만, 게임을 하게 되면 게임 이야기로 신나게 떠들 수 있다.
 거기다, 컨트롤러는 둘밖에 없으니 둘씩 교대로 쓰게 돼서, 서로 미묘하게 닿거나 할 수도 있고.
 마음속으로 그런 걸 생각하면서 게임을 켜자
“그럼, 하위 두 명이 저녁식사 담당이야.”
 라고 요시노가 말했다.
“에, 뭐야 그거?”
“그냥 플레이해도 별로 안 신나잖아? 그러니까 하위 둘이 오늘 저녁밥 담당인 걸로 안 할래?”
“에―, 그렇구나―.”
“시마코 양은, 싫어?”
“나는 별로 상관 없어.”
“그럼, 결정이네!”
 유키가 의견을 말할 틈도 없이 결정돼 버렸다.
 그도 그렇고, 지면 유키도 저녁 담당이 되어 버리는 걸까. 확실히, 오늘은 부모님이 외출하셔서 귀가가 늦어질 예정이니 저녁은 스스로 해야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유키는 혼자서 밖에 먹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좋아―, ‘패미컴 요시―’라고 불렸던 실력, 보여 주겠어.”
 요시노가 큰소리치지만, 방금까지 실력같은 건 상관없다고 말했던 게 자기였다는 건 기억하고 있을까.
 이 시점에서 유키는 나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약, 1시간 반 뒤.
“화나――! 어째서――?”
 요시노는 컨트롤러를 집어던질 것만 같은 기세로 분해하고 있다.
 나쁜 예감이 맞아서, 요시노는 최하위로 침몰했다.
 이런저런 전략을 생각하며 카드를 쓰거나 하긴 했지만, 역시 운이 좌우하는 부분도 크다. 중간까지는 나름대로 선전했었지만, 후반에 재해나 다른 사람의 카드 등으로 물건을 잃어서 역전당해 버린 거다.
“운이 좋았어. 미안해, 요시노 양.”
 면목없는 듯이 기뻐하고 있는 건, 역전 1등인 시마코.
“이야―, 꽤 격렬했었네.”
 악의 없이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2위인 유미.
 이렇게 됐으니.
“그럼, 잘 부탁해 요시노 양, 유키.”
 유미와 시마코, 둘의 미소에 배웅받으며 유키와 요시노는 쇼핑을 나가게 된 거다.


“아―정말, 어째서 거기서 3이 나오는 거야!”
 집을 나선 뒤에도 요시노는 아직 게임에 대해 푸념하고 있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지, 진짜 분해하는 모습이 어린애 같아서 귀엽긴 하지만, 이 말을 했다간 쓸데없이 분노가 강해질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나란히 걸으면서 게임 결과에 분개하는 요시노를 달래고 있었는데, 새삼스레 요시노를 바라보곤 가슴이 덜컥했다.
 오늘의 요시노는 옅은 회색 천을 쓴 니트 원피스를 두르고 있다. 치맛자락에선 일부러 보이게 입은 건지 프릴로 꾸며진 페티코트가 엿보이며 액센트를 주고 있다.
 큰 나무단추가 달린 카스케트를 쓰고, 그 아래선 평소와 같은 땋은머리가 가슴팍까지 내려오고 있다. 발에는 화려한 빨강 부츠.
 전체적으로 사랑스런 느낌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카스케트가 보이시한 분위기를 내고 있어서 미묘한 밸런스를 자아내고 있다.
 뭐어, 까놓고 말해서 귀여운 거다.
 물론 시마코도 ‘초’가 붙는 미소녀긴 하지만, 역으로 너무 예쁘다 보니 다가가기 힘든 느낌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거기에 반해, 요시노는 굳이 말하자면 친숙한 느낌이 드는 미소녀다. 물론,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그렇게 느끼게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지, 미소녀랑 둘이서 쇼핑하러 나온 시추에이션이라는 건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섞여서 미묘하게 힘든 법이다. 너무 신경쓰는 걸지도 모르지만,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남자가.
 확실히, 이만큼 사랑스럽다면 자신도 넋을 잃고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잠깐, 유키 군. 듣고 있어?”
“우와앗?!”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눈동자가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요시노가 유키의 앞에 얼굴을 쑥 내민 거다.
“어쨌든 간에, 아까 판은 납득이 안 돼. 유키군도 그렇지? 저녁 먹은 다음에, 복수전 하자.”
 주먹을 꾹 쥐곤 결의를 표명하는 요시노.
 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우선, 쇼핑을 빨리 마치자고.”
“그렇지. 저기, 어디 갈거니?”
“버스로 역까지 가서, 역 앞 슈퍼로 가게 되려나.”
“흐응―.”
“가까이 슈퍼가 없는 건 아닌데, 상품 수나 가격 같은 걸 비교하면 역까지 나가는 쪽이 득이야. 버스 정기권도 있고.”
“그렇구나. 꽤 자주 다니겠네?”
 버스에서 별 지장 없는 대화를 나눈다. 이미 저녁이 되었다 보니 느긋하게 쇼핑을 할만한 시간은 아니지만, 이런 시간이라면 좀 천천히 흘러줘도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는 동안 버스는 역까지 도착한다.
“슈퍼는 버스 정거장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한데.”
“흐응……어라, 저기도 가게들 잔뜩 있는 것 같은데?”
“에? 아아.”
 요시노가 가리킨 건 슈퍼랑 짝을 이루는 오래된 상점가. 확실히 그쪽이 가깝긴 하지만, 유키는 가급적 슈퍼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저쪽이 더 가깝잖아. 저기, 가 보자.”
 즐거운 듯이 달려나가는 요시노의 모습을 보면 말릴 수가 없어서, 유키는 고개를 저으며 그 갸냘픈 뒷모습을 쫓아가게 되었다.



 눈 앞의 활기찬 광경을 보고 요시노는 눈을 크게 떴다.
 요시노가 도착한 건 슈퍼가 아니라 흔히 ‘상점가’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어물전이나 야채가게, 정육점 등이 여기저기서 소리치며 손님을 부르고 있다.
“헤에, 이런 상점가가 있었구나.”
“응. 옛날부터 있었던 모양이야.”
 뒤를 돌아보며 유키에게 물어보자, 좀 멍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요시노는 뭔가 좀 신기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외출같은 것도 할 수 없는 몸이었고, 건강해진 다음에도 인연이 없는 장소였으니까.
 기뻐하면서 요시노는 상점가에 발을 디뎠다.
 오늘 저녁밥 메뉴는 오는 중에 버스에서 이야기해서 오므라이스랑 샐러드로 정했다. 둘 다 딱히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단순한 건 좀 한심하니, 오므라이스라면 그럴싸하지 않아? 같은 적당한 느낌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저녁이라서 그런지 상점가는 꽤 북적거린다. 원래 길이 그리 넓지 않은 탓도 있어서, 사람이 가득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서로 떨어져 버릴 것 같다. 그래서 요시노는 유키의 셔츠 팔꿈치 부분을 잡으면서 걷게 되었다.
“에에, 그럼 우선 정육점부터 갈래? 아, 아니면 상하기 쉬운 쪽은 뒤로 두고 야채가게에 가는 게 좋을까?”
“으, 응.”
 애매한 느낌으로 선대답하는 유키.
 요시노는 입을 좀 빼죽인다.
“좀 빠릿하게 있어 봐. 에에, 샐러드는 순무랑 새송이……그리고 양파도 필요하겠네.”
 물건을 살핀다.
 요리에 익숙한 레이라면 뭐가 괜찮은지 보는 걸로 알지도 모르겠지만, 요시노는 그런 걸 알아볼 수 없다. 큰 게 득일까 싶기도 하지만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고.
“저기, 유키 군. 어느게 괜찮을까? 그리고 얼마나 사면 괜찮을까?”
“아니, 나도 잘 모르는데.”
“몰라도 조금은 고민 좀 해.”
 같은 이야기를 가게 앞에서 하고 있자
“뭐야, 형씨. 그런 귀여운 애인 앞에서, 조금은 멋있는 부분 보여줘야지.”
 갑자기 쉰 목소리가 들려와서 깜짝 놀란다.
 그쪽을 바라보자, 머리에 타월을 감은 좀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유키 쪽을 올려다보자, 좀 쑥쓰러운 듯한 표정으로 야채를 보고 있다.
“뭣, 잠깐 아저씨, 우리는 별로 그런”
“둘이 사이 좋게 쇼핑하는 것도 좋지. 자, 뭘 사고 싶냐?”
 아저씨는 요시노의 말같은 건 듣지도 않고, 웃으면서 야채의 설명을 해나가고 있다. 얼굴이 빠르게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봐도 둘 사이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옆에 있는 유키는 부끄러워하곤 있지만 딱히 불만을 토하지도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요시노 혼자서 떠드는 것도 좀 그러니 일단은 반론하는 걸 그만뒀지만, 가게 아저씨의 놀리는 듯한 웃음이나 말소리를 들으면 아무래도 얼굴이 빨개지는 건 멈출 수 없다.
 어찌저찌 해서 가게를 나간 다음, 그 뒤에 찾아간 정육점 아주머니도
“정말 사랑스럽구나. 신혼이니?”
 같은 말로 놀려서 둘이 같이 귀를 붉히고, 그 뒤에 들른 가게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듣곤 했다.
 아무래도 오래된 상점가다보니 가게의 사람들도 호의적으로 접해주고 있는 모양이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더이상 부끄러울 수가 없다. 다른 손님도 잔뜩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듣고, 주위 사람들도 따스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봐서, 당장에라도 달아나고 싶을 정도였다. 거의 억지로 덤을 떠넘기곤 하시니 어떻게든 버티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힘들다.
 상점가를 빠져나가 조금 차분해 졌을 때 요시노는 유키를 향해 조금 원망이 담긴 눈길을 향했다.
 보기에 유키도 분명 부끄러워 하고 있었을텐데, 아무 반론도 없이 애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둘 사이의 오해를 인정한 것 같지 않은가.
“참말, 그러면 뭐야. 유키 군은……그, 그런 식으로 보이는 게 좋은 거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건 상대도 반쯤 놀리는 거니까 적당히 받아 흘리면 괜찮을 것 같아서. 반응하거나 했다간 더 놀릴 것 같았고.”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선, 혼자서 과잉반응하고 있었던 요시노만 바보같지 않은가.
“자, 가자.”
 태연한 표정을 짓곤 걸음을 옮긴다.
 생각해 보니, 유키는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있는데 요시노는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다. 쇼핑 중에도 뭘 들었던 기억이 없으니까, 계속 유키가 들고 있었던 거다. 요시노가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자신에게 들려주려 하면서도, 요시노는 왠지 치사하다고 느꼈다.


 집에 돌아온 뒤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식사 준비를 하는 것도 물론 게임의 패자인 두 사람이다.
 유미도 시마코도 돕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졌는데 도움까지 받는 건 봐주는 기분이라 분하니까. 이렇게 된 이상 둘이 깜짝 놀랄만한 걸 만들어 보일 수 밖에 없다.
 요시노는 마음을 굳히고 빌린 앞치마를 한 뒤, 소매를 걷고 조수 쪽을 바라봤다.
“할 마음이 있는 건 괜찮지만, 자신은 있어?”
“괜찮아,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잖아?”
 프라이팬으로 볶고 양념을 하면 끝이니까.
 요시노는 부엌 위에 늘어선 재료를 노려봤다.
“그, 그렇게 적을 보는 것 처럼 안 봐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리는 전쟁이야! 그런 약한 소릴 하고 있으면 맛있는 요리는 못 한다고!”
“알았으니까, 부엌칼을 휘두르지 말아 줘.”
 조수인 유키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요시노의 안색을 살피고 있다.
 그래, 요리는 전쟁인 거다. 그냥 초콜릿을 녹여서 다시 굳히는 것만 하더라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겠어.
 양파, 표고버섯, 닭고기, 당근, 옥수수, 계란, 등등. 다시금 기합을 넣어서 바라보고 있자.
“그래서, 우선 뭐부터 하면 괜찮을까?”
​“​…​…​거​기​서​부​턴​가​.​”​


 그 뒤로, 주방은 그야말로 전장이 되었다. 요시노가 입에 담은 ‘요리는 전쟁이야’라는 것도 꼭 착각은 아니지 않을까.
 끔찍한 꼴로 썰려나가 부엌 위에 흩날려 있는 재료들. 요시노와 야채나 고기 등의 격투는 격렬했다.
“으읏, 눈물이 안 멈춰어.”
“양파 자른다고 한 건 요시노 양이잖아.”
“다, 닭고기 비계가 왠지 기분 나빠~.”
“그런 걸 신경쓰면 아무것도 못 해.”
“에에, 뭐부터 볶으면 괜찮니?”
“우선 야채를…….”
“앗, 뜨거, 기름이 튀었어!”
“요시노 양, 수분 빼 둬야지!”
 이런 느낌으로 요리 중은 그야말로 혼돈과 파괴가 뒤섞인 아비규환의 지옥도, 라는 건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요시노와 유키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런 고생의 보람도 있어서, 어떻게든 목표한 메뉴를 만드는데는 성공했다. 겉보기는 꽤 거친 느낌이지만, 맛이 괜찮으면 문제는 없고.
“기다렸지, 다 됐어.”
 득의에 가득한 표정으로 음식을 담은 접시를 가져가자.
 왠지, 유미와 시마코가 굉장히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본다. 꽤 재밌는 이야기라고 하고 있었나, 아니면 TV에서 뭔가 했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활기찼어―, 요시노 양.”
“정말, 요리 중간에도 사이 좋고 즐거운 것 같아서, 둘 다 왠지 신혼부부 같네.”
 나란히 선 요시노와 유키를 보고, 이 둘까지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꺼냈다.
 과잉반응 해 봐야 상대가 쓸데없이 더 놀리게 될 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생각한 대로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얼굴에 피가 올라, 입에선 무슨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데, 그런데도 분명 이번에도 옆에 있는 유키는 시치미뗀 표정으로 흘려버릴까 싶어 슬쩍 옆을 바라보자.
“뭐! 두, 둘 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엣?”
 왠지 상점가에 있었을 때랑은 반대로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유키. 얼굴도 새빨개졌고, 여유도 느껴지지 않는다.
 요시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선 완전히 잊고, 기막힌 듯이 유키를 바라봐 버렸다.
 그러자 아래서 올려다보는 요시노의 눈길을 깨달은 유키가 요시노의 얼굴을 보곤 귀까지 붉혀 버렸다.
“아하핫, 유키, 새빨개.”
“시, 시꺼, 유미가 이상한 소릴 해서 그렇잖아! 오해받을만한 소리 하지 마.”
“우후후, 유키 군은 귀엽네요.”
“시, 시마코 양 까지, 놀리지 말아 주세요.”
 이 돌변은 대체 뭘까 생각한다.
 가족인 유미한테 말을 들은 게 부끄러움을 키운 거려나.
“아, 아니니까요!”
 하지만,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있는 유키의 모습을 보고.
 아아, 이건 분명 시마코에게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필사적인거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거라면 이해도 간다.
 그런가, 유키는 시마코를 좋아하는 거구나, 하고 요시노는 생각했다.

 저녁은 맛있었고 즐거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분했다.




후편에 계속
~ 가운뎃말 ~
 2008년 초가 되었고, 역시나 “요시노 블레이드”라는 걸로 요시농의 SS 부터입니다.
 아니―, 사이트 이름이 이름값 못한다고 여기저기서 듣고 있어서(웃음) 아니아니, 요시농은 좋아해요―.

역자의 말:
 질투하는 요시노 귀여워요 요시노.

 저번 요시노편을 올리고 1년이 넘게 지났네요. 요시노 팬 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후편은 가능한한 빠르게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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