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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낙원 전편


 유키는 고민하고 있다.
 깨달아 버린, 자신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첫사랑이 언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아마 초등학생 무렵이었을 것 같지만, 기억은 물거품처럼 꺼져 사라져 버렸다.
 남학교에 다니게 되고 나선 당연하게도 여자와의 접점은 거의 없었고, 유일하게 여자와 공공연히 친해질 수 있는 문화제의 이벤트에서도 스스로 여자에게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적극성이 넘치진 못했다.
 여자에 대한 흥미는 동급생들 수준으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지 아닌지에 차이가 있었고, 남자 친구들과 같이 엉뚱한 짓을 하며 노는 것도 즐거웠기에 딱히 불만도 없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는 처음인 걸지도 모른다.

 여자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건.


 소녀의 이름은 시마즈 요시노.
 유키와 같은 학년에, 릴리안 여학원의 2학년. 유미의 친구이자 현재는 황장미 봉오리로서 산백합회에 활동에 힘쓰고 있다. 검도부에 속해있고, 취미는 스포츠 관람과 시대극 소설 읽기.
 마치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련한 용모를 가지고선, 사실은 오기 있고 분위기를 잘 타는 성격.
 유키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다.
 그래도 좋아하게 되는데 장벽은 없었다. 오히려, 아직 알지 못하는 그녀의 새로운 면들을 좀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저도 모르게 요시노를 떠올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태어나고선 10여년, 여자와 사귄 경험같은 건 없고, 고백받은 적도 없다. 그러니 지금의 마음이 진짜 사랑인지 스스로 확신할 수도 없지만, 요시노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어딘가 괴로워진다.
 그걸 사랑이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할까.

 교실 책상에서 턱을 괴며 홀로 생각에 잠긴다.
 만약 같은 학교였다면 그녀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거고, 뭔가 이유를 대고 만나러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서, 학교도 다른데다 연결고리가 있긴 하지만 그리 강하지 않다.
 유미와 사이가 좋고 학생회 활동으로 연결이 있다곤 해도, 주에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 만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태론 뭘 어쩔 수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학교에 돌격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갑자기 전화를 걸 만큼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답이 없는 상태였다.
“왠지 유키치, 요즘 기운 없네.”
 아리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들여다본다.
 친구에게 상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첫째로 부끄럽기도 하고, 남학교의 친구인데다 애인도 없을 상대에게 뭐라고 상담하면 될지.
 아무것도 아냐, 라고 대답하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곧 봄이 찾아오려 하고 있다. 눈 깜짝할 새 3학년이 되어, 수험같은 걸로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얼마 되지도 않아 졸업이겠지. 진로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대학에 가게 되면 요시노와의 연결고리도 얇아질지도 모른다.
 수험공부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하고 싶지만, 수단이 떠오르질 않는다.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이 지나 순식간에 방과후가 되어, 학생회실을 향한다. 졸업하는 3학년을 배웅하는 이벤트를 맞아 나름대로 바쁜 거다.
 복도를 걸으면서 유키는 학생수첩을 꺼내서 펼친다.
 눈에 들어오는 건 사진 한 장.
 하나데라의 학원 축제때, 우연히 요시노와 둘이서 찍은 사진엔 유키와 나란히 남자용 교복을 입고 V자를 그리는 요시노의 모습이.
 축제 무렵에는 아직 그리 강하게 의식하지 않았어서, 가지고 있는 요시노의 사진은 이 한장 뿐이었다. 어째서 그때 좀 더 사진을 잔뜩 사두지 않았나 싶어서 늦게서야 후회한다.
“어이, 기다려 유키치.”
 뒤에서 코바야시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와, 학생수첩을 교복 안주머니에 숨긴다.
 잠시 뒤에 따라온 코바야시가 유키의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연다.
“저기, 여행 건은 생각해 봤어?”
 그 말을 듣고, 말없이 숨을 내쉰다.
 코바야시가 말하는 여행이라는 건 봄방학에 놀러 가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4월부터는 최상급생이자 수험생이 된다. 여름방학도 수험공부에 쫓길게 거의 확실하다보니, 논다면 봄방학이 마지막이라는 게 코바야시의 주장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었지만, 여행의 내용에 대해선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무리잖아. 여자애들이랑 함께 여행이라니.”
 어깨를 움츠려 보인다.
 그래, 코바야시의 제안은, 그 여행 참여자에 여자도 넣자는 대담한 이야기. 유키도 여자와 여행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지만.
“그걸 제발 좀. 유미 쨩이라면 신뢰할 수 있고, 괜찮지 않을까.”
 학생회 활동에서 잠깐 함께했던 적 있는 것뿐인데, 어째서 신뢰할 수 있다는 걸까. 유키는 눈매를 좁히며 코바야시를 바라본다.
“무리무리, 포기하라니까.”
“뭐야~, 그렇게 유미 쨩을 독점하고 싶은 거냐고~.”
“뭘 어떻게 들으면 그렇게 되는 건데!”
 학생회실에 들어가서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버린 뒤, 조금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먼저 왔던 아리스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한편 코바야시는 전혀 겁먹은 기색도 없이, 오히려 미소마저 띄우며 유키를 바라본다.
“나는 일반론을 말하는 거야. 옆에서 보면 유키치, 넌 단순한 시스콤이라고. 그렇지, 아리스?”
“에.”
 갑자기 말이 튄 아리스의 움직임이 멈춘다.
 유키도 아리스를 바라본다.
“……그래?”
 물어보자, 아리스는 뭐라 할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띄우며 말을 얼버무린다. 그 태도를 보고 코바야시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걸 깨달아, 유키는 깜짝 놀란다.
“아무리 유미 쨩이 귀엽다고 해도, 학생회장이 시스콤이어서야 위엄이 눈꼽만치도 없잖아. 그러니까, 그런 소문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여행 가자.”
“왜 그렇게 되는데. 애초에, 유미도 참여자에 섞이는 거잖아?”
 유키의 반론에도 코바야시는 시치미떼는 표정을 짓고는.
 소리도 없이 다가와서, 유키의 귓가에 유키에게만 들릴만한 소리로 속삭인다.
“……유미 쨩을 부르면, 당연히 요시노 양도 같이 올 거잖아?”
“뭐……너, 코바야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일 뻔한 걸 입으로 막는다. 실내에는 둘 말곤 아리스밖에 없지만, 그래도 코바야시를 방 구석까지 데려가서 소리를 낮춰 추궁한다.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론데. 유키치, 단짝인 내가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했어?”
 코바야시의 얼굴을 보고 말을 잃는다.
 넘겨짚거나 적당히 말하고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확신을 가지고 유키의 마음을 맞춘 거다.
 그래도 유키는 억지로 무시한다.
 이대로 인정해 버리는 건 분해서, 어쩐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니까.
“기회를 만들어 준단 거잖아. 날 핑계로 대도 괜찮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되든 묵고 오는 허가가 나올 리 없잖아.”
 남자가 함께라는 걸 들으면, 좋은 집안 영애인 릴리안 학생에게 부모의 허가가 나오리란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럼, 당일치기면 되잖아?”
“그건……뭐어, 그러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상대라면 몰라도, 유키나 코바야시를 잘 아는 상대라면 당일치기 정도로 어디 이러쿵저러쿵 소리를 들을 일은 없겠지.
 그래도 주저되는 건, 여기서 수긍했다간 코바야시의 말을 긍정하는 게 된다고 느꼈으니까.
“뭐, 절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난 유미 쨩네를 꼬실거니까. 혹시 오케이를 받으면, 유키치는 안 부를 거라고.”
“그, 그건.”
 남자들 중에 유키치가 있어야 여자들도 안심할 수 있을 터다. 그도 그럴게, 4월부터 정식으로 홍장미님이 되는 후쿠자와 유미의 친동생이니까. 하지만 설령 유키가 동행하지 않게 된다고 해도, 반드시 거부하리라 할 순 없다. 하나데라의 학생회 임원과는 나름대로의 규제가 있고, 신뢰도 얻고 있으니까.
“자, 어떡할래?”
 코바야시의 공세에 팔짱을 끼고 신음하는 유키.
 고민하길 수십초. 아니, 사실은 고민할 것도 없이 결론은 나왔었지만, 즉답하는 건 변변찮은 프라이드 탓에 하고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도 OK 해 준다는 보증은 없고.”
“여차하면 나도 지원할게.”
“애초에, 어디 가겠다는 거야.”
“그건 맡겨 둬. 계획은 제대로 짤테니까.”
“……일단, 물어는 보겠지만.”
“오―, 잘 부탁해.”
 자그만 프라이드는 시원스레 박살난 거였다.




 요시노는 고민하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냐 하면, 그건 물론 유키에 대한 것.

 전날, 홍장미 봉오리자 친구이기도 한 유미의 집에 묵으러 간 날, 우연히 귀에 들어와 버렸다.
 유키의 고백이.
 아니, 유키의 방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은 것 뿐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고백받은 건 아닌가.
 하지만 분명히 “요시노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설마, 그 타이밍에 요시노가 방 밖에 있을 걸 예상하고 요시노를 놀린 건 아니겠지.
 그렇다는 건.
 역시, 그 말은 본심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으아―.”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요시노는 침대 위에서 몸부림친다.
 아무리 같은 고민을 반복해도, 도달하는 답은 마찬가지였다. 단지 원망스러운 부분은 직접 들은게 아니라는 것. 요시노가 도달한 답과 유키가 꺼낸 말의 진의가 과연 같은 건지 확실히 말하질 못한다.
 애초에, 진의를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결론이 나올 리도 없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날은 흘러, 순식간에 3월에 돌입했다.
 이 시기엔 3학년 송별회나 장미관에서의 송별회, 화이트 데이에 졸업식 등 갖가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요시노는 좋은 해결 수단을 떠올렸다.
 즉, 흐지부지하는 사이에 잊어버리자는, 정말로 대담하고도 호쾌한 수단이었다.
 후쿠자와 댁에 방문한 뒤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그 뒤로 유키에게서 어떠한 접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데라와의 교류도 이 시기에는 특별히 없다. 애초에 직접 고백받은 것도 아니고, 이제와선 그건 잠이 덜 깬 요시노가 들은 환청이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평소에는 저돌맹진한 기세를 내보이는 요시노라 해도, 평소와 달리 자신에게 경험이 없는 ‘연애’ 영역에선 겁쟁이가 되었단 거다.
 그치만 지금까지 그런 건 생각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고.

 고등학교 1학년 중간 즈음까진 계속 심장병을 앓느라, 사랑은 커녕 친구를 만드는 것 조차 힘들었다.
 수술을 마치고 건강해진 뒤엔, 지금까지 하고 싶어도 못했던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의 온갖 행사, 이벤트, 친구들과 노는 것 등에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장미님이 된 후의 산백합회 활동이나 여동생 찾기, 대학 수험 등, 농밀한 안 해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일단은 잊어버리자는 건 지나치긴 해도, 옆으로 빠져서 두고 와도 괜찮지 않나 하고 느끼는 거다.
 하여튼 문제를 뒤로 미루는 걸로 간신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느끼기 시작한 어느 날.
 요시노가 장미관에 걸음을 디디자, 드문 멤버가 모여 있었다.
“어라, 다같이 무슨 일이니?”
 모두가 방에 들어온 요시노를 바라본다.
 유미와 시마코는 있는게 당연하지만, 츠타코와 마미가 있는 건 의외였다. 대신이라고 할 건 없지만, 노리코와 토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다름 아닌 ‘릴리안 학보’의 졸업 기념호 협의를 위해 모였다고 한다. 같은 반인데 어째서 요시노가 몰랐던 거냐고 분개했지만, 방과 후가 된 뒤에 츠타코와 마미가 느닷없이 마음을 먹곤 약속 없이 쳐들어 왔다는 모양이다.
 졸업하는 언니들을 위한 거기에 현 2학년이 중심이 된다는 모양이라, 노리코와 토코는 오늘은 사양하고 귀가했다는 듯하다. 뭐어, 한시기 허둥지둥했던 느낌은 없어졌으니, 오늘 쯤은 둘이 없어도 문제 없으리란 거다.
 그런 거라면, 하고 요시노도 섞여 여자 다섯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화제가 학보에서 탈선했다.
“그러고 보면 다들 봄방학에 예정 있어?”
 그렇게 말을 꺼낸 건 유미였다.
“뭐어, 별달리 이거라고 할만한 건 없는데.”
 짧은 방학이다.
 요시노도 레이랑 놀러 가자는 약속은 했지만, 그 외에 별 예정이라 할만한 건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애들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럼 말야, 다들 어디 놀러 안 갈래?”
“아, 그거 괜찮겠다.”
 유미의 제안에 요시노가 재빨리 달라붙었다.
 다들 사이좋게 보내고 있지만, 함께 놀러 가거나 여행에 가거나 한 적은 사실 별로 없다. 수학여행과 저번 후쿠자와 댁의 숙박회 정도가 고작이었다.
 몸이 약해서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던 요시노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친구끼리 어디 놀러 간다는 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참을 수 없었다. 수학여행관 다르고, 레이와 외출하는 것과도 다른, 친구들과의 외출. 봄방학이니까 혹시나 숙박 끼고 갈 가능성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요시노의 마음은 완전 신나 있었다.
“그렇네, 즐거울 것 같아.”
“나도 찬성.”
 다른 애들도 찬성인 모양이었다.
“그럼 어디 갈까?”
 손을 꾹 쥐고 바로 검토에 들어가고자 말을 꺼낸 타이밍에,
“아, 잠깐 기다려. 사실 이 이야기, 내 제안이 아니라”
 이야기를 끊은 유미.
 유미가 말을 꺼냈는데 유미의 제안이 아니라는 건 무슨 소린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나데라의 코바야시 군네 쪽에서, 봄방학에 어디 같이 놀러 가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꺼낸 건데.”
“어머.”
 고상하게 놀라는 시마코.
 마미와 츠타코는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가끔은 괜찮잖아, 그런 것도.”
 요시노는 별로 상관 없었다. 여자끼리 가는게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남자들과 같이 가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울 것 같고. 코바야시 등이랑 있으면 별로 의식할 일 없이 놀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 수가 많은 것도 떠들썩해서 즐거울 것 같아.”
“뭐어……그런 경험을 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다들 특별히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상대가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회라고 하면 걱정할 일도 없으리라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요시노의 머릿속에 주황불이 점멸했다.
“……에, 잠깐 기다려. 그, 코바야시 군이라고 했는데, 다른 참가자는?”
 물었다.
 그러자 유미는 손을 꼽기 시작했다.
“에에, 코바야시 군, 아리스, 타카다 군, 그리고 우리 유키 정도려나, 지금까지 들은 이름은.”
 안에 유키의 이름이 있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깜빡 잊은 요시노가 어떻게 된 거다.
 하지만 처음에 찬성한 입장인데 지금와서 철회하는 것도 꺼려지고, 왜냐고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다들 찬성했다고 일단 답변해 둘게.”
 결국 요시노가 어버버하는 사이에 이런 느낌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어 버린 거다.



 요시노가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약속날이 찾아왔다. 원래는 여름방학에 할 예정이었지만, 아무래도 날짜가 안 맞아서 3학기 마지막 일요일이 되었다. 참여자는 릴리안의 저번 다섯명에, 하나데라도 첫 예정대로 넷이 와서 총 9명이라는 꽤 큰 무리가 되었다.
 이래선 그룹 데이트라고 할까, 미팅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가씨 학원, 도련님 학원 두 학교에선 그리 대단한 일이 될 리가 없다.
 어디에 갈지는 총괄을 자처한 코바야시에게 맡겨서, 사실은 아직 모르는 상태.
“그래도, 그것도 곤란하네~.”
 행선지를 모르면 어떤 차림으로 가는게 좋은지도 알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요시노는 조금 활동적인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무난한 옷을 골랐다.
 부모님께 이야기하고 집을 나선다.
 오늘까지 여러모로 고민했고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러니저러니 하면서도 요시노는 기대하고 있었다. 유키에 대해서도, 이만큼 사람이 많이 있으면 의식할 일도 없겠지.
 그러니까 맘편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에 갔는데.

 이건 무슨 일일까.

 이미 약속 시각을 30분이나 넘겼는데, 약속 장소에 있는 건 요시노와 유키 둘뿐.
 처음엔 조금 초조했지만, 잡담을 하는 동안 불안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의외로 태연히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0, 20분이 지나면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유키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 가서.
 유키는 휴대폰을 꺼내 연락을 넣으려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안 걸리는 모양이다. 핸드폰이 없는 요시노는 따분한 마음으로 유키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젠장!”
 머리를 긁으면서,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유키는 휴대폰을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어땠어?”
“아니, 그……게, 왠지 다들 못 온다는 모양이야.”
“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은 7명이 다 같이 오늘이 돼서 갑자기 사정이 안 좋아졌거나, 아니면 컨디션이라도 나빠진 건가.
 아니아니, 그런 우연이 있을 리 없지.
 그렇다면.
“에……설마.”
 눈앞에 선 유키를 올려다 본다.
 말 없이 끄덕이는 유키.
“아무래도 우리 뿐인 것 같아.”
“에…….”

 ​에​에​에​에​에​―​―​―​―​―​―​―​―​―​―​?​!​

 마음 속으로 절규했다.
 그리고 이해했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 상황까지 오면 요시노도 이해할 수 있다.

 즉, 요시노와 유키 둘은 모두에게 속은 거다.

 그럼 어쩌지, 어떡하지. 방금전까진 침착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설마 모두에게 떠밀려 유키랑 둘이서 데이트라니, 할 수 있을 리가. 분명 유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싶어 상태를 살펴본다.
“지금부터 어떡할래?”
“어, 어떡하자니, 그렇게 말해도.”
 곤란해.
“저기 말야, 혹시 요시노 양이 싫지 않으면, 모처럼 나온 거니까 어디 안 갈래?”
“엣.”
 하지만 그래서야 얼떨껼에 다른 애들의 장난에 놀아나는 게 아닌지 생각하고 있자, 요시노의 마음을 느낀 건지 유키가 뒤이어 이렇게 말했다.
“그치만, 좀 분하잖아.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놀아나는 것도 좀…….”
 입을 빼죽이며 반론한다. 분하다고 할까, 부끄럽다.
 그래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자,
“녀석들이 요시노 양이랑 날 빼놓은 게 실수였다고 느낄 정도로 즐겨 보자고.”
 라고,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꺼냈다.
 확실히 여기서 이상하게 의식하고 헤어져 버리는 건 뭔가 분하고, 모처럼 즐기러 왔는데 아깝다.
 그러면, 어떡하는게 좋을까.
“그렇네, 확실히 분할지도.” 동의하고, 주위에 눈을 옮기자, 바로 옆에 서 있던 버스가 슬슬 출발하려는게 눈에 들어왔다.
“좋아, 가자, 유키 군!”
“엣, 우왓??”
 요시노는 유키를 끌고,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버스 운전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닫힐 뻔한 문이 다시 열려, 둘은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문은 바로 닫히고, 버스는 달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요시노 양. 갑자기.”
“봐봐, 만에 하나 다들 우리 뒤를 밟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아아.”
 납득한 듯 끄덕이는 유키. 창에서 뒤를 바라봤지만, 딱히 알고 있는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마음이 놓여 숨을 내쉬고, 유키와 얼굴을 마주보며 공연히 웃는다.
“일단, 앉을까.”
“그렇네……아.”
 거기서 처음으로 둘이 손을 잡고 있던 걸 깨달았다. 유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약간 얼굴을 붉히며 요시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숨에 얼굴이 화악 뜨거워진다.
“아, 자, 저기 자리가 비어 있어!”
 일부러 조금 크게 소리를 내곤, 자리를 향하는 흐름을 타고 손을 놓았다. 버스 흔들림에 균형을 지키며, 자리에 앉는다.
 옆에 앉은 유키와는 물론 서로 맞닿을 정도의 거리. 조용히 있는 건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일단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 갈래?”
“어디라고 해도……이 버스, 어디 행이야?”
“그러고 보면 어느 방면일까.”
“어라, 뭐야 요시노 양, 전혀 모르는 채로 탄 거야?”
“그야 그렇지. ​급​작​스​러​웠​으​니​까​.​”​
“그것도 그런가. 에, 잠깐 기다려. 이 버스면…….”
“아, 나, 여기 알고 있어!”
 정류장의 이름을 보고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감이 잡혀, 행선지를 떠올린다. 요시노도 뒤를 따라 알고 있는 곳의 이름을 적당히 늘어놓는다.
 행선지도 모르는, 무계획적인 여행도 재밌을 것 같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상도 못했던 둘의 데이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후편에 계속

~ 추신 ~
 오랜만의 요시농입니다. 사이트 이름을 맡고 있으니까, 여기는 한 번 힘내 봐야지……같은 식으로 말하면서,
 이 둘이면, 왠지 이런 식으로 주위에 속아 넘어가는 전개가 어울리겠다 싶어서요. 요시노는 솔직하지 않을 것 같고 (웃음)

역자의 말:
 정말 오랜만에 하는 번역이네요. 1년은 안 넘기긴 했는데……에고야.

 요시노x블레이드도 10주년을 맞아, 아직 토코가 안 나왔습니다. ……문장 호응이 이상하지만, 정말 이런 기분이에요. 9주년때 토코 쓴다고 ​공​지​하​셨​는​데​…​…​O​T​L​.​ 괜찮아요. 올해는 나오겠죠. 토코를 보고 어서 풀파워 淸風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음 화도 머잖은 시기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보려곤 하는데, 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예고하면 꼭 깨지더라고요. 그래도 전후편으로 있는 이야기를 전편만 오르고 잠수할 순 없으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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