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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분명, 거짓이 아냐


 고3이 되어 학교에 다닐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곧 수험공부도 본격화될 해를 눈앞에 두고, 유키는 딱히 분발하거나 하지도 않고 평소랑 변함없는 상태로 자기 방 안에서 쉬고 있었다. 오히려 짧은 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아서 좀 더 놀고 싶은 것 같은, 하지만 특별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학교에도 가고 싶은 것 같은, 미묘한 심경이었다.
 이럴 때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유키에게 그런 상대는 없었다.
 그 상황에 문득, 장래의 연인은 대체 어떤 여성인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떠올린 건 역시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여자애의 모습.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키가 사랑하고 있는 소녀.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면, 그녀의 목소리를 재생해 보면, 그녀의 생명의 숨결을 떠올려 보면, 얼마나 마음이 술렁이는지. 본인이 없는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행복한 기분이 생겨난다.
 어릴 적의 첫사랑을 빼면, 유키가 이런 기분이 드는 건 필시 처음이겠지. 남고에서 지내느라 여자와의 접점은 가족뿐인 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매력적인 소녀와의 만남.
 하지만 그 마음과는 반대로 뭔가 행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곤 말하기 어렵다. 전날 둘이서 데이트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도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였고 데이트 뒤에 다음 약속을 잡지도 못했다. 그런 걸 스마트하게 할 수 있었다면 홀로 고민할 일도 없겠지.
 유키는 자신이 이렇게나 겁쟁이였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기분이었다. 자신은 좀더 포지티브하고, 어딘지 모르게 낙천적인 성격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의 모습은 자신의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전화를하거나 유미에게 부탁하는 등 연락 수단은 여럿 떠오르는데도, 뭔가 핑계를 대고 뒤로 미루든지 하느라 결국은 아무 행동 없이 시간만이 흘러간다.
 이대론 아무 일도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데,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거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애타는 마음에 머리칼을 쥐어 뜯어봐야 그걸로 뭐가 어찌 바뀔 리도 없어서, 유키는 일어나서 기분전환을 겸해 거실로 내려가기로 했다. 냉장고 안엔 분명 ​이​마​무​라​야​(​今​村​屋​)​의​ 푸딩이 있었던 기억이니, 그거라도 먹으면서 TV라도 볼까 싶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참에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복도에 놓여있는 전화로 유미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응, 알았어. 그럼 역 앞에서.”
 마침 이야기가 끝난 참인지, 수화기를 놓는다.
“뭐야, 어디 가?”
“아, 응. 요시노 양이 불러서, 나갔다 올게.”
 준비를 위해선지 허둥지둥 계단을 올라가는 유미를 지켜보곤, 거실로 내려간다.
 냉장고를 열고 푸딩을 꺼내서 먹은 뒤 별 의미도 없이 TV를 바라보고 있자, 이윽고 계단쪽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거실 쪽으로 다가온다. 모습을 보인 유미는 외출용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라, 준비도 완벽.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한 마디를 남기곤 현관으로 나갔다.
 유미의 뒷모습을 지켜보곤 계속 거실에서 별 하는 것도 없이 TV를 보는 중에, 전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 후쿠자와입니다.”
 부모님도 안 계시기에 유키가 수화기를 잡고 대답하자,
『여보세요, 저, 시마즈라고 하는데요.』
“어라, 요시노 양?”
『아아, 유키 군.』
 들려온 목소리에 조금 놀라며, 무의식중에 현관 쪽으로 눈을 향하지만 진작에 집을 나간 유미의 모습이 보일 리가 없다.
“저기, 유미라면 요시노 양에게 불려서 나갔는데.”
『에, 아, 응, 그건 알고 있어.』
 그도 당연히 그럴 것이, 요시노에게서 불렸다고 말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수화기를 통해 요시노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뻐 지는 건 그게 사랑이어선지, 아니면 단순히 단순한 성격이어선지.
 어느 쪽이든지간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인데도, 유키는 세련된 이야기나 대답을 하질 못한다.
“미안, 그러니까 뭔가 전하고 싶어도 이미 무린데.”
『아―, 응,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그래, 유미 양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응? 그러니까, 유미는 방금 나가 버려서.”
『응, 그건 예상 대로……가 아니라, 그러니까, 유미 양에게 전하는 걸 잊었으니까, 좀 유키 군에게 대신 부탁하고 싶은 건데.』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부탁이 있는 모양인데, 유키가 그걸 거절할만한 이유가 있을 리가 없다. 태연한 말투를 새삼스레 의식하곤, 대체 무슨 일인지 되묻는다.
『에에 그게, 사실은 전에 유미 양에게 접이 우산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계속 잊고 있어서. 오늘 이 김에 가져와 주면 좋겠다 싶어서. 봐, 마침 오늘 저녁에 날씨도 안 좋아 질 거라고 일기예보에서도 말했었잖아.』
“그랬……었나.”
『그랬었어. 그리고 그, 원래 그 우산, 레이 쨩, 내 언니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니까, 빨리 돌려줘야 하겠다 싶어서.』
“그런 건 빨리 말해줘. 알았어, 찾을 테니까, 어떤 우산인지 말해 줄래?”
 수화기를 들고 현관을 향한다. 접이 우산이니까 우산 꽂이엔 없겠지만, 현관에 있는 서랍 안에 뒀을 가능성도 높을 것 같았으니까. 예상대로 그쪽에 당연한 것 처럼 들어가 있었다.
“찾았어. 정말, 유미 녀석은 어쩔 수 없네.”
『아하하, 요즘 계속 맑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에에, 그럼 이걸 보내주면 되는 거야?”
『응, 미안해. 위치는……』
 약속 장소를 잡고 전화를 끊는다. 어떤 이유든 간에 요시노를 만날 계기가 생긴다면 환영이다.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세면장에 가서 머리모양을 정리한 뒤, 그래도 너무 시간을 들일 수도 없고 너무 꾸미는 것도 부자연스러우니 일단 적당한 수준에서 멈춘 뒤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자 밝은 태양빛이 맞아 주었다.
 일기예보를 본 게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 상황에 저녁부터 날씨가 나빠지는 건가 싶지만, 솔직히 날씨가 나빠지든 아니든 상관 없다. 유키는 날뛰는 마음을 억누르며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 보니 이미 거기엔 요시노가 보였다. 체크 재킷에 청바지, 머리모양은 평소의 땋은 머리를 푼 스트레이트에, 분홍색 모자를 쓰고 있다.
“미안, 기다렸어?”
“으으응, 괜찮아.”
 요시노의 눈 앞까지 찾아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유미는 따로야?”
“아아, 응, 좀 먼저 다른 곳에서 쇼핑하고 있어.”
“뭐야, 빌린 주제에 요시노 양을 오게 만들다니, 뻔뻔하네.”
“그런 건 괜찮으니까 됐어.”
 손을 흔드는 요시노에게, 일단 가져온 우산을 건넨다.
“고마워. 아, 우산 이야기는 내가 유미 양에게 전해둘 테니까, 유키 군이 유미 양에게 말하진 않아도 되니까. 알았지?”
“으, 응.”
 몹시 강한 말투에, 순순히 끄덕인다. 요시노가 그렇게 말한다면 유키에게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볼일도 끝나 버렸으니 더이상 요시노와 함께 있을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요시노도 유미와 약속이 있으니까 오래 있을 순 없겠지.
 이런 기회를 써서 다음에 만날 약속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혀 아무 생각도 해 오질 않았다.
“에에―, 그럼 다음에 봐.”
 한심하게도 여기서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요시노의 사복 차림을 볼 수도 있었고, 역시 귀여웠고, 일단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자,
“아 그리고, 잠깐 기다려.”
 생각지도 못하게, 요시노 쪽에서 불러 세웠다.
“무, 무슨 일이야?”
“에? 아~, 그, 아으, 에에.”
 왠지 불러세운 요시노 쪽이 허둥지둥거렸다.
 부지런히 조금씩 손을 움직이는데, 그런데도 그 손을 대체 어디로 가져가려는지를 알 수 없어서,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뺨을 긁는 등 안절부절못한다.
 유키 쪽에 슬쩍 눈을 향했다 싶으면, 바로 눈을 돌리곤 화난 듯한 표정을 보이고, 그 바로 뒤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고, 큰 눈동자를 빙글빙글 움직인다.
 하지만 이윽고 뭔가를 결심한 건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 유키를 노려보듯이 바라본다.
“저기, 먼저 말해 두지만, 이상한 뜻은 없으니까.”
“에?”
 유키는 무슨 이야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유키의 모습은 개의치 않고, 요시노는 숄더백에 손을 넣어 안에서 뭔가를 꺼내, 유키를 향해 되는대로 내밀었다.
“자, 이거 줄게.”
“에?”
 요시노가 들고 있는 건 포장되어 있는 뭔지 모를 작은 상자. 요시노를 바라보자 뭔가가 불만스러운지 입을 빼죽이고 있다.
“그래도, 갑자기 준다고 해도, 어째서”
“어째서라니, 그건, 그러니까……”
 우물우물 뭔가 웅얼거리며 말하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요시노의 손을 본 뒤 얼굴을 바라본다. 약간이지만 뺨이 홍조되어 있다.
“별로, 일부러 준비한 게 아니니까. 전화한 뒤에 그러고 보니 싶어서 아까 서둘러 산 것 뿐이니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에?”
 아직 잘 모르겠어서, 얼빠진 소리를 내자
 요시노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그리고.
“바보!”
“아야?!”
 한 마디를 던지며 손에 들었던 상자까지 집어던졌다. 얼굴로 힘껏 받아버려서 비명을 지르지만, 그런데도 떨어지려던 상자를 어떻게든 손으로 붙잡는다. 얼얼한 코를 누르면서 상자에 눈을 향하는 중에, 늦게서야 간신히 느낌이 왔다.
“아, 혹시나 이거, 내 생일거?”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그리 된거라니까. 그리고 뭐어, 이래저래 신세도 졌고.”
 팔짱을 끼곤 옆을 바라보면서 왠지 잘난듯한 말투로 말하는 요시노.
 하지만 지금 유키에겐 그런 건 상관 없었다. 누가 뭐라든, 요시노에게서 생일 선물을 받은데 변함은 없으니까.
“아, 고마워 요시노 양. 진짜 기뻐!”
 솔직히 감사를 전하자,
“뭐어……응, 그렇네.”
 잘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이면서도, 조금 쑥스러운 듯 끄덕인다.
“그럼 나는 유미 양네 쪽으로 돌아갈 테니까. 바이바이!”
“앗.”
 멈춰세울 틈도 없이 요시노는 빙글 몸을 돌려서 달려가 버렸다. 인파에 섞여가는 뒷모습과 손에 남은 상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날 하루 전을 맞아, 요시노는 깨달았다. 깨닫지 못했다면 그대로 지나갔을 일을, 깨달아 버린 이상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봄방학 기간이고 학교도 다른데다 그리 빈번히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알면서 무시하는 건 어떤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대도 어쩌면 좋은 건지. 사귀고 있지도 않은 남자에게 생일 선물을 건넨다니, 진지하게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못할 일이다. 게다가 봄방학이니, 학교의 이벤트같은 걸로 만났을 때 건네주는 것도 무리다.
 이래저래 고민한 끝에 떠오른 게 유미를 끼워서 건네는 방법.
 우선 전화로 유미를 부른다. 약속 장소와 약속 시각을 정하면, 집에서 나올 시간도 대강 예상할 수 있다. 조금 여유를 두고 다시 전화를 걸겠지만, 여기가 완전히 운에 맡기는 부분이라, 유키가 받을지 다른 가족이 받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하고 계실테니 어머니가 받든지 유키가 받든지, 아니면 아무도 안 받든지. 여기서 빗나가면 포기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운 좋게 유키가 전화를 받아 주었다.
 유미에게 전화한 뒤에 츠타코에게 연락해서 요시노가 약속에 늦으리라는 건 전해 뒀다. 요시노는 급히 집을 나서서, 유키와의 약속에 지정해둔 역을 향한다. 중간에 잘 생각해 보니 애초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역 건물에서 허둥지둥 물건을 골랐다.
 그리고 정작 유키를 보게 되자, 선물을 건네는데는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했다간 요시노가 유키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버리지 않을까. 아니, 싫어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게 바로 좋아한다로 연결되는 건 아닌 거라서.
 거기에다 선물도 제대로 고를 여유도 없어서, 정작 건네려 할 땐 진짜 괜찮았는지가 고민된다.
 이런저런 고민이 머릿속에서 뒤섞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도망칠 수도 없다. 요시노느 만음을 굳히고 가방 속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유키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 줄게.”
 그런데도 눈앞의 유키는 뭘 내밀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라, 홀린 새끼 너구리같은 표정을 지으며 요시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갑자기 준다고 해도, 어째서”
“어째서라니, 그건, 그러니까……”
 네 생일이라서잖아, 라고 불만을 말하듯 작은 소리로 푸념한다. 애초에, 뭐야. 자기 생일에 포장된 걸 건네받아도 모르는 거야? 게다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주는 선물이잖아. 아니 잠깐, 정식으로 고백받은 것도 아니고, 그건 잊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천연적인 둔함에는 화내면 될지 기막혀하면 될지. 일단 요시노는 화내기로 했다.
 깨닫고 나니 선물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앗”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이럴 때만 훌륭한 컨트롤로 상자는 유키의 콧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거기까지 와서 간신히 유키는 상자의 정체를 깨달은 모양이다. 이해하고 나니 그때까지 당황스러워했던 표정이 단숨에 바뀌어서, 척 봐도 기뻐보이는 표정이 된다.
 그리고.
“고마워 요시노 양. 진짜 기뻐!”
 유미 양에게 물려받은 흐림없는 미소를 지으며 곧게 감사를 해와서, 요시노도 조금 기뻐진다. 뺨이 풀어질 것 같은 걸 허둥지둥 순간적으로 다잡는다.
“그럼 나는 유미 양네 쪽으로 돌아갈 테니까. 바이바이!”
 계속 있을 수도 없으니, 실수를 하기 전에 후딱 여기서 떠나기로 했다.
 손을 휙 들곤, 거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달려간다.
“……잠깐, 이래서야 내가 도망치고 있는 것 같잖아! 그래도, 이제와서 멈출 수도 없고~!”
 혼자서 헛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들지도 않지만, 일단 요시노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약속에 늦기를 20분.
“아, 드디어 왔다. 늦어, 요시노 양!”
“미, 미안, 하아, 하아.”
 열심히 달려왔지만, 잔뜩 지각이라 요시노는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0분이면 충분하리라 예측했었지만, 전철이 중간에 지연될 것까진 예상할 수 없었다.
“요시노 양, 괜찮니?”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는 건 시마코. 그 외에 츠타코, 마미, 그리고 유미까지, 참여자는 모두 모여 있다.
“말을 꺼내놓고 늦다니……뭐, 그렇게 땀날 정도로 전력으로 뛰어 왔으니, 용서해 줄까.”
“그래도 요시노 양, 센스있네. 유미 양의 생일을 다 같이 축하하자니.”
“조금 일렀지만.”
 그랬다. 유미와 전화한 뒤에, 요시노가 모두에게 연락해서 모은 거다. 설마 모두 시간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앞으로 인터넷에서 찾은 멋진 카페에 가서, 약간 빠르긴 하지만 유미의 생일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먹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아직 해야할 게 있다.
“으으, 피곤해―, 유미야앙―.”
 흐느적 흐느적 유미에게 체중을 맡기며 달라붙는다. 실제로 전력으로 달려와서 지쳤으니, 연기할 필요는 없다.
“아, 요시노 양 정신 차려……에, 아하하 싫다 참, 간지러워.”
 껴안으면서 조금 간지럽혀보거나 한다. 그리고 유미의 의식이 빗나간 틈에 잽싸게 유미의 토트백에 우산을 숨긴다. 조금 깊은 쪽에.
“미안 미안, 아하하, 이제 괜찮아, 응. 그래도 늦어서 정말 미안해.”
“그 정도는 괜찮아. 그것보다 오늘은 정말 고마워. 설마 이런 걸 해 줄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원래는 생일 당일이 좋았겠지만, 좀 사정이 나빠서 이르게 한 건 봐주라?”
“축하받는 건데 불만 있을리가 없잖아.”
 기쁜 듯 웃는 유미.
 이걸로, 이 뒤는 타이밍을 재서 우산 이야기를 꺼내면 끝이다. 유미는 우산을 가져온 기억이 없겠지만, 가방에 넣어둔 채가 아니었냐고 하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납득할 거다. 그도 그럴게, 실제로 우산이 들어 있는 거니까.
 이걸로 미션은 완료. 요시노는 기분 좋게 맛있는 케이크를 만끽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상자를 열어보자, 안에 들어있던 건 은제 액세서리였다. 디자인은 왠지 짓테(十手).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분명 요시노가 시대극을 좋아했었지 싶어서 납득했다.
 유키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휴대폰 스트랩으로 달기로 했다. 이걸로 휴대전화를 볼 때 마다 떠올릴 수 있겠지.
 기쁨이 얼굴에도 나왔는지 저녁에 유미에게 얼굴이 풀어졌다고 놀림받았지만, 오늘의 유키에겐 뭐라 말하든 의미가 없었다.
 저녁 식사 뒤에 가족에게서도 선물을 받고 케이크도 먹은 뒤, 만족스럽게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최종학년인 3학년이 된 해의 첫날이 지금까지의 인생 중 최고의 날이 아닌가 싶은 정도여서, 올해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걸론 안돼.”
 마음을 가다듬고 홀로 고민한다.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만으론 안돼. 기다리고 있는 것 만으로 좋은 일이 그리 쉽게 일어날 리가 없어. 좋은 해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해야만 하는 거야. 그래, 올해가 마지막 해니까.
 침을 삼키며 유키는 결심했다. 그리고 결심이 둔해지기 전에 전화기를 들고와서 손에 쥔다.
 학생회의 연락 사정상 전화번호는 알고 있다.
 잠시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한 뒤 전화를 건다.
 받을 때 까지가 억겁처럼 느껴졌지만, 이윽고.
『――예, 시마즈입니다만.』
“아, 저기! 나, 아니, 저, 후쿠자와라고 합니다. 아, 하나데라 학원 학생회의.”
 조금 차분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와, 준비했던 말이 전부 의미없을 정도로 한심한 인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침착을 되찾아서, 요시노에게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보류음에 가슴뛰며 기다리기를 십수초.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요시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요시노 양. 나, 유키야.”
『응, 어머니께 들었어. 전화 같은 걸 걸고, 무슨 일이니?』
“아니, 역시 제대로 인사하고 싶어서. 선물 고마워, 굉장히 기뻐. 마음에 들어서, 바로 휴대폰 스트랩으로 달았으니까.”
『그, 그래. 응, 그러면 나도 산 보람이 있네. 정말, 우연히 유키 군의 생일이 오늘이었으니까, 응.』
 천천히, 상대가 깨닫지 못하도록 심호흡을 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니까.
“그, 그래서 요시노 양!”
『예, 옛?』
 기세 가득한 유키의 말에 눌린 듯 대답하는 요시노.
“저, 저기……선물 답례를 하고 싶은데, 다음에 만날 수 없을까?”
『에? 저기, 그건, 둘이서, 라는 소리?』
“으, 응. 어떠, 려나.”
『에에…….』
 말한 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진다.
 유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요시노의 호흡이 작게나마 들려온다.
 심판이 내려질 때를 손을 꼭 쥐며 기다린다.
 이윽고.
『……뭐, 뭐어, 꼭 그랬으면 싶다고 하면, 괜찮지만?』
“정말?!”
『응, 왠지 유키 군 필사적인 것 같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라는 걸로.』
“응, 고마워. 에에, 자세한 건 다시 ​연​락​할​테​니​까​…​…​.​”​
 그 뒤는 어떤 걸 이야기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둥둥 뜬 기분이었으니까.
 어쨌든간에, 요시노와 데이트 약속을 한 거다. 이 한해를 후회없는 한해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해 나가자.
“좋아―, 올해는 힘내자!!”
 힘차게 소리치자,
“유키, 시끄러워. 정말―, 밤이니까.”
 옆방에서 유미의 불만이 들려왔지만, 그런 것도 신경쓰이지 않는다.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짓테를 보고, 유키는 기합을 넣는다.





 전화를 끊을 때, 어머니가 말을 걸어 왔다.
“유키 군이랑 잘 되고 있니?”
 갑자기 정면에서 깊게 베여서, 방어할 여유도 시간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어머니는 일부러 하는 듯 뺨에 손을 대곤, 한숨을 내쉬어 보인다.
“전에 몰래 놀러 간 이래로 부르려고도 안 하고, 전화도 안 하고.”
“정말―,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니까―.”
 뺨을 퉁퉁 부풀려 보인다. 분명 어머니는 즐기고 있는 것뿐이다. 친딸을 즐길거리로 삼다니, 취미가 나쁘단 생각밖에 안 든다.
“쉬는 날 같은 때도 데이트하는 모습도 없었고, 이건 틀어졌으려나 싶어서 걱정스러워서~.”
“틀어졌고 뭐고, 다음에 데이트 할 약속 했고.”
“어머.”
 이런,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 입은 어째서 쓸데없는 걸 시원스레 흘려버리는 걸까.
“유, 유키 군이 꼭 부탁한다고 말했으니까, 그래서니까.”
“응 응, 알고 있어.”
 웃으면서 거실 쪽으로 돌아가는 어머니. 그 모습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하다가.
 발 아래를 본다.
 차가운 복도의 바닥을 디디고 있는, 하얗고 자그만 발. 들어서, 내린다. 단순한 일이지만, 분명 이게.
“첫, 한 걸음――.”
 신년, 새로운 학년, 새로운 생활, 그리고 새로운 마음.
 뭔가가 태어날듯한 기색, 뭔가가 바뀔듯한 예감, 뭔가가 시작되리란 확신

 그것들 모두를 부둥켜 안고, 요시노는 홀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추신~
 죄송합니다. 사이트 이름을 맡고 있는데도, 오랜만의 요시농이었습니다. 요시노는 쓰고 있으면 이래저래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식으로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기도 하지요. 역시 병 걸렸을 때가 있었으니까, 사실은 깊은 곳에 이것저것 있으리란 생각이 들죠.
 자, 이 둘은 뭔가 진전될 기색이 있는 건지……??

역자의 말:
 요시농 귀여워요 요시농. 진짜 귀여워요.
 요시노라면 진짜 이럴 것도 같은 기분인게 참 묘합니다. 사실 언제나 친구들이나 언니, 할머니(?!)한테 보이던 태도도 이거랑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화의 느낌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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