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화 모두에게 잔뜩 걱정 끼친 벌인걸
다음에 내가 눈을 떴을 때, 거기는 아스라의 의무실이었다. 시간의 정원에서 내가 정신을 잃은 뒤에 하루 온종일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 부상은 전치 3주일. 전신에 찰과상과 타박상 다수. 특히 지독한 게 오른팔. 아무래도 마지막 자폭으로 골절한 모양인지, 지금은 깁스로 완전히 고정되어 있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은 굉장히 아파 보인다. 아니 그보다, 자기 자폭이 제일 대미지가 크다는 건 대체 뭐야.
“남의 충고를 무시하고 무모한 짓을 한 네가 제일 나빠. 자업자득이야. 한동안은 움직이지 말고 안정하고 있어.”
“예이예이.”
크로노의 감사한 말에 어깨를 움츠리고 대답한다. 자기도 머리에 붕대 감고 있는 주제에.
뭐어, 이 꼴로는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안 든다. 그보다, 근육통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
그런 것 보다 중요한게 있다. 내 눈길을 느꼈는지, 나보다 먼저 크로노가 입을 연다.
“다치지 않았다곤 할 수 없지만, 다들 무사해. 프레시아도 포함해서. 부상도 너 외에는 경상 정도야.”
“나노하도?”
“그래. 정밀검진 결과도 문제 없음. 흉터도 남지 않고, 후유증의 걱정도 없어.”
“……그런가.”
그걸 듣고 간신히 안심할 수 있었다. 제일 큰 근심이 해소되어, 어깨의 짐을 하나 덜어낸 기분이다.
“그렇다곤 해도, 그 정도의 격전이었으니 역시나 지친 모양인지, 검진을 받은 뒤에 푹 잠자고 있어.”
“뭐어, 한나절을 싸워대기만 한 셈이니까.”
소모한 건 마력이나 체력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의 전투는 기력이라는 정신적인 소모도 컸었겠지. 바다에서의 주얼 시드 봉인에서부터 계속 느긋하게 쉴 틈도 없었던 거다. 나보다는 경상이라곤 해도, 한동안은 눈을 뜨지 못하는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크로노는 제대로 쉬었어?”
오랜 시간 전투를 한 건 크로노도 마찬가지다. 집무관이 격무인 건 알고 있지만, 혹시나 그 일전 뒤에도 휴식 없이 활동을 하고 있다면 어떤 괴물인지 묻고 싶어질 수준이다. 그보다 아예 벌게임 수준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 전투 뒤에 휴식 없이 일할 정도론 나도 터프하지 않아. 사후처리나 무장대원의 치료 뒤에 제대로 잠은 잤어.”
“그렇겠지?”
그렇다곤 해도, 우리들처럼 시간이 허용하는 한 쉰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 이 건의 사후처리가 고작 몇 시간으로 끝나리라고도 보지 않는다. 휴식도 최소한 취하는 정도려나. 사회인은 큰일이다.
“……그러고 보면 프레시아와 페이트의 대우는?”
“페이트와 알프 둘은 호송실이야.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 둘은 이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니까. 한동안은 격리하게 되겠지.”
“그런가. 그래서, 프레시아는?”
담백하게 반응하는 내게, 크로노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이 사건의 실행범임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대우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거다. 그것만은 별 수 없다.
“프레시아 테스타로사는 페이트와는 다른 방에서 치료중이야. 이번 건과는 별개로, 원래 병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현재는 나을 전망은 없어. 아마, 반년도 버티지 못할 거라는게 의사의 견해야.”
그러고 보면, 그런 이야기였던 기분도 들어서, 어슴푸레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내가 아는 지식과 가장 다른 게 프레시아의 생존. 하지만 그것도 겨우 반년도 못 되는 연명일 뿐이다. 그게 페이트에게 있어 플러스로 움직일지 어떨지. 나노하나 크로노 등에게 추가적인 상처와 부담을 지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그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암울한 기분이 든다.
“프레시아의 의식은 돌아왔어? 의식을 잃기 전과 무슨 변화는?”
몬트리히트를 파괴한 영향이 나왔는지 어떤지를 확인하려 묻는다. 그때 에이미 씨와의 통신은 중간에 끊겨 버렸기에, 몬트리히트에 대한 정보는 어중간한 수준밖에 얻지 못했다.
몬트리히트가 프레시아의 정신을 미치게 하고 있었다고 해서, 어디서 어디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랑, 몬트리히트를 파괴하는 걸로 그 정신이 회복되는 건가? 아니면 미친 정신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지. 그런 뜻을 담은 질문에 크로노는 복잡한 표정을 띄우며 말했다.
“그녀의 의식은 돌아왔어. 몬트리히트를 파괴한 게 성과가 있었던 거겠지. 차원진을 일으키려고 했던 그녀와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온화해 져서, 이쪽에도 협력적이야.”
다만, 이라는 서론을 단 뒤에 크로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트와의 면회를 완고히 거절하고 있어. 도구랑 이야기 할 건 없다고. 페이트 쪽은 프레시아와의 면회를 바라고 있는데…….”
그 말에 눈썹을 찌푸린다. 거참, 그건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지. 집무관에겐 호의적이고 페이트만을 거절? 그것만을 들으면 그리 좋은 전개는 아니다.
“크로노와 린디 씨의 견해는?”
“……뭐라 할 수 없어. 성격이 바뀐 것에 대해선 몬트리히트의 영향 아래서 벗어났다는 걸로 설명이 되겠지만……페이트에 대해서는 말야.”
“몬트리히트의 건을 빼도, 본심으로 페이트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건?”
“혹은, 본심을 위장해 페이트를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 하고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게 어머……함장의 의견이야.”
“……자신에게서 떼어놓는다, 구나.”
크로노의 말을 들으며 침대에 몸을 눕힌다.
분명히 그런 방향도 생각하지 못할 건 아니다. 광기에 달린 부모가, 원래 사랑해야 할 아이를 증오하고, 상처입혀, 멀리해 왔다. 그런 뒤 제정신을 찾았을 때,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설령 이유가 있었다곤 해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자식에게 접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레시아는 페이트를 거절하고 있는 걸까. 자신에게 시간이 없는 건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을 터다. 페이트를 받아들여, 딸로서 대해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별이 찾아온다. 한번은 거절되어, 그럼에도 마음을 통해낸 육친이 떠나 버리면, 페이트는 보다 깊은 슬픔에 휩싸이겠지. 그러면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에게서 떼어놓는 걸로 머잖아 찾아올 이별의 슬픔을 줄이려 한다고 하는 건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프레시아가 본심으론 페이트를 자기 자식이라고 인식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지금은 어떤 기분일까.”
“글쎄.”
크로노의 의문에 대한 답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우리들이 그 답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상상은 할 수 있어도, 그 당사자의 기분을 이해하는 건 가능할 법하지도 않으니까. 더욱이나 나와 크로노는 부모조차 아니다. 얼마나 상상을 하든, 생각을 하든, 프레시아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무리겠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단순한 추측이다. 지금의 프레시아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상냥하니까, 부서졌다. 인가.”
어둠의 서 안에서 얼리샤가 말했던 말. 프레시아의 소원은 외동딸과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뿐이었을 거다. 어디에도 있을 법한, 누구나 손에 얻을 수 있을 터인 당연하고 자그마한 행복.
그리고 페이트의 소망은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 또한 어디에나 있는,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인 당연하고 자그마한 행복.
프레시아가 제정신으로, 원래의 상냥한 성격으로 돌아가면 모든게 잘 풀릴 거다. 몬트리히트를 쓰러뜨렸을 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페이트는 한참 옛날부터 그렇게 믿고 힘내 왔다. 하지만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게 이거다.
프레시아는 페이트를 멀리하고, 그 여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둘의 소망은 상반되는 게 아닐 텐데. 터무니없는 소망이 아닐 텐데. 그게 이뤄질 일이 없는 건가.
“깨지기 쉬운 소원뿐이야, 정말로.”
이렇게나 작고 아담한 소망마저, 세계는 이뤄주지 않는다.
중얼거리는 나를 보고 크로노는 입을 다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크로노 자신도 나와 비슷한 걸 생각한 적이 있겠지. 아마, 나보다 깊게, 몇 번이나. 한 명의 아이로서, 집무관으로서, 인간으로서. 세계는 언제나 이럴 리 없는 일들뿐이야. 프레시아에게 말했던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들려주려한 말인 거리라 생각하면서,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한다.
“뭐, 일단 프레시아와 페이트를 만나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 안 되나?”
“그건 그런데……여전히 가볍네, 너는.”
가벼운 말투로 말을 꺼낸 내게, 크로노가 질린듯한 표정을 띄운다.
“뭐, 어차피 남 일이고.”
결국, 어디까지 간대도 이건 프레시아 모녀의 문제일 뿐이다. 타인일 뿐인 내가 이러쿵저러쿵 생각해 봐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거고.
“남 일에 격앙해서 고함을 쳐댄 사람이 말해도 설득력은 없는데.”
“……꽥.”
그만둬, 그만둬. 남의 흑역사를 파내는 건 그―만―둬―. 시간의 정원에 돌입할 때의 나를 야유하는 크로노에게, 윽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힘이 빠진다.
“그건, 뭐어……젊은 혈기 탓이라는 걸로.”
“넌 아직 9살일텐데.”
“사소한 건 신경쓰지마.”
내가 손을 흔들며 말하자, 크로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 건에 대해선 어떡할 건데?”
최종적으론 둘을 면회시키는 게 되겠지만, 만사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일이 일인 만큼 너무 늦어도 너무 일러도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겠지.
“오늘 하루는 상태를 보고. 너무 오래 끌어도 페이트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릴 거고, 내일이라도 둘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나와 함장이 입회해서, 라는 말을 덧붙여 말을 끊는 크로노. 내일인가.
“거기엔 우리도 입회할 수 있어?”
“너희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협력자야. 외부인을 입회시킬 수는 없어.”
라며 고개를 흔드는 크로노.
“뭐, 그렇겠지.”
남 일이라고 우기긴 했지만, 신경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오늘 건에 대해선 약간이나마 내게도 원인, 아니 책임인가? 적어도 최종적으론 원작과 같은 정도론 페이트가 웃을 수 있는 결말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뭐어, 뭘 어떡하면 좋을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고작 9살 꼬맹이가 설교한대서 프레시아에게 통할 리도 없고. 아니 그보다, 그 자리에 입회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겠지만.
“단지.”
“응?”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희들은 테스타로사 모녀와 연결을 가지고 있어. 둘을 대면시키기 전에 짧은 시간이라면 페이트와 프레시아, 양쪽에 대한 면회는 허가할 수 있어.”
“휘~.”
오오. 크로노의 배려깊은 조치에 무심코 휘파람을 불어버린다.
“역시나, 이야기를 아네.”
“이유나 경험은 어떻건, 테스타로사 모녀가 가장 크게 반응을 보인 건 너희들이니까. ……일이 잘 풀린다면 그보다 나은 건 없어.”
“……뭐, 그렇지.”
후반에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진 크로노에게 동의하는 뜻을 담아 수긍한다.
일으켰던 몸을 눕혀, 작게 숨을 쉬며 눈을 감는다. 제일 좋은 결과는 무리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로 끝나는 걸 모두가 바라고 있으니까.
“유토.”
“앙?”
크로노의 음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거기에 이끌려, 몸을 일으키며 크로노를 보자 음색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진지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뭐지?
“몬트리히트의 장벽을 부쉈을 때, 네 주변에 마법진이 떠오른 걸 기억하고 있어?”
“……아아.”
그러고 보면 그런 것도 있었다. 그게,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 뒤, 갑자기 마력이 올라간 덕에 그 방벽을 격파할 수 있었지.
“그건 마력을 억제하는 출력 리미터 해제의 술식이야. 너한테 뭔가 짐작가는 건 있어?”
“에?”
지금, 크로노는 대체 뭐라고 말했지? 마력 출력 리미터? 나한테?
“……그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네.”
있을 리가 없다. 적어도 유노가 나타날 때까진 마법 같은 거랑 관계없는 생활을 보내왔고. 그 뒤로 겨우 한 달도 안 지났다. 마력 리미터가 걸릴만한 일도 없었고, 걸릴만한 이유조차 모르겠다. 애초에 누가 뭘 위해서 그런 걸 할 필요가 있다는 건지.
크로노나 린디 씨에게도 지금까지의 경위는 이야기했기에, 내 반응도 예상 범위 안이었던 거겠지. 크로노는 역시나, 라고 중얼거리며 끄덕인다.
“당연한 일이지만, 마력 리미터가 자연적으로 걸리는 일은 있을 수 없어. 즉, 누군가가 네게 마력 리미터를 걸었다는 게 돼.”
모르는 누군가에게, 아니 그 이상으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뭔가가 걸려 있었다. 선의에 의한 것이든 악의에 의한 것이든, 어느쪽이든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과 불안이 가슴 속에서 솟아오른다. 누가 뭘 위해서? 아니, 애초에 내가 있던 건 마법과는 관계 없는 관리외 세계다. 어째서 그런 내게 마력 리미터를 걸 필요가 있지? 애초에 대체 언제부터?
분명 나는 이 세계에 태어났을 때부터 이전 세계의 지식과,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기 때나 유아 무렵은 의식도 애매해질 때가 많았고, 자는 동안은 지금도 완전히 무방비하다. 그럴 때 누군가가 마력 리미터를 거는 건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누가 대체 뭘 위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생각은 거기에서 멈춘다.
“아스라 안에서 행한 검진에선, 지금 네게 마력적인 이상이나 부하같은 건 발견되지 않았어. 마력 리미터를 포함해도. 그 부상을 빼면, 정신과 육체 양쪽 다 정상이야. 그 점은 안심해 줘도 돼.”
“……응.”
그런 소리를 들어도, 속마음으로 안심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걸린 마력 리미터라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악의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게 불안한 표정 하지 마. 마력을 제어 못 하는 어린이의 안전대책으로 리미터를 거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냐. 이건 억측일 뿐이지만, 어떤 이유로 네 세계를 찾아간 마도사가 네 자질을 깨닫고 폭주하지 않도록 리미터를 걸었던 게 아닐까. 리미터 그 자체는 네게 해를 끼칠만한 게 아니고.”
“……그런 걸까.”
대답은 스스로 생각했던 것 보다 가라앉은 소리였다. 쓸데없이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자신에게 속마음으로 혀를 찬다.
크로노가 말하는 소리는 확실히 있을 법한 이야기기는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미나리에는 나 외에도 나노하나 하야테도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둘에게 리미터가 걸렸다는 사실은 없을 거다.
하필이면 어째서 나한테만? 야가미 집안을 감시하고 있는 고양이 자매의 소행인가? 아니, 적어도 마법에 얽힌 뒤에는 하야테 집에 간 적은 없다. 고양이 자매가 내게 뭔가 할 이유는 안 된다.
“네게 실제 해가 없다는 건 보증할게. 혹시 불안이 남는다면 본국에서 좀더 본격적인 검사를 받아도 좋아. 단지, 공간이 안정된 뒤의 이야기니 한동안 걸리겠지만.”
“본국인가~.”
뭐어, 크로노가 거기까지 말한다면 괜찮은 거겠지. 위안삼아 거짓말을 할 법한 녀석도 아니고.
그렇다곤 해도, 본국에서의 검사라는 건 약간 마음 끌리는 부분이 있다. 아니, 검사 자체는 그리 흥미 없지만, 본국 그 자체는 내게 있어 미지의 영역이다.
마법문명이 낳은 이공간에 뜬 거대한 배라고도 할 수 있는 시설. 안에 여러 시설이 섞여 있는 모양이기에, 거기에 흥미가 이끌리지 않을 리 없다.
“뭐어, 만일을 위해 받아 둘까. 수속은 잘 부탁해.”
흑미 없는 척을 하면서 크로노에게 고개를 숙인 시점에서, 문득 중요한 걸 깨닫는다.
“내가 쓴 디바이스는?”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이 환자복?같은 걸 입고 배리어 재킷은 해제되어 있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그 검은 디바이스는 어디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
“뭐어, 그 디바이스라면 기술반이 검사하고 있어. 네게 허가를 받지 않았던 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체불명의 디바이스를 무턱대고 방치할 수도 없어서.”
“응, 제대로 관리해 준다면 괜찮아.”
크로노의 판단은 타당한 것이었으니 불평을 할 리가 없다. 리니스에게서 받은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은 있지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나도 그 디바이스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메인테넌스의 건도 포함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겠지.
“애매해져 있었지만, 그 디바이스를 손에 얻은 경위. 제대로 들려줘야겠어.”
“오케.”
라고 말해도, 그다지 할 말은 없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방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눈치챈 건, 디바이스를 손에 넣은 경험을 얼추 이야기한 시점이었다.
“유토 군!”
후다닥거리는 바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곤, 나노하가 뛰어들어온다. 그 이마나 팔에는 붕대가 감겨있어, 자그마한 여자애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것들이 나노하의 모습을 굉장히 아픈 것처럼 느끼게 하고 있었다. 뇌리에 플래시백 하는 건, 눈을 감은 채로 피를 흘리는 나노하의 모습.
그녀가 다친 건 틀림없이 내 탓이다. 어떤 표정으로 마주보면 좋을런지.
“다행이야. 제대로 깼구나!”
“으, 응.”
하지만, 나노하는 풀죽은 내 속마음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듯이 다가와서, 내 왼팔을 꾸욱 잡는다. 그 기세로, 나노하와 정면에서 눈을 마주쳐 버린다.
거기에는 나를 탓하는 듯한 마음 같은 건 없이, 내 몸을 걱정하느라 떨리는 눈빛이. 뭐어, 나노하 자신은 부상의 이유가 내게 있다곤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을테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만.
“진짜 진짜 걱정했으니까! 정말, 안돼! 그렇게 무리하면!”
“……뭐어, 미안해. 반성하고 있어.”
나노하에 대해 빚진 느낌도 있고 무모한 짓을 했다는 자각도 있기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나노하에게 쓴웃음 지으며 사과한다.
『반성하는 건 참 좋지만, 끝난 일에 계속 얽매이지 마. 나노하도 네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면 거꾸로 걱정할 테니까.』
『시꺼. 말 안 해도 알고 있다니까. 그보다, 남 마음을 읽지 마.』
『네가 지나치게 알기 쉬운거야.』
크로노에게 설교당할 것까지도 없다. 원래 자학하는 취미는 없고, 나노하를 보면 그런 기분도 사라진다.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나중에 제대로 혼자 반성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려나.
“애초에 유토 군은 마법도 거의 못 쓰는데 너무 무모해! 그런데도 혼자서 확확 나가버리고. 우리들이 얼마나 걱정했다고 생각해?!”
“에? 아, 예…….”
어르아―? 왠지 설교 시작됐다?
“쿡쿡쿡쿡…….”
“아하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더니, 크로노자식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느낌으로 온몸을 쳐 떨고 있다.
어느새 그 옆에는 유노까지 와 있어서, 동정하는 듯이 쓴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나노하가 말하는 대로야. 나나 함장도 너에게는 말하고 싶은 게 잔뜩 있어. 한 사람당 한 시간의 설교는 각오해 둬.”
“엑.”
아니 아니, 한 사람당 한 시간 설교라니 대체 얼마나 긴 거야?!
“유토 군이 저지른 무모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해! 애초에 유토 군은 평소부터…….”
“나는 일이 있으니까 좀 나갈게. 나노하, 유노, 유토를 잘 부탁해.”
“응, 맡겨둬!”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서는 크로노에게 힘차게 응답하는 나노하. 유노는 어쨌건, 나노하는 뭔가의 사명에 눈뜬 듯이 눈동자에 힘이 넘치고 있다.
“그럼, 유토 군? 설교는 아직 한참 남았?”
빙글 방향을 돌린 나노하가 싱글거리며 선언한다.
에―? 아니, 그래도, 확실히 이번 일은 내 경솔한 행동에 문제가 컸던 건 확실하다. 자숙하는 의미도 담아서 여기는 얌전히 듣도록 하자.
……라고 결심하고, 15분 뒤. 끝없이 이어지는 나노하의 설교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무모한 짓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나노하도 남한테 뭐라고 못하지 않나?하고. 늦게나마 그 생각에 이르자 이번에는 화가 치밀었다.
자기가 제일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데, 남에게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설교하는 건 무슨 소린가. 응, 여기는 반격에 나서도 괜찮겠지.
“에잇!”
“후에?!”
기습적인 느낌으로 나노하의 코를 잡는다. 원래는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때굴때굴 누르고 싶었지만, 오른팔을 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잘 생각하면 너도 남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정도로 무모한 짓 했잖아!”
“그, 그런 적 없어―. 나, 무모한 짓 같은 거 한 적 없는 걸!”
코를 잡힌 탓인지, 나노하의 소리가 분명치 않아서 제법 유쾌한 느낌이 되었다.
“아―냐, 하고 있어. 몬트리히트에게 쫓겼을 때, 내가 놓으라고 말해도 손을 놓지 않았던 건 어디의 누굴까~?”
“그, 그치만, 거기에서 손을 놓으면 유토 군이……!”
“손을 놓지 않은 결과, 같이 쳐날아가서 부상입고 걱정시키고, 폐를 끼친 건 어디의 누구였더라?”
내가 생각해도 좀 심술궂은 말투라고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나노하의 격추사건 방지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결과 남을 걱정시키거나 폐를끼치거나 하는 일의 중대함을 이른 단계에서 자각시켜야 한다. 남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지금은 일단 놓아두고.
“으, 으으…….”
“……뭐어, 나를 걱정해 준 건 고마웠지만, 마음만 앞세워서 행동하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힘과 상황을 생각해서 항상 베스트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돼. 나같이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에게 걱정끼치거나 폐를 끼치는 건 싫잖아?”
“……으, 응.”
나노하가 얌전히 끄덕인 걸 보고 코에서 손을 떼고 머리를 통통 두드리자, 나노하는 근지럽다는 듯이 눈매를 좁혔다.
“그래도 유토가 그 소리를 해도 돼?”
“그건 봐, 반면교사적인 의미로.”
유노의 적확한 태클에 반론할 수 없어서, 눈을 돌리며 대답한다.
“아하하. 유토 군도 같이 나쁜 부분을 고쳐야지.”
“그렇―지요―.”
초등학교 3학년과 같은 레벨인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나온다. 나노하와 유토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나를 보고 소리를 내며 웃는다.
“오.”
그때, 내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낸다.
“그러고 보면,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었지……”
그야 배도 꺼지겠네. 의식한 순간, 어마어마한 공복감이 솟아올랐다.
“아하하, 나도 배 고플지도…….”
“나노하도 어제 밤에 먹고, 아까 막 일어났으니까.”
“유노는?”
“나도 아직. 나노하가 일어나면 같이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예이예이. 거기에 나 같은 게 들어가지 않는 걸 보면, 유노는 나노하한테 홀딱 반했구나.
“뭐어, 일단은 먹어야지. ……그런데.”
둘은 평범하게 식당까지 가면 괜찮겠지만, 나는 어떡하면 될까? 멋대로 걸어나가도 괜찮은 건가. 솔직히 지금 상태로 걷는 건 제법 괴로운데.
“아, 유토 군 건 우리가 가져올게. 그런 다음 다들 같이 먹자!”
“응, 그럼 부탁할게. 잘 부탁해.”
“아, 원하는 거 있어?”
“고기가 먹고싶어.”
하루 꼬박 잔 부상자가 요청할 만한 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것 보다 공복감이 강하다. 덕분에 식욕도 평소보다 2할 늘어있다.
“응, 알았어. 가자! 유노 군!”
“응.”
내가 부탁하자, 나노하는 기쁜 듯이 수긍하고 유노와 함께 식당을 향한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제법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두 사람을 배웅하고 있는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이 앞에 기다릴 수치 플레이라는 이름의 벌 게임을.
“기다렸지. 자, 유토.”
“땡큐.”
머지않아 둘이 돌아와서, 유노가 내 몫의 식사를 침대에 달려있는 탁자에 올려 준다.
유노에게 인사를 하면서 포크에 손을 뻗으려 하다 오른손이 고정되어 있는 걸 깨닫는다.
아―, 그런가. 오른손 못 썼었지……. 한동안 여러모로 자유롭지 못한 신세가 될 모양이라고 암울해져 있자, 나노하가 내 모습을 깨닫는다.
“아, 그런가. 유토 군, 쓰는 팔 부상 입었었지.”
“뭐어, 왼손은 쓸 수 있고. 약간은 불편하지만.”
“음―, 아, 맞아!”
왼손으로 포크를 잡으려 하기 전에, 나노하가 휙 내 포크를 뺏는다.
“여보세요?”
내가 무슨 셈인지 물어보기 전에 나노하는 가라아게를 포크에 꽂아, 내 앞에 내민다.
“자, 유토 군. 앙♪”
“잠깐?!”
“…………에.”
나노하의 기행에 유노가 큰 소리를 낸다.
그리고 내 뇌리에는 옛날 풍경이 스친다.
――자, 응, 앙―.
그건 머나먼 옛날의 추억.
어디에도 있을 법한 공원 벤치에 앉아, 내민 건 자그마하게 잘린 햄버거.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기쁜 듯해서, 그러면서도 곤란한 듯한 그녀의 표정이 선명하게 떠올라, 나노하의 모습과 겹친다.
“유토 군?”
말이 막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나노하가 고개를 갸웃거려, 추억속의 그녀의 이미지가 흩어진다.
“아, 으, 그건 아야. 무슨 수치 플레이야.”
동요를 숨기면서 어떻게든 그 말만을 자아낸다.
“왼손으로 먹는 거 큰일이잖아? 내가 먹여 줄게. 자, 앙♪”
“…………아니아니.”
가슴 속에 가시가 찌르는 듯한 고통을 집어 넣으며, 작게 고개를 흔든다.
다행히 나노하는 내 동요를 깨닫지 못하고, 순진하게 가라아게를 내민다.
응, 괜찮아. 이제 평소의 나로 돌아왔어.
“괜찮으니까. 스스로 먹을 수 있으니까.”
“맞아. 거기에 나노하가 할 정도라면 내가!”
“아니, 그건 죽어도 사양인데.”
갑자기 굉장한 기세로 일어나는 유노에게 딱 잘라 말한다. 여자애에게 당하는 것 만으로도 수치 플레이 레벨인데 남자가 먹여주는 건 벌 게임 수준이잖아. 그런 걸 받아들일 정도라면 나는 안 먹는걸 고른다.
“안돼―. 유토 군은 부상자니까 남의 도움은 제대로 받아야지.”
“아니, 부상자 같은 건 관계없으니까. 밥쯤은 평범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어떻게든 나노하를 설득하려 했지만, 나노하는 웃는 채로 포크를 내밀며, 완강하게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안―돼! 나, 벌써 정했는 걸. 유토 군에게는 내가 꼭 먹여 줄거야. 자, 앙―.”
이상하다. 사람이 여기까지 굳어진 표정으로 거절하고 있는데도 나노하가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평소의 나노하라면 싫어하는 사람에게 여기까지 밀어붙일 리가 없다.
“괴롭힘이야?! 괴롭히고 있는 거지?!”
“아하하, 싫다~.”
내 비명에 나노하는 동요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딱히 평소의 보복을 할 찬스라거나, 수줍어하는 유토 군을 보는 귀중한 찬스구나―같은 건 눈꼽만치도 생각 안하는데?”
“거짓말!! 도움은커녕 악의 전력전개잖아?!”
“자, 앙.”
“무시냐?!”
“으―, 유토 군은 그렇게나 내가 먹여주는 거 싫어?”
“까놓고 말해서 싫어.”
웃는 얼굴에서 한순간에 뺨을 크게 부풀리는 표정이 된 나노하에게, 전혀 주저 없이 단언한다.
“그럼, 더더욱 좋아. 자, 앙?”
“으어이?!”
“모두에게 잔뜩 걱정 끼친 벌인걸. 자, 앙♪”
방긋 웃는 나노하에게서 악마의 미소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