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화 당신 스스로 확인해줘
뭘 어떻게 말해도 이 악마는 포크를 돌려 줄 것 같지 않아서, 결국 얌전히 따르는 신세가 되었다. 단지, 부끄러워하거나 초조해하거나 하는 부분을 보이면 나노하의 생각대로 되는 꼴이어서, 그런 건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담담히 받아먹고 있지만.
애들이 하는 짓을 깊게 생각하면 지는 거야, 응.
“나 참, 남을 괴롭히는 걸 앞장서서 하다니, 누구의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 분명히 너니까.”
“유토 군에게만은 그 말 듣고 싶지 않아.”
바로 들어온 태클에 어깨를 움츠리고, 입안에 든 걸 씹으며 둘의 모습을 바라본다.
유노는 나노하의 등 너머로 원한이 담긴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저거, 자각 없겠지――, 나노하는 평정을 유지하는 내 모습에 미묘하게 불만스러운 모양이었지만, 남을 돌보는 게 즐거운 건지, 어느샌가 싱글벙글거리는 표정으로 손을 움직이고 있다. 역시 꾸며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할까, 남을 놀리는데 안 어울리는 성격이구나.
“어떻든 좋지만, 이러고 있으면 애인사이 같네.”
“엣? 후에, 에에?! 애, 애인?!”
이런 이유로 가볍게 반격해 봤더니 예상대로, 재미있을 정도로 허둥지둥 당황해 준다. 유노의 눈초리가 더더욱 험악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에, 저기, 이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저기, 그 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짓 발짓을 섞어 부정하려고 하는 나노하가 작은 동물같아서 재밌다. 어느 의미로 셔터 찬스라고 할 수 있지만, 휴대폰도 디지털카메라도 곁에 없어서 나노하의 당황하는 모습은 눈으로만 즐기는데 그친다.
내가 쓴웃음 짓고 있는 걸 알아챈 나노하고 놀림받고 있다는 걸 깨닫고 뺨을 부풀렸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내게 음식을 먹여준 건 성실하다고 해야 할까 뭐라 해야 할까. 감탄하면서도 기막혀 하느라 역시나 쓴웃음이 나와 버린다.
이윽고 하루만의 식사를 마친 뒤 식후의 차를 마시고 있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페이트에 대한 내용으로 옮겨간다.
페이트의 처우에 대해선 나노하도 듣고 있었지만, 프레시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나고 바로 내가 있는 곳에 왔으니 당연한가. 결국, 내가 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신세가 되어, 내일 테스타로사 모녀와 면회할 수 있다는 것까지 전했다. 크로노가 도망간 건 이 녀석들에게 설명하는 수고를 내게 떠넘기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해 버린다.
“페이트……괜찮을까.”
차를 양손으로 든 나노하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침통한 얼굴에서는 어머니와의 대면에 임하는 페이트에 대한 우려가 생생히 엿보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개인적으로 흔해빠진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이하게 “괜찮아.”라고 무책임한 소리를 말할 수도 없다. 한참동안 고민한 끝에 나온 말은, 결국 흔해빠진 말이었다.
“뭐어, 될 대로 되겠지. 모녀의 문제니까 우리는 어쩌지도 못하고.”
“아하하……그건 그렇지만.”
힘없이 웃은 나노하에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말을 잇는다. 정말, 어휘가 부족한 자신이 야속하다.
“그러니까, 뭐어, 페이트가 낙담하면 격려해 주면 되고, 잘 되면 함께 기뻐하면 돼. 친구가 될 거잖아?”
“………….”
내 말이 예상 밖이었던 건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나노하.
“……뭐야.”
그 무언의 시선에 미묘하게 거북해져서 입을 열자, 나노하는 갑자기 우습다는 듯 웃기 시작한다. 발작하듯 웃은 나노하를 보곤 유노도 눈을 크게 떴다.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멍한 표정을 계속 보내고 있자, 그 눈길을 알아차린 나노하는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하하, 미안. 유토 군은 차갑게 보이지만, 역시 상냥하구나 싶어서.”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에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탄식한다.
“그렇다구. 몰랐다면 기억해 둬. 곧 시험에 나올 거니까.”
“아니아니, 안 나오니까. 무슨 시험이야.”
“아하하.”
유노의 적절한 태클에 웃음을 흘린 나노하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린이는 이렇게 순진하게 웃고 있는 게 제일 좋다.
페이트도 비슷하게 웃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떡하면 좋을까. 꼬맹이 둘을 바라보며, 천천히 차를 훌쩍거리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자, 유토 군. 맡았던 디바이스를 돌려줄게.”
“아, 감사합니다.”
다음 날, 프레시아에게 면회하러 가는 도중에 에이미 씨에게서 맡아두고 있던 디바이스를 돌려 받았다.
리니스에게서 받은 검은 인텔리전트 디바이스. 나에겐 처음으로 파트너가 된 디바이스. 쥐고 있었던 건 정말 짧은 시간뿐이었을 텐데, 묘하게 손에 익은 기분이 들었다.
“여, 오랜만.”
내가 부르는 소리에 자신을 빛내며 응하는 디바이스. 바디시도 그렇지만, 이 녀석은 더더욱 과묵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건지, 레이징 하트가 수다스런 건지, 조금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래도, 위험한 타이밍이었어―. 그 애, 자폭장치가 달려 있었으니까 자칫 잘못했다간 위험한 꼴이 났을거야.”
“아―, 과연. 자폭장……치?”
뭐……라고?
아하하, 라고 웃으며 흘리는 에이미 씨의 말에 다리를 멈추고, 왼손에 있는 디바이스를 말똥말똥 바라본다. 그리고 어색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눈길을 에이미 씨에게 향한다.
“정말로?”
“응, 진짜진짜. 그 애는 프레시아 씨와 페이트를 위해서 만들어진 애잖아? 혹시 술자가 둘에게 위해를 끼치려고 했다간, 술자의 마력으로 자신과 함께 자폭하는 프로그램이 세트되어 있었어.”
“자폭……?”
뭐야 그거, 진짜 무셔. 아마 지금의 나는 무진장 떨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다.
확실히 페이트와 프레시아 씨를 위해 남겨둔 디바이스인데 그 힘이 그녀들을 향하면 본말전도다. 리니스가 그런 프로그램을 설치해 둔 건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지는 않지만…….
“응, 운 좋으면 행동 불능. 나쁘면 육편도 넘기지 않고 산산조각!”
어어이! 리니스――――!!! 그거 농담으로 안 끝나니까―?!
팡! 하고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에이미를 보고 나는 말이 막혀, 아연질색한 눈길을 디바이스로 옮긴다. 그 눈길에 검은 디바이스는 억양 없는 소리를 낸다.
『No problem.』
“문제 잔뜩 있잖아?!”
혹시 몬트리히트가 나오기 전에 이녀석을 주웠다간, 확실히 나 저세상 행이었던 거잖아?!
“아하하, 진정해. 뭐어, 결과 장땡이라는 걸로. 지금은 이미 그 프로그램은 해제되어 있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나를 달래는 에이미 씨에게 동조하듯 빛나는 디바이스. 혹시나 이 녀석, 굉장히 작살나는 성격인 거 아닌가?
이 디바이스의 봉인을 푼 걸 눈곱만큼 후회했다.
“면회시간은 5분. 미안하지만 그 이상은 허가할 수 없어.”
“예써―.”
프레시아 쪽은 나노하가 면회한 모양이어서, 나는 먼저 페이트랑 만나는 걸로. 에이미 씨는 다른 볼일이 있는 모양인지 어딘가로 가 버렸다.
크로노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에 크로노와 둘이서 면회실로 들어간다. 안은 자그만 방이었다. 드라마에서 자주 볼법한 면회실 같이 만들어져 장식이라고 할 만한 건 없고, 방 중앙은 투명한 판 같은 걸로 막혀 있고, 반대편에 긴장한 표정의 페이트와 그 뒤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알프의 모습이 보였다.
“여!”
“앗, 에, 에에, 안녕.”
어째서 인사한 것만으로 그렇게나 당황하지? 그런 반응을 받을만한 일을 저지른 기억은 없는데.
“자, 페이트. 진정해.”
“아, 으, 응.”
페이트가 알프를 어르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놓여 있는 의자에 걸터앉고, 크로노는 입구의 바로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에에, 건강해?”
그 하얀 옷을 입은 페이트는 나노하와 비슷하게 군데군데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안색을 보는 한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으, 응. ……에에, 우리들 보다, 그쪽이 지독한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는데.”
곤혹스런 듯이 말하는 페이트와 자신을 눈으로 비교해 본다. 확실히 어떻게 봐도 내 쪽이 중상이었다.
“뭐어, 어떻게든 괜찮다고 생각해. 아마. 그보다, 자.”
칸막이에 작게 뚫린 구멍으로 디바이스를 건네자, 페이트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기……?”
“전에 말했었지? 리니스가 남긴 디바이스야.”
그리고 이 디바이스를 손에 넣은 경위를 페이트에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계속, 리니스는 페이트와 알프, 프레시아를 걱정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그런가……리니스가.”
내 말을 다 들은 페이트는 살짝 눈물짓고 있었다. 그 뒤에 있는 알프도 그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어서, 무심코 미소를 흘려 버린다.
“뭐, 그런 거니까 이 녀석은 페이트가 가지면 돼.”
“에, 그래도?”
“리니스가 마지막에 남긴 거니까. 내가 계속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무거워.”
모처럼 손에 넣은 인텔리전트 디바이스를 내놓는 건 솔직히 아깝다. 아니, 굉장히 아까운 기분으로 가득하지만, 어쨌건 나는 제대로 다를 수 없는 물건이다. 손에 넣은 경위가 경위인 만큼, 페이트에게 건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양손으로 디바이스를 든 페이트는 그걸 가슴에 안고 눈을 감는다. 손에 든 디바이스에서 리니스의 마음을 느끼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뜬 페이트는, 손바닥에 위의 디바이스를 바라본 뒤에 천천히 그 손을 이쪽으로 내밀었다.
“고마워. 그래도, 역시 이 애는 당신이 가지고 있어줘. 나에게는 이 애와 마찬가지로, 리니스가 남겨 준 바디시가 있으니까 괜찮아.”
“아니, 그래도.”
“거기에 로스트로기아에서 어머니를 해방할 수 있었던 건 당신 덕분이니까. 이 애는 당신이 가지고 있어줬으면 해. 저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페이트의 말에 응하는 것처럼, 검은 디바이스가 한순간 반짝인다. 너, 자칫 잘못했다간 나랑 같이 자폭할 셈이었잖았냐? 라고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페이트의 앞이어서 어떻게든 자제한다. 역시나 여기서 분위기를 못 읽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곤 해도, 여기서 얌전히 디바이스를 받는 것도 뭔가 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도움을 바라듯 알프에게 눈길을 향한다.
“나는 페이트가 정한 거에 이의는 없어.”
도움을 바라는 눈길은 허무하게 거절되어 버렸다. 뭐어, 페이트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쪽도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래도 마음속에 저항이 있다. 있지만, 결국 거절할 이유를 떠올리지 못한 것과, 페이트의 기대하는 듯한 눈길에 견딜 수 없어서, 결국 건네준 디바이스를 받아 버렸다.
“에, 그, 그럼, 이 녀석은 고맙게 받아 둘게. 소중히 할게.”
“응. 소중히 해 줘.”
내가 디바이스를 받자 페이트는 기쁜 듯한 미소를 띄웠지만, 프레시아와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탓인지 어딘가 무리하는 듯한 애처로운 미소였다.
아―, 왠지 싫은데. 이런 분위기. 그렇다곤 해도, 프레시아 건에 대해선 나도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뭘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뺨을 긁고, 입을 연다.
“저기, 프레시아 이야긴데.”
“응.”
프레시아의 이름을 꺼내자, 페이트에게서 미소가 사라진다. 프레시아 이야기는 이미 크로노에게서 들어 알고 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다.
“혹시, 직접 이야기했을 때 프레시아에게 거절당한다고 해도, 페이트를 필요로 하고 있는 녀석이 있으니까. 그건 잊지 말아 주라?”
“………….”
내가 말하긴 했지만, 좀 더 나은 표현은 없었던 건가. 아니 그보다, 이런 표현으로 전해지는 건가? 하고 자문자답하면서도 할 말을 고르며 이야기를 잇는다.
“저기, 알프도 나노하도 페이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으니까. 페이트가 웃어줬으면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빨리 기운 내줘.”
“………….”
“아―, 에에. 물론 나도 걱정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 그, 뭐라고 할까 으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페이트에게 횡설수설하는 나. 아아, 남을 놀리거나 도발하는 건 특기지만, 이런 상황을 맞이해서 위로하거나 격려하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마음 편한 말도 고르지 못해서 난처하다. 이러는 나를 보고, 페이트는 쿡쿡 웃는다. 즐거운 듯이 웃는다기 보다는 쓴웃음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려나.
“괜찮아. 어머니가 무슨 소릴 해도, 각오는 되어 있으니 태연해.”
“응, 그런가.”
나에겐 그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시시하구나, 나는. 이 뒤에 뭔가 해 둘 말은 없나?
“아―, 맞아. 이 녀석의 이름, 페이트가 붙여 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고 손을 펼쳐, 거기에 있는 디바이스를 보인다.
“이 애의 이름……?”
“아아, 아직 이 녀석에게 이름이 없어. 나는 네이밍 센스가 나쁘니까, 멋진 녀석을 생각해 주면 기쁘겠어.”
내가 이름을 붙이면 킹 ○톤이라거나 선 라○저라거나, 블랙 클○스 처럼 짝퉁이나 미묘한 것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페이트는 잠시 눈을 크게 뜨곤, 약간 주저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알았어. 멋진 걸로 생각해 볼게.”
“응, 잘 부탁해.”
조심스레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는 페이트의 표정을 보는 한 역시 기운이 났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내가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딱 이야기가 단락지어진 타이밍에 크로노가 면회 시간이 끝났음을 고해, 나는 페이트와 알프에게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물러난다.
뻔히 알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통감하면 약간 기분이 우울해 지네.
“아, 유토 군…….”
프레시아의 면회실 앞까지 도착하자, 나노하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유노와 린디 씨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잘 안 됐던 모양이네.”
내가 물어보자, 나노하는 힘없이 미소를 띄우며 끄덕였다.
“응, 페이트랑 사이 좋게 지내달라고 부탁했는데…….”
허무하게 격침당했다고. 내 입장에선 예상대로의 결말이긴 하지만, 솔직히 나노하가 두르고 있는 분위기는 보기 싫어서 곤란하다. 그러니까 어제 프레시아랑 만나는 건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에잇.”
이미 붕대를 푼 나노하의 이마를 노려서, 혼신의 힘을 담아 딱밤을 선물한다.
“아야?! 가,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아니, 짜증나는 표정 짓고 있어서, 무심코.”
뺨을 양손으로 누르며 눈물짓는 나노하에게 태연히 말한다.
“프레시아 쪽은 내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너는 페이트가 있는 쪽으로 다녀와.”
내 말에 침울했던 나노하의 표정이 확 밝아져, 힘차게 다가온다.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거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같은?”
내 대답에 풀죽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나노하. 기분 탓인지 다른 두 사람의 눈길도 차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이려나?
일단 나 나름대로 계획은 생각해 뒀지만, 프레시아가 정말 마음속으로 페이트를 미워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항복이다. 딱 까놓고 말해서 카운셀러도 뭐도 아닌 내가 거기까지 해결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뭐어, 그러니까 이번은 제가 프레시아에게 돌진하고 싶은데, 괜찮나요?”
“그렇구나. 유토 군이 면회하고 있는 동안, 나노하 양이 페이트 양과 면회할 거라면, 크로노를 붙여줄 텐데 어떡할래?”
라고 내가 아니라 나노하에게 물어보는 린디 씨. 나노하는 린디 씨와 나에게 번갈아 눈을 향하고, 잠시동안 생각한 뒤에 대답한다.
“아, 그, 유토 군과 프레시아 씨의 이야기가 끝난 뒤로 괜찮아요. 프레시아 씨에 대해서도 신경 쓰이니까.”
“에? 듣고 갈거야? 나노하가?”
반사적으로 되물어본 말에 이 자리 전원의 눈길이 내게 모인다.
“뭔가, 나노하 양에게 들려줬다간 안되는 거라도 있니?”
“나노하라고 할까 18세 미만에게는 자극이 강하다고 할까, 교육상 안 좋다고 할까…….”
거기다, 이 중에서 18세 이상은 린디 씨밖에 없고.
“대체 뭘 말할 셈이야, 너는.”
“듣고 싶어? 별로 들어도 상관없는데, 후회 안해?”
질린 듯이 말을 뱉은 크로노에게 거듭 확인해 본다.
“에, 에에…….”
“18세 미만 거절인데다, 표리가 전혀 없는 솔직하고 진솔한데다 기탄없는 말을 죄다 깡그리 전부 여기서 듣고 싶다고? 여기에 있는 꼬맹이들에겐 틀림없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걸 말할 건데 전혀 상관없다고? 그보다, 정말 말해도 괜찮아?”
말을 더듬던 크로노에게 반론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죄 내뱉고, 끈질길 정도로 거듭 확인한다.
단숨에 말한 탓에 허억 허억 숨을 헐떡거리는 나에게 모두가 미묘한 눈길을 향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단 한 사람을 빼놓고.
“유토 군과 프레시아의 면회에는 제가 입회합니다. 나노하 양과 유노 군에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지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지, 페이트 양에게 만나러 갈지는 자유롭게 선택해도 좋아요. 크로노는 두 사람을 따라 가 줘. 이상. 유토 군, 뭔가 문제 있어?”
“완벽합니다.”
깨닫고 보니 자연스럽게 경례로 답하고 있었다. 싱긋 미소짓는 린디 씨에게서 왠지 오한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면회실은 당연하게도 페이트 쪽이랑 비슷한 구조였고, 프레시아는 칸막이 저편에서 권태로이 앉아 있었다.
나는 칸막이 앞에 놓인 의자에 앉고, 린디 씨는 크로노와 마찬가지로 문 근처의 의자에 몸을 걸친다.
“하이.”
한 손으로 인사해도, 눈앞의 여성은 지루한 듯이 흘낏 보기만 하고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지독한 꼴이네.”
뭐부터 이야기할지 고민하고 있자, 의외로 프레시아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페이트와 마찬가지로 하얀 옷을 입은 프레시아의 눈은 온화해서,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좀 무리한 모양이어서요. 크게 반성하는 부분이에요.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건 할 짓이 아니네요.”
“그래. 네 힘은 너무 미숙해. 싸움터에 나올 거라면 제대로 기량을 쌓은 뒤에 하렴. 그 정도의 힘으론 자기 몸을 지키긴 커녕, 동료까지도 상처입히게 될거야.”
“………….”
어라―? 프레시아를 설득?하러 왔을 텐데 나, 거꾸로 배우고 있어?
말이 막힌 나를 보고 프레시아는 우습다는 듯 미소를 머금는다. 게다가 그 눈에는 마치 애들을 귀여워 하는 듯한 따스함 마저 담겨 있었다. 뭐야 이거, 예상 밖에도 정도가 있지.
진정해, 나. 여기에 휩쓸리지 마. 일단 잡담은 구석에 놓아두고 후딱 본론으로 들어가자.
“에에, 페이트 일인데요.”
“쓰고 버린 도구 같은 건 내가 알 바 아니란다.”
남이 마지막까지 말하기도 전에 확 말을 끊겼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서는 분노나 증오같은 건 살필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쨌건 상관없다, 무관심, 이라는게 제일 적절할까. 정말 페이트를 어쨌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혹은 흥미가 없는 척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볼 수 없다. 처음 대화는 예상 밖이었지만, 이 반응은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던 대로였기에 예상 범위 내에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내가 같은 짓을 해도 효과는 없겠지. 애초에 정론이나 사람의 정에 호소하는 건 내게 어울리지 않아서 하고싶지 않고.
“그럼, 페이트는 제가 받아도 괜찮은 거죠?”
“멋대로 하지?”
“어머니에게 버림받아서 낙담하고 있는 기회를 틈타, 당신에게 향하고 있는 충성심이라고 할지 의존하는 마음이라고 할지를 전부 제게 향하게 해서, 몸도 마음도 제가 생각하는 대로 해도 문제 없는 거죠?”
“……흥미 없단다.”
라고 표정을 바꾸지도 않고 말했지만, 대답할 때 까지 약간의 틈이 있었습니다만.
“그렇다는 건.”
한번 말을 끊고, 프레시아의 반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면에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힘이 닿는 한 소리친다.
“10년 뒤까지 페이트를 ××××로 ●●고, 나를 △△△으로 ○○시켜, 남에게는 말하지 못할 ○○스런 짓이나 □□을 가르쳐서 내가 원하는 대로 물들여도 상관없다는 거지?! 게다가크헉?!”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상관 있는게 당연하잖아! 남 애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린디 씨의 부채가 내 머리를 두들기고, 프레시아의 주먹이 칸막이에 작렬한다.
“――앗?!”
“훗.”
바로 프레시아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얻어맞은 머리를 문지르며 입가를 당겨 올린다. 완전 계획대로!
솔직히, 이렇게 잘 될 거라곤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아서 나도 놀랐다. 린디 씨의 태클은 예상 밖이었지만. 아니 그보다 린디 씨, 그 부채는 어디서 튀어 나왔습니까?
주먹을 두드린 자세 그대로 굳어있던 프레시아는 몸을 가늘게 떨며 천천히 앉음새를 고치지만, 한 번 저지른 짓은 뒤엎을 수가 없다. 기분 탓인지 얼굴도 붉은 기분이 든다. 나는 입을 닫고, 그냥 히죽거리면서 일어나, 총총 뒷걸음질로 문을 향한다.
“그럼 저는 이미 이걸로 충분해서. 아, 린디 씨, 나중에 프레시아 씨가 반응한 부분만 녹화 데이터 더빙 부탁드릴게요.”
“뭐……!”
크로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방의 모습은 항상 녹화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한 번 그런 반응을 보여 버리면 프레시아가 어떻게 둘러대든 효과는 없다.
“그럼, 프레시아 씨. 다음은 따님과 편안~~~히 쉬세요.”
무심코 소리를 흘려버린 프레시아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린디 씨에게,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후딱 방에서 물러난다.
임무 완료. 솔직히 나 스스로도 이런 전개가 있어도 되나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지만, 이거라면 이 뒤는 어떻게든 되겠지.
“………….”
빼놓은 말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문을 열고, 목만 빼꼼 안을 들여다 본다.
“뭘 어떡하면 얼리샤가 기뻐할지……그걸 생각해 주세요.”
그 말만을 하고, 살짝 문을 닫았다.
“……부끄러운 소리를 했으려나.”
내가 생각해도 나한테 안 어울리는 소리를 했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뭐어, 프레시아에게는 제일 효과적인 말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페이트 쪽으로 간 걸까.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신경 쓰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내가 신경 쓰는 게 촌스런 기분도 안 들지도 않는다.
얌전히 방에서 요양이나 할까.
“……대체, 뭐야 저 애는.”
유토가 문을 닫은 뒤,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시아는 힘이 빠진듯 비실비실 탁자에 엎드린다. 그런 프레시아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 린디도 틀림없이 프레시아와 비슷한 기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확실히 여러모로 이상한 애기는 한데…….”
오버 S랭크의 마력에 더해, 원래 그가 가질 리 없어야 할 지식을 가지고, 언동도 평범한 9살 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자질이나 정신적인 면으로 말하자면 나노하도 평범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유토는 뭔가 평범하지 않다. 그가 말했던 미래를 꿈으로 보는 능력에 대해서도 그 모두가 진실이라곤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건 틀림 없다. 하지만.
“뿌리는 나쁜 애가 아니라고 생각해. 순수하게 당신과 페이트 양을 걱정하고 있어. 아마도.”
“그건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천천히 엎드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꺼낸 프레시아의 말에, 다시금 쓴웃음을 흘리는 린디.
“확실히 그건 부정할 수 없겠네.”
그건 그 애의 본연의 성격이겠지. 남을 놀리면서 노는, 정도를 잘못하면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성질 나쁜 성격이다. 아까 전에 프레시아에게 했던 말 중에, ‘좋은 애’라고 명언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거기에도 있다. 물론, 방금 전에 유토가 한 문제발언도 이유 중 하나다. ‘좋은 애’는 무슨 실수가 있어도 그런 소리는 입에 담지 않는다. 그때 유토의 발언은, 프레시아를 속이기 위한 연기고, 눈빛이 한없이 진심처럼 보였던 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쨌거나 시간의 정원에서의 건을 포함해서, 유토에게 설교할 게 또 하나 늘어난 일에 린디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거북한 듯이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며 침묵을 지키는 프레시아에게, 린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고, 늘어선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프레시아의 말을 기다린다. 시공관리국의 제독으로서가 아니라, 아이를 가진 어머니로서 넋두리나 할 말이 있다면 듣겠다고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와서……이제와서 어떤 표정으로 그 애랑 만나라는 거야.”
짜내듯이 꺼낸 말은 회한과 고뇌로 가득해 있었다.
몬트리히트라는 로스트로기아에 의해 확실히 자신의 정신은 변조당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행동은 모두 자신의 의사로 한 일이다. 둘째 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를 증오하고, 이 손으로 상처입혔다. 그때 자신의 감정, 기억, 손에 남는 감촉. 그 모두를 자신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사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집무관이 말한 대로, 잃은 과거를 되찾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는 걸.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수단을 모색해, 온갖 수단을 시험했다. 그리고 언젠가 광기에 휩싸여, 몬트리히트라는 로스트로기아에 씌여 그 광기가 가속해 갔다.
몬트리히트가 파괴된 걸로 자신은 광기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그걸로 자신이 한 행동이 청산될 리는 없다. 페이트에게 안고 있었던 미칠 정도의 증오는 확실히 자신 속에 있었던 거다. 설령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그걸로 지금까지 안고 있던 증오가 모두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이라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일까지 했던 자신이, 이제와서 어머니로서 페이트에게 접하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설령 그럴 수 있었다고 해도, 자신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의 자신이 페이트와 거리를 좁혀도 결국은 상처입혀 버릴 뿐은 아닐까. 다가가도 상처입히게 된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쓸데없는 희망같은 건 주지 않고 멀리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프레시아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프레시아의 의도는 시원스레 붕괴되어 버렸다. 생각 속에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겹쳐, 어떤 미사여구나 정론을 늘어놓아도 뿌리치고, 페이트가 어떤 소리를 해도 떼어 버려, 본심을 밝힐만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셈이었다. 그걸 위한 수단도 각오도 모두 준비해 뒀을 텐데. 하필이면 그런 애들 속임수라고밖에 할 수 없는 수법에 걸려 버릴줄이야. 너무나 한심해서 자기혐오를 느낌과 동시에, 분노가 솟아오른다. 그래. 돌이켜 보면 그 꼬맹이는 시간의 정원에서도 실컷 제멋대로 욕설을 끼얹은 적이 있었다. 할머니랬던가 뭐라던가 남이 신경 쓰고 있는 걸 잔뜩 내뱉은 데다 아까 전의 건.
“……그렇네, 그 애한테는 반드시 보답을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후, 후후후.”
이번에 저지른 죄로 살아있는 동안 자유를 얻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어떤 수단이라도 좋다. 그 꼬맹이에게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답례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에, 저기, 프레시아……씨?”
방금 프레시아가 꺼낸 말에 린디는 즉답하려 했지만, 갑자기 속이 빈 눈동자로 얼빠진 미소를 흘리는 프레시아를 보고 질려 버렸다.
“크흠. 이, 일단……!”
그 자리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린디는 크게 헛기침을 하고, 아까 전에 꺼내려고 했던 말을 전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과거의 일은 어떻든, 지금의 당신이 페이트 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저지른 실수도 과거도 지울 수는 없어. 더더욱 그렇기에 지금 행동해서 미래로 이어나가야 하지 않아?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얼리샤 양과 페이트 양을 위해서도.”
“……이제와서 그 애랑 모녀같은게 될 수 있을 리가 없어.”
자아내듯이 꺼낸 목소리에, 린디는 조용히 탄식한다.
“그건 당신 스스로 확인해줘. 그 애와 만나서, 이야기하고. 답을 내는 건 그 뒤로도 충분하잖아?”
린디도 더이상 이야기할 마음은 없었는지, 조용히 일어나 프레시아에게서 등을 돌린다.
“한시간 뒤, 페이트 양을 데려오겠습니다. 아까도 전했던 것처럼, 그녀는 꼭 당신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는 모양이야.”
린디가 방을 나가, 프레시아는 홀로 눈을 감는다.
“얼리샤의 여동생……인가.”
얼리샤가 살아있을 때, 여동생을 바란다고 프레시아에게 졸라서 곤란했던 기억이 솟아오른다.
얼리샤가 죽은 뒤,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기억.
――뭘 어떡하면 얼리샤가 기뻐할지……그걸 생각해 주세요.
유토가 남긴 말이 뇌리를 스친다.
얼리샤는 상냥한 애였다.
혹시 얼리샤가 살아 있었다면, 페이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혹시 얼리샤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고 있었다면, 뭘 바랐을까.
어느덧 프레시아의 뺨에는 몇 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