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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19화 나도 사람이니까


 프레시아와 페이트와의 면회에서 며칠이 지나 있었다. 그 뒤로 두 사람과 얼굴을 마주칠 기회는 없었지만, 린디 씨에 따르면 페이트는 어색한 모습이긴 했지만 프레시아와 모자로써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중요한 두 사람의 처우 건 말인데.

“크로노 군, 페이트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니?”

 나노하 안에서 프레시아나 알프는 고려 밖인 모양이다.

“사정이 있다곤 해도, 그녀가 차원간섭범죄의 한 부분을 떠맡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죄니까, 수백년 이상의 유폐가 보통이긴 한데.”
“어째서!”

 무심코 나노하는 소리쳤지만, 이 뒤의 결과를 알고 있는 내 입장선 크로노의 에두른 대답에 히죽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일부러 불안을 부추기는 듯한 말투를 하는 건, 대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건지.
 아무래도 좋지만, 수백년은 보통 사람이라면 살아있을 수 없겠지. 아니, 차원세계 안에서도 그정도로 살수 있는 아인 같은 게 있는 걸까.

“한데!”

 나노하가 소리친데 대해서 주의를 주듯 강하게 말한 크로노가, 내 표정을 깨닫고 눈썹을 찌푸린다.

“뭐야, 그 표정은?”
“아니, 딱히. 부―디, 부―디.”

 라고 말하면서, 뒤로 돌린 손에 디지털 카메라를 준비한다.
 크로노는 내 표정에 자그만 불안감을 드러내면서도, 나노하에게 설명을 계속한다.

“상황이 특수했고, 그녀가 자신의 의사로 차원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도 명확해. 이 뒤는 높으신 분들에게 그 사실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그런 부분엔 좀 자신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거기까지 말하고, 크로노는 나노하를 안심시키듯 미소를 띄운다.
 나는 프레시아가 어떻게 될지를 묻고 싶은 참이다. 로스트 로기아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곤 해도, 주범인 그녀가 페이트처럼 가벼운 처벌로 끝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여기서 물었다가 나노하의 기쁨에 물을 끼얹게 될 것 같아 좀 주저된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는 게 낫겠지.
 ……어떤 형벌이 정해지든, 어차피 그녀의 여명은 그리 길지 않을 거고. 약간 암울한 기분이 되어, 조용히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크로노 군…….”
“아무것도 모른 채로, 단지 어머니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서 노력한 것 뿐인 애에게 죄를 물을 정도로 시공관리국은 냉철한 집단이 아니니까.”

 크로노의 그 말에 간신히 나노하도 미소를 띄우고, 기쁜 듯 말했다.

“크로노 군은 혹시나 굉장히 상냥해?”
“뭐?!”
“하하…….”

 그 말에 대한 크로노와 유노의 반응은 양극단이어서 제법 재미있다. 한 사람은 얼굴을 새빨간 문어처럼 붉히고, 다른 한 사람은 핏대를 세우며 마른 웃음을 짓고 있다. 그 곁에서 나는 셔터를 누르며 비웃음을 띄워, 마음 속으로 질투 수고한다고 중얼거린다.

“지, 집무관으로서 당연한 발언이야! 별로 개인 감정은 들어있지 않아! 잠깐, 뭘 찍는 거야?!”
“굉장히 상냥하지만 부끄럼쟁이인 크로노 군의 새빨개진 표정입니다만 왜요? 이야~, 부끄러워 하는 크로노 군도 제법 귀엽네~.”
“아하핫, 진짜 진짜. 별로 수줍어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안 수줍어!!”

 아니아니 온몸이 새빨갛게 붉힌 채로 거친 목소리로 말하면, 더더욱 설득력 없으니까.
 그 증거로 나노하는 쿡쿡 웃고있고, 아까까지 핏대를 세웠던 유노마저 웃음을 흘리고 있다.

“뭐야, 웃지 마!”

 나이 치고는 어른스럽다곤 해도, 이 부분은 아직 젊구나~. 일단 두 사람과 함께 웃어 두었다.
 일단은 이걸로 한 건 끝난 거려나. 이 뒤는 집에 돌아가서 느긋하게 지내고 싶지만, 차원진의 영향으로 공간이 흐트러져 며칠간은 지구에 돌아갈 수 없다.
 뭐, 어차피 이 부상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적당히 데굴데굴거리는 정도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자.

“아, 있다있어. 유토 군.”
“호에?”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린디 씨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유토 군은 앞으로 뭔가 예정같은 거 있니?”
“아뇨, 이 꼴이다 보니 방에 돌아가서 데굴데굴 거릴까 하고.”

 한 손 생활은 너무 불편하다. 가지고 온 DS로 드퀘를 하는 것도 힘든 수준이다. DS와 함께 가져온 책을 읽는 정도 말곤 짬을 보낼 수단이 없다. 뭐어, DS 본체를 놓아두면 한 팔로도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지만.

“그래, 그럼 잠시 나랑 같이 가 줄 수 있겠니?”
“별로 상관없는데요, 무슨 볼일인가요?”

 내가 물어보자 린디 씨는 허리와 턱에 손을 대고, 반할 것 같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 잠시 유토 군과 여러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프레시아 씨와 대화 중에 한 발언이라거나 시간의 정원에서의 행동이라거나, 그 외에도 여러가지 당신의 문제행동에 대해 잔뜩 2시간 정도. 물론 당신네 나라의 관습에 따라 정좌 자세로.”

 린디 씨에게서 내려온 사형선고에서 도망갈 수단은 없었다.







 그리고 린디 씨의 설교가 시작되고부터 딱 2시간 뒤.

“확인하겠는데, 정말로 그 때 말한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거지?”
“진짜로 정말이에요. 그냥 그 자리 한정으로 되는대로 한 말이라니까요. 애초에 저는 동년배의 여자애들에게 흥미는 없어요.”

 확실히 그 때 내 발언은 문제발언이었지만, 그걸 진심이라고 느껴도 곤란하다. 알프라면 몰라도 척 봐도 어린애를 어떻게 할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다.

“그래?”
“예.”
“유토 군, 당신, 설마……!”

 갑자기 린디 씨가 뭔가를 깨달은 듯이 갑자기 숨을 삼키고, 이쪽을 응시한다.



“남자애가 좋은 거니?”



 그 완전 예상치 못했던 발언에 전력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아녜요! 말도 안 돼요! 꼬맹이한테 흥미가 없는 것 뿐이지 여고생 이상의 나이스 바디 누님들은 정말 좋아해요!”

 몸을 확 일으키며, 린디 씨의 말을 전력으로 부정한다.
 말도 안돼! 그 발상은 너무하잖아! 당분 너무 넣어서 뇌가 녹아버린 건가요, 당신은!

“아아, 그런 거구나. 다행이야. 유토 군이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진심으로 걱정했었어.”
“저는 오히려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던 당신의 뇌가 걱정이에요…….”
“싫다 참. 가벼운 조크야, 조크.”

 세상에는 말해도 되는 농담과 안되는 농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거듭해 묻는 것도 좀 그런데, 정말로 동년배의 애들에게 흥미는 없니?”
“없어요. 기껏해야 친구 레벨이에요.”

 더 이상 이상한 의심을 안겨줘도 참을 수 없기에, 거기는 제대로 부정해 두자.

“설령, 유토 군과 같은 나이고 굉장히 귀여운데다, 성격도 좋은 유토 군 취향의 여자애에게 고백받으면 어떡할래?”

 뭐가 어떡할래?인지 잘 모르겠는데.

“10년, 아니 8년 뒤라면 몰라도, 지금 나잇대에서 그런 소리 들어도 곤란해요. 적당히 대응하겠네요.”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린디 씨는 과연 과연, 하며 납득한 듯이 수긍한다.
 대체 지금의 질문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

“뭐어, 됐어. 유토 군도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 모양이고, 설교는 여기까지로 할까? 편히 앉아도 돼.”
“예이―, 오오오오, 다, 다리가.”

 한 번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굴러 버리는 추태를 저지르는 꼴이 되었다. 겨우 2시간 정도의 정좌로 다리가 이렇게나 저릴줄은 몰랐다. 옛날에는 이 정도는 너끈했을 텐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익숙해진다는 건 무섭다.

“그런데……페이트 양에 대해선 이미 크로노에게 들었지?”
“예에, 뭐어. 프레시아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요.”
“그래. 프레시아 테스타로사의 경우는, 솔직히 말하자면 페이트 양과 마찬가지론 못 될거야.”

 의기소침한 듯한 린디 씨의 말에는 역시 그랬다고 생각하며, 자세를 고쳐 그 뒷말을 재촉한다.

“아무리 로스트 로기아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곤 해도, 그녀가 저지른 건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킬 뻔한 중죄야. 주범인 그녀는 어떡해도 종신형을 면할 수 없어. 게다가 병에 걸린 그녀의 여명은 그리 길지 않아. 아마 판결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는 린디 씨에게, 그 이상 돌려줄 말은 없었다.
 모든 걸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의 자만심도 없고, 애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타까운 마음만은 남아 버리는 모양이다. 과연 이 결과는 원작보다 해피엔드였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이번의 결말은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 되었으려나?”

 침묵에 잠긴 내 내심을 꿰뚫어보는 듯이 린디 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 제가 알고 있는 결말에서는 프레시아는 구할 수 없었어요. 얼리샤와 함께 허수공간에 삼켜져 버려서.”

 애초에 거기서 몬트리히트같은 정체를 모르는 게 나올거라곤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다. 이제와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내가 시간의 정원에 돌입한다니 말도 안 되는 거였지. 웃을 수 없다. 정말 오싹하다. 감정의 기세라는 건 정말 무섭다. 계속 다시 떠올려 봐도 자신의 행동에 핏기가 가신다.

“애초에 제가 본 미래에선, 저는 시간의 정원에 뛰어들지 않았으니까요. 꼭두각시 병사는 둘째치고 몬트리히트라는 로스트 로기아가 나오는 건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완전히 미지근해진 차를 홀짝거리며, 거짓 없는 본심을 토로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걸로 괜찮았나 하는 마음도 있어요. 제가 행동한 탓에 그 로스트 로기아를 불러내서, 그 결과로 나노하나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프​레​시​아​는​ 구할 수 있었지만 토탈해서 그게 플러스가 되었는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판단할 수 없고요. 지금 시점에선 플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장래는 어떨까 싶어서.”

 애들에게 결과적으로 큰일은 없었고, 프레시아와 페이트도 화해할 수 있었다는 건 기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페이트가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1년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괜찮아도 그 뒤의 페이트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원작의 페이트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이쪽의 페이트도 잘 회복될 수 있으리라곤 할 수 없다. 어설프게 프레시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헤어질 때 반동이 지독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다하지 않는다.
 이유는 어떻든, 이건 내가 바꿔버린 일이다. 그걸 손쉽게 좋은 일이라고 단정할 만큼,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 버린다. 평범하게 살아가면 그런 걸 생각하는 일은 없겠지만, 어설프게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는 만큼 그 변화를 쉽게 알아채 버린다. 이 건에 얽힐 당시에는, 힘이 없는 나 같은 게 큰 줄기를 바꾸지는 못할 거라고 얕보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 생각이 얼마나 물렀던 건지를 통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도 곤란한 거지만, 너무 안다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다. 정말, 너무 늦은 고민이다. 자신의 짧았던 생각에 대해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확실히 앞날의 일까지 생각하면 한이 없어. 결과가 좋고 나쁘고는 모든 게 끝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걸.”

 하지만, 하고 말을 끊은 린디 씨는 쿡쿡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그 애의, 페이트 양의 미소를 보면, 이번의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그걸 전혀 보지 못했는데요.

“한동안은 그녀들과 만나게 해 줄수 없지만, 본국으로 이동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 테니까. 그때를 기대하고 있어줘.”

 린디 씨의 굉장히 신나는 듯한 목소리에,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저건 장난거리를 떠올린 어린이의 눈이다.

“뭔갈 꾸미고 있네요.”
“아니, 나는 아무것도.”

 나는, 이라는 건 다른 누군가가 꾸미는 게 있다는 거고욘.
 약간 신경쓰이지만, 린디 씨를 상대로 그걸 추궁할 기분도 들지 않아서 나온 다과를 맛보면서 느긋히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뒤로 며칠이 지나, 간신히 우리는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다.

“읏차……!”

 몸을 뻗어, 온몸으로 바람을 받는다. 이렇게 바람이나 태양빛을 제대로 받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듯한 기분이 든다.
 아스라 함내의 환경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인간은 이렇게 햇살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제일 좋다.

“그럼, 나노하 양. 아까 이야기한 대로 나중에 신세를 질게.”
“예! 기다릴게요. 그럼 유토 군, 또 봐!”
“응―, 조심해서 돌아가―.”

 기운차게 손을 흔들며 달려가는 나노하와 그 어깨에 탄 유노를 린디 씨와 둘이서 전송한다. 새벽부터 기운찬 꼬맹이네.

“그럼, 우리도 가도록 할까?”
“예이.”

 그 말에 대답한 뒤 린디 씨를 선도하듯 걸어나간다. 왜 린디 씨가 나랑 동반하고 있는가 하면, 우리 부모님께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며칠에 걸쳐 집을 비웠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 부상 문제도 있다. 역시나 린디 씨에게는 보호자라는 명목이 있기에, 우리를 돌려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는 모양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걸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도 없는 건 아니지만, 어른에게는 체면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니 린디 씨의 제의를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부모님의 린디 씨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마음도 있다.
 단지 그 이상의 문제는, 그 부모님께 이 부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딱히 수상쩍은 일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한 기분은 없애지 못해서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결과만을 말하자면, 린디 씨에 이어서 호되게 설교를 당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 주변은 할애하기로 하자. 린디 씨에 대한 비난도 내가 걱정했던 만큼 크지 않아서 기우로 끝났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얽히게 될지는 완전 불명이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머니와 린디 씨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그쪽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한동안 파란의 연속이었던 내 생활도, 간신히 흔히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어―.”
“아, 유토 군. 안녕―.”
“아, 안녕, 유토 구……”

 아무래도 감동의 재회를 한 것 같은 나노하 일행 삼인조에게 인사를 해 보자, 인사를 돌려주던 쓰키무라가 이쪽을 돌아본 순간에 하던 말이 끊겼다.
 오랜만에 나노하에게 만나서 기분이 풀어졌는지 아스라이 눈물이 맺힌 그 눈은, 깁스를 하고 삼각건으로 싸맨 내 팔에 못박혀 있다.

“잠깐, 너, 그 팔 어떻게 된 거야?!”
“굴렀어. 4층부터 1층까지. 굉장하지 않아? 아마 교내 기록 갱신했다구.”
“그런 기록 없고, 그런 얼간이가 있겠냐!!”

 휙 손을 내밀어 보자, 알리사가 무서운 태도로 고함쳤다. 뭐가 불만인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슴을 펴며 대답해 둔다.

“여기 있다고―.”
“그러니까 뽐내지 마!!”
“흐응. 여전히 날카로운 태클. 실력은 줄지 않은 모양이네. 안심했어.”
“아아아아아! 정말!! 너야말로 여전히 밉살스럽네!!”
“칭찬을 받을 수 있어 기쁘기 더할 나위 없습니다.”
“칭찬 안했어!!”
“아, 알리사! 참아 참아!”
“자―자―.”

 당황해서 알리사를 제지하는 나노하를 도우려는 듯, 나는 제지하는 말을 걸어 보았지만,

“그러니까 네가 말하지 마!!”

 아침부터 기운찬 꼬마 아가씨다.

“에에, 그 부상 괜찮은 거니?”
“응, 전혀 문제없다구. 깁스를 풀 때까지 1주일 정도 걸리겠지만, 그 외에는 멀쩡멀쩡해. 걱정할 필요 없어.”

 팔 외의 부상은 이미 마법으로 완치되었다. 오른손을 못 쓰는 건 불편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내게, 쓰키무라는 안심한 듯이 미소를 흘리고,

“그런가. 그렇대, 다행이네, 알리사.”
“……왜 거기서 내가 나오는 거야?”
​“​어​―​째​설​―​까​―​?​”​
“우후후, 어―째설―까―.”

 나는 생글생글, 쓰키무라는 흐뭇한 미소를 띄우고, 알리사가 핏대를 세워, 나노하는 그걸 달랜다.
 평소대로라면 평소대로인 우리들의 일상이었다.



“자, 유토 군이 쉬었을 때의 노트.”
“오?”

 쓰키무라가 건네준 공책에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내 버린다.
 살펴보면 나노하도 마찬가지로 알리사에게서 공책을 건네받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과연, 우리가 결석했을 때의 수업내용을 쓰키무라랑 알리사가 제대로 공책에 옮겨 써 주었던 모양이다.
 그 부분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보니, 이건 이거대로 기쁜 서프라이즈다.

“땡큐. 고마워.”

 인사를 하고 공책을 받아들었지만, 쓰키무라는 뭔가 생각에 잠긴 채로 공책을 잡은 내 손에 지긋이 눈길을 주고 있었다.

“에에, 왜?”
“유토 군은, 분명 오른손 잡이였지?”
“응.”
“깁스 풀 때 까지 공책 쓸 수 있어?”
“부탁합니다.”
“빨라?!”
“즉답?!?!”

 왜 쓰키무라가 아니라 알리사랑 나노하가 반응하는 걸까.

“응, 맡겨둬.”
“너 말야―, 약간은 고민하는 척 정도는 하라고. 아무리 뭐래도 즉답은 심하잖아.”

 따져드는 알리사의 뒤에서 나노하도 고개를 응응 끄덕이고 있다.

“아니, 즉시 결단 판단 대답하는 게 모토고, 부탁할 수 있는 부분은 부탁하는게 낫나 해서.ㅂ”

 세이쇼는 출석번호가 성의 50음도 순이어서, 나와 쓰키무라는 사실 남녀별로 출석번호 순으로 섰을 때 때 옆에 서곤 한다. 그 덕에 옛날부터 이벤트같은 걸 나눠서 같이 할 기회도 잦았고, 여자 중에서는 제일 사이가 좋곤 하다. 적어도 알리사를 놀릴 때에 호흡을 맞추거나, 이런 걸 부탁하는 정도는 사양할 필요 없을 정도론.
 지금 시점에서 내 안의 여자 호감도 랭크는 쓰키무라가 1위다.

“곤란할 때는 서로 돕는거니까.”
“응 응.”

 아무래도 왼손으로 공책을 쓰는 건 힘들기에, 여기는 쓰키무라의 후의에 부탁하고 싶다.
 답례는 미도리야의 과자면 될까 생각하면서, 쓰키무라네까지 간 적이 없는 걸 떠올리고 어떻게 전할지를 고민한다. 나름대로 사이가 좋다곤 해도 방과후까지 남녀간에 함께 있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학교에 과자를 가져오는 건 곤란하겠지~. 고등학교 때는 그렇지도 않았던 기분이 들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왠지 그런 부분에 까다롭다. 뭐어, 기회가 있으면 그때로 괜찮겠지 하고 홀로 결론짓는다.

“뭐, 스즈카가 괜찮다면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아까 건 충분히 말참견 범주에 드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여기선 어른의 포용력으로 제껴 주자.

“아, 맞아. 오늘 국어랑 요리 쪽지시험 있어.”

 막 떠오른 듯이 손뼉을 치며 말한 쓰키무라의 말에,

“아아, 그러고 보면 그랬었지.”
“헤에―.”

 하고 흘리는 알리사와 나.

​“​에​에​에​에​에​에​?​!​”​

 하고 새파란 얼굴로 비명을 지르는 게 나노하.
 1주일 이상 학교를 빠졌다 보니, 원래부터 서투른 국어는 물론, 요리도 제법 위험한 상황이 아니려나.

“드, 드드, 듣지 못했어?!”

 보고 있기만 해도 불쌍할 정도로 허둥지둥거리는 나노하.

“넌 결석했을 때니까 당연하잖아.”
“그렇겠지.”
“아니, 너도 조금은 당황하라고. 아무리 너라도 쉬다가 나오자 마자 벼락 시험은 힘들지 않아? 오른손도 못 쓰는 상황이고.”
“마, 맞아!! 시험이야, 시험!”

 너는 너무 당황중이야.

“흐응.”

 눈에 눈물이 맺힌 나노하와 수상쩍은 눈길을 향해오는 알리사에게 겁없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겨우 쪽지시험 같은 거에 당황한다니, 결국은 초등학생이네. 쪽지시험 같은 거의 점수로 기쁘거나 괴로워질 수 있을 까 보냐!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유토 군, 공부할 거 전혀 가져오지 않았었잖아?!”
“아니, 그런 거 당연하잖아. 귀찮고.”

 아무리 그래도 공부거리를 가져가거나 하진 않는다. 아니, 혹시나 나노하는 가져갔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 반응을 보는 한, 어쨌거나 성과같은 건 없어 보인다.

“일단 범위는 갈쳐주라.”
“응, 에에…….”
“자, 자, 나노하는 시간 직전까지 내가 철저히 머릿속에 박아 줄테니까.”
​“​으​으​…​…​부​탁​합​니​다​…​…​.​”​

 내가 교과서를 가지고 쓰키무라의 앞자리에 앉아있는 곳 옆에서, 나노하는 알리사에게 목덜미를 잡혀서 끌려간다. 그 모습은 낮에 팔려가는 새끼소 같은 애수를 자아내고 있다.
 아무래도 시간의 정원에서 악마같은 활약을 했던 분과 동일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일단 페이트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한 장 찍어 둘까. 이걸 봤을 때 둘의 반응이 기대된다.



 쪽지시험이기에 시험이 끝난 뒤 옆자리의 애와 교환해서 채점을 하기에, 결과는 바로 나온다. 그 결과라고 하면.

“으으…….”

 나노하, 침묵.

“이번은 어쩔 수 없네, 다음엔 힘내자.”

 쓰키무라는 그럭저럭.

“어째서 너 같은게 매번 만점을 받는 거야……정말 세상은 불합리해.”
“그래도 왼손으론 답 쓰는 데 오래 걸려서 아슬아슬하긴 했는데―.”

 선택식의 문제가 많았던 덕도 있어서, 나와 알리사는 평범하게 만점. 글자가 평소보다 훨씬 더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역시나 공백이랑 핸디캡이 좀 있다 한들 초등학생 공부 수준이니까.
 사람은 안 쓰는 지식은 점점 입기 마련이니, 중학교 이후에도 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의심스럽다.

“으으, 불공평해~. 요즘 며칠간 유토 군, 드퀘랑 유희왕말곤 하는 거 본 적 없는데~.”
“짬을 주체 못했으니까 말야―. 덕분에 주인공용 연금 최강 방어구 전부 모았다구.”

 어쨌든 운동도 못하고 TV도 못본다. 인터넷도 못해서야 가져온 게임정도밖에 할 게 없다.
 혼자 있을 때는 드퀘. 나노하랑은 유희왕을 한 덕에 따분하지 않고 끝났지만.

“너희들 학교 쉬고 뭘 한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며칠 뒤, 아스라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내용은 재판인지 뭔지를 위해서 페이트 일행이 본국으로 이동한다는 것과, 그 전에 잠시 동안 우리가 페이트랑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 일정에 대해서.
 그 몇분 뒤, 흥분한 나노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건 말할 것도 없겠지.



 자 자. 약속장소에 온 것까지는 괜찮지만. 슬쩍 숲 속에서 훔쳐보면 다리 위에는 사람이 셋. 크로노와 페이트, 알프. 프레시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노하도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읏차.”

 일단, 여기라면 들키는 일도 없겠지. 제대로 휴대폰 전원을 끈 뒤에 바닥에 앉는다.
 크로노와 알프는 평소에 입는 옷이었지만, 페이트는 저번에 입었던 원피스가 아니라 검은 셔츠에 쇼트 팬츠 차림이다.
 여기서 보기엔, 그 얼굴에 걱정같은 건 없고 순수하게 친구랑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연다.
 크로노에 따르면, 페이트는 나노하만이 아니라 나와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모양이다. 그걸 들은 나도 처음에는 페이트랑 이야기할 마음이 가득했지만, 페이트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만족해 버렸다.
 만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그 시간 전체동안 둘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랑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나누는 것보다는 그쪽이 유의미하겠지.
 이렇게 숨어 있는 것도 여기에 올 때까지 원작의 광경을 떠올려, 내가 나노하와 페이트의 사이에 끼어드는 것도 그림이 굉장히 미묘한데―라고 느껴 버렸기 때문이다. 둘을 배려해서 떨어진 크로노 처럼 나도 같이 그 때 떨어지면 괜찮았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페이트가 나랑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면 그것도 역시 미묘한 기분이 들어서. 뭘 말하는 건지 모를거로 생각하지만, 나도 잘 모른다.
 이러는 사이에 얼마 안 가 나노하가 도착했다. 페이트에게 뛰어가는 모습은 정말로 기뻐 보여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그걸 맞이하는 페이트도 미소를 흘려서, 정말로 흐뭇한 광경이다.
 조연에 지나지 않는 나는 이렇게 무대 뒤에서 힘쓰며, 둘의 기념사진을 찍는데 전념하자.



 그리고 감동한 나머지 나노하가 눈물을 흘리면서 페이트에게 안겨붙어, 페이트도 나노하를 어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아, 위험해. 좀 눈물샘 움직였어.
 아무래도 둘의 대화까진 들리지 않지만, 저 둘이 지금까지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알고 있는 만큼, 이 장면을 알고 있어도 역시 마음에 닿는 게 있다.
 역시 여기서 카메라를 향하는 건 멋이 없으려나.

“둘 다 잘 됐어…….”
“거기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너는 이런 데서 뭘 하는 거냐.”
“뭐냐니, 조연답게 무대 뒤에 숨어있는 것 뿐인디.”
“혹시나 페이트랑 만나지 않을 셈이야?”
“응. 딱히 이게 마지막인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뻔뻔스레 나가는 것도 왠지 거북하……고?”

 아니 잠깐, 나는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 기세로 옆을 돌아보자, 거기에는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크로노가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에?”
“지금 막. 네가 가져온 카메라 렌즈의 반사광을 눈치채서.”

 으아, 이런. 나씩이나 되는게 이 무슨 불찰.

“그럼, 그런 걸로.”

 초지일관. 그 광경을 본 뒤에 페이트랑 만나는 건 더더욱 거북한 기분이 들어서, 손을 들어 인사한 나는 바로 도망을 시도했다.





“에? 에? 잠깐, 유, 유토 군?!”
“크, 크로노……이건?”

 도망을 시도한 나는 시원스레 바인드에 포획당해, 이불에 말린듯한 꼴로 두 사람 앞에 던져졌다.
 아무래도 이건 상상 범위 밖이었던 건지, 아까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노하도 페이트도 눈을 끔뻑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저쪽 숲에 숨어 있었어. 여기까지 와놓고 페이트랑 얼굴을 맞대는 게 부끄러웠던 모양이야.”
“유토 군도 부끄러워하는 일이 있구나.”

 나노하가 자연스럽게 무례한 소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사람이니까…….”
“안 어울리니까 관둬라.”

 얌전한 표정으로 말했더니만 바로 이러네.

“내 취급 지독하지 않아?”
“네 평소의 행동을 생각하면 적당하겠지.”

 피도 눈물도 없는 크로노의 말에 응응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노하.
 청렴결백한 내가 대체 뭘 했다는 건지 대강 1시간쯤 캐묻고 싶다. 나중에 복수해 주자.

“이건 좀 너무한게…….”
“맞아, 맞아! 부상자니까 좀 더 신경써라―.”

 내 지독한 취급에 당황하는 페이트에게 편승해서 항의하는 소리를 낸다.

“애초에 나는 묶이는 것 보다 묶는 걸 좋아해!”
“그런 성벽을 폭로당해도 곤란한데.”

 라며 기막혀 하면서도, 간신히 바인드를 풀어준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쓸데없는 수고는 들이게 하지 말아 줘.”
“오히려 전혀 수고가 들지 않도록 할 셈이었으니까―.”
“……혹시나 나랑 만나는 게 싫었어?”
“아니아니, 아냐아냐. 크로노가 말하는 대로 부끄러웠던 것 뿐이라니까.”

 불안한 듯이 말하는 페이트에게 쓴웃음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 부정한다. 그러니까 알프 씨, 페이트의 뒤에서 위협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네게도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있었으니까.”
“근가.”

 깨닫고 보니 크로노나 알프는 나와 페이트를 남겨두고 자리서 멀어져 갔다.
 잠깐, 어이―. 나노하까지 가 버리는 거야?

『응, 나는 제대로 말하고 싶은 거 말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은 유토 군 차례야.』

 라고 염화로 대답한대도. 듣고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내가 말할 건 딱히 아무것도 없는데.

“에에, 프레시아랑은 사이 좋게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유일하게 신경 쓰였던 건 이거다. 린디 씨나 크로노는 그냥 잘 해나가고 있다는 말 뿐이었고, 그리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페이트 본인의 입에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마음속으로 안도할 수는 없다.

“응, 아직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어머니는 옛날의 어머니……얼리샤의 기억에 있는 대로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와 줬어. 나도……제대로 딸이라고, 말해 줬어.”

 말하면서 그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린 건지, 페이트의 눈에 아스라이 눈물이 맺힌다.

“응.”
“너랑 나노하랑 이야기한 뒤에, 어머니에게 만나러 갔었어. 처음에는 어머니, 나를 봐 주지 않아서. 역시나 어머니는 나를 싫어하는가 싶고, 어머니에게 있어서 난 단순한 인형일 뿐이었나 하고 생각했어.”
“응.”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어머니를 좋아하니까. 말했어. 나는 어머니의 딸이고, 혹시 어머니가 나를 딸이라고 생각해 준다면, 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어떤 사건에서도 어머니를 지키겠다고. 내가 어머니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내 어머니여서라고.”
“응.”
“그랬더니, 어머니가 나를 껴안아 줘서……지금까지 미안했다고 말해 줘서……흑흑.”
“그랬구나, 잘 됐네.”

 둑이 넘친 것 처럼 눈물을 흘리는 페이트의 머리에 살짝 손을 뻗어서,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문지른다.

“응……응!”

 페이트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양손으로 눈물을 닦는다.
 이만큼 들으면 이미 충분하다. 린디 씨가 말한 대로였다. 지금의 페이트를 보면, 프레시아를 구한 의미가 충분히 있다.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이별도 지금의 페이트라면 뛰어넘을 수 있겠지.
 페이트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제대로 고맙다고 전하고싶다고 생각해서.”
“응.”

 한바탕 운 뒤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페이트는 부끄러운 듯 수줍어한다.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와 준 건 네 덕이야……정말 고마워.”
“………….”

 얼굴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본 미소. 정말로 기쁜 듯이, 마음속에서 우러난 미소에 무심코 눈을 빼앗겨 버렸다.
 위험해, 귀여워.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해.

“그, 그런 건 나노하나 크로노같은 애들한테 말해 줘. 나는 미끼가 된 것 뿐이고. 나야말로 답례해야 해. 페이트나 알프에게도 잔뜩 도움을 받았고.”

 고조되는 고동을 속이려는 듯, 어떻게든 말을 자아낸다.
 그 몬트리히트를 불러낸 것 외에, 나는 도움이 된 게 없다. 마지막은 어쨌건,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내가 다른 애들에게 계속 도움받은 것 뿐이었다.

“서로 비긴 셈, 일까.”
“그렇네.”

 말한 뒤, 둘 다 작게 웃는다.

“뭐, 친구니까. 쫀쫀한 건 신경쓰지 마.”
“에? 친……구?”

 내 말에 페이트는 놀란듯한 표정을 짓는다.

“에에, 나는 예전부터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곤란했어?”

 말한 뒤에 생각났지만, 페이트는 나노하랑 막 친구가 된 참이었다. 나노하를 제쳐놓고 친구 선언을 하는 건 좀 뻔뻔했으려나.

“아, 그런게 아니라, 나는, 그, 네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어.”
“에고야.”

 풀죽는 페이트를 보고, 어라? 하고 고개를 기울인다.

“애초에 나, 이름 가르쳤었나?”
“에에…….”

 하고 물어봐도 페이트는 약간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띄울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페이트에게 이름을 밝힌 기억이 전혀 없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유토. 도미네 유토.”
“……유토.”
“응.”

 페이트가 내 이름을 불러, 맞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페이트는 뭔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이윽고 결심한 듯이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그, 부족한 몸입니다만 언제까지나 잘 부탁드립니다.”
“…………에?”

 아니, 잠깐. 지금 말은 좀 이상해. 거기다 어째서 뺨을 붉히는거야.

“잠깐 기다려. 지금 대사 좀 잘못됐어.”
“에?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아니 이상하니까. 그 대사는 결혼같은 거 할 때 하는 말이라고?”
“에, 응. 그러니까 맞는거……지?”

 후반은 자신 없다는 듯이 말하는 페이트의 말에, 한 순간 말을 잃었다.
 뭔가 식은땀이 등줄기에 흐르는 걸 느낀다.

“미안한데, 나는 전혀 영문을 모르겠어. 처음부터 설명해 줘.”
“에, 응. ……저번에 고백해 줬었지?”

 고……백이라고?

“누가?”
“유토가.”
“누구한테?”
“나한테.”
“어디서?”
“시간의 정원에서 사랑한다고.”

 그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린 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정확히 대답해가는 페이트. 한편 나는 얼굴이 창백하다.
 위험해.
 전혀 기억이 없지만, 그때는 쓸데없이 기력이 넘쳤었고, 궁지에서 몰렸었으니까 상황의 분위기와 기세로 무슨 말실수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페이트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런 거겠지. 거기다 페이트는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에에, 어떡하지. 이런 반응을 해도, 기세로 말한 것뿐인 만큼 대답하기 괴롭다.

“에에, 그래서?”

 내심의 동요를 숨기면서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 때 일을 어머니에게 말했더니……그, 우리 가훈에 처음으로 고백받은 남자에에게 도움을 받으면 결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엥?!”

 안돼.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 한순간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뭐,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 아줌마…….
 확실히 페이트는 귀엽고, 장래 유망하다고 할까 아니 확정이지만, 지금의 꼬맹이 상대로 결혼이나 연애감정같은 건 아무리 힘내봐야 무리라고. 확실히 귀엽다곤 생각하지만!
 그보다 뭐야 그거. 뭐야, 대체 프레시아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페이트한테 그런 소릴 불어넣어서 어쩌자는 걸까.
 갑자기 떠오른 건 저번 린디 씨의 뭔가 꾸미고 있었던 듯한 태도. 그리고 그 전에 들은 의미불명의 질문.
 괴롭힘이야? 날 괴롭히려는 거야?! 내가 애들은 수비범위 밖이라는 걸 고려한 뒤에 괴롭히려는 거야?!
 린디 씨와 프레시아가 결탁해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거야?!
 아아, 그래도 장래를 생각하면 제법 괜찮나?!

“유토……?”

 내가 굳어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페이트가 나를 눈을 치뜨며 살펴본다.
 그 둘을 추궁할 말은 나중에 생각하자. 냉정해져라, 나. 일단 지금은 페이트의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

“페이트…….”
“예, 옛!”

 페이트의 어깨에 손을 톡 올리고, 얌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다.

“너는 속았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에?”
“세상에 그런 가훈은 없어. 프레시아는 널 놀리고 즐긴 것 뿐이야.”
“에? 에? 그런 거야?!”
“응, 틀림 없이.”
“에에, 그럼, 결혼 같은 거 안 해도 돼?”
“당연해.”

 이 나이에 결혼이라니, 아무리 뭐래도 말도 안 되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문제는, 계속 시간의 정원에서 살았던 페이트에게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이 없다는 거다. 뭐, 평범한 생활을 보낼 정도는 있겠지만, 어머니에게 들은 정도로 그런 헛소리를 믿는 건 곤란하겠지.

“그, 그렇구나. ​다​행​이​다​…​…​정​말​.​”​

 마음속으로 한숨 돌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페이트. 사실은 결혼에 굉장히 저항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걸로 복잡한 기분도……전혀 안 드나. 일단 너무 순진한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페이트는 그대로 작은 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 맞아. 리니스가 남겨준 디바이스, 가지고 있어?”
“응, 이 녀석?”

 주머니에서 검은 플레이트 형태의 디바이스를 꺼낸다. 리니스가 남긴 이름도 없는 디바이스.
 아스라에서 받은 이후, 한시도 떼지 않고 가지고 다니고 있다.

“그 애의 이름, 제대로 생각해 왔어.”
“땡큐. 어떤 이름?”
“응, 저기.”

 페이트는 내 손안의 디바이스를 바라보면서, 한 호흡을 둔 뒤 말했다.

“다크 브레이커.”

 미묘하게 어수선한 이름이었다.

“바디시는 어둠을 꿰뚫는 뇌신의 창, 어둠을 찢어발기는 섬광의 전투도끼. 이 애는 바디시의 형제니까 어둠을 파괴하는 검은 칼날, 밤을 밝히는 붉은 빛이라는 의미를 담았지만, 어떠, 려나?”
“……괜찮지 않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손 안의 검은 디바이스는 기쁨을 드러내듯이 빛난다.

『Thank you.』
“래. 이 녀석도 마음에 든 모양이야. 고마워.”
“응. 마음에 들어해 줘서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고 웃는 페이트의 얼굴에는 정말 멋진 미소가 보였다.
 여러모로 고생도 있었지만, 이 미소가 대가라면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마감이야, 슬슬 괜찮냐?”

 페이트의 미소에 마음이 누그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딱 크로노가 말을 걸어온다.

“아아, 문제 없어.”
“응.”
“페이트!!”

 우리가 동의하자, 나노하가 페이트에게 뛰어와, 트윈테일을 묶은 분홍 리본을 풀어, 페이트에게 건넨다.

“추억으로 삼을 수 있는 거, 이런 거 밖에 없지만.”
“……그럼, 나도.”

 페이트도 마찬가지로 검은 리본을 풀어, 나노하에게 건넨다.
 그리고 서로 내민 손을 겹친다.

“고마워, 나노하.”
“페이트…….”
“분명 다시 만날 거야.”
“응…….”

 재회의 약속을 한 두 사람의 선이 천천히 떨어져 간다.
 나도 뭔가를 페이트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리 쉽게 사정에 맞는 물건이 있을 리도 없고.
 뭐어, 여기서 내가 뭘 하는 것도 멋 없는 일이겠지.

“응.”

 그리고 페이트에게서 손을 뗀 나노하의 어깨에, 알프가 맡고 있던 유노를 올린다.
 별 상관은 없는 일이지만 이럴 때 정도는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도 괜찮지 않을까. 정말로 별 상관 없는 일이지만.

“고마워, 알프 씨도 건강하게 보내.”
“아아, 여러가지로 고마웠어, 나노하, 유노, 유토.”
“이쪽이야 말로.”

 나이스 가슴! 시간의 정원에서의 그 감촉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하고 마음속으로만 말을 덧붙여 두자.

“그럼, 나도.”
“응, 크로노 군도 또 봐.”
“페이트 일행에 대해 잘 부탁해.”
“아아, 맡겨 둬.”

 서로 주먹을 내밀어, 가볍게 맞댄다.
 전이 마법진을 발동시킨 크로노 일행을 셋이서 배웅한다.

“페이트. 지금까지 응석부리지 못했던 만큼, 잔뜩 어머니에게 응석부려 둬. 스스로 응석쟁인지 고민할 정도가 딱 좋을 거야.”
“에에, 응. ……노력해 볼게.”

 마법진의 빛이 불어나는 동안, 나노하와 페이트는 둘이서 아스라이 눈물을 띄우고 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과 관리외 세계 사람의 직접 면회나 실시간 통신은 금지되어 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반년간, 페이트와 직접 만나진 못한다.
 약간 긴 이별을 아쉬워하듯이 페이트가 천천히 손을 흔들고, 그걸 본 나노하가 크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마법진이 한층 더 강한 빛을 내뿜었을 때, 세 사람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뒤에도 우리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여운을 맛보듯이 해풍을 맞고 있었다.

“나노하.”
“돌아갈까.”
“응!”

 이렇게 우리가 엮였던 하나의 사건이 끝을 맞이하게 된다.
 5월이 반쯤 지난 하늘은 맑게 개여서, 바람이 춤추고 있었다.








     리리컬 브레이커 제 1부  완







































 나노하와 헤어진 귀갓길, 휴대폰이 메일 착신을 고하는 소리를 울린다.
 그 메일을 보고 나는 움직임을 뚝 멈췄다.
 잠겨 있었던 해피엔드 기분이 한순간에 날아가,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뇌리에 스친다.
 사건이 잔뜩 있어서 잊고 있었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페이트의 일이 있었기에 앞일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본인에게서 연락이 와서야 싫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통의 메일에 대답을 돌려주며,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못 봤는데 어떻게 된 거니?
                  야가미 하야테』
■PREVIEW NEXT EPISODE■

갈수록 태산.
하나의 고난이 해결되어도, 운명은 그걸 비웃는 듯이 새로운 고난을 실어오는 법이다.

유토 ‘잘못된 건 내가 아냐.’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7월 7일이라는 보기 좋은 날짜에, 리리컬 브레이커 1부 완결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페이트 귀여워요 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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