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화 잘못된 건 내가 아냐.
야가미 하야테에게 답장을 보낸 유토는, 행선지를 바꿔서 걸으며 고민하고 있었다.
어둠의 서 사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P.T사건에서 주위에 잔뜩 폐를 끼치고 자신도 지독한 꼴을 당했던 걸 크게 반성하고, 어둠의 서 사건에는 얽히지 않도록 해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바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 중 하나는 이미 자신이 야가미 하야테와 친구가 되었다는 것.
둘이 만난 건 작년 여름방학. 도미네 유토는 사실 숨은 독서광이었다. 이전 인생에서 전철로 1시간 이상 걸려가며 통학하고 있었던 그는, 심심풀이의 수단으로 문고본 크기의 소설을 애용하고 있었다. 신작 휴대폰 게임 같은 걸 샀을 때는 안 그럴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외출할 때는 항상 소설을 가지고 걸으며, 이런저런 일로 시간이 비면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그렇다곤 해도, 당시엔 기껏해야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됐던 유토가 많은 책을 살만한 돈이 있을 리도 없으니――용돈 대부분은 비디오 게임이나 카드 게임, 프라모델등에 쓰고 있다――, 학교의 도서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책을 빌리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야가미 하야테와 만난 건 평소처럼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 때였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휠체어 소녀. 어깨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머리칼에 가위표 모양 머리장식이 있는 걸 보고, 어렴풋이 그녀가 야가미 하야테라는 걸 알아봤다.
처음으로 본 그녀는, 자신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을랑말랑한 위치에 있는 손을 잡으려고 일심히 팔을 뻗고 있었다. 흔해빠져신 상황이라 너무 클리셰 그대로인데 기막혀하면서, 이런 거 현실에 있구나~ 하는 묘한 감탄을 하며 그 책을 대신에 집어 준 게 도미네 유토와 야가미 하야테의 만남이었다.
하야테에게 감사인사를 들으며, 생각지도 못한 원작 캐릭터와의 만남에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는 유토. 이대로 떠나갈지, 마음을 굳히고 말을 걸어 볼지. 그녀의 환경을 몰랐다면 망설임 없이 전자를 골랐겠지. 하지만 유토는 볼켄리터와 만나기 전에 하야테가 고독에 시달리고 있었던 걸 알고 있었다. 동년배의 친구와 교류가 없는 건 자신에게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랑은 관계없이 좋은 일은 아니다. 하야테의 정확한 생일은 잊어버렸지만, 볼켄리터들이 나타날 때 까지 앞으로 1년은 남았을 거다. 그동안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도 없는 그녀의 고독은 어떠한 것일까. 별 관계도 없으니, 깊은 사정도 몰랐다면 망설임 없이 전자를 고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관계가 없더라도 자신은 어느 정도의 사정을 알고 있다. 그녀에게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건까지. 결국, 잠시 고민한 끝에 유토는 후자를 선택했다. 하야테의 처지에 대한 동정과, 자신은 어차피 일반인이니 자기가 그녀와 친구가 된다고 해서 악영향은 없을 거라는 인식 아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고른 행동이었다.
다행히, 라고 해야 할까. 붙임성 있는 하야테와 유토는 바로 의기투합해, 그럭저럭 좋은 사이가 되었다. 올해에 들어온 뒤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그대로 서로의 집에 번갈아 놀러 가서 저녁밥을 먹을 정도로. (유토의 부모님에게는 하야테의 희망으로 하야테가 고아라는 걸 숨기고 있다.)
이 단계에서 A's 개시 전에 볼켄리터와 얼굴을 맞대게 될 건 이미 확정된 사항이다.
유노와 만나, 나노하와 같이 주얼 시드를 찾기 시작했을 때, 그런 것들은 완전히 유토의 머리에서 빠져나가 있었다. 아니, 무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하야테의 심정 등을 모두 무시하고 행동하면 회피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유토에게 그 정도까지의 각오 따윈 있을 리 없다. 다른 플래그가 설 가능성도 높고.
애초에, 그것뿐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았겠지. 볼켄리터들이 수집을 개시하고 나노하 일행과 소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신은 전투력이 없다는 구실로 관리국 쪽에 협력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볼켄리터와 아는 사이라는 건 얼버무릴 수 있고, 그 뒤는 멋대로 원작대로 시나리오가 나아갈……터였다.
――자신의 마력이 각성했다고 하는 최대의 문제점이 없었다면.
각성 그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나노하의 3배 이상이라고 하는 자신의 너무나 지나친 마력량이 큰 문제였다.
어느 정도의 페이지를 메울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혹시나 자신의 마력을 수집당해 버리면 어둠의 서 완성은 큰 폭으로 앞당겨져 버릴 건 틀림 없다. 하야테를 구하기 위해 어둠의 서 완성은 불가결하기에 수집당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 하지만 시기가 엇갈리면, 나노하와 페이트중 한쪽이 전투불능인 때에 어둠의 서가 완성되어 버리면. 그때의 결과는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른 단계에서 볼켄리터와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면, 자신이 수집 당하는 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수집이 시작되었을 때, 전투능력이 없고 그냥 마력량만이 많은 나는 볼켄리터에게 있어서 딱 좋은 사냥감이라고 판단되어, 크로노 등이 자신을 보호하게 될 건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싫어도 얽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앞에 나서는 일은 없겠지만, 고양이 자매의 개입도 생각하면 혼잡한 틈을 타서 수집당할 가능성이 없다곤 할 수 없다.
유토가 생각하기에, 어떻게 굴러가든 어둠의 서 사건에 불간섭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불간섭을 유지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일까. 섣부른 행동은 최악의 결과를 일으키기 쉽다. 설령 원작지식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얽혔을 때의 변화까지 아는 건 불가능하니까.
도서관까지 걸음을 옮기며 깊게 생각에 잠긴 끝에 낸 결론은,
“오늘은 생각하는 거 관두자.”
문제를 미루는 거였다.
어찌됐건 지금은 아직 5월 중순. 하야테의 생일은 6월 초순. 아직 볼켄리터조차 나오지 않았다. 볼켄리터가 행동을 일으킨다고 해도 수개월의 여유가 있을 터. 하야테를 감시하고 있을 고양이 자매에 대해서도, 자신이 어둠의 서에 대해 눈치챈 듯한 반응만 보이지 않으면 손을 대오진 않겠지. 유토가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린디에게 위에 보고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얻은 상태다. 어느 정도는 경계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 자매가 보기엔 자신은 어둠의 서의 먹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뭐 이딴 먹이 마스터가.”
자신이 입으로 담은 말에 완전히 침울해지는 유토. 도서관을 시야에 담으며, 적어도 오늘 하루 정도는 페이트와 헤어진 여운에 잠기려고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엽, 오랜만.”
“응. 아아, 오랜만……잠깐, 그 팔 우옜노?”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하야테를 발견하곤 말을 거는 유토. 하야테도 책을 읽던 고개를 들고 대답하다가, 유토의 오른팔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계단에서 굴렀어. 6층에서 1층까지.”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여서, 유토의 대답 또한 익숙해진 답변이다. 자연스레 계단이 늘어나곤 하지만.
“아―, 유토 군이라면 그럴 법한데~. 조심해야잖나.”
“……응. 조심할게.”
미소로 천연덕스레 말하는 하야테를 보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유토. 아직 사실대로 말할 마음은 없지만, 농담을 패스 당해도 그건 그것대로 쓸쓸하다. 물론 하야테는 알고서 하고 있는 짓이다.
“근디, 그 팔, 괜찮나?”
“그건 뭐. 얼마 안가 석고도 풀거고.”
고개를 기울이는 소녀에게 그 증거로 보란 듯이 삼각건에 걸려있는 팔을 가볍게 흔들어 보인다.
“금 됐는디, 요즘 얼굴 안 보여준 기도 그 부상 때문이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할지 잠시 고민하는 유토. 볼켄리터들이 나온다면 마법 관계 이야기도 태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야기하는 건 고양이 자매들 상대로 곤란해지지 않나 싶고.
유토 자신은, 알리사나 스즈카 등에게는 딱히 언제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둘에게 마법에 대해 까발리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나노하가 말리고 있기 때문이고, 그게 없었다면 적당히 기회를 봐서 이야기했었겠지. 기회가 있다면. 그래서 지금 나노하랑 관계가 없는 하야테한테는 어쨌든 까발릴 마음으로 가득했다.
문제는 그 시기지만, 차라리 고민 없이 꼬맹이인 척을 하고 후딱 마법을 까발려 버리는 것도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뭔가 대책을 세우려고 할 때도, 이쪽의 평가가 낮은 쪽이 진행하기 쉽겠지. 거기에다 볼켄리터들이 나왔을 때 미리 하야테 본인에게서 마도사――자신을 마도사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심히 의문이지만――친구가 있다는 걸 전하도록 해 두는 편이, 쓸데없는 경계를 주지 않고 일이 풀릴지도 모른다. 링커코어나 디바이스가 있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격당하지야 않겠지만, 손을 써 두는 게 나은 건 확실하다. 응, 그렇게 하자고 착상만으로 결론짓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유토는 말했다.
“으음―, 마법사가 되었어.”
“은제 30살 넘었노?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도 댕겨왔나?”
“그 마법사 아냐, 멍충아.”
“아야!”
말하자마자 얼빠진 말을 하는 하야테의 정수리를 바로 손날로 때린다. 대비할 틈도 없이 공격한 덕에, 효과는 발군인 모양이다.
“으으! 이런 가련한 소녀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건 짐승 아이가.”
“가련한 소녀는 그런 얼빠진 소리 안해.”
머리를 손으로 문지르면서 눈물맺힌 눈을 칩떠보며 항의하는 하야테에게 유토는 눈꼽만치의 동정도 보이지 않고, 바로 말을 잘랐다.
이 나이대에 그런 소재를 쓰는 하야테의 장래를 걱정하면서도, 원작에서 가슴비비기마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유토였다.
“뭐어, 그건 둘째치고 남들이 보는 곳에서 이야기할 만한 내용이 아니니까, 우리 집이든지 하야테네 집이든지 가자. 조금 뒤면 밥때기도 하고.”
“아직 그 이야기가? 단발개그를 질질 끄는 건 별로 칭찬하기 힘든디―.”
“개근지 아닌지는 나중에 보여줄게. 그래서, 누구 집으로 갈래?”
“유토 군이 남 눈에 안 띄는 곳에서 나를 덮치려고 생각하는 건에 대해.”
“빨래판 꼬맹이가 잠꼬대를 흘리는 건에 대해. 적어도 브라쯤은 하게 된 다음에 말해라.”
“우와, 성희롱이다! 성희롱 발언!”
“도서관에선 정숙하게.”
아무래도 남들 보는 데서 성희롱을 연호 당하는 건 창피한 모양인지,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정론으로 하야테의 말을 막는다.
“으으으.”
하야테는 굉장히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정론을 꺾을 수도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받기 전에 마지못해 하며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래서, 결국 어떡할 거야?”
“전에는 유토 군 집이었응께, 이번은 우리 집 하자. 딱 냉장고 안도 비었고, 조미료도 떨어졌으니까~.”
“나는 짐꾼이냐.”
“잘 부탁해―.”
“부상자에게 짐을 들게 하는 하야테가 너무 더러운 건에 대해.”
“무리라면 별로 괜찮은디?”
“마법 쓸 수 있게 된 나에게 하는 도전이라고 판단. 평소의 3배정도 짐도 여윱니다.”
“호호―, 그건 기대되네~.”
“한 번 죽을 뻔해서 파워업 한 나를 얕보지 마.”
“거 마법사 아이다. 전투민족이다.”
그러고 보면, 한 번 죽을 뻔한(실제로는 기절한 것 뿐) 나노하는 역시나 파워 업을 했구나 하는 시시한 걸 생각하면서, 한 손만으로 능숙하게 휠체어를 밀어가는 유토와, 오랜만에 친구와의 대화를 사양없이 즐기는 하야테.
사이좋은 남매처럼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든 흔히 있는 일상의 광경이었다.
“설마 정말로 짐을 3배나 들게 할 거라곤 생각 못했었다.”
“설마 정말로 짐을 3배나 들 수 있을 기라곤 생각 몬했다.”
야가미네 집에 도착해서,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짐을 내린 뒤 한숨을 돌리는 유토에게 기막힌 듯이 말하는 하야테.
그만큼 잘난 듯 말한다면 시험해 보겠답시고 일용품을 포함해서 짐을 평소의 3배 분량으로 사놓고 보니, 당사자인 유토는 한 손만으로도 정말로 가볍게 그 짐들을 들어 올려 버렸다. 그것도 야가미네 도착할 때까지 불만 한마디 없었고, 별로 지친 것 처럼도 보이지 않는다.
눈물 섞인 사과를 하는 유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던 하야테 입장에선, 감탄하면서도 완전히 김빠진 기분이었다.
“산 뒤에 못 들었으면, 어떡할 셈이었는데…….”
“그럴띤 제대로 택배 부탁할낀까 문제 아이다.”
“어이어이.”
천연덕스레 말하는 하야테에게 쓴웃음 짓다가, 문득 어떤 걸 깨닫는 유토.
“어라? 그건 처음부터 내가 옮길 필요 없지 않아?”
“자~자~, 점심 준비 해야하니께―. 재료는 지대로 부엌까지 옮기라―.”
“어이―, 하야테 양―.”
자기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후딱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하야테에게 말을 걸지만, 유토의 목소리는 허무하게 복도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하야테가 대접한 점심을 한껏 만끽한 뒤, 식후의 차를 즐기면서 유노와 만난 걸로 시작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토.
만일을 위해, 나노하나 페이트의 전투 스타일 등에 대해서는 시그넘이나 비타 등에게 전해질 가능성을 생각해, 세부는 피하고 있다.
“이렇게 된 거야.”
“와―, 그건 대단한 꿈인디. 응, 소설치곤 급제점이다.”
“어이.”
유토와 마찬가지로 차를 홀짝이며, 유토가 이야기 한 걸 꿈이라고 일소에 붙이는 하야테. 유토의 힘을 보고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유토 입장에서도 그리 간단히 믿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꿈이나 소설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되면 아무리 그래도 불만 한 마디는 꺼내고 싶어진다. 너, 이야기 중간에 잔뜩 질문하거나 맞장구치거나 했었잖아, 하고.
“그래도 유토 군이 전혀 도움이 안 된 부분 즈음은 묘하게 신빙성 있는데~.”
“으극!”
아픈 부분을 찔려서 무심코 자신의 가슴을 누르는 유토.
하야테는 싱글벙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띄우며, 더더욱 추격타를 더해간다.
“주얼시드 찾다가 폭주에 말려들고, 거기에 더해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거나.”
“윽!”
“집무관인 애한테 발차기를 날리다가 역으로 반격당하거나.”
“그헉!”
“마력은 어마어마한데 재능이 없어서 전혀 마법을 못 쓴다거나.”
“끄엑!”
“최종 던전에서 잔뜩있는 자코 한대도 쓰러뜨리지 못했다거나.”
“으겍!”
“아무것도 안하는 동안 적한테 잡혔다거나.”
“크윽!”
“디바이슨지 뭔지를 손에 들어도 최종보스한테 전혀 공격이 듣지 않았다거나.”
“끅, 으…….”
“기도 미끼나 보급담당으론 도움이 됐다고 하니까, 아예 먹이마스터라거나 인간보급장치라고 자칭하면 괘안치 않나?”
“………….”
하야테의 막타라고도 할만한 말에, 말도 꺼내지 못한 채로 탁자 위에 격침당하는 유토. 가끔 움찔움찔 경련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건 하야테의 착각일까.
“어이~, 살아있어~?”
손끝으로 쿡쿡 유토의 머리를 찌른다.
“대답이 없다. 단순한 먹이마스터인 모양이다.”
“시끄러! 좋아서 먹이마스터 하고 있는 거 아냐, 빌어먹을!!”
하야테의 말에 몸을 확 일으키며, 있는 힘껏 소리치는 유토. 그 눈에 약간 눈물이 맺혀 있는 걸 하야테는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약해서 나쁜 거야? 내가 나쁜 거야?! 겨우 몇주만에 그렇게 강해지는 나노하가 이상한 거야!! 그런 전투민족하고 같은 취급 하지 마!!”
단숨에 소리치느라 가볍게 호흡부족을 일으켜, 숨을 헐떡거리며 양손을 짚는 유토에게 하야테가 미지근한 눈길을 향하며 말했다.
“거기서 마무리 대사.”
“잘못된 건 내 가 아냐! 세계 쪽이야!”
“패배자 수고.”
“멍청한 짓 시키지 마.”
“아야!”
슬슬 하야테한테 맞춰주는 것도 질렸기에, 손날로 하야테의 정수리를 때리는 유토.
하야테의 말에 분위기를 타서 그대로 소리쳤지만, 뺨이 묘하게 붉어져 있는 걸 보면 사실은 제법 부끄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으으, 폭력 반대―.”
“언어폭력 반대는 괜찮은 거야?”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 알고 있어?”
“유감스럽게도 나는 남녀노소를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주의라서.”
“우와, 역시 짐승이야 짐승. 초 S야.”
“말 그대로야. 부럽냐?”
“왜 거기서 뽐내는 거야?”
“분위기로.”
“글체.”
쓸데없는 대화 끝에 둘 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가 진짜라면 마법 보여줘. 마법. 변신할 수 있잖아, 변신.”
“별 상관 없는데. 브레이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떠들어대는 하야테에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배리어 재킷을 걸치기 위해 일어나서 벨트의 버클에 장착되어 있는 파트너에게 말을 건다.
『Get set.』
“말했다?!”
갑자기 소리를 낸 다크 브레이커의 소리에 놀라는 하야테.
“그야, 말하지. 인텔리전트 디바이스니까.”
“호―호―. 으, 으, 조금 나도 만져봐도 돼?”
“별 상관 없는데.”
그런 하야테의 반응에 좋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걸 겉에 드러내지 않도록 하면서, 버클에서 다크 브레이커를 떼어내 하야테에게 건넨다.
하야태는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으로 귀중품을 다루듯 정중히 플레이트형의 다크 브레이커를 받아 든다.
“헤에―. 이 애가 마법사의 지팡이가 되는기가?”
“뭐어, 편의상 그런 게 되고 있긴 한데, 실제로는 지팡이 외의 모습도 드물지 않아.”
보편적인 디바이스의 형태는 지팡이가 흔하지만, 유토가 알기론 지팡이 외의 형태를 가진 디바이스도 많다. 도끼라거나, 검이라거나, 망치라거나, 너클이라거나. 유토가 알고 있는 메인 캐릭터 중에 디바이스를 멀쩡한 지팡이처럼 쓰고 있는 건 나노하랑 크로노 정도다. 엑셀리언 외의 레이징 하트를 순수한 지팡이라도 불러도 될지는 지독히 의문이긴 하지만.
“아, 이 애, 내가 불러도 대답해 줄까?”
“괜찮아. 꽤 과묵한 애긴 하지만.”
이쪽에 돌아오고, 몸을 움직이거나 실제로 마력을 쓰는 트레이닝은 팔 부상이 나을 때 까지 금지되어 있다. 유토야 당연히 부상을 악화시킬 만큼 노력할만한 기개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 직접적으로 마력을 부리진 않고 있다. 단지, 새벽에는 나노하랑 마찬가지로 유노의 강의를 듣거나 아스라에서 다크 브레이커에 인스톨된 초심자용 훈련 프로그램을 사용한 훈련은 계속하고 있다. 마력을 부리는 데 대해선 성과는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디바이스와의 신뢰관계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쌓여가고 있었다.
“에에, 야가미 하야테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저야 말로.』
하야테가 건 말에 무기질적이면서도 제대로된 대답이 돌아온다.
“와, 와. 제대로 대답해 줬어! 들었어, 들었어?”
“아아, 제대로 들렸으니까 침착해.”
하야테치곤 드물게도 어린애다운 순진한 반응을 보여서 쓴웃음을 흘리는 유토.
타고난 성품인지 그 성장 과정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주변에 걱정이나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원래 가지고 있을 어떠한 종류의 애다움을 빼앗고 있었다. 요즘은 어느정도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이지만, 유토는 나노하와 마찬가지로 하야테도 좀더 어린애답게 주위에 응석부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볼켄리터라는 가족이 생기면 좀더 이런 표정을 볼 기회도 늘어나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유토는 기쁜듯이 다크 브레이커에게 말을 거는 하야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기대하던 변신 차례로 갈까요.”
한바탕 다크 브레이커랑 대화를 나누고 만족한 하야테에게서 다크 브레이커를 받아드는 유토.
“두근두근.”
다크 브레이커와 이야기한 걸로 하야테는 완전히 유토의 말을 믿게 된 모양인지, 기대가 가득한 눈길을 향하고 있다.
“그럼, 변신.”
힘빠진 소리와 함께 유토의 모습이 빛에 감싸여, 파카와 청바지를 입은 사복 차림이 칠흑색 재킷과 같은 색의 셔츠, 바지로 바뀌어 간다. 그 허리에 있는 벨트에는 다크 브레이커의 본체인 붉은 보석이 날카로운 빛을 내고 있다.
“어때……굉장히 불만스러워 보이는데.”
유토는 약간 자신만만하게 말을 걸었었지만, 하야테가 띄운 표정을 보고 의아스런 눈길을 향한다.
“수수해!”
“……모르겠는데.”
손가락을 확 가리키며 지적하는 하야테를 보고 힘빠진 상태로 대답하는 유토.
그런가. 너한테는 마법이 실재하는 것보다도 그쪽이 중요한 거냐, 라고 마음속으로 태클을 거는게 한계였다.
“변신한다면 좀더 이렇게, 가면라이더 처럼 기합이 들어간 포즈랑 구령을 하는 게 패턴이잖아?!”
“미안. 맨정신으로 하기는 그거 좀 부끄러워.”
시간의 정원에서는 분위기를 타고 문자 그대로 가면라이더를 흉내낸 변신포즈를 취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보여줄때 맨정신으로 하는데는 저항이 있는 유토였다.
“얼간이네. 얼간이. 얼간이가 여기 있어!”
“시꺼.”
“애초에 그거의 어디가 마법사 모습인디? 벨트 외엔 전부 보통아이가. 전신 새카만건 중2병 한창?”
“……냅둬줘.”
하야테의 지적에 얼마간 자각이 있었는지, 대답에도 힘이 들어있지 않다.
“마법사라면 프릴이라거나 망토같은거 좀 달고, 칼라풀한 색배합에 이마에는 티아라라거나.”
“그런거 입은 날 보고싶어?”
“…………미안, 내가 잘못했어.”
한순간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띄워 버렸는지, 기력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하야테.
유토 입장에서도 그런걸 희희낙락하며 요청하는 걸 보면 하야테가 특수한 성벽같은 데 눈을 뜰 것만 같아서 영 견디기 힘들다.
“그럼, 이번엔 마법 보여줘. 어떤 거 쓸 수 있댔었노?”
“에에, 마력 공유에, 발판을 만드는 마법, 아래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마법. 그 외에는 몸이 튼튼해진다거나, 힘이 올라간다거나.”
“마법……사?”
유토가 쓰는 마법의 베리에이션을 가지고도 마법사라고 불러도 괜찮은 걸까.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야테.
“특기 거리는?”
“접근전.”
“마법사?”
“……역시 좀 미묘하지~.”
본인도 평소에 자각이 있었던 모양인지, 힘빠진 미소를 띄운 채로 하야테에게서 눈을 피한다.
애초에 마지막 건 어디의 집무관에게 지적받은 대로, 미드칠더의 정의로는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닌 다른 무언가다.
“역시 먹이마“입다물어!”
유토는 하야테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게, 손날로 세 번 때려서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