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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22화 약속


“길 잃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의 정중앙, 망연자실해하는 유토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에게 걸려 있었다던 출력 리미터에 대해서 세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이 관리국 본국에 도착한 게 정오.
 아스라에 탑승할 때 크로노한테 페이트에게 보낼 짐들과 나노하와 유토의 부모님(유토와 나노하가 각자 자신의 부모에게 사정을 설명했을 때 둘 다 친구의 이름을 꺼냈었기에,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끼리 교류가 생겼던 모양이다. 집을 나설 때 어머니에게서 짐을 맡아, 그걸 들은 유토는 뭐라 하기 힘든 미묘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에게서 아스라의 승무원들에게 보낼 선물을 건네고, 린디나 에이미와 함께 느긋하게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 했다.
 어둠의 서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빼면 화기애애한 진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본국에 도착해, 대강 검사를 끝낸 뒤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짬을 때울 방법으로 유토가 고른 게 본국 견학이었다.
 크로노나 에이미 등은 이번 검사나 다른 건에 대한 보고로 손을 떼지 못하는 상태였고, 안내가 없어도 문제없다고 주장한 끝의 결과가 이 꼴이다.
 형식상으론 배로 분류되어 있는 시공관리국 본국이지만, 그 안에는 갖가지 시설이 포함되어 있어서 관리국 본국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거리로서 기능하고 있다.
 탐색 중에 백화점은 그렇다 치고, 오락실이나 동물원, 수족관까지 찾았을 때 유토는 놀라야 할지 기막혀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그렇다곤 해도 시공관리국 본국쯤 되면 업무에 쫓겨, 1년의 거의 9할 이상을 거기서 보내는 국원도 드물지 않다. 그런 국원들이 부담 없이 주변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오락시설은 빠질 수 없다.
 예산 낭비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런 시설은 민간기업에서의 출자로 경영되고 있기에 자금적 문제는 해결되어 있고, 거기다 태양빛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의 생활인 거다. 적당히 숨돌릴 곳이 없으면 업무같은 걸 계속 할 수 없겠지. 관리국원도 한 명의 인간인 거니까.
 그런 거대한 곳을 토지감도 목적지도 없이, 흥미에 끌리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길을 잃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뭐, 상관 없나.”

 조사결과가 나올 거라고 들은 시간까지는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다. 길같은 건 근처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란 낙관적인 결론을 내고, 낯선 곳을 더 돌아다니려고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는데,

“――오?”

 어느샌가 옷자락을 누군가 잡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유토보다도 한층 자그만 꼬마애의 모습이.
 나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는지 어떤지 모르겠는 정도려나. 그 오른손으로 꾹 유토의 옷자락을 잡고, 눈물맺힌 눈으로 유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토의 제 육감이 어마어마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주변에 그 애의 보호자 같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어린 꼬맹이가 거리에서 홀로 눈에 눈물을. 이것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하긴 충분하다.

“에에…….”

“얘, 아빠랑 엄마는?”하고 물으려고 했다가, 그 애가 치마를 입고 있는 걸 깨달았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남자애인가 했는데, 여자애인 모양이다.

“공주님, 아빠나 엄마는?”

 ――정말, 이 나이대는 대강 보는 걸론 성별을 알기 힘들다.
 마음속으로 독설을 토하면서도 표면상으론 미소를 두르고, 여자애를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물어봤다.

“우에……”

 하지만 그런 유토의 배려도 허무하게, 여자애의 눈물은 한계점을 돌파하려 하고 있었다.

​“​어​어​어​어​언​니​이​이​이​이​이​!​ ​어​어​어​어​엄​마​아​아​아​!​!​”​

 그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멈출 수단도 없었고. 아무리 겉보기 나이보다 많은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울기 시작한 미아의 눈물을 멈출 기술 같은 건 없다.
 말조차 이루지 못하는 여자애의 울음소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걸음을 멈춰, 소녀에게 옷자락을 잡혀있는 유토에게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향한다.
 아무리 유토라도 여기엔 상당히 당황했다. 혹시나 여기다가 자기가 어린애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경찰――즉 국원에게 신고되어, 검문을 당했을게 틀림없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변의 눈초리엔 남자애가 여자애한테 뭔가를 해서 울리고 있는 것 처럼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긴 하지만.

“지, 진정해. 언니야도 엄마도 바로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저기, 저기. 자, 눈깔사탕 줄테니까!!”

 하며 필사적으로 우는 여자애를 달랬지만, 전혀 효과는 없었다. 애초에 유토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있었다.
 ――아무도 좋으니까 도와줘
 바로 스스로 해결하는 걸 포기한 유토의 마음속의 외침을 들은 것처럼, 구세주가 나타났다.

“아―, 이런 데 있었구나―.”

 울음소리를 듣고 온 건지, 머리가 짧은 소녀의 언니로 보이는 소녀가 저편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내 달려왔다.
 그쪽은 눈앞에서 울고 있는 여자애랑은 다르게, 허리까지 닿는 장발이어서 성별은 일목요연하다.
 뒷머리에 묶여있는 남색 리본이 더더욱 그 사랑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언니―!!”

 그 모습을 본 여자애는 한순간에 울음을 멈추고, 바로 잡고 있던 유토의 옷자락을 놓고 언니쪽으로 달려간다.

“정말―, 혼자서 멋대로 걸어가면 안된다고 말했잖아? 떽!”
​“​으​으​…​…​미​안​해​요​.​”​

 여자애가 울음을 멈춰, 여동생을 혼내는 언니와 반성하는 여동생이 이루는 절로 미소가 나오는 광경에, 걸음을 멈췄던 사람들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띄우면서 그 자리를 떠나간다.
 단지,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도 안심했던 건 유토겠지. 동서고금, 여자애의 눈물이라는 건 누구에게도 이길 수 있는 최종병기가 될 수 있다.
 모르는 거리에서 자신보다 자그만 여자애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살아있는 기분이 안 드는 법이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며 두 소녀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무리 떠나가려 한다고 해도 한마디는 해두지 않으면, 어쩐지 뒷맛이 나쁘다.

“잘 됐네, 언니를 찾아서.”
“?!”

 언니와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여자애에게 말을 건 순간, 여자애는 움찔 몸을 움츠리곤 바로 언니의 뒤로 몸을 숨겨 버린다.

“으으…….”

 여자애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급적 상냥하고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겁을 먹으면 아무래도 쇼크를 받는다.

“저기, 어느 분이신가요?”

 언니쪽도 노골적인 경계심을 보이며 여동생을 감싸듯, 유토를 노려본다.
 유토보다 분명 연하일 텐데도 이 기개는 대단하다고 감탄하지만,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나 적개심을 받아야 하는 건가.
 자신이 누가 봐도 착한 사람이리라고 주장할 셈은 없지만, 이건 이것대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덮여 버린다.

“아니,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고 마음속에 큰 상처를 입으며 힘없이 고개를 흔든다.
 미아가 보호자를 찾았다면 더이상 얽힐 필요도 없다. 마음속엔 울고싶은 기분으로 가득하지만.
 발뒤축을 돌려 걸어가려고 한 그 때.

“저기, 언니―. 엄마는?”
​“​…​…​…​…​…​…​…​…​에​?​”​

 옮기려 했던 발걸음을 무심코 멈춰, 고개만을 뒤로 돌아본다. 다시금 나쁜 예감이 솟아올랐다.

“에? 어, 어라? 어라어라? 어라라? 어, 엄마―?”

 여동생이 묻는 소릴 들은 언니는, 눈에 보이도록 낯빛을 바꾸곤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그 애를 따라 유토도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매의 어머니같아 보이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언니? 엄마 어디―?”
“에, 에에. 어라―? 이, 이상한데―, 아하하.”
“어이어이.”

 무심코 중얼거린 유토의 말에 반응하는 듯, 여동생쪽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들어찬다.
 별일 아니다. 미아가 둘로 는 것 뿐이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던 거다.

“괘, 괜찮아! 엄마는 내가 바로 찾을 테니까! 응? 응?”

 여동생의 눈물을 알아본 언니가 당황하며 여동생을 달래지만, 언니의 초조감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건지 전혀 효과는 없다.
 아니 그보다, 달래고 있는 언니 자신이 그 눈에 눈물을 띄우고 있어선, 완전히 역효과다.
‘언니야, 그럼 완전 꽝이잖아.’
 마음속으로 힘껏 태클을 걸긴 했지만, 그냥 이대로 둘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곤, 지금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여동생쪽의 얼굴 앞에 손을 내민다.

“걱정하지 마. 오빠야도 같이 찾아 줄 테니까. 자, 사탕도 빨면서 기운 내. 응?”

 쭈그려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며, 여자애한테 겁주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을 셈으)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여자애는 다시금 겁먹은 표정으로 바로 언니의 뒤로 숨어 버린다.

​“​…​…​…​…​우​구​우​.​”​

 유토는 눈물을 흘리며 손을 짚어 무릎 꿇고 싶은 기분으로 가득찼다.
 사실, 그의 머리는 그 심정대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손을 짚고 무릎을 꿇는 건 자제했지만.
 돕고 싶은 기분은 잔뜩 있었지만, 당사자한테 이렇게까지 미움받아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찌한다지 싶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들었더니, 언니 쪽과 눈이 딱 마주쳤다.
 언니 쪽은 여동생과 다르게 둥그런 눈으로 유토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실실 풀어진 미소를 띄우며 손을 흔드는 유토.

“오빠야도 엄마, 찾아 줄거야?”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보는 소녀를 보고 내심으로 승리포즈를 취한다.

“응, 맡겨줘. 보일 때 까지 같이 찾아줄게.”
“응, 고마워!”

 유토가 힘차게 수긍하자, 소녀도 터질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마음이 풀린 유토는 일어나서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듯 손을 내밀었지만, 아이는 그 손을 쓱 피했다.

“………….”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한 쪽의 소녀는, 아까와 변하지 않은 싱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유토를 올려보고 있다.

“……엄마, 찾을까?”
“응!”

 소녀의 기운찬 대답에 마음이 풀어지면서도, 유토는 어딘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럼, 일단 이 주변을 걸어 볼까?”
“보자―!”

 방금까지 언니의 뒤에 숨어있었던 여동생과는 대조적으로, 언니 쪽은 꽤나 붙임성 있는 성격인 모양이다.
 군데군데 행동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 걸로 하고, 둘을 선도하듯 걸음을 옮겼다.
 그때 꽉, 하고 옷자락을 당기는 감촉.
 데자뷔를 느끼면서 뒤를 돌아보자, 예상대로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여동생은 언니의 손을 꾹 잡은 채로, 겁먹은 듯이 이쪽을 올려다 보고 있다.
 ――이 자매는 사람의 옷자락을 잡는 게 취미인 건가?

“뭐, 상관 없나.”

 별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지금은 이 애들의 어머니를 찾는데 전념하기로 마음을 돌린다.

“그러고 보니, 너희 이름은?”
“긴가―!”
“……스바루.”

 너무나 낯익은 이름에 생각이 멈추기를 잠시.



“뭐……라고?”


 굳은 표정으로 그 말만을 말하는게 한계였다.





 그렇다곤 해도, 그걸로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다행히도 그녀들의 어머니인 퀸트 나카지마는 바로 발견되었다. 아니, 이 쪽이 발견되었다고 해야 할까.
 5분정도 걸었을 때 스바루가 소리를 지르고(유토랑 만나기 전에도 꽤 오랫동안 미아였던 모양이다), 난감한 유토가 최종수단이라는 듯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염화를 송신한 거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일제히 주목을 받아서 스바루가 몸을 움츠리거나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효과는 발군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퀸트의 염화가 닿은 거다.
 그렇게 무사히 합류할 때 까지는 다행이었지만.

“이야―, 초대면인데 갑자기 이런 대접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왠지 퀸트, 나카지마 자매와 함께 저녁밥을 먹고 있거나 한다. 게다가 왠지 중화요리다. 혹시나 중화랑 많이 닮은 뭔갈지도 모르겠지만, 유토는 그렇게까지 깊게 파고들진 않았다.

“어머, 딸이 신세를 졌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해. 거기에다 만난 직후에 그랬는 걸?”
“아, 아하하……뭐어, 잘 생각해 보면 아침밥까지만 먹었어서요.”

 퀸트의 소리 없는 웃음에 이끌려, 아니 그보다 눈앞에 있는 대량의 요리 때문인지 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유토.
 스바루와 긴가가 남들과 한층 다른 대식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바라보면 뭐라 하기 힘든 감개를 느낀다.
 스바루, 긴가 모두 사랑스러운 외면을 배신하는 듯이 눈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요리를 차례차례 평정해 나가고, 퀸트의 경우에는 그 둘을 가볍게 능가할 기세다.
 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감각을 가진 유토가 압도당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에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첫 발단이 된 사건을 떠올려, 유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염화로 무사히 퀸트와 합류했을 때까진 좋았지만, 만난 뒤의 인사 직후에 유토의 배가 꾸르륵 운 거다.
 뭐 그거야 이른 시간에 검사가 시작되고, 점심밥을 먹을 짬도 없었으니까.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있는 동안에는 공복을 잊고 있었지만, 저녁때까지 되면 그걸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보다, 이쪽 돈 없이 돌아다니면 답이 없지…….”

 크로노 무리가 너무나 우당탕거리고 있던 탓에, 유토도 크로노 등도 환금하는걸 까먹고 있었다.
 크로노와의 약속 시간까지는 앞으로 몇 시간이나 있다. 이렇게 퀸트와 만나지 않았다면 그 시간까지 빈속으로 거리를 헤매이며 걷고 있었을 건 확실하겠지.

“이쪽……이라는 건, 유토 군은 관리외 세계의 애니?”
“예. 지구라는 곳인데요. 좀 옥신각신한 일이 있어서, 거기에 말려들었다고 할까 몸을 들이밀었다고 할까가 원인으로 이것저것 있어서요.”
“헤에, 꽤 재밌겠네. 저기, 저기, 괜찮다면 유토 군의 세계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주지 않을래?”
“듣고싶어―.”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으로 몸을 내미는 퀸트와, 거기에 손을 들고 찬동하는 긴가. 스바루도 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약간 기대하는 듯한 눈을 유토에게 향하고 있다.

“뭐어, 그건 전혀 상관 없지만요.”
“정말?! 나, 지상본부 소속이어서 관리외 세계에 얽힐 일은 거의 없어서. 기회만 있으면 알고 싶은 것 많은데―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아.”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퀸트의 이미지와 눈 앞에 있는 퀸트의 갭에 당황하는 유토.
 이상의 어머니같은 성격을 이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이야기해 보자 그게 어마어마한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하면 밝고 기세가 있다. 차분한 어머니라고 하는 것보단, 사교성 가득한 여대생 누나라는 쪽이 훨씬 감이 잘 온다.
 당신은 대체 몇 살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기혼 여성에게 나이를 묻거나 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은 가지고 있기에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스바루·긴가보다도 호기심에 가득찬 눈길에 당황하면서, 퀸트 및 긴가의 질문 세례에 조우한 유토였다.




“응―, 맛있었어―. 이제 완전 만족!”
“만족―!”
“만족―.”
“그야, 저만큼 먹으면요…….”

 나카지마 일가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중얼거리는 유토. 퀸트와 긴가의 질문 세례는 어쨌건, 세 사람의 이상할 정도의 식욕에 약간 질린 모양이다.

“저기, 저기, 유토 군은 앞으로 더 시간 있니?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 식후운동 하지 않을래?”
​“​식​후​운​동​인​가​요​.​”​

 휴대폰 시계를 확인해 보자, 크로노와 약속한 시간까지는 아직 충분히 남았다.
 어차피 정해진 목적도 없고, 거절할 이유도 없다.
 거기에 나카지마 일가가 하는 운동이라는 말을 듣고 연상되는 건 슈팅 아트.
 때리거나 차거나 하는 건 그렇지만, 마력으로 움직이는 그 롤러형 디바이스에는 흥미가 있다.
 운이 좋으면 자기도 조금쯤은 시켜줄지도 모른다는 부정한 생각도 솟아오른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유토 입장에서, 그건 정말로 매력적인 제안으로 느껴졌다.

“기쁘게 함게 할게요.”

 소년은 타산에 가득한 마음으로 퀸트의 초대를 ​받​았​다​―​―​―​―​여​기​까​진​ 좋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본국 안에 있는 트레이닝 룸. 퀸트에게 이끌려서 여기에 온 유토는 배리어 재킷차림으로 퀸트와 대치하고 있었다.

“암마도 오빠야도 힘내―!!”
“우후후―. 슈팅 아트 해보고 싶은 거지? 그러면 유토 군의 실력을 알아두지 않으면 적절하게 가르칠 수 없잖아?”
“아니, 그러면 꼭 모의전 형식이 아니어도.”
“이게 제일 빠르고 알기 쉬워. 괜찮아, 제대로 봐줄 만큼은 봐줄테니까.”

 유토의 예상대로 퀸트가 말한 식후 운동이라는 건 스바루와 긴가에게 슈팅 아트를 가르치는 거였다.
 하지만 의욕에 가득찬 긴가에 반해, 스바루 쪽은 별로 의욕이 없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지금의 스바루는 STS때랑은 다르게 꽤나 소극적인 성격인 모양이다.
 스바루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항상 있는 일인지, 퀸트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긴가 몫의 롤러형 디바이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잽싸게 스바루 몫의 디바이스를 찾아낸 유토가, 스바루 대신 슈팅 아트를 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낸 게 일의 발단이었다.
‘배틀 매니아?’
 묘하게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퀸트에게 그런 걸 느껴 버리는 유토.

“자아 자아, 유토 군도 빨리 배리어 재킷 전개하고. 시간이 가까워.”
“……뭐, 괜찮나.”
『Get set.』

 적당히 봐준다는 말 대로, 퀸트의 팔에 리볼버 너클은 전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걸로 크게 부상입을 일은 없으리라고 판단한 유토는, 흐름에 따라 배리어 재킷을 전개한다.

“헤에…….”

 유토가 전개한 배리어 재킷의 질에, 무심코 감탄의 숨을 흘리는 퀸트.
 유토 본인의 마력자질은 절망적이지만, 배리어 재킷은 디바이스가 구축하는 거다.
 유토의 쓸데없이 큰 마력을 써서 다크 브레이커가 구성한 배리어 재킷의 성능은 나노하나 페이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선수는 양보해 줄게. 언제든지 들어와.”
“그럼, 사양 없이.”

 오른손을 내밀어 비스듬한 자세를 갖춘다. 물론 유토는 무술의 소양같은 건 없기에 만화에서 본 모습의 흉내다.
 간신히 중심이 무너지지 않은 건, 평소의 다크 브레이커에 따른 시뮬레이션의 성과였다.

​“​전​력​…​…​전​개​!​!​”​

 유토의 전신을 막대한 마력이 덮어, 그 전체 능력을 끌어올린다.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한달음에 퀸트가 있는 곳까지 달려간다.
 기세를 죽이지 않은 채로 뒤에 빠져있던 주먹을 내지른다. 아무런 트릭도 없는 우직하고 곧은 일격.
 그런 일격이 퀸트에게 통할 리도 없고, 약간의 발놀림만으로 주먹을 피한다.
 물론 유토도 지금의 일격이 맞을 거라곤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았다. 휘둘렀던 주먹의 기세로 그대로 몸을 반전. 치켜든 왼발 뒤꿈치가 퀸트를 덮친다.
 하지만 그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도 퀸트가 약간 상반신을 젖힌 것만으로 비껴갔다.
 이건 공중으로 뛴 유토가 무방비한 몸을 퀸트에게 드러냈다는 걸 의미한다.
 유토가 자세를 정비할 틈도 없이 퀸트의 다리가 빛나, 갸냘픈 몸이 크게 튕겨나갔다.

“크아아악!”

 공중을 회전하면서 날아가면서도, 플로터 필드를 형성해서 몸을 멈춘다.
 무방비한 상태로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유토의 몸에 대미지는 거의 없었다. 틀림없이 그렇게 되도록 조절된 일격이었다.
 그 증거로 퀸트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고 있다.

“이게에에……!”

 이기진 못하더라도 한 방 정도는 먹여 주겠다.
 유토의 솟아오르는 투쟁심을 반영하는 듯이 마력이 증가해, 퀸트를 향해 뛴다.

​“​라​이​더​어​어​어​키​이​―​―​이​익​!​”​

 플로터 필드에 의한 반동과 도약에 따른 기세로 가속한 발차기가 퀸트에게 작렬한다.

“흐응―, 과연. 필드의 반동을 발판으로 가속……한 거구나. 꽤나 재밌는 걸 생각했어.”

 하지만 유토 입장에서 최대한의 위력을 담은 일격도, 퀸트가 내민 손바닥에 손쉽게 막혔다.
 방어마법을 발동할 것까지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들어 올린 손이 유토의 다리를 꽉 잡고 있다.

“말도 안돼…….”

 아무리 유토라도 여기에는 말이 막힌다. 블레이드 폼을 빼면, 일격의 파괴력은 최대 위력을 자랑한다.
 이게 이렇게나 간단히 막히면 쇼크도 크다.

“유감, 유감, 또 다음 주~.”
“으악!!”

 퀸트에게 던져져서 낙법도 취하지 못하고 꼴사납게 나뒹군다.

“마력은 큰데, 기술도 마력의 수속율도 아직 멀었네.”
“으윽…….”

 한손을 짚고 일어나는 유토에게 윙크를 보내는 퀸트.
 그 여유가 유토의 쪼매난 자존심을 자극한다.

“브레이커, 마력 리미터 완전 해제……!”
『OK, Boss. Limit break.』
“에?”

 다크 브레이커가 무기질적인 음색을 낸 뒤 벨트의 구슬이 강한 빛을 내고, 유토의 마력이 단숨에 늘어난다.
 그 터무니없이 큰 마력량엔 아무리 퀸트라도 기가 질렸다.

“자, 잠깐 유토 군? 혹시나 지금까지 마력 리미터 걸고 있었니?”
“예에, 뭐어. 원래 쓰지 않는 마력이니까 평소에는 눌러두라고, 어느 집무관에게서 어드바이스를 받아서요.”

 기본적으로 마력은 크면 클수록 그 제어에 필요한 기술의 레벨이 높아져 간다.
 더욱이나 유토의 마력량은 AAA 클래스의 집무관과 비교해도 월등히 크다.
 그만큼 커다란 마력을 재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유토가 다룰 수 있을 리도 없고, 오히려 폭주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전에 아스라에서 지급받은 디바이스를 부순 게 좋은 예다.
 다크 브레이커의 서포트를 받는다 해도 그 제어가 근본적으로 조잡하기에, 일반적으로 보면 안정되어 있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크로노의 어드바이스로 평소에는 리미터로 그 터무니없이 큰 마력을 제한하고 있다.
 폭주의 위험을 누르는 건 물론이고, 자그만 마력 쪽이 마력을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이 리미터는 자주적으로 건 것이기에 유토의 의사로 자유롭게 풀 수 있다.

“에에, 리미터를 건 상태서도 AAA클래스의 마력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유토가 막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마력을 쓸 수 없다는 건 식사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실제로 리미터를 단 상태로도 유토의 마력량은 육전 AA랭크인 퀸트를 상회하고 있었다.
 지금의 유토가 가진 마력량은 그것조차 어설프게 느껴질 정도로 크다.

“이게 제 전력전개……그리고 이게!!”

 땅을 박차고 질주. 그 오른손은 벨트의 보석 부분에 대고 있다.

『Blade form.』

 다크 브레이커의 보석에서 빛으로 된 자루가 생겨나, 유토의 오른손이 그걸 뽑아낸다.
 한없이 검은색에 가까운 감색의 커다란 칼날이 곧게 반짝인다.
 퀸트는 약간 뒤로 물러나서 무난하게 검은 칼날을 회피.
 휘둘렀던 칼날을 피했다고 판단하자마자 왼발로 바닥을 박차고 급제동을 한다.
 다크 브레이커를 뒤쪽으로 당겨, 칼끝은 똑바로 퀸트를 향하고 있다.

“내 조커다!!!”

 오른발이 바닥을 박차는 순간 뇌광처럼 칠흑의 칼날을 내질렀다.
 지금의 유토가 쓸 수 있는 틀림없는 최대 최강의 일격.
 ――들어갔어!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최고의 타이밍에 펼쳐진 자신의 일격에, 자각하지 못한 채로 입꼬리를 올린다.

“――물러.”
“?!”

 하지만 그 미소는 다음 순간에 얼어붙게 되었다.
 퀸트가 휘두른 주먹이 정면에서 검은 칼날과 격돌해, 순식간에 산산이 박살난다.
 너클 벙커. 주먹 전면에 경질의 필드를 형성한 뒤 때려박는 걸로 높은 위력의 충격을 주는 슈팅 아트의 기술 중 하나다.
 두 사람의 몸이 교착해, 발을 디딘 기세로 인해 선 위치가 역전된다.

“크윽!”
​“​체​크​메​이​트​구​나​.​”​

 한순간에 실망에서 재기하고 바로 뒤를 돌아보는 유토의 눈앞에 퀸트가 주먹을 내질렀다.
 바로 앞에서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권압이 유토의 머리를 흔든다.

“항복임다…….”

 그렇게 말한 유토는 몸에서 힘이 빠진듯 풀썩 주저앉는다.
 이길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압도적인 힘의 차를 보게 되면 큭 소리도 내지 못한다.

“후훗. 커다란 마력을 의지하는 것 만으론, 싸움에는 이길 수 없어.”
“가슴에 새겨둘게요…….”

 퀸트가 내민 손을 잡아 천천히 일어나는 유토.
 퀸트와 대치한 시간은 굉장히 짧았는데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소모가 있었다.
 남과 싸울 때의 긴장이 이만저만하지 않다는 걸 새삼스레 통감함과 함께, 자신보다 연하일 소녀들에게 외경심을 안아버린다.
 자신은 모의전으로도 이 꼴인데, 그녀들은 수없는 전투를 마치고도 태연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과의 차이를 느낄 뿐이었다.

“엄마 대단해―!”
“응, 멋있었어―!”

 모의전이 끝났다고 판단한 긴가와 스바루가 퀸트에게 달려가, 즐거운 듯이 떠들어댄다.
 그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에 유토의 뺨이 풀어지는 것도 한 순간,

“오빠는 멋진 부분 한 번도 없었네―.”
“냅둬.”

 긴가가 악의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한마디에 마음속이 상처 입었다.
 그 뒤로 약 1시간 정도, 유토는 긴가와 함께 퀸트에게서 슈팅 아트의 기초를 배우게 되었다.
 단지 1시간 동안 배울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아, 롤러형 디바이스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만으로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퀸트가 긴가, 스바루에게 슈팅 아트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라, 긴가도 그리 롤러형 디바이스를 다루는데 익숙해져 있진 않았다.
 하지만 마력만이 커다랗고 자질이 없는 유토와의 차이는 역력해서, 그럭저럭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대비되듯 유토는 똑바로 달리기는커녕, 마력 컨트롤 조절을 잘못해서 뒷쪽으로 구르는 꼴.
 긴가와 스바루 둘이 잔뜩 배꼽잡고 웃고, 연상의 체면은 완전히 박살났다.




 크로노와의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나카지마 일가와 이별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식사도 대접해 주신데다가 여러가지 가르쳐 주시고.”
“신경 쓰지 마.우리 애들이 잔뜩 신세를 졌었고, 곤란할 때는 피차일반이잖니?”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해요.”

 유토가 생각하기에, 퀸트에겐 만났을 때 부터 지금까지 계속 신세를 지기만 했었다.
 식사부터 슈팅 아트 교육, 마지막에는 크로노와 약속할 구획까지 길 안내까지 해 주었다.
 묘한 부분에서 의리가 있는 이 소년은, 앞으로 퀸트를 상대론 고개를 들지 못하리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있었다.

“오빠야, 또 같이 놀자. 다음번에는 내가 제대로 슈팅 아트 가르쳐 줄테니까.”

 오늘 하루로 꽤나 유토를 따르게 된 긴가가, 옷자락을 잡으면서 미소짓는다.
 유토 입장에선 그 말의 앞쪽은 어쨌건, 뒷쪽에는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하핫. 그 때는 잘 부탁해―. 그래도,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나 자신을 따라주는 소녀랑 놀아주고 싶은 기분은 산더미 같지만, 자신이 본국이나 미드칠더에 찾아올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반대로 긴가 일행이 관리외 세계인 지구에 찾아오는 일은 일단 없겠지.
 메일 교환 같은거라면 어쨌건, 이번처럼 같이 놀 기회같은 건 그리 생기지 않을 거다.

“으―. 안돼―, 오빠야는 또 나랑 노는 거야―.”
“아니, 그렇게 말해도…….”

 사랑스럽게 뺨을 부풀리는 긴가가 옷자락을 집어 당기지만, 이것만은 가볍게 약속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후훗. 괜찮아―, 긴가. 오빠가 관리국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거니까.”
“아니아니아니. 현시점에서 그런 예정은 눈꼽만치도 없으니까요.”
“어머, 그러니?”

 마음속 깊이 의외로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퀸트. 그 사랑스런 모습은 정말 두 아이의 어머니론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치만 저 마법 재능 없고요.”

 지금 현시점에서 유토는 관리국에 들어가려곤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마법에 대해서 흥미는 있지만, 마력량이 크기만 하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서 사건은 어쨌든, 10년 뒤에도 나노하나 페이트 일행을 돕자고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물론 마법을 좀더 알고 싶다는 개인적 욕구는 있지만.

“별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만이 관리국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유토 군은 진지해 보이고, 스태프나 사무작업이 어울릴지도. 뭣하면 내가 추천서 내 줘도 괜찮아.”
“아뇨아뇨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러니?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줘. 대장이랑 담판짓는 정도라면 해 줄테니까.”
“어디까지가 진심인가요?”
“물론 전부.”

 유토의 수상쩍어하는 눈길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퀸트.
 위안 삼아서라도 무장국원이나 집무관이 되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유토는 지금 말도 진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여서 긴가는 아직도 뺨을 부풀린 채로 유토를 노려보고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라면 생각해 둘게요.”

 그 눈길에 견디기 힘들어 나지막히 타협안을 꺼낸다.

“고등학교?”
“그건 언제―?”

 모녀가 세트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퀸트와 긴가. 덧붙여서 스바루는 아직도 유토에게 경계심이 풀리지 않아, 아까부터 계속 퀸트의 뒤에 숨어서 엿보는 상태다.

“에에, 고등학생이라는 건, 저희 세계에서 의무교육이 끝난 뒤의 학교로, 대강 7년 정도?”
​“​늦​―​잖​―​아​―​!​!​”​

 자그맣게 말한 유토의 말에 크게 불만을 드러내는 긴가.

“알았어! 알았어! 가끔은 이쪽에 올 수 있도록 부탁해 볼 테니까 그걸로 참아줘!!”
“그렇대, 긴가. 이 정도로 봐 주렴. 안 그러면 오빠야한테 미움받을지도 몰라―?”

 그런대로의 타협안을 꺼낸 유토를 돕는 말을 꺼내는 퀸트.

“으―.”

 긴가는 그래도 아직 불만스러운 모양이었지만, 좋아하는 어머니의 말에 마지못해하며 물러난다.

“꼭이야? 꼭 또 놀러 안 오면 안되니까?”
“앗써, 앗써. 자, 손가락 걸기.”

 그렇게 말하며 긴가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유토.

“손가락 걸기?”

 건넨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긴가.

“우리 세계에서 약속을 할 때는 이렇게 해. 자, 긴가도 손가락 내밀어 줘.”
“이렇게?”

 유토의 손가락을 흉내 내서 긴가도 마찬가지로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응. 그래서, 이렇게 손가락을 걸어서.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거짓말하면 바늘 천 개 먹기.”

 유토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둘의 손가락이 떨어진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바라보면서, 신기한 듯 말하는 긴가.

“지금 게 유비키리?”
“응, 약속 깨면 바늘 천 개 먹어야 돼.”
“바늘을 먹어……? 진짜 아플 것 같아.”
“응, 그러니까 이건 꼭 약속을 지키겠다는 맹세야.”
“헤에―. 저기, 오빠. 다시 한 번 손가락 걸자!”
“좋아. 자.”

 유토가 내민 새끼손가락에 이번에는 긴가가 손가락을 걸고, 즐거운 듯이 건 손가락을 흔든다.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거짓말하면 바늘 천 개 먹기.”
“후훗, 잘 됐네. 긴가.”
“응! 오빠, 약속 깨면 바늘 천 개야―.”
“예이예이. 알고 있습니다―.”

 기운차게 떠드는 긴가를 보고 유토와 퀸트는 뺨이 풀어지고, 스바루는 어딘가 부러운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유토 군. 이쪽에 올 때가 있으면 꼭 연락해 줘.”
“예, 물론요. 저도 바늘은 먹고싶지 않으니까. 그치, 긴가?”
“응, 약속이야―.”

 퀸트의 다리에 꾹 달라붙은 긴가에게 눈짓을 하자, 긴가도 퀸트도 달라불은 채로 손을 흔든다.
 긴가와 반대쪽 다리에 들러붙어 있는 스바루에게 손을 흔들자, 이쪽도 좀 움찔거리면서도 잫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완전히 풀렸다곤 말하기 힘들지만, 손을 흔들어줄 정도로는 마음을 풀어준 모양이다.
 지금의 스바루를 나노하와 만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의문을 실행해 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실행한다고 해도 그건 또 다음번 이후의 기회겠지.

“그럼, 퀸트 씨. 신세 졌습니다. 긴가도 스바루도 또 봐―.”
“또 보자, 유토 군.”
“오빠야, 또 봐―.”
“바이바이―.”

 아쉬운 마음을 떨쳐내고, 작그맣게 손을 흔든 뒤에 나카지마 일가에게서 등을 돌린다.
 예상도 하지 못한 형태로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과 만나 버렸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유토의 기억 속에서 퀸트는 지상부대의 일원이어서, 본국에 있을 만한 직무는 아니었다. 본국에 있는 건 아마도 전투기인인 긴가나 스바루의 메인테넌스 관련이리라고 추측되지만, 그런 부분 사정은 안다고 해서 뭐가 어찌 되는 이야기도 아니기에 그리 흥미는 없다.
 자신이 습득할 수 있을지 어떨지랑은 별개로, 근대 베르카식을 배울 기회가 생긴 것. 그리고 긴가라고 하는 여동생같은 존재가 생겼다는 게 단순히 즐거웠다.
 물론, 지금 세계에서 주변에 있는 아이들――나노하나 유노 등은 친구라기보다는 여동생이나 남동생같은 느낌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본인 외의 사람들이 보면 유토는 9살짜리 초3에 지나지 않고, 대응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마법 관련 힘 관계에 이르러선 아예 최하층이다.
 긴가처럼 단순하게 자신을 연상으로서 따라주는 존재는, 유토 입장에서 정말로 신선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린디 씨에게 부탁해 볼까.”

 그렇게 잦은 빈도로 만나러 갈 수는 없겠지만, 반년, 혹은 1년에 한 번 정도라면 어찌 부탁하면 미드칠더나 본국까지 데려와 주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린디에게 이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을 때, 유토의 예상보다도 손쉽게 허가가 나와서 1~2달에 한 번의 빈도로 나카지마 가족이랑 접할 수 있게 된 건 여담이다.
 퀸트가 몇 년 안에 죽는 걸 떠올린 유토가 걱정에 시달리게 되는 건 좀 나중의 이야기였다.






“미안하네. 기다렸어?”

 크로노가 약속장소인 응접실에 들어오자, 거기선 이미 유토가 차를 마시면서 쉬고 있었다.

“아니, 지금 막 온 참이야. 것보다 차 마실래?”
“……네가 우린 거야?”

 확실히 이 방에는 일본차가 준비되어 있긴 했지만, 눈앞의 소년이 스스로 차를 우린다고 하면 뭐라 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껴 버린다.

“딱히 독 같은 거 안 넣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필요 없다면 별로 상관 없는데.”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소년은 눈을 반쯤 뜨고 이쪽을 노려본다. 미묘하게 어긋난 반론이 정말로 그한테 어울린다.

“아니, 모처럼이니 받을게.”
“오케.”

 유토가 찻주전자에서 찻잔에 차를 따르는 걸 바라보면서, 역시 좀 감을 잡기 힘든 소년이라고 느낀다.
 자신보다 한참 연하일 텐데, 아무래도 그 행동 하나하나가 겉모습을 배신한다.
 정신연령이라고 말하면 나노하나 페이트도 나이와 맞지 않긴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년은 그 이상으로 근본적인 부분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여기.”
“아아, 고마워. 미안하네, 이런 시간까지 기다리게 해 버려서.”

 유토가 우린 차를 홀짝이면서 고개를 숙인다.
 검사 결과 자체는 나온지 좀 되었지만, 집무관인 크로노의 시간이 잡히지 않았다.
 집무관이라고 하는 직무 탓에 본국에 오면 할 일이 잔뜩 있었다. 페이트나 프레시아의 재판에 대한 수속이나 그 외의 업무에 대한 보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잡무들을 정리하고 간신히 방금 해방되었다. 함장인 린디나 집무관 보좌인 에이미도 엇비슷한 상황이겠지.
 본인의 희망이라곤 해도, 관리외 세계의 민간인인 유토를 이런 시간까지 방치해서 기다리게 했던 것에 대해서는 약간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토는 그런 걱정은 쓸데없다는 것처럼 잔잔한 미소를 띄운다.

“아니, 이쪽이 무리해서 부탁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쩔 수 없어. 신경써도 곤란해. 그래서, 뭔가 알아낸 거 있어?”

 유토가 관리국의 정밀검사를 받은 이유. 그건 그 자신에게 걸려있는 리미터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다.
 리미터 자체에 위험성이 없는 건 판명되어 있지만,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걸렸다는데 대해선 별로 좋은 기분은 들지 않겠지.
 이번 검사에서 뭔가 하나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하는 게 지금까지의 경위다.

“결과부터 말할게. 네게는 2중의 리미터가 걸려 있었어.”
“2중?”

 예상도 못했던 말에 유토가 의아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어. 그 중 하나는 너도 알고 있던 대로, 시간의 정원에서 풀린 거야. 안타깝게도 리미터가 풀린 이유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어. 그 극한상태에서 고조된 네 마력에 리미터가 견디지 못했던 건지…….”

 혹은 리미터를 건 제 3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든가, 혹은 감시를 하다가 의도적으로 풀었을지도 모른다. 후자의 가능성을 입에 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말한다.
 지금 단계에선 판단할 자료가 너무 적다. 아직까진 유토의 주변에서 수상한 일들은 일어나고 있지 않으니까, 일부러 불안을 생기게 할만한 소리를 말할 필요도 없겠지.

“흐응―, 자력으로 리미터를 박살내는 경우도 있나.”
“마력 리미터에도 여러가지 있어서. 바인드랑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선 힘으로 부술 수 있는 것도 드물게 있어.”

 단지 그럴 때는 걸려있던 리미터 술식이 상당히 허술한 경우로 한정된다.
 애초에 범죄자 같은데 거는 경우가 잦은 리미터가 그렇게 손쉽게 박살나 버려서야 본말전도다.
 개인 레벨이라면 어쨌건, 관리국이 정식으로 건 리미터가 힘으로 해제되는 일은 일단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리미터에 대해선데, 예전에 네가 레이징 하트를 쓰려고 하다가 링크에 실패했다고 말했었지?”
“아아, 그러고 보면 그런 일도 있었지.”
“그 원인이 다른 하나의 리미터 탓이야. 이녀석은 마력을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링커 코어 외부와의 링크를 막아. 레이징 하트의 링크에 실패한 것도 초기에 마력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도 이 녀석이 원인이야.”
“어째서 그런 걸?”
“저번에도 말했던 대로, 네 너무 큰 마력이 폭주하는 걸 우려해서……라는 게 제일 가능성 높아.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위험하다는 건 너도 네 몸으로 맛봤었잖아?”
“뭐어, 그렇지.”

 자신의 오른손을 누르면서 수긍하는 유토. 평소부터 마법을 발동시키려 하면 실패해서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해왔던 그 입장에서 보면, 마력 폭주 가능성은 그리 낮지 않다.
 혹시 좀 더 그의 정신이 어렸고, 자각 없이 마력을 발동시키려 했었다면. 그게 거리나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였다면?
 어중간한 테러보다도 커다란 피해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 소름끼치는 이야기다.

“그 리미터가 풀린 건 아마 네가 주얼 시드에 먹혔을 때야. 강제발동된 주얼 시드가 네 마력을 억지로 끌어낸 탓일 거야. 외부에서 억지로 뜯어낸 듯한 흔적이 미묘히 남아있었어.”

 물론, 그에 따른 악영향은 지금은 없지만, 하고 덧붙인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리미터가 걸린 건 8년에서 9년정도 전.”
“그렇다는 건 내가 태어나자 마자란 소린가.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면 듣기는 좋지만 정말 뭐, 형편에 잘 맞는 이야기네.”
“뭐어, 그렇지.”

 자신의 일인데도 다른 사람의 일처럼 이야기하는 유토를 보고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흘린다.
 실제로 그가 말하는 대로 좀 형편에 잘 맞는, 아니 그보다 너무 잘 짜인 이야기다.
 마력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아기때 리미터를 거는 건 그리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타고난 마력이 거대한 애들은 있고, 자각없이 마력을 발동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관리세계에서의 이야기다.
 그걸 관리외 세계의 인간. 그것도 막 태어난 아기한테 이중의 리미터가 걸렸다. 마도사랑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에게.
 이걸 자연스런 일이라고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면목 없지만, 검사 결과 안 건 이것 뿐이야. 이 이상에 대해서는 우리들도 조사할 수단이 없어.”

 유감스럽지만 유토의 몸에 남아있던 술식의 흔적만 가지고는 그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유토에게 처치를 진행한 건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마리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런가. 뭐, 모르는 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당사자는 태연하게 딱히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은 듯한 모습.
 문자 그대로, 모르는 건 될 대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맘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단지, 네게 걸려있던 술식에서 악영향을 주던 건 전혀 없어. 지금 현재 후유증도 없다는 건 보증할게.”
“응, 그것만으로 충분해. 페이트의 재판같은 걸로 바쁠텐데 미안했어. 고마워. 감사할게.”

 자세를 바로잡은 유토가 고개를 숙인다. 평소때 상태가 그런 느낌인데, 이럴때는 예의바르다.
 역시 아무래도 감잡기 어려운 소년이었다.

“아니, 이 정도는 별것 아냐. 신경쓰이는 게 있으면 뭐든지 가볍게 상담해 줘.”

 입에는 내지 않았지만, P.T 사건에서 유토가 가져다준 정보에는 꽤 도움을 받았었다.
 유토의 협력이 없었다고 해도 사건은 해결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정보의 덕분에 부드럽게 일들이 진행된 부분도 있다.
 지상 협력자에 대해 이 정도의 협력은 아낄 정도의 노력도 아니다.

“응, 그 때는 잘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고 유토는 찻잔에 손을 뻗어, 차를 홀짝거린다. 완전히 식어버렸을 그 차를 마시며 약간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이 크로노가 보기엔 묘하게 우스웠다.

“내일은 점심쯤에 여기를 출발할 거야. 그때까지는 느긋하게 지내줘.”
“말 안해도 그렇게 할 거야. 완전 몸이 아파서 별로 움직이고 싶지도 않아.”
“……넌 지금까지 뭘 한 거야?”

 유토가 슈팅 아트의 연습에서 수도 없이 넘어진 걸 크로노가 알 리도 없다.
 유토 쪽도 오늘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고 느꼈는지, 쓴웃음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것저것 있어서.”
“이것저것, 이구나.”

 아는 사람이 없는 이 본국에서, 뭘 하면 몸이 아플 정도가 될 수 있을까.
 얘깃거리가 부족하지 않는 소년이라고 크로노른 생각했다.
 아무래도 페이트나 프레시아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한 가지 늘어날 모양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을 때,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그러고 보면 너, 이쪽에서 식사 먹었어?”
“넌 그걸 이제와서 묻냐.”
■PREVIEW NEXT EPISODE■

유토의 집을 습격하는 세 명의 소녀.
거기서 그녀들은 생각지도 못한 유토의 비밀을 알게 되는 거였다.

유토 ‘안 되겠어, 이 녀석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손가락 걸기 할 때 노래는 한국쪽이랑 일본쪽에서 쓰이는 걸 1:1로 배합했습니다. 그 부분이 일본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분들께도 자연스레 읽혔으면 좋겠다곤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만약 무리라면 어쩔 수 없는 걸로 (OTL)
 사실 성이랑 이름 나눠 부르는 시점에서 일본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분들 대상……은 애초에 글러먹었죠. (.. )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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