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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37화 어둠은 깨지지 않아


 공중을 누비는 빛들의 궤적. 그 중 일부가 때때로 교차하고, 때때로 맞부딪친다.
 뒤섞이는 여러 빛 중 하나는 ‘우레날의 습격자’ 레비 더 슬래셔
 슈테른의 포격에서 달아나듯 날아가는 나노하를 등 뒤에서 습격한다.
 최고 속도를 통한 사각에서의 일격. 회피나 방어는 커녕 반응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최속의 일격――이었을 터였다.
 사각에서 디바이스를 휘둘러 내리려 한 순간, 빙글 반전하는 나노하.
 그 손에 든 디바이스에는 지금 당장에라도 내쏘일 듯한 포격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레비의 뺨에 한 줄기의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버스터―!!”
“와앗?!”

 나노하의 숏 버스터를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레비.
 페이트마저 상회하는 속도를 자랑하는 그녀라 해도, 페이트와 마찬가지로 나노하의 포격력을 상대한다면 그 장갑은 종이나 마찬가지다.
 위력보다 발사 속도를 중시한 숏 버스터라곤 해도 이런 근거리에서 직격당하면 농담으로 안 끝날 대미지를 받아 버린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지금 거에 반응 할 수 있는 거야!”

 그건 나노하가 가진 천성의 공간인식능력으로 인해 이룰 수 있었던 위업.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그 능력이 시각 바깥에서의 공격마저도 인식해, 공중전을 할 때의 크나큰 어드벤티지가 되어 있다.

“레비! 그 자리에서 떨어져요!”
“에?”

 슈테른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레비의 눈에 보인 건, 범위공격마법을 다 모은 하야테가 슈베르트 크로이츠를 휘둘러 내리는 모습.

“와왓?!”

 산탄처럼 내쏘이는 쐐기형 광탄. 내쏘인 양도 범위도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무수한 가시가 벽이 되어 육박해오는 상황이다.
 회피는 늦는다. 레비는 실드를 펴서 방어를 하려 했지만, 하야테의 광탄은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

“멍청이! 이런 쓰레기들을 멋대로 하게 둬서 어쩔건데!”

 하야테의 광탄을 떨군 디아키의 호통.
 처음에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대등한 싸움으로 끌려 내려갔다.
 스펙으론 완전히 우위일 텐데, 어째선지 누를 수 없다. 상대의 전투 데이터도 모두 가지고 있을 텐데, 상대는 그것들을 모조리 상회해 온다.

“앗, 임금님, 뒷쪽!”
“――으?!”

 제대로 된 소리도 내지 못한채로 뒤를 돌아보며, 실드를 전개. 등 뒤에서 다가오던 칼끝이 피부에 닿기 수 밀리 전에 가까스로 막힌다.

“네년이……!”

 드르륵 이를 갈면서 하켄 폼의 바디시를 쳐내린 페이트를 노려본다.
 ――대등이 아니다. 완전히 밀리고 있다.
 이성으론 그걸 이해하고 있지만, 그녀의 프라이드가 그걸 부정한다.

“이게에!”

 실드를 친 손과는 반대 손으로 포격을 내쏘지만, 그런 뻔한 공격이 페이트에게 맞을 리가 없다.

“야아아아아압!”
“흐읍!”

 그런 디아키를 덮치는 두 개의 인영. 머리 위에서 급강하해 오는 알프와 자피라의 더블 킥.

“치이이잇!”

 디아키의 실드는 그 일격도 막았지만, 둘은 막힌 반동을 살려 그대로 반전.
 둘을 쫓아온 카피 유노와 카피 크로노에게 교차하듯 일격을 먹인다.

“젠장, 어째서야! 쓰레기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우리의 데이터를 상회하는 거야?!”

 나노하 일행의 연계는 싸울 상대를 고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어지럽게 공격하는 상대를 바꾸고, 유연하게 포메이션을 바꿔간다.
 그로 인해 디아키 일행은 데이터에 없는 그 움직임에 농락당하고, 현혹당한다.

“어차피,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야. 우리 인간들은 나날이 진화해 가는 존재다.”

 소리와 함께 내려오는 푸른 섬광의 날. 스팅거 블레이드 엑스큐션 시프트.

“큭!”

 디아키는 실드로 방어했지만, 무수한 마력날이 방어 위에서도 마력을 깎아나간다.

“그리고 강한 마음은, 언제나 우리들의 힘을 한계 이상으로 이끌어 내 줘!”

 버스터 모드가 된 레이징 하트를 거머쥔 나노하가 소리친다.

『Divine Buster.』

 압도적인 파괴력을 간직한 분홍빛 섬광이 솟구친다. 크로노의 공격으로 힘이 빠진 디아키가 막을 수 있는 위력은 아니다.

​“​우​와​아​아​아​아​앗​!​?​”​

 직격. 그리고 폭발.

“……끝이야?”
“아니.”

 나노하의 말을 부정하며, 크로노는 다음을 위한 포석을 친다.
 주위를 둘러보면, 디아키 외의 머티리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예상대로 폭발의 연기가 걷힌 곳에 디아키를 지키는 듯한 레비와 슈테른의 모습이 있었다.

“확실히 데이터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네요.”

 슈테른 일행이 가진 데이터는 한 달 이상 이전, 그것도 디바이스에 카트리지 시스템을 추가하기 전의 것들.
 리인포스의 폭주에 대비해, 나노하 일행이 전력 업을 하기 전에 수집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티리얼 들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데이터에 더해서 나노하 일행의 성장을 감안하여 싸우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머티리얼들의 예상을 모조리 뛰어넘어 온다. 단순한 역량이 그렇다는게 아니다. 서로의 힘을 보충하고 맞추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강한 의지로 각자가 가진 힘 이상을 발휘해 오는 거다.
 한순간이라곤 해도 자신들이 밀렸다는 것에 디아키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여유를 되찾아 입가를 끌어올린다.

“흥, 괜찮겠지. 놈들의 힘을 인정해 주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자만심을. 상대를 얕보고 있었다는 걸. 힘을 더한 그녀들의 힘이 자신들에게 필적한다는 걸.
 하지만, 그건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뭐, 그래도 이기는 건 우리지만!”

 오리지널들 이상으로 만들어진 자신들에게 패배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자신들의 힘에 대해 자신감을 넘는 확신을 가지고, 어둠을 통솔하는 왕은 선고한다.

“우리의 전력을 가지고, 너희를 깨부숴 주마.”

 부드럽게 예르시니아 크로이츠를 휘두른 디아키. 그 주위에 차례차례 떠오르는 마력구.

“……아니아니, 좀 기다려.”

 그 수가 가볍게 50을 넘은 참에 저도 모르게 신음하는 크로노. 크로노만이 아니라 나노하도 페이트도 식은땀을 주륵 흘린다.
 영창도 차지도 없이, 겨우 1초 정도의 시간으로 80을 넘는 마력구를 발생시키는 마력과 그 처리속도.
 페이트의 포톤 랜서 팰렁스 시프트가 발생시키는 마력구가 최대로 쳐도 50에 이르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그 이질성이 잘 이해되겠지.

“방금 전의 굴욕, 백배로 돌려주마.”

 디아키가 입가를 히죽 끌어올린다.
 예르시니아 크로이츠를 휘둘러 내리자, 총 83개의 마력구에서 일제히 마력탄이 내쏘이기 시작했다.

“이건……!”

 전 범위로 내쏘인 그걸 회피할 수단도 없어, 실드를 쳐서 막는 크로노.
 디아키의 옆에 있던 슈테른과 레비 외의 모든 자가 그 공격에 노출된다. 카피들도, 주인일 펠릭스마저도. 단지, 펠릭스만은 실드로 막으면서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있지만.
 일격 일격은 결코 작다곤 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위력은 아니다.
 문제는 그 수와 범위, 그리고 연사속도. 적도 아군도 구별 없이, 가차 없이 마구 내쏜다.
 하지만 이만한 공격을 그리 길게 계속할 수 있을 린 없다. 이 공격이 끊긴 순간에 반격하기 위한 수단을 생각해 보지만, 그걸 끊듯이 번쩍이는 빛이 있었다.
 버스트 모드가 된 루치페리온을 거머쥐고, 모진 미소를 띄우는 슈테른. 그 공격은 곧장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크로노의 등줄기가 싸늘해진다.
 나노하의 포격조차 시원스레 압도한 저 공격에 직격 당하면, 일격으로 끝이다. 그걸 알고 있어도 손을 쓸 수단이 없다.
 크로노의 초조감을 비웃는 듯이 홍련의 불꽃처럼 솟구치는 붉은 섬광.

“크로노 군!”

 나노하의 비명도 허무하게, 크로노의 실드는 종잇장처럼 박살난다. 그리고 그 몸이 기울어져, 추락해 간다.

“남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비웃는 듯한 소리가 난 건 등 뒤. 방어와 크로노에게 의식을 향했던 만큼, 반응이 늦었다.

“아.”

 등 뒤에서 푸른 날이 나노하의 등을 찢어갈긴다.
 가까스로 얼굴만을 뒤로 향했던 나노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뜬다.
 그 표정은 이 탄막 속을 어떻게 이동해 온 건지 묻고 있었다.
 수단 자체는 그리 복잡한 건 아니다. 디아키가 의도적으로 탄속을 조정해, 나노하에게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거기를 레비가 고속으로 빠져나왔다는 것. 하지만 말로 하는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복수의 마력구에서 내쏘이는 탄속을 부분적으로 조정하는 세세한 처리능력과, 거의 한 순간만 열린 공간을 빠져나간 압도적인 속도. 이 둘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콤비네이션.

“나노하!!”

 페이트의 비통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노하마저도 그 자그만 몸이 떨어져 간다.

“레비도 말했었지. 네놈들에게 남의 걱정을 할 여유는 없다고.”

 디아키의 탄막이 위력을 더한다.

“네놈들에게 인정된 건 절망 속에서 안달하고, 몸부림쳐, 끝없이 괴로워하는 것뿐이야!”

 압도적인 마력을 자랑하는 머티리얼들에게 잔재주따윈 필요 없다. 그냥, 그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정면에서 휘두르면 된다.
 디아키가 범위공격으로 움직임을 묶고, 슈테른이 박살내고, 레비가 찢어갈긴다.
 서로의 단점을 모으는 게 아니라, 장점만을 조합한다.
 그게 머티리얼들의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콤비네이션.
 그녀들이 보기엔 펠릭스가 낳은 카피들마저도 원래부터 불필요. 처음부터 자신들만 있었어도 충분했던 거다.

“큭, 으오오오오오!”
“자피라?!”

 이 궁지를 타개하고자 움직인 건 푸른 수호짐승. 샤말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실드를 통한 방어를 버려, 그 몸을 탄막에 노출시키며 돌진해 나간다.
 피탄면적을 줄이기 위해 머리부터 돌진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인간 미사일같아, 그야말로 자살 공격.

“훗, 어리석은. 슈테른.”
“예.”

 디아키가 말을 할 것도 없이, 그 조준을 자피라에게로 옮기는 슈테른. 아무리 수호짐승이라곤 해도, 실드도 없이 슈테른의 포격을 맞으면 그냥 끝나진 않는다.

“이걸로 세 며――?!”

 지금 당장에라도 포격을 쏘려고 한순간, 슈테른의 손목을 마력 사슬이 얽어맨다.
 마력광의 빛은 희미한 녹색. 그건 페릿 형태가 되는 걸로 피탄면적을 줄여 접근해 온 유노가 건 체인 바인드였다.
 아무리 피탄면적을 줄였다곤 해도, 그 탄막 속을 이동하는 건 눈을 가리고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은 자살행동이나 마찬가지다.
 자피라에게 정신을 빼앗긴 머티리얼들의 틈을 찌른, 유노의 영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유노의 바인드가 끌어당긴 루치페리온의 끝이 디아키를 향한다.

“바――!!”
“――으!!”
“임금님! 슈테룽!”

 이제와서 공격을 멈출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니었다. 초 지근거리에서 내쏘인 포격이 자신까지 말려들게 하며 폭발한다.
 탄막이 멈춘다.

“지금이야!”
『Barrier jacket. Sonic form.』

 페이트의 배리어 재킷이 변화한다. 한계까지 방어를 줄여, 보다 고속이동에 알맞은 형태로.
 망토나 스커트를 배제해, 페이트의 어린 몸을 덮는 건 얇은 레오타드와 스패츠뿐. 방어에 필요한 팔다리 외의 방어는 버려, 한계까지 속도만을 특화시킨 최고속 기동형태.
 양 팔다리에 발현시킨 빛의 날개 “소닉 세일”로 가속한 페이트의 모습이 사라졌다.

“빨라――?!”

 예상 밖의 사태에 동요하면서도 페이트의 공격에 반응할 수 있었던 레비는 역시 대단하다 해야 할까.
 하지만 아무리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걸 살릴만한 경험이 없는 레비는 동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아까까지와 레벨이 다른 속도로 덮쳐오는 페이트에게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다.

“말도 안 돼! 이 내가 속도에서 진다고?!”

 실제로 레비와 소닉 폼인 페이트 사이의 속도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신의 요동이 둘의 명암을 갈랐다.
 마침내 레비의 불니피쿠스를 바디시가 쳐내, 페이트의 손이 레비의 가슴에 놓인다.

“잠깐――!”
“플라즈마 ​스​매​셔​어​어​어​어​어​어​어​!​!​”​

 영거리에서의 포격을 맞은 레비의 갸냘픈 몸이 날아간다.

“비타! 시그넘!”
“아아!”
“알고 있어!”

 지금을 호기로 판단한 샤말이 비타와 시그넘을 부른다.
 오랜 시간 함께 싸워온 그녀들에게 그 이상의 말은 불필요.
 디아키의 공격이 멈춘 시점에서 카피들도 시그넘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상태다.
 유노에게 공격하고 있는 카피 크로노를 시그넘이 자전일섬으로 쳐 떨구고, 카피 자피라의 발차기를 피한 비타가 떠올리듯이 상대의 몸을 올려친다.
 두 카피의 몸이 향하는 곳에는 샤말이 기다리고 있다.

“클라르빈트, 부탁해!”

 샤말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클라르빈트에서 끈으로 이어진 진자가 사출된다. 그 진자가 카피 둘의 몸에 휘감겨, 꽉 조여 구속한다.

“야아아아아압!”

 그걸 비타가 머티리얼들이 있는 쪽을 노려 휘두른다.
 마찬가지로 알프나 유노들도 남은 카피들을 같은 방향으로 유도해 나간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던 상황이 뒤엎인 걸로 생겨난 정말 자그만 동요가, 카피들의 움직임을 무디게 만든다.
 반격의 때가 찾아오려 하고 있다.

“나노하,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그보다, 페이트.”

 나노하는 레비의 일격을 제대로 맞았었지만, 레비의 공격이 비살상설정이었던 것도 있어서 어떻게든 일어설 수 있었다.
 물론 아픔은 있지만, 그건 타고난 불굴의 의지로 커버. 나노하의 투지에는 자그만 그늘도 보이지 않는다.
 그 눈동자는 회복이나 몸 상태를 신경쓰기보다 먼저 할 게 있다고 웅변하고 있다.
 나노하의 그런 눈을 봐 버리면, 페이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뜻을 받아들일 뿐이다.

“응. 바디시, 잔바 폼!”
“레이징 하트, 엑셀리언 모드!”
​『​I​g​n​i​t​i​o​n​.​』​

 카트리지를 로드한 두 기의 디바이스가, 주인의 부름에 응해 그 모습을 바꿔간다.
 모든 장애물을 떨쳐내고, 자신들의 주인의 힘, 그 모두를 내보이기 위한 형태로.
 엑셀리언 모드와 잔바 폼.
 레이징 하트는 모든 슬픔을 꿰뚫을 의사를 구현화한 창과 같은 모습으로.
 바디시는 어둠을 찢어갈기는 섬광의 날――거대한 마력날을 가진 대검으로.

“우리들의 전력전개!”
“여기서 내보이니!”

 각자의 디바이스를 거머쥔 둘이 그 마력을 모아간다.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이 쓰레기들이!!”

 폭연을 날려버리고, 광분한 디아키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옆에는 지친 레비를 지탱하는 슈테른의 모습도 있다.
 아무리 머티리얼들이라 해도 그 배리어 재킷은 곳곳이 깨져나가, 적잖은 대미지를 받고 있었다.

“더는 용서 못해! 그 몸과 영혼을 가루로 만들어 주마!”
“미안하지만 그건 막아야 겠어.”

 광분한 디아키의 소리를 막은 건, 태연자약한 소년의 목소리.

“뭣?!”
“이건?!”
“왓?!”

 디아키의 선고에 응하듯이 발동한 푸른 사슬.
 공중에서 사출된 마력 사슬이 머티리얼들의 팔다리를 얽어매, 그 움직임을 구속한다.

“네놈은 그 때……!”

 슈테른의 포격으로 추락한 크로노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실드가 박살난 순간, 몸을 젖혀서 직격은 피했었어. 추락한 것처럼 보인 건 이 틈을 노리기 위한 연기다.”

 라며 크로노는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슈테른의 포격을 완전히 피한 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배리어 재킷의 왼쪽 어깨 부분은 완전히 날아가 있다.
 만약 영점 몇초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추락했었겠지.
 크로노의 말에 드르륵 이를 가는 디아키. 살펴보면, 자신들만이 아니라 다른 카피들이나 주인인 펠릭스마저도 크로노의 바인드로 몸이 구속당해 있었다.
 아까 나노하가 디바인 버스터를 디아키에게 직격시켰을 때 부터 준비하고 있던, 설치형 트랩.
 이 정도의 사람을 범위형 바인드로 동시에 묶는 건, 보통 기량으론 도저히 가능할 리 없는 일이다.
 크로노의 데이트는 가지고 있었지만, 수집을 하지 않았기에 완전한 건 아니었다. 이 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적잖이 놀란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바인드 따윈!”
“구속을 풀 틈 따윈 안 줘! 클리우 솔레시!”

 디아키는 힘으로 바인드를 박살내려 했지만, 하야테의 포격이 머티리얼들을 덮친다.

“강철의 목!”

 그 뒤를 잇는 건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마력 말뚝. 마력 말뚝이 우리처럼 만들어져, 머티리얼이나 카피들의 행동을 제한한다.
 그런 그녀들을 가일층 얽어매는 구속. 사슬 형태, 혹은 새끼줄 형태로 형된 마력이 그녀들의 몸을 겹겹이 얽어매, 그 자유를 빼앗는다.
 크로노, 알프, 그리고 유노의 삼중 바인드. 펠릭스를 포함하여 이만한 수를 동시에 구속하게 되면 그만큼 효과시간도 짧아지지만, 그들 입장에선 짧은 시간만 벌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기다리셨습니다. 커다란 거 갑니다!!”
“N&F 중거리 섬멸 콤비네이션!”

 마력 집중을 마친 나노하와 페이트. 둘이 각자의 애병을 거머쥐고, 소리친다.

“전력전개!”

 레이징 하트 엑셀리언이 조준 및 탄도안정을 위해 배럴 필드를 전개.
“질풍신뢰!”

 나노하의 마력을 바디시 잔바의 도신에 집중시켜, 자신의 마력을 더해 참격을 발한다.
 공격은 아니다. 참격으로 내쏘인 마력은 상대에게 전혀 대미지를 주지 않고 필드를 채워나간다.

“……이건?!”

 그걸 깨달은 슈테른이 목소릴 높이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블라스트 컬라미티!』

 영창하는 소리와 함께 내쏘인 엑셀리언 버스터와 플라즈마 스매셔.
 배럴 밀트 안에 가득찬 마력이 뒤섞이는 두 포격의 위력을 확장·확산시켜, 단독으론 이룰 수 없는 위력의 공간공격이 완성된다.
 그 범위로 인해, 회피할 수 있을만한 공격은 아니다.
 펠릭스가 만들어낸 카피와 머티리얼. 그리고 펠릭스마저도 그 범위 안에 포함해, 전력전개의 일격이 작렬한다.
 금빛과 분홍빛의 섬광이 뒤섞여, 그 앞에 있는 모든 걸 삼켜 폭발의 소용돌이로 감싸 나간다.

​“​이​…​…​쓰​레​기​들​이​이​이​이​이​이​!​!​!​”​

 디아키의 노성도 그 모습째로 블라스트 컬라미티로 인해 생겨난 폭음과 빛에 삼켜진다.

“하나 더 덤이다!”

 주변 가득 눈부신 빛이 넘치는 상황에서, 둘보다 좀 늦게 차지를 완료한 하야테가 하늘 높게 들어올린 검십자를 휘둘러 내린다.

“머나먼 땅에서, 어둠에 ​가​라​앉​아​라​…​…​디​아​볼​릭​ 이미션!”

 블라스트 컬라미티로 인해 발생된 폭연이 잦아들기도 전에 만들어진 어둠빛 마력구. 그건 눈 깜짝할새 거대화해, 삼킨 것들 모두를 그 엄니로 씹는다. 턱이 잡은 사냥감을 먹어치우는 순수마력공격. 그 효과범위는 둘이 쓴 블라스트 컬러미티마저 상회한다.
 마찬가지로 비살상설정이긴 하지만, 그 위력은 절대적. 설령 오버 S랭크의 마도사가 만전의 상태에서 방어한다고 해도 그냥 끝나진 않는다. 바인드로 구속되어 있던 펠릭스 일행이 지금 공격을 버텨낸다고 해도, 제대로 싸울 힘 따윈 남을 리 없다.
 그렇게 확신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이 레벨의 공격이야……가볍게 끝날 린 없어.”

 라는 말을 입에 담는 크로노의 표정은 아직껏 딱딱한 상태.
 제대로 된 방어나 회피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몰아쳐, 저만치나 대규모의 공격을 직격시켰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승리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나쁜 예감을 씻지 못하게 하는 건, 펠릭스가 띄우고 있던 그 미소. 바인드로 구속되어 공격을 받기 직전까지도, 그 미소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건 자신들이 뭘 하더라도 자길 해칠 순 없다는 확신에 따른 미소였다.
 하지만, 설령 어둠의 서의 힘을 얻었다 해도, 그 공격을 먹고 무사히 있을 수 있을 린 없다. 만약 폭주체가 상대였다고 해도 확실히 먹힌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으니까.
 그렇게 확신하고도 아직껏 씻을 수 없는 불안감을 안으며, 크로노는 뒤랑달을 거머쥔다. 자신의 불안감이 기우이기를 빌면서.
 숨을 헐떡이는 다른 사람들도 방심 없이 자세를 갖추며, 폭연이 개이기를 기다린다.
 거기서 튀어나온 건 여러 인영들.
 블라스트 컬라미티의 공격범위 끝쯤에 있었던 걸로, 조금이나마 위력이 줄었던 볼켄리터의 카피들이었다.
 그 모습은 만신창이지만, 그 눈에는 싸울 의사를 잃지 않고 있다.
 거기에 대항하고자 향해간 건, 물론 오리지널 기사들.

“하나하나 맘에 안 든다고! 너희들도! 저 녀석들도!”

 너덜너덜한 상태면서도 철퇴를 휘두르는 카피 비타.
 과거의 자기자신의 공격을 흘려보내면서 비타는 내심으로 깊게 탄식한다.
 ――과거의 자신은 이렇게나 여유가 없었었나, 하고.
 떠올려 보면 마음이 짚이는 곳은 산더미처럼 있다. 언제나 열이 받아 주위에 화풀이하며,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기만 하던 나날. 자신만이 아니다. 다른 수호기사들도 자신만큼 표정에 드러내진 않았다 해도 안달하고, 탄식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저주하고 있었다.
 야가미 하야테와 만난 걸로 자신은, 자신들은 바뀔 수 있었다.
 악몽은 끝나, 지금이라 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의 악몽도 끝내 주겠어.”

 중얼거리며 그라프아이젠의 그립을 꾹 움켜쥔다.
 두 사람의 비타가 라케텐 포름이 된 그라프아이젠을 거머쥐고, 카트리지를 로드.

​“​하​아​아​아​아​아​앗​!​”​

 자신의 몸과 함께 그라프아이젠을 선회시켜, 순식간에 둘의 거리가 제로가 된다.
 카피 비타의 일격이 모자를 날려버리며 관자놀이를 덮치고, 비타의 일격은 카피 비타의 몸 중앙을 그대로 꿰뚫는다.

“……어째서, 어째서, 같은 자신인데.”

 카피 비타가 바람구멍이 뚫린 자신의 몸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말한다. 단순한 대미지 차이만이 아니다. 틀림없이 자신의 움직임이 읽혀 있었다.

“옛날의 자신이 할 행동이야. 예상도, 그에 따른 대응도 가능하고 말고.”

 힘이나 기술은 엇비슷했다. 확실히 깨어난 이후의 경험치 만큼 오리지널 비타에게 무게추가 기울어 있었던 건 틀림없지만, 그 이상으로 둘의 명암을 가른 건 다른 요인이었다.
 지금 비타에게는 있고, 옛날 비타에게는 없는 것. 그건 하야테의 존재.
 과거의 비타는 수호기사라는 사명을 위해 싸워 왔지만, 지금의 비타는 그것만은 아니다.
 속박된 사명이 아닌 자신의 의사로, 주인인 하야테와 동료인 ​수​호​기​사​들​―​―​소​중​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자신의 존재조차 저주해, 흔들리던 과거의 자신과는 마음자세 그 자체가 다른 거다.
 하야테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그런 과거의 자신에게 질 요소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어​째​서​…​…​어​째​서​야​!​”​

 물론, 지금의 비타를 모르는 카피 비타가 그걸 이해할 리도 없다. 오직 불합리에 휘둘리는 자신의 환경이 슬프고, 원망스러웠다.

“울지 마. 항상 초조함에 주위에다 화풀이를 해대니까……괴로울 때나 슬플 때……솔직해지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야.”

 그런 과거의 자신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시끄러……! 시끄러워……!”
“우는 것도, 솔직하게 슬프다고 말하는 것도, 별로 나쁜 건 아냐. 떠올려 봐. 동료들이 있겠지? 자신들도 슬프고 괴로운데, 전혀 솔직하지 않은 널 받아들여주는 동료가.”

 본인들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 일은 틀림없이 앞으로도 없을 거다. 하지만, 동료들과 주에 대한 감사를 잊는 건 앞으로 1초조차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건​…​…​으​…​…​아​아​아​아​…​…​!​!​”​

 카피 비타에게 한계가 찾아왔다. 그 몸은 조금씩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 간다.
 비타 스스로도 과거에 몇번이나 경험해 온 현상이다. 몇 번 경험해도 자신이 사라지는 공포와,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을 되풀이하리라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절망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걱정하지 마.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하야테가 만들어 주는 따뜻하고 기가맛있는 밥이 기다리고 있어. 너를 받아들여주는 동료들도 함께. 악몽은 전부 끝이야.”

 그걸 알기에, 맞지도 않는 그런 말을 던지고 있다.
 옛날의 자신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걸 믿을 수 있었을지 자문자답한다. 아마도 보통 상태에선 무리였겠지.
 그래도, 자신의 몸이 사라지려고 하는 지금이라면.

“……정말로?”
“아아, 그러니까 안심하고 자.”

 반신반의라도 좋다. 과거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좋으니 믿어줬으면 했다. 느껴줬으면 했다.
 자신과 동료들을 감싸안아주는 상냥한 주인. 행복한 미래로의 희망을.
 비타의 말을 들은 카피 비타는 어딘가 쓸쓸한 듯이, 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으로 살며시 눈을 감고, 소멸되었다.
 카피라곤 해도, 틀림없이 자신과 같은 존재였던 녀석은 미래의 희망을 믿을 수 있었을까.
 그걸 확인할 수단은 없지만, 적어도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마음으로 잠에 들었을 거다.
 그라프아이젠을 잡는 손에 꾸욱 힘이 담긴다.
 아직 해야 할 게 있다. 지금의 자신이 한 말을 거짓으로 하지 않기 위해.
 길었던 악몽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그 눈길을 모든 일의 원흉으로 향했다.



 그 연기가 개였을 때 드러난 광경은, 일행을 적잖이 안도시키는 모습이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뻗어있는 머티리얼 셋의 모습.
 그 배리어 재킷은 가까스로 옷의 형태를 지키곤 있지만, 너덜너덜하게 찢겨있고, 손에 든 디바이스도 부분부분 파손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전투는 불가능한 상태겠지.

“――으!”

 그리고 마지막 연기가 겆힌 곳에 있는 인영을 확인했을 때, 나노하나 페이트, 하야테가 작게 침을 삼킨다.

“설마……이 내가 여기까지 몰릴 줄이야…….”

 그녀들이 본 건, 한 팔과 한 다리를 포함한 몸의 절반이 소실되어 보기에도 잔혹한 꼴이 된 펠릭스였다.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실체로서 구현화된 시그넘과는 다르게, 펠릭스의 육체는 순수마력으로 생성된 것이다.
 설령 비살상 공격이라곤 해도, 마력에 의한 공격은 그대로 육체의 부상과 이어진다.

“적잖히 너희의 힘을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군…….”

 안면은 창백하고, 숨도 헐떡거리는 펠릭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다 죽어간다 할 수 있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에 나노하와 하야테의 마음이 요동친다. 자신들의 힘으로 사람을 상처입혔다는 것에.
 그녀들은 자신이 상처입을 각오는 있어도, 사람을 이렇게까지 상처입히는 건 상상하고 있지 않았다.
 그와 다르게, 집무관인 크로노와 볼켄리터들에겐 일절의 동요도 주저도 죄책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다. 얌전히 항복해. 지금이라면 변호의 여지는 주어진다.”

 더 이상 펠릭스에게 싸울 힘 따윈 남지 않았다. 유리한 건 자신들일 터다.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럴 터인데.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불안을 지울 수 없다. 아니,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자신들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그런 예감이 반쯤 확신이 되어, 크로노를 들볶는다.
 볼켄리터들도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거겠지. 그 얼굴은 긴장에 굳어져 있었다.

“싸구려 연극은 거기서 끝내. 리인포스의 힘을 뺏은 네놈이 그 정도로 뻗겠냐.”

 비타의 말에, 펠릭스의 괴로워 보이던 숨이 멈춰, 표정이 굳어진다.

“크, 크크큭.”

 그리고 흘러나오는 건 웃음소리.

“역시 수호기사 제군들에겐 통하지 않나. 역시나 어둠의 서의 힘을 잘 알고 있어.”

 남겨진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뒤덮으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상처입었던 그 육체는, 쑤욱 몸이 부풀어 올라 소실되었던 부분이 순식간에 재생되어 간다. 우선은 뼈, 그걸 뒤덮듯이 신경이 형성되고, 살과 피부가 그걸 덮어간다.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한 그 광경에 나노하와 하야테가 자그만 비명을 지른다.
 단 몇 초 뒤에, 펠릭스의 모습은 상처는 커녕 티끌 하나 안 묻은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말도 안돼……!”
“놀랄 건 없네. 어둠의 서의 방위 프로그램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이 정도의 재생은 손쉬운 일이야.”

 놀란 듯한 페이트의 소리에도, 펠릭스는 조용히 답한다.

“시스템 ​U​-​D​…​…​최​대​가​동​.​”​

 펠릭스의 마력량이 늘어나, 그 등에서 어둠빛 날개가 분출된다.
 그 모습은 마치 나비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꺼림직함에 어디까지나 불길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마력량은!”

 크로노가 신음하고, 그 자리의 모두가 소름을 느껴, 그 압도적인 수준의 힘을 깨닫는다.
 겨우 일 개인이 이 정도의 중압감을 내뿜을 수 있는가.
 개개인의 힘으론 절대 대적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마력량만이라면 유토도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출력이나 위압감은 비교할 수준조차 안 된다.


“그리고.”

 치켜든 손가락을 딸깍 튀긴다. 그 순간, 쓰러졌던 머티리얼들의 모습은 빛에 휩싸여, 펠릭스 쪽으로 날아간다.
 팍 하고 그녀들을 뒤덮는 빛이 사라진 순간, 거기에는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상처 하나 없는 머티리얼들의 모습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예감은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나 손쉽게 눈앞에 일어나면 아무래도 동요를 숨길 수 없다.

“주가 있는 한, 우리도 역시 얼마든지 소생하는 거예요.”

 감은 눈을 뜨며, 조용히 고하는 별빛의 섬멸자.

“너희가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그건 쓸데없어. 우리는 어둠 그 자체니까.”

 우레날의 습격자가 비웃는다. 모든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어둠은 깨지지 않아.”

 어둠을 통솔하는 왕이 절망을 고한다. 어둠을 찢어발기는 것도, 깨부수는 것도, 그 누구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

“그리고 어둠의 서의 전생기능은 이 몸을 먼지 하나 남김없이 소멸시킨다 해도, 무에서 이 몸을 재생시키네.”

 그건 절망의 선고. 자신을 쓰러뜨릴 수단은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을 쓰든 너를 봉인할 뿐이다!”

 그게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도 크로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빙결의 지팡이――뒤랑달. 어둠의 서를 봉인하고자 그레이엄이 만든 최신식 디바이스다.
 펠릭스에게 먹힐지 어떨지는 모른다. 하지만 집무관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펠릭스의 말에 굴할만한 자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다.
 누구 하나 저항의 의사를 잃지 않고 전의에 넘쳐흐르고 있었다.

“흠, 아무도 내게 굴복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군.”

 펠릭스의 말에 움직이는 금빛 섬광. 등 뒤에서 휘둘러 내리는 대검을 펠릭스는 한 손으로 받아들인다.

“당연해! 우리는 유토를 꼭 구해낼 거야! 친구를 버리진 않아!”

 휘둘러 내린 칼 끝에 힘을 담으면서 소리지는 페이트.
 혹시나 자신들이 여기서 포기하면, 유토는 영원한 꿈 속이다. 그런 건 싫다.
 소중한 친구이기에 반드시 구해 보이겠다고 페이트의 눈동자가 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직접 그를 구하러 가면 좋네. 그에게 그만큼의 힘과 가치가 있다면, 말이네만.”
“에?”

 그 말의 뜻을 물을 틈도 없었다. 바디시를 휘둘러 내린 페이트가, 아까 유토와 마찬가지로 빛이 되어 소실되어, 펠릭스 속으로 사라져 갔다.

“페이트!”
“걱정은 필요 없네. 그 소년의 꿈속으로 보낸 것뿐이야.”

 비웃음을 띄우면서 펠릭스는 천천히 나노하 일행 쪽으로 몸을 돌린다.

“유토 군의 꿈?”
“그래. 거기서 그녀는 깨닫겠지. 자신의 무력함을. 그 소년은 꿈속 세계가 몹시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결코 스스로의 의지로 깨어나는 일은 없겠지.”

 유토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는 펠릭스도 모른다. 하지만 유토가 현실에선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에 사로잡혀, 깊게 빠져있다는 건 안다.
 한때 어둠의 서의 꿈에 사로잡혔던 그 누구보다도 깊은 꿈에 빠져있다는 걸.

“설령 그녀가 아무리 부른다 해도, 그 소년은 자신의 꿈을 버릴 수 없어.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무력함과 가치를 알게 되겠지.”

 펠릭스의 표정이 즐겁고도 즐거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뚤어진다.

“소중한 친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우스우리라 생각하지 않나?”
“최악의 발상이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생각이었다. 크로노는 그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도 않고 내뱉었다.

“그런 일, 절대로 없어! 유토 군은 그런 짓 절대로 안 해!”

 나노하가 펠릭스의 말을 부정한다.

“호오?”
“분명 우리는 유토 군에 대해서 모를지도 몰라. 그래도, 유토 군은 절대로 페이트를, 우리를 슬프게 할만한 짓은 안 하는 걸!”

 심술궂고, 빈정대길 좋아하고, 빈말로도 성격이 좋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은 정말로 상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데, 위험을 알면서도 주얼 시드 탐색을 도와줬었다. 친구를 위해, 진심으로 화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유토가 페이트의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할 수 있을 리 없다.
 펠릭스가 말하는 것처럼,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꿈속 세계로 달아나거나 할 수 있을 리 없다.

“사람의 깊은 욕망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군.”

 나노하의 말을 돌려 부정하며, 펠릭스는 탄식한다.
 나노하가 말하는 건 어차피 꿈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탐욕은 때때로 그때까지 쌓아온 정이나 인연, 도리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을 때가 있다.

“괜찮겠지. 오래 지나지 않아도 답은 나오니.”

 자신이 말한 것과 나노하가 말한 것, 어느쪽이 올바른지는 곧 판명난다. 유토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허나, 그 전에 우선 너희를 절망에 물들여 주겠네.”

 힘으로 나노하 일행을 때려부순다. 그런 뒤, 유토의 꿈에 대한 결말을 들이댄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준 뒤 마음을 부순다.
 그 때 그녀들은 어떤 표정을 보여줄는지.
 지금 그걸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듯한 쾌감을 누를 수 없다.
 어둠의 서의 어둠. 저주의 근원이 그 힘을 마음껏 흔들려 하고 있었다.







※ 본 작품의 블라스트 컬라미티는 ​N​a​n​o​h​a​W​i​k​i​를​ 참고로 독자적으로 해석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PREVIEW NEXT EPISODE■

꿈의 세계로 빠져든 페이트는 유토의 이름을 계속 부른다.
유토는 과거의 소망을 끊어낼 수 있는 걸까.
결단을 내린 유토의 앞을, 펠릭스가 가로막는다.

유토 『내 망상을 얕보지 말라고.』

역자의 말:
 펠릭스 레알 치터. 사건마다 스케일을 이 정도로 키우면, StS 사건 때는 스케일이 어느정도로 커질지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유토가 없으니 개그가 사라져서 슬퍼요.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를 즐기는 소설이 아닌데……. 아 물론 진지한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수가 (OTL)

 자,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 추신. 하야테가 쓴 클리우 ​솔​레​시​(​C​l​a​í​o​m​h​ Solais)는 게일어로 빛의 검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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