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화 내게 힘을.
“호오…….”
유토를 지키려는 듯 나란히 선 페이트 일동을 보고, 펠릭스는 감탄했다.
그렇게나 철저하게 깨부쉈는데도 불구하고 체념하거나 겁먹은 눈빛을 띤 사람이 없다.
뿐만아니라 너덜너덜해졌던 배리어재킷도 복구되어, 그 모습에선 이전보다도 패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흥, 그토록 당해놓고도 안 질리는 건가. 아무리 겉모습을 고친다 해도, 너희에게 싸울 힘 따윈 남지 않았어.”
그런 일동의 기세를, 디아키는 허세라고 생각했다.
페이트는 물론이고 시그넘 등도 펠릭스와 머티리얼의 압도적인 힘에 완전히 쳐발렸었다.
비살상 설정이라곤 해도, 그 가열찬 공격에 그녀들의 힘은 뿌리째로 뽑혀나가, 싸우기 위한 힘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샤말, 테스타로사, 도미네를 부탁한다.”
“예.”
“시그넘도 조심해.”
디아키의 말을 무시하곤, 샤말은 유토에게 회복마법을 걸고 페이트가 그쪽으로 다가간다.
“우리에게 싸울 힘이 있는지 어떤지――.”
배리어 재킷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력으로 고쳐진 레바테인을 거머쥐고 시그넘이 한 걸음을 디딘다.
“그 몸으로 확인해 봐라!”
내뻗는 섬격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와왓?!”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 휘두른 세로베기에, 그걸 받아낸 불니피쿠스째로 레비의 몸이 쳐날아간다.
“이게!”
“그렇겐 안 둬!”
디아키와 슈테른은 시그넘에게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그걸 막고자 나노하와 크로노가 포격을 내쏜다.
“쳇!”
공격을 끊고, 포격을 날려 쳐내는 디아키. 거기에 윙윙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건 강철 덩어리.
“먹어라!”
그라프 아이젠을 가로로 휘두르는 비타. 그 위력은 실드째로 디아키를 쳐날린다.
“잠깐, 잠깐! 이 자식들 잘만 싸우는데?! 어째서?! 마력 바닥난 거 아니었어?”
“확실히……남은 마력을 간신히 쥐어짠 일격, 같아 보이지는 않네요.”
공중에서 멈춰선 디아키의 주위에 모이는 슈테른과 레비.
슈테른이 말하는 대로, 일행의 공격은 평소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위력이었다. 숨조차 헐떡거리지 않는 모습을 봐도,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억지로 짜내서 간당간당 펼치는 일격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설마.”
“――그런 거였나.”
슈테른과 펠릭스과 동시에 같은 결론에 이르러, 그 눈길을 유토에게 향한다.
샤말의 회복마법을 받으면서도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둘에게는 짓굿게 히죽거리는 유토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저 쓰레기가……끝까지 건방진 짓을 하는데.”
“에? 뭐야뭐야, 무슨 소리야?”
둘의 눈길을 보고 깨달은 디아키와, 혼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레비.
“너희의 상상대로 유토가 우리에게 마력을 공급했어. 덕분에 다시 한 번 싸울 수 있어.”
시간 벌기를 겸해서, 크로노가 시원스레 상황을 까발린다.
“감쪽같이 그에게 당했단 거네요.”
슈테른은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유토가 결계 안에서 마력을 방출한 그 순간, 틀림없이 유토의 고양된 감정과 미숙한 기량 탓으로 제어하지 못했던 마력이 방출된 거라 믿고 있었다. 실제로 아까 전투 중에도 마력이 높아질 때 마다 쓸데없는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 생각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겠지만, 유토는 방출한 마력으로 눈을 속인 채로 장거리에서 디바이드 에너지를 사용, 크로노 일행에게 마력을 공급하고 있었던 거다.
방출하는 마력량에 압도되어 동요하고 있었던 것과, 유토의 기량으로 그 거리에서 디바이드 에너지를 쓸 수 있을리 없다 깔보고 있었던 탓에 그 가능성을 놓치고 있었다. (실제로 유토 본인 또한 그만한 거리에서 마력 공급을 할 수 있었을지 어떨지는 반쯤 도박이었고.)
“덤으로 말하자면, 너희에게 염화를 흘리고 있었던 것도 고의야. 더미 염화로 너희를 방심시킨 상태로, 슬쩍 진짜 염화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고. 저 녀석은. 이상한 부분에서만 솜씨가 좋다니까.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보니 별 의미는 없었지만.”
비타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유토가 그 염화를 보내지 않았다면 나노하나 페이트 등은 크로노 등의 제지도 듣지 않고 바로 뛰쳐 날아갔을게 틀림 없다.
“뭐……라고?”
비타가 이야기하는 말에 충격을 받는 디아키 일행.
처음으로 솟아오른 감정은 경악. 자신들에게 농락당하기만 했던 유토가 뒤에서 그런 곡예를 하고 있었다니.
다음으로 솟아오른 감정은, 아득히 격하에 있는 상대의 의도에 감쪽같이 당했다는 굴욕감.
“정말, 평소에는 자기중심적인데다 귀차니스트라서 뭘 하려고도 안 하는 주제에, 막다른 곳에서는 무리만 한다니까.”
크로노가 기막힌 듯 말한다. 시간의 정원에서도 그랬다. 머리에 피가 오르면 남이 하는 말은 듣지도 않는다. 자신의 역량도 생각하지 않고 감정이 맡기는대로 행동한다. 그런 주제에 잔꾀엔 빈틈이 없다.
정말 귀찮긴 하지만, 거기에 도움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자신의 통찰력 부족에 열받기도 한다.
“……그 소년에게 당한 건 인정하지. 그래서, 너희가 뭘 할 수 있나?”
설령, 마력이 회복된다고 해도 전력 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건 아까 싸움으로 증명되었다.
크로노 일행이 총력을 모은다 해도, 무한히 재생되는 펠릭스에게는 결정타를 넣을 수 없는 거다. 아니, 그 수준이 아니라, 이쪽의 공격은 거의 먹히지 않고 반격을 당할 뿐이다.
도망가려 해도, 전이를 방해하는 결계를 부술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는 차지를 방해받아 실패로 끝났었다.
승리도 후퇴도 불가능. 쓸 수 있는 수단은 무엇 하나 없을 터였다.
“――나는 오늘까지 녀석을 얕보고 있었어.”
갑자기 펠릭스의 질문을 무시하곤, 시그넘이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의아스러운 듯 눈을 찌푸리는 펠릭스 쪽은 개의치도 않고, 시그넘은 고백을 계속한다.
“훈련을 할 때도, 녀석에겐 기껏해야 놀이 감각이었겠지. 조금 격렬히 하면 바로 죽는 소리를 내고. 다카마치나 테스타로사 등의 전사랑 비교할 가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 거다.”
시그넘이 말하는 대로, 유토는 나노하나 페이트 같이 진심으로 강해지고 싶어 하고 있던게 아니었다.
강하게 되고 싶다고는 생각해도, 재능이 없다는 걸 구실로 처음부터 체념하고, 얼마간 연습은 하더라도, 진심으로 노력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그걸 구실로 노력하지 않는 것에 이유를 대고 있었다.
시그넘은 그게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누구나 나노하나 페이트처럼 노력하고 훈련을 쌓을 수 있는 인간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어둠의 서에 대한 정보를 준 건 감사하고 있었고, 어떠한 배짱같은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토의 인간성 그 자체는 평범한 정도라고밖에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약한 주제에 포기하질 않았어. 승산이 전혀 없는 전투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발버둥질치며 싸워나갔어.”
만에 하나라도 펠릭스에게 눈치채일 가능성을 우려하여 이쪽에서 염화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유토가 자신들에게 염화를 계속 보낸 건 자신들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거기다가 스스로의 전력을 다했다.
자신 혼자서 상대를 쓰러뜨린다고 말한 것도, 블러프가 아니라 진심으로 한 소리였을 게 틀림 없다.
시간을 벌기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마지막의 특공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니까.
“결과는 헛수고로 끝났지만 말야.”
디아키가 코웃음을 친다.
실제로, 유토가 번 시간은 10분조차 되지 못하고, 펠릭스 일행에게 눈꼽만큼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어리석은 행동이라 비웃는다.
확실히 결과만을 보면 유토의 행동은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의 특공 또한 훌륭한 예다. 시그넘 스스로도 그렇게까지 하리라 알고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일어나서 그걸 멈추고 있었겠지.
“확실히. ――――하지만, 틀렸다. 그렇기에 기사인 우리가 너희에게 굴할 순 없다.”
시그넘의 말은, 다른 모든 이들의 총의와도 같았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누구보다도 약한 유토가 저렇게까지 해 보였던 거다.
수없이 다치고, 쓰러지고, 땅을 기면서도, 그럼에도 일어나서, 도전한다.
중간에 땅을 박차려 했던 게 몇 번인지. 이를 갈면서 자신을 억제해, 승리로의 길을 모색한 건 유토의 의지에 보답하기 위해.
그 분투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 없다.
기사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이대로 끝낼 수 있을 이유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너희를 꼭 땅에 기게 만들어 주지!”
“――유감이지만, 그렇게는 안 돼.”
훌려 퍼진 것은 나노하 일행도 펠릭스 일행도 아닌 남자의 목소리.
“뭣이!?”
“이건?!”
“으에?!”
경악한 머티리얼들. 한 명 한 명을 얽어메는 듯이 빛의 고리가 생겨나, 그 움직임을 막는다.
나타난 건 가면을 두른 한 명의 남자. 그 손에는 한 장의 카드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네놈! 누구냐!”
“……인형 따위와 이야기 할 혀따윈 없어.”
“아읏!”
가면의 전사는 그 손을 뒤집어, 새로운 고리로 셋을 묶곤, 총 6중의 바인드로 위에서부터 반투명한 정사각뿔――크리스탈 케이지를 구축한다.
크리스탈 케이지 안에 갇힌 레비와 디아키가 뭔가를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크리스탈 케이지에 막혀서 밖에 닿지 못한다. 슈테른이 필사적으로 바인드를 풀려 해도, 강고한 바인드는 슈테른의 힘으로도 반응이 없다.
“이걸로 네놈의 인형들은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고.”
머티리얼들의 모습을 확인한 가면의 전사는, 펠릭스를 향해 조용히 선고한다.
“내 결계에 침입해 오다니 대단하군. 너희의 친군가?”
펠릭스는 머티리얼들이 구속된 것에 동요조차 하지 않고 크로노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한 순간 가면의 전사에게 눈을 향한 크로노는 딱 잘라 단언한다.
“아니,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 완전한 타인이다. 절대 묶어 말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
크로노의 말에 가면의 전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 눈길은 펠릭스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크로노 일행 또한 가면의 전사를 경계하지 않는 걸 보면, 말과는 반대로 협력관계라는 건 빤히 보였다.
혹시나 유토가 시간을 버는 동안 크로노 일행을 간호한 것은 이 가면의 전사인지도 모른다.
“뭐, 됐어. 몇 명이 오든 뭘 꾸미든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
수다 시간은 질렸다는 것 처럼 미소를 짓곤, 펠릭스는 그 양손에 마력구를 만들며 임전태세에 들어간다.
“자, 열심히 나를 즐겁게 해 주게나.”
“……으.”
샤말이 회복마법을 걸기를 몇 분. 샤말의 팔 안에서 간신히 유토가 그 눈을 뜬다.
“유토……! 괜찮아?”
“…….”
페이트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지만, 눈은 아직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말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어린 몸에는 지나치게 큰 대미지를 받았던 만큼, 아직 의식도 혼탁한 모양이었다.
샤말도 페이트도 유토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식이 깨어나는 걸 기다린다.
의식이 돌아온 유토가 고개를 확 들 때 까지 기다리기를 수십초.
“――읏. 이긴……건가?”
자신의 마지막 일격이 먹혔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페이트가 눈 앞에 있고 샤말에게 간호를 받고 있는 건 싸움이 끝났다는 소리인 걸까.
유토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말은 바로 부정당했다.
“으으응, 아직. 지금 다른 애들이 싸워주고 있어.”
“……그러면, 나는, 신경쓰지 말고……둘도 가 줘.”
몸 전체를 뒤덮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유토.
정신을 잃고 한 번 긴장의 실이 끊어진 걸로, 아까처럼 고통을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설령 자신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전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방해밖에 되지 않는 자신은 내버려두고 싸워달라 말한 거지만, 그 말을 들은 페이트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들만으론 이길 수 없어. 유토의 힘이 필요한 거야.”
“………….”
괴이쩍은 눈초리로 페이트를 바라봤지만, 그 표정은 정말 진지해서 농담을 하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과 다르게 이런 상황에서 농담을 할 수 있을만한 성격도 아니고.
이런 자신이 무슨 도움이 될지 반신반의해 하면서도, 유토는 눈길로 뒷말을 재촉한다.
“……아직 마력은 남아 있어?”
약간 힘이 돌아온 오른손에는, 자폭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다크 브레이커가 들려 있다.
슬쩍 그쪽으로 눈을 향하자, 금투성이인 프레임에 박혀있는 보석이 “문제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반짝인다.
브레이커를 잡는 손에 힘이 꾹 넣고, 눈을 감는다.
솔직히 말하면 체력도 정신력도 한계까지 짜낸 상태다.
샤말의 회복마법을 계속 받고 있다곤 해도, 일어나는 것 조차 괴로웠다.
'――하지만, 그래도.'
“내 힘이 필요한 거야?”
“응.”
바로 되돌아온 힘찬 목소리.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필요로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 기뻐진다.
――설령 마력이 없어 없어지더라도, 혼을 불태워서라도 필요한 마력을 짜내 주겠어.
그렇게 생각한 것 만으로 확신이 솟아오른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마음이, 그대로 마력으로 변환되는 것 처럼.
“괜찮아, 할 수 있어.”
“응.”
단언하는 유토의 말에, 페이트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설명할게. 우선 바디시랑 다크브레이커를 매체로 삼아서, 나랑 유토의 링커 코어를 동조시킬 거야.”
“……응.”
들은 적 없는 수법에 약간 의문을 안으면서도 수긍하며, 뒷말을 재촉하는 유토.
“그렇게 하면 동조한 링커 코어를 통해 내가 유토의 마력을 내 것처럼 쓸 수 있어.”
“……그게 가능한 거야?”
남의 마력을 자신의 것처럼 다룬다. 그런 형편좋은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반신반의한 상태로 유토가 물어봤지만,
“응. 원래는 마력노처럼 자신게 아닌 마력을 자신의 힘으로 삼아 쓰는 엄마의 레어스킬이야. 그걸 마법으로 에뮬레이트 할 수 있게, 엄마가 내 전용으로 술식을 만들어서 가르쳐 줬어.”
어딘지 기쁜 듯이 말하는 페이트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끄덕이는 유토.
떠올려 보면, 언젠가 비디오레터에서도 프레시아에서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기쁜 듯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이번 상황은 그걸 응용해서 유토 자신을 카트리지로 삼는 거야……이렇게 말하면 이미지하기 쉬우려나.”
“먹이마스터에다 인간보급장치 뒤에는 인간카트리진……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역할이 점점 무대 뒤쪽 역할으로 가는데다가 장난같은 별칭이 붙어나가는데 쓴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활약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없는 거야 아니지만, 그게 딱히 목적인 것도 아니고, 큰 노력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는 그게 분수에 맞겠지.
지금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게 있는 만큼 나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케이. 맡길게. 어마어마한 마력을 밀어넣어 줄게. 뭘 어떡하면 되는 거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몸을 일으키면서도, 입고리를 당겨올리는 유토.
유토가 마력의 반이라도 쓸 수 있다면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한 건 펠릭스가 스스로 한 소리였다.
페이트가 말한 것 같은 일이 가능하면, 그걸로 충분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겠지.
그 오만불손한 콧대를 꺾어버리고, 자신의 실수를 이 손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웃음도 솟아오르지만, 그러다 문득 눈치챈 게 있었다.
“……네 몸은 괜찮은 거야?”
“엣…….”
갑자기 꺼낸 유토의 말에, 페이트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카트리지 시스템도 몸에 부담이 큰 거지? 내 마력을 카트리지 대신으로 쓰는 네 몸은 별 일 없는 거야?”
“에에…….”
거북한 듯 말을 어물거리는 페이트를 보고, 유토는 자신의 감이 나쁜 쪽으로 맞았다는 걸 깨닫는다.
애초에, 카트리지 시스템은 순간적으로 마력을 폭발적으로 올리거나 마력 총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지만, 그런 만큼 제어가 어렵기에 제대로 쓸 수 있는 디바이스와 술자는 적다. 거기다, 미드칠더식 마법이나 섬세한 인텔리전트 디바이스와의 상성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 문제에 대한 가장 흔한 결과 중 하나는 디바이스의 파손이나 술자의 부상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외적인 요인으로 끌어올리는 건 많든 적든 리스크를 지게 되는 거다.
유토의 추궁하는 듯한 눈초리를 받던 페이트는, 체념한 듯이 띄엄띄엄 말을 꺼냈다.
“완전히 무사……하게 끝날 순 없다고 생각해. 단순히 마력총량을 올리는 게 아니라, 출력 그 자체를 대폭으로 끌어올리는 거니까 내 몸이나 링커코어에도 꽤나 부담이 걸리지 않으, 려나. 최악의 경우엔, 나 자신이 너무 큰 힘에 버틸 수 없게 될지도 몰라.”
그 말과 분위기로, 페이트가 그나마 좋게 포장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라는 걸 유토는 직감했다.
링커코어의 싱크로를 통해 마력총량이나 출력을 올린다고 해도, 그걸 받아내는 페이트의 캐퍼시티 그 자체가 오르는 건 아니다.
공기를 너무 불어넣어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술자의 능력을 넘는 마력은 술자의 몸을 부술수도 있다.
페이트가 말하는 최악이라는 건, 페이트 자신의 죽음이라는 걸 말하는 거겠지.
“그래도, 괜찮아. 유토나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할 아야?!”
이마에 촙을 맞은 페이트가 눈물맺힌 눈으로 유토를 바라보지만, 역으로 유토가 흘겨보는 눈초리에 고개를 푹 숙인다.
“멍청아. 너도 같이 안 가면 의미 없잖아. 너도 반드시 무사히 돌아가는 거야. 알겠지? 약속해.”
다른 수단이 떠오르지 않는 이상 하려는 걸 막진 못한다. 샤말이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자신들에게 이길만한 다른 방법은 없는 거겠지.
트러블의 원인인 자신이 잘난 듯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고 있을 순 없었다.
“………….”
페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피한다. 원래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주저되는 거겠지.
“페이트.”
“으.”
페이트의 뺨에 손을 대고, 꾸욱 억지로 정면으로 돌린 뒤 눈을 맞춘다.
“네가 죽거나 하면 나도 죽을 거야. 나 자신이 인질이다. 알겠지, 날 죽게 하기 싫으면 반드시 살아 돌아와.”
“…….”
한순간 유토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이해하지 못해, 페이트는 눈을 크게 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샤말도 같은 반응이다.
유토 스스로도 분위기를 타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는 자각은 있지만, 한 번 입에 담은 걸 없었던 걸로 할 수도 없다.
순간.
유토와 페이트의 주변 1미터를 침묵이 지배하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
짧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 유토의 눈이 허공을 누빈다.
“풉……아하하.”
정적을 깬 건 페이트의 웃음소리.
“어떤 이야기를 한 건지 알고 있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겼는지, 페이트는 쿡쿡 웃으며 눈가를 닦는다.
“시꺼, 알고 한 소리야, 냅둬. 그리고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다가 진심이니까. 난 한다고 하면 하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고개를 휙 돌리는 유토의 모습에, 페이트의 웃음이 더더욱 강해진다.
“응, 알았어. 약속할게. 모두 무사히 돌아가자.”
“……아아.”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페이트에게, 약간 눈을 빼앗긴 채로 대답하는 유토.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 거야?”
“술식의 구축이나 제어는 내가 할테니까, 유토랑 다크 브레이커는 내 지시대로 주문을 영창하고 마력을 제어해줘. 그 외에는 특별히 움직이거나 할 필요도 없으니까.”
“오케……윽.”
“유토 군, 아직 안돼!”
고개를 끄덕인 유토는 고통으로 얼굴이 찌푸려지면서도 일어나려 하다가, 샤말에게 제지당했다.
출혈은 멈췄고 어느 정도 몸의 고통도 다스려졌지만, 우선 왼손도 움직이지 않고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아니, 이제 괜찮아. 별로 느긋거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
휘청휘청 일어난 유토의 눈길이 상공에서 펼쳐지는 싸움을 향한다. 지금은 아직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게 언제까지 유지될진 알 수 없다.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 샤말은 저쪽의 서포트를 하러 가 줘.”
샤말은 망설이는 듯 눈길을 페이트에게 향했지만, 페이트는 쓴웃음 지으며 끄덕인다.
“……정말, 둘 다 너무 무리하진 말아 줘.”
그렇게 말하곤 샤말은 어딘가 애수에 감돈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날아올라, 유토와 페이트를 지키는 듯한 위치를 잡은 유노 및 알프와 합류한다.
그 셋은 후위조로서 전선 멤버의 서포트 겸 유토와 페이트를 지키는 역할인 거겠지.
“그럼, 이쪽도 시작하자. 다크 브레이커를 바디시에 겹쳐줘.”
그렇게 말하고 페이트는 잔바 폼인 바디시를 양손으로 들고, 칼끝을 가슴 높이 정도에 맞추듯 거머쥔다.
“이렇게?”
그걸 따라 페이트에게 다가가듯 서서 유토도 형태만의 마력날을 형성시켜, 칼날을 교차시키듯 다크브레이커를 겹친다.
“응.”
페이트는 그렇게 대답한 뒤 눈을 감곤 겹쳐진 두 개의 칼끝을 중심으로 금빛 마법진을 전개시킨다.
“아르커스·쿨타스·에이기어스. 빛나는 천신이여. 지금 계약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가리켜라. 바르엘·자르엘·브라우젤.”
페이트의 말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마법진이 전개되어, 복잡한 술식이 전개되고, 금색 마법진이 반짝인다.
유토 또한 염화로 전해진 말을 복창해, 다크 브레이커에 마력을 방출시켜 나간다.
두근, 하고 심장이 고동하는 것 처럼 둘의 링커코어가 링크를 시작했다.
“으……윽?!”
다크 브레이커를 통해 억지로 힘을 빨려나가는 듯한 허탈감.
빠직 하고 다크 브레이커와 바디시의 교차점에 마력의 여파가 튀어오른다.
바디시를 통해 페이트에게 솟아오른 마력이 전해져 간다.
“……흐앗……윽, 큭.”
페이트의 몸 안을 뜨거운 격류가 채워나가는 것 처럼 유토의 마력이 달린다.
“아……읏, 아아아아앗앗!”
“페이트?!”
'상상했던 것 보다도 마력 흐름이 강해……!'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고통이 덮쳐, 페이트의 몸을 유린한다.
둘의 링커코어의 파장이 엇나가 있는 탓에, 유토의 마력이 페이트의 제어에서 빠져서 폭주하고 있는 거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의 마력을 제어하는 건 어렵다. 거기다 자신보다도 아득히 커다란 마력을 제어하는 건 페이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링커코어 파장을 제어하여 유토에게 잘 맞추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는 건 마력 폭주를 통한 자신의 파멸.
“괜……찮아, 그, 러니……까, 유토는 그대로, 마력의……출력을 유, 지……해, 줘.”
“그래도!”
유토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페이트의 몸 곳곳에서 감색 마력빛이 반짝이고, 그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땀에 젖어있다.
출력을 절반정도로 누르고 있는데도 이 상태인 거다.
이대로는 펠릭스를 쓰러뜨리긴 커녕, 자멸할 수 밖에 없다.
“괜찮, 으니까……! 나, 를……믿, 고!”
고통으로 헐떡거리면서도 페이트는 필사적으로 술식을 유지하여 링커코어를 동조시키려 하고 있다.
“……읏.”
지금 유토에게 페이트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은 무엇하나 없었다. 단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와 굴욕감만이 유토의 마음을 들볶는다.
『Boss.』
그런 유토에게 파트너인 다크 브레이커가 말을 걸었다.
그 이상 말은 없었고, 단지 본체인 보석만이 반짝거린다.
유토에겐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쳇.”
작게 혀를 찬다. 아까부터 이 파트너에겐 도움을 받을 뿐이다. 이래서야 어느쪽이 주인인지 모르겠다.
꾸욱, 다크 브레이커를 잡는 손에 힘을 담는다.
후회도 고뇌도 전부 뒤로 돌리고, 지금은 단지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만 신경쓴다.
“알았어. 너를 믿을게. 내 마력도, 생명도, 전부 네게 줄 테니까. 그러니까 반드시 이겨!”
유토의 말에 페이트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면서도 자그만 미소를 띄운다.
그리고 보다 강하고 깊게 집중한다. 자신에게 모든 걸 맡겨주는 유토를 위해서.
지금 자신들을 믿고 싸워주는 나노하나 크로노 등의 기대와 신뢰에 응하기 위해.
“웃……응……읏!”
자신 속에서 날뛰는 뜨거운 마력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조금씩 링커코어의 파장을 조정해 나간다.
이윽고 무질서하게 날뛰기만 하던 마력은 조금씩 그 흐름을 바꿔 나간다.
페이트의 뜻에 따라 흐름을 바꾸면서도, 끝없이 뜨겁고, 활활 타는 격렬한 흐름으로.
'뜨거워…….'
링커코어의 동조율이 올라감에 따라 자신의 몸이 심지까지 불타 오를 것 같은 감각.
하지만 그건 결코 불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에 없을 정도로 기분이 고양되어, 무한하게 힘이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게……유토의 마력.'
자신의 안을 뛰노는 뜨거운 격류. 그 안에서 유토의 마음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싸움에 대한 공포. 여러가지 것들을 잃는 것을 겁먹는 약함. 스스로의 무력과 절망. 자신에 대한 걱정과 신뢰.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기분이 들어, 굉장히 기뻤다.
“유토, 좀 더 쎄게!”
그렇기에 보다 강한 힘을 바란다.
마음과 마음을 보다 강하게 이어, 느끼고 싶으니까.
“좀 더 쎄게……?”
페이트가 자신의 마력을 제어하기 시작한 건 유토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페이트와 마찬가지로 유토 또한 페이트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한 거짓없는 신뢰와 고조된 마음을.
그게 근질거리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다른, 확연한 일체감.
그에 따라 마음이 고양된다.
이런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도, 지금까지보다 더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좀 더.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토에게서 페이트에게 흘러가는 마력이 커진다.
“좀 더 쎄게!”
“좀 더 쎄게?!”
부족하다. 좀 더 좀 더 쎄게.
“좀더, 좀더……좀더 쎄게!”
“좀더……좀더……쎄게!”
금색과 감색 빛이 교대로 반짝인다.
그건 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교대로 빛나는 빛은, 서로의 빛을 하나만 있을 때보다 강하게 이끌어 낸다.
하지만 그 강렬한 빛은 펠릭스의 눈을 끌어 버렸다.
“과연. 저게 자네들의 기사회생의 수……라는 건가?”
펠릭스의 눈으론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토의 마력을 써서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있는 건 환히 보였다.
“그런데 저 소년……잘도 마력이 계속되는구나. 저만한 마력을 대체, 어디에……. 아니, 잠깐…….”
유토의 한없는 마력량에 감탄하면서도 기막혀하던 펠릭스는, 갑자기 자신의 기억에 뭔가가 걸리는 걸 느꼈다.
상식적으론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마력. 한때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법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만 같은.
“저 평범치 않은 마력에 대해……뭔가 알고 있나?”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헐떡거리며 변신마법도 풀린 가면의 전사――그레이엄의 사역마이자, 크로노의 스승이기도 한 리제 로테가 흥미로운 걸 들은 것만 같은 미소를 띄우며, 물어보았다.
뭐, 로테의 미소가 허세에서 비롯된 객기라는 건 누가 봐도 빤히 보였지만.
모습을 감추고 뒤에서 일행을 서포트하고 있던 로테의 자매――리제 아리아도 그 모습을 드러내, 둘 모두 완전 몸이 너덜너덜했다.
단지 뭐, 정도 차는 있다고 해도, 펠릭스를 뺀 전원이 상태가 엉망이어서 한계가 가까운 상태인데 변함은 없지만.
“아니, 생각하는 건 뒤로 하지. 설령 저 둘이 뭘 한다 해도 내 몸을 위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자네들이 아무런 승산도 없이 덤벼올 정도로 어리석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니.”
펠릭스의 말에 일행은 마음 속으로 혀를 찬다.
교묘히 이야기를 끌어 시간을 벌려 했지만, 이번에는 시원스레 흐름을 끊겨 버렸다.
처음처럼 이쪽의 공격을 전부 받을 심산이었다면 일은 좀 더 편했겠지만, 그리 잘 가진 않는 모양이다.
“슬슬 놀이는 끝으로 할까.”
펠릭스가 내뻗은 손은 유토와 페이트를 향했다.
“그렇게 둘까보냐!”
상공에서는 비타가.
“그 둘에게 손을 대겐 안 둬!”
아래선 시그넘이.
“페이트는 내가 지킨다!”
뒤에선 알프가.
“클라우솔라스!”
“엑셀리언 버스터!”
그리고 좌우에선 나노하와 하야테의 포격.
“뚫어라, 어둠의 번개여.”
빛나는 어둠의 빛.
펠릭스의 주위에 30개를 넘는 크고작은 어둠의 마력구가 떠올라, 전방위로 내쏘인 어둠의 빛이 나노하와 하야테의 포격을 깨부수고, 근접전을 하려던 자들을 모조리 떨어뜨린다.
“별이여, 모여라. 모든 걸 꿰뚫는 빛이 되어라.”
펠릭스가 내뻗은 손에 유성같이 마력이 모여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가 이해했다.
펠릭스가 내쏘려고 하는 건,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나노하의 비장의 한 수. 그리고 아까, 일행에게 파멸적인 대미지를 준 마법이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내쏘인 건 모든 걸 꿰뚫는 별의 빛.
그걸 정면에서 그 몸으로 받은 건 세 개의 인영.
“으오오오오오오오옷!!”
“네 생각대론 안 둬……!”
“저 둘에게 손은 못 대니까……!”
자피라, 로테, 아리아 셋이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는 것 처럼, 정면에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몸으로 받았다.
볼켄리터인 자피라는 말할 것도 없지만, 로테와 아리아에게 있어 펠릭스는 인연이 있는 상대다.
11년 전, 어둠의 서가 폭주하여 그레이엄의 부하이자 크로노의 아버지인 클라이드 할라오운은 생명을 잃었다.
클라이드의 죽음이 어린 크로노나 린디에게 준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로테와 아리아의 주인인 그레이엄은 클라이드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 스스로를 계속 책망해 갔다.
사역마인 로테와 아리아 또한, 자신들의 제자이기도 했던 클라이드의 죽음에 한탄했고, 어둠의 서를 증오하였다.
공식적인 수사가 끝난 뒤에도, 그레이엄과 자신들은 어둠의 서를 영원히 봉인하리라 맹세해, 몰래 그 흔적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의 서의 주박을 완전히 끊을 기회를 얻었다.
처음 예정과는 달라져 버렸지만, 보다 적은 희생으로 끝난다면 그걸로 좋다고 그레이엄은 승부를 걸었고, 마지못해 둘도 거기에 동의하여 크로노 일행에게 모든 걸 맡겼을 터였다.
거기서 나타난 모든 것의 원흉이라 할만한 존재.
마음 속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증오를 부딪칠만한 상대가 나타나는 걸 기뻐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손으로 끝장을 낼 수 없는 건 열받지만, 여기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이 몸이 아무리 상처입더라도 상관없다.
“헛된 짓이야. 그 정도론 멈추지 않네.”
내쏘인 일격의 압도적인 힘에, 셋의 마력이 모두 깎여 나가――――싱겁게도 그 몸째로 삼켜졌다.
마력도 기력도 뿌리째로 뺏겨나가는 중에――로테와 아리아 둘은 간신히 뒤를 돌아, 자신들의 제자에게 부탁했다.
“유노!”
“알고 있어!”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멈춘 건 크로노와 유노가 전개한 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얼음 방패.
푸른색과 녹색 마법진이 겹쳐 펼쳐져, 모든걸 꿰뚫는 별의 빛마저 막아냈다.
단순한 얼음 방패가 아니다. 빙결마법에 특화된 뒤랑달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얼음 방패이자, 크로노와 유노가 겹겹히 술직을 겹친 두 사람의 비장의 한 수였다.
“허튼 짓을.”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펠릭스가 비웃는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내쏘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내쏘인 일격은 이미 펠릭스의 제어를 벗어났지만, 담긴 마력은 모두의 힘을 모은다 해도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뒤에 있는 유토와 페이트도 삼켜버릴 터였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압도적인 위력 앞에서, 둘의 마력은 순식간에 깎여나간다.
제대로 막아내려 하면 3초도 버티지 못했을게 틀림 없다.
하지만 둘의 목적은 처음부터 그걸 막는게 아니었다.
유노가 전개된 방어결계를 유지해, 크로노가 마지막 술책을 펼친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이……게에에에에에에!”
크로노와 유노가 남은 힘 모두를 펼쳐진 술식에 담아, 얼음 방패에서 배럴 필드를 전개시킨다.
“――――설마.”
““튕겨내라아아아아아아앗!!””
펠릭스가 그 의도를 깨달은 순간――별빛은 역류하여, 스스로 내쏜 섬광에 그 몸이 노출된다.
마법랭크 SSS――미라주 리플렉트.
특수한 술식을 통해 마력을 빛, 얼음 방패를 거울로 삼아, 상대의 포격마법을 빛처럼 반사시키는 최고 클래스의 방어마법.
뒤랑달의 초고속 연산처리와 크로노가 오랜 세월 기른 마력변환기술. 거기에 유노의 특출난 결계기능이 합쳐져서야 가능해진 초고등 마법.
물론, 강력한 기술인 만큼 갖가지 결점은 존재한다.
소비마력도 막대하고, 술식의 전개에 시간도 걸리고, 마법을 받고 반사할 때까지 완전히 무방비해 지지만, 술식을 전개할 때 까지의 시간을 로테, 아리아, 자피라가 그 몸을 바쳐서 벌어준데다,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는 펠릭스가 추격타를 넣지도 않았다.
아마 지금 일격을 가지고도 펠릭스에게는 결정타가 되지 않겠지. 그 증거로 약간의 대미지를 받긴 했지만 폭연을 떨쳐내는 펠릭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일격으로 마력과 기력, 체력이 거의 바닥나 버린 크로노와 유노는 천천히 추락하기 시작했지만, 자신들의 역할을 마친 둘의 입가에는 자그만 미소가 떠올랐다.
“이, 뒤……는.”
“맡……길, 게.”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 둘은 금색 섬광이 크게 빛나는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차례차례 동료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앞에 두고도, 둘의 마음은 떨리지 않았다.
그건 쓰러져간 동료들이 뜻을, 희망을 자신들에게 맡겼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르커스·쿨타스·에이기어스. 지금, 둘의 빛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힘을 자아낸다.”
눈을 감은 페이트는, 서로의 링커코어를 동조시키는 마지막 영창을 자아낸다.
그리고 천천히 그 눈을 뜨고.
“내게 힘을.”
유토와 페이트. 둘의 링커코어가 완전히 동조된다.
“싱크로……”
“……드라이브.”
유토에게서 페이트에게. 둘의 힘이 하나로 승화되어, 둘의 디바이스 또한 소리를 겹친다.
『『Ignition.』』
금빛 섬광이.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