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미로의 오카린티나 5화
얼마나 자고 있었을까?
실내를 가로질러 울리는 익숙한 전자음을 듣고 눈을 떴다.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 거기에 내던져 있던 휴대폰이, 수신을 알리며 울고 있었다.
“음, 메일인가.”
잠에 취한 머리로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땀으로 흠뻑 젖은 셔츠가 기분 나쁘다.
시계를 보면, 벌써 낮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창에서 찔러 들어오는 햇볕은 용서가 없고, 랩 안은 숨 막힐 것 같은 더위로 가득 차 있었다.
“크―. 너무 뜨겁잖아.”
과도한 더위에 신음하며 소리를 내고 소파에서 일어선다. 소파 표면에 스며든 사람 모양의 얼룩을 보고, 자신이 상당한 양의 땀을 흘리고 있던 일을 알아 차렸다. 공연히 목이 말랐다.
테이블에서 애용하는 휴대폰을 붙잡고 냉장고로 향한다.
왼손으로 냉장고 안에서 탄산음료 페트병을 꺼내, 동시에 오른손으로 휴대폰의 키패드를 만진다.
“마유리로부터인가…….”
곧바로 내용을 확인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왼손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페트병의 뚜껑을 열기 어렵다. 휴대폰을 가볍게 입에 물고 빈 오른손으로 뚜껑을 땄다. 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쥐어 페트병을 기울이며, 마유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한다.
『지금, 역에 있어요. 마유시는 오카린이, 마중 나왔으면 좋겠어요.』
역까지 마중 나오라고?
드물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여러 세계선에서, 나는 마유리의 몸을 걱정해 종종 역까지 배웅을 했다. 그때마다 마유리는 매우 기뻐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마유리가 이런 제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아무튼, 왔으면 좋겠다니까, 가는 일을 주저하지는 않는다. 나는 페트병을 입에서 떼어 놓아 테이블 위에 두고,
『곧 갈게. 기다려.』
라는, 짧은 문장으로 마유리에게 답장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실로 바지런하다고 생각한다. 인질에 대한 응대로서, 이런 건 어떨까? 같은 아무래도 좋은 일을 생각하면서, 끈적끈적한 셔츠를 갈아입고 백의를 걸친다. 휴대폰을 백의 주머니에 넣어 그대로 랩을 나왔다.
얼마 있지 않아 역 앞에 도착해, 사람들 속에서 마유리의 모습을 찾는다. 하지만──
“어디에 있어, 그 녀석은?”
아무리 눈을 크게 떠 봐도, 그 비슷한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어디로 간 거야, 그 녀석은?
태양의 악의를 느낄 것만 같은 직사광선과 발견되지 않는 소꿉친구의 모습에, 미미하게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백의 주머니에서 꺼내 마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신호음 뒤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이 마유리, 지금 어디 있어?”
“오카린? 마유시는 지금, 랩에 있어요.”
전화 너머 들려온 마유리의 말에, 내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랩? 랩이라니 어떤 거야? 너, 마중 나오라고 말해놓고, 어쩔 셈이야?”
“그것은 말이죠. 실은 마유시의 책략이었던 거예요. 에헤헤―”
뭐야? 마유리는 무슨 소릴 하고 있어?
“책략은, 책략(策略)인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설명을 재촉하는 내 말에, 전화 저편의 마유리는 아주 자랑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있지, 오카린. 마유시는 지금, 크리스 쨩과 랩에 있는 거예요.”
여름의 더위 때문에 뿜어져 나오듯 흐르던 땀이, 단번에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