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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사상미로의 오카린티나 10화



정신 차리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눈을 뜨고 있는 감각은 있다. 그렇지만 내 눈에 무언가가 비치는 일은 없고, 다만 단지 영원처럼 계속 되는 어둠만이 내 시야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 뒤, 어떻게 되어 버린 걸까?

모른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를 덮친 감각은, 세계선을 이동할 때의 그것과 아주 비슷했다. 그렇다면 리딩 슈타이너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이동전의 세계선과 이동 후의 세계선은 연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인데, 그 직후의 기억이 완전하다고 해도 좋 정도로 없다.

『그래, 크리스! 크리스는 어떻게 됐어!?』

갑작스럽게, 불안이 마음속을 유린했다. 내가 달려든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모습.
그리고 지금,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려웠다.

“크리스…… 크리스, 어디에 있어!?”

외친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내 시야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소녀의 모습을 찾아 소리 지른다.

“크리──”

“시끄럽네. 여기에 있잖아.”

“여기는 어디……컹!?”

안면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고, 내 입에서 이상한 비명이 울렸다. 이건 대체? 얻어맞은 건가, 지금? 아니, 그런 것보다, 크리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그런 내 의문을 간파했는지, 다시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오카베의 얼굴을 때린 게, 내 오른손이야. 즉, 나는 그 정도의 거리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어. 이것으로 만족했지?”


그 정도의 거리?

크리스가 말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어둠 속에서, 크리스는 내 바로 옆에 있다는 걸까?
그러나 역시 그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다만 찡~한 얼굴의 통증만이 현실처럼 여운을 남긴다.

“오카베, 너무 혼란스러워하네. 그거 벌써, 웃을 수 없는 레벨.”

확실히 이 조금 밉살스러운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크리스의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음색이, 어둠에 사로잡힌 나의 마음에 작은 안도감을 가져온다.

“나는…… 어떻게 된 거지……?”

천천히 그렇게 말하자, 어딘가 기가 막힌 듯한 크리스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오카베, 정말로 기억 못하는 거야?”

기억 못 해? 유일한 관측자인 이 내가, 무엇을 기억 못 한다고──

“당신, 라디관 옥상에 뛰어올라 왔지? 기억 못 하는 거야?”

“아니, 그것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럼, 그 후의 일은?”

“그 후라고 해도, 확실히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해서──”

나는 뿔뿔이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모아 허둥지둥하며 대답한다. 그러나 있을 법한 일인가. 크리스는 그런 내 말을 듣고 웃어버렸다.

“푸핫―! 레알임까 그거? 웃기지도 않는데요!”


이 자식. ​S​o​u​n​d​・​O​n​l​y​라​는​데​,​ 이 무슨 무례한 녀석이야.


이유도 모르고 웃음을 산 일이 재미없었지만, 불가사의하게도 그에 대해 싫은 감정은 싹트지 않았다.

“당신은, 라디관 옥상이 뛰어 올라온 후, 쓰러졌어.”

“쓰러져?”

“어. 산소결핍으로.”

산소결핍──? ​산​소​결​핍​(​酸​素​缺​乏​)​─​─​?​



​“​산​소​결​핍​이​라​고​오​!​?​”​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나는 몸을 힘차게 일으켜──어라?

몸을 일으키자 얼굴에서 뭔가가 벗겨져 떨어졌다. 그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경치.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본 기억이 있는 풍경이었다. 어슴푸레하고 비좁은 통로. 옆에 쌓아진 엄청난 양의 상자.

그래. 확실히 여기는, 닥터 나카바치와 싸워 크리스를 구한 라디관 7층의──

“조금 더, 얌전하게 있도록 해. 당신, 거품까지 물고, 큰일이었단 말이야”

주위의 광경을 둘러보려는 도중, 뒤에서 어깨를 잡혀 억지로 눕혀졌다. 그러자마자 곧바로 내 얼굴에 서늘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찰싹 소리를 내며 붙는다.

“저……젖은 타월……?”

들어 올린 오른팔로, 얼굴에 붙은 그것을 잡아, 약간 들어 올렸다.
시야 끝에 보이는 작은 틈. 그 너머로 크리스를 찾아낸다. 이쪽에 얼굴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표정까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모습은 마키세 크리스가 틀림없어서──

“정말로, ​크​리​스​…​…​인​건​가​…​…​?​”​

그렇게 작게 물어 본 내게, 크리스는 얼굴을 다른 쪽을 향한 채로 대답한다.

“미안하게 됐네. 내 무릎베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렇게 말해 줘.”

크리스가 말하고 있는 것을, 또다시 이해할 수 없었다.

“무릎베개라고? 나는, 그런 리얼충 워드와는 인연이 없지만?”

“그럼, 당신의 텅 빈 머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내 허벅지가 아니고 뭔데?”


────


“진짭니까!?”

진짜였다.


“됐으니까, 자고 있어.”

경악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는 순간, 강제적으로 눕혀진다. 머리 아래에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심장이 크게 뛴다.
확실히 상상 이상의 전개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아직도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내게, 크리스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일 없이 천천히 타이르듯 말했다.


크리스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결국 이런 말이 된다.

마키세 크리스라는 천재 뇌과학자가, 라디관 옥상에서 홀로 이 세상의 심리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상한 남자가 뛰어올라와, 돌연 괴상한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당황해 실신했던 것이다. 마음씨 상냥한 천재 뇌과학자는 그런 불쌍한 남자를 한층 아래의 계단 통로까지 질질 끌어와, 지금 현재에도 거품 물고 있는 남자의 간호를 하고 있다.
라는, 그런 느낌이지만──


『그렇다면, 그때의 감각은 리딩 슈타이너가 아니고 산소결핍에서 오는 단순한 현기증이었다는 건가?』

확실히, 처음 리딩 슈타이너를 발동했을 때도, 강한 현기증이라고 생각했던 거니까, 반대의 경우가 있었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아무튼, 그건 좋다고 해서──

“지금 설명. 뭔가 여기저기에 거짓말이 섞여 있는 듯한 생각이 드는데?”

“근거는?”

“……없어.”

“그럼, 기분 탓이야.”

“아니 너, 그렇게 시원스럽게…….”

“사소한 일, 신경 쓰지 마. ……그래서 나도.”

크리스는 한 순간 당황한 것처럼 말을 잘라, 그리고 뜻을 결정한 듯 중얼거렸다.

“그래서 나도, 당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지만.”

“뭔데?”

“아무튼 저기, 그거야. 뭣 때문에 산소결핍으로 쓰러질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 납득이 가는 해석을 말이야”

“적당히, 이쪽을 보고 말해라. 실례인 녀석 같으니.”

“좋잖아, 딱히! 그리고, 대답은!?”


일반인으로서 상식적인 지적을 한 생각이지만, 왠지 고함쳐졌다.


“별로, 대단한 이유 같은 건 없어. 단지, 너한테 이걸 주려고 왔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백의의 주머니에 손을 뻗어, 안에서 작은 배지를 꺼냈다.

“아…….”

내 손에 들린, 작고 둥근 금속 핀을 봐, 크리스가 작은 소리를 흘렸다.

“이건 네 거야. 받도록.”

“그렇지만…….”

나의 제안에, 변함없이 내게 얼굴을 향하지 못한 채로, 크리스가 곤혹스러운 듯 소리를 높인다.

“유감스럽게도, 네게 선택권은 없다. 네게는, 이것을 가질 의무가 있어.”

잠시 동안 라디관 7층 통로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말없이 얼굴을 돌리고 있는 크리스와, 그것을 크리스의 무릎 위에서 올려보는 나. 그 시선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고 크리스가,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미안. 역시…… 무리.”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리스는 이제, 나를 억지로 눕히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말한다.

“이유를 들도록 할까?”

크리스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는 그런 크리스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돌리는 일 없이, 가만히 그녀가 입을 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이윽고 크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저기……말이야. 당신, 어째서 묻지 않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지금, 확실히 묻고 있잖아.”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아니고…….”



──내 기억이 돌아왔는지 어떤지, 어째서 묻지 않는 거야?──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의 목소리는, 왠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뭐냐. 물었으면 했던 건가?”

“그런 말 하지 않았어! 다만……. 다만, 신경 쓰이지 않을까 해서. 당신은 내 기억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신경 쓰이지 않는 걸까…… 하고 생각해서.”

억지로 짜내는 듯한 크리스의 소리. 그 소리 속의 흔들림은 조금 전보다 분명하게 커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이 크리스에게 있어,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직감한다.
그러니까 대답한다. 마음속에 있는 대답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전한다.

“네 기억이 어떻게 되든, 내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아.”

내, 또렷한 목소리가 크리스에게 닿는다. 그 순간 크리스의 어깨가 흠칫 하고 크게 떨렸다.

​“​그​…​…​그​래​…​…​.​”​

스러질 듯이 중얼거린 크리스의 목소리가 크게 떨렸다. 그 떨림은 크리스의 머리에, 몸에, 팔에, 다리에, 파문처럼 퍼져 간다.

눈에 들어온 크리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허약하고, 사라져버릴 것처럼 덧없이 보였다.

나는 그런 크리스를 앞에 두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본심의 전부를 전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독선적인 오카베 린타로로서 마키세 크리스를 향해, 전하다 남은 말을 마저 전한다.

“세계는 수렴한다. 그러니까 네 기억이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그런 일로는 아무것도 변함없어. 다다르는 결말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그렇다면 신경 쓰는 만큼, 손해겠지? 왜냐면 나는. 지금의 나는──”



──어느 쪽이든, 너를 놓을 생각 같은 건, 없으니까──



그렇게 전했을 때, 숙이고 있던 크리스의 얼굴이, 나를 향했다. 지금까지 마주치지 않았던 시선이, 처음으로 교차한다.
나는 말한다.

“돌아왔군. 나의 조수, 마키세 크리스…… 아니, 크리스티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에야말로, 핀 배지를 크리스의 손에 살며시 잡게 했다.

“이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야.”



상당히 먼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어제 아키하바라에서 크리스와 기적적인 재회를 하고 나서, 아직 그렇게 많은 시간은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당히 먼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크리스를 본다.

크리스는 배지를 쥔 손을 가슴에 꽉 끌어안는다. 그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입가를 떨고 몸을 떨면서, 여러 가지가 떨리고 있었다.

“어쩐 일이야, 울고 있는 건가…… 조수여?”

“시, 시끄러! 비겁한 녀석!”

“흠. 비겁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매특허다”

나의 극히 침착한 어른스러운 대응에, 크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외면한다. 그리고,

“이제…… 돌려주지 않을 거니까. 돌려주라고 해도, 이미…… 늦었으니까!”

그런 말을 했다.

“아무도, 그런 말 할 생각 없지만?”

나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아아 정말! 왠지 짜증나! 엉망진창 고민하고 있던 내가, 완전히 바보 같잖아!”

“그런가. 나 외에도, 바보가 있었던가. 그것 참 든든한데.”

“아아아아! 열이 뻗쳐서, 이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오카베 주제에! 오카베 주제에!”

퉁퉁이¹처럼 소리 높여 외친 크리스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 나를 향해──

​“으억!?”

달려들어──아니, 안긴 건가. 어느 쪽이든 간에 놀랐다.

크리스가 나의 목에 팔을 돌린다. 설마, 이대로 목 졸라 죽이거나 하지는 않겠지? 따위를 생각했지만, 그 포옹은 상냥하고, 매우 따뜻하고, 그리고 어쩔 수 도리 없이 그립게 생각되었다.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기가 막힐 ​정​도​로​─​─​변​함​없​네​.​”​

내게는 그 말의 의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내게 있어서도, 크리스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좋은 말일 것이다.
독선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라져버린 그 3주간의 나날들이 모두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와 크리스와 마유라와 다루. 거기에 페이리스나 루카코나 모에카나, 미래에 있어야 할 스즈하의 앞에는, 광대하게 퍼져 있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분명, 괴로워서 고생이 끊이지 않는, 그런데도 빛나는 미래.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미래.

나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근거? 그런 것은 없다. 다만 확증이 있을 뿐이다. 이 나, 오카베 린타로의 절대적인 확증뿐이다.
 
퉁퉁이¹ : 원문은 ジャイアリズム. 도라에몽의 쟈이안─한국 이름으로 퉁퉁이─처럼 외쳤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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