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24화
나는 홀로, 야나바야시 신사 한 구석에서, 홀쭉한 타임머신을 보며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크리스는 뭘 하고 있다는 거야……?”
하늘을 올려다보면, 태양이 덥다. 내리쬐는 햇볕이, 여기가 아직 여름이 한창인 7월 28일이라는 일을, 싫을 정도로 통감시켜 온다.
『그렇다고 해도, 덥군…….』
갈증에 참지 못하고, 무심코 자판기에서 산 닥터 페퍼 패트병. 그것을 몸에 시원하게 흘려 넣으며 생각한다.
그 후.
크리스로부터 『믿고 기다려』라는 연락을 받은 뒤. 잠시 후, 침묵하고 있던 무전기가 되살아났다.
그 통신으로 나는, 크리스가 임무를 무사히 성공시킨 것을 전해 들었다.
그래. 크리스는 보기 좋게, 플라스틱 우-파를 몰래 바꿔보였던 것이다.
“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한 거야?”
그렇게 물어보는 내게, 어찌된 영문인지 크리스는 전파 너머에서 얼버무렸다.
──그건 말 할 수 없어. 아직 지금은, 말 할 수 없어. 그렇지만 분명, 모두 잘 될 거야. 그러니까 오카베는 안심해도 좋아──
잡음 섞인, 심히 지친 어조.
“아직 이라는 건, 머지않아 가르쳐준다는 건가?”
그런 내 말에 되돌아 온, 크리스의 【반드시……이야기 할게】 라는 짧은 대답. 그 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에, 나는 그 이상의 추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크리스에게 들은 대로, 한 발 앞서 타임머신이 있는 야나바야시 신사로 돌아왔던 것이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크리스가 라디관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일이란 건, 대체 뭐지……?』
라디관 옆 골목길에서, 무전기를 향해,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표명한 나의 말. 그러나 크리스는 그런 내 의사를 거부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나 혼자 먼저 야나바야시 신사로 돌아가 있으라는 말을 남겨, 다시 통신을 끊어버렸던 것이다.
그 이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금도 이렇게, 신사 내 한 구석에서 홀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래저래 한 시간. 기다리는 내내, 연락 없음.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우뚝 선 채로, 근처를 쭉 둘러본다.
『엇차…….』
눈에 보인 광경에, 재빨리 몸을 숨긴다. 루카코였다.
『딱히, 꺼림칙한 일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역시 루카코가 그 일련의 사건과 완전히 무관하다는 것도 알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주관을 바꾸는 일은, 유리한 계책은 아니야.』
몸을 숨긴 것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신사 내에서 나온 그가, 그대로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는 것을, 숨죽여 지켜본다.
『그렇다고 할까, 이런 커다란 기계랑 같이 있으면, 찾아내 달라고 하는 것 같잖아…….』
내 배후에 멈춰 서 있는, 은빛 기계. 그 불필요하게 큰 존재감에, 걱정을 떠올린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루카코는 이쪽을 알아차리는 모습 없이, 얼마 안 있어 그대로 신사 부지에서 나갔다.
“후우…….”
작게 한숨 돌리고, 나는 잠복을 풀고 밖으로 나와 생각한다.
『그렇달까, 이러면 마치 루카코를 목표로 붙어 따라다니는 성범죄자 같은──』
【성범죄자다. 체포한다】
갑작스럽게 손 안의 무전기로부터 들린 음성에 놀라, 뛰어오를 듯이 된다.
“크, 크리스냐!?”
당황해서 근처를 둘러본다.
“뒤가 텅 비어 있네, 헤타레 과학자.”
능청스러운 말에 발신지를 특정해, 얼굴을 돌린다.
“늦잖아, 조수. 지금까지 뭘──”
투덜대던 푸념을, 무심코 삼켰다.
물에 빠진 생쥐. 그렇게 묘사하는 것이 제일 빠를 것이다.
붉은 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도, 입고 있는 개조 교복도, 가슴께에 늘어뜨린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빈틈없이 젖어 있었다.
“흠뻑 젖었잖아!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거야!?”
따져 묻는 듯한 내 어조에, 크리스는──
“이야―, 역시 일본의 여름은 덥네. 얕보고 있었어.”
“덥다니 너, 설마 그거, 전부 땀이냐……?”
“그럴 리 없잖아. 좀, 끼얹어 왔을 뿐이야”
“끼얹다니 뭘…….”
“물외에 뭐가 있어?”
태연스럽게, 잘 알 수 없는 소릴 했다. 그런 크리스가 서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만다.
『물을 끼얹어 왔다고? 설마, 이런 상태로, 거리를 걸어왔다는 건가…….』
상상한 그녀의 행동은, 항상 다른 사람의 앞에서 늠름한 모습을 과시해 온, 크리스다운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것보다, 너무 보지 마. 속옷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깨달아, 좀 더 응시한다.
“그러니까 보지 말라고 하잖아.”
주먹을 쥐는 것에 당황해 시선을 피한다. 그러자──
“그거, 마실래.”
내 손에 매달려 있던 페트병을 빼앗겼다.
“어, 아니 너, 마신다니 그거…….”
내 말이 나오는 것보다 빨리, 크리스는 뚜껑을 비틀어 열고는, 단번에 입가에 댔다.
“일단, 충고하는데, 그건 내가 입 댔던 거지만…….”
뒤늦은 나의 진언을 들으며, 그러나 아무 망설임 없이 탄산음료를 모두 마시는 크리스.
그리고 끝으로, 크게 한숨을 돌려, 텅 빈 페트병을 내게 던졌다.
“하아~. 좀 살 것 같네.”
“아니 아무튼, 딱히 네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도 상관하지 않지만…….”
하고, 왠지 내가 침착하지 못하고 크리스의 모습을 훔쳐본다. 그러자 크리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오카베. 여기, 이거. 약속의 물건이야.”
그렇게 말하며 내민 크리스의 손에는, 작은 플라스틱 우-파가 실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메탈이 아니고, 레어도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단순한 우-파. 마유리가 쓴 싸인 문자가, 임무 완수를 고한 크리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려준다.
“확실히, 틀림없군. 그런데 정말 그 상황에서 어떻게?”
흐름을 타서 물어보는 내게──
“아직 말하지 않아. 그렇게 말했잖아.”
크리스는 분명한 거부를 나타냈다.
아직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분명히, 크리스의 주관에 의한 『아직』인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분명, 내 주관에, 그 『아직』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나는 이해하고 있었다.
임무는 끝났다.
세계선을 바꾼 우-파를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7월 28일에 머물 이유 같은 건 없다. 신속하게 우리들에게 있어 현대인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섣불리 머물기라도 해버리면, 어디에서 누구의 주관에 변화를 주어버리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조금 전의 루카코가 좋은 예지. 다음에도 무사히 패스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
그러니까, 1분 1초라도 빨리, 이 날로부터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모두 무사히 살아남아, 크리스도 마유리도 나도 살아남는 세계선에 돌아갈 수 있다면, 분명 그곳에서는, 크리스의 『아직』은 없었던 일이 되어 있겠지.』
타임머신이 현대로 도착하는 순간, 세계선은 다시 이동한다.
그 때의 스즈하가 그랬듯이, 타임 트러블러로서의 크리스 또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그 역사가 고쳐지겠지.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크리스의 기억이 그 순간 리셋 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내게 크리스의 『아직』이 찾아오는 일은 없어.』
그 모든 것을 이해한 후, 그런데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었지. 아직, 듣지 않는다는 약속이었군.”
모든 것을 이해한 내 말에, 크리스는 짧게 “고마워”하고 인사한다. 그리고──
“저기, 오카베. 상담이 있는데 말이야.”
조용히, 말을 꺼냈다.
“상담? 뭐야. 말해봐.”
발언을 재촉하는 내 귀에, 크리스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제안이 뛰어들었다.
“조금만 더…… 여기에…… 있을 수 없을까?”
그 말에, 나는 귀를 의심하며 되묻는다.
“그 말은 즉, 이 7월 28일에 좀 더 머물자……는 의미인가?”
크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28일에 집착하는 건 아니야. 29일이라도 30일이라도 좋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 시간에 머무르는 건 안 될……까?”
나를 살피는 듯한 크리스의 소리. 내게 『안 될까』하고 물어보는 크리스의 말.
나는 언제라도 이 질문에 대해, 『안 되는 건 아닌데』라며, 『안 될 것도 없는데』하고 그 의견을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안 되는 게 당연하지. 너조차도 알고 있잖아. 우리들이 이 시간에 머무는 위험성은 잴 수조차 없어. 불필요하게 머물러서, 섣불리 누군가의 주관을 바꿔버리면, 이상한 세계선에 도착해버릴지도 모른다고?”
내 정곡을 찌르는 이론. 그러나 크리스는, 왠지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이 시간에 있고 싶어. 지금의 내가, 조금만 더 오카베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크리스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말로 하지 않은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나』라고 말한 크리스의 말. 거기에, 흔들리는 뭔가가, 조금이지만 보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안 돼. 논외야. 너무 위험해.”
짧은 말을 거듭해 크리스의 소원을 퇴짜 놓았다.
그런 내 완고한 대답을 듣고, 크리스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그런가. 그러네……. 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딘가 자학적으로 들리는 속삭임. 마치, 자신의 부자연스러운 발언을 반성하는 듯한 음성. 그 소리가, 왠지 내 가슴에 작게 걸렸다.
나는 말없이 크리스를 본다.
그, 항상 냉정하고 논리정연하게 답을 향해 돌진하는, 마키세 크리스. 그런 그녀가 보이는, 너무나도 상황 판단을 어지른 소원. 그 의미를 상상해서──
“알았어, 돌아가자. 오카베, 수갑 꺼내.”
고개 숙인 얼굴을 들어 올린 크리스의 말에, 쌓아올려지던 사고가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자고 한 크리스. 수갑을 꺼내라고 하는 크리스. 그 말에, 나는 자신이 크리스의 소원을 부정한 일도 잊고, 물어 본다.
“……괜찮은 건가?”
“괜찮은 것도 괜찮지 않은 것도, 당신이 안 된다고 말했잖아?”
지당한 의견이었다.
『나는, 뭘 묻고 있는 거냐?』
스스로의 바보 같은 모습을, 못 견디겠다는 듯 머리를 긁는다. 그리고 크리스의 말에 따라 손을 주머니에 넣어 수갑을 끌어냈다.
금속 쇠사슬이 서로 부딪혀, 작은 소리를 울렸다.
그러자──
“어…… 어이, 크리스?”
내 손에 매달린 수갑을, 크리스가 재빨리 뺏어들었다. 그 행동이 의외였기 때문에, 나는 당황스런 소리를 낸다.
“뭘 하는 거냐. 수갑 정도는 스스로 채울 수 있어. 봐봐, 돌려 줘”
돌려주라며 크리스를 향해 내민 오른손.
다음 순간, 그 오른손목에 수갑이 걸렸다. 그리고 곧바로──
“어, 어이!?”
남은 한쪽이 크리스의 왼손에 걸렸다.
예상외의 전개에 눈을 크게 뜬다.
쇠사슬로 연결된, 나의 크리스의 손. 그것을 보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만 당황해서 곤혹해 할 뿐이다.
그런 내게 크리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걸로 좋아. 자, 가자.”
그리고 서 있기만 하는 나를 재촉하듯, 타임머신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이어진 나의 오른손과 함께, 크리스는 계속 걸어간다.
“이걸로 좋다니, 너…….”
나는 크리스에 끌려가며,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 내 말에──
“이게……좋아.”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의 소리는,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나는 따랐다.
평소와 다름없는 크리스의 말에.
평소와 다름없는 크리스의 등을.
저항할 리도 없이, 마치 충견처럼 따라 보조를 맞춘다.
그리고 다다른, 미래의 크리스가 만들어 낸 고뇌의 결정. 은빛으로 빛나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훌쭉한 기계.
해치를 열어, 그 안에 크리스가 들어갔다.
“자, 빨리 가자구, 오카베.”
내 몸도 끌려가 타임머신의 비좁은 공간 안에 들어간다.
왔을 때와는 달리, 서로 마주보는 듯이 해서, 나와 크리스의 두 명의 몸이 서로 꽉 눌러 밀착한다.
옷 너머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젖은 몸의 기분 좋은 서늘함을 느껴 허둥지둥하면서──
“왠지, 전보다 좁아지지 않았어?”
그런 말을 했다. 그것은, 실감에 의한 의문과, 아주 조금의 수줍음을 숨기기 위한 것.
“……기분탓. 이랬을 거야.”
그런 의문에 크리스는 대답하려 하지 않고, 재빨리 조작해 해치를 닫는다.
천천히, 바깥과의 소리가 단절되어 간다.
“……조용하군.”
정직한 감상. 그 말에 크리스가 익살맞은 소리를 했다.
“이상한 상상하지 마, BYEONTAE 오카베.”
그런 무례한 말에 『그렇다면, 내 양손에 수갑을 채우면 좋았을 것을……』하고 생각해, 시야에 보이는 크리스의 정수리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쓴 웃음을 띤다. 그리고──
“누른다구.”
나는, 현대로 돌아가기 위한 버튼에 손을 대고 크리스에게 귀환의 동의를 구했다. 그러자──
“내가…… 누르게 해 줘.”
크리스가 그런 신청을 했다. 왜인지 조금, 말이 막히고 있었다.
“그건 상관없지만……”
딱히 구애되는 일도 아닌데──하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부정하는 의미도 없어, 나는 버튼의 소유권을 크리스에게 양도했다.
“그럼, 맡겼다고, 조수여.”
크리스의 손이 버튼에 걸쳐져, 나는 지금부터 도착해야 할 세계선에 대해 생각한다.
크리스는, 우-파의 교체에 성공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도 크리스는 성공시켰다.
이걸로 모두 잘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렇게 했다고 해서 모두가 바르게 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건 크리스가 도출해 낸, 하나의 결과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믿는 것 외에는 없잖아.』
그런 것을 생각해, 나는 크리스의 머리를 위에서 내려 보며──
“……왜 그래?”
문득 깨달아, 말을 걸었다.
버튼에 손끝이 닿은 크리스. 그 몸이, 아까보다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왜, 누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어보는 나. 그 말에──
“오카베……. 만약에…… 말이야.”
크리스의 망설이는 듯한 소리가, 작게 울렸다.
“어쨌다는 거냐?”
나는, 짧게 묻는다. 그런 내 말에 되돌아 온 것은──
“만약…… 내가 보고 왔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조용하고 냉정하지만 미미하게 떨리는──그런 크리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 소리의 떨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지 못하고, 대답이 막혔다.
“………….”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말없이 크리스를 내려다본다. 그런 내 귀에,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듯한 크리스의 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카베가 나를 구하는 모습, 보고 왔어…….”
마치 짜내는 듯한 말. 그 의미를 읽어버려, 나는 ──
“보고…… 온 건가…….”
목소리에 곤혹이 배어버렸다.
“전부…… 보고 왔어.”
그것은, 또렷한 소리. 거기에 보이는 긴장된 감정에, 그것이 진실임을 의심할 수조차 없었다.
“당신이 찔리고 나서……. 아직 모자라다고, 상처를 벌려서……. 그런 상태인데, 내게 아팠지하고……, 미안하다고…… 안녕이라고…….”
그 모두를 보아 왔다고, 크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우-파의 교체에 성공한 후.
크리스는 상자를 가지고, 라디관의 그 장소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고 한다.
복도에 높이 쌓아 올린 짐더미. 그 가운데 몸을 숨겨, 가까이에서 β 오카베가 한 행동을, 그 기억에 새겨 왔다고──
그런 말을 하며, 크리스는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 엉망진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크리스의 몸이, 아까보다 더 내 몸에 꽉 눌린다.
내 가슴에, 얼굴을 강하게 묻고 크리스는 말한다.
“정말로, 바보네. 오카베는…….”
어딘가 나를 야유하는 듯한 소리. 나는 거기에 제대로 된 대답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미안해.”
나온 것은, 말을 흐리는 듯한 그런 소리였다.
“굉장히…… 무서웠어. 눈앞에서, 오카베가 죽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되어서……. 참지 못하고, 몇 번이나 상자에서 뛰쳐나올 뻔 했어.”
나는 말없이 크리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죽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무서웠어.”
크리스의 목소리에 섞인 떨림. 그것이 그 폭을 늘려간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내 손과 크리스의 손을 묶은 쇠사슬이, 미미한 떨림에 흔들려 작게 소리를 낸다.
“미안……. 부담 없이 주관을 알려달라고 해서……. 몇 번이라도 반복하라고 해서……. 나, 아무것도 모르는데, 당신에게 잘난 듯이, 말했어.”
마치,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은, 크리스의 마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내게로의 사과.
그 말을 들어, 입을 연다.
“딱히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나는 내 자신의 사정 때문에 그렇게 한 거야. 거기에 너의 의사 같은 건, 관계없어.”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렇게 고한 내 말에, 크리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관계없을 리……없잖아.”
크리스의 눈에서 흘러넘친 무언가가, 내 가슴에 스며들어 가는──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좀 더 말하고 싶은 말이 가득 있어. 당신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무서울 정도로 많이 있어.”
눈에 비치는 크리스의 머리가, 억누를 수 없게 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떨린다.
“지금의 마음이…… 이 마음이…… 중요해……. 봐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게 있는 기억이, 정말 소중해서…….”
전해져 오는 감정에, 그 떨림에, 나는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다만 몸을 맡길 뿐이다.
“그렇지만, 잊어버리는 거지? 나, 이 버튼을 눌러버리면, 전부…….”
크리스의 목소리를 흔드는 무언가. 그것이 점차 폭을 늘려가, 팔에, 몸에 그 파문을 넓혀간다. 그리고──
“전부 잊는다니…… 싫어. 그런 거…… 너무 심하잖아…….”
한층 크게, 크리스의 마음이 떨린 것 같았다.
“잊고 싶지 않은데……잊어서는 안 되는데…….”
목이 메는 크리스.
“미안…… 분명 나, 잊어버려……. 분명 나…… 당신이 해 준 일…… 전부 잊는다고 생각해…….”
크리스의 떨림이, 내 몸에 스며들어 오기 시작한다.
이 정도로까지 감정을 눌러 참으려는 크리스를, 나는 본 적 없었다.
『뭔가…… 뭔가 말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다.
뭐든지 좋으니까, 뭔가를 말로 해서 크리스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도──
“………….”
내게는 크리스에게 걸 말이 없었다. 당연했다.
『전부…… 크리스가 말하는 대로……다…….』
버튼을 누르면, 크리스의 기억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전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 되어, 지금의 크리스가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마음 전부가, 마치 꿈처럼 사라진다.
여태까지, 줄곧 그랬다. 그러니까 분명, 앞으로도 줄곧 그런 거겠지. 그건 벌써, 정해진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데도 나는, 크리스에게 뭔가, 말을 걸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하고 싶었다.
언제나 나를 격려해 준 크리스. 고개 숙인 내게,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언제라도 내가 힘을 내게 해 준, 크리스.
그런 그녀가 이렇게까지 떨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크리스를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될 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터다.
그러니까, 크리스에게 걸 말을 찾아,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잊어도, 전부 없어지는 건 아니야──
잊어도 분명, 생각해 낼 수 있어──
반드시 내가 생각나게 할게──
여러 싸구려 대사가, 머릿속을 흘러 사라진다. 서투른 사고가, 머릿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렇게 잘 될 리 없다. 그렇게 형편 좋게, 될 리 없다.
크리스의 입에서 부정적인 말을 꺼낼 수도 있는, 그런 쓰레기 같은 말만 떠오른다.
뭔가 말하고 싶었다. 크리스를 위해. 지금 눈앞에서 어깨를 떨고 있는 한 소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격려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어쩔 도리 없이, 답답하다. 이런 때조차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는 자신이 매우 비참하게 생각되었다.
『이런 때, 크리스라면 분명, 제대로 된 말을 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자신의 부족함을 덮기 위해 크리스를 끌어다 쓰는 것뿐임을 알아차려──그것이 또 한심하기 그지없어, 어쩔 도리 없이 화가 났다.
그리고 내 입에서 짧은 대사가 내뱉어졌다.
“그러면……조금만 더 머물까?”
그 말의 너무나도 심한 잔혹함에, 소용돌이치던 자기혐오가 격하게 날아오른다.
『나는……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그녀를 향한, 임시방편일 뿐인 경솔한 한마디에 당황한다. 스스로가 토해낸 잔혹한 말에, 몸이 얼었다.
『좀 더 머문다고? 머물러서 어쩌자고? 아주 조금 결론을 늦춘다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끝에 다다르는 결론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
조금 연장한다고 해서, 그걸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은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하루나 이틀 정도라면, 별 문제도…….”
마음대로 말하기 시작하는 입을,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여기에서 체제 시간을 연장시켰다 해도, 그걸로 끝내 도착하는 결과에 적극적인 요인이 부가될 가능성 따위, 털끝만큼도 없다.
결국 마지막에는, 크리스는 전부 잊어버린다. 내게는, 그 사실을 바꿀만한 힘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런 일은, 싫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해는, 나뿐만이 아니라 크리스 자신도 같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크리스를 만류하는 것 같은 말을 하는 것 따위, 용서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는데, 마치 크리스의 생각에 매달리려는, 나의 그런 말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조금 전 말은, 취소할게. 곧바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 나도, 조금만 더, 이대로…….”
그러자──
크리스의 외로움으로 가득 찬 소리가, 내 미련을 끊듯이 들려왔다.
“안된다고, 오카베. 그렇게 하면 분명,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이 시간에서 멀어질 수 없게 돼. 스스로도, 그렇게 되는 걸 알아.”
──그 정도로, 지금의 나는──
크리스가 뭔가를 말하는 도중에 멈췄다.
“있잖아 오카베. 나는 있지……. 상자에 숨은 채로, 줄곧 생각했어. 무섭고 좁고 더웠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결론짓고 앞으로 나아가는지, 줄곧 생각해……. 그래서 대답을 내고, 여기에 왔어.”
나는 크리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언제나처럼 잡아내지 못했다. 크리스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마음을, 이론으로 뒤엎는데, 무섭게 시간이 걸렸어. 필사적이었어. 물까지 끼얹었던 거야, 이 내가. 그런데도,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서…… 쓸데없는 말을 했네. 미안.”
사과 할 필요 같은 건 없어! 쓸데없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건, 어렵네. ……그러니까, 오카베.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필사적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울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듣고 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의 뺨을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얼굴을 쭈글쭈글 일그러뜨리고 코를 훌쩍이는 자신의 모습. 그런,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보기 흉한 모습을, 거기에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눈물이, 무엇을 생각한 건지, 그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잊어버리는 크리스를 생각해서인지, 잊혀져버리는 자신을 생각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거야…….』
그런 후회가 남는 감정에 어금니를 깨무는 것에 대해서인지, 어떻게 해도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채 억누르지 못한 감정에 흔들린다.
“……미……미안……해.”
겨우, 짧은 말을 쥐어 짜냈다.
“사과하지 마…… 바보.”
작은 상냥함이 실린 크리스의 소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내 머리에 부딪혀 울렸다.
견디지 못하고, 수갑이 걸리지 않은 한 손을 돌려, 크리스의 몸을 강하게 껴안는다.
거기에 답하듯, 크리스의 손이 버튼에서 떨어져, 내 등에 상냥하게 닿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크리스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말없이, 조용하게 서로의 고동을 서로가 듣는──그런 광경. 비좁고 답답한 타임머신 안에서, 불필요한 소리가 모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긋한 시간이, 지난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이윽고,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누를게.”
그것은, 뭔가를 깨끗이 버리는 것 같은, 짧은 말.
얼굴을 올려 나를 올려다보는 크리스의 눈동자.
그 눈에는 이제,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나도, 솟구칠 듯한, 한심한 흔적을 눌러 참아, 입을 연다.
“……괜찮은 건가?”
짧은 말을 쥐어짜내자, 크리스는 작게 웃어 보였다.
“그걸 물어버리는 게, 오카베답네.”
“그건……칭찬하는 거냐?”
“그럴 리 있겠어. 헐뜯는 게, 당연하잖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크리스에 지지 않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런 내게, 크리스는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냉정한 소리로 말한다.
“……교환 조건이 있어.”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되묻는다.
“교환 조건……?”
“그래, 교환조건. 돌아가서, 만약…… 당신도, 마유리도, 나도 무사하면…….”
“……그래.”
“전부……. 과거에 있었던 일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도…… 전부, 내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당신의 주관도…… 당신으로부터 본 내 주관도…… 전부 가르쳐 줬으면 해.”
멈출 듯 멈출 듯이 전해진, 크리스의 소원. 내게는 그 소원을 부정하는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러니까 짧게, 알았다고 답한다.
“……길다고.”
“좋아. 말로도, 글로도, 뭐든지 좋아. 전부, 내게 가르쳐줬으면 해.”
“……좋겠지. 약속할게.”
내 대답을 들은 크리스가 보인 아름다운 미소 진 얼굴이, 선명하고 강렬한 기억이 되어 내 뇌리에 남는다.
“절대로야?”
“그래. 이 오카베 린타로, 두 말 하지 않아.”
나는 의사를 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그 이상 없을 정도로, 수긍한다.
“그런가. 매드도 호오인도 아니네. ……그렇다면, 신용해 줄게.”
“그건 기쁜데.”
크리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도 작게 미소를 띄워 보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교환조건이라고 한 이상, 뭔가 내게 메리트가 있어도 좋을 테지만──
하는 두서없는 일을 생각──하지만, 더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크리스가, 알려달라고 하고 있어. 그 만큼으로, 충분해.』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오카베…… 약속, 절대로 지켜.”
“물론이야.”
내 수긍을 확인하고, 크리스는 말을 이었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면, 나도 당신에게 알려 줄 테니까.”
“알려 줘?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교환조건이라고. 그러니까, 당신이 약속을 지키면, 나도 지킬게. 어떻게 우-파를 회수했는지, 그 답을 알려 줄게.”
그런 크리스의 말에 무심코 『정말, 배율 좋지 않은 교환 조건이군』하고 생각한다.
크리스가 말한 교환 조건이라는 말. 그러나 그것은 분명, 지키지 못할 약속. 그것은 분명, 내게 찾아올 리 없는, 『아직』.
크리스조차, 그 일은 알고 있을 터인데──
『하지만, 상관없어. 더 이상, 뭘 바라는 거냐?』
밀착한 크리스의 몸.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체온을 수반한 감각. 그리고 나를 향한, 강하고 상냥한 그 마음.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거야 기다려지네.”
그렇게 말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내게 크리스가 말한다.
“믿어.”
마치 내 심정을 읽어낸 것 같은 크리스의 말. 내가 당황해서 말문이 막혀 있자──
“나는 천재지? 나는 상냥하지?”
크리스는 만면의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다면…… 나를 믿어, 오카베. 절대로 약속하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 들은 말. 그것을 크리스는 한 번만 더 말해──
“자―, 돌아가자.”
약간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내 손에 크리스의 손이 겹쳐, 우리들을 이은 수갑이, 챠르르 하고 소리를 울렸다.
나는 말한다.
“우리들의 미래에──같은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으려나?”
크리스가 말한다.
“너무 구려. BYEONTAE 오카베가 대단한 듯하네.”
평소와 다름없는 별 뜻 없는 대화를 나누며, 수갑으로 연결된 손을 모아 두 명의 마음을 서로 거듭해──
그리고 두 손이, 버튼을 누른다.
분명,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모두가 잘 되는 세계선임을 믿어, 나는 크리스의 고동을, 계속해서 느낀다.
너무나 충분한, 교환 조건. 그것을 품에 안고, 나와 크리스는 7월 28일이라고 하는 날에, 천천히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