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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2화



왼손에 들린 비닐봉투가, 걸음에 맞춰 천천히 흔들린다.

대충 쇼핑을 끝내, 늘 가는 마트에서 돌아가는 길. 조금씩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경치 안을 한가롭게 나아간다. 그런 내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라디관 앞에서 골치를 앓고 있던 작은 위화감에 대한 가슴 답답한 생각이, 다시 연기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어딘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데.』

라디관 앞 횡단보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나쳐 왔던 거리인데, 오늘에 한해 문득 생각이 미친 기묘한 감각. 그 정체를 모색하면서 추궁해보면, 그로부터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또, 그 날……이라니.』

7월 28일.

그것은, 여러 사건의 발단이 된 하루이며, 동시에 모두 해결 보았던 하루. 크리스와 만나, 그녀를 잃고 다시 되찾아, 그리고 또다시 나 자신도 구해진, 그 하루.
그 후로 벌써, 두 계절이나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느덧 나도 그 분주했던 격동의 나날을, 어딘가 객관적인 눈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도중에, 오늘, 갑작스럽게 닥친 끓어 오른 위화감. 어딘가 지내기 불편한, 어딘가 끝맺음이 좋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거북한 감정.

『못살겠군. 언제 어디까지 따라다니는 거야.』

잊었다고 생각했을 무렵에 나타난다. 마치 천재지변과 같은 재등장을 반복하는 그 복잡한 하루. 그것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는 일 없이, 사고를 반복한다.

『나는 대체, 그 때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조금 전부터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언젠가의 순간이었다.
라디관의 그 장소에서,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던 크리스. 그 현장을 본 내가, 상황 보고로 다루에게 보낸 한 통의 메일. 그리고 일어난, 최초의 세계선 이동.

『그 때는, 꽤나 당황했었지.』

주위의 인간이 일제히 자취를 감춘 사건에,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성대하게 당황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금세기 최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마술도 트릭을 들춰 보면 별것도 아니다.

『인공위성의 낙하. 그리고 아키하바라 일대에 ​피​난​명​령​…​…​인​가​.​』​

오가는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인간이 자취를 감춘 이유. 그것은, 세계선의 이동에 의한 역사의 재구축이 이끌어 낸 결과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가 들으면, 완전히 의미 불명한 꿈같은 이야기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몇 번이고 세계선 이동을 겪어온 내게 있어, 그것은 정말 알기 쉬운 이치 위에 쌓여진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현상에 대해 이렇다 할 의문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는데──

『어째서 지금에 와서, 그런 일이 신경 쓰이는 거야…….』

내 안의 작은 의문.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세계선이 이동하는 사이의, 내가 놓여 있던 상황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뛰어 넘은, 다이버젠스 1%의 벽. 크리스를 잃는 β세계선으로부터, 마유리를 잃는 α세계선으로의 최초의 이동.

그 순간에 본 광경. 그 순간에 놓여 있던 상황을 생각해 낸다.

약간의 현기증 뒤에 밀어닥친, 새로운 세계. 바로 전까지 아키하바라를 활보하고 있던 수많은 인간이 사라지고 그 대신 나타난 인적 없는 거리. 그리고──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서, 라디관을 뒤로 하고 휴대폰을 한 손에 들어…….』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세계선이 이동한 순간에, 예고 없이 던져진 새로운 역사. 그 안에 있어야 할, 그때까지 자신이 취하고 있었을 행동. 그런 자신이 모르는 일에 대해 상상한다.


──추락한 것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오카린이 “마침내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구나~”라고 말해서, 둘이서 보러 왔던 거야──


이건, 어딘가의 세계선에서 들은 마유리의 말.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공위성의 낙하라는 센세이셔널한 사건을 우연히 들은 나는, 가장 먼저 중2병이 발병해, 씩씩대면서 구경꾼 근성을 펼쳐 현장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나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렇다면 왜, 길 한가운데에서 라디관을 등지고 있었다는 거지?』

그런 별 뜻 없는 의심이 머리를 스쳐간다.

세계선을 뛰어넘은 직후, 가장 먼저 내 시야에 뛰어 들어온 것은, 예의 인공위성이 아니라, 인적 없는 아키하바라였다.

『즉…… 나는 그 때, 라디관을 보고 있던 게 아니야.』

그리고, 세계선을 뛰어 넘은 내 손에 줄곧 잡혀 있던 휴대폰.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미간을 찡그린다.

『목적인 인공위성을 등 돌린 채로, 전화를 들고 뭘 하고 있었단 거지?』

몇 개인가 짐작이 가는 이유는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에도, 왠지 납득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머릿속 한 구석을 빠져나가는, 작은 위화감. 마치 보푸라기로 싸여있는 듯한,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압박감.

그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그러나 세계선 이동과 함께 덧씌워져 사라진 기억에, 내 사고가 불안정하게 맴돈다.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까지 마음에 걸리는 거야?』

무엇보다도, 언제까지고 이런 사소한 걸림돌에 계속 발이 묶여 있는 자신이, 좀 믿기지 않았다.

결국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작은 위화감을 쫓는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가?

“……후우. 조금 지친 걸까?”

발을 멈추고 한숨과 함께 작게 내뱉는다.

『지나친 생각……이야.』

이것은, 의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소한 일이다. 분명 그런 것에, 의미 같은 건 없겠지. 단순한 기우다. 지나친 생각이나 그 비슷한 뭔가 겠지──하고 자신을 타이른다.

『나로서도, 실로 시시하기 짝이 없군. 어차피, 인공위성을 다 보고 나서 돌아가는 중이었거나……그런 거겠지. 아니면 혹시,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유리를 찾아, 전화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려 하고 있었을 지도 몰라.』

단순히 그 정도의 일일 것이라고 억지로 생각을 고정한다. 그리고──

『이런 바보 같은 망상을 크리스에게 들려주면, 시시하다든가 사소하다든가 하는 소리를 듣고, 콧방귀를 뀌며 끝나겠지.』


역시, 크리스에게 상담하는 것은 그만 두자──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야기 했다 쳐도, 기껏해야 평소의 중2병 취급을 받고 끝날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상한 일을 말해버려서, 불필요한 걱정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나나 크리스나 마유리, 그리고 다루. 그리고 다른 랩 멤의 일상은 매우 밝다. 그렇다면 시시한 망상을 끌어 들여, 그런 쾌적하기 그지없는 랩 멤들의 생활에 찬물을 끼얹는 일 같은 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니까, 크리스에게는 이따 사과하도록 하자. 그렇게 결정해, 한 번 멈췄던 다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겨울 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랩으로 나아간다. 백의 위에 재킷을 걸쳐 입었음에도 으스스한 추위를 느껴, 옷 안에서 닭살이 돋는다. 그것은, 옷 틈으로 파고드는 냉기에 의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뭔가가 달라…….』

어딘가 막연한 의심에 의한 것인지는, 내게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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