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6화
“있지 오카베. 당신이 느낀 위화감이란 건, 근거가 없는 거지?”
사무용 의자에 앉은 크리스가, 어딘지 거북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뭐어…… 그렇지만.”
나는 애매한 대답을 돌려주면서, 왠지 모르게 납득 가지 않는 것을 느끼며 크리스의 모습을 엿본다.
바로 방금 전까지, 내게 “속았다”든가 “가지고 놀아졌다”라든가 하는 소리를 해, 토라져서 회전하고 있었던 크리스.
의자에 깊이 앉아 꼰 다리 위에 팔꿈치를 더해, 입가에 가볍게 손을 댄다. 손발의 배치를 조금 바꾸면, 훌륭할 정도로 로댕과 닮았다. 그런 크리스를 앞에 두고, 나는 상상과는 꽤나 동떨어진 전개에 많이 당황한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몰입하고 있는데…….』
크리스에게 알아듣기 쉽게 알려준, 거리에서 느낀 위화감. 그 내용은, 본래라면 이야기 하는 것조차 망설일 것 같은, 소심자 전개의 농담일 것이다. 그렇다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상상 이상이라고 하면 듣기엔 좋다. 실제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의 나로서도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들어 줘』하고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한 바보 같은 망상에, 이 정도로까지 생각에 빠져든 천재 소녀. 그런 반응을 눈앞에 두자, 그 광경에는 『상상 이상』은 커녕, 전개 자체에 막연한 모순조차 느껴버린다.
『내 이야기의 어디에, 이렇게까지 크리스가 빠져들 요소가 있어?』
말없는 크리스를 보며, 머릿속에서 의문을 세운다.
먼저 거론된 크리스의 질문. 내가 말한 위화감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듯한 크리스의 질문.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하다. 즉 그것은, 내 안에 흔들리고 있던 예의 위화감에, 명확한 출발점이 없다는 일과 다름없다. 그리고 중요한 근거 대신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 막연한 불신감과, 그것을 씻어낼 수 없는 들어맞지 않는 모순이었다.
『그렇다는데…… 어째서야?』
본래라면, 그런 발 디딜 곳도 없는 화제에, 이론 너무 좋아 천재 소녀가 깊이 빠질 일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그런 나의 상식을 뒤엎는다.
『이해할 수 없어…….』
마음속에서 중얼거린다. 그런 내 귀에, 크리스의 혼잣말이 날아들었다.
“근거가 없다……인가. 그렇다고 하면, 내 가설은 역시 올바른 걸지도…….”
조금 신경 쓰이는 단어를 찾아내, 나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가설? 무슨 소리야?”
크리스가 입가에서 손끝을 떼어놓아, 모작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해제해 내게 시선을 향한다.
“전에 이야기 했지? 당신의 리딩 슈타이너에 가설이 있다고.”
갑작스레 끓어 닥친 엉뚱하기 짝이 없는 발언에, 몹시 놀라 당황해버렸다.
“리딩 슈타이너에 가설이라고? 아니 조수여, 무슨 이해 못할 소리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야. 당신도, 『재미있군』이라든지 『기다리고 있을게』라든지 말하고 있었잖아. 설마 잊어버린 거야, 오카베?”
그런 크리스의 발언에, 문득 생각이 미친다. 그래 그것은 확실히──
『커피의 설탕이 어떻든지 해서,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애매한 기억을 뒤져보면, 확실히 전에, 나는 크리스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크리스의 말을 전부 믿지는 못하고, 『또 터무니없는 소릴』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당연하잖아. 세계선을 이동해도, 기억을 계속 유지하는 능력 『리딩 슈타이너』. 이 세계에서, 나를 단 한 사람의 『관측자』로 존재시켰던 것은, 틀림없이 이 힘의 덕. 그리고, 신의 변덕과도 같은 세계선의 의사에 집어 삼켜진 두 소녀를, 이 내가 구해내 왔던 것도 이 힘의 덕인 것이다.
즉, 내게 있어서 『리딩 슈타이너』란,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은 세계선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그런 것에 가설이라고? 아무리 크리스라고 해도, 그것은…….』
“믿으라고 하자, 당신 수긍했잖아?”
마치 내 생각을 읽어낸 듯한 타이밍으로, 크리스가 내 사고를 멎게 했다.
“그……그랬던가?”
“그랬어. 오카베, 건망증 너무 심하고. 치매?”
“치매겠냐! 그렇달까, 이 내게 머물고 있는 저주받은 힘 『리딩 슈타이너』에, 혹시라도 가설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네 녀석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냐?”
일부러 소리를 질러, 크리스를 한참 모자라다며 내려다본다.
“하? 누구의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당신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나일 텐데, 크리스의 말은 굉장히 상전자세였다.
“윽…….”
나는 신음소리를 내, 입을 다문다. 그런 내 모습에, 크리스는 “흐흥”하고 우쭐거리는 것처럼 코를 울려, 자랑스럽게 말한다.
“뭐, 좋아. 당신의 이야기로, 애매모호했던 내 가설에 토대가 생긴 만큼, 그 일에 관해서는 고마워하지 않으면. 그리고, 어떻게 할 거야 오카베? 듣고 싶어?”
“크윽!”
뭘까. 대단한 기세로, 깔봐지고 있는 것 같다.
“오카베가 무슨 일이 있어도 라고 한다면, 가르쳐주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당황하고만 있는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크리스의 말. 그렇다면 그에 응수해, 나도 전력으로 가슴을 펴, 양 팔을 쭉 뻗어 백의를 펄럭이게 한다.
“크……크후후후후. 이 신과도 동등한 능력에 대해, BYEONTAE 과학자 녀석이 강의를 해보시겠다고? 재미있군. 부디 들려주길 바라지 않겠는가!”
“BYEONTAE는 필요 없잖아!”
크리스는 익숙한 딴죽을 걸고, 한차례 쉬듯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다리를 바꿔 꼬았다. 날씬하게 뻗은 다리 움직임이 매혹적이라, 무심코 못밖힐 듯이 되는 시선을 겨우 돌려, 크리스의 말을 기다린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크리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카베. 우선 최초로 이해해야 할 것은, 당신이 관측자로서 완전하지 않다는 일이야.”
역시 상전 자세인 크리스의 말에,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따라 되묻는다.
“내가 관측자로서 완전하지 않다고?”
“어. 리딩 슈타이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기록한다』같은, 신과도 같은 힘 같은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의 능력 범주 내에 있어. 그럴 거야.”
너무 무례한 크리스의 말에,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지른다.
“어처구니가 없군! 실제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나를 앞에 두고, 즉시 이론을 파탄시키는 거냐? 어리석어. 그러니까 네 녀석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조수인 거다!”
“조수가 아니야! 그 이전에, 조수였던 적도 없었어!”
나의 정당한 지적에, 크리스는 한 번 소리를 지르고, 평정을 되찾은 듯이 말을 이었다.
“좋아, 오카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야.”
“장황하군! 내가 모든 세계선에서의 경험을 잊을 수 없는 것을, 설마 지금에 와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그럼, 당신이 신경 쓰고 있던, 『세계선이 이동할 때까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라는 녀석. 설명해 봐.”
갑작스럽게 추궁당해 말문이 막힌다. 크리스가 내게 향한 요구한 희망. 나는 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라디관에 등을 돌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당신은 그때까지 뭘 하고 있었어?”
“그……그건…….”
“어때? 설명할 수 없지?”
마치 우쭐거리는 듯한, 논파주 소녀. 그 황홀한 표정에, 뭔가 조금 화가 난다. 듣고만 있을 뿐인 상황에, 어딘가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입을 연다.
“그, 그건 말이다. 분명, 동행하고 있어야 할 마유리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려고──”
어떻게든 한 번은 받아 쳐 주려고, 억지로 토해낸 나의 말. 그러나 크리스는 조용히 머리를 흔든다.
“가정이네. 그건 『그렇게 가정할 수도 있다』라고 할 뿐이야.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오늘, 라디관 앞에서 줄곧 고민하고 있었어. 그렇지?”
그런 크리스의 발언에, 당연하게도 반론하는 일은 불가능 했다.
“어째서 대답할 수 없는 건가. 오카베, 알겠지?”
이번에는 마치, 나를 설득하는 듯한 소리로 크리스가 말한다.
“뭘…… 말하고 싶어?”
나는, 얼굴을 찡그려 되묻는다.
“그러니까 있지 오카베. 당신도, 제대로 잊는 거야. 당신은 세계선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선에서의 과거를 잊고 있어. 그와는 반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아야 할, 전의 세계선에서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어. 그렇지?”
나는,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계선 안에서, 당신에게만 이상이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어. 당신도, 우리들처럼, 제대로 잊고 있어. 다만, 잊어버리는 부분이 조금 다를 뿐이야. 그러니까, 나도 당신도, 굉장한 차이는 없는 거야.”
크리스는 말한다.
내가 알기 쉽게 들려준,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끓어 오른 위화감. 그것이야말로 , 내 안에서 사라져버린 과거의 기억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밖에 가질 수 없어야 할 기억. 그것이 갑자기 현실과 겹쳐지는 순간, 이 세계의 누구나가 위화감을 느낀다. 그리고, 단 홀로, 그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지 않던 나조차도, 실제로는 그 범주에 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실제로 말이야. 나라도, 갑자기 이상한 위화감이라고 할까 데자뷰……같은 것에 습격당하는 일은 있어. 특히, 그 여름 이후에, 굉장히 많이. 그건 나뿐만이 아니야. 마유리도 하시다도, 같은 소리를 전에 했었어.”
“그…… 그런 건가?”
“어. 아무튼 그런 게 전부, 다른 세계선에서의 경험과 관계하고 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것을 느끼는 순간은 있어. 예를 들어 최근이라고 하면…….”
크리스는 한 순간 골똘히 생각하다, 뭔가를 생각해 낸 것처럼, 손을 짝하고 쳐댔다.
“아아, 그래그래. 이전에, 마유리와 함께 랩의 샤워실을 썼는데, 왠지 두 명이서 『오카베가 보고 있어!』하고 생각해서, 의미 없이 떠든 적이 있었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저것도…….”
그때까지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던 크리스의 입이,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췄다. 거기에 맞춰 내 눈이 이리저리 춤춘다. 그리고 랩 안에 퍼지는, 끝없는 침묵.
“오카베. 좀 묻고 싶은 일이 있어.”
“기분 탓이다. 그건 기시감이다.”
즉답했다.
“기다려, 어딜 가 오카베. 거기에 앉아.”
“허나 거절한다.”
한번 더, 즉답했다.
“됐으니까 앉・아.”
그 손에 들린 두꺼운 책을 보고, 내 얼굴에서 식은땀이 분출한다.
“서……섣불리 행동하지마라, 조수여. 무슨 일에도 불가항력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역시, 봤었네.”
크리스의 손이, 높이 올라간다.
“…………네.”
나는 그 자리에 정좌의 자세로 앉아 눈을 감는다. 그리고, 곧 방문할 충격에 대비해 이를 악문다. 하지만──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충격은 방문하지 않고. 나는 살그머니 눈을 뜬다. 그러자 거기에 보이는 것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그러나 치켜든 손을 어느새 인가 가슴팍에서 떨고 있는 크리스의 모습. 나는 조심조심, 물어본다.
“그래서, 철퇴는 아닌 건가?”
“그 판단은…… 다음에 마유리에게 맡길래. 나는…… 딱히 괜찮고…….”
“무슨 바람이 분 거냐?”
의아스러운 눈동자로 크리스를 보자, 왜인지 외면해버렸다. 내게 등을 돌린 크리스는, 소곤소곤하고 목소리를 냈다.
“뭐든지 괜찮잖아. 그보다도…… 지금은 이야기의 계속이 먼저야. 아직, 전부 이야기 하지 않았으니까.”
손에 든 책을 부들부들 시키면서, 뭔가 갈등하는 듯한 크리스의 등에 물어본다.
“아직 남아 있는 건가?”
“남아 있어……. 오카베가 어째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잊는 건가 라든지, 그 이유가 뭔가 라든지…….”
“그…… 그런가.”
왠지 모르게, 그 내용이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추궁하는 말은 삼켜, 지장 없는 선대답을 돌려준다. 그러자, 크리스는 등을 향한 채로, 힐끔 하고 내게 시선을 보냈다.
“거기에……. 할 수 있으면 가설뿐이 아니라, 입증도 하고 싶고…….”
또다시 날아든, 크리스가 말한 비약적인 선언에, 질리지도 않고 당황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할 수 있어. 그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면…… 벌써 가지고 있으니까.”
크리스의 말에, 이상한 확신을 느낀다. 내 직감을 믿는다면, 크리스는 정말로 내 능력을 입증하는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되지만──
“뇌를 해부해서 분석이라든지라면, 전력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바라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공포를 느껴, 사전에 보신 제안을 던져 두었다.
“그럴 리 있겠어.”
크리스가 짧게, 내 몸의 안전을 보장했다.
“그래서…… 오카베. 이야기를 계속해도…… 좋아?”
그런 조수의 제의에, 나는 정좌를 풀어 가볍게 수긍한다.
“아아, 좋아.”
“그럼, 여기에서는 이상한 방해라든지, 하지 마?”
“알았다 알았어. 제대로 들을게. 하지만…… 그 전에, 한 마디만 해두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한 순간 주저하지만, 그러나 역시 마음은 전하지 않으면 하고 생각해 각오한다.
혹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가슴에 안으며, 과감히 그 광경을 생각해 내, 그 감상을 입에 댔다.
“……뭔데?”
뜻을 결정해, 나는 천천히 크리스에게 전했다.
“저기, 뭐냐. 그 나름대로, 일단…… 매력적이었다구.”
그 결과, 내 머리 위를 목표로 해 내려쳐지고 있는 크리스가 잡은 책의 움직임을, 자신의 눈에 새기는 일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