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8화
“체념이 나쁘지 않은가, 크리스티나여. 응?”
가능한 낮게 쥐어짠 소리로, 신음을 내지른다. 시선의 끝에는, 백의를 입은 크리스의 모습. 나는 연구실 안을 천천히 이동하며, 가녀린 신체의 천재 소녀를 점점 방 한 구석으로 몰아간다.
“슬슬, 단념해야 되지 않겠어? 응응?”
입에 댄 것은,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해 온 항복권고. 조금이라도 박력이 붙었으면 하고 안면에 불건전한 미소를 띠워 팔을 크리스에게 쑥 내밀어, 양 손의 손가락을 꿈틀꿈틀하며 와들와들 떨리게 한다. 그러나──
“허나 거절한다.”
붙였던 박력이, 시원스럽게 잡혀 떨어져버렸다.
지금까지처럼, 크리스에게는 내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세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 그 의사를 몸으로 나타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양 팔을 가녀린 신체에 둘러 지금까지 이상의 방어 자세를 구축한다.
『므으, 어디까지나 고집 있는 조수야…….』
가슴 속에서 내뱉듯이 중얼거린다. 그러자 그때까지 사태를 방관해 온 외야로부터 야유가 날아왔다.
“그것보다 오카린. 그 음란한 손 움직임, 향후 R-18 전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지만여.”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콧김이 난폭해지는 다루.
“거기! 이상한 상상 하지맛!”
재깍 들려오는 크리스의 노성. 그것을 들어,
“봐봐 다루군~, 화나버렸어~. 엣찌한 일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다루의 옆에 툭하니 앉아 있던 마유리가, 크리스의 질책을 받아 추욱 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아, 마유리에겐 말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BYEONTAE 1호기에게 말했을 뿐이니까!”
당황해서 튀어나오는 크리스의 보충. 그 말에 “그런가~. 다행이에요~”하고 마유리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다루와 마유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렇다면 나는 BYEONTAE 2호기냐?”하고 정색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미소를 띠워, 크리스를 정면에서 붙잡는다.
“크후후후후, 조수여―. 네 녀석에게 남 걱정하고 있을 여유 같은 게 있는 걸까나?”
내 말에, 크리스가 두 눈을 슥하니 가늘게 뜬다.
“무슨 말이 하시고 싶은 걸까……?”
“네 녀석은 다루의 상상을 너무 경시하는 게 아닌지, 하고 말하는 거다”
“……의미를 모르겠네.”
“이해력 나쁜 녀석. 이 몸이 진지해지면, 연약한 갑칠이 같은 건, 힘으로 어떻게든 된다는 것이다. 이제, 이렇~고 저러~한, 크후후후―”
이왕 할 바에야, 입맛도 다셔 줄까──같은 것을 생각하며, 마치 탐관오리 같은 대사를 마구 떠든다. 그런 내 모습에, 마유리가 기쁜 듯한 얼굴을 손뼉을 쳤다.
“신 캐릭터야~. 나쁜 오카린이야~. 크리스 쨩, 괜찮을까나~?”
“가라―! 오카리―――인!”
“크후―하하하하하!”
마유리의 걱정과 다루의 지지를 받아, 나는 성대하게 양 손을 내세우며, 위협의 태세를 취한다. 하지만──
“허세 ㅅㄱ. 온실 속 화초 오카베에게만은 힘이 달려서 질 생각이 들지 않아.”
“윽!?”
너무하다면 너무한 말에, 무심코 다음 말이 나오지 않게 된다. 세간에 유명한 천재소녀의 악담을 앞에 두고, 종이인형 악한 오카베는 풍전등화처럼 크게 흔들린다. 무엇보다도, 최초부터 불같은 건 붙어 있지 않았지만.
『조수 주제에, 이 무슨 건방진…….』
하고 조바심과도 같은 감정을 미미하게 느끼면서도, 솔직히, 나로서도 크리스를 상대로 진심으로 한 번 싸워보자 같은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본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득해서 이러쿵저러쿵 되는 상대로는 생각되지 않고…….』
지금까지 완고하게, 내 요구를 계속 거절해 온 크리스. 그 상태로 무엇을 어떻게 설득하면, 이 현상이 호전되는 건지? 정말이지, 그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파츠는 지금, 둘 다 모두 크리스의 수중. 이대로 돌려줄 리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가 백의 안에 숨기고 있는 2개의 작은 상자. 그 존재의 탈취에 머리를 짜낸다. 그런 내 귀에, 크리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카베와 거친 행위는, 물과 기름. 결코 서로 섞이는 일이 없어. 이건 자연의 섭리야.”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크리스의 말에, 드러내지 않아야 할 무기력이 짐작된 것처럼 느껴, 거기에 보인 날카로운 안광에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나고 만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그……그렇게 말하는 네 녀석도, 거친 행위 같은 거에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분해하면서, 그런 저항을 시도한다.
“그럴지도. 그렇지만, 나와 오카베의 차이는 분명. 그건 힘이 아니라, 정신적인 우위성. 결과, 오카베는 내게 이길 수 없어, 절대로”
“어~그러니까아~, 즉 무슨 말일까요오~?”
크리스의 발언을 그다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마유리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즉, 이런 거야. 좋아, 마유리. 잘 보고 있어.”
크리스는 마유리에게 서론을 하자, 그대로 나를 향해 돌아서서──
“오카벳!!!”
“우후호오!?”
무서운 기세로 노려보아져,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기세가 지나쳐서 다리가 뒤얽혀, 마루에 쿵하고 주저앉는다. 조금 무서웠다.
“알았어, 마유리? 이게 정신적인 우위성이라는 거야.”
어딘가 우쭐거리는 얼굴로, 크리스는 마유리에게 다시 향한다.
“오오~! 대단해요 크리스 쨩. 손대지 않고 오카린을 쓰러뜨렸어~! 마치 에스퍼같아~.”
양 손을 높이 올려, 들뜬 듯한 소리를 내는 마유리.
“오……오카린…… 한심함여…….”
어딘가 낙담에 잠긴, 오른팔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마루의 차가운 감촉을 손바닥에 느끼면서 소리를 지른다.
“젠장, 나폭한 조수 놈이! 최소한! 최소한 다른 한 쪽은 두고 가는 게 도리라고 하는 거겠지!”
수치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나의 의견. 하지만 크리스는 상대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러면 기억 데이터를 비교할 수 없다고 하잖아. 몇 번 같은 소릴 하게 할 생각?”
크리스는, 백의 안에 양 손을 찔러 넣고, 오른쪽과 왼쪽에 하나씩 잡은 작은 상자를, 내 시선 위에서 가볍게 뛰게 하며 말한다.
“오카베의 기억 데이터의 나의 기억 데이터. 이 두 개의 구조를 대조하는 것이, 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지름길이야. 대조해서, 그 차이를 검증한다. 그렇게 해서 대상을 좁히고 난 후 데이터를 해석하는 편이, 효율이 좋아.”
그러니까 하드 디스크는 두 개 모두 내가 가지고 간다며 그렇게 선언하는 크리스. 그 말의 뜻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왜 가지고 돌아가려고 하는 거야! 여기에서 하면 끝나는 이야기잖아!”
“유감스럽지만, 여기의 PC는 스펙에 어려움이 있어.”
“그렇다면, 네 녀석의 PC를 여기에 가지고 오면 좋겠지!”
“허나 거절한다. 누가 좋아서, BYEONTAE의 소굴에 프라이빗 PC를 가져올까. 오카베. 이것도 평소 당신의 행실이 나쁘기 때문이야. 이것을 기점으로, 그 성희롱적인 소행을 회개하는 거네.”
“으윽! 그렇다면 다루여! 네 녀석의 마이 PC라면 상당한 고기능일 테지! 그것을 지금 여기에!”
“허나 거절한다. 누가 좋아서 BYEONTAE의 이하생략.”
““니가 말하지 마!””
무심코, 크리스와 하모니를 이뤘다.
그리고 나는, 밑에서부터 크리스를 노려본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우쭐거리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크리스의 시선. 그 명백하게 모멸을 담은 표정에, 자연스럽게 이가 갈리게 된다.
『조수 주제에, 어디까지 난폭한…….』
같은 것을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사회생의 묘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반론을 계속 하지 못하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크리스는 깔끔하게 말해버린다.
“어쨌든, 이건 둘 다 내가 가지고 돌아가서 검증할게. 그러니까 오카베, 당신은 남자답게 포기해.”
그, 의사가 담겨진 음색에, 무심코 얼굴을 일그러뜨려 버린다.
『그걸 할 수 있으면, 고생하지도 않아.』
말로 하지는 않고, 악담을 한다.
그런 내 모습에, 이번에는 노선 변경이라도 하자는 건지, 지금까지 들은 적도 없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로 설득을 시도한다.
“응? 괜찮지? 나는 실험에 주관을 끼워 넣지 않는 성격이고, 오카베도, 딱히 보여서 부끄럽다든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지? 왜냐하면, 매드 사이언티스트인걸―?”
꽤나 무사태평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부끄럽다든가 부끄럽지 않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닌 거다.』
내 기억이 가득 차 있는 듯한, 거금을 몽땅 털어 구입한 하드 디스크. 그 안에는, 아마 그 세계선이나 이 세계선이나 하는, 본래라면 나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보가 차 있다는 것은 상상하는 데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물건을 조건 없이 크리스에게 건네주어 풀 해석이라도 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어떤 입장 관계의 초석이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안에는, 크리스가 알 필요 없는 일도 있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더듬어 온 역사. 그 안에는, 지금의 크리스에게 있어 좋지 않은 것이, 분명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검열 후라면 몰라도, 가지고 돌아가 홀로 감상 같은 행위를 크리스에 하게 하려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만약 그것을 말하더라도, 그걸로 크리스의 의사에 변화가 나타나는 보증 같은 건 없다. 그 이전에, 이 장소에서 그런 말을 하기 시작하면, 호기심 왕성한 랩 멤들에 의해, 『뭘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야?』나 『뭘 알려지고 싶지 않은 거야?』같은 질문 공격을 꼬치꼬치 받아버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것은 그것대로, 역시 어떻게 해도 귀찮다고 생각했다.
『……난감하군.』
대답을 내는데 진력이 나 미간에 주름을 잡는 내게, 크리스가 절충안이라고도 하려는 듯이 이런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해석해서 나온 데이터는, 랩에 가지고 와서 본다. 당연히 그것은, 오카베가 있을 때로 한정한다. 이러면 어때?”
그 제의에, 무심코 판단이 곤란해졌다.
“그렇게는 말하지만, 비교한다면 그 단계에서 내용을 열람하는 일이 되는 게 아닌가?”
감언이설에 넘어갈 소냐 하고, 크리스의 제안에 보이는 의문점을 쪼아댄다.
“괜찮아. 비교 단계에서, 오카베의 기억 데이터 내용을 볼 필요는 없을 거야.”
“……진짜냐?”
“아아, 네 네. 없어. 볼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오카베의 기억을 보는 것은, 해석 데이터를 랩에 가져오고 나서. 이걸로 좋지? 이렇게 말한 달까, 이쪽도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으니까.”
그런 크리스의 말. 타협안으로서는, 좀 배율이 좋지 않게 생각되지만, 그러나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돌기를 계속하는 일도, 솔직히 힘들다.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가 말한 제안의 신뢰성에 대해 언급한다.
“……약속 할 수 있겠지?”
“약속할게.”
딱 잘라 명언된 크리스의 의사. 그것을 앞에 두고, 나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수긍해 대답한다.
“……어쩔 수 없군.”
그런 나의 대답에, 크리스가 휴우 하고 한숨을 돌린다.
“이해해 주셔서 기쁘네요, 매드 사이언티스트 씨.”
묘한 연극조로, 히죽 하고 웃는 크리스. 그러자──
“있지 있지 크리스 쨩.”
나와 크리스의 분쟁에 단락이 난 것을 가늠한 듯, 마유리가 소리를 높였다.
“마유시에게는 어려운 일은 모르지만요, 오카린의 기억을 본다는 건, 어떤 일일까요?”
그 시선은, 크리스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로 향하고 있었다. 질문을 받은 크리스는, 한순간 골똘히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그러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안에 들어온 기억 데이터를 해석해, 영상으로서 다시 구축한다는 거지만…….”
그런 크리스의 말에, 다루가 소리를 지른다.
“잠ㄲ!? 기억 영상이라든지, 그거 요컨대 fMRI 잖음여!?”
“헤에. 알고 있었어? 하시다는, 의외로 지식 폭이 넓네. 의외로.”
“이야 그런 것만도―랄까, 뭐염? 나 혹시, 그런 걸 만들고 있었슴!?”
“뭐, 정확하게 말하면 구조는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그대로일까. 이렇게 말한 달까, 현재의 fMRI보다 오히려 정밀도는 높다고 할까…….”
“레알임까!?”
대체 뭐가 그렇게까지 굉장한 건지. 내게 있어서는 이전에 본 적 있는, 기억 추출 헤드기어에 지나지 않고, 다루의 과도한 반응을 그다지 이해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해석 소프트는 내가 있던 연구실에서 만든 거니까, 하시다가 만들어 준 것은 추출 장치 뿐이지만.”
이미, 두 명의 대화에 끼어드는 일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제 3자 상태는 나만이 아니라──
“저기 오카린. 크리스 쨩과 다루 군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받아 대답한다.
“즉, 마유리. 마키세 크리스는 미래의 냥이형 로봇이라는, 아무튼 그러한 일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크리스 쨩에게, 귀여운 고양이 귀와 꼬리를 선물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양 손을 짝하고 마주쳐, 기쁜 듯이 미소짓는 마유리. 나는 조언한다.
“그러는 게 좋겠지. 물론, 도라야끼 및, 블루 전신 타이즈를 더하는 것을 잊지 마라. 필수 아이템이니까”
특별히 내세울 의미 같은 건 없는 내 말이, 정오에 가까워진 랩 안을 조용하게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