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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17화



──그러니까 전해 주었으면 좋겠네. 여러 가지로 미안했다고──

삶아지는 듯한 여름 햇볕 속에서, 갑작스럽게 고해진, 바라마지 않는 소원에 나는 되묻는다.

“모르겠는데. 그건 뭐에 대한 사죄야?”

남자는 답한다.

“전부라네. 무엇이든…… 전부다.”

돌려받은 불투명한 해답에, 나는 조그만 짜증을 느꼈다.

“완전히 의미 불명한데. 대체로 네 녀석, 딸이 어떻게 라든가 말하기 전에, 일단, 이 내게 사죄를 청해야 할 입장이 아닌 건가?”

나는, 라디관에 등 돌린 채로,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척하니 가리켰다.

“닥터. 왜 네 녀석은 오늘 있던 발표회를 중지했어? 완성한 타임머신의 발표회였던 거겠지? 마지막 순간에 겁이 날 정도라면, 처음부터 허풍 같은 걸 치지 마. 소란을 피우는 것도 정도가 있겠지.”

일개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면서, 그런데도 나는 가슴을 펴,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과학자로서의 당연한 자세에 대해 따진다.

그런 나를 앞에 두고, 남자는 나의 쓴 소리 따위 개의치 않다는 표정을 보이며, 태연하게 말해버렸다.

“겁이 났다는 게 아니네. 다만 그저, 발표회 같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할 뿐이야. 자네도 알고 있겠지? 거기의 빌딩에서, 오늘 정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발표회고 있을 수 없겠지. 그렇게 말한 남자의 말에, 나의 눈썹이 미미하게 뛰어 오른다.

“웃기지 마. 네 녀석이 마지막에 이르러 약속을 취소한 것은, 위성이 떨어져 내린 것보다도 전이잖아. 그걸 말하는데 달리 적당한 것이 있을 텐데 하필이면…… 변명한다면, 좀 더 나은 이유를 가지고 오라고.”

냉정한 소리로 추궁한다. 그런 나의 지적을 받아, 남자는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나로서는, 변명하고 있을 생각 같은 건 없지만 말이네.”

그 당당한 말이, 어떻게 해도 비위에 거슬렸다. 나는 짜증을 드러내, 신음 소리를 높인다.

“……바보 취급 하고 있는 건가, 네 녀석?”

“그렇지 않네. 단지, 이러한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예정을 캔슬했다. 그 뿐이야.”

남자가 고한 말. 그 내용에, 아무래도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잘 알았어. 아무래도 네 녀석은 과학의 무리가 아니고, 이상한 종교의 교주라도 된 생각인 것 같군.”

깔보는 듯한 눈을 향하며 욕설을 퍼붓자, 있을 법한 일인가, 남자는 얼굴의 미소를 더욱 깊게 새겼다.

“교주인가. 확실히 그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하고, 왠지 즐거운 듯 웃는 남자. 자아내지는 정체 모를 분위기가 기분 나빠,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을 잇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과학자야. 과학자가 아니면…… 안 되는 거라네.”

그리고 남자는, 얼굴 위로부터 미소를 흔적도 없이 지웠다.

“자네는…… 이 세계에 의사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예상조차 하지 않은 질문을 받아, 나는 한걸음 더 뒤로 물러나면서, 남자의 말을 떨쳐버린다.

“권유라면 충분해. 다른 곳에서 해 주실까.”

단호하게 거부를 표한 나의 태도. 그러나 남자의 말은 멈추지 않는다.

“대단히 강고한 의지. 그러고 보니, 듣기는 좋군. 하지만, 항상 같은 결과만을 맞이하는 흐름. 과정 같은 건 무시한, 부조리한 결말. 그런 재미없는 실상에, 무슨 가치가 있는 걸까?”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말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재차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나는 과학자야. 그런 것은 인정할 수 없어.”

남자는 낮은 소리를 울리며,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여러 방법으로 시도했네. 딸과 녀석들의 인과를 끊는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계속 시도해 왔네. 하지만 결국, 녀석들에 의해 구경거리처럼 의식 치러지는 그 애의 미래에, 어떠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어.”

올곧게 향해진 시선에 압도되어 나의 후퇴가 멈추지 않게 된다. 거기에 맞추어 남자의 걸음 또한, 멈추는 기색은 없다.

“그렇다면, 하고 생각해 이번은 그 애 자신이 걷는 길을 비틀려 했네. 그를 위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도약을 반복해, 어린 그 아이가 그 길에 환멸해주면 하고…… 과학 같은 것에 심취해 버린 인간의, 그 말로를 과시하기도 했어.”

기분이 나빴다. 발길을 돌려 이 장소에서 멀어지고 싶을 건데, 나의 다리는 타성처럼 후퇴만을 반복한다.

“확실히……. 확실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그 날, 그래서 한 번은 뭔가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변화는, 내가 요구해 온 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네. 죽는 시기가 큰 폭으로 빨라지는 것 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목의 갈증을 느낀다. 이젠,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검토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붙잡는 그 눈동자에,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무언가가 보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온 이 세계. 나는 말이네…….”

남자의 시선이 내게서 벗어났다. 무심코, 그 시선의 행선지를 쫓아 뒤돌아본다.

“그 어느 세계가 도착하는 곳도, 불쾌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네.”

남자의 시선. 그 앞에, 라디관 옥상에 박힌 인공위성을 본다.

“하지만 결국, 나 혼자 힘으로는 무엇 하나 바꾸는 일은 할 수 없었어. 그러니까──”

남자의 말이 귀에 울린다.


──그러니까 자네를, 말려들게 했네──


남자의 시선이, 재차 나를 붙잡는다. 의미도 모르고, 전신이 털이 거꾸로 곤두섰다.

『이 녀석은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어?』

자문하지만, 물론 대답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나올 리 없다.
갈피를 못 잡는 내게, 이어지는 남자의 말이 추격을 가한다.

“오카베 군…….”

이름을 불려 얼굴에 경련이 인다. 말한 적 없는 나의 이름이,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에 전율을 느낀다.
당황하는 나. 남자의 말은 끝나지 않는다.

“자네는 머지않아, 내 딸과 만날 거라네.”

나는, 미미하게 입술을 떨면서, 그 압력에 저항한다.

“무……무슨 뜻 모를 소리를…….”

그러나, 남자는 나의 저항을 싱겁게 방치한다.

“지금부터 자네는 만나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되게 했기 때문이야.”

당치도 않은 말에, 나는 마른입으로 말을 쥐어짠다.

“마, 망언을…….”

자아낸 변변치 못한 반론. 그러나 남자는, 나의 말을 부정한다.

“하지만, 사실이야. 분명 그렇게 된다네. 딸과 자네는, 계기만 있으면 다양한 형태로 우연히 만나게 되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네. 그러니까 이번엔, 나는 의도적으로 계기를 줬네. 딸은 지금, 이 거리에 와 있어. 그리고 오카베 군. 자네라면──”


──최초의 세계에서, 딸을 위해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있던 자네라면…… 혹은──


“시시한 지배체제도, 어리석은 전쟁도 없는 세계. 나 혼자로는 손이 닿지 않았던 꿈같은 이야기도, 자네의 존재가 섞이면…… 뭔가를 크게 바꿀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리고 남자는 한 차례 말을 멈추고, 잠깐의 침묵 뒤, 뜻을 정한 것처럼 입을 연다.

“지금부터 자네는, 여러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르네. 많은 문제에, 골치를 앓을지도 모르지. 아니……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네.”

남자의 눈동자에, 아주 조그만 흐림이 보인다.

“그리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아마 자네는 나를 경멸해, 증오조차 안게 되겠지. 하지만, 그걸로 좋네. 전부 필요한 일이야.”

남자의 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러니까, 만약…….”

남자의 얼굴이, 대지를 향한다.

“이 싸움에 전부 결착이 붙은 후, 만약 자네가 나와의, 이 짧은 만남을 어렴풋이 라도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


──딸에게 전했으면 좋겠네. 미안했다고, 다만 한 마디만으로도 좋아──


나는 그런 남자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뭐라는 거냐.』

남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넋두리의 극에 달할 것 같은 망상. 거기에 본 끝없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머릿속에서 반추한다.

『마키세…… 쇼이치…….』

마지막에 들은 남자의 이름. 그 나열을 기억 한 구석에 새기며,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걸어서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 왜일까, 그 남자의 등을 뭔가의 형태로 남겨두고 싶다고 그런 일을 생각했다. 그런 마음은, 혹시──

『어처구니없어. 만의 하나, 녀석의 이야기대로 딸이라는 것과 만났다 해도, 거기까지 서비스 해 주는 의리 같은 건 없을 거다…….』

나는 생각을 고친 것처럼, 기동 시켰던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중단한다. 그리고,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계속 보고──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아무도 없는 도로 한 가운데. 라디관에 등을 돌려 휴대폰을 한 손에 쥐고 선 나의 의식이──그 순간,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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