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기적의 오카린티나 18화
부드러운 햇볕이 비추는 랩 안. 나는 이를 악문채로, 눈을 뜬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낯익은 천장. 신음 소리를 내며, 무거운 상반신을 소파에서 일으켜 세우며 일어선다. 그러자──
“오카베!?”
당황한 소리로, 이름이 불려졌다. 완만한 동작으로, 목소리의 주인에게 얼굴을 향해 묻는다.
“나는, 어떻게 된──”
“괜찮은 거야!? 제대로 알겠어!?”
마치, 화재현장에서 실려 나오는 사람 옆에 달려드는 듯한 기세로, 내 곁으로 뛰어 들어오는 크리스. 그 필사적인 형상을 앞에 두고, 하려던 말을 도중에 삼켰다.
너무나도 절박한 크리스의 모습에, 나는 물으려던 내용을 바꿔 재차 입을 연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도 뭣도…… 아아 정말! 아아, 정마알!”
요령부득인 크리스의 외침 소리. 시퍼런 얼굴을, 내 가슴에 꽉 눌러오는 그녀의 행동. 그런 상황으로부터, 왠지 모르게 뭐가 있었는지 헤아릴 수 있었다
“혹시, 나는 기절하고 있었던 건가?”
“그래! 기억 데이터를 덮어씌운 직후에, 당신 정신을 잃어서!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해도 일어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이성을 잃고 거친 소리를 내는 크리스.
“그런가. 걱정 끼쳤구나.”
나는 조용하게 그렇게 말하고, 매달려 있는 크리스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시계에 눈길을 보내며 묻는다.
“나는,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어?”
내 말에, 크리스의 머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어, 그러니까……그저 그냥…….”
대답이 되지 않았다.
“뭐냐 그건…….”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계획 실행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시간을 기억해 내, 시선이 붙잡은 시계 바늘과 대조한다. 그리고──
“확실히, 그저 그냥……이군.”
산출된 그 내용에 무심코 작게 뿜자, 크리스가 뾰로통해져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오카베 주제에! 내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내 반응이 마땅치 않았는지, 매달린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크리스. 조금 전까지 새파래지고 있던 표정에, 희미한 붉은 빛이 돌아오고 있다.
“시간이 길다든가 짧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저런 흉내 낸 직후에 오카베가 정신을 잃으면, 그거야 당황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까!”
숨도 쉬지 않고 계속 말해지는 듯한 크리스의 변명. 나는 “알았다 알았어”하고 맞장단을 치면서, 크리스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가녀린 신체를 부드럽게 떼어 놓았다.
“아…….”
나와 크리스의 경계가 된 사이. 그 사소한 거리에 뭔가를 생각했는지, 크리스가 작게 소리를 흘렸다. 한 순간, 쓸쓸한 듯한 표정이 얼굴을 지났지만, 내가 느릿느릿 소파에서 일어서면, 거기에 따르듯 크리스도 일어선다. 그리고 조금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있잖아…… 뭔가 생각해낸 거야, 오카베?”
실행했던 계획. 그 결과를 묻는 크리스. 크리스의 눈동자에, 옅은 불안한 기색이 보인다.
“아아. 하나…… 약속을 생각해 냈어.”
되찾은 모든 것을 집약해, 그만큼을 짧게 돌려준다. 그리고 일어선 크리스의 옆을 빠져나가, 느긋한 걸음으로 창문 옆까지 다가간다. 아직, 조금 발걸음이 불안하지만, 그런데도 지금은 바깥 경치가 보고 싶었다.
『여기에서는, 보이는 건 없지만.』
시야의 전부를 뒤덮는 것은, 평소와 아무것도 다를 바 없는 창 바깥의 경치. 이 장소에서, 이 세계에서, 그 경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지그시 그 앞에 있는 무언가에 마음을 보내──
『마음에 들지 않아…….』
조용히 주먹을 쥐어, 소리죽여 이를 악문다.
기억 속에만 남겨진, 마지막 광경. 작은 소원만을 남겨두고, 내 앞으로부터 떠난 남자.
그런, 무엇이든 떠맡고 있다고도 말하고 싶은 듯이 눈에 비친 남자의 뒷모습. 결국, 어떤 형태로도 남는 일이 없었던 마지막 경치. 그런 기억에 남겨진 영상이──
『어디까지나……마음에 들지 않는 사내놈.』
내게는 정말로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다.
『뭐가,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야. 뭐가…… 필요한 일이야.』
잃어버렸을 터인 기억. 되찾은 말. 그 전부가, 지금은 어떻게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창밖으로 향한 눈이 미미하게 치켜 올라간다. 작게 이 가는 소리가 새어 나간다.
『세계의 의사라고? 나라면 이라고? 그렇게 되게 했기 때문……이라고?』
환상과도 같은 기억. 그 속에서 들은 남자의 말을, 머릿속에서 하나씩 반추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네 녀석의 준비였다고 말할 생각인가…….』
참을 수 없는 느낌으로 창틀에 손을 댄다. 자연히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나카바치가 말하고 있던 예언 비슷한 농담. 그것은 망언 같은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 대부분이 내 주관 안에 『일어난 역사』로서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생각한다.
이 거리에서 경험했던, 한 소녀와의 만남도──
세계의 의사라고도 할 수 있는 무언가에 계속 농락당한 고뇌도──
최후에 손에 넣은, 만족스러운 미래도──
그런 전부가, 한 남자에 의해 준비된 기적. 우연 같은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우연 아닌 기적(無偶奇跡)이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그런 바보 같은 일을 생각해 버린다.
『이걸로…….』
생각해 낸 것은, 남자가 한 순간 주저한 후에 입에 댄 말. 스스로를 경멸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증오할 것이라고, 그렇게 예언하고 있던 남자의 말. 그리고 그 말대로의 길을 더듬어 온, 나의 의사와 주관의 역사.
『이걸로 네 녀석은…… 만족하는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어깨를 떤다. 꽉 쥔 창틀이, 작게 둔한 소리를 낸다.
분했다. 어쩔 도리 없을 정도로 분했다.
그 감정이, 자신의 공적을 빼앗아 간 남자에 대한 분노로부터 나온 것인가──
나카바치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수치로부터 나온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맹목적으로 한 남자를 계속 멸시해 온 자신에 대한 모멸로부터 나온 것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데도 분해서 어쩔 수 없었다.
불안정하게 남아 있는 감정. 그 목표를 알지 못하고, 나는 창에서 보이는 경치를 계속 노려본다. 그러자──
“약속이란 건…… 뭐?”
내 귀에, 크리스의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조심스럽고, 미미하게 떨리는 소리. 나는 밖의 경치에서 눈을 떼어, 천천히 뒤돌아본다. 거기에 보인 것은, 불안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크리스의 얼굴. 그리고 귓속에서 소생하는, 매우 작은 부탁받고 있던 일.
──딸에게 전했으면 좋겠네. 미안했다고, 다만 한 마디만으로도 좋아──
잃어버린 기억의 한 구석에서, 찾아내 줄 그 때를, 줄곧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작은 약속. 일방적으로 맡겨졌을 뿐인, 하찮은 약속.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이뤄지는 것이 가능한, 간단한 약속.
단 한마디, 짧은 말을 크리스에게 향한다. 그 만큼으로, 한 남자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 만큼으로, 모두가 원만하게 될 수 있는──그런 약속.
그런 모든 것을 이해해, 나는 생각을 매듭짓는다. 그러니까, 불안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소녀를 올곧게 응시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입을 연다.
“……시시한 약속이야.”
크리스가 재차 질문을 거듭해온다.
“누구와…… 뭘 약속한 거야?”
나는 답한다.
“글쎄.”
무뚝뚝한 소리로 단언해, 크리스로부터 시선을 뗀다.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한다.
“글쎄라니…… 방금 전에 생각해냈다고 했잖아?”
창 옆에서 멀어져가는 내 등 뒤로부터, 크리스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말없이 랩 안을 종단해, 목적의 장소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목적의 물건을 찾아다니면서──
『모든 것이, 네 녀석의 뜻대로 된다고는 생각하지 마.』
가슴 속에서 토해 버린다. 이제,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제멋대로 지껄이고 밀어붙인 결과, 일방적으로 전할 말을 강요해, 멋대로 자기완결하기로 작정하고 있는 남자. 내 대답을 확인하지도 않고,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얼굴을 하고, 내 앞으로부터 떠나간 남자.
그런 남자의 축 처진 뒷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계속 멸시해 온 남자의 바람. 그 마음이, 어떻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스스로 말해라, 헤타레 과학자가──
맡겨진 소원.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힘으로라도……끌어내 주마. 무리하게라도, 전하게 해 주지.』
그런 결의를 힘껏 끌어안아, 가까스로 찾아낸 작은 수첩을 손에 잡아 쥔다.
짐작이라면 있었다. 그 장소가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제, 모니터 안에서 본 알지 못하는 토지를 향해 느낌이 달린다. 지금도 거기에서, 한 남자가 기관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는 일을 힘껏 바라──
『네 녀석 같은 건, 단순한 중년 아저씨라는 것을…… 반드시 깨닫게 해 주지!』
언젠가와 같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입에 발린 말은 아니다. 임시변통의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 같은 게 아니다. 진심의 마음을 가슴에 새겨 넣으면서, 손에 든 감색 수첩을 주머니에 틀어넣는다.
그러자──
“오카베……지금 거, 패스포트잖아.”
한 순간 노출되었을 뿐인 물건. 그 정체를, 크리스가 정확하게 알아 맞혀 보였다.
“뭘 생각하는 거야……?”
명확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크리스의 소리.
“오카베! 제대로 이야기 해! 뭘 보고 왔는지 이야기 해 줘!”
랩을 횡단한 나의 궤적을 쫓아, 내 옆으로 다가오는 크리스.
“부탁이니까!”
비통한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한다. 그 음색에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 입을 잘못 놀렸다.
“미안. 잠시 동안……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아.”
그 말에, 크리스의 두 눈이 외로운 듯 일그러졌다.
“약속을 위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가는 거야?.”
양 손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켜, 몸을 움츠리고 나를 보는 크리스. 나는 대답한다.
“그렇지 않아. 나는 약속을…… 깨기 위해서 가.”
어떻게든 짜내진 나의 대답. 끌어 오르는 감정을 할 수 있는 한 담은 나의 말. 그것을 들은 크리스의 얼굴에, 어렴풋한 미소가 퍼진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는데.”
나도 작은 미소를 지어 돌려준다.
“미안. 가능한 빨리 돌아올게.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려고 한 순간이었다.
“어, 어이!?”
크리스가 보인 당돌한 행동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무 맥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내게 매달려오는 크리스. 그것은 사랑스러운 포옹 같은 것이 아니고──
“뭐……뭘 하고 있어!?”
질겁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런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리스가 올린 기성이 랩에 울렸다.
“잡았다!”
그렇게 외쳐, 내 몸에서 재빨리 물러선다. 그런 그녀의 의미 불명한 행동에 당황하면서──
“어쩔 작정이야……?”
신음소리를 높인다.
내게서 약간 거리를 취해 서는 크리스. 어렴풋이 숨이 거칠어진 소녀의 손에 잡혀진, 감색의 작은 수첩. 지금 일어난 상황을, 싫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뻗으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그걸 돌려줘, 크리스.”
선택권을 주지 않는 강한 어조. 그러나, 크리스는 나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나도 갈래.”
터무니없는 소릴 딱 잘라서, 말해버렸다.
말이 막힌다. 마치 손바닥을 뒤집은 듯한 크리스의 태도. 그 변화에 당황하면서 입을 연다.
“바, 바보 같은 소릴…….”
내게 동행한다고 명언한 크리스의 말. 하지만, 그 제의를 받아들이는 일 같은 건 할 수 없다.
『SERN의 근거지에 크리스를 데리고 가는 일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 없다.
잃어버렸던 기억. 그 안에서 들은 나카바차의 말.
──녀석들에 의해 구경거리마냥 의식 치러지는 그 애의 미래에, 어떠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어──
몇 번이나 반복해, SERN의 손에 떨어지는 듯한 크리스. 확실히 그것은, 여기와는 다른 세계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스가 SERN에 접근했다고 해도, 어떤 문제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데도──
“안 돼. 너는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불식하지 못하는 위기감에 밀어붙여져, 나는 크리스의 제안을 퇴짜 놓는다.
이 세계를 농락한 의사. 아무래도 그런 것을 신용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크리스는 내 거부에 고개를 끄덕이려 하지 않는다.
“싫다고 하고 있어. 오카베, 당신 약속을 깨러 간다고 했지?”
“그러니까 뭐야?”
“나와의 약속도 깨는 거야? 크리스마스는 둘이서 보낸다고 약속했잖아! 그 약속까지 깨는 거야!?”
강한 마음을 들이밀어진다.
나는 확실히 약속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둘이서 보낸다고, 그녀가 울면서 기뻐할 것 같은 선물을 주겠다고──
그렇게, 약속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의 지적에 반론을 내는데 진력이 난다. 그런 나를 정면에서 응시하는 크리스. 그 절규는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깨서, 거기에 나와의 약속을 깨서! 어차피 전부 누군가를 위해서라든가, 그런 바보 같은 일이겠지!”
크리스의 절규에 기가 죽는다. 생각지도 않은 직구에 움츠러든다.
“뭐, 뭘 근거로…….”
“근거 같은 게 있을깟! 당신이 오카베니까! 오카베는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어!”
크리스의 노성에는, 이미 근거의 “ㄱ”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대답할 말이 발견되지 않는다. 마치, 내 한 가운데를 쏘아서 꿰뚫는 듯한 크리스의 마음에, 나는 아무 말도 돌려줄 수 없었다.
“약속을 마구 깨서, 그래서 당신만 미움 받아서 자기완결? 그래서는 주인공 흉내잖아!”
──오버하지 마 헤타레 과학자가!──
그 한마디에. 바로 조금 전,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향했을 터인 야유의 말에, 머리가 흔들렸다. 상상 이상의 정신적 충격에, 다리가 뒤얽혀 엉덩방아를 찧는다.
랩 마루에 주저앉은 나.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크리스는 말한다.
“이것도 저것도 자신의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지 마! 당신이 뭐라고 하든, 절대로 함께 갈 거야! 절대로!”
이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변변치 않은 신음소리조차 자아낼 수 없다. 나의 사고가, 천천히 멈춰 간다. 그런 내 앞에서, 크리스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까…….”
가는 두 손이, 내 목덜미를 두른다.
“그러니까, 전부 스스로 어떻게든 해야지 라든가, 그런 건 이제 그만 둬.”
크리스의 마음이, 내 안에 구석구석 스며든다.
“오카베가 뭐에 화나 있는지 모르겠어. 오카베가 뭘 무서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말야 오카베──”
──세계가, 어느 때라도 무자비하다고는 할 수 없잖아──
불가사의했다. 그 한마디에, 내 안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수많은 사건이, 봇물 터지듯 흘러넘친다.
이 거리에서 한 소녀와 만나──
잘못을 반복해, 동료들의 마음을 유린해──
소중한 소꿉친구와 둘도 없는 연모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력해──
그리고 다다른 이 세계.
그 후로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소녀를 동료로 되돌리거나 과거에 돌아가 다시 나타난 재앙을 비틀어 덮거나 한 일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고뇌와 고통에 물들여진 역사. 하지만 그런데도, 최후에는 반드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던, 매우 상냥한 역사들.
그런 하나하나를 머릿속에서 그려, 몸 안으로 삼킨다. 그리고 생각한다.
『전부가, 세계의 의사…….』
벌떡 하고 일어서는 바보 같은 사고에, 스스로 뿜는다. 너무나도 배가 뒤틀린다.
이 장소를 손에 넣는다. 그를 위해, 나는 싸웠다. 크리스는 고뇌하고, 동료들은 괴로워해, 그리고 그 남자 또한 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역사를 세계의 의사라는 싸구려 같은 말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쪽이…… 재미있잖아.”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토해낸 숨이, 크리스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에게 청한다.
“세계라고 하는 것에 정말로 자비가 있다면……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는 놈이 있어. 그러니까 크리스…… 나와 함께 와라.”
그 요청에, 내게 매달린 채로 크리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모르겠지만, 물론이야.”
크리스이 소리가, 속 시원하게 내 귀를 두드린다.
그리고 나는 일어선다.
“세계의 의사인가. 상대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그것이야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하는 거겠지
그리고 소리 높여 크게 웃는다. 벌써 꽤나 오랫동안, 널리 떨치지 않았던 트레이드마크. 이 때, 이 장소에서만큼은, 온 힘을 다해 높이 울린다.
지금부터 향하는 곳에서,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세계의 의사라고 하는 것에, 자비 같은 건 요만큼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관없다.
모든 마음이 분명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런 세계의 구조를 믿어 앞으로 향한다.
『기다리고 있어라, 나카바치. 이 나로부터…… 다가오는 해피엔딩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마음속에서, 또 한 명의 헤타레 과학자의 이름을 외친다.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깃발로 내건다. 그리고 마루에 무릎 꿇고 있는 크리스에게 손을 뻗는다.
“가자구 크리스티나. 후회하지 마라!”
크리스가 내 손을 잡아 대답한다.
“네 네, 중2병 ㅅㄱ. 그리고 티나가―……뭐, 어때.”
어딘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응대와 함께, 크리스 또한 만면의 미소로 일어선다.
랩 안에 비춰 들어오는 겨울의 햇볕. 그 상냥한 빛이, 나와 크리스를 비춘다. 이 장소에서 시작되어, 그리고 이 장소에서 막을 내리는 이야기. 그 모든 과정이, 또 하나의 막을 맞이한다.
그리고 앞으로 또한, 누군가의 의사로 자아져 갈 많은 역사. 그런 것을 꿈꾸는 발소리가, 랩 안에서 뛰쳐나와, 온 세상에 계속 울려 건너간다──
변변치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