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분화에 당황하는 뮤지엄. 사실 후지산 꼭대기도 아니고 중턱에서 난데없이 분화가 일어난다면 누구라도 놀라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 분화를 일으킨 사람이 인간이라면 말이다.
"음, 이러니저러니해도 아직 죽기는 싫은가보네"
"그어어어어어어"
모코우는 팔한쪽을 내준대신 용암의 창으로부터 몸을 뺀 니요다케의 오니를 보며 잔혹한 조소를 날렸다. 갑작스럽게 옛날생각이 난 탓이었다. 여기는 아니었지만 후지산 꼭대기 가까운곳에서 조심스럽게 뒤쫓아온 할멈에 의해 후지산에서 불사의 미약을 태우러간 사자 대부분이 혼란에 빠져 자중지란으로 대부분 전멸하고 자신도 할멈에 의해 '피살'되어 봉래의 약을 마셔야만했다.
"아아, 그랬지. 당신이란 인간은 그랬었지-"
그 증오가 생각나 버린 탓일까? 홍염의 날개는 한층 더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 홍염에 날개에 의해 피해입고 있는 쪽은 오니만이 아니었다. 뮤지엄은 물론이고 서현이나 슈우지도 그 열기에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미사쯤 되면 멀리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인 상황-
"모코우씨... 큭!"
"뭐야 슈우지 아는 사이인거야?"
"일전에 만난 사람인데..."
"나도 그렇지만 너같은 경우엔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들 뿐이냐"
서현의 감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옆에서 보는것만으로도 아득했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서현이 봐온것만해도 호즈키의 전귀에 정보상 무라카미의 후계자, 그리고 뮤지엄의 하이큐레이터에 세계 최대급의 벤처기업 포춘텔러의 회장, 그리고 미국의 경제를 틀어쥐고 아캄시를 지배하는 하도우 재벌 회장에 봉래인까지-
보통사람이라면 평생가도 한번 만나지 못할 인물들을 슈우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만나고있었다.
"너 정말 무슨별아래서 태어난거냐?"
"네?"
서현은 질렸다는듯이 슈우지에게 말한 후 다가오는 뮤지엄의 전투원들을 날려버렸다.
7화 후지산의 종막
"으음..."
수풀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있던 노인은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등장에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설마 1300년전 인물인 그녀가 아직도 살아있었을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할멈'에게 살해당한것을 직접 목격한 그로서는 그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설마 그녀도..."
만약 자신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자신과 '할멈'을 이은 세번째 불사의 미약 피험자이리라. 물론 그것은 사실과 틀리지만 영감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물러서서..."
"거기냐!!"
오니를 뒤쫓던 모코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지며 불꽃의 날개가 수풀을 불태웠다. 할멈은 몰라도 '할아범'은 반드시 죽여달라고 했던만큼 발견한 할아범을 그냥 보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효 츠키노 이하카사의 저주-"
할멈의 계략에 의해서 죽은 제관의 이름이 붙은 스펠카드- 할아범의 업을 생각하자면 딱 어울리는 스펠카드였다.
"크흠- 곤란하군"
모코우의 스펠카드를 몽땅피한 노인은 재빨리 양손에 손도끼를 들고 모코우를 향해 접근했다. 힘과 이능으로 상대되지 않는 이상 접근전으로 몰고가 '해체해'자리응 수밖에 없었다. 불사인 이상 왠만한 공격으로는 금새 치유 될테니 말이다.
"타핫!!"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재빠른 몸놀림- 단번에 거리를 줄인 다케도리 영감은 너덜너덜한 손을 들어 후지와라노 모코우를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그딴 흉흉한걸 함부로 남에게 들이대면 안되지."
"뭣-"
어느새 접근한 서현은 노인의 손을 차 손도끼를 쳐낸 후 팔꿈치를 명치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환기. 발등을 밟아부수고 장저를 쳐올려 턱부터 머리까지 꿰뚫는 충격파를 작렬시켰고 다시 팔꿈치를 내려찍어 어깨를 부수고 왼손의 권격으로 척추와 내장을 박살냈다. 그리고 다시한번 발등위로 진각을 밟으며 어깨치기- 그야말로 인간을 파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격이 서현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실재로 이것에 당한 노인은 피가 흥건히 튀었으며 뻐도 완전히 드러났다. 하지만...
"큭, 불사의 몸을 이정도나 파괴하다니. 역시 네놈은 무문의..."
"뭐야?"
완전히 파괴하려고 일격을 날리려던 서현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에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노인의 손도끼가 서현의 팔을 찍었다. 물론 제 상태가 아닌터라 강철같은 피부만 살짝 베어버리고 끝났지만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팔 한쪽을 못쓸뻔 했다.
"뭐야 저 노인은.... 갑자기 나타나서"
"저 녀석도 오니야. 정확히는 오니가 되지 못한 적합자지만."
"뭐?"
"모코우씨 그건..."
"뭐 자세한건 나도 모르니까 재껴두고. 그보다 설명하기 귀찮아."
"모코우의 불친절한 설명에 식은땀을 흘린 서현과 슈우지였으나 뭐라 태클을 걸 여력이 없었다. 뮤지엄 전투원들은 전부 처리했다지만 아직 키리코 렌도 있었고 더구나 오니와 정체불명의 영감도 건제했다. 정확히는 건제해졌다가 정답이지만서도...
"후지와라노 모코우...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영감님이랑 비슷하지. 뭐 조금 다르긴하지만서도..."
비꼬는 말과 함께 다음 스펠을 준비하는 모코우, 하지만 모코우가 다음 스펠 카드를 꺼내려 하기 무섭게 손도까가 날아와 모코우의 손을 베었다.
"모코우씨!"
"큭..."
반쯤 잘린, 아니 겨우 붙어있는 손에서 부터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뿜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쪽이 옳겠지. 어쨌든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를 다급히 막은 모코우는 영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직후 쏟아지는 화살세례- 전부다 철제화살로 화살촉이 까무잡잡한 것으로 봐서는 독화살이 틀림없었다. 채 피할 겨를 없이 독화살에 맞은 모코우는 그대로 뒤로 날려져 슈우지가 서 있는 근처 나무에 박혔다.
"모코우씨!"
"큭-"
그동안 너무 평온하게 지내온 탓일까? 탄막놀이가 아닌 간만에 진짜 생사결을 했을 뿐인데 잠깐 빈틈을 보였다고 이렇게 되어버렸다. 새삼 자신이 둔해졌다는 것을 깨달은 모코우였다.
"모코우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보다 얼른피..."
모코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코우의 몸을 꿰뚫은 강철화살이 슈우지와 모코우를 향해 날아왔다. 슈우지는 수도와 족도를 이용해 모코우의 몸을 꿰뚫은 강철화살을 잘라냄과 함께 날아오는 강철화살을 공간째로 뜯어버렸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뜯겨져나간 공간은 숲에 참담한 상흔을 새겼다. 슈우지는 자신이 벌인 일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거지?"
자신의 손과 자신이 벌인 상황을 번갈아 보고 있던 슈우지는 자신의 눈이 금안으로 변해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역시 에미시의 요권- 강철화살세례는 간단하다는 것인가?"
"아니, 저기..."
아직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실감이 없는 슈우지로서는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슈우지가 당황해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사이 뒤쪽에서 백은의 섬광이 하늘을 갈랐다. 슈우지들이 다케도리 영감과 싸우는 사이 오니가 키리코렌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입가의 묻은 피와 여기저기 뜯겨저 나간 시체로 보아 상처를 지료하기 위해 전투원들을 먹고 모자라자 키리코를 노리는듯 했다.
"키리코씨!"
이러니저러니해도 슈우지에겐 지인, 아까 그녀가 한일조차도 잊은채 달려간 슈우지는 지척까지 다가간 오니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초저공에서부터 상단을 향해 날아가는 이 주먹을 구두룡을 아는 사람들은 상선이라 부른다.
투쾅-
상선으로 오니를 쳐서 날린 슈우지는 그대로 철진을 날리며 오니의 몸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회전력을 한가득 실은 선파(旋波)를 복부에 먹이며 그대로 오니의 몸을 잡고 땅바닥에 쳐박았다. 평소의 슈우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전투센스에 자신도 놀라고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여우가 없었다. 이렇게 몰아 붙이고 있는데도 오니는 계속 재생하며 슈우지에게 달려들고있었으니 말이다.
"보통 방법으론 안된다는건가... 정말"
멋대로 빠져나온 자신대신 서현이 영감을 맡아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모코우가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미사에 대한 문제도 있고.
"단번에 끝내자-"
여태까지 사부에게 밖에 써보지 않은, 자신이 만든 연환기- 실전에서 이것을 쓰는것은 처음일 뿐더러 솔직히 쓰기에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과했다. 왜냐하면...
이토록 무식하게 패는 방법도 드물테니까-
"구두연환 명황격(鳴荒擊)"
사부의 서재에 있던 시룡경전을 보고 상상한 구두룡을 모방해 만든 연격기로 뇌장(雷掌)을 시작으로 철진(徹陣), 파극(破極), 낙붕(落崩), 명궁(鳴穹)의 타격기로 틈을 만들고 흡식(吸食)으로 기를 흡수해 초수(焦手)와 보장(步掌)으로 대상을 너덜너덜하게 만든후 단발타격기 최대의 기술인 이반극(理反極)으로 완전히 보내버리는 기술이었다. 사부에게 시도하다가 중간에 힘이 모자라서 전반부만 행하다가 실패했지만 그 전반부만으로도 사부의 뒤에있던 바위가 완전히 스러져버렸다. 그것을 지금 슈우지가 쓰고있는 것이다.
"타핫!"
진각과 함께 오니의 정중선을 꿰뚫는 철진, 그리고 그 즉시 내지른 정권을 비틀어 내부를 파괴하는 파극, 그리고 그대로 대상을 밀며 땅바닥에 쳐박는 낙붕. 명치와 턱을 치며 그대로 충격파를 머리에 작렬시키는 명궁. 그리고 전반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뇌장에 오니의 피와 살이 튀고 선홍빛 근육이 드러났다. 일부 뼈나 내장도 드러나고 있었지만 슈우지는 무시한채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흡식을 행하였다. 본디 구두룡의 기술은 인간 개인의 힘만으로는 발휘하기 힘들기에 상대의 기운을 흡수하여 행하는 일이 많다. 그것을 좀더 체계화시킨것이 흡식이고 슈우지는 지금 그것을 행하고 있었다.
"큽-"
식도를 타고 느껴져오는 피비린내. 오니가 먹은 인간들의 혈기가 아직 융화되지 않은 탓인지 기운에서 진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하지만 슈우지는 그것을 참고 기운을 오른손으로 집중시켰다. 비록 척수가 뭉개져 에너지 전도효율은 낮았지만 1300년의 세월을 살아온 오니의 기운은 슈우지에게 있어서는 거의 무한한 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붉게 달아오른 슈우지의 초수가 오니의 몸을 사선으로 갈랐고 그 직후 사선으로 갈라진 상처의 틈으로 슈우지의 장저가틀어박혔다. 그리고 장저에서부터 발해지는 막대한 기파-상반신과 하반신을 완전하게 나눠 박살낸 장저의 일격에 오니가 박살났음에도 불구하고 슈우지는 하반신을 진각으로 뭉개고 상반신을 행해 쌍권을 준비했다. 필요란 내딛음은 3보, 그 세걸음으로 하반신이 완전히 곤죽이 되자 슈우지는 그대로 쌍권을 내질렀다. 구두룡 물리단타계 최강오의인 쌍룡이반극- 그것이 발해지기 무섭게 오니의 상반신은 완전히 폭사되어 흩어져버렸다. 더이상 재생하기 힘들정도로.
"큭...!"
"무문의 권은 그때 한번 살해당할뻔하고는 꽤나 연구했었지- 에미시의 요권 이례로 '정말'살해당할뻔 했었으니 말일세-"
"댁을 놓친 선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원망하고 싶다..."
아까 몰아붙이기는 했으나 상대가 제대로 태세를 갖추자 이래저래 밀리고 있엇다. 그 점에 대해서는 상대가 서현의 기술은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바가 컸다. 기본적으로 슈우지나 신쿠로들에 비해서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서현이 그들과 대등, 혹은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은 무문팔극권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그런 무문팔극권의 기술이 거의 봉쇄된 이상 신체능력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불사'라는 메리트를 지닌 영감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인지 난감해..."
팔대절초는 모조리 막힌상황, 팔대외법도 통하는 것은 거의 없고. 팔대이기쯤되면 대인용기술이라 밀쳐내는게 한계였다. 그렇다고 용격포를 쓰기에는 상대가 좋지 못했다. 그야말로 생사를 건 복불복이니 말이다.
"자, 그럼 네놈을 죽이고 그 에미시의 요권을 상대하러 가야겠지."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T-1000마냥 꿀럭꿀럭 일렁이며 몸을 재구성하는 영감을 보며 서현은 짜증과 함께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참으며 공격을 준비했다. 무문팔극권이 단순히 있는 기술로유지되는 문파였다면 4000여년에 달하는 세월을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며 인외죽이기라던가 권마신창이란 이름으로 불릴리도 없었을 것이다.
"무문팔극권 합기(合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희 기술은 이미 다 파악..."
"연충폭삼뢰(連衝爆三雷)"
팔대절초의 1초 부운파진격과 유사하나 그것보다 좀더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찌르기. 그리고 그 찌르기가 노인에게 격중한 순간, 노인은 인상을 찌푸1리며 외쳤다.
"아니...!"
충격흘리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부터 충격이 울려퍼져왔다. 마치 폭탄이 안에서 터진듯한 맹열한 충격- 그리고 그 직후 작렬하는 나선충격의 정주-
"격류파정주"
타격지점부터 뒤틀려나가는 정주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물러서는 다케도리 할아범- 근 100년이례로 격는 최대의 고통이었다.
"이것은 대체..."
"무문팔극권의 오의.... 정확히 무문팔극권의 근간이라 할 수있는 팔대절초의 특징은 범용성, 다른 기술에 섞어쓰는 것도 다른 기술과 합치는것도 자유자재- 아무리 연구했다고는 해도 이것까지는 모르고 있었겠지?"
확실히 그랬다. 그 남자가 사용한것은 팔대절초와 팔대외법- 그리고 각종 살법들. 그 갖가지가 너무나도 위력적이었던 탓에 그것이 조합 가능하다는 사실은 몰랐었다. 사실 그 팔대절초만으로도 자신은 압도당할정도였으니 그 이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무리였다.
"터무니없구만 터무니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댁같은 존재를 상대할 수 있을리 없잖아"
"그렇지... 그렇군-"
살기를 한껏 뿜으며 손도끼를 집어던지는 노인, 손도끼는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 두세개의 나무를 박살내며 서현을 향해 날아왔다. 서현은 진각을 밟으며 상체를 숙이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전진했다. 무문팔극권의 비전의 보법인 굉뢰탄보-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해지는 무문팔극권의 절초.
"파충폭뢰 구중폭"
장세가 노인을 가격하기 무섭게 노인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초진동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만했다. 팔대절초중 유일한 방어기법인 충파난선과 중첩 발경계 공격기법인 중첩폭뢰의 조합. 전신을 헤집는 충격파가 작렬했지만 노인은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며 어떻게든 이 충격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몸에 도끼를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모르는 사람이 보자면 고통에 미쳐버렸으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서현은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상대가 진동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다.
"역시 1300년이란 세월은 헛게 아니란건가."
그리고 못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아는한 최대의 위력을 지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던 철나...
"그어어어어어!"
"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오니의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서현은 자신의 앞가슴에서부터 타는듯한 고통이 이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충격파에서 벗어난 노인의 손도끼가 앞가슴을 가른 것이었다.
"임자!!!"
서현은 극심한 고통과 출혈속에서 흩어져가는 정신을 겨우 다잡았고 노인은 그런 서현을 두고 다급히 슈우지를 향해 달려갔다.
"큭-"
"어이, 괜찮은거야?"
"너는... 슈우지랑?"
"날 알아볼 수 있을정도면 멀쩡하네- 슈우지도 진짜, 미키를 납치한 적을 걱정해서 어쩌잔 거야."
불평불만을 터트리면서도 기절한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온 소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어린나이에 트레져헌터일을 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슈우지와의 관계도 이래저래 수상쩍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상한행동은 하지마. 아무리 슈우지 부탁이라고는 해도 난 뮤지엄따윈 믿지 않는다고. 게다가 이쪽도 댁들땜시 물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말이야."
어느새 홀스터에서 꺼낸 M92가 키리코 렌의 머리에 겨눠져 있었다. 사실 방금전까지만해도, 아니 지금도 적이니 경계하는것은 당연하겠지만서도.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 슈우지의 지인이니 죽인다거나 하는 흉흉한 선택지는 무리겠고. 프라마닷타나 뺏은후에 다시는 이쪽세계랑 인연 못맺게 해줘야지."
"그거 자살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왜?"
"나는 로망으로 살아가는 여자니까."
비인외도를 걷는자들이 많은, 인간외 존재들이 넘치는 뮤지엄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키리코 렌은 꽤나 순수한편에 속했다. 돈도 싸움도아닌 로망에 모든걸 건 여자였으니 말이다. 기실 관장이나 샤피로 던스턴, 장로등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박물관'에 들리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유물들을 개인자산으로 보존하거나 복구하고 있는 그야말로 오파츠 그 자체보다는 역사와 유물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그러한 존재였다.
"왜 그렇게 유물에 집착하는거야?"
"운명이라 느꼈거든. 생전 처음 박물관에 갔었을때 부터"
그 말에 미사는 어이없어하며 키리코를 향해 말했다.
"그럼 아캄 고고학에나 들어가지 왜 뮤지엄에 들어가서는..."
"그땐 한창 아캄고고학이 알력싸움중이었으니까. 그런데 믿고 들어갈 수 있을까"
"하기사..."
그때 아캄고고학은 완전 엉망이었으니.... 그리 말하는 것도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리라.
"일단 오니도 슈우지가 처리한것 같고 부상입은 사람들을 수습해서..."
"위험해!"
경고성을 외치먀 미사를 밀치는 키리코, 미사는 그런 키리코를 쏘려했으나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을 자르고 지나가는 손도끼를 보며 자신이 키리코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자!!!!"
어느새 나타난 노인은 키리코 렌의 프라마닷타를 집어든채 재빨리 슈우지에게로 향했다. 렌이나 미사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채-
"임자!!!!"
멀리서 들려오는 노인의 외침- 슈우지는 한껏 긴장하며노인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러한 슈우지를 향해 노인은 키리코 렌에게서 뺐은 프라마닷타를 들어 슈우지를 향해 겨누었다.
"네놈이 임자를!!"
비록 불사의 약 사건.... 아니 카구야와 얽힌 사건에서 자신과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부부이며 반려였다. 자신의 반려가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이의 손에 죽는것을 납득 할 수 없었고 인정 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죽인다. 이 프라마닷타로-
백열하는 전광이 모이기 무섭게 슈우지는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와서 피하기엔 노인의 조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고 또 잘못피했다가 서현이라던가 다른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죽어라!"
슈우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백열화한 섬광은 대기를 가르고 슈우지를 향해쏘아졌다. 모든것을 태워버리는 집열하전 입자포- 만약 이중에 정신을 차리고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절규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죽게하지 않는다고.
"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슈우지의 몸이 슈우지의 의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슈우지의 몸을 칠흑빛 용린이 뒤덮으며 손에서 막대한 전광이 발했다. 그리고 사방에서 일렁이는 은빛의 거울, 니토크리스의 거울과 전광을 통한 유도로 하전입자포를 빗겨내 버린 것이었다.
"이 모습은..."
-위험해
날듯 안날듯 애매모호한 기억을 뒤지던 슈우지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재빨리 노인에게 접근해 프라마닷타를 들고있던 팔을 베었다. 그리고 그 직후 이어지는 연격-
아틀락 나챠로 노인의 몸을 묶은 후 단쇄술법인 천강소지와 주야상륜을 발하며 노인의 복부를 걷어찼다. 뒤틀리는 공간과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 튕겨저 나가는 노인, 그런 노인을 향해 다시한번 뛰어오른 슈우지는 그대로 필살의 공간단쇄주법 '레이지 오브 샹그리라'를 발하여 노인을 걷어찼다. 초공간 왜곡에 의해 속박되는 노인, 그러한 노인을 향해 슈우지는 품속에서 한장의 스펠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과거 카구야가 만들어준 대 불사인용 스펠카드- 그 이름,
"신난제 [에이쟈의 붉은돌]!!"
슈우지의 외침과 함께 발하는 엄청난 섬광- 그 섬광은 다케도리영감을 집어삼키며 그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켰다. 다케도리 할아범이 사라지기 무섭게 슈우지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까 오니를 상대할때 사용한 구두연환 명황격도 그렇고, 불가사의한 힘과 호라이산 카구야의 스펠카드까지- 평소라면 한두번만 써도 탈진할만한 것들얼 너무 남용한 탓이었다.
"히... 힘이..."
"그어어어어어어어!!"
"이런...."
재생이 불가능할정도로 박살낸 오니가 어느새 상반신이나마 부활해 슈우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은 상황-
"후지와라[멸죄사원상]"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모코우의 손에 들려있던 스펠카드가 타오르며 맹렬한 불길이 오니의 몸을 태웠다. 한줌의 재도 남기지 않은채-
"모코우씨?"
"좀 쉬고있으라고 슈우지- 나는 뒤처리를 하러 갈테니 말이야"
어느새 재생한 모코우는 그렇게 말하며 슈우지를 서현과 미사, 그리고 키리코 렌이 쓰러져 있는곳에 데려다 놓은채 불사의 미약이 있는 동굴로 향했다. 모든 것의 마무리를 위해서-
한나절 후, 도쿄 모 시립병원
"아... 완전 손해다!"
다행이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입은 미사는 슈우지의 병실에서 조용히 사과를 깎고있는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설령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나마 불사의 미약을 얻고 싶었던 미사로서는 뜬금없이 등장해 다른사람에게 말도없이 불사의 미약을 전부 태워버린 후지와라노 모코우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주인의 부탁이니까-"
"주인이라니? 카구야 공주 말이야? 농담이지?"
미사가 모코우의 말을 농 취급할때 슈우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모코우를 향해 말했다.
"그러고보니 카구야씨 잘 지내고 계시나요?"
"뭐 그 니트히메야 부하들이 많으니까."
"우동게씨도 테위씨도.... 그러고보면 다른 사람들도 잘 지내고 있을까요?"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환상향이야. 그러고보면 새 주민도 생겼지. 그 깐깐한 요괴현자만 아니면 너에게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말이지-"
"자, 잠깐!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갑작스럽게 소외된 미사는 두사람을 향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흠, 그게..."
"설명은 할 수 없어서..."
"왜?"
"요괴현자님과의 약속이거든"
"요괴 현자님?"
더욱 아리송한 슈우지와 모코우의 말에 미사는 두사람에게 짜증을 부렸다. 중간에 허공에서 나타난 손에의해 모코우가 사라진건 무척이나 사소하고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수시간 후 슈우지의 병실 앞
"우우..."
"또 앞에서 저런다."
"어머님도 참"
미사와 카시오는 슈우지의 병실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마토우 미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슈우지의 유우이자 두사람의 모친인 마토우 미키, 본명 유우키 미키는 고등학생때 대답을 잘못한 결과로 지금까지 전전긍긍하며 지내고 있었다. ㄱ등학생때 슈우지의 질문에 대답만 잘 했어도 장밋빛 라이프를 보내고 있었을 터이나 타이밍 미스로 지금까지 사실을 숨긴채 고생중인 세사람이었다.
"하여간, 이래서 유우키의 아이란."
"어... 어머님?!"
어느새 등장한 하도우 루리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외치는 미키- 그런 미키를 보며 루리는 살짝 고조된 목소리로 미키를 향해 말했다.
"누가 어머님이야! 난 아직 너를 인정안했단다. 며,늘,아,기,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며늘아기라 부르는 심보는 뭘까? 하지만 지은죄가 있기에 미키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정말인지 슈우짱도 아빠를 닮아서인지 이상한 사람들과 잘 엮인다니까..."
그 이상한 사람에 자신도 포함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루리는 부채를 펼쳐들며 말했다.
"저에게 인정받고 싶으면 똑바로 하세요!"
"네... 넵!"
루리의 말에 미키는 한껏 긴장하며 외쳤다. 그리고 수십분 후 슈우지는 갑작스런 미키의 습격에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했다. 그렇게 불사의 미약과 관련된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더티페이스란 이름이 본격적으로 뮤지엄에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슈우지를 비롯한 아카긴의 멤버들은 곤란을 겪게 되지만 그것은 또 나중의 이야기-
막간 : 키리코 렌
"모르는 천정일.. 까나?"
유명한 모 애니를 잠깐 따라해본 키리코 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둘러 보았다.
"여~"
기분나뿐 미소를 짓고있는 10대의 소녀를 보며 키리코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물먹인 소녀가 바로 눈앞에 있었던 탓이었다.
"몸은 어때?"
"좋지 않아, 아주-"
"뭐 좋지않아도 상관없어. 비지니스 이야기를 하는덴 말이지"
"비지니스?"
키리코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미사는 실실거리며 말했다.
"설마 뮤지엄이 이런 커다란 실패를 한 너를 이대로 놔둘거라 생각해?"
"음..."
확실히 뮤지엄은 실패를 반기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대형실패를 그냥 보고 넘어갈 만큼 뮤지엄은 만만한 조직이 아니었다.
"이번일로 뮤지엄의 아시아지역.... 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일본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줄어들었지. 게다가 불사의 미약은 제3자에 의해 완전히 소실- 더구나 중요한 오파츠인 프라마닷타마저도 소실했으니."
"진짜진짜 잘해봤자 근신 일반적으론 책임을 지고 물러나 정신병동에 가거나 죽음이겠지..."
암울한 선택지 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실제 이러니까-
"어떻게 할거야?"
"뭘?"
"내 밑으로 들어올거야? 아니면 뮤지엄으로 돌아가서 죽을래?"
"으음..."
한참을 고민하던 키리코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미사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뮤지엄에 들어간것은 자신의 꿈을 위한것- 솔직한 말로 뮤지엄이 아니어도 자신의 꿈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은 없었다. 다만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약간 미안할 뿐.
"그런데 너 슈우지랑 관계가 뭐야?"
처음 봤을때 부터 묻고싶었던것을 지금 묻는 키리코, 키리코의 질문에 미사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듯이 말했다.
"나? 딸이야. 그것도 친딸."
"2%$@^@#&#%$^#$%#^#&#$%"
미사의 폭탄선언에 키리코는 할말을 잃은채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막간2 : 아카긴(紅銀)
사건이 일단락된 지금 서현은 실질적 대표이자 정보및 교섭담당인 무라카미 긴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뭐, 대충 그렇게 끝나버렸어-"
[무사히 끝난건 다행이지만서도... 이래서야 당분간은 의뢰를 받는게 무리겠지?]
"부상자 투성이니까- 나나 슈우지 둘다 최소 일주일은 족히 병원신세를 져야하니. 솔직히 이정도로 끝난것만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전신열상에 화상, 그리고 사음이 갈라지는 절상까지. 솔직히 평범한사람은 몇번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나저나 신쿠로녀석은 도대체 어딜 싸돌아 다니고 있는거야!!!]
"글쎄... 그나저나 대표때문에 골아프겠네 긴코쨩"
[누가 골아프단거야!]
솔직하지 못한 긴코의 외침에 서현은 귀를 막은채 전화를 껐다. 그리고 여친인 후우카 미유가 싸올 사식을 기다렸다. 아무리 부상자라고는 하나 병원음식은 역시 입맛에 맞지 않았다. 더구나...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연습시킬까? 사식 사식~"
서현은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여친의 사식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