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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8화


“여기가 중등부 여기숙사 에요”

아처와 길가메쉬가 네기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무척이나 거대한 건물이었다. 어지간한 체육관 수준의... 아니 그보다 더 될 듯한 크기의 건물.

“정말 기숙사가 맞는 거냐?”

아처는 예상보다 큰 크기의 기숙사를 보며 놀랬다.
거대학원이라 하더니 정말로 맘모스만큼 거대한,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학교인 것 이였다. 한 학부 기숙사만 이정도인데 전체는 어떻겠는가?
나중에 정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든 아처였다.

“에... 그러니까 관리인실이...”

네기는 학원장에게서 받은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관리인실을 찾았다.

“아 여기네요.”

네기가 멈춘 곳은 입구 프론트 옆 구석에 위치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아처는 문을 열었다. 사용하지 않은지 꽤 되었는지 방안은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청소부터 해야겠군...”
“왠지 싫네요.”

길가메쉬는 싫어하면서도 왕의 재보에서 청소를 위한 보구를 꺼내고 있었다. 싫건, 좋건 오늘부터 살아가야할 장소 깨끗한것이 좋다.

“자 진공청소기의 원형인 보구! ‘풍신의 외침’ 등장!”

길가메쉬의 손에는 뭔가 심플해 보이는 청소기(라기 보다는 대걸레에 가까운 느낌)가 들렸다.
사실 이 ‘풍신의 외침’은 동방의 선인중 한명이 지니고 있던 보구로 태풍마저 부를 수 있는 엄청난 보구였으나 길가메쉬에게 있어선 진공청소기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듯싶었다.

“자 그럼 스위치 온-”

웅-

기묘한 공회전 소리와 함께 ‘풍신의 외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먼지가 관 밑에 부착된 먼지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아처도 투영으로 만들어낸(듯한) 먼지 털이로 방안의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있던 터라 30분 가까이 먼지를 털어냈는데도 아직 상당량의 먼지가 쌓여 있었다.

“정말... 몇년 동안이나 쓰지 않은 건지...?”
“학원장님 말씀으로는 신축된 후로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고 하니, 대략 5년 정도...”

네기의 말에 아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것 치고는 먼지가 엄청 많군. 한 10년 정도 사용안한 곳 같아.”
“에잇! 짜증나 최대출력!”

짜증이 났는지 길가메쉬는 청소기(풍신의 외침)의 스위치를 최대로 맞추었다. 그러자 풍신의 관에서 엄청난 위력의 바람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풍신의 외침... 태산조차 무너트릴 듯한 강맹한 바람이 방을 휘감았다.

“으앗! 이 바보자식!”

아처는 재빨리 길가메쉬에게 다가가 뒷통수를 강하게 날렸다.

“으겍!”

길가메쉬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기절했다. 그사이 아처는 재빨리 청소기(풍신의 외침)을 꺼버렸다.
아처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먼지는 다 날아갔으나 방안이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더불어 엄청난 강풍 탓인지 네기가 한쪽구석에서 기절해 있었다.

“큭- 이럴 줄 알았다.”

아처는 탄식하면서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그날 아처가 방을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이 거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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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경 관리인실

“하아...”

정리를 마친 아처는 거실 한쪽 편에 몸을 기대었다.
의외의 소동 탓에 정리가 상당히 늦어지기는 했지만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필요한 것들을 꺼내 놓을까?”

확실히 관리인 실은 너무 삭막했다.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TV와 냉장조차 제대로 안 되는 냉장고뿐이니 말이다.

“열려라. 차원회랑”

아처는 자신이 지닌 몇 안 되는 마구(魔具)중 하나인 차원회랑을 열었다. 2법을 이용한 공간중첩을 통한 무한 공간. 흔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무한주머니와 같은 것 이였다.
뭐 사용법은 도리어 왕의 재보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말이다.

“어디...”

아처는 차원회랑의 내부를 뒤적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물건들을 꺼냈다.
이불, 수리공구, 조리용도구 등, 수많은 물건이 거실에 쌓였다.

“응?”

갑자기 아처의 손끝에 기묘한 감각이 전해져 왔다.
차갑고 단단한 강철의 감촉... 분석에 의하면 그것은 하나의 관. 아주 강한 마술적 봉인이 되어있는 강철의 관이었다.

“설마 이것은?!”

아처는 그 관을 꺼냈다.
관의 크기는 동양의 어른들 평균키보다 약간 큰 정도의 크기. 그리고 관 뚜껑에 쓰여 있는 ​‘​M​A​-​M​H​3​C​'​라​는​ 문자.
틀림이 없었다.
자신이 시로였었던 시절에 만난 고고하며 자신에게 긍지를 지닌 고고한 기계의 천사. 오로지 자신만의 편이 되어 주겠다던 강철의 소녀...
아처는 관 한가운데에 붙어있는 동그란 물체에 손을 얹었다.

“마력기관 봉인해제. 코드 ​8​1​2​-​2​0​4​-​3​M​A​”​

아처가 코드를 말하자마자 관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시... 관이 열리며 한명의 메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까지 늘어트린 연보라 빛 머리카락. 얼굴에 보이는 두 가닥의 선은 기계인형의 증거, 메이드복장은 주인에 대한 봉사의 상징.
기계 메이드 메카 히스이 mk3(줄여서 히스리)

“오랜만에 뵙는군요. 히스리양”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스터 시로”

다른 세계에서의 첫날에 이루어진 우연한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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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3-A교실 앞

“아처형 왠지 피곤해보이네요?”
“그런가?”

네기의 물음에 아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에 도달해야 가능하다는 차원이동을 하지 않나, 능구렁이 학원장이랑 협상하지를 않나, 대청소를 하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전혀 의외의 인물(?)을 의외의 방법으로 재회하지 않나...
어제 하루는 정말 많은 일이 있은 날 이었다. 그러니 피곤할 수밖에...

“참, 네기. 사람들 앞에서 나를 부를 때는 에미야 시로라고 부르렴.”
“네? 아... 확실히 아처라는 이름은 좀 그렇군요.”

네기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 잘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문득 드는 불안... 그런 아처를 본 네기는 웃으면서 말했다.

“잘할 수 있을 거 에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네기의 말에 아처는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옛날처럼 나약해 졌나보군...’

아처는 그렇게 생각하며 교실의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아처의 등에서 싸한 느낌이 감돌았다. 갑자기 든 오한에 아처는 좌우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복도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네기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형?”
“아니...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말이지...”
“오한이요? 혹시...”

무엇인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턱을 괴며 고민하는 네기. 그러나 아처는 표정을 평상시대로하며 말했다.

“뭐 착각이겠지”

그리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며 보인 것은 고풍스러운 교탁과 33명에 이르는 여학생들. 아처는 네기와 함께 교단에 올라섰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얼굴 탓인지 반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아아- 오늘부터 네기선생님을 도와 이 반을 맡게 된 에미야 시로라고 합니다.”

순간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가 일어난 듯 했지만 아처는 신경을 끈 채 말을 이었다.

“담당과목은 기술과 가정입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에 그럼 출석을 부를까요?”

아처의 소개가 끝나자 네기가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1번,2번... 이렇게 순서대로 한명씩 출석을 불렀다. 그런데 출석번호가 계속될수록 아처의 오한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무슨 이유지? 어째서 이런 오한이...?’
“32번 에미야 이리야”

이리야라는 이름에 아처는 자신도 모르게 교탁위에 올려져있는 출석부의 사진을 보았다.

‘닮았다. 분명 이리야누나와 닮았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아처는 교실에 앉아있는 소녀들을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싱글거리며 불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악마를...

“시~”

소악마는 어느새 은빛 유성이 되어 아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속도는 원체 빨라서 얼이 빠진 아처로서는 대응할 수가 없었다.

“로~!”

아처는 배에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어둠속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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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시로도 참... 아직 약하다니까.”

이리야는 기절한 아처를 보며 말했다. 갑작스런 이리야의 행동에 네기는 허둥지둥 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리야, 아는 사람이야?”
“내 오빠”

사쿠라코의 물음에 이리야는 웃으며 대답했다.

“뭐~!”

반 대부분의 아이들이 놀라서 외쳤다. 그러나 이리야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돼서 아버지가 오빠를 데리고 집을 나와 버렸거든...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어째어째 다시 만났는데... 몇 년 전에 사고로 헤어졌지 뭐야...”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이리야. 그러나 다른 사람들로서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거짓도 아니니...

“그러고 보니 이리야가 우리학교에 들어온 것도 2년전 이었지 아마?”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이리야에게 그런 사정이...”

반 아이들 몇몇이 눈물을 보인다. 걔 중에는 마리도 끼여있었다.

“뭐 지난일인걸.”

그 말을 하는 이리야의 얼굴에는 약간 슬픈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 오빠와도 만났으니까.”
“축하해”
“나도”

반에는 어느새 축하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다. 기절한 시로를 내버려 둔 채...




“시로형, 시로형!”

네기는 기절한 시로를 보며 이리야를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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