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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10화


시로와 네기가 도착했을 때, 시로가 해야 할 기숙사 관리인으로서의 일들은 모두 히스리양이 처리해 놓은 후였다.

“이거 미안하군요. 히스리양...”
“천만에 말씀입니다 미스터, 미스터에게 도움이 될수 있다는 거야 말로 저란 존재의 보람이니까요.”

왠지 히스리양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시로만에 착각일까?

“미스터 식사는?”
“제가 나중에 하지요. 먼저 해결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에...”

시로는 네기를 데리고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실 안에서는 길가메쉬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그래봤자 왕의 재보 안이겠지만...) 게임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어, 형 언제 왔어?”

길은 곧장 게임기를 끄고 시로를 바라보았다. 시로의 뒤에 있는 네기를 보자 길은 대충 용건이 짐작 간다는 투로 말했다.

“부탁이 있는가 보네?”
“응... 사실 네기를 단련 시켜줄 공간이 필요해서 말이야... 다른 마술사라면 아무데서나 결계를 치고서 단련시키면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술이 없으니 말이야...”

확실히 시로의 마술은 검제에 특화되어 있다. 뭐 다른 마술도 약간씩 쓰기는 하지만 결계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은 없었다.

“흐음... 그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보구가 있기는 있어...”

말을 하는 길가메쉬의 표정에는 왠지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시로는 길가메쉬의 표정에 우려 섞인 질문을 내 뱉었다.

“혹시 지독한 저주가 걸려있거나 무슨 이상한 제한 조건이라도?”
“아니... 그런 건 절대 없어요. 다만...”
“다만...?”
“그곳을 관리하는 쌍둥이 자매가...”

길가메쉬는 이마를 짚으며 천장으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 아마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모양인가 보다.

“성격이 까다로운 거야?”
“까다롭기 보다는... 직접 겪어보는 편이 좋겠네.”

어느새 길가메쉬의 손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열쇠가 들려있었다. 그러나 그 열쇠의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엄청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바벨탑의 장서고(키 오브 바벨)”

열쇠의 진명이 외쳐지자마자 강력한 마력과 함께 방 한쪽 구석에 게이트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게이트 너머에는 끝없이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탑이 하나 서 있었다.
신조차도 경탄할만한 건축물... 그러나 거기에는 신에 대한 경배나 두려움 따위는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곳에 깃들어 있는 것은 무한한 도전.

“설마... 바벨탑?!”

바벨탑. 신화시대이전에 지어진 세계 최대의 건축물... 신들의 분노로 결국 완성되기 전에 파괴되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속의 탑.

“네... 실제로는 완성되었지요... 그 쪼잔한 신들이 자존심 때문에 감추고 있었던 일이지만요...”

길가메쉬와 시로, 네기는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벨탑 입구에 도달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하... 마중 나온건가?”
“마중?”
“와~ 오랜만에 ​손​님​이​다​(​이​네​요​)​*​2​”​

시로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바벨탑 입구에서 나타난 두 소녀를 보았다. 한쪽은 금발에 장난기가 가득한 단발 소녀, 또 한쪽은 왠지 순박하면서도 약간 어리버리하게 생긴 갈색의 장발 소녀였다.

“오랜만이네요, 바벨탑의 관리인 쌍둥이마녀”
“에~ 길폐하 잖아~”
“오랜만에 뵙네요, 길가메쉬님”

두 마녀는 길가메쉬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둘은 길가메쉬에게 다가가 아양을 부렸다.

“그동안 왜 안 왔던 거에요?”
“지루 했다고~”

두 사람의 아양(이라기보다는 압박이었다)에 길가메쉬는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시로는 길가메쉬가 왜 안 오려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저 두자매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리라. 잠시 후 길가메쉬에게 아양을 부리고 있던 자매는 이제야 시로와 네기를 보았는지 아양을 그만두고 두 사람 앞에 섰다.

“에~ 손님이네? 언니 엔키두 아가씨를 제외하고 폐하께서 손님을 데려온건 처음이지?”
“그렇구나.”

쌍둥이 마녀는 시로와 네기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여기는 무한의 탑, 무한의 장서고.”
“오만한 신들조차 머리 숙일 정도로 장대하고 수많은 지식으로 가득 찬 지식의 보고”
“어서 오세요. 이곳 바벨탑에~!*2”

연습이라도 한 것일까... 호흡을 딱 맞춰서 포즈를 취하는 쌍둥이 자매를 보며 시로와 네기는 진땀을 흘렸다.
부담스럽다.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자매이다.

“그쯤 해둬. 용건이 있어서 온 거니까 말이야... 계속 수틀리게 하면 아예 바벨탑을 봉쇄해 버릴 테다!”
길가메쉬는 소란스러운 자매의 행각에 화가 났는지 갑자기 어른모드로 돌입하며(그래도 모습은 그대로지만...) 마녀자매에게 압박을 가했다. 마녀자매는 울상을 지으며 바벨탑의 문을 열었다.

“우~ 폐하 너무해.”
​“​너​무​하​세​요​.​.​.​”​

길가메쉬와 시로, 네기는 그런 쌍둥이 자매를 애써 무시한 채 문안으로 들어갔다.
문안으로 들어간 시로들에게 보이는 것은 고대 수메르어로 적힌 팻말이 걸린 수십개의 방과 나선으로 뻗어있는 무한의 장서... 장서의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도 웅장해서 네기의 경우 처음 마호라 학원에 왔을 때 느꼈던 그 이상의 웅장함을 느꼈다.

“자, 여기서 훈련을 시작하지요. 시간걱정은 마세요. 여기서의 하루는 밖의 1시간이니까요.”
“시간의 뒤틀림인가?”
“네. 그렇지 않고서야 충분히 쉴 수 없으니까요.”

폭군으로 알려진 길가메쉬였지만 실제로는 길가메쉬 만큼 많은 일을 하는 왕도 없었을 것이다. 그 넓은 영토를 잘 짜여진 교통로도, 통신망도 없으면서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길가메쉬가 하루에 처리하는 민원만 해도 후세의 다른 왕들의 약 2배정도... 쉴 시간조차 부족한 그에게 있어 쉴 시간의 마련은 그 어떤 의제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이 공간. 어차피 숨겨야할 건물인 바벨탑을 신조차도 함부로 못 들어오게 외부세계와 격리시키고 시간마저 뒤틀어버려 외부세계와 시간의 흐름을 달리하게 했다. 한마디로 바벨탑은 장서고이자, 길가메쉬의 별장 같은 곳...

“하아... 너도 고생이 많았구나.”
“일단은 왕이니까요...”
“저기...”
“아참! 네 훈련을 봐주러 온 것 이였지. 길가메쉬 훈련장은 어디?”

네기의 말에 시로는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키며 길가메쉬에게 훈련장을 물었다. 길가메쉬의 안내로 들어간 훈련장은 무척이나 크고 넓었다. 게다가 저 멀리 드넓게 펼쳐진 바다...

“에- 바다?! 설마 공간 연결도?”
“네. 뭐 왕은 나다니기도 힘드니까요.”
“정말... 마법에 달하는 것들까지 동원해서 만든 거냐...”
“왕이 지낼 곳이니까요.”
“우아...”

네기는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리 마법사라지만 어린 네기가 고위마법을 많이 접해 봤을 리 만무했다. 거기다가 여기는 그 고위마법을 집약시켜 만들어낸 공간... 마법사인 네기가 놀라지 않을 리 만무했다.

“네기 그만 놀라고 이리와.”
“네”

네기는 시로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시로가 있는 훈련장 중앙으로 향했다.

“네기,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마술에 재능이 없어... 그러니까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전투법 뿐이다.”
“네”

시로는 뒤늦게 배운 룬마술이라도 가르쳐 볼까 했지만, 마술(여기서는 마법)에 재능이 있는 네기라면 독학으로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예 전투기술을 중점적으로 단련시키기로 한 것이다.

“자 덤벼라 네기”
“네!”

시로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네기는 주문영창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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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헉... 헉...”
“네기, 벌써 지쳤나? 그래서는 전투 중에 죽을 뿐이야.”

네기는 시로의 말에 오기를 쓰며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이미 체력이 다한 네기는 손끝하나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시로는 쓰러져있는 네기를 어깨에 메어들고 훈련장 입구 쪽에 붙어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형, 훈련은 어때?”
“나기, 그 괴물 녀석의 아들답게 정말 엄청난 전투센스야. 본인의 성격자체가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 센스가 잘 발휘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야. 만약 애초에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면 지금보다도 상당히 강했겠지.”

길가메쉬의 물음에 시로는 반쯤 실신한상태의 네기를 침대위에 눕혀놓고 살 웃으며 말했다. 길가메쉬는 시로의 말에 약간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물었다.

“나기라는 사람이 그렇게 강해?”
“강해. 아마 우리세계에 있던 블루정도? 아 넌 모르겠군... 굳이 비유하자면 캐스터의 마력에 랜서나 라이더 정도의 신체능력을 지닌 사람정도가 되겠군...”
“그거 왠지 미묘한데...”
“확실히... 하지만 정말로 강해... 내가 정식으로 싸워도 상당히 고생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니까 말이야... 아니 어쩌면 질지도 모르지.”

시로는 그때의 전투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잠깐 같이 싸웠을 뿐이었지만, 그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전율이 일 정도였다.
그의 전투스타일은 없다. 어떤 의미로는 되는대로 식의 막싸움... 하지만 그는 그런 막싸움도 아닌 그야말로 감각의 따라 싸우는 스타일. 마치 전투를 위해 태어난 듯 그는 배우지 않아도 천부적으로 싸우는 법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석은 정말 전투의 천재다.”

시로의 평에 길가메쉬는 나기라는 인간이 도대체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시로는 성배전쟁에 소환된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평범에서 극에 도달해 영령으로서의 지위를 얻은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전투에 관해서 만큼은 여타 영웅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아니 어쩌면 전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수위를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같은 조건 내에서라면 예를 들어 똑같은 신체능력에 똑같은 장비). 그런 그가 천재라고 인정했다면 그는 정말로 천재인 것이다.

전투의 천재...

 
참고로 마법세계 가기 이전에 쓴 작품인지라 여러모로 오류가 생긴 부분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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