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오옷! 정말 맛있구려!”
순식간에 짐을 풀고 텐트까지 친 카에데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빠르기로 네기와 시로 사이에 끼어들어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카에데는 시로가 지은 밥 대신에 미리 싸놓은 주먹밥을 산천어매운탕과 함께 먹고 있었다.
“정말 산속에서는 아무리 잘 차려도 이정도로 차리기는 정말 힘들거늘... 정말 대단 하외다. 에미야 선생.”
“기본적인 도구만 다 갖추고 있으면 간단한 일이야.”
“아니 그렇지 않소이다. 상당한 요리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곳에서 이런 진수성찬은 정말힘들지요.”
카에데의 말처럼 이런 맛있는 밥조차 만들기 힘든 산속에서 이정도의 진수성찬을 차린다는 것은 그만큼 시로의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는 반증 이였다.
“그나저나 카에데, 여기는 무슨 일로?”
“수행이라오.”
네기의 물음에 카에데는 평소의 미소로 대답했다.
“수행이요?”
“그렇다네~ 이런 산속에서의 수행은 몸놀림을 재빠르게 하고 지구력을 길러주지.”
카에데의 말에 네기의 수행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기분전환을 시켜주려고 산으로 데려온 시로였지만, 이래서야 수행을 안 해도 자기혼자서 수행에 들어갈 판이었다.
“하아... 참... 왠지 어릴 적 나를 보는 느낌이랄까?”
시로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기는 왠지 모르게 시로를 닮아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쫒는 이상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궁극의 이상은 자신의 아버지... 단지 두 사람의 다른 점은 재능의 여부... 마술사로서의 재능은 눈곱만치도 없는 시로와 마법사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네기... 다르지만 같은 두 사람...
“하아...”
시로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동안 네기와 카에데는 순식간에 점심을 해치우고 쉬고 있었다. 시로는 얼른 점심을 해치우고 뒷정리를 했다.
뒷정리가 끝났을 쯤, 네기와 카에데는 훈련이라도 하러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거이거...”
시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근처에 나무에 기대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시로의 걱정처럼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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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가 뒷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네기는 카에데와 함께 수련하러 나섰다. 점심 뒷정리를 도와줄까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훈련이 더 시급하다 생각한 네기는 뒷정리중인 시로에게 말 한마디 없이 카에데를 따라 나섰다.
“헤에~ 네기도령 몸놀림이 괜찮구려. 어린 몸으로 상당한 수행을 쌓은 듯하구려.”
카에데에 말에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으쓱하며 대답했다.
“옛날부터 단련을 해왔으니까요”
“아니, 네기도령 단련정도로 그런 몸놀림을 보일 수는 없다네. 본격적인 수련을 어느 정도 거쳐야 그런 몸놀림이 겨우 나오기 시작하지... 소생도 5살 때부터 수련을 시작해 11살쯤에야 그런 몸놀림이 나오기 시작했지...”
“헤에... 그랬군요...”
“네기도령은 상당한 명사한테서 수행을 받고 있는 듯 하구려...”
카에데는 약간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네기는 새삼 요 며칠 새에 시로에게 받은 수련의 효과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깨달았다.
“그나저나 네기도령, 무엇을 그리 조급해 하는가?”
“네? 무슨...”
카에데의 말에 네기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카에데에게 물었다.
“실은 네기도령의 몸놀림에서 조급함을 느꼈다네... 조급함은 몸놀림을 버둥거리게 하지... 버둥거리면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되고 실수는 실전에서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오게 되지... 그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라네.”
카에데의 말에 네기는 섬찟했다.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기묘한 감각이 자신을 옭아메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네기도령, 조급해하지 말게나... 조급해할수록 네기도령의 목표에서 멀어지니 말이세...”
카에데의 말이 마치자 네기를 옭아메던 기묘한 감각이 사라졌다.
“방금 뭐였지요? 제 몸을 옭아메던 기묘한 감각은?”
“별거 아닌 잔재주중 하나일세~”
사실 카에데가 한 것은 별거 아니었다. 단지 힘의 차이를 몸으로 알게 해준 것일 뿐... 살기도 아닌 그저 순수한 힘의 개방. 그것만으로 네기의 감각을 옭아 멘 것이다.
“그렇군요...”
네기는 궁금했지만 다짜고짜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참... 카에데, 지금 어디가는거지요?”
네기의 물음에 카에데는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저녁 찬거리 수집이라네. 산중수행으로는 딱 이지.”
“예~?!”
너무 의외인 카에데의 수행에 네기는 놀람을 금치 않았다.
“네기도령. 산에서는 우선 식량 확보가 중요하네, 그것은 다른 곳을 가더라도 마찬가지지... 특히 산속에 고립되거나 하면 더더욱... 아 저기 산나물이 있구려.”
카에데는 아주 신속한 몸놀림으로 산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네기는 내심 내키지는 않았지만 수행이라기에 카에데 옆에서 같이 산나물을 캐었다. 산나물을 캐던 네기는 문득 주위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수십년을 살아온 듯 굵직굵직한 나무뿐... 사람이라고는 한명도 없었다.
“이상하네...”
“네기도령, 나물 다 캤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세나.”
어느새 카에데의 손에 들려있는 바구니에는 산나물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네기가 캔 것과는 심하게 차이가 날정도로... 아무리 경험상 차이가 있다지만 너무나 차이가 나는 양이었다.
“카에데양 정말 많이 캤군요...”
“오늘따라 손에 잡히는게 많더구려.”
뭔가 의구심이드는 네기였지만 별 이상한 것도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흐음... 오늘은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겠구려...”
카에데는 갑작스럼게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문득 카에데의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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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엄청난 마기는?!”
시로는 갑자기 숲속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기에 놀랐다. 그토록 강력한 결계내에 침입할 수 있는 마(魔)라니... 시로는 간장과 막야를 투영하며 숲속을 향해 달렸다.
“제발 늦지 않기를...”
시로는 숲속으로 들어간 네기와 카에데를 걱정하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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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난감하구려...”
카에데는 자신과 네기를 쫓아오는 염소머리의 괴물을 보며 긴장했다. 이전에 싸웠던 상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존재감... 그리고 강함.
카에데는 네기를 안고서 전력을 다해 염소머리괴물로부터 벗어나려했다. 그러나 염소머리괴물과의 차이는 벌어지지 않고 점점 줄어들기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 바포메트가 왜 이런곳에...”
학원결계의 존재를 알고 있는 네기로서는 저 마물이 왜 학원 내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네기도령, 저 괴물에 대해 알고 있는가?”
“네... 저도 책으로 밖에 못 봤지만...”
네기의 대답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 카에데는 곧장 다음 질문으로 들어갔다.
“혹시 약점 같은 건 아는가?”
“딱히 약점 같은 건 알려져 있지 않아요... 단지 심각한 타격을 주어 돌아가게 하거나 할뿐... 교회 쪽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네기의 답변에 카에데는 다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어쩔 수 없구려... 네기 도령 먼저 도망치시게!”
“네? 카에데는?!”
“곧 뒤따라가지. 미안하네!”
카에데는 네기를 저 앞으로 던진 후 몸을 돌려 쫓아오고 있는 괴물의 앞을 막아섰다. 괴물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미동도 없이 서있던 카에데는 낫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눈을 크게 떴다.
코우가 인법(忍法) 용아(龍牙)
찰나의 섬광과도 같은 빠른 움직임으로 괴물의 품안으로 파고든 카에데는 기를 실은 일격을 복부에 먹였다. 보통사람이라면... 아니 어지간한 고수라도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으나 괴물에게는 타격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카에데는 용아에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었다.
코우가 인법 열룡격(裂龍擊), 파군(破軍)
어깨치기와 동시에 들어간 풍룡(風龍)의 일격. 보통사람이라면 시신조차 안 남을 연속공격 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마계에서도 고위마물에 속하는 바포메트... 카에데의 실력이 그리 낮다고 볼 수 없으나 도구도 변변치 않은 카에데로서는 고위마물인 바포메트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호오... 제법이로구나...”
바포메트의 말에 카에데는 놀라면서도 재빨리 물러섰다. 그러나 바포메트의 주먹이 조금더 빨랐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카에데의 신형이 저 멀리 날려졌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군...”
바포메트는 거대한 낫을 들며 말했다. 만약 그대로 도망쳤다면 살려주었을 수도 있었으나 자신과 정면으로 상대한자... 그냥 보낸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독이었다.(실제로 상대한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잘가라...”
바포메트의 낫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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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여-.”
네기는 아버지 사우전드 마스터에게서 받은 지팡이를 불러들였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자신은 선생... 제자를 버리고 가는 일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나의 부름에 응하라 바람의 정령, 번개의 정령...”
네기는 카에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며 자신이 쓸수 있는 최강의 주문을 영창 했다.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번개를 두르고 불어라 남양의 폭풍!”
네기는 카에데가 있는 곳에 거의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낫을 휘두르려 하는 바포메트... 네기는 자신이 지닌 모든 마력을 이 마법에 집중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바포메트를 향해 쏘았다.
“번개의 폭풍!”
주문이 발해짐과 동시에 막강한 위력을 담은 바람이 바포메트에게 쏘아졌다.
“어리석은!”
바포메트는 광포하게 낫을 휘두르며 네기가 쏜 번개의 폭풍을 갈랐다.
“아-!”
네기는 당황한 나머지 머뭇거리고 말았다. 그것이 실책... 바포메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네기를 붙잡았다.
“큭!!”
네기는 전신을 옥죄는 악력에 신음을 흘렸다. 바포메트는 그런 네기를 보며 말했다.
“크흠... 나이에 비해 제법 이다만 아직 나에게는 한주먹거리도 안되는군...”
“그... 그건 두고봐야 알겠지요...”
바포메트는 네기의 여유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나 찰나의 시간도 안 있어 그 여유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큭!”
손이 시큰해짐과 동시에 바포메트는 네기를 놓았다. 아니 놓쳤다. 바포메트의 손 안에는 어느새 신성오망성진이 그려진 것이었다.
바포메트가 괴로워하는 틈을 타 네기는 주문을 준비했다.
“나 네기 스프링필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뇌전의 왕이여 빛의 왕이여 부름에 응하라!”
네기의 주문영창... 그러나 아까와는 다른 주문...
“천공을 부수는 광뢰(光雷), 대지를 꿰뚫는 분노의 창! 칠흑을 부수는 여명, 내리쳐라!”
주문자체는 번개의 폭풍보다 약간 긴 정도였으나 주문을 영창하는 네기는 폭주하는 마력에 괴로움을 느꼈다. 애초에 연습도 없이 사용하는 주문인데다가 다른 세계의 마법의 술식을 무리하게 이쪽 것으로 바꾸어 발동하는 주문... 애초에 리스크가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주문의 막강한 위력은 단 한번도 사용하지 네기였지만 뻔히 알 수 있었다.
“인디그네이션!”
주문이 뱉어짐과 동시에 마치 하늘을 꿰뚫는 듯한 뇌광이 바포메트에게로 떨어졌다.
콰과과광!
바포메트에게 상당히 근접해 있는 네기였지만 주문의 여파는 없었다. 오직 바포메트에게만 집중된 일격... 이거라면 녀석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네기는 기절한 카에데 곁으로 향했다.
인디그네이션... 무한의 장서고 바벨탑안에 존재한 수많은 마도서를 뒤지다가 찾은 최고위급 마법... 다른 세계의 마법이라 술식을 변환하는데 고생하기는 했지만(번역은 도서관의 사서인 두마녀에게 부탁했다.) 거기서 발견한 고대마법을 참고로 술식변환에 성공했다. 단지 변화시키면서 약간의 미스가 생겼는지 범위가 줄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제 위력에 제 범위대로 떨어졌다면 자신과 카에데도 그 마법에 휘말렸을 터였다.
“하악... 하악...”
네기는 아까 영창했던 주문의 영향으로 폭주하고 있는 마력을 진정시키며 카에데에게 치료마법을 시전했다. 외상은 별로 없었으나 강력한 일격에 내부가 진탕되어있던 탓이었다. 네기의 실력으로는 내상을 약간 완화시키는 정도였으나(지금 상태로는 그것도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카에데 정도면 그 정도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휘청-
네기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카에데 옆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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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용서할 수 없다!”
바포메트는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며 외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렬한 마기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나무는 말라가고 땅이 죽어갔다.
바포메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낫을 집어 들며 네기와 카에데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낫을 한번만 휘두르면 저기 쓰러져있는 두사람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마계의 전사로서의 긍지를 지닌 바포메트는 쓰러져있는 두사람에게 낫을 휘두르기 왠지 껄끄러웠다. 그러나 잠시 고민을 하던 바포메트는 결심을 한듯 낫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엑스- 칼리버!”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침과 함께 바포메트는 정수리부터 완전히 양단되었다. 바포메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동자를 굴려 뒤쪽을 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붉은 옷자락을 흩날리는 한사람의 인영...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됐다. ‘그’세계의 수호자인 그가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에 뿜어진 섬광에 바포메트는 더 이상 사고를 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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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네기가 일어났을 때, 어느새 하늘은 새빨간 노을로 가득 차 있었다. 네기는 갑자기 느껴지는 쓰라림에 자신에 몸을 보았다. 온통 붕대 투성이인 자신의 몸...
“그러고보니 카에데는?!”
네기는 자신과 함께 쓰러져있던 카에데를 찾았다. 그러나 카에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 마, 카에데라면 다른 텐트에서 치료중이니까.”
익숙한 목소리에 네기는 텐트입구를 보았다.
“시로형...”
“정말로 위험할 뻔 했어... 조금만 늦었더라도... 생각하기 싫군...”
시로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것은 단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
“하아~ 오늘은 고생했으니 푹 자고 내일 내려가자고.”
“저기...”
네기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시로는 그런 네기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시로의 말에 네기의 뺨에는 한 가닥 투명한 선이 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