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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17화


학원장실에서 나온 네기는 곧장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저번 아스나와의 가계약으로 인해 생긴 카드를 보았다. 복잡한 수식으로 짜여진 마법진 앞에 커다란 대검을 들고 서있는 아스나... 갑자기 그저께 가계약 때의 일이 떠오른다.

-퍼엉

창졸간의 일이었지만 지금생각해 보니 첫 키스였다.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낀 네기는 아스나와의 가계약 카드를 넣으려 했다.

“네기~!”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네기와 같은 방에서 지내고 있는 코노카의 목소리였다. 네기가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손을 흔들고 있는 코노카와 그것을 약간 못 마땅한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아스나가 있었다.

“어라? 그건 뭐야 네기?”
“네? 이거요?”

네기가 뭐라 말할지 생각하는 도중 코노카는 네기가 들고 있던 아스나와의 가계약 카드를 뺐어들었다.

“어? 이건 타로카드? 어라 아스나가 그려져 있네! 너무 예쁘다~”

아스나가 그려진 카드를 보자 코노카는 매우 반짝이는 눈을 하며 카드를 꼭 쥐었다.

“어라 이건 뭐야?! 어째서 내 옷차림이...”

아스나는 코노카가 쥐고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카드를 보고는 네기에게 따졌다. 네기는 코노카가 듣지 못하게 아스나에게 살짝 접근해서 대답했다.

“실은 저번 가계약때...”
“아...”

아스나는 네기에 말에 저번 일을 떠올렸다. 아스나는 자신의 얼굴에 피가 약간씩 몰림을 느꼈다.

“에...”

카드에 정신팔려있던 코노카는 네기와 아스나의 밀담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려 했으나 아스나의 경계에 듣지 못하고 물러났다. 대신 코노카는 짓굿은 표정을 지으며 네기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스나의 카드를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서 소중히 갖고 다니다니... 네기 역시나...”
“아... 아니에요!!!”

코노카의 페이스에 휘말린 네기는 강하게 부정하며 외쳤다. 그러나 코노카는 마치 하루나 같은 미소를 띄우고 네기를 향해 말했다.

“정말~?”
“네, 네~ 그만가자!”

코노카의 장난이 심해지자 아스나는 코노카를 끌고갔다.

“참, 네기 우리 수학여행 때 입을 옷 사러가는 데 같이 가지 않을래?”
“그러지요...”

네기는 끌려가는 코노카의 모습에 약간 당황하면서도 두사람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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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에반젤린의 집.

“무슨 일이지? 에미야선생.”

에반젤린은 불쑥 찾아온 시로를 보며 적개심을 내비쳤다. 아마도 저번의 일 때문인 듯 했다.
시로는 에반젤린의 적개심을 무시하며 에반젤린에게 물었다.

“수학여행... 어쩔 거지?”
“어쩌긴? 여느 때처럼 학교에서 있어야겠지...”

에반젤린은 차차마루가 타온 차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사실 에반젤린은 몇 번씩이나 이 등교저주를 해주하려 했으나 너무나 강력한 마력 탓에 지금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었다. 그 탓에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마호라 학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 저주를 풀 수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뭐?”

시로의 물음에 일순간 에반젤린의 눈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나기 녀석이 그저 주문대로 외웠을 뿐이지만 그 엄청난 마력 탓에 그 누구도 풀지 못하게 되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풀겠다는 거지?”

에반젤린의 말에 시로는 담담히 말했다.

“아무리 강한 마력으로 건 저주라지만 만약 그 저주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그 말에 에반젤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자신으로서는 생각도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계약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것... 그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시간자체를 되돌리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런 마법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을 리 없잖아”
“과연 그럴까?”

시로는 에반젤린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팔에 있는 회로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트레이스 온”

시로의 외침과 동시에 나타난 기묘한 모양의 단검. 그것은 캐스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계약을 무효화 시키는 보구.

-룰 브레이커-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난 이 단검은! 게다가... 이거 ​아​티​펙​트​잖​아​!​!​!​”​

에반젤린은 시로의 손에서 갑자기 나타난 단검을 보며 경악을 터트렸다. 이런 엄청난 아티팩트를 누가 만든 걸까? 그보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에반젤린은 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정말... 네 녀석 정체가 뭐야?”

에반젤린의 물음에 시로는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능글능글한 녀석... 좋아... 그보다 가능하겠어?”
“확신할 수는 없어. 일단 체계부터가 다르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전의 경험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어때, 한번 도전해 보겠어?”

에반젤린은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잠시 동안 시로의 눈을 보고 입을 열었다.

“이 저주만 풀 수 있다면 말이지...”
“좋아... 그럼 손을 이리 내봐. 참 조금 따가울 거야.”

에반젤린은 시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빨랑 하기나해.”
“그럼... 룰 브레이커!”

시로는 에반젤린의 손을 살짝 찌름과 동시에 진명을 내뱉었다. 방안은 룰 브레이커가 내뿜는 빛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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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어린이옷을 잔뜩 들고 있던 네기는 힘없는 웃음을 흘리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코노카가 옷을 잔뜩 고른 탓에 여러 번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네기가 막 마지막옷으로 갈아입던 중 카모가 입을 열었다.

“형님, 코노카누님은 학원장님의 손녀지요? 그럼 마법사 혈통?”
“으응, 정작 자신은 모르는 것 같지만.”
“흐음...”

네기의 말에 카모는 잠시동안 고민을 하더니 게슴츠레 눈을 뜨며 네기에게 말했다.

“형님... 코노카누님의 입술을 훔쳐버리세요.”
“뭐?!”

갑작스러운 카모의 말에 네기는 놀라 당황했다. 카모는 그런 네기를 안심시키며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하는 건 가계약이에요”
“응?”
“앞으로 관서주술협회와 실랑이를 벌이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또 에반젤린처럼 강력한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가계약을 해둬서 되도록 전력을 확보해 놓는 편이 좋아요.”
“하지만 난 아스나만 있어...”

카모는 네기의 말을 끊고 말을 계속했다.

“쯧쯧... 모르는 군요 형님. 인생선배로서 충고하는 건데 뭐든 경험하는 게 좋다구요. 괜히 웅크리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돼요”

카모의 그 말에 네기는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네기의 상태를 잠시 보던 카모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소문에는 형님의 아버지인 사우전드 마스터의 명칭이 1000명에 이르는 여성들과 가계약을 했기 때문이라는...”

카모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고개를 돌려 네기를 보았다. 네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카모에게 말했다.

“카모... 거짓말은 안 되는 거야.”

그러고는 지그시 카모를 밟아주었다. 카모는 잠시 동안 난동을 부리며 용서를 빌다가 이내 기절했는지 축 늘어져 버렸다. 네기는 그런 카모를 탈의실 한쪽 구석에 놓아두고 다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티를 반쯤 입었을 쯤...

“네기 갈아입는 거 도와줄까?”

갑자기 코노카가 커튼을 걷었다. 아직 갈아입던 중이었던 터라 네기는 재빨리 등을 돌리고 탈의실 구석으로 피신했다.

“아 미안.”

코노카는 네기에게 사과를 하고 나가려 했다. 그때 코노카는 아까 본 아스나가 그려진 타로카드가 바닥에 떨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아, 이 카드 아까 그거구나♡ 다시한번 보여주지 않을래?”
“아 네...”

네기는 카드를 주워서 코노카에게 주었다.

“와~아! 아무리 봐도 귀여워!!!”

코노카는 한동안 카드를 꼭 쥐며 부비부비를 하다가 네기에게 말했다.

“네기. 이거 내 것도 만들어 주지 않을래?”
“네?”
‘찬스다!’

언제 깨어난 걸까? 카모는 눈을 번뜩이며 네기에게 속삭였다.

‘형님 어서요! 이젠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하... 하지만...’
“네기?”

네기가 한동안 말이 없자 코노카는 네기에게 말을 걸었다. 네기는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저기... 그게 만들 수는 있어요.”
“정말?!”

네기의 말에 코노카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네기는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대신 조건이... 저... 저랑 키스를 해야 하는데요... 역시 안 되겠지요? 이렇게 느닷없이 키스라니... 쓸데없는 소리해서 미안해요.”

네기는 코노카에게 사과하고 그 자리를 뜨려했다. 그러나 코노카는 나가려는 네기의 소매를 잡고 약간 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키스? 겨우 그거야? 좋아 그 정도라면”
“엑?!”

네기는 당황했다. 설마 승낙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옆에서 ‘GET’이라 외치려던 카모를 지그시 밟아주었다. 코노카는 탈의실에 커튼을 치며 말을 이었다.

“응? 그럼 네기, 아스나랑은 벌써 했다는 얘기네~”
“아... 아니 그건!”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으나 좁은 탈의실에서 피할 곳이란 없었다.

“자아~네기.”
“코노카... 역시 아무래도...”
“그렇게는 안되지, 아스나 하고만 하다니 약았어...”

코노카는 여우같은 미소를 띄우며 입술을 네기얼굴에 가까이 갔다대었다.

‘이때다!’

카모는 네기에게 밟혀있는 와중에도 전력을 다해 가계약 마법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아슬아슬하게 코노카의 키스와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가계약!’

가계약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뿜으며 두 사람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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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어딜 간 거야?”

아스나는 갑자기 사라진 코노카를 찾으러 전 매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네기가 있는 아동복코너까지 오게 되었다.

“흐음... 네기에게 물어볼까?”

아스나는 네기를 찾기 위해 아동복 코너 쪽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네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있는 중인가?”

아스나는 탈의실 쪽을 보던 중, 갑자기 탈의실중 한곳에서 빛이 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스나는 주위에 누군가가 보고 있는지 살핀 뒤 그대로 빛이 이는 탈의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커튼을 걷으며 조용히 외쳤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네기!”

아스나가 네기와 아스나를 발견한 그 순간 네기와 코노카를 감싸고 있던 빛은 두 사람 사이에 뭉쳐져 카드의 형태가 되었다.

“우와~ 무슨 마술같다. 내 카드다 내 카드!”

코노카는 카드형태의 빛 무리를 쥐었다. 그리고 나타난 그녀의 카드는...

‘빈약’그 자체였다.

카드 앞면에 그려진 그림은 누군가가 동화를 그리다가 만 듯한 그림체... 모습도 소개도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아잉. 이게 뭐야?! 너무 못났다. 아스나랑은 전혀 다르잖아!!”

네기와 아스나는 고개를 들이밀어 코노카의 카드를 보았다. 코노카의 카드는 잠시 동안 코노카의 손에 머물다가 사라져 버렸다. 네기는 사라져버린 카드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역시 정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뭐? 그런 거야?! 그렇다면 다시 한번!”
“코노카 진정해...”

코노카는 눈빛이 달라지며 네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스나가 막은 탓에 결국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카모는 사라진 카드를 보며 매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체... 뺨에 하다니... 실패로군. 제대로 된 가계약 카드 한장당, 족제비협회에서 중계료로 5만 족제비 달러가 나오는데...”

카모는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짐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이마에 혈관마크를 띄운 아스나가 눈을 붉게 빛내며 말했다.

“호오... 과연 네가 꾸민 일이란 말이지... 어린아이를 이용해 먹다니 파렴치한 녀석!!”
“누님 용서해 주세요!”

그날 카모는 아스나의 특제 아스나킥을 먹고 만 하루 동안 사경을 헤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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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후 새벽 5시 반

찌르르...

“좋은 아침!”

네기는 종의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알람을 끄며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수학여행 채비를 마치고 외쳤다.

“야호!! 오늘은 고대하고 고대하던 수학여행 날이다!”

드디어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만날 수 있게 된 탓인지 매우 흥분으로 들떠있었다.

“아스나,코노카 저 먼저 갈께요.”

비몽사몽중인 두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선 네기는 입구에서 시로들과 합류했다. 네기는 시로를 따라가는 길가메쉬와 히스리양을 보고 물었다.

“형 이분들도 따라가는 거 에요?”
“그래. 일종의 지원군. 우리들만으로 학생들 전부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지.”

네기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상당히 거대한 조직이니 만큼 어느 정도의 전력을 보낼지 모른다. 자칫하면 학생들이 휘말릴 수 있는 일... 아무리 일당백, 일기당천, 만부부당이라 해도 지키는 데에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였다.

“그럼 집합장소로 갈까?”
“네”

네 사람(?) 천천히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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