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소년은 기를 고양시켜 신체를 강화시키고 시로에게 달려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싸움터를 전전한터라 전투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수준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다. 시로는 가볍게 발을 들어 달려드는 소년을 향해 무릎차기를 날렸다. 마력을 가득 실은 터라 보통사람이라면 바로 턱이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크억-!”
턱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년. 시로는 차올린 발을 그대로 소년에게 내리찍었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소년은 등과 배, 그리고 내장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돌바닥에 처박혔다. 시로는 자신에게 달려든 소년을 천천히 살폈다. 척 보기에도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귀의 형태로 보아 아마 수인족 계통인 듯했다. 시로는 소년의 근육이며 마력의 흐름을 자세히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소년을 살피던 시로는 소년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애송이, 이름은 뭐지?”
“이누가미... 코타로 다...”
소년... 아니 코타로는 힘겹게 고개를 들며 악에 받힌 목소리로 말했다. 시로는 그런 소년의 모습에 살짝 입 꼬리를 치켜들며 말했다.
“그 나이치고는 제법이군... 누구한테 배웠지?”
“스승이라 부를만한 사람은 없어... 난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으니까.”
“독학으로 그 정도라...”
시로는 고개를 돌려 네기를 바라보았다. 이 코타로라는 소년은 네기와 비슷한 또래인듯했다. 하지만 네기와는 다르게 태어났을 때부터 버려져 전장을 전전해서 살아왔으리라. 전장 속에서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계속 전장을 헤매며 싸움을 계속해와 자신의 전투스타일을 완성시킨 케이스...
“훗-”
시로는 코타로의 등을 내리누르고 있는 자신의 발을 치웠다. 그리고 네기를 향해 소리쳤다.
“네기, 니가 상대해 줘라.”
“에-?!”
갑작스런 시로의 말에 네기와 아스나는 벙 찐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아스나. 너는 빠지고.”
“잠깐! 그럼 네기 혼자서 싸우게 하란 말이에요?!”
시로의 말에 아스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네기의 보호자(?)로서 네기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 따위는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로는 그런 아스나를 무시하고 네기를 보며 말을 계속 이었다.
“네기, 저번에 구상했던 전투법. 그것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마침 저 코타로라는 소년은 너와 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시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창을 투영한 다음 창으로 코타로의 몸에 휘둘렀다. 코타로는 끝이라 느끼고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한참동안 아무감각이 없었다. 아니 도리어 고통이 사라지고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코타로는 영문을 몰라 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시로는 창을 한번 휘두르고는 코타로에게 말했다.
“롱기누스 성창모드, 충분한 마력만 주입해주면 어지간한 상처는 대부분 치유할 수 있지. 어차피 싸울 거면 공평한 승부가 좋으니까 말이야.”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
코타로는 먼지를 털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 상태를 살핀 뒤 네기를 보며 자세를 취했다. 네기도 마력을 전신에 고르게 퍼트리며 준비를 했다. 긴장 탓인지 유달리 심장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렇게 대치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코타로였다. 코타로는 엄청난 속도로 네기에게 다가가 펀치를 날렸다. 네기는 코타로의 펀치를 피하며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코타로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네기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기가 상당히 실린 발차기인 터라 제대로 맞으면 장벽을 친 네기라도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네기는 시로와의 연습 대전 때처럼 빗겨 맞아 발차기의 위력을 줄였다. 네기는 코타로의 발차기를 흘리자마자 마법을 시전 했다.
“마법의 사수 연발! 번개의 17화살!!”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17발의 번개의 화살. 그러나 코타로는 예상이라도 했는지 품안에 숨겨두었던 부적으로 네기의 마법의 사수를 막았다.
“제법이잖아!”
코타로는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네기는 코타로의 말에 아무 반응 없이 다음공격을 준비했다. 마법사에 한없이 나약하게 보이던 네기의 초인적인 움직임에 시로를 제외한 모두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특히 세츠나의 경우는 더욱 놀람의 정도가 심했다. 둘다 10살의 나이에서 보일 수 있는 강함의 한계를 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코타로의 경우 구족(狗族)이라 그렇다 쳐도 네기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마법수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요? 마법학교도 얼마 전에 졸업했을 뿐더러 전투에 대한 경험과 훈련은 거의 전무할 텐데...”
세츠나는 경악에 가득 찬 눈으로 시로를 보며 물었지만 시로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네기와 코타로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한참을 부딪치던 네기와 코타로는 서로약속이라도 했는지 뒤로 물러섰다. 서로의 기량이 비슷한 터라 서로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근접전에 특별한 조예가 없는 네기 쪽이 좀 더 타격을 입었었다. 코타로에게서 떨어진 네기는 자신이 구상해 왔던 전투법을 사용하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마법의 사수! 바람의 16화살 집속!!”
네기가 구상중인 대전사용 전투법. 공격에 마법을 깃들게 하여 공격력을 배가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꽤나 흔한 방법일지도 모르는 방법이나 네기는 공격력증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네기가 마법의 사수를 깃들게 한 곳은 바로 발. 네기는 마법의 사수를 깃들게 한 발로 땅을 박찼다.
“!!!”
아까와는 비교가 힘든 스피드. 코타로는 아까와는 다른 네기의 스피드에 반응을 하지 못하고 일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네기의 연격! 비록 어설프기는 했지만 위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코타로는 전투의 프로(시로만큼은 아니지만 전장에서 상당히 구른 터라 많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 코타로는 침착히 네기의 공세를 받아넘겼다. 다행이도 네기는 근접공격 능력은 많이 허술한 터라 쉽게 받아 넘길 수 있었다. 네기의 공세를 받아넘긴 코타로는 그대로 크로스카운터를 네기에게 먹였다.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네기는 허공에서 한바퀴 돌고 바닥에 떨어졌다. 정통으로 맞은 탓인지 얼굴에는 코피가 흥건했다. 네기는 코피를 대충 닦고 다시 코타로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인가...?”
책의 능력을 통해 네기 선생님을 쫓아온 노도카는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입구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책에서 은은한 빛이 일었다. 새로운 정보(?)가 갱신된 것이었다. 노도카는 재빨리 책을 펼쳐보았다. 책을 펼치니 피투성이가 된(많이 순화되어 나오므로 그렇게 처참해 보이지는 않는다.) 네기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네기 선생님의 걱정에 노도카는 전력으로 입구 안으로 달렸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되는지 알지 못한 채...
코타로와 네기가 싸움에 들어간 지 대략 5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헉-헉-”
“허억- 퉤-”
둘 다 지쳤는지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네기의 경우 코타로의 카운터와 무리하게 주문 제어를 한 탓이었고 코타로의 경우는 네기가 구상 중이던 전투법을 처음 내보였을 때 내준 선공의 타격이 큰 탓이었다.
“아하하하-! 보통 인간이 나를 이렇게 까지 몰아붙인 건 네가 처음이야-(시로의 경우는 압도적인 실력 차라서 제외) 그러니까... 진심으로 가주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코타로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전신에 털이 수북히 자라고 머리가 길어지며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까보다 기가 상당히 늘어나있었다. 코타로는 입고 있던 옷의 외투를 벗고 움직입에 방해되는 상의를 찢었다. 네기는 그런 코타로를 보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세츠나는 수화한 코타로를 보며 시로에게 말했다.
“저 코타로라는 소년 수화를 했군요... 네기 선생님을 물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더 이상 싸웠다간...”
“아니, 아직 네기 쪽에서 싸우고자 하고 있어.”
“하지만...”
“네기는 마기스텔 마기를 지망하고 있어. 이정도 시련에 굴복할 녀석이 아니지... 그리고 나는 네기를 여기서 쓰러질 만큼 나약하게 단련시키지 않았어.”
시로의 말에 세츠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네기는 수화한 코타로를 보고 긴장했으나 이내 긴장을 완화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 내손에 머물러 적을 집어삼켜라 하얀 번개!”
네기의 손에서 강한 전격이 일었다. 코타로도 네기를 보며 전투자세를 잡았다. 네기도 코타로도 다음 일격에 이 승부를 끝 낼 생각 이었다. 일격 승부인 탓인지 네기와 코타로는 서로 상대의 빈틈을 살피기 바빴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상대의 허점을 살피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렇게 대치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두 사람의 귓가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네기 선생님!”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 싸우고 있던 네기와 코타로를 포함한 모두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서 달려오는 한사람... 바로 노도카였다. 일반인인 노도카가 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일까? 네기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네기의 경계가 느슨해짐을 느낀 코타로는 땅을 박차고 네기에게 달려들었다. 뒤늦게 코타로의 움직임을 눈치 챈 네기도 코타로를 향해 하얀 번개를 실은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인영이 교차했다. 그리고 두 사람으로 부터 몰아치는 폭풍... 두 사람의 격돌이 위력적인 탓에 일순간 진공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곧이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과 함께 먼지들이 하늘로 솟았다. 먼지가 사라지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주륵-
네기의 이마에서 상당량의 피가 흘렀다. 네기는 시야가 흐려지고 어질함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모두들 네기에게 달려가려던 찰나 시로가 막았다. 모두는 시로의 행동에 당황하고 심지어는 분노까지 느꼈다. 하지만 시로는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의 접근을 불허했다. 그렇게 시로와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불화가 생기고 있을 때 이변이 생겼다.
“커헉-!!”
손톱을 세우고 서있던 코타로의 입에서 붉은 피가 토해졌다. 그리고는 고꾸라지듯이 앞으로 넘어졌다. 쓰러진 코타로는 계속 안의 내용물과 함께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코타로의 상태의 의문이든 한 사람이 시로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요?”
“네기가 저 코타로라는 소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내고 심장부근을 정통으로 가격한 탓이지... 뭐 그래도 마력으로 강화된 네기의 힘과 수화되었을 때의 회복력을 생각하면 보통은 호흡곤란 정도로 그쳤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네기가 손에 인챈트 시킨 주문이 쓸만 한 위력을 지닌 전격계 주문 이였던 터라 심장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지...”
사실 네기의 일격을 맞고 살아난 것은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네기의 주먹에 실린 하얀 번개는 생물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 주문이었다. 그런 주문이 실린 주먹으로 심장을 맞았다면 그대로 심장이 타거나 파열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코타로의 회복력이 워낙에 뛰어난 터라 심장이 파열로 인한 즉사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지가 데미지인 터라 위태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휴우~”
시로는 또다시 롱기누스를 투영해 네기와 코타로를 치유하려 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인 노도카에게 있어서는 시로가 창으로 네기를 찌르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안 돼!”
시로의 앞을 막는 노도카. 예상외의 방해로 잠시 주춤했으나 시로는 몇 번이고 설명과 설득을 반복하여 노도카가 비키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 노도카가 시로의 앞에서 비키자 시로는 롱기누스에 마력을 주입하고 네기와 코타로에게 휘둘렀다. 롱기누스가 지나가자마자 네기와 코타로의 몸에서 상처란 상처는 모두 사라졌다.
시로는 쓰러져 있는 네기를 업고서 주술협회 쪽으로 향했다. 아스나와 꼬마 세츠나도 시로의 뒤를 쫓았다.
“앗!”
여러 가지 이해 못할 일에 당황하고 있던 노도카는 뒤늦게 시로와 다른 사람들의 출발을 눈치 채 급하게 뒤를 쫓았다.
어느 한적한 곳에 도착한 시로들은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네기의 데미지를 치유하기위해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뒤따라온 노도카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미 네기와 가계약 까지 한데다가 노도카의 아티펙트인 사람의 표층의식을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전력이었던 탓이었다. 시로의 설명에 노도카는 무척이나 신기해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노도카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시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시로가 한참 그런 상념에 빠져있을 때 카모는 노도카의 엄청난 아티펙트 효과에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각자의 일에 빠져있는 터라 어느새 꼬마 세츠나가 사라져있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하아... 세츠나 어딜 가는 거야?”
코노카는 자신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는 세츠나에게 물었다. 그러나 세츠나는 말없이 계속 달렸다. 뒤쪽에서 하루나나 유에가 뭐라 말하고 있었으나 세츠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적이 던지는 암기를 감지하느라 전력을 쏟아 붓고 있던 탓이었다.
쉬릭-
보통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비침. 세츠나는 그런 비침을 가볍게 낚아채었다. 그리고 손에 잡힌 비침을 보며 생각했다.
‘백주대로(白晝大路)에서 대놓고? 크... 학원 내에서는 아가씨를 직접 끌어들이지 않도록 지켜왔는데...’
그때 세츠나의 귓속으로 하루나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어라?! 여긴 영화마을이잖아. 세츠나 여기 오고 싶었던 거야?”
‘영화마을이라... 좋아 여기라면!’
“하루나, 유에! 저 코노카와 단 둘이 있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갈라져요!”
세츠나는 하루나와 유에에게 그렇게 말하고 코노카를 안고서 영화마을을 향해 뛰어올랐다. 하루나와 유에는 그런 세츠나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끼고 재빨리 영화마을로 뒤쫓아 들어갔다.
그 시각 지붕 위
“언제까지 방해할 생각인 거지요? 기계인형씨?”
세츠나를 쫓고 있던 츠쿠요미는 자신을 뒤쫓아 온 강철의 메이드 히스리를 보며 물었다. 히스리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녀에게 총을 겨누었다. 자신에게 겨누어진 총을 보며 츠쿠요미는 무척이나 어이가 없다는 투로 물었다.
“신명류인 저에게 그런 도구가 통하리라 생각하나요?”
“통할지 안통할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길 자신은 있다.”
히스리의 말에 츠쿠요미는 이빨을 갈며 말했다.
“건방지군요. 기계인형 주제에...”
그 말에 히스리는 가소롭다는 듯이 츠쿠요미의 말에 대꾸했다.
“나는 그대의 기술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몸은 미스터를 위해 기백의 전장을 전전해왔다. 그대에게 무시당할 만큼 약하거나 하지 않단 말이다!”
히스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왼손에 들린 리볼버 ‘베이넌’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졌다.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날아가는 베이넌의 총탄들... 하지만 츠쿠요미는 신명류의 검사, 그 정도로 놀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날아오는 가볍게 베어버린 츠쿠요미는 히스리를 향해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다. 무척이나 빠르고도 매서운 일격... 하지만 히스리양은 두자루의 총을 검신에 부딪쳐 츠쿠요미의 공격을 빗겨내고 있었다.
“중압!”
히스리의 외침과 동시에 히스리의 팔에 내장된 마술원판에 마력이 흐르며 중압마술이 전개되었다. 갑작스럽게 내리누르는 압력에 츠쿠요미는 균형이 흐트러졌다. 가까스로 쓰러지는 것까지는 피했지만 중압의 영향으로 움직임이 많이 둔해진 터라 히스리의 공격이 온다면 위험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살기에 히스리는 츠쿠요미에게서 물러났다. 히스리가 물러나자마자 츠쿠요미의 그림자 속에서 한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주위에 물을 생성해내 히스리에게 날렸다. 히스리는 마총 ‘카리스’로 날아오는 수탄을 쏘았다. 카리스 특유의 폭발로 인해 수탄이 파괴 된 것으로 생각한 히스리는 곧장 소년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아까 소년의 공격은 페이크였다. 소년은 인을 짜내며 흩어진 물을 히스리에게로 모아 하나의 결계를 만들어 가두었다. 히스리를 가둔 소년은 츠쿠요미에게 걸린 중압을 풀고 말했다.
“츠쿠요미양. 어서 목표의 뒤를 쫓아주세요.”
츠쿠요미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츠쿠요미가 몸을 감추자마자 소년도 동시에 몸을 감추었다. 소년이 몸을 감추고 나서 얼마 지나자 히스리를 구속하고 있던 물의 결계가 풀렸다. 히스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탐지해 보았으나 걸리는 것이 없었다. 히스리는 품속에있던 핸드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 잠시만요.”
영화마을에서 치즈루와 노닥거리고 있던 길가메쉬는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길가메쉬가 왜 여기 있느냐 묻는다면 유달리 많은 인원이 영화마을로 몰린 탓이었다. 그래서 영화마을로 향한 인원들은 길가메쉬가, 그 외에 밖에서 외유중인 인원은 세츠나와 히스리가 맡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영화마을을 돌아다니던 길가메쉬는 우연히 치즈루와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재빨리 핸드폰을 받은 길가메쉬는 폰 건너편에서 들리는 히스리의 목소리에 뭔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인거지?”
[코노카가 네가 있는 영화마을로 들어갔다. 더불어 코노카를 노리는 무리들도 영화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칫... 그래? 내가 알아서 하지.”
길가메쉬는 전화를 끊고 치즈루에게 사과의 말을 한 뒤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코노카를 찾아가는 도중 길가메쉬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자신과 치즈루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녀석을 무참하게 밟아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