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무녀들의 안내에 따라 입구 정면에 위치한 건물에 들어간 시로일행은 외관보다 커 보이는 내부에 놀라고 자신들을 환영하는 수십명에 이르는 화려한 무녀들에게 놀랐다. 하지만 시로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건물 자체에 상당한 수준의 결계가 쳐져 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수호의 개념의 결계라 그냥 무시했지만 주술협회장이 나오는 곳이라 예상되는 곳에는 건물에 펼쳐져있는 결계보다 상위로 추정되는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 본산 곳곳에 펼쳐진 결계를 생각하자면 과거 자신이 있었던 마탑과 비견되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요새’인 곳이었다.
“과연 엄청난 곳이군...”
“어르신께서 납십니다.”
그렇게 시로가 건물에 대한 평을 하고 있을 무렵 정면 쪽에 시립해있던 무녀가 말했다. 모두는 긴장한 채 정면에 있는 계단을 응시했다. 그리고 한발, 한발 내려오며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년인은 관서주술협회의 장을 맡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무척이나 인상이 푸근했다. 마치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말이다.
“잘 오셨어요, 아스나. 코노카의 클래스메이트 여러분. 그리고 담임이신 네기 선생님과 부담임이신 에미야 선생님. 저는 서쪽의 장인 코노에 에이슌이라 합니다.”
“아버지♡ 오랜만이에요!”
협회장인 에이슌의 인사와 동시에 코노카가 에이슌의 품으로 향했다. 사정을 모르는 모두는 저런 평범한 인상을 지닌 사람이 이런 저택의 주인이라는 점에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아스나는 약간은 호리해 보이는 에이슌을 보며 쿨하고 멋지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오직 네기와 시로만이 약간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네기와 시로는 코노카와 재회의 인사 중인 에이슌에게 다가가 친서를 꺼내며 말했다.
“동쪽의 장이신 마호라 학원의 원장 코노에 코노에몬님이 서쪽의 장이신 코노에 에이슌님께 보내는 친서입니다.”
네기가 내민 친서를 받아든 에이슌은 네기의 노고를 치하하며 편지를 펼쳤다.
[요즘 서쪽의 정세가 불안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많이 힘들겠지... 하지만 말이다... 아랫사람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니... 일 똑바로 하지 못 하겠냐, 인석아!]
‘하하하. 아버지는 여전하시군.’
에이슌은 아버지의 편지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 편지를 가져와준 자신의 친우의 아들인 네기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동쪽의 장의 뜻을 받들어 우리도 동서 반목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전해주세요. 임무를 수행하느라 애썼습니다. 네기 스프링필드군.”
“아... 네!”
네기의 대답과 동시에 사정을 모르는 반 아이들이 네기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오옷-! 뭔지는 모르겠지만 축하해요 선생님!”
“수고 했어요!”
“지금 산을 내려가면 날이 저물 테니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도록 하세요. 환영의 연회를 준비하겠습니다.”
연회라는 말에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나했다. 여기서 묵고 가라는 말에 약간 걱정이 된 시로는 에이슌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수학여행중이라 외박은 무리인데...”
“그건 걱정 마세요. 이미 대역을 세워 뒀으니까요.”
빙긋 웃으며 말하는 에이슌. 시로는 그런 에이슌을 보며 왠지 젊었을 적에 많이 해본 솜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영연회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연회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어 많은 사람들이 흥겨움에 몸을 맡겼다. 아이들은 술을 약간 마셨는지 대부분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시로들이 연회를 즐기고 있을 때 에이슌이 다가왔다.
“세츠나”
에이슌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세츠나는 바로 부복하며 말했다.
“어... 어르신! 저같이 미천한 것에게 말을 걸어주시다니...!”
“하하... 너무 그렇게 어려워하지 말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에게 상당히 감사하고 있답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노카의 호위를 맡아줘서 고마워요. 내 개인적인 부탁을 받아들여 열심히 잘 해주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에이슌의 말에 세츠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아... 아니. 아가씨의 호위는 제가 바랐던 일.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하... 하지만 오늘은 결국 아가씨를...”
“이야기는 들었어요. 코노카가 힘을 썼나 보더군요.”
“예. 치명상에 가까운 저의 상처들을 일순간에 회복시킬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세츠나가 무사했다면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네기군...”
에이슌은 세츠나를 향하던 시선을 네기에게로 돌렸다.
“코노카의 힘을 발현하게된 계기가 당신과의 가계약 때문 인가요?”
“엑-!”
에이슌이 의외의 사건을 들춰내자 네기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고...! 그... 그런 건가요? 저기, 난... 죄... 죄송합니다!”
“하하하. 괜찮아요, 네기군.”
에이슌은 너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까지는 평범한 소녀로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비밀로 해두었지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세츠나가 코노카에게 직접 전해주지 않겠어요?”
“어르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본산에 있는 대 목욕탕.
“후우~ 오늘은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피곤했는데 이렇게 목욕을 하니 정말 개운하네.”
“후후... 피곤까지 깨끗이 씻어내세요.”
아스나와 세츠나는 목욕을 하며 오늘 하루 있었던 수 많은 일들에 대한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목욕탕도 엄청 넓네.. 저택도 엄청나게 넓지만... 그러고 보니 말이야... 코노카의 아버지가 관서 주술협회의 장이면... 그럼 코노카는...?”
“그... 그건!”
“그러고 보니... 영화마을에서 온몸을 던져 코노카를 지켰다면서?”
아스나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러나 이내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오더니 입을 열었다.
“왠지 세츠나는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 같아~ 단순한 보디가드 관계 같은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 무슨?! 그러 거 아니에요!! 그보다 아스나는 어때요? 아스나가 그렇게 열심히 네기선생님을 돕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해요!”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일반인인 아스나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네기 선생님의 일에 발벗고 나서다니...”
“아니야! 그건 그녀석이 걱정되서...!”
“저도 아가씨가 걱정이 될 뿐이에요!”
한참동안 말다툼을 하던 세츠나와 아스나는 말을 많이 한 탓에 숨이 찬지 두 사람은 숨을 헐떡였다. 어느 정도 호흡을 되돌린 세츠나는 아스나를 보며 말했다.
“아스나, 나중에 여러 가지로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중에 코노카 아가씨와 함께 이 목욕탕으로 와주지 않겠어요?”
“응... 그래 그러지 뭐...”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아스나와 세츠나는 밖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바위 뒤로 숨어버렸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4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네기와 시로, 그리고 길가메쉬와 에이슌이었다.
“코노카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기 선생님, 시로 선생님, 길가메쉬군.”
“네, 알겠습니다.”
“당연한 것을...”
“피곤해...”
들어온 네사람은 탕에 몸을 담그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저희 아이들이 폐를 많이 끼쳤다지요...?”
“아... 아니요.”
“뭐 방해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엄청 폐가 되었다고.”
세사람의 너무나도 다른 말에 에이슌은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옛날부터 동쪽을 안 좋게 보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실제로 움직인 게 소수에 불과해서 다행이에요. 뒷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공교롭게도 지금은 인원부족으로 실력 있는 자들이 모두 서일본 전역에 나가있지만 내일 낮이면 각지의 쟁쟁한 실력자들이 돌아올테니 곧 녀석들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런데 그 원숭이 아가씨의 목적은 무엇인 거지요?”
“원숭이... 아마가사키 치구사 말인가요... 그녀는 여러 가지로 서양 마법사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서... 정말 남감해요...”
“그런데 어째서 코노카를...”
“그 엄청난 마력이겠지...”
“에-?!”
길가메쉬의 말에 네기는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길가메쉬를 쳐다보았다. 그때 에이슌이 말을 이었다.
“잘 알고 계시는 군요... 코노에 가문을 이어받은 코노카에게는 무서운 주력... 마력을 다루는 힘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 힘은 당신의 아버지인 사우전드 마스터를 능가할 정도에요... 요컨대 코노카는 엄청난 힘을 지닌 마법사인 겁니다. 그 힘을 잘만 이용하면 서쪽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동쪽을 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코노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마호라 학원에 살게 하면서 코노카 자신에게도 그 사실을 비밀로 해왔습니다.”
에이슌의 말을 들은 모두는 수긍이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정도의 마력이면 어지간한 대마법도 간단히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저기, 사우전드 마스터를 아시나요?”
네기의 물음에 에이슌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아버지 말인가요? 후후... 알다마다요. 사실, 나와 사우전드 마스터... 나기 스프링필드는 유구한 바람의 붉은 날개의 일원이자 질긴 인연의 친구였으니까요.”
“네...?”
“후후후... 그때는 정말 엄청났지요.”
그렇게 에이슌이 과거회상에 들어갈 때 즈음, 여태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로가 입을 열었다.
“당신... 아스나와는 무슨 관계지?”
순간 에이슌을 제외한 모두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며 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로는 그런 시선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처음 나타났을 때. 아스나를 보는 표정은 단지 딸의 친구를 보는 눈이 아니었어. 마치 오랜 시간동안 함께해온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듯한 표정이었지. 그리고... 아스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건 코노카가 집으로 보낸 편지에 적혀있을 수도...”
네기의 말을 시로는 단번에 일축했다.
“이름은 그렇게 알 수 있어도 그렇게 단번에 알아맞출 수 없지...”
“역시... 보통 분은 아니시군요...”
“그럼...”
하지만 에이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스나에 대한 것은 묻지 말아 주십시오. 여러 가지로 좋지 못한 기억들이니까요.”
에이슌의 말에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에이슌이 좋지 못한 기억이라 말할 정도면 어지간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고요에 빠져있을 무렵 밖에서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거 아가씨들 아닌가! 큰일 났군요. 긴급사태입니다 여러분. 빨리 뒷문으로 탈출 합시다.”
“그래야겠군.”
“으음....”
모두는 다급히 목욕탕에 뒷문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네기들은 먼저와 숨어있던 아스나들과 충돌했다. 결국 나중에온 반 아이들에 의해 목욕탕은 한동안 요란스러웠다.
늦은 시각 손님방
목욕을 끝낸 모두는 유카타로 갈아입은 후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여관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뭐, 네기 선생님이 그래도 된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카즈미의 걱정에 하루나가 대답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아스나가 들어왔다.
“코노카, 잠시 나와 볼래? 세츠나가 할 말이 있대.”
“세츠나가?”
아스나의 말에 코노카는 아스나의 뒤를 따랐다. 아스나의 말을 들은 카즈미와 하루나는 눈빛을 번득이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 이런 야밤에 세츠나가 코노카를 불러내다니...”
“그렇다면... 드디어 고백인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카즈미와 하루나의 어이없는 소리에 아스나가 소리를 질렀다.
그 시각 본산 결계 밖
치구사는 본산을 바라보며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에게 짜증을 냈다.
“쳇... 이봐 신참!! 네가 쫓지 않아도 된 다 길래 내버려 뒀다가 본산에 들어가는 바람에 손도 쓸 수 없게 됐잖아! 친서도 전달되고!”
“걱정 말아요.”
소년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나한테 맡겨 주세요.”
무표정한 소년은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의 발밑에 있던 물속으로 사라졌다.
“코노카의 아버지가 아빠의 친구였다니...”
“확실히 상당한 기운을 갈무리 하고 있더군... 상당한 실력을 지닌 강자다.”
네기와 시로는 같이 에이슌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네기의 아버지인 사우전드 마스터 나기 스프링필드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꺄아아아아악-!!”
시로와 네기의 귓속으로 익숙한 비명성이 파고들었다. 시로와 네기는 그 비명성이 울린 곳으로 급히 달렸다. 그리고 돌조각이 되어버린 반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이건?!”
시로는 놀란 네기를 뒤로하고 돌조각이 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분석을 시도했다.
‘아무래도 코카트리스의 마력에 의한 석화인 듯 한데... 코카트리스가 이런 곳에 있을 리는 없고... 역시 코카트리스의 마력을 빌린 마법인건가... 이런 마법을 사용 가능한 것은... 역시 그 녀석 뿐 일려나...?’
분석을 마친 시로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네기... 적습이다. 너는 당장 아스나에게 연락해서 코노카를 지키라고 해, 나는 길가메쉬와 히스리양에게 연락을 하마!”
“네!”
두 사람은 무척이나 신속하게 핸드폰과 가계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스나, 아스나!-
“네기?!”
코노카를 데리고 세츠나에게로 향하던 아스나는 갑자기 들리는 네기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러나 이내 가계약 카드를 통한 염화임을 깨닫고 가계약 카드를 꺼내 이마에 갖다 대었다.
“네기 무슨 일이야!”
-적습입니다. 코노카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일단 아까의 욕탕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알았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코노카는 아스나를 보고 물었다.
“아스나, 무슨 일이야?”
“코노카... 코노카, 내말 잘 들어. 나쁜 녀석들이 너를 노리고 있어. 그래서 도망치는 거야. 알았지?”
“나... 나쁜 사람들이라니? 낮에 영화마을에서의 그 사람들?”
“그래 하지만 걱정 마. 내가 지켜줄 테니까. 아데앗트!”
아스나는 자신의 아티펙트인 하마노츠루기를 꺼내들며 주위를 경계했다.
지팡이와 로브를 챙긴 네기는 시로와 함께 대 목욕탕 쪽으로 향했다. 카모는 그런 두사람을 보며 말했다.
“형님들, 침착하게요! 알겠죠? 일부러 석화를 쓴 것을 보면 그쪽에서도 굳이 해를 입히려는 생각은 없는 듯 해요.”
“하지만 코카트리스의 마력에 의한 석화다. 어지간한 마법사가 시전 할 수가 없는 마법이야. 상대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증거... 이미 코노카가 납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그렇게 카모와 대화중이던 시로는 갑자기 옆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간장과 막야를 투영해 옆쪽으로 휘둘렀다.
챙-!
두 사람의 검이 부딪혔다. 보통 사람과의 대결에서는 쓰일 리 없는 긴 장검 시로가 느낀 기척은 바로 세츠나였던 것이었다. 세츠나는 방에서 쉬고 있던 길가메쉬와 히스리와 합류해 목욕탕쪽으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
“네기 선생님, 무사하셨군요.”
“세츠나도... 그런데 에이슌 아저씨는...?”
“여러분...”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두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반쯤 석화된 에이슌이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면목이 없군요. 본산의 수호결계를 너무 과신한듯 합니다.”
“어르신!”
네기와 세츠나는 황급히 에이슌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에이슌은 그런 둘을 제지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평화로운 시절이 계속된 탓인지... 불의의 기습으로 이 꼴이 되어버렸군요. 이... 일찍이 사우전드 마스터의 친구였던 자가... 한심하게...”
“어르신!”
거의 석화된 탓인지 에이슌은 말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여러분... 백발의 소년을 조심하세요. 그는 격이 다릅니다. 나도 본산의 결계도 어지간한 주술사가 아니면 쉽사리 깨질 리가 없는데... 여러분들만으로는 버거울지 몰라요... 학원장님께 연락을... 코노카를 부탁...”
말을 채 끝맺지 못한 채 에이슌은 돌이 되어버렸다.
“네기, 세츠나! 너희들은 목욕탕 쪽으로 향해.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남은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고... 나는 학원장께 연락을 취해보마.”
시로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유에는 산길을 달리며 생각했다.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고작 몇 분전까지만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건만 갑자기 나타난 한 소년에 의해 모두가 돌로 변한 것이다. 카즈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빠져나온 유에였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일에 도움을 청할 곳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잠깐! 그들이라면?!’
유에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연락을 취했다. 만약 이것이 꿈 이였다 하더라도 일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숙소 로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카에데는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받았다.
“카에데입니다~ 어라, 리더? 으음... 무슨 일인가 유에? 진정하고 말을 하게나... 흐음... 산속에서? 그래... 그렇단 말이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리더?”
카에데는 휴대폰을 닫고 옆에 있던 쿠페이에게 말했다.
“쿠페이, 마나를 데려와 주게나... 급한일이라네.”
뚜르르르-
혼자서 바둑을 두고 있던 학원장 코노에 코노에몬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분위기를 망쳤다고 투덜거리며 받았다.
“여보세요. 난데... 오오~ 시로군 아닌가? 그래 친서는 잘 전달되었나? 수고가 많네 그려... 뭐라?! 관서 본산에서?! 주술협회장까지?! 이런... 다카미치는 오늘아침에 해외에 출장 나갔는데... 지금 그곳에 갈 수 있는 인원은...”
코노에몬은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본산에 파견시킬 만큼 뛰어난 마법사가 없었다. 그 순간 수학여행에 가기 전에 시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수학여행에 에반젤린을 참가시키겠습니다. 물론 등교지옥의 저주는 해결했습니다. 위험하지 않냐 고요? 걱정 마세요. 이미 다른 족쇄를 채워놨으니까요.’
학원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반젤린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 차차마루인가? 날세, 학원장. 지금 에반젤린을 바꿔줄 수 없겠나?”
시간은 무척이나 촉박했다.
그 시각 대욕탕
“아직 네기 녀석이 안온 것 같네...”
“세츠나도 안보여...”
아스나와 코노카는 무척이나 긴장했다. 이곳 본산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돌로 변한 것이다. 아스나는 감각을 최대한 날카롭게 세웠다. 그리고 칼날보다 날카롭게 선 아스나의 감각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아스나는 그 무엇인가를 향해 전력으로 자신의 철부채를 휘둘렀다.
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코노카의 뒤에 있던 소년의 목이 뒤로 재껴졌다. 그러나 소년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대단하군... 제대로 훈련받은 전사 같은 반응이야. 하지만 아직 아가씨를 지키기에는 모자란 듯 하군... 너도 이제 그만 잠들어주시지.”
“아스나!”
소년의 진언과 동시에 아스나의 발밑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아스나의 발밑에서부터 옷이 석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옷만 석화되어 사라졌을 뿐 아스나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엄마야!! 이게 뭐야!!”
갑자기 전라가 되어버린 아스나는 몸을 낮추며 몸을 가렸다.
“아스나!”
코노카는 아스나에게 다가가려했으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식신에 의해 잡혀버렸다.
“그럼 아가씨는 내가 모시고가지...”
“거기 서! 코노카는 절대 넘겨줄 수 없어!”
“가 봐”
소년은 아스나를 무시하고 식신을 보냈다. 아스나는 쫓아가려 했으나 소년의 주술에 의해 지독한 간지럼을 타야했다.
“이 봐!! 왜 공격이 전부 이따위야!!”
“이상하군...”
소년은 주술서를 다시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주술에 이상이 없음을 알게 된 소년은 아스나를 보며 물었다.
“방금... 나의 석화마법을 저항... 아니 무효화 했지? 아티펙트의 힘이 아니야... 어떻게 된 거지?”
“모... 몰라!!”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스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반인... 이런 힘을 알게 된 것은 네기를 만나고 나서였다. 그러니 자신의 힘의 연원을 알리가 없었다.
“그래? 그럼 죽을 때 까지 웃어봐.”
“아... 안돼!!!”
아스나의 비명성이 목욕탕 가득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