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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36화


"아~ 좋구나~"
"아~ 노곤해~"

에반젤린의 별장에서 질릴 만큼 논(그렇다고 진짜 질릴 리는 없겠지만) 아이들은 대욕탕에서 놀 때 생긴 피로를 풀고 있었다(노는데 왜 피로가 쌓이는가 묻는다면 이 아이들이 노는 정도를 보길 바란다. 축제가 아님에도 축제처럼 놀 수 있는 아이들이라... 무시무시하다.). 그렇게 여관에 갔던 아이들 대부분이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있는 중 어느새 부활동을 마친 아이들도 하나둘씩 욕탕으로 오고 있었다.

"요즘 피부가 거칠어진 것 같아..."
"팔도 통통해지고..."
"그럴 때는 이것이 최고지!!"

아이들은 거친 부활동으로 거칠어지고 통통해진 팔을 걱정했다. 그 순간 유우나는 기묘한 웃음을 흘리며 세숫대야에서 기묘한 것을 꺼냈다.

"바르기만 해도 다이어트, 미백, 탄력, 보습효과! 혼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전신 팩! 누루누루X!!! 벌꿀처럼 감기는 리치한 감촉이 당신의 피부를 즉석에서 ​자​연​미​인​으​로​!​!​!​"​

유우나의 말에 모두는 유우나의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소녀들... 미용에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또 별 희한한 것을..."
"얼굴에 바르기만 하면 얼굴이 작아진다고 정오의 뷰티살롱에서도 나왔다니까~"
"정말?!!!"
"그전에 그 프로 어떻게 본거냐? 그 프로 방영시각은 평일 정오로 알고 있는데..."
"녹화로~!!!"
"어디 잠깐 발라보자~!"
"얼마든지!! 통판으로 신청했는데 원래2개 세트인 것이 어찌된 일인지 8개나 왔지 뭐야!"
"뭐야 뭐?!"
"바르기만 해도 미인이 된데."
"정말?!!"

이렇게 저렇게 미인이 된다고 하자 평소 미용에 상당히 관심이 있던 아이들은 유우나 근처로 몰려들어 유우나의 누루누루X를 빌려 바르기 시작했다. 미끌미끌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곧바로 탕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그렇게 아이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던 중 탈의실의 문이 미세하게 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세 개의 덩어리가 들어왔다.

"사냥감이 잔뜩 있지?"
"목표는 7명이에요."
"다른 녀석들은 필요 없는 거야?"
"관련자는 아까 가리킨 7명뿐이니까요."
"그래도 장난정도는 괜찮겠지? 6년 만이니 말이야"
"적당히 하면요."

덩어리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설명하지만 이 덩어리들은 뒷세계에서 슬라임이라 불리는 몬스터... 그 느낌은 상당히 미끌미끌하다. 그리고 그 미끌 거리는 슬라임들은 마침 미끌 거리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치사메의 옆쪽으로 물에 들어온 것이다. 갑자기 느껴지는 미끌 거리는 느낌에 치사메는 유우나 쪽을 보며 외쳤다.

"이봐!! 그 미끌 거리는 거 물속에 넣지 마!!"
"안 넣었어."

유우나의 말에 치사메는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유우나와 거리는 상당히 됨에도 가장 먼 치사메부터 미끌 거림을 느낀 것이다. 더불어 그 미끌 거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자.... 잠깐! 물속에서 뭔가가 엉겨오는데?! 으앗! 엄마야! 잠깐만!!!"

치사메가 전신을 휘감는 미끌거림에 당황하고 있을 때, 치사메의 근처에 있던 아이들도 갑자기 전신을 휘감는 미끌거림에 엄청난 간지럼을 느끼며 몸부림을 쳤다. 사정을 모르는 탕 밖의 아이들은 탕에서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보며 의문을 느꼈다.

"꺄하하하~ 재밋다."
"이제 일을 시작하지요. 저쪽에 몰려있는 7명입니다."

슬라임들은 한쪽 구석에 몰려있는 ​유​에​,​노​도​카​,​카​즈​미​,​이​리​야​,​마​리​,​카​에​데​,​쿠​페​이​에​게​로​ 향했다.





목욕을 하고 있던 이리야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마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갑자기 탕 안에 있던 아이들이 몸부림을 치자 이상함을 느끼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벼락이여 지금 내손에 깃들어라"

이리야의 마력회로에 상당량의 마력이 흐르며 손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탕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절연의 마술을 걸었다. 효과는 잠시뿐이지만 이것으로 충분할 듯 했다. 습격은 금방일 듯 했으니까...

촤앗-

이리야가 준비를 마치자마자 물속에서 기묘한 것이 튀어나왔다. 다른 아이들은 눈치 채지 못한 듯 했으나 미리 감지한 이리야와 원래 감이 좋은 마리, 카에데는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나타난 것을 느꼈다. 이리야는 미리 준비해둔 마술을 그 무엇인가 에게 먹였다.

​"​전​격​(​電​激​)​-​!​"​

강력한 전류가 그 무엇에 흘렀다. 마침 물에 젖어있던 '무엇'은 물에 의해 위력이 배가된 전류에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 쳤다. 이리야는 자신들을 덮치려던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저건... 슬라임인가?"
"슬라임이네요."
"슬라임..."

아이들을 덮치려던 슬라임은 갑작스런 이리야의 선공에 당황했는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만히 둘 이리야가 아니었다.

"물은 바람에 실려 안개가 되니!"

이리야는 일단 아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개를 형성하는 마술을 사용했다. 더불어 카에데의 도움으로 주위의 소리를 차단하는 결계도 완성했다. 이제 저 마물을 제거할 시간이었다.

"지옥을 얼리는 억겁의 빙하여 지금 나의 의지에 따라 적을 멸하라!"

이리야의 마술회로의 막대한 마력이 흘러들었다. 지금 이리야가 사용하고 있는 마술은 극저온에서 상대를 빙결, 분쇄시키는 것으로 이전 수학여행당시 에반젤린이 사용한 세상의 끝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는 대마술이었다. 이리야가 불필요하게 이런 강력한 마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흔적이 남지 않는 탓이었다. 물론 얼음조각이 남기는 하겠지만 따끈따끈한 목욕탕에서는 금방 사라질 흔적 이였다.

쩍-!

이리야가 마술을 행사함과 동시에 무엇인가 갈라지며 부서져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목표의 일부일 뿐... 목표는 이미 피한지 오래였다.

"쳇... 무뎠나?"

이리야는 사라져버린 슬라임들을 떠올리며 일격에 끝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큭... 위험했어..."

목욕탕에서 도주한 슬라임 중 하나가 부서져나간 일부를 보며 중얼거렸다. 만약 저런 마법을 직격으로 먹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마법을 알아버린 아이인줄 알았는데... 설마 마법사였을 줄이야... 그것도 상당히 고위의..."
"하지만 우리가 입수한 마법학생 목록에는 없었는데...?"

급작스런 변수에 슬라임들은 헤르만에게 염화를 날렸다. 저런 커다란 변수가 생긴 이상 계획의 변경은 불가피했다...





"그런가... 그럼 그쪽은 포기하지... 뭐 인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지만 무리하면 저쪽에 들킬 우려가 있으니까... 중요인물들만 잡아주게나."

헤르만은 슬라임들에게서 온 염화를 듣고는 곧장 계획을 수정했다. 본래는 마법에 관련된 모두를 잡아서 일을 벌이고 싶었으나 저쪽에 고위 마법사가 한명 더 존재한다는 것을 안 이상 저쪽을 건드리는 것은 자기스스로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지금도 벌집을 건드린 것은 마찬가지였지 만, 지금 건드린 것은 꿀벌집이였다. 만약 한번더 건드리게 된다면 그때는 꿀벌집이 아닌 말벌집이 되리라...

"하하하... 유쾌한 변수로군."

계획이 상당히 비틀어지게 생겼음에도 헤르만이란 남자, 아니 악마는 무척이나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하긴... 본래는 아스나만 확보해도 상관없는 일이니... 그 정도의 변수쯤은 유희나 다름없다. 그보다 코타로라는 소년이 지닌 그것은 빨리 회수하는 편이 좋겠지?"

헤르만은 코타로가 지니고 있는 '그것' 회수하기 위해 코타로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자~ 저녁 식사에요~"
"와~ 맛있겠다!"

시간이 저녁에 가까워지자 치즈루는 재빨리 저녁을 차렸다. 코타로는 맛있게 차려진 저녁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나츠미는 그런 코타로를 보며 질렸다는 듯이 물었다.

"코타로... 그렇게 먹고도 더 들어가는 거야?"
"응,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어."

저녁준비를 마친 치즈루가 아야카를 부르자 아야카는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떠들면서 밥을 먹는 나츠미와 치즈루, 한숨을 쉬는 아야카, 그런 아야카의 반찬을 뺏어먹는 나츠미와 치즈루... 그야말로 요란한 저녁식사였다. 코타로는 그런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나츠미가 의아해 하며 코타로에게 물었다.

"왜 그래 코타로?"
"아... 왠지 좋구나 싶어서... 난 이런 식으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해 본적이 없거든... 그래서 가족의 단란함이란 거... 참 좋다고 생각했어..."

코타로의 말에 밥을 먹고있던 아이들은 모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치즈루는 코타로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나츠미... 너희 집도 참 콩가루구나..."
"우리집은 지극히 평범해!!"

그렇게 나츠미와 치즈루, 두사람이 토닥거리는 중에 갑작스럽게 벨소리가 들려왔다. 반장은 토닥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여니 왠 노신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노신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헤르만 이었다.

"누구세요?"
"실례 하겠네 아가씨...잠시 소란을 피우게 될지도 모르겠네 그려... 그쪽에 있는 소년에게 볼일이 있는 터라 말이지..."

노신사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야카는 경계하며 헤르만에게 물었다.

"저 아이한테 무슨 용건이시죠?"

아야카의 물음에 헤르만은 미소를 지으며 꽃을 내밀었다.

"아니, 뭐...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꽃 한송이 바칠까 해서..."

아야카는 헤르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꽃을 받아들었다. 꽃을 받아든 아야카는 꽃의 향기를 맡다가 천천히 쓰러졌다.

"실례."

아야카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헤르만은 걸쇠를 맨손으로 부숴버린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식사중인 코타로를 향해 한마디를 날렸다.

"어이, 늑대소년! 이제 좀 기운을 차렸나?"
"아니?! 넌!!!"

코타로와 헤르만 사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응?"

복도를 걷고 있던 세츠나는 묘한 기척을 느꼈다. 인간의 기척이 아닌 마의 기척... 그러나 너무 미약한 나머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기분 탓인가..."

그렇게 복도를 서성이던 세츠나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바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전라의 코노카가 서 있었다. 세츠나는 코노카의 모습에 당황하며 코노카의 몸을 가릴 무엇인가를 찾았다. 그러던 중 세츠나는 자신의 주위가 어두워 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

복습을 마치고 선생으로서의 일을 처리하고 있던 네기는 문득 이상한 기운이 감지됨을 느꼈다. 네기가 놀리고 있던 펜을 갑자기 멈추자 의아해 한 아스나와 카모가 물었다.

"왜 그래요 형님?"
"왜 그래?"
"아니...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에요... 잠깐 바깥 좀 살펴보고 올게요."

네기는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푸른색 로브와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 순식간이었던 터라 아스나는 뭐라 말할 틈도 없었다. 아스나와 코노카는 그런 네기를 보며 의아해 했다.

"무슨 일인거지?"
"글쎄..."

두 사람이 네기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안 바깥창문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비쳐졌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코타로가 날려졌다.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헤르만의 펀치가 갑작스럽게 작렬한 탓이었다. 헤르만은 구석에 처박힌 코타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자... 소년, 그만 '그것'을 내놓으실까?"

치즈루와 나츠미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헤르만은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우리의 표적은 네기 소년뿐이지만... '그것'에 다시 봉인되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말이야."
​"​'​그​것​'​.​.​.​?​,​ 네기?, 네기라고?"
"그렇다... 이제 기억이 나나?"
"실례해요."

그렇게 한참 본론으로 들어가려던 헤르만은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무척이나 당당하게 나서는 치즈루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벌벌 떨고 있는 나츠미가 치즈루를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당신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사도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남의 방에 흙발로 들어온 시점에서 제대로 된 신사가 해야 될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너무나도 담담하고 또 당당한 치즈루의 말에 헤르만은 너털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이거 실례, 아가씨. 일본은 그랬었지... 바닥은 변상하겠어. 난 빌헬름 요셉 폰 헤르만 경. 경이라고는 하지만 몰락한 귀족으로 지금은 보잘것없는 피고용인의 신분이지. 참, 아름다운 아가씨들! 소원은 없는가? 지금은 서비스 기간이라 선착순 3개 까지는 싼값에 이뤄줄 수 있는데?"
"소원...? 됐어요."
"그거 유감이로군..."

그렇게 헤르만과 치즈루가 대화하고 있는 동안 코타로는 어느새 혼란스러웠던 정신을 차리고 기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헤르만에게 살기를 뿜으며 물었다.

"금발누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별 거 아닐세. 그저 잠시 재웠을 뿐... 자 그럼 '그것'을 넘겨주실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리고 설령 안다 쳐도... 네 녀석에게 줄까보냐!!"

코타로는 외침과 동시에 헤르만에게 돌진했다. 헤르만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코타로의 선공을 막아냈다. 그리고 복싱 포즈를 취하며주먹을 내질렀다. 코타로 역시 그것을 예상했는지 헤르만의 펀치를 흘리고 안쪽으로 파고들려했다. 그러나 코타로가 파고들기 직전에 헤르만의 잽이 코타로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잽에 이은 스트레이트. 헤르만의 주먹을 막아낸 코타로는 다시 파고들려 했으나 어느새 헤르만의 발차기가 코타로의 옆구리에 박혔다. 코타로는 뒤로 물러서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빠르고 무게가 있어... 보통이 아닌데 이 아저씨...'

코타로가 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동안 헤르만이 입을 열었다.

"나는 재능이 있는 소년을 좋아하지... 어린나이 치고는 제법이야."
"뭐야?!"

코타로는 마치 자신을 깔보는 듯한 말투에 화를 냈다. 그러나 이내 헤르만에게서 뿜어지는 기새를 느꼇다.

'이 아저씨도 인간이 아니로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헤르만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얌전히 그것을 넘겨주면 넌 다치지 않고 끝날 수 있을 텐데..."

헤르만의 말에 코타로는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행, 다쳐?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코타로는 그 동안 사용하지 않은 영분신(影分身)을 사용하며 헤르만에게 돌진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일곱 코타로의 공격에 헤르만은 적잖게 당황했다.

"이... 이건 동양의 신비인 그림자 분신!!"

그렇게 일곱 코타로를 상대하고 있던 헤르만은 일곱 코타로의 연격에 빈틈을 허용해주고 말았다. 그리고 코타로는 마지막 일격을 먹이려 이누가미(犬神)를 소환하려 했으나 이누가미가 나오지 않자 되려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으음... 훌륭하군...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을 잊은 듯 하구나..."
"코타로!!"

헤르만은 코타로를 넘어뜨린 후 발을 코타로의 배 위에 올려 압박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

"전도유망한 소년의 미래를 짓밟는 건 나도 내키지는 않지만... 원망하지 말아라..."

헤르만은 그렇게 말하며 입에 마력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코타로에게 쏘려는 순간...

철썩-!

헤르만은 치즈루의 일격을 허용했다. 치즈루는 냉랭하다 못해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헤르만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에게 할 짓은 아니군요..."

치즈루에게 한방 먹어 코피까지 흘리는 헤르만은 무척이나 유쾌하다는 표정으로 치즈루를 보았다.

"이거 놀랍군. 아주 당찬 아가씨야.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인간은 매우 드물지... 코타로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아주 마음에 들었어... 너도 같이 가줘야겠어."

헤르만은 그렇게 말하고는 치즈루에게로 다가가려했다. 그 순간...

"거기 멈추시지."

소름끼치는 살기로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수자루의 검이 헤르만과 치즈루의 사이로 쏘아졌다. 쏘아진 검 하나하나가 명검이며 보검... 헤르만은 자신을 향해 검을 쏘아 보낸 사람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찬란한 금발에 진홍빛을 띄는 눈을 지닌 10대의 소년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의 뒤에는 수십자루의 검이 떠 있었다.

"길가메쉬!"

소년을 알아본 나츠미가 외쳤다. 나츠미의 외침에 헤르만은 순간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길가메쉬라 불리는 존재는 고대 수메르의 왕이자 영웅왕이라 칭송받는 자... 그는 2/3이 신인 탓에 악마나 신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였다. 만약 저 길가메쉬라는 소년이 정말 '그'라면 자신에게는 승산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저 소년에게서 뿜어지는 기세와 살기, 그리고 마력은 자신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설령 가짜라 해도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이만 물러나야겠군... 네기에게 전해주게나 자네의 동료가 우리 손에 있다고. 그녀들을 되찾고 싶으면 나와 한판 붙자고 말일세... 위치는 학원 중앙에 있는 세계수 아래의 무대... 동료들의 신변을 걱정한다면 도움을 청하는 것은 삼가라고... 참 자네는 허락해 주지. 뭐 허락하지 않아도 쫓아올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럼..."

헤르만은 발밑에 있는 물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누가 그냥 보내준대!!"

길가메쉬는 사라지고 있는 헤르만을 향해 수개의 검을 더 쏘았다. 그러나 헤르만이 사라지는 것이 검이 도달하는 시간보다 더 빨랐다. 결국 검은 허무하게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그 검이 꽂힘과 동시에 뒤늦게 이상을 눈치 채고 온 네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크윽-!"

나츠미와 치즈루, 그리고 코타로에게서 전후사정과 헤르만이 전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네기는 곧바로 마법에 관련된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신의 무력함에 치를 떨었다. 비록 ​이​리​야​,​카​에​데​,​쿠​페​이​,​노​도​카​,​유​에​,​마​리​,​카​즈​미​는​ 무사했지만 세츠나와 코노카, 아스나가 납치된 것 이였다. 네기는 납치된 아이들을 헤르만이 말한 장소로 향하려 했다. 그때 코타로가 네기의 어깨를 잡았다.

"무슨 일이야?"

네기의 물음에 코타로는 말없이 머리카락 속에서 자그마한 병을 꺼내 들었다. 네기는 유심히 그 병을 살피다 놀라며 외쳤다.

"그... 그건 봉마의 병?!"
"그 아저씨에게서 슬쩍했었지... 그리고 동료들을 구하러 가는 거지? 나도 간다. 지고는 못살아."

네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네기는 길가메쉬를 돌아보며 물었다.

"길가메쉬 형은 어떻게..."
"그냥 이곳이나 정리하지... 괜히 나도 갔다가 인질이 위험해지면 곤란하니까..."

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타로와 함께 치즈루의 방을 나섰다.





쏴아아-

너무나도 요란한 빗소리... 아스나는 요란한 빗소리와 으슬으슬한 추위에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바깥풍경은 자신이 늘 보던 풍경이 아니었다. 아스나는 자신이 방이 아닌 엉뚱한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는 학교 축제 때 사용되는 무대?"

주위를 살피고 있던 아스나는 문득 익숙한 감촉이 느껴지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보았다. 자신이 입고 있던 파자마 대신 묘하게 야해 보이는 속옷차림이었던 것 이였다.

"꺄아아아아아!! 뭐야 이 꼴은!!"

아스나가 비명을 지르자 한쪽 구석에서 노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르만이었다.

"하하하... 정신이 들었나. 아가씨?"
"넌 누구야?!"
"인질이 된 공주님이 파자마 차림이어서야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말일세... 약간 내 취향을 적용해 봤지. 어떤가?"
"뭐야 이 저질 영감탱이가!! 게다가 어디서 딴소리야!!"

헤르만의 딴소리에 분노한 아스나는 전신의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헤르만을 걷어차 버렸다. 아스나에게 차인 헤르만은 코피를 흘리며 말했다.

"야아~ 네기의 친구들은 생기발랄한 소녀들이 많아서 즐겁군."
"뭐?! 친구'들'?!"

헤르만의 말에 아스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쪽에 있는 커다란 두 개의 물방울... 그 물방울 안에는 세츠나와 코노카가 잠든 채로 갇혀있었다.

"뭐... 본래는 좀 더 잡아두려고 했는데 말이지... 뭐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
"이런 짓을 하는 목적이 뭐야?!"

아스나의 물음에 헤르만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별거 아닐세. 주목적은 학원조사지만... [네기 스프링필드]와 자네 [카구라자카 아스나]가 앞으로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에 대한 조사도 의뢰에 포함 되어있어서 말이지..."
"엑-! 나?! 그게 무슨 소리야!!"

헤르만은 아스나의 물음을 무시한 채 먼 하늘을 응시했다. 그리고 반짝이는 섬광이 보이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드디어 왔군..."

헤르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수십발의 마법의 사수가 날아왔다. 그러나 마법의 사수는 헤르만에게 닺기도 전에 '지워'져 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장벽인가?"
"아니, 뭔가에 의해 지워진 것 같았어요."

무대 앞에 착지한 네기와 코타로는 헤르만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마법의 사수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러나 쉽사리 풀리지 않을 듯한 고민이었기에 잠시 뒤로 미뤄 놓았다. 네기와 코타로는 전투자세를 잡고는 헤르만에게 외쳤다.

"우리가 왔다! 노땅!!"
"당신은 도대체 누구지요? 이런 짓을 하는 목적이 뭐에요!!"

네기의 외침에 헤르만은 웃으며 화답했다.

"본의 아니게 거칠게 해서 미안하네, 네기 소년. 인질이라도 잡지 않으면 전력으로 싸우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나는 그저 너희의 실력을 알고 싶을 뿐이다. 날 쓰러뜨린다면 인질들은 풀어주겠다. 조건은 그것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헤르만이 내건 조건은 무척이나 간단하면서도 귀찮은 조건이었다. 네기는 자신 탓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죄책감 탓인지 먼저 나서기로 결심했다.

"코타로 물러서 있어."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기! 마법사 주제에 어떻게 저 녀석을 이기겠다고?! 너야말로 물러서 있어!!"
"코타로야 말로 무슨 소리야! 바로 조금 전에 저 아저씨 한테 졌으면서..."

코타로의 말에 살짝 화가 난 네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화가난 코타로는 더욱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이누가미만 부르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었어!!"
"그럼 이누가미가 없는 지금은 안 되잖아! 게다가 저번에 나한테도 졌었고!!"
"바보야! 두 번 질까보냐!! 한번만 더 그런 소릴 하면 때려줄 테다!"
"그렇잖아! 어쨌든 내가 싸우겠어!! 난 그 뒤로도 상당한 수업을 쌓았기 때문에 이누가미와 수화(獸化)가 없는 상황에서라면 내가 더 강하다고!"
"뭐?! 한번 혼나볼래?!"

그렇게 어린애 싸움을 계속하던 두 사람은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서로 자세를 잡으며 외쳤다.

"승부다 네기!! 누가 더 강한지 여기서 결판을 내자!!"
"좋아! 알았어!! 결판을 내자구!!"
"너희들!! 뭐 하러 왔냐!!!"

아스나는 네기와 코타로를 보며 절규했다. 그러나 네기와 코타로는 이미 승부모드에 들어간 터라 아스나의 절규는 들리지 않았다. 헤르만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운이 넘치니 보기 좋군... 하지만 둘이 같이 덤비는 편이 현명할 텐데..."

네기와 코타로, 둘이 격돌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발목을 휘감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 동안 두체의 소녀모습의 슬라임이 네기와 코타로를 공격했다. 그러나 네기와 코타로 둘 다 초인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자들 네기와 코타로는 두 슬라임의 공격을 흘려보내며 반격했다. 그리고 전사를 밟으며 발목을 잡고 있던 슬라임에게 공격을 가했다.

"근접전은 약했던 것 아니야?"
"수련해왔으니까. 너야말로 여자는 때리지 못했던 것 아니야?"
"인간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아까까지만 해도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이며 세 마리의 슬라임을 무력화 시켰다.

"네기!"
"어!!"

네기는 아까 코타로에게서 받은 봉마의 병을 꺼내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빛을 발하는 봉마의 병... 본래대로라면 악마인 헤르만은 그대로 병에 봉인되어야 했다. 그러나...

"아악!!"
"아스나!!"

아스나의 목에 있던 목걸이에서 빛이 일더니 봉마의 병에서 나온 봉마의 주문이 지워져 버렸다. 헤르만은 무척이나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후후... 실험은 성공인듯 하군... 방출형 주문에 대해서는 완벽해... 자 그럼 슬슬 제대로 상대해 볼까? 이게 다는 아니겠지 네기 스프링필드?"

헤르만의 말에 네기와 코타로는 긴장했다. 순간 주위의 공기가 바뀐 것을 눈치 챈 탓이였다.

"이 일대에 결계를 쳐 놨으니 대소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주위에서 눈치 챌 일은 없어."

헤르만은 그렇게 말하고는 선공으로 스트레이트를 내질렀다. 마치 대포와도 같은 일격... 네기와 코타로는 잠깐 동안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무차별공격이라도 해볼까?"
"아니... 그건 소용없을 거야. 아까 쏜 마법의 사수와 봉마의 병의 주문이 지워졌어... 그렇다는 것은... 아마도..."
"그래, 네 예상대로다 네기 스프링필드... 어째서인지 평범한 일반인인 카구라자카 아스나가 지니고 있는 특수능력... 마법무효화... 그것을 역이용 한 것이다."
"역시... 그런 것 이였군요..."

네기는 예상은 했었지만 헤르만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 그럼 남자라면 주먹으로 덤벼라!"

헤르만은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주먹을 날렸다. 한발 한발이 모두 엄청난 힘과 마력을 싣고 있는 터라 막기 힘들었다. 그렇게 엄청난 주먹을 연발로 날린 헤르만은 막기에 급급한 네기와 코타로를 보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그 움직임은 좋긴 했지만... 내가 나설 정도는 아닌가...? 아니 그 이전에 전력을 내고 있지 않은 듯 하군... 네기."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던 네기는 헤르만의 제지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저기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인가? 네가 싸우는 이유는? 아버지인 사우전드 마스터와는 전혀 다르군 싸움에 맞지 않아. 묻겠다 네기... 넌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거지?"
"당연히 아이들을..."

너무나도 뻔한 대답에 헤르만은 너털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이거... 싸우는 이유는 늘 자신만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돼... 분노, 미움, 복수심 같은 것은 특히 좋지. 자신의 밑바닥까지 싸울 수 있거든. 하다못해 건전하게 말해서 강해지는 즐거움도 좋아. 그렇지 않고서는 재미가 없으니까."
"저는 재미로..."
"그럼 지금 네가 싸우고 있는 이유는 뭐지? 저 소녀들을 이런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책임감? 아니면 구해야겠다는 의무감? 그런 것들로는 제 실력을 낼 수 없다 네기... 그것도 아니라면..."

헤르만은 천천히 모자를 벗기 시작했다.

"그 눈 오던 6년 전 악몽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냐?"
"어떻게 그걸...? 설마?!!"

이윽고 헤르만의 모자가 가슴까지 내려왔을 때... 네기는 확인 할 수 있었다. 6년 전 그날... 마을사람들을 돌로 만들어버린...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악마의 얼굴을... 네기는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헤르만을 뚫어지게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마음에 드는 표정이군... 바로 그거야. 요즘 들어서는 내가 악마다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더구나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럴 것 같고 말이야."
"다...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네기... 악마 얼굴의 헤르만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네기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렇다. 너의 원수다 네기 스프링필드... 그날 소환된 악마 중에서도 극히 소수인 작위급의 상급악마중 하나지... 네 할아버지와 마을사람들을 석화시켜 괴멸시킨 사람도 바로 나다. 뭐 늙은이한테 당하기는 했지만... 어때 싸울 마음이 생겼나?"
"네기 괜찮냐?!"

갑작스런 네기의 변화에 코타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네기에게 물었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코타로는 네기의 어깨를 잡고 정신 차리라고 말할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코타로가 손을 뻗었을 때는 네기가 이미 움직인 후였다.

"어?!"

코타로 자신도 감지 못한 빠름... 비록 신경을 다른데 쓰고 있었다지만 보통이었다면 네기의 움직임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타로는 네기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자신의 감각을 초월할 정도로 네기가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순동을 능가하는 빠름으로...

"마법의 사수 번개의 30화살, 집속-"

어느새 헤르만 앞에 도달한 네기는 오른손에 30발의 마법의 사수를 집속 시켰다. 그리고 헤르만을 향해 힘껏 뻗어 올렸다.

쾅!!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헤르만이 허공으로 날려졌다. 네기는 따라서 뛰어올라 헤르만에게 연타를 가했다. 평소의 네기로 볼 수 없는 초인적인(평소에도 초인적인 움직임 ​이​였​지​만​.​.​.​)​움​직​임​.​.​.​ 일격 일격에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이 실려 있었다. 네기에게 얻어터지고 있던 헤르만은 그런 네기의 움직임을 보자 무척이나 유쾌한 듯이 웃으며 외쳤다.

"후하하하!!! 좋다! 훌륭하다! 이거야! 바로 이런 것을 보고 싶었다고!! 그래야 사우전드 마스터의 아들이지!!"

'훌륭하다. 아까운 재능이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고 싶군... 하지만 그런 재능을 짓밟는 것 또한 나의 즐거움중 하나!'

헤르만은 네기가 공격하고 있는 틈을 타 조용히 입 쪽으로 마력을 집중시켰다. 거의 절대의 효력을 발휘하는 석화광선... 마계의 괴수 코카트리스도 자신보다는 못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헤르만은 네기가 마무리를 가하려는 빈틈을 타 석화광선을 쏘기위해 입을 벌렸다.

"네기!!"

코타로는 쫓아가서 네기를 구하고 싶지만 이미 상당한 거리가 벌어진 터라 네기를 구하려 해도 타이밍이 안 맞을 듯 했다. 결국 코타로가 도달하기도 전에 헤르만의 입에서 석화광선이 쏘아졌다. 그리고 그것은 직격이었다. 저 빛이 가라앉으면 돌이 된 네기가 모습을 드러내리라...

그러나...

빠각-

"어?!"
"네기?"

요란한 타격음과 함께 헤르만의 목이 돌아갔다. 헤르만은 믿기지 않는 다는 눈으로 푸른 로브를 입고 있는 네기를 바라보았다. 네기는 무척이나 냉랭한 눈으로 헤르만의 목을 잡으며 바닥으로 급강하 했다.

"나 네기 스프링필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뇌전의 왕이여 빛의 왕이여 부름에 응하라! 천공을 부수는 광뢰, 대지를 꿰뚫는 분노의 창! 칠흑을 부수는 여명! 발하라! ​인​디​그​네​이​션​!​!​!​!​"​

그리고 네기의 손에서 인디그네이션이 발했다. 평소 이상의 마력을 받은 인디그네이션은 마력이 지워지고 있음에도 서서히 헤르만의 몸을 태워갔다.

"꺅!"

너무 과도한 마력에 처리능력을 따라잡지 못한 것일까? 아스나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가 터져나갔다. 결국 아스나의 마력무효화 능력을 빌리지 못하게 된 헤르만은 순백의 뇌광에 휩싸이며 땅으로 떨어졌다.





"호오... 역시 굉장한데~ 그나저나 저 악마 녀석의 석화광선에 당하지 않은 것은 저 푸른 로브 탓인가?"

세계수 위에서 네기와 헤르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에반젤린은 유쾌한 표정으로 시로에게 물었다.

"푸른 ​성​해​포​(​聖​骸​布​)​.​.​.​ 대 마력에 한해서는 아스나와 버금가는 정도지..."
"그런 것을 네기 한테 넘겨주다니... 아깝지 않았어?"
"그다지... 내가 들고 있어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그런가... 뭐... 크게 상관은 없겠지... 그나저나 헤르만이란 녀석에게 고마워해야겠어. 네기 꼬맹이의 잠재력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야."
"뭐... 대충 해결 된 듯 하니... 이만 가지."

시로의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은 세계수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네 승리다. 네기..."

이미 반쯤 재가 된 헤르만은 쉰 목소리로 네기를 향해 말했다. 네기는 천천히 헤르만에게 다가갔다.

"아직 살아있군요..."

이번에 네기가 쓴 인디그네이션은 엄청난 마력을 머금은 터라 원전에 가까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 인디그네이션은 마왕급의 마력을 지닌 자를 상대하기위해 만든 마법이었던 지라 아무리 상급 마족이라도 정통으로 맞고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였다. 그러나 아스나의 마력무효화 능력을 빌렸던 탓인지 위력이 상당히 약화되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뭐... 어떻게든... 그나저나 숨통을 끊지 않아도 되겠나? 이대로 두면 나는 소환이 풀려 나의 세계로 갈 뿐이다. 이런 상태라면 몇년의 휴식을 취해야겠지만 다시 부활할 텐데? 병은 아까 내 펀치를 피하는 도중에 잃어 버렸고 말이지."
"..."

네기는 묵묵히 헤르만의 말을 들었다.

"너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네가 일본에 오기 전에 배운 9가지 전투용 마법 중 가장 마지막에 익힌 상위 고대어 마법... 본래 봉인 할 수밖에 없는 나 같은 고위 마물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초고등 주문... 네가 복수를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익힌 주문 말이다. 하기사 방금 것만 해도 아스나의 마력무효화 능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소멸해 버렸을 터였지만 말이다."

네기는 한동안 헤르만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저는 당신을 죽이지 않겠어요."
"호오..."

헤르만은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네기를 쳐다보았다.

"6년 전... 당신은 그저 소환자의 부탁을 받은 것 뿐... 오늘도 인질에게는 심한짓을 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당신 정도 마물이라면 현 상태의 저였다면 금방 끝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되려 조언을 잔뜩 해주셨습니다. 그걸로 보아 그렇게 나쁜 사람은..."
"하아... 마력의 폭발 때와 사람이 완전 틀리군... 난 정말 악당이야. 어쨌거나 악마니까 말이지..."
"그래도 죽이지 않습니다."

헤르만은 네기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은 기력을 다해 크게 웃었다.

"후하하하하하!! 네기! 역시 넌 너무 착해 빠졌어!! 싸움에는 전혀 맞질 않아! 뭐 답례로 좋은 것을 가르쳐 주지... 저기 기절해 있는 코노에 코노카양... 극동 최강의 마력 소유자... 그녀의 마력 성질과 마력의 양으로 봤을 때 수련 여하에 따라서는 굴지의 치유술사가 될 수 있겠지... 성장한 그녀의 힘을 빌리면 아직도 잠들어 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뭐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라는 인사를 해두지. 언젠가 다시 성장한 널 보게 될 날을 기다리마. 날 실망 시키지 마라 소년... 가자"

요란한 웃음 소리와 함께 헤르만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헤르만과 같이 왔던 슬라임들도 물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여담 이지만 코타로는 이번 건으로 본산 탈출을 용서 받고 마호라 학원에 전학 오게 되었다. 더불어 학원장인 코노에 코노에몬의 명에 의해 네기와 함께 에반젤린의 문하로 들어가게 되어 ​버​렸​다​(​명​목​상​으​로​는​ 코타로의 감시를 위해서).

"이익!! 학원장 이 녀석!! 사생결단을 내고 말테다!!"
"참아... 참아..."


 
에반젤린:이 자식이!! 나를 고생시키려고 작정했냐?!!

​히​무​라​:​후​후​후​.​.​.​ 저번의 복수다!

에반젤린:이 녀석!!

히무라:드디어 헤르만 편도 넘기고 다가온 학원제편!! 정확히는 학원제 ​준​비​기​간​이​지​만​.​.​.​ 어쨌든 네기관련 내용은 엄청많으므로 패스!! 드디어 주역은 시로에게로!!

​에​반​젤​린​:​불​성​실​하​다​!​!​!​

히무라:그럼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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