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쓰러진 네기를 업고 일행은 중등부 도서관에 모였다. 마침 도서관은 축제 중에는 사용되지 않는 터라 아지트로 사용하기 편했다. 그리고 미래의 시간에서 마법선생들에게 얻은 정보를 종합했다.
"오늘 7시 무렵까지 2500대 가량의 고기동로봇과 6대의 거인으로 6곳의 마력의 웅덩이를 점거, 직경 3KM에 이르는 초거대 마법진을 만들고 전 세계에 있는 성지들과 동조해 마력을 증폭시켜 지구상 모든 인류에 대해 강제인식마법을 발동할 거야."
"2500대?!"
너무나 엄청난 규모에 아이들은 기가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실제로 의식에 쓰이는 것은 6대의 거인... 이중 한 대라도 없거나 6개의 마력의 웅덩이 중 하나만이라도 지키면 의식은 실패할 거야."
"그렇다면 에미야 선생님이나 길가메쉬, 히스리씨들이 나서주면..."
세츠나의 의견에 시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 돼... 나와 길가메쉬, 히스리는 이 싸움에 관여할 수 없어."
"어째서지요?"
"그게 약속이니까.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기고 나서게 되면 저쪽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거야... 그랬다간 민간인 피해가 나올지도 몰라. 우리들이 상대할 수 있는 건 로봇까지... 거인은 손을 댈 수 없어."
"그런..."
시로의 말에 일행은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최대의 전력이나 다름없는... 아니 최대의 전력인 시로들이 봉쇄된 것이다. 어떻게 저들을 막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로는 안색이 창백한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뭐... 그렇게 난감해 할 필요 없어. 일단 이런 대규모의 마법을 행하려면 지붕과 차폐물이 없는 넓은 공간에서 의식을 행해야해. 그리고 이런 대규모 의식마법은 적어도 몇십분에 가까운 주문영창이 필요하지. 일단 이것을 행할 술사는 사토미나 차오... 둘 중 한명이겠지... 차차마루는 기계라 영창이 불가능하고 마나는 마법선생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마법선생님들과 마법학생들의 협력을 구해 6군데 중 하나를 철저하게 지키고 실력자들로 구성된 별동대로 차오를 제압하는 방법이..."
"아니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요."
모두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깨어난 네기가 말한 것이였다. 네기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차오라면 우리가 미래에서 돌아온 것도 예상하고 있을 거 에요. 그렇다면... 일을 최대한 크게 벌리는 편이 좋겠지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시로의 물음에 네기는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일단 2500이상의 대규모다 보니 학교내 모든 마법선생과 마법학생들을 동원해도 그것을 막는 것은 무리에요. 그럴 바에는 아예 이벤트로 속여서 일반인도 대거 참전시키는 거지요. 로봇들은 세계수의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을 터이니 인형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마법도구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 에요."
"확실히 정보만 어떻게 된다면 나머지는 학원장에게 교섭을 맡겨버리면 될테니까..."
학원장의 능력은 엄청났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뛰어났다. 아마 창고에 쌓여있는 마법물품의 공수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벤트로 처리하려 해도 문제가 있었다.
"이벤트로 하려면 엄청난 돈과 선전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마호라 학원의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조금 무리일 듯 한데... 뭐 학원장이 힘을 발휘하면 또 모르지만..."
"매년 그렇듯 이번에도 주최는 유키히로 콘체른이겠지요? 반장에게 동의를 얻어서 일을 대대적으로 광고해 주세요. 물론 마법도구의 공수가 어느 정도 끝난 시점부터요."
"과연... 그럴듯하군..."
일행 모두가 네기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츠나와 코노카, 카모는 학원장님을 설득해 주세요. 쿠페이와 아스나는 반장에게 부탁을... 그리고 치우는 인터넷 부분을 좀 맡아주세요. 나머지는 광고지를 만들어서..."
말을 하던 네기는 힘에 부쳤는지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네기를 소파에 눕힌 후 모두는 각자의 할 일을 하기위해 치우와 히스리만 남고 모두들 자리를 떠났다.
학원장실
"뭐라고!!!"
너무나 엄청난 정보에 코노에몬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제인식마법이라니... 그것이 발동했다간 바로 전 세계에 마법이 들켜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손녀의 말이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토우코 선생?"
"글쎄요... 세츠나의 말투로 보아선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토오코 선생의 말에 코노에몬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알아서 하지... 너희들은 마음 편히 학원제를..."
"쯧쯧쯧... 뭘 모르는 군 학원장..."
코노에몬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말을 끊은 불청객을 보았다. 네기의 조언자 격인 족제비요정 카모였다.
"그렇게 미적지근한 대처로는 차오를 막을 수 없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한 일이야. 그리니까 이 일은 우리들에게 맡기라고. 그보다 이걸 준비해줘."
카모가 내민 쪽지를 받아든 코노에몬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구동체를 활동정지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마법도구로군... 하지만 이런 특수한 마법도구는 구하기 힘들다만... 요즘은 잘 쓰이지도 않는 거니까 말이지..."
"이쪽에도 독자적인 정보루트가 있어, 본국 클라우나다 이계 국경 마법기사단의 제 17창고에 대량의 재고가 있을 텐데? 전이마법으로 공수하면 3~4시간 이내에 도착할 거야. 그리고 학원장, 당신에게 그 정도 권한과 교섭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고."
카모의 말에 코노에몬은 헛기침을 연발했다.
틀린 말이 없었던 탓이었다.
"이 마법도구를 최소한 1000세트... 가능하다면 2500세트 이상 부탁해. 뭐, 마법이 들통 나는 일 보다는 낫잖아. 안 그래?"
그렇게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유키히로 아야카에 대한 설득도 네기의 이름이 거론되자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차오들을 상대하기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네기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 된 것일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상념들이 네기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옛날 시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정의가 뭐냐고? 으음... 좀 추상적인 거네... 정의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이랄까...? 그건 소망이 아니냐고? 소망이랑은 조금 달라. 아... 갑자기 말이 꼬이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정의는 모두를 구하는 정의의 아군이야. 그것이 불가능 한 일일지라도 말이지. 그럼 네기, 지금 너에게 있어서 정의는 뭘까?'
지금 나에게 있어서 정의... 가장 바라는 것...
그것은...
-모두와 함께 있는 것...-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이 일상을...
자신은 지킬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정의다.
"헤에... 네기 선생님, 꽤나 재미있게 일을 벌려주시는 군..."
상공 4km지점에 위치한 비행선 위에서 마호라학원을 내려다보던 차오는 지금 광고하고 있는 이벤트를 보며 무척이나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차오를 보고는 마나는 총을 점검하며 물었다.
"지금 정리해 둘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런 것은 정면으로 받아주는 것이 재밌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그 함정을 빠져나오다니... 네기 선생님도 꽤 하는데..."
그렇게 차오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차오의 뒤쪽에서 사토미가 외쳤다.
"차오, 준비는 대충 다 끝내 놨습니다. 이제 시간만 맞춰주면 돼요"
"그래?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하지. 차차마루는?"
"컴퓨터 룸에서 해킹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좋아! 그럼 계획 실행이다!"
차오의 외침과 함께 호수 밑에서 로봇들이 줄을 맞추며 명령을 기다렸다.
"여기라고 했었지...?"
시로는 예전에 바포메트와 싸웠던 산에 올라온 시로는 주위를 살폈다. 학원결계에 의해 억눌러져 있지만 미약한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확실한 듯 하군..."
시로는 성속성을 지닌 검과 매장기관에서 사용하는 흑건을 대량 투영해 마술진을 짰다. 정확히는 파마의 진으로 하급마물은 소환되자마자 돌려보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진이였다.
"뭐... 이걸로 어찌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만반의 준비는 필요하겠지?"
그리고 시로는 마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반 이상의 마력을 사용해 백발이 넘는 거짓 나선검, 칼라드볼그를 투영해 2/3을 이곳 주변에 매설했다. 세계수의 마력이 넘치는 탓인지 금새 상당한 량의 마력이 회복되었다.
"마력회복이 상당히 빠르군... 좀 더 준비를 해도 되겠어."
시로는 회복한 마력으로 좀 더 많은 양의 보구를 투영했다.
각자의 준비가 끝나고 어느덧 6시가 되었다.
아직 본격적인 이벤트 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었지만 로봇들이 나올 호수근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두 고득점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평소 소문에 빠르고 수다스럽기로 유명한 치어리더 3인방까지 끼어 있었다.
"흐음... 로봇군단의 처음 출몰 지점이 여기라지?"
"응"
"그나저나 아직 시간이 한참..."
사쿠라코가 무언 가를 말하려고 할 때 갑자기 호수 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어제 무도회에서 히스리에게 당한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엑?!"
"아직 한시간 남은 거 아니..."
사쿠라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군단의 입에서 빔이 뿜어졌다. 그 빔에 맞은 사람들은 옷이 벗겨지며 반나체가 되었다.
"히익!!!"
"너무 야한 것 아니야 저 로봇!!!"
치어리더 삼인방은 투덜거리면서 응사에 들어갔다.
"아~ 화성로봇군단!! 개시 종을 기다리지 않고 선공!!! 마호라 호숫가에서는 벌써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마법사 여러분, 준비 되셨나요? 게임 스타트-!!!"
카즈미의 외침과 함께 호수가에 있던 모두가 들고 있던 마법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포진한 마법사들도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과 같이 마법의 사수등의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호오~ 벌써부터 격파수 100단위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상위랭커에 드시면 엄청난 상금과 함께 상당한 상품도 돌아갑니다!"
그 말을 들은 참가자들은 더욱 열을 올리며 로봇 사냥에 열을 올렸다. 특히 돗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어제 마호라 무도회 예선전에 나왔던 사람들과 3-A의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농구부인 아카시 유우나의 활약은 그 중에서도 거의 독보적이었다. 두 자루의 권총을 다루며 로봇들을 쓰러뜨려가는 유우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야의 카우보이나 다름없었다.
"아하하하하!! 유우나 더 키드라 불러다오!!!"
유우나는 크게 소리치며 쌍권총을 난사했다. 그녀의 총에서 뿜어진 빛이 로봇에 맞을 때 마다 수대의 로봇이 동시에 쓰러져 갔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유우나의 뒤를 따르며 착실하게 로봇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나타난 다족보행의 전차형 로봇과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들에게 둘러싸였다. 아무래도 너무 앞으로 나선 것이 그 원인인 듯 했다.
"이런...."
"어쩌지 유우나?"
"글쎄..."
둘러싸인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한줄기 섬광이 다족보행 전차형 로봇을 갈랐다. 그리고 그 섬광과 함께 내려온 두 인영이 유우나들 주위에 있던 다나카형 로봇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렸다. 유우나와 아이들은 그 두 인영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스나, 세츠나?!!!"
"여~ 유우나"
"어떻게 된 거야?"
유우나의 질문에 아스나는 살짝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뭐... 히어로 유닛이랄까?"
"히어로 유닛?"
"아... 정말, 여기에 게임 시작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히어로 유닛이 나온다고 되어있어."
"아앗-! 치사하다!! 이정도 힘이면 금방 랭크 안에 들것 아니야!"
유우나의 말에 세츠나는 손사래치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는 점수를 얻지 않아요. 게임에 흥을 돋구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용 캐릭터인 셈이니까요."
"그런거야...?"
"그럼 우리는 다른 곳을 도와주러 갈게"
아스나의 말과 동시에 세츠나와 아스나는 그 자리에서 날아올랐다.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뛰어올랐다고 해야 할 것이나 보통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점프력을 보이며 뛰어오르는 두 사람을 보자면 정말 날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뭐... 어쨌든 녀석들을 정리해 볼까?"
유우나는 떨어져 있던 권총을 주워들며 또다시 적진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마호라 학원 심층부 컴퓨터실
“격파수 천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작전, 무척이나 순조롭게 진행 중 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 작전이 아니었으면 우리들은 손도 못쓰고 당했을 거란 얘기야. 정말 오싹할 노릇이로군...”
‘학원장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만약 이 작전이 그 아이의 생각이라면... 사우전드 마스터의 아들이라 할 만하군...’
그렇게 아카시 선생이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어느새 모니터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누가 학원 경비 시스템의 메인 컴퓨터를 해킹중입니다!”
“뭐라고?!! 메인에 도달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단 말이야?!”
“방벽 전개, 돌파! 전자정령군도 모두 돌파 당했습니다! 방위 시스템 중추코드가 소수점 8자리까지 장악 당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다운 시키는 방법은...?”
“이미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부팅되자마자 다시... 앗! 소수점 12째 자리까지!! 학원결계, 풀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인거지!!!”
컴퓨터실에서는 아카시선생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그어어어어-!!
요란한 울림과 함께 거대한 몸체가 호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수학여행에서 본 스쿠나 같은 모습을 한 거인들... 이번 의식 때 사용할 부스트 같은 존재들 이었다. 호수가 근처에서 적들을 상대하고 있던 사쿠라코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존재에 경악하며 외쳤다.
“저... 저건 뭐지?!”
“크... 크다...!”
거인들의 입이 열리며 엄청난 에너지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로봇들이 쓰는 광선... 통칭 누드빔의 특대판 이었다.
“히익-!!!”
“흐엑!!!”
그 빔이 발사되려는 순간...
“아이기스!!!”
“코하쿠력 배리어 전력 전개!!!”
허공으로 떠오른 두 사람의 외침과 함께 거인에서 발사되려던 특대 누드빔이 가로막혔다.
“흐음... 괜찮은 거야? 저 거인 로봇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방어라면 괜찮을 겁니다. 저쪽에서도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니까요.”
거인의 공격을 막은 것은 길가메쉬와 히스리였다.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오직 방어만 하며 거인들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길가메쉬와 히스리가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지원으로 온 마법사들이 결계를 펼치며 거인들의 봉인을 시작했다.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나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교토의 스쿠나 보다는 영격이 떨어지기는 하지... 슬슬 내가 나서줘야 하나...”
마나는 사토미와 차오가 합심해서 만든 PSG-01커스텀과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볼트액션의 소총을 들고서 격전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억-!!”
거인을 봉인하던 마법사중 한명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묘한 마법진에 휩싸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근처에 있던 아스나와 세츠나,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그것을 보며 누가 나섰는지 깨달았다.
“마나가 나섰나?!”
“모두들 조심해!!”
그 말과 함께 길가메쉬는 자신의 주위에 엄청난 양의... 적어도 수십에서 수백정도는 될 듯한 양의 보구를 전개했다. 마나의 특수탄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히스리도 센서를 사격및 감지로 설정하며 마나의 사격에 대비했다.
“!!”
자신에게로 총탄이 날아옴을 눈치 챈 다카미치는 발권을 날렸다. 발권에 맞은 특수탄은 그대로 허공에서 터지며 사라져 버렸다. 히스리는 그 탄각을 계산해 마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총을 겨누었다. 6연발 리볼버인 마총 베이넌이었다.
“베이넌! 슛!!”
히스리의 외침과 함께 총에서 6발의 총탄이 쏘아졌다. 6발의 총탄은 마치 살아있는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마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향해 날아갔다.
“흐음...!”
마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탄을 보며 재빨리 PSG-01커스텀을 겨누었다. 저격총이지만 풀 연사가 가능한 특제품, 그만큼 정확도는 엄청 내려가지만 마나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마안 전개!”
마나는 마안을 발휘하며 히스리가 쏜 총탄을 모두 격추했다. 그리고 도탄을 이용해 히스리를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이 회피하기 힘들도록 연속적으로 총탄을 날렸다.
히스리와 다카미치, 길가메쉬는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총탄을 격추해 갔다.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니주인 선생을 비롯한 거인 봉인에 나선 대부분의 마법선생들이 마나의 총탄에 의해 당해 사라져 버렸다.
“크윽...!”
다카미치를 비롯한 살아남은 사람들은 침음성을 흘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텅 비어버린 공간 사이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아는 얼굴을 가진 소녀였다.
“차오린센!!!”
그것이 나타난 소녀의 이름이었다.
차오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흐음... 히스리씨와 길가메쉬씨가 여기 있다니... 에미야 선생님이 내 말을 전하지 않았던가?”
“들었긴 하지만 방어정도는 무방하다고 생각했거든...”
“실제로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길가메쉬와 히스리의 말에 차오는 한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아하하하! 확실히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 자... 그럼 지금부터는 좀 물러나 주겠어? 여기서 더 끼어들게 되면 공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만... 만약에 여기서 더 끼어들 생각이라면 나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 이다만...? 그래... ‘그것’을 쓰는 것도 좋겠지...”
그 말에 히스리와 길가메쉬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가 차오가 ‘그것’을 사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차오... 뭐지 그 탄은?!”
다카미치의 물음에 차오는 친절히 샘플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특수탄에 맞으면 3시간 후의 세계로 날려지게 되지... 막을 방법 따윈 없어... 참고로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지... 그나저나 아스나와 세츠나... 용케도 돌아왔구나... 게다가 이런 대담한 작전이라니...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이 작전을 짠 것은 네기 선생님인가? 네기 선생님은 어디 있지?”
차오의 물음에 화가 난 아스나는 그대로 대검인 하마노츠루기를 들어올리며 차오에게 외쳤다.
“네기는 여기 없어!! 너는 지금부터 내가 때려눕혀 주겠어!!!!!”
“후후후... 여전히 힘이 넘치는 구나 아스나... 좋아, 상대해 주지... 뭐 내게 대항 할 수 있는 것은 네기 선생님과 에미야 선생님 정도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뭐?!”
아스나는 함괘법을 끌어올리며 하마노츠루기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이전 무도회에서 폭주상태 때 사용한 대참격... 그것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함괘법으로 끌어올린 힘을... 검에 싣고 그대로 뿌린다는 느낌으로 벤다!’
“타앗!!!”
시로에게서 배운 요령으로 그대로 하마노츠루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하마노츠루기에서 빛이 뿜어지며 강력한 힘이 차오를 향해 날아갔다. 차오는 그것을 보더니 살짝 옆으로 걸음을 옮겨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아스나의 안으로 파고들어 일권을 먹였다. 아무리 함괘법에 의해 강화된 몸이었지만 차오도 최신 강화복으로 신체를 강화한데다가 명치에 정통으로 들어간 일격이었다.
아스나는 그대로 눈에서 초점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그것을 본 세츠나는 재빨리 발도술을 사용하며 차오를 베어갔다. 하지만 차오는 쾌속하기 그지없는 세츠나의 발도술을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어제의 연속일 뿐 이라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오의 주위를 돌고 있던 비트에서 빔이 쏘아졌다. 세츠나는 그 빔에 정통으로 맞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카미치는 세츠나가 정신을 잃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차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걸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던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쓰러진 세츠나와 아스나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오늘 7시 무렵까지 2500대 가량의 고기동로봇과 6대의 거인으로 6곳의 마력의 웅덩이를 점거, 직경 3KM에 이르는 초거대 마법진을 만들고 전 세계에 있는 성지들과 동조해 마력을 증폭시켜 지구상 모든 인류에 대해 강제인식마법을 발동할 거야."
"2500대?!"
너무나 엄청난 규모에 아이들은 기가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실제로 의식에 쓰이는 것은 6대의 거인... 이중 한 대라도 없거나 6개의 마력의 웅덩이 중 하나만이라도 지키면 의식은 실패할 거야."
"그렇다면 에미야 선생님이나 길가메쉬, 히스리씨들이 나서주면..."
세츠나의 의견에 시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 돼... 나와 길가메쉬, 히스리는 이 싸움에 관여할 수 없어."
"어째서지요?"
"그게 약속이니까.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기고 나서게 되면 저쪽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거야... 그랬다간 민간인 피해가 나올지도 몰라. 우리들이 상대할 수 있는 건 로봇까지... 거인은 손을 댈 수 없어."
"그런..."
시로의 말에 일행은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최대의 전력이나 다름없는... 아니 최대의 전력인 시로들이 봉쇄된 것이다. 어떻게 저들을 막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로는 안색이 창백한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뭐... 그렇게 난감해 할 필요 없어. 일단 이런 대규모의 마법을 행하려면 지붕과 차폐물이 없는 넓은 공간에서 의식을 행해야해. 그리고 이런 대규모 의식마법은 적어도 몇십분에 가까운 주문영창이 필요하지. 일단 이것을 행할 술사는 사토미나 차오... 둘 중 한명이겠지... 차차마루는 기계라 영창이 불가능하고 마나는 마법선생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마법선생님들과 마법학생들의 협력을 구해 6군데 중 하나를 철저하게 지키고 실력자들로 구성된 별동대로 차오를 제압하는 방법이..."
"아니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요."
모두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깨어난 네기가 말한 것이였다. 네기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차오라면 우리가 미래에서 돌아온 것도 예상하고 있을 거 에요. 그렇다면... 일을 최대한 크게 벌리는 편이 좋겠지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시로의 물음에 네기는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일단 2500이상의 대규모다 보니 학교내 모든 마법선생과 마법학생들을 동원해도 그것을 막는 것은 무리에요. 그럴 바에는 아예 이벤트로 속여서 일반인도 대거 참전시키는 거지요. 로봇들은 세계수의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을 터이니 인형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마법도구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 에요."
"확실히 정보만 어떻게 된다면 나머지는 학원장에게 교섭을 맡겨버리면 될테니까..."
학원장의 능력은 엄청났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뛰어났다. 아마 창고에 쌓여있는 마법물품의 공수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벤트로 처리하려 해도 문제가 있었다.
"이벤트로 하려면 엄청난 돈과 선전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마호라 학원의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조금 무리일 듯 한데... 뭐 학원장이 힘을 발휘하면 또 모르지만..."
"매년 그렇듯 이번에도 주최는 유키히로 콘체른이겠지요? 반장에게 동의를 얻어서 일을 대대적으로 광고해 주세요. 물론 마법도구의 공수가 어느 정도 끝난 시점부터요."
"과연... 그럴듯하군..."
일행 모두가 네기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츠나와 코노카, 카모는 학원장님을 설득해 주세요. 쿠페이와 아스나는 반장에게 부탁을... 그리고 치우는 인터넷 부분을 좀 맡아주세요. 나머지는 광고지를 만들어서..."
말을 하던 네기는 힘에 부쳤는지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네기를 소파에 눕힌 후 모두는 각자의 할 일을 하기위해 치우와 히스리만 남고 모두들 자리를 떠났다.
학원장실
"뭐라고!!!"
너무나 엄청난 정보에 코노에몬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제인식마법이라니... 그것이 발동했다간 바로 전 세계에 마법이 들켜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손녀의 말이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토우코 선생?"
"글쎄요... 세츠나의 말투로 보아선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토오코 선생의 말에 코노에몬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알아서 하지... 너희들은 마음 편히 학원제를..."
"쯧쯧쯧... 뭘 모르는 군 학원장..."
코노에몬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말을 끊은 불청객을 보았다. 네기의 조언자 격인 족제비요정 카모였다.
"그렇게 미적지근한 대처로는 차오를 막을 수 없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한 일이야. 그리니까 이 일은 우리들에게 맡기라고. 그보다 이걸 준비해줘."
카모가 내민 쪽지를 받아든 코노에몬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구동체를 활동정지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마법도구로군... 하지만 이런 특수한 마법도구는 구하기 힘들다만... 요즘은 잘 쓰이지도 않는 거니까 말이지..."
"이쪽에도 독자적인 정보루트가 있어, 본국 클라우나다 이계 국경 마법기사단의 제 17창고에 대량의 재고가 있을 텐데? 전이마법으로 공수하면 3~4시간 이내에 도착할 거야. 그리고 학원장, 당신에게 그 정도 권한과 교섭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고."
카모의 말에 코노에몬은 헛기침을 연발했다.
틀린 말이 없었던 탓이었다.
"이 마법도구를 최소한 1000세트... 가능하다면 2500세트 이상 부탁해. 뭐, 마법이 들통 나는 일 보다는 낫잖아. 안 그래?"
그렇게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유키히로 아야카에 대한 설득도 네기의 이름이 거론되자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차오들을 상대하기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네기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 된 것일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상념들이 네기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옛날 시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정의가 뭐냐고? 으음... 좀 추상적인 거네... 정의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이랄까...? 그건 소망이 아니냐고? 소망이랑은 조금 달라. 아... 갑자기 말이 꼬이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정의는 모두를 구하는 정의의 아군이야. 그것이 불가능 한 일일지라도 말이지. 그럼 네기, 지금 너에게 있어서 정의는 뭘까?'
지금 나에게 있어서 정의... 가장 바라는 것...
그것은...
-모두와 함께 있는 것...-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이 일상을...
자신은 지킬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정의다.
"헤에... 네기 선생님, 꽤나 재미있게 일을 벌려주시는 군..."
상공 4km지점에 위치한 비행선 위에서 마호라학원을 내려다보던 차오는 지금 광고하고 있는 이벤트를 보며 무척이나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차오를 보고는 마나는 총을 점검하며 물었다.
"지금 정리해 둘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런 것은 정면으로 받아주는 것이 재밌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그 함정을 빠져나오다니... 네기 선생님도 꽤 하는데..."
그렇게 차오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차오의 뒤쪽에서 사토미가 외쳤다.
"차오, 준비는 대충 다 끝내 놨습니다. 이제 시간만 맞춰주면 돼요"
"그래?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하지. 차차마루는?"
"컴퓨터 룸에서 해킹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좋아! 그럼 계획 실행이다!"
차오의 외침과 함께 호수 밑에서 로봇들이 줄을 맞추며 명령을 기다렸다.
"여기라고 했었지...?"
시로는 예전에 바포메트와 싸웠던 산에 올라온 시로는 주위를 살폈다. 학원결계에 의해 억눌러져 있지만 미약한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확실한 듯 하군..."
시로는 성속성을 지닌 검과 매장기관에서 사용하는 흑건을 대량 투영해 마술진을 짰다. 정확히는 파마의 진으로 하급마물은 소환되자마자 돌려보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진이였다.
"뭐... 이걸로 어찌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만반의 준비는 필요하겠지?"
그리고 시로는 마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반 이상의 마력을 사용해 백발이 넘는 거짓 나선검, 칼라드볼그를 투영해 2/3을 이곳 주변에 매설했다. 세계수의 마력이 넘치는 탓인지 금새 상당한 량의 마력이 회복되었다.
"마력회복이 상당히 빠르군... 좀 더 준비를 해도 되겠어."
시로는 회복한 마력으로 좀 더 많은 양의 보구를 투영했다.
각자의 준비가 끝나고 어느덧 6시가 되었다.
아직 본격적인 이벤트 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었지만 로봇들이 나올 호수근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두 고득점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평소 소문에 빠르고 수다스럽기로 유명한 치어리더 3인방까지 끼어 있었다.
"흐음... 로봇군단의 처음 출몰 지점이 여기라지?"
"응"
"그나저나 아직 시간이 한참..."
사쿠라코가 무언 가를 말하려고 할 때 갑자기 호수 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어제 무도회에서 히스리에게 당한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엑?!"
"아직 한시간 남은 거 아니..."
사쿠라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군단의 입에서 빔이 뿜어졌다. 그 빔에 맞은 사람들은 옷이 벗겨지며 반나체가 되었다.
"히익!!!"
"너무 야한 것 아니야 저 로봇!!!"
치어리더 삼인방은 투덜거리면서 응사에 들어갔다.
"아~ 화성로봇군단!! 개시 종을 기다리지 않고 선공!!! 마호라 호숫가에서는 벌써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마법사 여러분, 준비 되셨나요? 게임 스타트-!!!"
카즈미의 외침과 함께 호수가에 있던 모두가 들고 있던 마법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포진한 마법사들도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과 같이 마법의 사수등의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호오~ 벌써부터 격파수 100단위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상위랭커에 드시면 엄청난 상금과 함께 상당한 상품도 돌아갑니다!"
그 말을 들은 참가자들은 더욱 열을 올리며 로봇 사냥에 열을 올렸다. 특히 돗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어제 마호라 무도회 예선전에 나왔던 사람들과 3-A의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농구부인 아카시 유우나의 활약은 그 중에서도 거의 독보적이었다. 두 자루의 권총을 다루며 로봇들을 쓰러뜨려가는 유우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야의 카우보이나 다름없었다.
"아하하하하!! 유우나 더 키드라 불러다오!!!"
유우나는 크게 소리치며 쌍권총을 난사했다. 그녀의 총에서 뿜어진 빛이 로봇에 맞을 때 마다 수대의 로봇이 동시에 쓰러져 갔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유우나의 뒤를 따르며 착실하게 로봇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나타난 다족보행의 전차형 로봇과 다나카의 모습을 한 로봇들에게 둘러싸였다. 아무래도 너무 앞으로 나선 것이 그 원인인 듯 했다.
"이런...."
"어쩌지 유우나?"
"글쎄..."
둘러싸인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한줄기 섬광이 다족보행 전차형 로봇을 갈랐다. 그리고 그 섬광과 함께 내려온 두 인영이 유우나들 주위에 있던 다나카형 로봇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렸다. 유우나와 아이들은 그 두 인영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스나, 세츠나?!!!"
"여~ 유우나"
"어떻게 된 거야?"
유우나의 질문에 아스나는 살짝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뭐... 히어로 유닛이랄까?"
"히어로 유닛?"
"아... 정말, 여기에 게임 시작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히어로 유닛이 나온다고 되어있어."
"아앗-! 치사하다!! 이정도 힘이면 금방 랭크 안에 들것 아니야!"
유우나의 말에 세츠나는 손사래치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는 점수를 얻지 않아요. 게임에 흥을 돋구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용 캐릭터인 셈이니까요."
"그런거야...?"
"그럼 우리는 다른 곳을 도와주러 갈게"
아스나의 말과 동시에 세츠나와 아스나는 그 자리에서 날아올랐다.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뛰어올랐다고 해야 할 것이나 보통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점프력을 보이며 뛰어오르는 두 사람을 보자면 정말 날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뭐... 어쨌든 녀석들을 정리해 볼까?"
유우나는 떨어져 있던 권총을 주워들며 또다시 적진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마호라 학원 심층부 컴퓨터실
“격파수 천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작전, 무척이나 순조롭게 진행 중 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 작전이 아니었으면 우리들은 손도 못쓰고 당했을 거란 얘기야. 정말 오싹할 노릇이로군...”
‘학원장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만약 이 작전이 그 아이의 생각이라면... 사우전드 마스터의 아들이라 할 만하군...’
그렇게 아카시 선생이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어느새 모니터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누가 학원 경비 시스템의 메인 컴퓨터를 해킹중입니다!”
“뭐라고?!! 메인에 도달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단 말이야?!”
“방벽 전개, 돌파! 전자정령군도 모두 돌파 당했습니다! 방위 시스템 중추코드가 소수점 8자리까지 장악 당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다운 시키는 방법은...?”
“이미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부팅되자마자 다시... 앗! 소수점 12째 자리까지!! 학원결계, 풀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인거지!!!”
컴퓨터실에서는 아카시선생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그어어어어-!!
요란한 울림과 함께 거대한 몸체가 호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수학여행에서 본 스쿠나 같은 모습을 한 거인들... 이번 의식 때 사용할 부스트 같은 존재들 이었다. 호수가 근처에서 적들을 상대하고 있던 사쿠라코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존재에 경악하며 외쳤다.
“저... 저건 뭐지?!”
“크... 크다...!”
거인들의 입이 열리며 엄청난 에너지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로봇들이 쓰는 광선... 통칭 누드빔의 특대판 이었다.
“히익-!!!”
“흐엑!!!”
그 빔이 발사되려는 순간...
“아이기스!!!”
“코하쿠력 배리어 전력 전개!!!”
허공으로 떠오른 두 사람의 외침과 함께 거인에서 발사되려던 특대 누드빔이 가로막혔다.
“흐음... 괜찮은 거야? 저 거인 로봇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방어라면 괜찮을 겁니다. 저쪽에서도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니까요.”
거인의 공격을 막은 것은 길가메쉬와 히스리였다.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오직 방어만 하며 거인들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길가메쉬와 히스리가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지원으로 온 마법사들이 결계를 펼치며 거인들의 봉인을 시작했다.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나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교토의 스쿠나 보다는 영격이 떨어지기는 하지... 슬슬 내가 나서줘야 하나...”
마나는 사토미와 차오가 합심해서 만든 PSG-01커스텀과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볼트액션의 소총을 들고서 격전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억-!!”
거인을 봉인하던 마법사중 한명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묘한 마법진에 휩싸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근처에 있던 아스나와 세츠나,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그것을 보며 누가 나섰는지 깨달았다.
“마나가 나섰나?!”
“모두들 조심해!!”
그 말과 함께 길가메쉬는 자신의 주위에 엄청난 양의... 적어도 수십에서 수백정도는 될 듯한 양의 보구를 전개했다. 마나의 특수탄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히스리도 센서를 사격및 감지로 설정하며 마나의 사격에 대비했다.
“!!”
자신에게로 총탄이 날아옴을 눈치 챈 다카미치는 발권을 날렸다. 발권에 맞은 특수탄은 그대로 허공에서 터지며 사라져 버렸다. 히스리는 그 탄각을 계산해 마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총을 겨누었다. 6연발 리볼버인 마총 베이넌이었다.
“베이넌! 슛!!”
히스리의 외침과 함께 총에서 6발의 총탄이 쏘아졌다. 6발의 총탄은 마치 살아있는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마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향해 날아갔다.
“흐음...!”
마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탄을 보며 재빨리 PSG-01커스텀을 겨누었다. 저격총이지만 풀 연사가 가능한 특제품, 그만큼 정확도는 엄청 내려가지만 마나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마안 전개!”
마나는 마안을 발휘하며 히스리가 쏜 총탄을 모두 격추했다. 그리고 도탄을 이용해 히스리를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이 회피하기 힘들도록 연속적으로 총탄을 날렸다.
히스리와 다카미치, 길가메쉬는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총탄을 격추해 갔다.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니주인 선생을 비롯한 거인 봉인에 나선 대부분의 마법선생들이 마나의 총탄에 의해 당해 사라져 버렸다.
“크윽...!”
다카미치를 비롯한 살아남은 사람들은 침음성을 흘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텅 비어버린 공간 사이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아는 얼굴을 가진 소녀였다.
“차오린센!!!”
그것이 나타난 소녀의 이름이었다.
차오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흐음... 히스리씨와 길가메쉬씨가 여기 있다니... 에미야 선생님이 내 말을 전하지 않았던가?”
“들었긴 하지만 방어정도는 무방하다고 생각했거든...”
“실제로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길가메쉬와 히스리의 말에 차오는 한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아하하하! 확실히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 자... 그럼 지금부터는 좀 물러나 주겠어? 여기서 더 끼어들게 되면 공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만... 만약에 여기서 더 끼어들 생각이라면 나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 이다만...? 그래... ‘그것’을 쓰는 것도 좋겠지...”
그 말에 히스리와 길가메쉬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가 차오가 ‘그것’을 사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차오... 뭐지 그 탄은?!”
다카미치의 물음에 차오는 친절히 샘플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특수탄에 맞으면 3시간 후의 세계로 날려지게 되지... 막을 방법 따윈 없어... 참고로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지... 그나저나 아스나와 세츠나... 용케도 돌아왔구나... 게다가 이런 대담한 작전이라니...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이 작전을 짠 것은 네기 선생님인가? 네기 선생님은 어디 있지?”
차오의 물음에 화가 난 아스나는 그대로 대검인 하마노츠루기를 들어올리며 차오에게 외쳤다.
“네기는 여기 없어!! 너는 지금부터 내가 때려눕혀 주겠어!!!!!”
“후후후... 여전히 힘이 넘치는 구나 아스나... 좋아, 상대해 주지... 뭐 내게 대항 할 수 있는 것은 네기 선생님과 에미야 선생님 정도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뭐?!”
아스나는 함괘법을 끌어올리며 하마노츠루기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이전 무도회에서 폭주상태 때 사용한 대참격... 그것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함괘법으로 끌어올린 힘을... 검에 싣고 그대로 뿌린다는 느낌으로 벤다!’
“타앗!!!”
시로에게서 배운 요령으로 그대로 하마노츠루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하마노츠루기에서 빛이 뿜어지며 강력한 힘이 차오를 향해 날아갔다. 차오는 그것을 보더니 살짝 옆으로 걸음을 옮겨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아스나의 안으로 파고들어 일권을 먹였다. 아무리 함괘법에 의해 강화된 몸이었지만 차오도 최신 강화복으로 신체를 강화한데다가 명치에 정통으로 들어간 일격이었다.
아스나는 그대로 눈에서 초점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그것을 본 세츠나는 재빨리 발도술을 사용하며 차오를 베어갔다. 하지만 차오는 쾌속하기 그지없는 세츠나의 발도술을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어제의 연속일 뿐 이라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오의 주위를 돌고 있던 비트에서 빔이 쏘아졌다. 세츠나는 그 빔에 정통으로 맞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카미치는 세츠나가 정신을 잃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차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걸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던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쓰러진 세츠나와 아스나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