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마족이 나온다는 장소에서 대 마족용 함정을 설치하고 있던 시로는 요란한 마호라 학원을 보며 중얼거렸다.
“흐음... 확실히 밀리는 것 같군... 뭐... 준비한 정도가 다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밀리는 것 같군. 과연... 네기는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나?”
자신이 네기에게 넘겨준 ‘그것’은 확실히 최강의 아티팩트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단지 몸에 걸리는 엄청난 부담과 상당한 필요마력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뭐 원래 고대 신의 아티팩트였으니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잘 활용 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자... 세계는 누구의 편을 들어줄 까나?”
슬슬 본격적인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분명 ‘그들’이 소환되는 것은 저 작은 전쟁이 끝나고 겠지...
그동안 자신은 자신의 전쟁준비를 끝내야 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네기에게 도움을 줄까나?”
시로는 마궁(魔弓) 가 베이라를 불러내 화살을 걸고 힘껏 활시위을 잡아당겼다.
잠에서 깨어난 네기는 자신의 몸을 점검하고는 곧바로 자신을 마중 나온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나섰다. 나오는 중에 치사메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바쁜 탓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밖으로 나와 차오에게로 향하는 네기일행의 앞을 차오의 기계인형군단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네기에게는 이런 곳에서 시간을 지체 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네기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단숨에 주위에 있는 로봇을 향해 번개의 도끼를 휘둘렀다.
막강한 번개의 도끼 위력에 인형군단은 순식간에 고철이 되어버렸다.
단번에 로봇군단의 포위망을 부숴버린 네기일행은 세계수의 광장을 향해 달렸다. 일단은 그곳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던 탓이었다.
“피해!!”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든 카에데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그 외침에 모두는 달리고 있던 자리에서 재빨리 몸을 날렸다. 모두가 몸을 날리자 한박자 늦게 모두가 달리고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엄청난 총탄세례가 쏟아졌다.
“꺄악!!”
보통사람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노도카는 그 총탄세례를 채 피하지 못하고 특수탄에 의해 3시간 후로 날려져 버렸다.
“노도카!!”
유에는 노도카를 향해 외쳤으나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한명한명의 전력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고 있는 탓이었다. 네기들이 숨어서 움직이지 않자 총탄세례를 날리고 있던 무리들이 먼저 나섰다. 모두는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무리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차차마루들 이였던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던 쿠페이는 나타난 이들의 얼굴을 보고는 그대로 공격을 멈추었다. 그러나 차차마루들은 쿠페이의 몸에 전격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네기들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차차마루들에게서 쏟아지는 총탄의 세례... 아까 노도카를 3시간 후로 날려 보낸 그 탄환들이였다.
“이익-! 가라 더미 카모군!!”
하루나는 어느새 그려놓은 카모 그림으로 대량의 더미 카모를 만들어내 착탄시켰다. 착탄된 더미 카모들은 검은 막에 휩싸이며 사라져 버렸다.
“차차마루가 아니야...”
“당신은... 누구지요?”
네기의 물음에 차차마루의 얼굴을 한 이들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차차마루 전용의 신형보디에 인스톨된 데이터 수집용 전술 프로그램... 죄송하지만 당신들은 여기서 처리되어줘야 하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거리낄 것 없겠군...!”
차차마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쿠페이는 엄청난 괴력을 보이며 로봇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네기를 향해 말했다.
“네기, 먼저 가게나. 저들은 내가 막을 터이니...”
“쿠페이사부...”
“가게!”
쿠페이의 말에 네기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재빨리 광장쪽을 향해 달렸다. 쿠페이는 자신의 옆에 남아있는 하루나를 보며 물었다.
“하루나, 너는 왜 여기 있나해?”
“뭐... 이쪽이 더 재미있어 보였달까?”
싱긋 웃는 하루나의 뒤에는 어느새 검의 기사가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또 이 녀석도 시험해 보고 싶고 말이지...”
“하아... 못 말린다해...”
“그럼 가볼까!”
하루나의 외침과 함께 차차마루즈와 쿠페이, 하루나콤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쿠페이와 하루나의 희생(?)으로 광장으로 계속 향하고 있던 네기는 문득 넓은 공터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상대가 저격수인 이상 넓은 공터는 그야말로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마침 공교롭게도 차오바즈의 전차가 공터 가운데 있었다.
네기일행은 조심스럽게 전차에 몸을 숨기며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던 네기는 문득 전차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쉼호흡을 하며 3까지 세아린 후 튀어나갔다.
“아니! 네기선생님?”
“샤크티 선생님?”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날리려던 마법을 풀었다.
“어떻게 된 거죠?”
“큰일입니다. 네기 선생님... 이미 마법선생들의 대부분이...!”
샤크티 선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크티 선생은 검은 막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특수탄에 의한 저격이 분명했다. 네기일행은 재빨리 전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상대의 위치도 모르는데 밖에 있으면 그야말로 쏴달라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흐음... 아무래도 마나가 나선 듯 하구려...!”
“마나가? 그거 상당히 곤란하지 않아?”
“곤란하고 자시고 간에... 지금 우리는 마나의 사정권 내에 있어.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바로 끝인 거야.”
일행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득 전차안의 스피커가 켜지며 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네기 선생]
“마나대장...!”
[아직도 대장이라 부르는 건가? 그만두게 낯 뜨거워.]
“마나대장... 어째서 차오를 돕는 거지요? 역시 일이라서?”
네기의 물음에 마나는 선선히 대답했다.
[뭐... 그것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차오의 뜻에 공감하고 있기에 그녀의 계획에 협조하고 있어... 너도 이해할 텐데?]
“......”
[뭐, 됐어. 나는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부끄러울 것은 하나도 없지... 참, 마침 다른 곳에도 일이 넘쳐서 말이지... 이만 사라져 줘야겠어. 잘 가라 네기 선생.]
“어서 전차 밖으로 나가!”
마나의 통신이 끝나기도 전에 카에데가 외쳤다. 모두들 재빨리 밖으로 몸을 날렸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총알은 도달하지 않았다.
팡-!!!
“뭐?!”
요란한 소리에 놀란 모두는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허공에서 검은 막이 나타났다 사라진 것이었다. 총탄이 날아가다 새에 맞았다고 볼 수도 있었으나 마나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한가지... 누군가가 날아오던 초속의 총알을 원거리에서 맞췄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실제 가능한가에 대한 여부는 둘째치고 말이다.
어쨌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만약을 위해 카에데는 마나를 찾았다. 마나도 의외의 상황에 놀랐는지 기척이 심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네기 도령, 여기는... 타츠미야 마나는 내가 맡겠네! 가게 네기도령!”
“알겠습니다.”
일의 순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남고자 하고 있었다. 카에데는 자신의 학생이니까... 하지만 네기는 마음을 다잡고 유에와 함께 광장으로 향했다.
“흐음... 정말 엄청난 사람이군...”
마나는 금새 자신의 탄환을 쏘아 떨어뜨린 것이 누구인지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현 여자 중등부 기숙사 관리인인 에미야 시로... 그가 아니라면 이 마호라학원 내에서 이만한 재주를 보여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궁병’이니까. 하지만 그가 있을 위치는 여기에서 5km도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묘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보다 실력이 위라는 뜻이었다.
“응?”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마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카에데가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아... 귀찮게 되었군... 그럼...!”
마나는 자신의 소총의 격쇠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카에데에게 겨누었다.
“유에!!!”
“어서가요!!”
유에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막은 유에를 삼키고 사라져 버렸다. 광장으로 달려가고 있던 네기는 로봇의 습격에 의해 당할 뻔 했다. 그러나 유에가 몸을 날려 네기 대신 희생한 것이었다. 이제 학원제 광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속력으로 간다!”
네기는 지팡이위에 올라타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을 본 로봇들은 네기를 요격하려 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네기를 맞추는 로봇은 없었다. 광장 상공에 도착하니 거대로봇에 의해 참가자들이 대 핀치에 빠져있었다. 도와줘야 했지만 차오와의 대전을 생각하면 가급적 마력소모는 피해야했다.
“간만에 그 마법을 써야겠군... 오너라, 번개의 정령! 바람의 정령! 번개를 두르고 몰아쳐라 남양의 폭풍!! 번개의 폭풍!!!!!”
네기의 외침과 함께 번개의 폭풍이 네기의 손에서 쏘아졌다. 최근 최상급 마법인 인디그네이션의 사용이 잦았던 탓인지 네기의 가용마력은 상당히 늘어있었다. 그리고 마법의 위력도 상당히 늘어있었다. 네기의 손에서 쏘아진 번개의 폭풍은 그대로 거대 로봇의 배를 꿰뚫었다. 갑작스런 일에 모두들 놀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네... 네기?!”
하늘을 날고 있는 네기를 본 유우나는 무척이나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카즈미는 네기가 온 것을 확인하자 아까 통보받은 차오의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네기!! 차오는 세계수 상공 4000m 비행선 위에 있어!”
“알았어요. 카즈미!”
막 허공을 향해 날아오려는 네기를 향해 카즈미가 물었다.
“망설이지 않겠지?”
“네!”
“그럼 갔다 와!”
카즈미의 외침과 함께 네기는 엄청난 속도를 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네기가 사라지고 나서 의아해한 유우나는 카즈미에게 다가가 물었다.
“카즈미, 도대체 방금 그건 뭐야?”
“CG”
“농담이지?”
“진담. 그보다 거기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 것 같은데?”
카즈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쓰러졌던 거대로봇이 상체만 떠오르며 광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유우나는 재빨리 자기위치로 돌아가 방위대를 지휘했다. 네기가 차오를 쓰렇뜨리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
하늘로 날아오른 네기는 하늘을 가득메운 비행로봇부대에 기겁했다. 하지만 고속기동을 이용하며 로봇들을 상대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청난 숫자에서 밀린 네기는 비행로봇이 쏘는 특수탄에 직격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보통 비가 아닌 보구의 비가...
하늘에서 쏟아진 보구의 비는 네기를 둘러싸고 있던 비행로봇편대를 순식간에 박살내어 버렸다.
“이것은?!”
네기는 이것이 누구의 기술인지 알고 있었다. 이 기술은...
“여~ 네기!”
멀리 하늘을 나는 양탄자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길가메쉬,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히스리와 코타로, 아스나, 세츠나... 다들 아직 무사했었다.
“모두들!”
“네기! 이곳은 우리들에게 맡기고 어서 차오에게로 가!”
코타로의 외침에 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차오의 비행선으로 향했다.
그 시각 차오의 비행선 위
“세계는 아이온의 안을 가며, 시간은 세계의 안을 돌며. 생성은 시간의 안에 산다.”
주문의 영창을 마친 사토미는 차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세계 12곳의 주요성지 및 달과의 주기를 맞췄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수 광장의 완전점거를 기다리는 것 뿐...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좋아 사토미는 바로 마지막단계인 최후의 주문영창에 들어가라”
“마무리주문은 11분 6초에요. 괜찮을까요?”
“걱정 말고 시작해”
그렇게 막 주문을 영창 하려던 사토미는 문득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으며 차오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이 계획을 완수해도...?”
사토미의 질문에 차오는 문득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계획의 가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아니라... 저기 있는 네기 선생님이라네.”
차오가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네기가 와 있었다.
“네기 선생님?!”
“차오... 사토미...”
“용케 여기까지 왔군, 네기도령. 그리고... 이것으로 너와 나는 같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네... 자, 이제 어쩔 거지 네기도령?”
네기와 차오사이에 일순간 침묵이 찾아들었다. 이내 결심한 듯 네기는 입을 열었다.
“저는... 저의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별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막겠습니다. 전력을 다해 당신을 막겠어요!!!”
네기의 대답에 차오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고있던 외투를 벗어던졌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나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하기로 하지! 간다.”
그 말과 동시에 차오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순동이나 공간이동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타임머신 카시오페아에 의한 의사시간제어... 극소시간에 진입한 차오의 잔영이었다. 어느새 네기의 뒤에 나타난 차오는 손가락사이마다 특수탄을 끼운 채 일격을 날렸다. 네기를 단번에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
어느새 차오의 시야 안에서 네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차오는 옆구리를 강타하는 엄청난 충격을 느껴야 했다.
-무문팔극권 육대개 정 정심주
“큭!!”
날려가던 차오는 곧바로 의사시간제어를 통한 극소시간으로 진입해 다시 네기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네기는 이번에도 차오의 공격에서 벗어나며 차오에게 강렬한 공격을 날렸다. 두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차오는 특수탄을 통한 공격이 아닌 육탄공격으로 맞받아쳤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시공 배틀(조금 과장인 듯 하지만...)이 펼쳐졌다.
“크흠!”
“큭!”
너무나 엄청났던 격돌에 두 사람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서는 서로 물러섰다. 사토미는 두 사람의 엄청난 사투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카시오페아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의 전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후후... 네기도령...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이렇게 짧은 기간에 카시오페아를 이렇게 까지 다룰 수 있게 되다니... 과연 나의 선조다해”
“카시오페아를 전투에 이용하려하니 이 정도는 금방 떠오르더군요... 시간도약을 통한 절대회피, 그리고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시간정지, 혹은 극소시간진입...”
차오의 말에 사토미는 놀라며 말했다.
“하지만 네기선생님, 둘 다 말로 하는 것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직접전투에서 카시오페아를 운용하려면 나노 초 이하의 정밀조작과 도약 후 시공간의 정확한 측정이 필수 불가결! 저희도 2년 동안의 방대한 시뮬레이션 끝에 겨우 실용화에 도달했는데...”
“으음... 실제로 내 등의 카시오페아 3호기도 최고성능의 AI로 제어되고 있다네...”
차오가 덧붙이듯 말했다.
두 사람의 말에 네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카시오페아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바로 기본마법... 지난 10년 중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했을 정도니까요. 작은 동물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과 점술 마법...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 두가지 기본 마법으로 충분했지요. 물론 술식 계산이 무척이나 복잡했던 탓에 실용화에는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만.”
네기의 말에 사토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연... 천재소년 네기 선생님...’
하지만 사토미와 달리 차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것으로 당신의 전력적 우위는 사라졌습니다! 얌전히 항복하고 계획을 중지시키세요!”
네기의 말에 차오는 확신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사토미에게 말했다.
“사토미, 최종영창에 들어가라.”
“하지만...”
“괜찮아.”
“차오?!”
차오의 예상외의 반응에 네기는 당황했다. 설마 자신의 말을 듣고도 계획을 강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차오! 제 말을...”
“유달리 말이 많군, 네기도령... 그 조바심...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 거겠지? 가령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이유라던가 말이야...”
“!!!”
예상외의 정곡을 찌른 말에 네기의 표정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차오는 그 틈을 타 네기의 손에 들려있는 카시오페아의 상태를 보았다. 카시오페아는 심한 방전을 일으키며 지금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세계수의 마력에 특화된 카시오페아를 다른 마력으로 돌려버렸군... 대부분의 회로가 타버렸어... 회로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 기적이야...”
‘아뿔싸!!’
카시오페아의 상태만 확인하고 물러선 차오는 네기를 향해 외쳤다.
“그 카시오페아... 앞으로 세 번에서 한번정도면 더는 쓸 수 없는 것이 된다해.”
“일격이면 충분합니다.”
네기의 말에 차오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 일격 이전에 다시 한 번 묻지... 이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머리좋은 네기도령이라면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거다해. 내 계획이 의미하는 바도... 네기도령... 우리의 동료가 되지 않겠나? 부조리한 악을 행하는 세상에 맞서 작으나마 정의를 실현해 보자.”
일순간 네기는 흔들렸다.
결심을 했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결심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들며 차오의 공격이 들어왔다.
“흐음... 확실히 밀리는 것 같군... 뭐... 준비한 정도가 다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밀리는 것 같군. 과연... 네기는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나?”
자신이 네기에게 넘겨준 ‘그것’은 확실히 최강의 아티팩트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단지 몸에 걸리는 엄청난 부담과 상당한 필요마력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뭐 원래 고대 신의 아티팩트였으니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잘 활용 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자... 세계는 누구의 편을 들어줄 까나?”
슬슬 본격적인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분명 ‘그들’이 소환되는 것은 저 작은 전쟁이 끝나고 겠지...
그동안 자신은 자신의 전쟁준비를 끝내야 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네기에게 도움을 줄까나?”
시로는 마궁(魔弓) 가 베이라를 불러내 화살을 걸고 힘껏 활시위을 잡아당겼다.
잠에서 깨어난 네기는 자신의 몸을 점검하고는 곧바로 자신을 마중 나온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나섰다. 나오는 중에 치사메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바쁜 탓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밖으로 나와 차오에게로 향하는 네기일행의 앞을 차오의 기계인형군단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네기에게는 이런 곳에서 시간을 지체 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네기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단숨에 주위에 있는 로봇을 향해 번개의 도끼를 휘둘렀다.
막강한 번개의 도끼 위력에 인형군단은 순식간에 고철이 되어버렸다.
단번에 로봇군단의 포위망을 부숴버린 네기일행은 세계수의 광장을 향해 달렸다. 일단은 그곳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던 탓이었다.
“피해!!”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든 카에데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그 외침에 모두는 달리고 있던 자리에서 재빨리 몸을 날렸다. 모두가 몸을 날리자 한박자 늦게 모두가 달리고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엄청난 총탄세례가 쏟아졌다.
“꺄악!!”
보통사람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노도카는 그 총탄세례를 채 피하지 못하고 특수탄에 의해 3시간 후로 날려져 버렸다.
“노도카!!”
유에는 노도카를 향해 외쳤으나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한명한명의 전력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고 있는 탓이었다. 네기들이 숨어서 움직이지 않자 총탄세례를 날리고 있던 무리들이 먼저 나섰다. 모두는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무리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차차마루들 이였던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던 쿠페이는 나타난 이들의 얼굴을 보고는 그대로 공격을 멈추었다. 그러나 차차마루들은 쿠페이의 몸에 전격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네기들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차차마루들에게서 쏟아지는 총탄의 세례... 아까 노도카를 3시간 후로 날려 보낸 그 탄환들이였다.
“이익-! 가라 더미 카모군!!”
하루나는 어느새 그려놓은 카모 그림으로 대량의 더미 카모를 만들어내 착탄시켰다. 착탄된 더미 카모들은 검은 막에 휩싸이며 사라져 버렸다.
“차차마루가 아니야...”
“당신은... 누구지요?”
네기의 물음에 차차마루의 얼굴을 한 이들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차차마루 전용의 신형보디에 인스톨된 데이터 수집용 전술 프로그램... 죄송하지만 당신들은 여기서 처리되어줘야 하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거리낄 것 없겠군...!”
차차마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쿠페이는 엄청난 괴력을 보이며 로봇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네기를 향해 말했다.
“네기, 먼저 가게나. 저들은 내가 막을 터이니...”
“쿠페이사부...”
“가게!”
쿠페이의 말에 네기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재빨리 광장쪽을 향해 달렸다. 쿠페이는 자신의 옆에 남아있는 하루나를 보며 물었다.
“하루나, 너는 왜 여기 있나해?”
“뭐... 이쪽이 더 재미있어 보였달까?”
싱긋 웃는 하루나의 뒤에는 어느새 검의 기사가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또 이 녀석도 시험해 보고 싶고 말이지...”
“하아... 못 말린다해...”
“그럼 가볼까!”
하루나의 외침과 함께 차차마루즈와 쿠페이, 하루나콤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쿠페이와 하루나의 희생(?)으로 광장으로 계속 향하고 있던 네기는 문득 넓은 공터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상대가 저격수인 이상 넓은 공터는 그야말로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마침 공교롭게도 차오바즈의 전차가 공터 가운데 있었다.
네기일행은 조심스럽게 전차에 몸을 숨기며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던 네기는 문득 전차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쉼호흡을 하며 3까지 세아린 후 튀어나갔다.
“아니! 네기선생님?”
“샤크티 선생님?”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날리려던 마법을 풀었다.
“어떻게 된 거죠?”
“큰일입니다. 네기 선생님... 이미 마법선생들의 대부분이...!”
샤크티 선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크티 선생은 검은 막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특수탄에 의한 저격이 분명했다. 네기일행은 재빨리 전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상대의 위치도 모르는데 밖에 있으면 그야말로 쏴달라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흐음... 아무래도 마나가 나선 듯 하구려...!”
“마나가? 그거 상당히 곤란하지 않아?”
“곤란하고 자시고 간에... 지금 우리는 마나의 사정권 내에 있어.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바로 끝인 거야.”
일행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득 전차안의 스피커가 켜지며 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네기 선생]
“마나대장...!”
[아직도 대장이라 부르는 건가? 그만두게 낯 뜨거워.]
“마나대장... 어째서 차오를 돕는 거지요? 역시 일이라서?”
네기의 물음에 마나는 선선히 대답했다.
[뭐... 그것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차오의 뜻에 공감하고 있기에 그녀의 계획에 협조하고 있어... 너도 이해할 텐데?]
“......”
[뭐, 됐어. 나는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부끄러울 것은 하나도 없지... 참, 마침 다른 곳에도 일이 넘쳐서 말이지... 이만 사라져 줘야겠어. 잘 가라 네기 선생.]
“어서 전차 밖으로 나가!”
마나의 통신이 끝나기도 전에 카에데가 외쳤다. 모두들 재빨리 밖으로 몸을 날렸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총알은 도달하지 않았다.
팡-!!!
“뭐?!”
요란한 소리에 놀란 모두는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허공에서 검은 막이 나타났다 사라진 것이었다. 총탄이 날아가다 새에 맞았다고 볼 수도 있었으나 마나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한가지... 누군가가 날아오던 초속의 총알을 원거리에서 맞췄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실제 가능한가에 대한 여부는 둘째치고 말이다.
어쨌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만약을 위해 카에데는 마나를 찾았다. 마나도 의외의 상황에 놀랐는지 기척이 심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네기 도령, 여기는... 타츠미야 마나는 내가 맡겠네! 가게 네기도령!”
“알겠습니다.”
일의 순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남고자 하고 있었다. 카에데는 자신의 학생이니까... 하지만 네기는 마음을 다잡고 유에와 함께 광장으로 향했다.
“흐음... 정말 엄청난 사람이군...”
마나는 금새 자신의 탄환을 쏘아 떨어뜨린 것이 누구인지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현 여자 중등부 기숙사 관리인인 에미야 시로... 그가 아니라면 이 마호라학원 내에서 이만한 재주를 보여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궁병’이니까. 하지만 그가 있을 위치는 여기에서 5km도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묘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보다 실력이 위라는 뜻이었다.
“응?”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마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카에데가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아... 귀찮게 되었군... 그럼...!”
마나는 자신의 소총의 격쇠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카에데에게 겨누었다.
“유에!!!”
“어서가요!!”
유에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막은 유에를 삼키고 사라져 버렸다. 광장으로 달려가고 있던 네기는 로봇의 습격에 의해 당할 뻔 했다. 그러나 유에가 몸을 날려 네기 대신 희생한 것이었다. 이제 학원제 광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속력으로 간다!”
네기는 지팡이위에 올라타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을 본 로봇들은 네기를 요격하려 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네기를 맞추는 로봇은 없었다. 광장 상공에 도착하니 거대로봇에 의해 참가자들이 대 핀치에 빠져있었다. 도와줘야 했지만 차오와의 대전을 생각하면 가급적 마력소모는 피해야했다.
“간만에 그 마법을 써야겠군... 오너라, 번개의 정령! 바람의 정령! 번개를 두르고 몰아쳐라 남양의 폭풍!! 번개의 폭풍!!!!!”
네기의 외침과 함께 번개의 폭풍이 네기의 손에서 쏘아졌다. 최근 최상급 마법인 인디그네이션의 사용이 잦았던 탓인지 네기의 가용마력은 상당히 늘어있었다. 그리고 마법의 위력도 상당히 늘어있었다. 네기의 손에서 쏘아진 번개의 폭풍은 그대로 거대 로봇의 배를 꿰뚫었다. 갑작스런 일에 모두들 놀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네... 네기?!”
하늘을 날고 있는 네기를 본 유우나는 무척이나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카즈미는 네기가 온 것을 확인하자 아까 통보받은 차오의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네기!! 차오는 세계수 상공 4000m 비행선 위에 있어!”
“알았어요. 카즈미!”
막 허공을 향해 날아오려는 네기를 향해 카즈미가 물었다.
“망설이지 않겠지?”
“네!”
“그럼 갔다 와!”
카즈미의 외침과 함께 네기는 엄청난 속도를 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네기가 사라지고 나서 의아해한 유우나는 카즈미에게 다가가 물었다.
“카즈미, 도대체 방금 그건 뭐야?”
“CG”
“농담이지?”
“진담. 그보다 거기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 것 같은데?”
카즈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쓰러졌던 거대로봇이 상체만 떠오르며 광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유우나는 재빨리 자기위치로 돌아가 방위대를 지휘했다. 네기가 차오를 쓰렇뜨리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
하늘로 날아오른 네기는 하늘을 가득메운 비행로봇부대에 기겁했다. 하지만 고속기동을 이용하며 로봇들을 상대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청난 숫자에서 밀린 네기는 비행로봇이 쏘는 특수탄에 직격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보통 비가 아닌 보구의 비가...
하늘에서 쏟아진 보구의 비는 네기를 둘러싸고 있던 비행로봇편대를 순식간에 박살내어 버렸다.
“이것은?!”
네기는 이것이 누구의 기술인지 알고 있었다. 이 기술은...
“여~ 네기!”
멀리 하늘을 나는 양탄자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길가메쉬,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히스리와 코타로, 아스나, 세츠나... 다들 아직 무사했었다.
“모두들!”
“네기! 이곳은 우리들에게 맡기고 어서 차오에게로 가!”
코타로의 외침에 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차오의 비행선으로 향했다.
그 시각 차오의 비행선 위
“세계는 아이온의 안을 가며, 시간은 세계의 안을 돌며. 생성은 시간의 안에 산다.”
주문의 영창을 마친 사토미는 차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세계 12곳의 주요성지 및 달과의 주기를 맞췄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수 광장의 완전점거를 기다리는 것 뿐...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좋아 사토미는 바로 마지막단계인 최후의 주문영창에 들어가라”
“마무리주문은 11분 6초에요. 괜찮을까요?”
“걱정 말고 시작해”
그렇게 막 주문을 영창 하려던 사토미는 문득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으며 차오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이 계획을 완수해도...?”
사토미의 질문에 차오는 문득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계획의 가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아니라... 저기 있는 네기 선생님이라네.”
차오가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네기가 와 있었다.
“네기 선생님?!”
“차오... 사토미...”
“용케 여기까지 왔군, 네기도령. 그리고... 이것으로 너와 나는 같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네... 자, 이제 어쩔 거지 네기도령?”
네기와 차오사이에 일순간 침묵이 찾아들었다. 이내 결심한 듯 네기는 입을 열었다.
“저는... 저의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별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막겠습니다. 전력을 다해 당신을 막겠어요!!!”
네기의 대답에 차오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고있던 외투를 벗어던졌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나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하기로 하지! 간다.”
그 말과 동시에 차오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순동이나 공간이동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타임머신 카시오페아에 의한 의사시간제어... 극소시간에 진입한 차오의 잔영이었다. 어느새 네기의 뒤에 나타난 차오는 손가락사이마다 특수탄을 끼운 채 일격을 날렸다. 네기를 단번에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
어느새 차오의 시야 안에서 네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차오는 옆구리를 강타하는 엄청난 충격을 느껴야 했다.
-무문팔극권 육대개 정 정심주
“큭!!”
날려가던 차오는 곧바로 의사시간제어를 통한 극소시간으로 진입해 다시 네기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네기는 이번에도 차오의 공격에서 벗어나며 차오에게 강렬한 공격을 날렸다. 두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차오는 특수탄을 통한 공격이 아닌 육탄공격으로 맞받아쳤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시공 배틀(조금 과장인 듯 하지만...)이 펼쳐졌다.
“크흠!”
“큭!”
너무나 엄청났던 격돌에 두 사람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서는 서로 물러섰다. 사토미는 두 사람의 엄청난 사투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카시오페아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의 전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후후... 네기도령...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이렇게 짧은 기간에 카시오페아를 이렇게 까지 다룰 수 있게 되다니... 과연 나의 선조다해”
“카시오페아를 전투에 이용하려하니 이 정도는 금방 떠오르더군요... 시간도약을 통한 절대회피, 그리고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시간정지, 혹은 극소시간진입...”
차오의 말에 사토미는 놀라며 말했다.
“하지만 네기선생님, 둘 다 말로 하는 것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직접전투에서 카시오페아를 운용하려면 나노 초 이하의 정밀조작과 도약 후 시공간의 정확한 측정이 필수 불가결! 저희도 2년 동안의 방대한 시뮬레이션 끝에 겨우 실용화에 도달했는데...”
“으음... 실제로 내 등의 카시오페아 3호기도 최고성능의 AI로 제어되고 있다네...”
차오가 덧붙이듯 말했다.
두 사람의 말에 네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카시오페아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바로 기본마법... 지난 10년 중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했을 정도니까요. 작은 동물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과 점술 마법...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 두가지 기본 마법으로 충분했지요. 물론 술식 계산이 무척이나 복잡했던 탓에 실용화에는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만.”
네기의 말에 사토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연... 천재소년 네기 선생님...’
하지만 사토미와 달리 차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것으로 당신의 전력적 우위는 사라졌습니다! 얌전히 항복하고 계획을 중지시키세요!”
네기의 말에 차오는 확신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사토미에게 말했다.
“사토미, 최종영창에 들어가라.”
“하지만...”
“괜찮아.”
“차오?!”
차오의 예상외의 반응에 네기는 당황했다. 설마 자신의 말을 듣고도 계획을 강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차오! 제 말을...”
“유달리 말이 많군, 네기도령... 그 조바심...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 거겠지? 가령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이유라던가 말이야...”
“!!!”
예상외의 정곡을 찌른 말에 네기의 표정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차오는 그 틈을 타 네기의 손에 들려있는 카시오페아의 상태를 보았다. 카시오페아는 심한 방전을 일으키며 지금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세계수의 마력에 특화된 카시오페아를 다른 마력으로 돌려버렸군... 대부분의 회로가 타버렸어... 회로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 기적이야...”
‘아뿔싸!!’
카시오페아의 상태만 확인하고 물러선 차오는 네기를 향해 외쳤다.
“그 카시오페아... 앞으로 세 번에서 한번정도면 더는 쓸 수 없는 것이 된다해.”
“일격이면 충분합니다.”
네기의 말에 차오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 일격 이전에 다시 한 번 묻지... 이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머리좋은 네기도령이라면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거다해. 내 계획이 의미하는 바도... 네기도령... 우리의 동료가 되지 않겠나? 부조리한 악을 행하는 세상에 맞서 작으나마 정의를 실현해 보자.”
일순간 네기는 흔들렸다.
결심을 했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결심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들며 차오의 공격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