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완
절묘하게 네기와 네기의 카시오페아를 노리고 들어오는 차오의 공격... 네기는 강렬한 폭음과 함께 검은 막에 휩싸였다. 그러나 네기는 가까스로 카시오페아를 이용한 시간도약을 통해 차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카시오페아는 고철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본 차오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항복하지 그러나 네기도령? 카시오페아도 없는 자네는 나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텐데?”
차오의 말에 네기는 그저 자신만만한 웃음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네기의 표정을 본 차오는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카시오페아가 없는 네기가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차오는 또 다시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극소시간 진입을 시도해 네기를 쓰러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라질 리 없는 네기의 모습이 소실되어 버렸다.
“뭐?!”
갑자기 사라져버린 네기의 모습에 당황한 차오는 문득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네기의 일 권이 차오의 등에 닿아 차오의 카시오페아를 박살내 버렸다. 네기의 일권에 날려진 차오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기에게 물었다.
“분명 카시오페아는 파괴되었을 터... 어떻게 된 거지?”
“그 비밀은 이것입니다.”
네기는 자신의 로브 한쪽을 펼치며 ‘그것’을 보여주었다. 시로에게서 건네받은... 어떤 의미로는 최강의 아티펙트라고도 할 수 있는 물건을...
“오아케노스의 물시계, 고대의 신 크로노스가 사용했다는 시간을 조정했다 전해지는 아티펙트지요. 물론 인간으로서는 그 정도까지 힘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카시오페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자, 이제 항복하싲요! 당신의 절대적 우위를 가져다 주던 카시오페아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항복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네기는 자신에게 온 부담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만약 차오가 자신의 몸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면 항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었다. 그러나 차오는 이미 그것을 눈치 챘는지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항복할 순 없다네... 게다가 네기 도령도 그것을 여러 번 사용할 순 없겠지? 많아도 두 번, 그 이상 사용하면 네기 도령에게 걸리는 부담 때문에 쓰러질 것이 분명하겠지?”
약간의 빈틈만으로도 차오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 사실 네기는 이번에 사용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껴야했다. 한마디로 한번이라도 더 사용했다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을 확인한 차오는 수백발에 이르는 특수탄을 네기를 향해 쏘았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네기는 이것에 당할 만큼 이것을 모르고 있지 않았다. 고속기동을 통해 모두 회피한 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차오의 어깨에 있던 비트... 하지만 그것도 번개의 도끼로 단숨에 모조리 부숴버렸다. 그러던 중 네기는 차오가 시간차를 두며 쏜 특수탄에 맞아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은 막에 휩싸였다. 차오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네기를 감싸던 검은 막은 네기를 사라지게 하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어째서?!”
“그 특수 탄은 소용없습니다. 이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는 시간을 다스리던 크로노스의 무구, 약간의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외부에서 오는 시간간섭에 대한 배제는 가능합니다!”
물론 그것도 약간의 부담이 오기는 했지만 시간제어에 비하면 몸에 오는 부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이제 항복하시지요. 마법을 쓸 수 없는 당신은 날 이길 수 없어요! 자, 차오!!”
“마법이라... 마법인가...”
네기의 말에 차오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주머니를 뒤졌다. 차오가 꺼낸 것은 하나의 반지였다. 그것도 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는... 차오는 반쯤 찢어진 장갑사이로 보이는 검지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우며 입을 열었다.
“고맙다네, 네기 도령. 네기 도령 덕분에 잊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냈어!”
그 말과 함께 엄청난 마력이 차오의 주위로 휘몰아쳤다.
“라스트 테일 마이 매직 스킬, 마기스텔!”
네기는 차오가 읊조리는 것이 시동키임을 눈치 채고 무척이나 놀랬다. 자신이 알기로는 차오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차오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네기는 전력을 다해 방어벽을 전개했다.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패왕! 오라, 정화의 불꽃, 불타는 대검! 내뿜어라, 소돔을 불태워라! 불과 유황으로 죄 있는 자를 죽음의 먼지로!! 불타는 천공!!!!!!!”
네기의 방벽이 완성됨과 동시에 차오의 마법이 네기를 덮쳤다. 엄청난 마력이 퍼부어진 차오의 마법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네기의 방벽전개가 조금만 더 늦었어도 네기는 황천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큭!”
네기의 시선에 차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마법을 쓸 줄 아는 것이 이상한가? 나는 네기 도령과 사우전드 마스터의 자손이라구. 그나저나 방금 그 공격을 버티다니... 역시 대단하다해.”
‘장벽전개가 조금만 더 늦었으면 당했을 거다... 무서운 마력이야... 마법실력도 동급에서 한수 위정도...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아무리 천재라지만 마법도 상당한 고수라니...?’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인 네기는 문득 차오의 마력흐름이 기이한 것을 느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력의 흐름이 반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차오에게 물었다.
“차오, 그 반지는?”
“아, 이 반지 말인가? 에미야 선생에게서 정보료로 받은 것이지... 뭐, 정확히는 무리하지 말라고 준 것 같지만 말이야.”
“정보료...? 그럼 그 정보는 뭐지요? 그리고 무리라니...?”
“잡담이 길었군... 화정(火情) 소환! 창의 살라만다 29주!”
갑작스런 차오의 기습, 네기는 고속회피기동을 행하며 풍정(風情)을 소환, 차오와 맞부딪쳤다. 수백발이 넘어가는 네기와 차오의 마법공방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리고 잠시 대치상태에 들어가자 네기는 차오를 향해 물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이 시대에 있었다고 했었지요? 만약 그게 전부라면... 쿠페이와 사토미, 3-A의 사람들과 함께한 지난 2년은 차오에게 있어 뭐였지요?”
네기의 질문에 차오는 잠시 회상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며 말했다.
“정말 즐거운 2년이었어... 그것이 유일한 계산착오... 하지만 이 시대에서의 나의 삶은 나에게 있어 덧없는 꿈과 같은 것... 아쉽게도 말이지...”
그렇게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은 차오는 이내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자... 잡담은 끝이다. 서로 한계인 듯 하니 한방으로 끝내기로 하지.”
“그러지요!”
네기도 마력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강한 마법을 행사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다음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패왕! 오라, 정화의 불꽃, 불타는 대검!”
“나 네기 스프링필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빛의 왕이여, 뇌전의 왕이여! 부름에 응하라!”
두 사람의 주문이 영창 됨과 동시에 주위에 있는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만큼 엄청난 마력이 필요한 마법들이었던 탓이었다.
“소돔을 불태워라! 불과 유황으로 죄 있는 자를 죽음의 먼지로!!”
“천공을 부수는 광뢰, 대지를 꿰뚫는 분노의 창! 칠흑을 부수는 여명! 발하라!”
두 사람의 주문은 거의 동시에 완성되었다. 주문은 차오쪽이 조금 더 짧았지만 네기는 평소부터 주문을 많이 왼 터라 완성이 빨랐던 탓이었다.
“불타는 천공!”
“인디그네이션!”
두 사람의 격돌에 의해 하늘은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그야말로 한밤중의 여명... 두 사람의 힘은 비등했다. 주문의 위력에서는 네기가 앞서고 있었고 마력에서는 차오가 앞서고 있었다. 네기는 모자란 마력을 메우기 위해 인디그네이션을 최대한 압축했다. 압축된 인디그네이션은 차오의 불타는 천공을 꿰뚫고 차오를 향했다. 차오는 이미 힘이 다한 듯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풀며 네기의 마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안돼!!”
만약 지금 상태의 차오가 저 마법을 정면으로 받았다간 죽을지도 몰랐다. 아니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는 안됐다. 그녀도 자신의 학생... 자신이 싸우는 이유는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학생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였다.
“멈춰라! 오아케노스의 물시계여!!!”
고속기동으로도 타이밍이 늦을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네기는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로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극소시간 진입을 택했다.
“크윽-!”
전신이 부서질 것만 같은 고통이 네기의 몸을 엄습했다.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은... 뼈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네기의 몸을 뒤덮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아마도 극도로 소모된 상태에서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한 탓인 듯 했다. 빨리 이 극소시간에서 나가고 싶었다. 얼른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고통에 굴복해서는 안 되었다.
“차오를 구해야해!!!”
그 일념하나로 차오에게 가까스로 다가갔다. 차오에게 도착한 네기는 그대로 시간도약을 행했다. 이미 극소시간 진입제한이 넘었다. 분명 데리고 피하려고 해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것이 분명했던 탓이었다.
“흘러라! 오아케노스의 물시계여!!!!”
네기는 또다시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했다. 그리고 네기의 전신에 엄청난 충격이 엄습했다. 네기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응?”
네기의 마법이 자신을 덮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차오는 눈을 떠 보았다. 그러자 네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네기의 마법이 자신의 위에서 허공을 스치고 있음을 보았다. 그 두 가지를 보아 차오는 금방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네기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그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너무 무리하고 있군... 네기 도령도...”
떨어지고 있는 차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마력은 거의 제로... 부유시스템도 과도한 마력사용에 오버로드로 엉망진창... 이 대로는 둘 다 끝장이 분명하겠군... 그렇다면 후손으로서 마지막 마력을 사용해 선조를 살려야겠지?”
그렇게 마지막 남은 마력을 끌어올리던 차오는 문득 자신의 등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에 의아해 했다. 지상까지는 아직 더 남아있었던 탓이었다.
“여~ 차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차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반 3-A의 클래스메이트 들을... 그리고 보이는 사츠키의 모습에 차오는 자신이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 지를 깨달았다. 바로 자신들의 포장마차인 차오바즈인 것이었다. 차오바즈는 개조에 개조를 거듭하다 보니 비행능력까지 지니게 되었는데 사츠키가 그것을 이용해 자신과 네기를 받은 것이었다. 차오는 한동안 미친 듯이 웃었다가 쓰러져있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아~, 졌다 졌어... 정말... 모두에게 말이야.”
이것으로 하나의 전쟁이 끝났다.
네기와 차오의 싸움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는 것을 본 시로는 두 자루의 성검을 자신의 옆에 박아놓고 가 베이라와 칼라드볼그를 손에 쥐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세계수에서 빛이 퍼지자마자 시로가 있는 곳 근처에서 거대한 붉은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들’이 소환되었다.
마계대공 벨제뷔트를 위시한 10만 마계군단... 이런 장소에 어떻게 10만이나 되는 군단이 소환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이곳은 이미 반쯤 아공간화 되어버린 탓이었다. 정확히는 그 공간자체를 늘려버린 느낌이랄까? 어쨌든 소환된 벨제뷔트와 마족들은 자신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붉은 천을 두른 백발의 남자... 바로 시로였다. 시로는 뭣도 모르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하급마족 둘을 칼라드볼그로 단숨에 꿰뚫어버렸다. 시로의 칼라드볼그를 본 벨제뷔트는 그제서야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크으으... 불퇴의 수호자...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
“뭐... 출장업무라 해두지... 게다가 알바중이기도 하거든.”
시로의 빈정거림에도 벨제뷔트는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저 붉은궁병 혹은 불퇴의 수호자라 불리는 수호자는 그 어떤 수호자보다도 많은 상급악마를 멸한 자이기 때문이었다. 강한 탓이 아니었다. 수호자 중에서 강한 축에 속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따지자면 되려 약한 축에 속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힘을 잘 다루는 자였다. 자신의 힘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알며 또 치밀한 작전으로 철저하게 마를 없애버린 자인 것이었다.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 반응했다가는 그의 작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악마들은 벨제뷔트처럼 침착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중·하급악마를 비롯해 일부 상급악마가 시로의 빈정거림에 엄청나게 화를 내며 시로에게 달려들었다. 시로는 천천히 주위에 있던 칼라드볼그를 집어 들며 순차적으로 쏘았다.
“브로큰 판타즘-.”
시로의 손에서 쏘아진 칼라드볼그들은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수학여행 때처럼 엄청난 불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리고 불의 회오리는 이윽고 불의 기둥이 되어 악마들을 집어 삼켰다. 또 땅에 매설되어 있던 칼라드볼그와 연계되어 그야말로 대마술 수십 개를 겹쳐놓은 듯한 위력을 지닌 빛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반이 훨씬 넘는 수의 악마가 칼라드볼그가 만들어낸 빛의 기둥에 휩쓸려 먼지로 사라져버렸다. 벨제뷔트는 부하들의 무식함을 한탄하며 말했다.
“바보 녀석들... 상대가 상대인 이상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거늘...”
다른 수호자들의 경우는 도발에 넘어가도 별 상관이 없었다. 대부분이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항상 정면대결을 행하는 무식한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저 녀석은 달랐다. 그야 말로 전쟁의 귀재다. 어떻게 하면 적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하면 상대를 확실하게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을지 알고 있는 녀석이었던 것이었다. 이제 수는 3만이 채 남지 않았다. 중·하급 악마의 대부분이 그 빛의 기둥에 휩쓸려 재가 되어버린 탓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1만에 이르는 작위급 악마들과 2만의 중·하위급 마물들... 어떤 의미로는 전력이 걸러졌다고 볼 수 있는 상태였다.
“크아아!!!”
화가 난 작위급 악마중 하나가 시로를 향해 광선을 발사했다. 산 하나는 가볍게 날려버릴 만한 위력을 지닌 광선이었다. 시로는 그것을 보며 여유롭게 한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카드를 향해 주문을 읊조렸다.
“아데앗트”
섬광이 시로를 뒤덮었다. 엄청난 고온에 의해 주위의 물질들이 재가 되어버린 탓인지 연기가 자욱했다. 시로를 향해 광선을 쏜 악마는 무척이나 득의양양하게 시로가 있던 자리를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도착한 순간, 그 악마는 십자(十字)로 쪼개져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바람이 불며 연기가 걷혔다.
그리고 황금빛 천 갑옷을 두른 한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을 날려버릴 만한 일격을 맞았음에도 상처하나 없었다.
“자, 시작해 볼까?”
두 자루의 대검을 든 불퇴의 수호자는 악마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악마의 대군의 누비며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몸은 검으로 되어있다.”
성갑 아발론이 마력을 최대한 머금기 시작했다. 고유결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세계와의 단절이라는 의미. 그렇게 되면 마력을 흡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전에 최대한 많은 마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시로에게 다가오던 두 악마가 엑스칼리버에 의해 양팔을 잃었다.
“무한의 세월동안 연철(鍊鐵)을 계속”
상급악마중 몇이 연합해 상급 주문을 사용했다. 그러나 아발론의 효과에 의해 그 상급주문들은 무효화 되어버렸다.
“단 한번의 포기도 없이”
시로의 두 검이 두 악마를 꿰뚫었다. 시로는 그대로 검을 털며 다가오는 악마를 베었다.
“끝없이 나아간다-.”
시로는 악마를 베어가면서 계속 돌진했다. 최대한 중심으로 가려는 생각에서였다.
“사용자는 여기 검의 언덕에서 검을 단련하고...”
계속되는 시로의 검무... 평범에서 극에 이른 자의 검무가 계속되었다.
“따라서 이생에 거짓은 없으니...”
거짓이지만 거짓이 아닌 자신... 그리고 지금...
“이 몸은 무한의 검을 연철(鍊鐵)한다!”
그 거짓이 아닌 거짓의 궁극이 펼쳐졌다. 시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마들을 보며 외쳤다.
“묻겠다. 대공이여... 병력은 충분한가?”
그리고 그 악마들의 사이로 무한의 검의 비가 쏟아졌다. 상급 보구도 있었고 하급 보구도 있었다. 심지어는 보구가 아닌 검들도 있었으며 자신이 만든 습작도, 다른 사람이 만든 명검도 있었다. 그 검들의 목적은 오직하나. 이 세계의 주인인 시로의 의지에 따라 그의 적을 멸하는 것이었다.
검의 비는 악마들을 뒤덮었다. 대다수의 검이 진명이 개방되며 떨어진 터라 시로는 마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있었는지 3만의 병력 중 중·하급에 해당하는 2만의 병력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시로가 검제의 비로서 악마들을 도륙하고 있는 사이 벨제뷔트는 시로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행했다. 그 위력은 필경 길가메쉬가 세이버에게 사용한 정도의 에아의 위력과 비견될 정도였다. 시로는 전력을 다해 아발론의 힘을 끌어올렸다. 벨제뷔트의 공격에 의해 시로의 마력은 급속도로 소모되었다. 성갑 아발론의 효용이라면 거의 비등한 속도로 마력을 채울 수 있을 것이나 지금은 고유결계인 ‘연철의 검제’를 사용하고 있는 탓에 외부와 격리되어버린 터라 마력을 보충 할 수 없었다. 마력은 거의 바닥을 보이는 상황... 그렇다고 검제를 그냥 풀자니 타임 로스와 함께 그 잃어버린 시간동안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장담이 안 섰다.
시로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악마들은 어느새 시로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시로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수많은 검들이 널려있었다. 그 검들을 본 시로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이것이면 저들을 저승길 동반자로 삼을 수 있으리라...
“브로큰 더 월드!”
그리고 검의 세계는 새하얀 백광으로 물들었다.
“응?!”
하늘을 뒤덮은 불의 기둥에 놀란 에반젤린과 학원장은 그 불의 기둥의 근원지로 가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이계를 이뤄버린 마력류를 볼 수 있었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을 내려놓고 온 길가메쉬와 히스리도 에반젤린과 학원장 옆에 나타나 있었다.
“이런... 벌써 시작인건가?”
“무사할까요? 미스터는...”
“글쎄... 고유결계 속인지라...”
길가메쉬의 에아라면 고유결계를 깰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시로가 충격을 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였다.
“너희들, 무슨 일인건지 아는 거야?!”
에반젤린이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오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마족이 대거 출연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시로형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고유결계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사실인 듯 하군...”
“고유결계라니?”
“시로형이 지닌 마술의 극의... 자신의 마음속의 펼쳐진 심상을 현실로 구현화 시키는 마법에 가장 가까운 마술이야... 시로형의 경우는 무한의 검제, 혹은 연철의 검제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 그나저나 저것까지 꺼낼 정도면 정말 수가 장난 아닐듯 한데...”
그렇게 고유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길가메쉬는 문득 고유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마력류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다. 그리고 길가메쉬가 그 이상을 눈치 채고 얼마 지나지않아 고유결계를 이루고 있던 마력류는 하늘로 치솟으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이도 길가메쉬와 학원장, 히스리가 나서서 폭발의 여파가 퍼지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드러난 고유결계내의 상황은 처참했다. 수없이 많은 마물들의 시체... 걔 중에는 작위급 악마들도 다수 있었다. 남은 악마의 수는 마계대공인 벨제뷔트를 포함 최상위급 악마 3500정도... 단 1인에 의해 10만에 이르던 악마대군이 단 한명에 의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에반젤린은 악마들로 뒤덮인 산에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황금빛 천을 두른 채로 너덜너덜하게 쓰러져있는 시로...
으득-
얼마나 강하게 입을 갈았는지 주위에까지 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학여행 때 얼떨결에 만들어진 가계약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데앗트! 나와라 문 차일드”
에반젤린의 외침과 함께 가계약카드에서 빛이 뿜어지며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가라앉자 은빛의 드레스를 걸친 에반젤린의 모습이 드러났다. 에반젤린은 은빛으로 빛나는 드레스를 걸친 에반젤린은 시로에게로 향하는 악마들을 향해 엄청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시로의 앞에 선 에반젤린은 기절한 시로를 안아들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들이냐!!! 네놈들인 거냐!!!”
에반젤린에게서 뿜어지는 살기는 정말 엄청났다. 그 살기의 농도는 너무나도 짙어 살아남은 상급악마들 조차도 움찔할 정도였다. 에반젤린은 분노의 가득 찬 눈으로 악마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얼어버려라!”
에반젤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에반젤린의 사방 500m 내에 있던 악마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냥 얼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간마저도 얼어버린 것이었다. 문 차일드의 능력은 절대동결(絶大凍結)... 시간마저도 얼려버리는 무시무시한 아티펙트였다.
“승화(昇華)”
에반젤린에 의해 얼어버린 악마들은 순식간에 기체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절대영도를 넘은 추위에 순식간에 원자단위를 넘은 에텔 단위로 분해되어 버린 탓이었다.
“죽어라 잡놈들!!!!”
“확실하게 말살시켜 드리지요!”
길가메쉬와 히스리도 너덜너덜한 시로의 모습에 무척이나 화가 났는지 두 사람은 모두 각자가 지닌 최강의 무구를 꺼내들었다. 길가메쉬의 에누마엘리쉬, 통칭 에아가 열풍을 뿜어내었고 히스리의 술식마포 플레이너스가 불을 뿜었다.
“뭐냐 녀석들은?! 천지를 가르는 개벽의 별에 불의용의 이름을 지닌 마포를 지닌 녀석들이라니!”
벨제뷔트는 경악했다. 왜 이런 녀석들이 지상에 있는 것인가? 저기 있는 진조는 논외로 쳐도 저기 있는 꼬맹이와 기계인형은 정말 예상 밖의 존재였다. 애초에 저 불퇴의 수호자가 이곳에 있는 것부터가 당초 예상과는 달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게도 세계는 자신이 마계왕이 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일까? 벨제뷔트는 자신도 모르게 오기가 생겨버렸다.
“1000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겨우 기회가 생겼는데... 이 기회를 놓칠 것 같으냐!!!!”
벨제뷔트는 자신의 힘의 제한을 풀어버렸다. 힘의 제한은 마족이나 다른 신비를 지닌 자들이 세계의 균형을 부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그것을 억지로 풀었다가 죽으면 소멸의 패널티를 받게 되었다. 존재의 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탓에 보통은 사용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변수 탓에 통칭 ‘빡 돌아버린’ 상태에 들어간 벨제뷔트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살아남은 마족들을 학살하고 있던 세명은 갑자기 느껴지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엄청난 마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소한 공작급의 마족이 마계의 있을 때의 마력을 모두 끌어올려야 저 정도의 마력이 흘러나오는 탓이었다.
“저 녀석... 미친 거야?!”
“분명 힘의 해방이겠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래봤자 잡놈이긴 하지만... 귀찮게 되었군...”
세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너털 웃으며 다른 녀석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힘의 제한을 푸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다른 녀석들부터 처리하는 것이 나중을 생각해서도 좋은 일이였다.
“으...윽!”
에반젤린에 의해 한쪽 구석에 눕혀져 있던 시로는 고유결계에서 벗어나자 성갑 아발론의 효용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었다. 아직 아까 같은 전투는 무리였지만 적어도 보구를 한번 정도 사용할 정도의 기력은 회복되었다. 시로는 끝없이 힘이 늘어나고 있는 벨제뷔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소멸할 생각인 건가?”
현계에서 힘의 제한을 푸는 마족은 없다. 그야 말로 미친 짓인 탓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 힘의 제한을 풀어버렸다. 그야말로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마계대공으로 만족하고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조금은... 아니 어쩌면 상당히 무리한 말이었지만 시로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수호자로서 세계의 룰을 어긴 저 녀석을 없에야 하니까...
시로는 작위급 악마들을 농락하고 있는 길가메쉬를 향해 소리쳤다.
“길가메쉬! 태초의 세계를 열어!!”
“어, 시로형 정신 차린 거야?!”
“얼른 태초의 세계나 열어!!!”
시로의 말에 길가메쉬는 에아의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모든 것을 태우는 태초의 세계가 벨제뷔트의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태초의 세계... 지옥과도 같은... 아니, 지옥보다도 더한. 모든 것을 무로서 되돌려 버리는 태초의 세계가 자신의 등 뒤에 펼쳐졌다.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저 세계에 삼켜져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에반젤린은 그것을 가만두지 않았다.
“얼어라!”
에반젤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발끝에서부터 절대동결이 시작되었다. 비록 엄청난 마력 탓에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벨제뷔트의 도주를 막는 것에는 무척이나 유효했다.
“크아아아!!!”
분노한 벨제뷔트는 자신의 발을 꼼짝 못하게 한 에반젤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엄청난 마력이 담긴 탓에 맞으면 에반젤린이라도 무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극대폭축소멸(極大爆縮消滅)! 풀 임팩트 브레이크!!!”
히스리의 손에서 생긴 검은 빛이 벨제뷔트의 팔에 닿았다. 벨제뷔트의 팔에 검은 빛이 닿자 벨제뷔트의 팔은 갑자기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공간 째로 일그러지며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시공상에서 소멸해 버렸다. 아니 ‘존재를 소멸당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벨제뷔트... 시로는 그런 벨제뷔트를 보며 한 자루의 검을 꺼내들었다. 고대의 허신... 자신의 손으로 엄마와 언니를 죽이고 자신 스스로 검이 되어버린 허신... 너무나 엄청난 위력 탓에 검제의 가장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둔 신살(神殺)의 검. 시로는 그것의 봉인을 풀었다. 지금 저 녀석의 마력으로 보아 어지간한 보구로는 타격조차 제대로 주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발하라... 마지막의 검이여!!!”
모든 존재의 의미를 관장하던... 지금은 허신이 되어버린 유세미의 이름을 감추고 있는 검이 시로의 손에서 빛을 뿜었다. 모든 존재의 의미를 관장하는 심판의 빛! 그것이 벨제뷔트에게 쏘아졌다. 벨제뷔트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저항했으나 이내 그 빛에 의해 양단되어버린 후 에아에 의해 열린 태초의 세계에 떨어져버렸다.
힘의 제한을 풀어버린 이상 마계에서 부활하는 것도 불가능할 터... 모든 힘을 시로는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누우며 외쳤다.
“이제 끝났다~!!”
시로의 외침과 함께 그곳에 있던 모두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학원제 후야제 중
“이제 가는 건가요?”
요란한 후야제 중... 몰래 미래로 돌아가려던 차오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의 계획이었던 전부가 사라졌어. 이제 이곳에 남을 이유가 사라졌지...”
“시로형에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뭐, 그것은 다른 목적 중 하나였을 뿐이야. 네기 도령의 후회를 하나라도 줄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 내가 할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럼 이제 돌아가 볼...”
카시오페아로 자신이 있던 시간대로 돌아가려한 차오는 갑자기 자신의 카시오페아를 잡는 손에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에미야 선생님?”
“섭섭하네... 말도 없이 가려했던 거야?”
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오가 있는 곳을 둘러싸며 이 싸움에 참전한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차오...”
“차오...”
“차오양... 함께 이 시대에서 살아가지 않겠습니까?”
네기의 말에 차오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말은 프로포즈인가?”
“네에?!”
“그 말... 마치 나와 함께 있고 싶다는 것 같지 않은 가? 부·부로서 말이지.”
“에엑~!!!!”
차오의 반쯤 장난 투성이인 풀이에 모두는 경악했다. 차오는 굳어버린 모두를 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역시 순진한 네기도령을 놀려 먹는 건 상당히 재미있구려~”
“차오양 저는 농담이 아닌...”
네기가 뭐라 말하려고했으나 차오는 그것을 제지하며 말했다.
“그 말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해.”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네기의 모습에 차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포기할 줄 모르는 군... 좋아, 그럼 나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이 차오린센의 최강최대의 무기. 아까의 싸움도 이것만 있었으면 내가 확실히 이겼겠지만 너무 위험해서 굳이 봉인했지... 이것을 이용하면 너희들의 절교는 필연! 미래의 힘을 결집한 궁극의 심리공격 병기... 그것이 바로 이거다!!!!”
차오가 꺼내든 것은 차오가가계도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서책이었다. 모두는 벙~ 찐 표정으로 그 책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기도령의 자손! 그렇다면 당연히 네기도령이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그 누군가의 이름도... 거기다가 언제 결혼하는가와 아이를 얼마나 낳았는가에 대한 것 까지...!”
차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오의 손에서 탈취당한 그 궁극병기는 엄청나게 요란한 소동을 일으키며 정확히 57초 만에 네기파티를 괴멸시켜버렸다.
“확실히 궁극병기로군... 뭐 어쨌든 진짜로 갈 생각이야?”
시로의 물음에 차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살아있고 나의 싸움은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까... 에미야 선생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네... 확실히...”
“차오...”
“나는 나의 싸움의 장소로 돌아간다. 네기 도령은 이곳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게 멋지게 승천(昇天)하고 있던 차오는...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한 빛과 함께 그대로 땅에 박혀버렸다. 갑자기 떨어진 것에 놀란 시로와 네기, 아이들은 얼른 차오가 떨어진 곳을 향해 다가갔다.
차오가 떨어진 곳에는 차오를 비롯해 처음 보는 4명의 여인들이 뒤엉켜 있었다.
“아아!! 무거워~!!!”
“비켜, 이 젓소!!”
“이익!!! 언니는 가슴도 없으면서!!!”
“뭐가 어째!!!”
“밥~!!!!”
뒤엉켜있는 여인들을 본 시로는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무척이나 잘 아는 붉은악마 토오사카 린, 황금의 악마 루비아 에델펠트, 배고픈 사자 세이버와 귀신 후배 마토우 사쿠라... 시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저들이 자신을 깨닫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자리에서 사라져야했던 것이었다.
“아! 시로형 어디가요!”
네기의 외침에 시로는 절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이름을 들은 4명의 여인들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뒤쫓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익!!! 시로!! 거기안서!!!”
“주인으로서 명합니다. 시로 거기서세요!!!”
“선배!! 거기서주세요!!!”
“시로, 밥!!!”
뒤늦게 차오가 있는 쪽으로 향하던 에반젤린은 시로가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를 뒤쫓는 처음 보는 4명의 여인도 보았다. 에반젤린은 단숨에 저 4명의 여인들이 시로와 관계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시로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시로를 잡은 그 5명은 시로의 소유권을 놓고 후야제가 끝날 때까지 싸웠다.
결국 차오의 귀환은 미뤄졌다. 린들에 의해 추락, 기절해 버려 타이밍을 놓쳐버린 탓이었다. 다행이도 토오사카 린이 1법과 2법을 완성한 사상초유의 마법사인지라 그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리고 시로를 쫓아온 이 4명의 여인들은 각각 자연과학교사, 가정교사, 경비가 되어 마호라학원에 머물게 되었다.
이 4명의 등장과 함께, 시로의 앞날에 평안은 사라져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에반젤린과 쟁탈전을 벌였던 탓이었다.
여전히 요란한 마호라 학원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자, 이제 항복하지 그러나 네기도령? 카시오페아도 없는 자네는 나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텐데?”
차오의 말에 네기는 그저 자신만만한 웃음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네기의 표정을 본 차오는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카시오페아가 없는 네기가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차오는 또 다시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극소시간 진입을 시도해 네기를 쓰러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라질 리 없는 네기의 모습이 소실되어 버렸다.
“뭐?!”
갑자기 사라져버린 네기의 모습에 당황한 차오는 문득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네기의 일 권이 차오의 등에 닿아 차오의 카시오페아를 박살내 버렸다. 네기의 일권에 날려진 차오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기에게 물었다.
“분명 카시오페아는 파괴되었을 터... 어떻게 된 거지?”
“그 비밀은 이것입니다.”
네기는 자신의 로브 한쪽을 펼치며 ‘그것’을 보여주었다. 시로에게서 건네받은... 어떤 의미로는 최강의 아티펙트라고도 할 수 있는 물건을...
“오아케노스의 물시계, 고대의 신 크로노스가 사용했다는 시간을 조정했다 전해지는 아티펙트지요. 물론 인간으로서는 그 정도까지 힘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카시오페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자, 이제 항복하싲요! 당신의 절대적 우위를 가져다 주던 카시오페아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항복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네기는 자신에게 온 부담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만약 차오가 자신의 몸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면 항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었다. 그러나 차오는 이미 그것을 눈치 챘는지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항복할 순 없다네... 게다가 네기 도령도 그것을 여러 번 사용할 순 없겠지? 많아도 두 번, 그 이상 사용하면 네기 도령에게 걸리는 부담 때문에 쓰러질 것이 분명하겠지?”
약간의 빈틈만으로도 차오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 사실 네기는 이번에 사용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껴야했다. 한마디로 한번이라도 더 사용했다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을 확인한 차오는 수백발에 이르는 특수탄을 네기를 향해 쏘았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네기는 이것에 당할 만큼 이것을 모르고 있지 않았다. 고속기동을 통해 모두 회피한 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차오의 어깨에 있던 비트... 하지만 그것도 번개의 도끼로 단숨에 모조리 부숴버렸다. 그러던 중 네기는 차오가 시간차를 두며 쏜 특수탄에 맞아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은 막에 휩싸였다. 차오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네기를 감싸던 검은 막은 네기를 사라지게 하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어째서?!”
“그 특수 탄은 소용없습니다. 이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는 시간을 다스리던 크로노스의 무구, 약간의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외부에서 오는 시간간섭에 대한 배제는 가능합니다!”
물론 그것도 약간의 부담이 오기는 했지만 시간제어에 비하면 몸에 오는 부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이제 항복하시지요. 마법을 쓸 수 없는 당신은 날 이길 수 없어요! 자, 차오!!”
“마법이라... 마법인가...”
네기의 말에 차오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주머니를 뒤졌다. 차오가 꺼낸 것은 하나의 반지였다. 그것도 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는... 차오는 반쯤 찢어진 장갑사이로 보이는 검지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우며 입을 열었다.
“고맙다네, 네기 도령. 네기 도령 덕분에 잊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냈어!”
그 말과 함께 엄청난 마력이 차오의 주위로 휘몰아쳤다.
“라스트 테일 마이 매직 스킬, 마기스텔!”
네기는 차오가 읊조리는 것이 시동키임을 눈치 채고 무척이나 놀랬다. 자신이 알기로는 차오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차오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네기는 전력을 다해 방어벽을 전개했다.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패왕! 오라, 정화의 불꽃, 불타는 대검! 내뿜어라, 소돔을 불태워라! 불과 유황으로 죄 있는 자를 죽음의 먼지로!! 불타는 천공!!!!!!!”
네기의 방벽이 완성됨과 동시에 차오의 마법이 네기를 덮쳤다. 엄청난 마력이 퍼부어진 차오의 마법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네기의 방벽전개가 조금만 더 늦었어도 네기는 황천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큭!”
네기의 시선에 차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마법을 쓸 줄 아는 것이 이상한가? 나는 네기 도령과 사우전드 마스터의 자손이라구. 그나저나 방금 그 공격을 버티다니... 역시 대단하다해.”
‘장벽전개가 조금만 더 늦었으면 당했을 거다... 무서운 마력이야... 마법실력도 동급에서 한수 위정도...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아무리 천재라지만 마법도 상당한 고수라니...?’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인 네기는 문득 차오의 마력흐름이 기이한 것을 느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력의 흐름이 반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차오에게 물었다.
“차오, 그 반지는?”
“아, 이 반지 말인가? 에미야 선생에게서 정보료로 받은 것이지... 뭐, 정확히는 무리하지 말라고 준 것 같지만 말이야.”
“정보료...? 그럼 그 정보는 뭐지요? 그리고 무리라니...?”
“잡담이 길었군... 화정(火情) 소환! 창의 살라만다 29주!”
갑작스런 차오의 기습, 네기는 고속회피기동을 행하며 풍정(風情)을 소환, 차오와 맞부딪쳤다. 수백발이 넘어가는 네기와 차오의 마법공방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리고 잠시 대치상태에 들어가자 네기는 차오를 향해 물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이 시대에 있었다고 했었지요? 만약 그게 전부라면... 쿠페이와 사토미, 3-A의 사람들과 함께한 지난 2년은 차오에게 있어 뭐였지요?”
네기의 질문에 차오는 잠시 회상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며 말했다.
“정말 즐거운 2년이었어... 그것이 유일한 계산착오... 하지만 이 시대에서의 나의 삶은 나에게 있어 덧없는 꿈과 같은 것... 아쉽게도 말이지...”
그렇게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은 차오는 이내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자... 잡담은 끝이다. 서로 한계인 듯 하니 한방으로 끝내기로 하지.”
“그러지요!”
네기도 마력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강한 마법을 행사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다음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패왕! 오라, 정화의 불꽃, 불타는 대검!”
“나 네기 스프링필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빛의 왕이여, 뇌전의 왕이여! 부름에 응하라!”
두 사람의 주문이 영창 됨과 동시에 주위에 있는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만큼 엄청난 마력이 필요한 마법들이었던 탓이었다.
“소돔을 불태워라! 불과 유황으로 죄 있는 자를 죽음의 먼지로!!”
“천공을 부수는 광뢰, 대지를 꿰뚫는 분노의 창! 칠흑을 부수는 여명! 발하라!”
두 사람의 주문은 거의 동시에 완성되었다. 주문은 차오쪽이 조금 더 짧았지만 네기는 평소부터 주문을 많이 왼 터라 완성이 빨랐던 탓이었다.
“불타는 천공!”
“인디그네이션!”
두 사람의 격돌에 의해 하늘은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그야말로 한밤중의 여명... 두 사람의 힘은 비등했다. 주문의 위력에서는 네기가 앞서고 있었고 마력에서는 차오가 앞서고 있었다. 네기는 모자란 마력을 메우기 위해 인디그네이션을 최대한 압축했다. 압축된 인디그네이션은 차오의 불타는 천공을 꿰뚫고 차오를 향했다. 차오는 이미 힘이 다한 듯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풀며 네기의 마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안돼!!”
만약 지금 상태의 차오가 저 마법을 정면으로 받았다간 죽을지도 몰랐다. 아니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는 안됐다. 그녀도 자신의 학생... 자신이 싸우는 이유는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학생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였다.
“멈춰라! 오아케노스의 물시계여!!!”
고속기동으로도 타이밍이 늦을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네기는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로 의사시간 제어를 통한 극소시간 진입을 택했다.
“크윽-!”
전신이 부서질 것만 같은 고통이 네기의 몸을 엄습했다.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은... 뼈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네기의 몸을 뒤덮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아마도 극도로 소모된 상태에서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한 탓인 듯 했다. 빨리 이 극소시간에서 나가고 싶었다. 얼른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고통에 굴복해서는 안 되었다.
“차오를 구해야해!!!”
그 일념하나로 차오에게 가까스로 다가갔다. 차오에게 도착한 네기는 그대로 시간도약을 행했다. 이미 극소시간 진입제한이 넘었다. 분명 데리고 피하려고 해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것이 분명했던 탓이었다.
“흘러라! 오아케노스의 물시계여!!!!”
네기는 또다시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했다. 그리고 네기의 전신에 엄청난 충격이 엄습했다. 네기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응?”
네기의 마법이 자신을 덮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차오는 눈을 떠 보았다. 그러자 네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네기의 마법이 자신의 위에서 허공을 스치고 있음을 보았다. 그 두 가지를 보아 차오는 금방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네기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그 ‘오아케노스의 물시계’를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너무 무리하고 있군... 네기 도령도...”
떨어지고 있는 차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마력은 거의 제로... 부유시스템도 과도한 마력사용에 오버로드로 엉망진창... 이 대로는 둘 다 끝장이 분명하겠군... 그렇다면 후손으로서 마지막 마력을 사용해 선조를 살려야겠지?”
그렇게 마지막 남은 마력을 끌어올리던 차오는 문득 자신의 등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에 의아해 했다. 지상까지는 아직 더 남아있었던 탓이었다.
“여~ 차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차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반 3-A의 클래스메이트 들을... 그리고 보이는 사츠키의 모습에 차오는 자신이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 지를 깨달았다. 바로 자신들의 포장마차인 차오바즈인 것이었다. 차오바즈는 개조에 개조를 거듭하다 보니 비행능력까지 지니게 되었는데 사츠키가 그것을 이용해 자신과 네기를 받은 것이었다. 차오는 한동안 미친 듯이 웃었다가 쓰러져있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아~, 졌다 졌어... 정말... 모두에게 말이야.”
이것으로 하나의 전쟁이 끝났다.
네기와 차오의 싸움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는 것을 본 시로는 두 자루의 성검을 자신의 옆에 박아놓고 가 베이라와 칼라드볼그를 손에 쥐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세계수에서 빛이 퍼지자마자 시로가 있는 곳 근처에서 거대한 붉은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들’이 소환되었다.
마계대공 벨제뷔트를 위시한 10만 마계군단... 이런 장소에 어떻게 10만이나 되는 군단이 소환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이곳은 이미 반쯤 아공간화 되어버린 탓이었다. 정확히는 그 공간자체를 늘려버린 느낌이랄까? 어쨌든 소환된 벨제뷔트와 마족들은 자신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붉은 천을 두른 백발의 남자... 바로 시로였다. 시로는 뭣도 모르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하급마족 둘을 칼라드볼그로 단숨에 꿰뚫어버렸다. 시로의 칼라드볼그를 본 벨제뷔트는 그제서야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크으으... 불퇴의 수호자...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
“뭐... 출장업무라 해두지... 게다가 알바중이기도 하거든.”
시로의 빈정거림에도 벨제뷔트는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저 붉은궁병 혹은 불퇴의 수호자라 불리는 수호자는 그 어떤 수호자보다도 많은 상급악마를 멸한 자이기 때문이었다. 강한 탓이 아니었다. 수호자 중에서 강한 축에 속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따지자면 되려 약한 축에 속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힘을 잘 다루는 자였다. 자신의 힘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알며 또 치밀한 작전으로 철저하게 마를 없애버린 자인 것이었다.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 반응했다가는 그의 작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악마들은 벨제뷔트처럼 침착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중·하급악마를 비롯해 일부 상급악마가 시로의 빈정거림에 엄청나게 화를 내며 시로에게 달려들었다. 시로는 천천히 주위에 있던 칼라드볼그를 집어 들며 순차적으로 쏘았다.
“브로큰 판타즘-.”
시로의 손에서 쏘아진 칼라드볼그들은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수학여행 때처럼 엄청난 불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리고 불의 회오리는 이윽고 불의 기둥이 되어 악마들을 집어 삼켰다. 또 땅에 매설되어 있던 칼라드볼그와 연계되어 그야말로 대마술 수십 개를 겹쳐놓은 듯한 위력을 지닌 빛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반이 훨씬 넘는 수의 악마가 칼라드볼그가 만들어낸 빛의 기둥에 휩쓸려 먼지로 사라져버렸다. 벨제뷔트는 부하들의 무식함을 한탄하며 말했다.
“바보 녀석들... 상대가 상대인 이상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거늘...”
다른 수호자들의 경우는 도발에 넘어가도 별 상관이 없었다. 대부분이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항상 정면대결을 행하는 무식한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저 녀석은 달랐다. 그야 말로 전쟁의 귀재다. 어떻게 하면 적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하면 상대를 확실하게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을지 알고 있는 녀석이었던 것이었다. 이제 수는 3만이 채 남지 않았다. 중·하급 악마의 대부분이 그 빛의 기둥에 휩쓸려 재가 되어버린 탓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1만에 이르는 작위급 악마들과 2만의 중·하위급 마물들... 어떤 의미로는 전력이 걸러졌다고 볼 수 있는 상태였다.
“크아아!!!”
화가 난 작위급 악마중 하나가 시로를 향해 광선을 발사했다. 산 하나는 가볍게 날려버릴 만한 위력을 지닌 광선이었다. 시로는 그것을 보며 여유롭게 한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카드를 향해 주문을 읊조렸다.
“아데앗트”
섬광이 시로를 뒤덮었다. 엄청난 고온에 의해 주위의 물질들이 재가 되어버린 탓인지 연기가 자욱했다. 시로를 향해 광선을 쏜 악마는 무척이나 득의양양하게 시로가 있던 자리를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도착한 순간, 그 악마는 십자(十字)로 쪼개져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바람이 불며 연기가 걷혔다.
그리고 황금빛 천 갑옷을 두른 한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을 날려버릴 만한 일격을 맞았음에도 상처하나 없었다.
“자, 시작해 볼까?”
두 자루의 대검을 든 불퇴의 수호자는 악마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악마의 대군의 누비며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몸은 검으로 되어있다.”
성갑 아발론이 마력을 최대한 머금기 시작했다. 고유결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세계와의 단절이라는 의미. 그렇게 되면 마력을 흡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전에 최대한 많은 마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시로에게 다가오던 두 악마가 엑스칼리버에 의해 양팔을 잃었다.
“무한의 세월동안 연철(鍊鐵)을 계속”
상급악마중 몇이 연합해 상급 주문을 사용했다. 그러나 아발론의 효과에 의해 그 상급주문들은 무효화 되어버렸다.
“단 한번의 포기도 없이”
시로의 두 검이 두 악마를 꿰뚫었다. 시로는 그대로 검을 털며 다가오는 악마를 베었다.
“끝없이 나아간다-.”
시로는 악마를 베어가면서 계속 돌진했다. 최대한 중심으로 가려는 생각에서였다.
“사용자는 여기 검의 언덕에서 검을 단련하고...”
계속되는 시로의 검무... 평범에서 극에 이른 자의 검무가 계속되었다.
“따라서 이생에 거짓은 없으니...”
거짓이지만 거짓이 아닌 자신... 그리고 지금...
“이 몸은 무한의 검을 연철(鍊鐵)한다!”
그 거짓이 아닌 거짓의 궁극이 펼쳐졌다. 시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마들을 보며 외쳤다.
“묻겠다. 대공이여... 병력은 충분한가?”
그리고 그 악마들의 사이로 무한의 검의 비가 쏟아졌다. 상급 보구도 있었고 하급 보구도 있었다. 심지어는 보구가 아닌 검들도 있었으며 자신이 만든 습작도, 다른 사람이 만든 명검도 있었다. 그 검들의 목적은 오직하나. 이 세계의 주인인 시로의 의지에 따라 그의 적을 멸하는 것이었다.
검의 비는 악마들을 뒤덮었다. 대다수의 검이 진명이 개방되며 떨어진 터라 시로는 마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있었는지 3만의 병력 중 중·하급에 해당하는 2만의 병력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시로가 검제의 비로서 악마들을 도륙하고 있는 사이 벨제뷔트는 시로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행했다. 그 위력은 필경 길가메쉬가 세이버에게 사용한 정도의 에아의 위력과 비견될 정도였다. 시로는 전력을 다해 아발론의 힘을 끌어올렸다. 벨제뷔트의 공격에 의해 시로의 마력은 급속도로 소모되었다. 성갑 아발론의 효용이라면 거의 비등한 속도로 마력을 채울 수 있을 것이나 지금은 고유결계인 ‘연철의 검제’를 사용하고 있는 탓에 외부와 격리되어버린 터라 마력을 보충 할 수 없었다. 마력은 거의 바닥을 보이는 상황... 그렇다고 검제를 그냥 풀자니 타임 로스와 함께 그 잃어버린 시간동안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장담이 안 섰다.
시로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악마들은 어느새 시로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시로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수많은 검들이 널려있었다. 그 검들을 본 시로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이것이면 저들을 저승길 동반자로 삼을 수 있으리라...
“브로큰 더 월드!”
그리고 검의 세계는 새하얀 백광으로 물들었다.
“응?!”
하늘을 뒤덮은 불의 기둥에 놀란 에반젤린과 학원장은 그 불의 기둥의 근원지로 가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이계를 이뤄버린 마력류를 볼 수 있었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을 내려놓고 온 길가메쉬와 히스리도 에반젤린과 학원장 옆에 나타나 있었다.
“이런... 벌써 시작인건가?”
“무사할까요? 미스터는...”
“글쎄... 고유결계 속인지라...”
길가메쉬의 에아라면 고유결계를 깰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시로가 충격을 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였다.
“너희들, 무슨 일인건지 아는 거야?!”
에반젤린이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오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마족이 대거 출연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시로형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고유결계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사실인 듯 하군...”
“고유결계라니?”
“시로형이 지닌 마술의 극의... 자신의 마음속의 펼쳐진 심상을 현실로 구현화 시키는 마법에 가장 가까운 마술이야... 시로형의 경우는 무한의 검제, 혹은 연철의 검제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 그나저나 저것까지 꺼낼 정도면 정말 수가 장난 아닐듯 한데...”
그렇게 고유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길가메쉬는 문득 고유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마력류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다. 그리고 길가메쉬가 그 이상을 눈치 채고 얼마 지나지않아 고유결계를 이루고 있던 마력류는 하늘로 치솟으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이도 길가메쉬와 학원장, 히스리가 나서서 폭발의 여파가 퍼지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드러난 고유결계내의 상황은 처참했다. 수없이 많은 마물들의 시체... 걔 중에는 작위급 악마들도 다수 있었다. 남은 악마의 수는 마계대공인 벨제뷔트를 포함 최상위급 악마 3500정도... 단 1인에 의해 10만에 이르던 악마대군이 단 한명에 의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에반젤린은 악마들로 뒤덮인 산에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황금빛 천을 두른 채로 너덜너덜하게 쓰러져있는 시로...
으득-
얼마나 강하게 입을 갈았는지 주위에까지 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학여행 때 얼떨결에 만들어진 가계약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데앗트! 나와라 문 차일드”
에반젤린의 외침과 함께 가계약카드에서 빛이 뿜어지며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가라앉자 은빛의 드레스를 걸친 에반젤린의 모습이 드러났다. 에반젤린은 은빛으로 빛나는 드레스를 걸친 에반젤린은 시로에게로 향하는 악마들을 향해 엄청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시로의 앞에 선 에반젤린은 기절한 시로를 안아들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들이냐!!! 네놈들인 거냐!!!”
에반젤린에게서 뿜어지는 살기는 정말 엄청났다. 그 살기의 농도는 너무나도 짙어 살아남은 상급악마들 조차도 움찔할 정도였다. 에반젤린은 분노의 가득 찬 눈으로 악마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얼어버려라!”
에반젤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에반젤린의 사방 500m 내에 있던 악마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냥 얼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간마저도 얼어버린 것이었다. 문 차일드의 능력은 절대동결(絶大凍結)... 시간마저도 얼려버리는 무시무시한 아티펙트였다.
“승화(昇華)”
에반젤린에 의해 얼어버린 악마들은 순식간에 기체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절대영도를 넘은 추위에 순식간에 원자단위를 넘은 에텔 단위로 분해되어 버린 탓이었다.
“죽어라 잡놈들!!!!”
“확실하게 말살시켜 드리지요!”
길가메쉬와 히스리도 너덜너덜한 시로의 모습에 무척이나 화가 났는지 두 사람은 모두 각자가 지닌 최강의 무구를 꺼내들었다. 길가메쉬의 에누마엘리쉬, 통칭 에아가 열풍을 뿜어내었고 히스리의 술식마포 플레이너스가 불을 뿜었다.
“뭐냐 녀석들은?! 천지를 가르는 개벽의 별에 불의용의 이름을 지닌 마포를 지닌 녀석들이라니!”
벨제뷔트는 경악했다. 왜 이런 녀석들이 지상에 있는 것인가? 저기 있는 진조는 논외로 쳐도 저기 있는 꼬맹이와 기계인형은 정말 예상 밖의 존재였다. 애초에 저 불퇴의 수호자가 이곳에 있는 것부터가 당초 예상과는 달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게도 세계는 자신이 마계왕이 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일까? 벨제뷔트는 자신도 모르게 오기가 생겨버렸다.
“1000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겨우 기회가 생겼는데... 이 기회를 놓칠 것 같으냐!!!!”
벨제뷔트는 자신의 힘의 제한을 풀어버렸다. 힘의 제한은 마족이나 다른 신비를 지닌 자들이 세계의 균형을 부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그것을 억지로 풀었다가 죽으면 소멸의 패널티를 받게 되었다. 존재의 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탓에 보통은 사용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변수 탓에 통칭 ‘빡 돌아버린’ 상태에 들어간 벨제뷔트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살아남은 마족들을 학살하고 있던 세명은 갑자기 느껴지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엄청난 마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소한 공작급의 마족이 마계의 있을 때의 마력을 모두 끌어올려야 저 정도의 마력이 흘러나오는 탓이었다.
“저 녀석... 미친 거야?!”
“분명 힘의 해방이겠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래봤자 잡놈이긴 하지만... 귀찮게 되었군...”
세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너털 웃으며 다른 녀석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힘의 제한을 푸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다른 녀석들부터 처리하는 것이 나중을 생각해서도 좋은 일이였다.
“으...윽!”
에반젤린에 의해 한쪽 구석에 눕혀져 있던 시로는 고유결계에서 벗어나자 성갑 아발론의 효용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었다. 아직 아까 같은 전투는 무리였지만 적어도 보구를 한번 정도 사용할 정도의 기력은 회복되었다. 시로는 끝없이 힘이 늘어나고 있는 벨제뷔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소멸할 생각인 건가?”
현계에서 힘의 제한을 푸는 마족은 없다. 그야 말로 미친 짓인 탓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 힘의 제한을 풀어버렸다. 그야말로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마계대공으로 만족하고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조금은... 아니 어쩌면 상당히 무리한 말이었지만 시로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수호자로서 세계의 룰을 어긴 저 녀석을 없에야 하니까...
시로는 작위급 악마들을 농락하고 있는 길가메쉬를 향해 소리쳤다.
“길가메쉬! 태초의 세계를 열어!!”
“어, 시로형 정신 차린 거야?!”
“얼른 태초의 세계나 열어!!!”
시로의 말에 길가메쉬는 에아의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모든 것을 태우는 태초의 세계가 벨제뷔트의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태초의 세계... 지옥과도 같은... 아니, 지옥보다도 더한. 모든 것을 무로서 되돌려 버리는 태초의 세계가 자신의 등 뒤에 펼쳐졌다.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저 세계에 삼켜져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에반젤린은 그것을 가만두지 않았다.
“얼어라!”
에반젤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발끝에서부터 절대동결이 시작되었다. 비록 엄청난 마력 탓에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벨제뷔트의 도주를 막는 것에는 무척이나 유효했다.
“크아아아!!!”
분노한 벨제뷔트는 자신의 발을 꼼짝 못하게 한 에반젤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엄청난 마력이 담긴 탓에 맞으면 에반젤린이라도 무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극대폭축소멸(極大爆縮消滅)! 풀 임팩트 브레이크!!!”
히스리의 손에서 생긴 검은 빛이 벨제뷔트의 팔에 닿았다. 벨제뷔트의 팔에 검은 빛이 닿자 벨제뷔트의 팔은 갑자기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공간 째로 일그러지며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시공상에서 소멸해 버렸다. 아니 ‘존재를 소멸당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벨제뷔트... 시로는 그런 벨제뷔트를 보며 한 자루의 검을 꺼내들었다. 고대의 허신... 자신의 손으로 엄마와 언니를 죽이고 자신 스스로 검이 되어버린 허신... 너무나 엄청난 위력 탓에 검제의 가장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둔 신살(神殺)의 검. 시로는 그것의 봉인을 풀었다. 지금 저 녀석의 마력으로 보아 어지간한 보구로는 타격조차 제대로 주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발하라... 마지막의 검이여!!!”
모든 존재의 의미를 관장하던... 지금은 허신이 되어버린 유세미의 이름을 감추고 있는 검이 시로의 손에서 빛을 뿜었다. 모든 존재의 의미를 관장하는 심판의 빛! 그것이 벨제뷔트에게 쏘아졌다. 벨제뷔트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저항했으나 이내 그 빛에 의해 양단되어버린 후 에아에 의해 열린 태초의 세계에 떨어져버렸다.
힘의 제한을 풀어버린 이상 마계에서 부활하는 것도 불가능할 터... 모든 힘을 시로는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누우며 외쳤다.
“이제 끝났다~!!”
시로의 외침과 함께 그곳에 있던 모두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학원제 후야제 중
“이제 가는 건가요?”
요란한 후야제 중... 몰래 미래로 돌아가려던 차오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의 계획이었던 전부가 사라졌어. 이제 이곳에 남을 이유가 사라졌지...”
“시로형에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뭐, 그것은 다른 목적 중 하나였을 뿐이야. 네기 도령의 후회를 하나라도 줄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 내가 할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럼 이제 돌아가 볼...”
카시오페아로 자신이 있던 시간대로 돌아가려한 차오는 갑자기 자신의 카시오페아를 잡는 손에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에미야 선생님?”
“섭섭하네... 말도 없이 가려했던 거야?”
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오가 있는 곳을 둘러싸며 이 싸움에 참전한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차오...”
“차오...”
“차오양... 함께 이 시대에서 살아가지 않겠습니까?”
네기의 말에 차오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말은 프로포즈인가?”
“네에?!”
“그 말... 마치 나와 함께 있고 싶다는 것 같지 않은 가? 부·부로서 말이지.”
“에엑~!!!!”
차오의 반쯤 장난 투성이인 풀이에 모두는 경악했다. 차오는 굳어버린 모두를 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역시 순진한 네기도령을 놀려 먹는 건 상당히 재미있구려~”
“차오양 저는 농담이 아닌...”
네기가 뭐라 말하려고했으나 차오는 그것을 제지하며 말했다.
“그 말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해.”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네기의 모습에 차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포기할 줄 모르는 군... 좋아, 그럼 나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이 차오린센의 최강최대의 무기. 아까의 싸움도 이것만 있었으면 내가 확실히 이겼겠지만 너무 위험해서 굳이 봉인했지... 이것을 이용하면 너희들의 절교는 필연! 미래의 힘을 결집한 궁극의 심리공격 병기... 그것이 바로 이거다!!!!”
차오가 꺼내든 것은 차오가가계도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서책이었다. 모두는 벙~ 찐 표정으로 그 책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기도령의 자손! 그렇다면 당연히 네기도령이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그 누군가의 이름도... 거기다가 언제 결혼하는가와 아이를 얼마나 낳았는가에 대한 것 까지...!”
차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오의 손에서 탈취당한 그 궁극병기는 엄청나게 요란한 소동을 일으키며 정확히 57초 만에 네기파티를 괴멸시켜버렸다.
“확실히 궁극병기로군... 뭐 어쨌든 진짜로 갈 생각이야?”
시로의 물음에 차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살아있고 나의 싸움은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까... 에미야 선생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네... 확실히...”
“차오...”
“나는 나의 싸움의 장소로 돌아간다. 네기 도령은 이곳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게 멋지게 승천(昇天)하고 있던 차오는...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한 빛과 함께 그대로 땅에 박혀버렸다. 갑자기 떨어진 것에 놀란 시로와 네기, 아이들은 얼른 차오가 떨어진 곳을 향해 다가갔다.
차오가 떨어진 곳에는 차오를 비롯해 처음 보는 4명의 여인들이 뒤엉켜 있었다.
“아아!! 무거워~!!!”
“비켜, 이 젓소!!”
“이익!!! 언니는 가슴도 없으면서!!!”
“뭐가 어째!!!”
“밥~!!!!”
뒤엉켜있는 여인들을 본 시로는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무척이나 잘 아는 붉은악마 토오사카 린, 황금의 악마 루비아 에델펠트, 배고픈 사자 세이버와 귀신 후배 마토우 사쿠라... 시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저들이 자신을 깨닫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자리에서 사라져야했던 것이었다.
“아! 시로형 어디가요!”
네기의 외침에 시로는 절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이름을 들은 4명의 여인들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뒤쫓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익!!! 시로!! 거기안서!!!”
“주인으로서 명합니다. 시로 거기서세요!!!”
“선배!! 거기서주세요!!!”
“시로, 밥!!!”
뒤늦게 차오가 있는 쪽으로 향하던 에반젤린은 시로가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를 뒤쫓는 처음 보는 4명의 여인도 보았다. 에반젤린은 단숨에 저 4명의 여인들이 시로와 관계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시로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시로를 잡은 그 5명은 시로의 소유권을 놓고 후야제가 끝날 때까지 싸웠다.
결국 차오의 귀환은 미뤄졌다. 린들에 의해 추락, 기절해 버려 타이밍을 놓쳐버린 탓이었다. 다행이도 토오사카 린이 1법과 2법을 완성한 사상초유의 마법사인지라 그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리고 시로를 쫓아온 이 4명의 여인들은 각각 자연과학교사, 가정교사, 경비가 되어 마호라학원에 머물게 되었다.
이 4명의 등장과 함께, 시로의 앞날에 평안은 사라져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에반젤린과 쟁탈전을 벌였던 탓이었다.
여전히 요란한 마호라 학원은 오늘도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