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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리버스 4화



  책상 사이사이를 움직이며 작은 쓰레기들을 쓰레받기에 담아냈다. 걸레를 빨아와 칠판 밑도 닦고 바닥에 대걸레질도 했다.
  선희조와 이름을 모르는 그녀는 먼저 돌려보냈다. 희조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교실에 돌아온 담임선생님이 그걸 막았다. 지각한 벌이니 당연히 혼자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불만은 없었다.
  청소를 끝내고 확인을 받은 뒤 교실을 나왔다. 다른 반은 여러 명이 청소 당번을 맡았는지 이미 모두 돌아간 상태였다.
  여기서 로그아웃해도 되나? 만약 로그아웃한 장소에서 로그인이 된다면 내일 학교에 올 때 조금 난감할 것이다. 일단 학교는 빠져나가는 게 좋겠지.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했을까.
  출구를 향해 복도를 걷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사람이 오는 게 보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두고 온 게 있나? 저 사람도 지각 청소?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녀와 가까워졌다. 목에 난 점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되어 슬쩍 길을 피해주었다. 그러나 그녀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머쓱하게 다시 반대쪽으로 비켰다. 그녀도 타이밍 좋게 움직였다. 또 같은 방향으로. 그래서 이번엔 그녀가 피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도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이거.
  “저기…….”
  “미안. 이번엔 내가 피할 테니까.”
  사과하고 한 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앞으로 나아가며 살짝 그녀의 옆모습을 보았다. 창백한 피부, 안경 너머로 보이는 초점 없는 눈동자. 묶지 않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느낌. 마치 유령과 같은 분위기의 소녀…
  “당신도 유령을 찾고 있나요?”
  마음을 읽힌 듯싶어 발걸음을 멈춘 순간, 알림음이 울렸다.
  『히든 퀘스트. 방과 후에 만난 소녀를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딱히 네가 유령 같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그녀가 내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다시 질문해도 될까요? 당신도 유령을 찾고 있나요?”
  “아니. 별로 찾을 생각 없는데.”
  “믿지 않는 쪽 인가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괜히 찾아낼 이유가 없으니까.”
  “전 이유가 있어요!”
  그녀는 조금 흥분한 듯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찾지 말라고 한 적은 없는데.
  “하지만 혼자서는 조금 힘들어요.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알람음이 울렸다. 이거 뭔가 귀찮은 예감이 든다.
  “미안, 무서워서 안 되겠어. 나 겁 많거든.”
  “그런가요.”
  『퀘스트를 거절하셨습니다.』
  “그럼 잘 가. 어. 유령 찾을 수 있기를 빌어.”
  그렇게 대답하고 걸음을 바삐 옮겼다. 등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왜?”
  “혹시 당신이 유령 아닌가요?”
  이건 또 무슨 실없는 소리. 안 들리게 한숨을 쉬고 뒤를 돌아봤다.
  “미안하지만 난 사람이야. 이렇게 대낮부터 돌아다니는 유령이 있을 리 없잖아.”
  “하지만 이상한걸요. 이 고등학교. 당신을 포함해서 왠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듯한 존재가 많이 느껴져요.”
  순간 움찔했다. 설마 플레이어의 존재를 알고 있는 NPC는 아니겠지.
  “지금 당황하셨죠?”
  “응? 아니 전혀?”
  일단 잡아뗐다. 정체를 들켜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런가요. 그럼 믿을게요. 아, 저는 1-4반의 공문선이라고 해요. 뭔가 유령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가​져​와​주​시​겠​어​요​?​”​
  “어, 뭐 그 정도야.”
  물론 이 존댓말 오컬트 소녀와 엮일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퀘스트를 승낙하셨습니다.』
  알림음이 떴다. 왜! 난 분명히 아까 거절했는데!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애써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며 공문선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난 먼저 갈 테니까.”
  “안녕히 가세요.”
  나는 패배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터덜터덜 학교를 빠져나갔다.
  내가 로그인 했던 운동장의 구석까지 가며 퀘스트를 취소하려 온갖 명령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뭐 상관없겠지. 안 깬 퀘스트 하나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 없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로그아웃했다.
평소에도 짧지만 오늘은 특히 더 짧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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