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제로의 "ㅇㅇㅇㅇ" 사역마 시리즈 총집편
1 제로의 "영웅의 종족" 사역마
"이제와서 정상적인 사역마가 나올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아요. 뭐라도 좋으니까 냉큼 튀어나와주세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복숭아빛 머리카락의 소녀의 말에, 마법진이 빛을 발한다.
물론 주위의 학생들은 뭐가 튀어나와도 당장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셀 수 없을만큼 '제로의 사역마'에 의해 험한 꼴을 당했으니까.
곧이어, 빛의 마법진에서 '언제나처럼' 대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연기가 걷히고, 그녀가 불러낸 사역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 어째 오늘은 좀 큰데?"
"아냐. 그래도 아자토스보다 작아."
"당연하겠지. 그거보다 큰 녀석은 아말감 브라더스밖에 없었다고."
"울트라맨이랑 비슷하려나. 아니, 그보다 좀 큰가?"
나타난 사역마가 날뛰지 않자 약간 여유를 가진 학생들이 소근거리며 '품평'을 시작했다.
푸른 색의 생체형 갑주로 전신을 감싼 그것은,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 입을 벌려 루이즈와 대화했다.
그리고 루이즈는 곧 '그'의 이름을 알아냈다.
"헤에, 벨크로스라고 하는구나, 너."
오랜 옛날.
다른 세상의 우주에서, 동족간의 싸움만으로 우주를 멸망으로 이끌 뻔했던 '영웅의 종족'.
그 중에서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존재이자 불멸이자 열쇠', 벨크로스.
그것이, 한 소녀에 의해 시공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레콘키스타 사태 때, 노도스도 없이 고삐풀린 망아지로 소환된 벨크로스가 주먹질 한방에 알비온을 날려버린 것은 조금 후의 이야기.
2 제로의 "절대 천사" 사역마
"히메코…"
"치카네…"
루이즈는 지금 맹렬하게 기분이 나빠진 상태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관록에 따라, 자신이 사역마 소환을 해서 정상적인 사역마가 나온 적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포기하고 케세라세라 사역마 소환을 하고 있는데…
'하필 백합 커플이냐!!'
불려져 나온 것은 흑발의 차분한 아가씨 분위기의 소녀와, 금발의 조금 덜렁이 기질이 있는 소녀.
그 이외에도,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의 모습을 한 정체모를 '무언가'. 아무튼 인간은 아니다─들이 열명 정도 함께 불려나왔다.
그녀들의 말로, 하녀들은 엔젤 하트인지 뭔지를 가지고 있는 "강철 천사"이고 흑발 쪽은 이터널 마나를 다루는 "절대 천사", 그리고 금발은 그녀의 계약자라고.
까놓고 말해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지만, 그래도 굉장했다. 여하튼 기슈도 후우케도 왈드도 레콘키스타의 군대도 손짓 한번에 죄다 날아가버렸으니까.
그러나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키스에 애무에 금방이라도 쓰러트려버릴 것 같은 분위기.
안좋다. 주위에서 수군대고 있다.
다행히도 루이즈는 멀찌감치 떨어져있기 때문에 똑같이 취급당할 걱정은 없었다. 단지 문제는, 그녀들이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는거.
사실대로 말하겠다. 저 둘하곤 아직 사역마 계약도 못했다.
'…… 뭐, 괜찮을까.'
인생, 이런 일이 있으면 저런 일도 있는 법. 이번 회차는 이렇게 넘기자.
득도한 선인같은 생각을 하며, 루이즈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3 제로의 "학교 괴담" 사역마
이번에 마법진에서 불려나온 것은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였다.
처음에는 보통의 동물일까 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불러낸 사역마다. 보통 고양이일리가 없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뭘 야려보냐, 인간 꼬마."
…… 이 자식이.
금색과 청색의 오드아이를 가진 검은 고양이가,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다.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같다.
그러고보니 실버나 위드를 불렀을 때도 이랬는데. 걔들도 견공이 아니라 사람같았지.
"뭐, 좋아. 너 이름은 뭐야?"
"케엑, 인간주제에 날 무서워하지 않다니, 제법이군. 이 몸의 이름은 아마노쟈쿠다. 한칭으론 다크시니라고도 하지만."
"…… 그럼 아마노쟈쿠라고 부를게. 그럼 됐지?"
"뭐,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다만. 너 괜찮겠냐."
"응? 뭐가?"
"너네 학교, 난리 났는데."
살짝 뒤를 돌아본다.
─교사와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뒤를 온갖 이형의 괴물들이 쫓아다닌다.
화장실의 하나코,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요괴, 음악실의 베토벤, 계단의 여우 요괴, 움직이는 석상, 과학실의 표본 인형, 운동회의 발목 잘라가는 귀신, 애 혼자 집에 있을 때 나타나는 귀신, 황천넷 삼도천의 귀신, 목없는 바이크에 설녀에다 방송실 요괴에 다빈치에다 대요마까지.
아무래도, 저쪽에서 불러온 요괴는 이 녀석 하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 상관없겠지. 쟤들도 그 동안 레벨업 많이 했을거고."
"호오, 꽤 사악하구만 너. 마음에 들었다고."
이후부터 루이즈는,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한 권의 일기장을 들고 다니며, 세계를 돌아다녀 요괴들을 봉인했다.
결국 그녀는 '제로의 루이즈'가 아니라 '괴담의 루이즈'가 되버렸다나 뭐라나.
4 제로의 "듀얼몬스터" 사역마
루이즈의 앞에 떨어진 것은 팔에 착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계와, 여러 묶음의 카드.
… 뭐, 듀얼몬스터 카드라면 지금까지도 여러번 불러내본 적 있으니까.
루이즈는 실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듀얼디스크를 팔에 장착한다. 꼭 배테랑 듀얼리스트같은 움직임이다.
"어디보자, 덱은 무슨 덱이려나…"
… 어라, 이번엔 좀 심한데.
파라오의 삼환신덱, 아이보의 사일런트덱, 카사장의 푸른 눈 덱.
쥬다이와 에드의 히어로덱, 요한의 보석수와 삼환마덱, 사이오의 아르카나 덱까지.
이거라면 이번 회차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돌파할 수 있겠다.
"근데 이걸 내가 다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덱인거지?"
나중에 밝혀진 사실로 기슈는 죠노우치덱, 후우케는 만죠메덱, 왈드는 마리크덱이었다. 어째 기믹에 안맞는 것들만 쥐어졌군.
물론 상큼하게 밟아줬지만서도.
5 제로의 "검은 피 형제" 사역마
"… 이번엔 관이냐."
루이즈는 마법진 한가운데에서 나타난 새카만 관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봤다.
물론 관이라고 해서 얕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에는 아카드가 튀어나오기도 했으니까.
그걸 감안하면, 이것도 '흡혈귀'의 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관 안에서 왠 금발 꼬맹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나이는 10살 정도일까.
"우와, 못보던 사람들이 잔뜩있어! 형, 형! 일어나봐!"
일인용 관치곤 크기가 좀 크다 했더니 둘이었나보군.
꼬맹이는 뚜껑이 덮혀진 관을 두들겼고, 곧이어 관 뚜껑이 살짝 들리더니 손 하나가 나왔다.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튕겨지고.
─금발 꼬마는 땅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쳐박혔다.
"으갸아아아악?!"
꼬마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고, 손은 다시 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침묵이 흘렀다.
"………………… 뭐야, 이건."
후에 꼬마의 이름은 모치즈키 코타로, 관 안에 있는 '형'… 빨간 양복과 모자의 흡혈귀는 모치즈키 지로라고 스스로 밝혔다.
… 물론 두 사람은 예상대로 '흡혈귀'였지만(그쪽 말로는 블랙블러드랬던가).
6 제로의 "검은 바이크" 사역마
『안녕하세요, 세르티 스툴루손이라고 합니다.』
루이즈는 말을 잃어버리고, 마법진 한가운데에 서있는 '새카만 인영'을 바라보았다.
몸에 쫙 달라붙는 슈츠 타입의 옷.
'그것'이 기대어 서 있는 것은, 전에 가면라이더를 불러냈을 때 본 '바이크'라는 물건. 그것과는 달리 새카맣게 칠해졌다는 점이 달랐지만.
어쨌거나 그… 아니, 그녀는 머리까지 헬멧을 뒤집어쓴 채, 피부를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며, 손에 들고 있는 작은 '빛나는 상자(PDA)'에 글자를 적어 인사했다.
"… 질문. 당신 인간 아니지?"
『… 그렇게 대놓고 들어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좌우간 대답이나 해."
『아닙니다. 일단 목없는 라이더… 판타지풍으로 이야기하자면 '듀라한' 정도일까요.』
"듀라한? 그 자기 목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그거? 하지만 당신은 머리가 안보이는데."
『잃어버렸거든요. 아무래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 그래서. 듀라한 다음엔? 고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던가 지구를 정복하려는 우주인에게 맞서 싸우던 비밀병기라던가 영혼을 먹는 마검의 소유자라던가 그런 수식어는 없어?"
이렇게 되면 놀라는 건 세르티 쪽이다.
『… 전 그렇게 스펙터클한 인생을 사는 듀라한은 모릅니다만.』
"그럼 그냥 듀라한이야? 다른 특별한 건 없고?"
아니, 듀라한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고 봅니다만.
그러나 이제와서 듀라한 한명 정도로 놀랄 루이즈가 아니다. 그녀는 모처럼 '평범한' 사역마(덤으로 예의도 바르고 환상종에 가까운)가 나온 것에 기뻐하며 계약을… …… 계약─
"……"
『……』
"… 저기, 세르티?"
『네.』
"계약하려면 필요한 일인데… 당신, 머리 어디있어?"
『그러니까, 잃어버렸다고─』
"……"
『……』
결국 그날의 계약은 가계약으로 그쳐야 했다.
7 제로의 "비겁전대" 사역마
가끔은 여러 사역마가 한꺼번에 튀어나올 때도 있다. 1만명 넘게 불러낸 적도 있고, 멀리 갈 필요없이 몇회차 전에 괴담과 관련된 요괴를 몽땅 불러낸 적도 있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다섯명이 소환된 것 정도로 놀랄 일 따윈 없다. 따윈 없지만…
"필살, '나체' 마후라~!!"
파란 녀석은 노출광에
"아하하하하핫~! 잘 탄다아~!"
빨간 여자는 방화범에
"보컬로이드의 이름으로─ 모든 불의에 철퇴를!!"
녹색 여자는 파로 된 총을 난사하고
"로드롤러~~~~!! WRYYYYYYYYYY!!"
"카가미네 일가, 갑니다~!!"
노란 쌍둥이는 정체모를 노란 철덩어리를 타고 날뛴다.
물론 그 대소동 속에서도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미 대피 완료. 과연 익숙해진 모양이다.
"… 이런, 이런. 또 요란한 녀석들이 나왔네. 지금까지 봤던 전대 애들이랑은 많이 다르지만."
"루이즈. 한가하게 차 마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뭐, 어때. 갑자기 소환된 충격으로 혼란에 빠진 거 아닐까나. 좀 지나면 낫겠지. 지금까지도 그랬고."
학원이 초토화되는 광경을 뒤로 한 채.
루이즈는 조용히 찻잔을 기울인다.
아~ 오늘도 평화롭구나~
8 제로의 "강식장갑" 사역마
루이즈는 단신으로 알비온의 7만 대군 앞에 섰다.
어차피 수많은 팬픽에서 다크하게 된 적도 있고 악녀나 파괴마가 된 적도 있으니 이제와서 7만 쯤 순살하는 건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사역마가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 그 정도의 힘이 있으니까.
그때 사역마 소환 의식에 작은 메탈이 박혀있는 삼각형의 금속덩어리를 건드렸다가 그게 씌이는 바람에 죽는 줄 알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건드려보길 정말 잘했다. 비록 그녀가 원했던 '평범한 사역마'는 아니었지만, 이 녀석이 있다면 그런 것따윈 아무래도 좋다.
─이, 강식장갑 유니트(가이버)의 힘은 무서울만큼 훌륭한 것이었으니까.
[메가 스매셔!!]
흉부의 장갑을 열고 입자포 발사. 그것만으로 7만 대군에 구멍이 뚫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뒤로, 공간을 넘어 '번데기'가 나타나고… 그 안에서 한층 더 거대한 '가이버'가 나타난다.
이름하여 「가이버 기간틱」.
본래라면 원래 세계에서 조아로드를 상대로 싸워야할 물건이지만, 그것은 지금 엉뚱한 세계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거인식장의 흉갑이 열리고, 조금 전에 발사됐던 입자포의 백배에 달하는(출력 면에서) 광선 기둥이 뿜어진다.
기가 스매셔라고 불리는 이걸 맞은 7만 대군은 깨끗이 사라졌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지.]
다음으로 나온 것은 「거신식장」.
순식간에 신장 50m, 울트라맨급으로 거대해진 루이즈 기간틱은 알비온을 향해 마이크로 블랙홀을 발사, 알비온을 지도에서 지워버림으로 전쟁을 종결시켰다.
이후 그녀는 「강식장갑의 루이즈」라고 불리며…(후략)
LAST 제로의 "크로니클"
제로의 루이즈.
하르케기니아 최강이자 최고이며 최악인 동시에 최저의 마법사(소환사?).
과거 울트라맨 메비우스, 슈퍼전대의 아카렌쟈, 브레이브 사가의 용자군단, 인페르시아 명부 10신, 전대물의 중간 악역들, 로얄나이츠 매그너몬, 전대물의 '제 6의 전사들'로만 구성된 전대, 트랜스포머의 컴뱃트론, 아틀란티스의 마신, 옆 동네 지구의 영령들, 임수 베어권의 대지의 권마 마크, 네지렌쟈 5인의 사악전대, 슈우 시라카와와 네오 그랑존 기타 등등을 불러 하르케기니아를 몇번이고 멸망시켰다가 부활시킨 전범.
그녀가 숨을 거두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호하기보다도 "저 여자라면 부활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공포에 떨었고, 실제로 그녀는 몇번이나 부활한데다 지금도 부활->루프->소환->멸망->부활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토록 원하던 히라가 사이토의 재소환에 성공하여 잘 지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