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어째서인지 교과서가 생각났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금속의 파편이 도덕률처럼 흩어져 있었다
소년은 다른 소년의 멱살을 잡고 있었고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에게 경찰 부르라며 호통을 쳐 댔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멈춰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자기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가 어릴 적, 나의 전부였던 교과서 안의 세계에선
반드시 가식적인 미소로 무장한 사람이 등장했고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싸움을 말렸겠지만
교과서는 소년들의 가방 안에 꼭꼭 숨어 있어서
지금 펼쳐진 삽화에 중요한 것이 결핍된 것을 보지 못했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 개찰구
오고감이 교차하는 그곳에 머무름이란 용납되지 않는다
등뒤의 고함이 덜컹거리며 내게 다가왔지만
나는 내 양심이 치이기 전에 안전선 바깥까지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