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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피는 소리(시 모음)


관음증


관음증

광주로 가고 싶어요,
라고 당신은 비장하게 말했다
내가 사준 버스 차표를
면죄부처럼 끌어안으며 당신은
다시 말한다, 밥도 못 먹었어요
그렇게 오천 원을 더한 당신은
내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정중히,
식후 삼십 분을 지켜 예의바르게 찢는다
숫자 조각 뒤로 하고,
기둥 뒤에 숨은 나를 뒤로 하고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돈을 주고 나서 이게 사기인가 아닌가 관찰했더니
저렇게 유유히 돈을 바꿔 사라지더군요.
쫓아가서 드잡이질할까도 생각했지만,
문득 이런 걸 본 것만으로도 더 이상 저 사람에게 뭔가를 요구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관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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