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전야
벚꽃잎 날린다
달 대신 가로등 휘영청 떴다
12시에 거리를 걷는 자들은
무언가에 취해 있는 자들이다
슬픔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술에 취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 밤이 지나고 부활할 수 있는
선택받은 자는 예수뿐임을!
완전한 삶과 죽음 모두 선택할 수 없는
그들은 늘 반쯤 죽어 있다
술에 사랑에 이별에 괜한 헛바람 들이키곤
무수한 십자가를 헤치며
집으로 무덤으로 걸어가는
눈꽃 위에 새겨진 발자욱 발자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