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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피는 소리(시 모음)


부활절 전야


벚꽃잎 날린다

달 대신 가로등 휘영청 떴다

12시에 거리를 걷는 자들은

무언가에 취해 있는 자들이다

슬픔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술에 취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 밤이 지나고 부활할 수 있는

선택받은 자는 예수뿐임을!

완전한 삶과 죽음 모두 선택할 수 없는

그들은 늘 반쯤 죽어 있다

술에 사랑에 이별에 괜한 헛바람 들이키곤

무수한 십자가를 헤치며

집으로 무덤으로 걸어가는

눈꽃 위에 새겨진 발자욱 발자욱들.

부활절 전날 밤,
술을 마시고 길을 걸으며 불렀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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